알로하(Aloha) 아니다.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로 특별함 없이 평범한 하루를 긍정하고 만족하는 일상 정도를 의미한다. 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아보하를 누릴 시간이다. 바쁜 출근길, 사람들과의 소소한 대화, 지친 퇴근, 가족과의 저녁식사 등 평범한 일상을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주 보통의 하루와 함께 ‘아보하’ 여행은 어떨까. 아주 보통의 여행. 굳이 정의하자면 가볍게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 큰 욕심 안 부리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평범한 여행. 짧은 휴식으로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 아보하 여행이다. 경기도는 아보하 여행지의 최적지다.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어딜 가도 여유롭게 여행을 누릴 공간이 있는 곳이 경기도다. 양평 두물머리의 물안개와 잔잔한 강변 풍경은 스마트폰 알람 없는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과하지 않은 문화 체험과 조용한 갤러리 산책이 가능해 충족감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화성 궁평항에선 갯벌체험, 갈매기 먹이주기 같은 재밌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서해안 낙조까지 보면 금상첨화다. 광주 곤지암 화담숲에서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된다. 아보하 여행이란 결국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주말에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아주 평범한 하루와 여행을 경기도에서 경험해보는 것 어떨까. 그 경험으로 다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게 말이다.
문민 국방부 장관, 아직은 낯설다. 그러나 낯설다고 해서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역사는 늘 익숙함보다 불편함에서 시작했다. 그 불편함은 변화의 신호이자 변혁의 씨앗이기도 하다. 새 정부의 문민 국방장관 예고는 군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파격’이라 불리는 인사는 늘 양면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신선한 개혁의 신호로,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반발의 대상이 된다. 낙하산 논란과 경험 부족 우려가 뒤따른다. 하지만 이 인사가 단순한 자리 배분인지, 국방개혁의 물꼬를 트는 출발점인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 군은 스스로를 ‘방패’라 자처한다. 그러나 그 방패가 진정 국민을 향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병영 내 폭력, 은폐된 사고, 반복되는 성범죄와 늦장 대응. 전시에는 철통 보안을 내세우면서도 평시에는 군 기강을 이유로 침묵했다. 헌법이 보장한 문민 통제는 명문화돼 있으나 국방부 수장은 여전히 예비역 대장의 관행에 묶여 있다. 군이 국민의 조직이라면 그 작동 원리는 국민의 민주적 감시와 견제에 기반해야 한다. 이는 불신이 아니라 헌법적 책임의 구현이다. 문민 장관은 그 책임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비추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군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통제는 불신이 아닌 공공성과 투명성에 대한 헌신이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운영되는 군은 더 강하고 유연하다. 단지 지휘와 통제만이 아니라 소통과 참여가 함께 작동할 때 안보도 살아 숨 쉴 수 있다. 반론도 있다. “전쟁이 나면 누가 결정을 하나.”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선진국은 모두 문민 장관 체제 아래 정교한 군사보좌 시스템을 갖췄다. 군은 장관을 ‘명령자’가 아니라 전략을 조율하고 문화를 혁신하는 ‘지도자’로 인식한다. 총을 들지 않아도 강한 리더십은 존재할 수 있다. 현대전은 단순히 무기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보전, 사이버전, 인공지능(AI)전, 우주전까지, 그 복합성과 첨단 기술성은 특정 군 경력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군의 미래는 더 이상 병영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 군을 사회와 단절시키는 구조로는 시대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오히려 민간은 군이 놓치기 쉬운 감각을 지닌다. 인권, 성평등, 예산 투명성, 윤리. 이것들이 오늘날 국방의 진짜 연료다. 문민 장관은 단순한 관리자나 대체자가 아니라 이 연료에 불을 붙이는 ‘점화자’여야 한다. 그러나 국방개혁은 특정 개인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문민 장관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제도와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째, 군사보좌기구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춰야 하며 민간 전문가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화돼야 한다. 둘째, 장병 가족·예비역·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민군 협치 플랫폼’이 필요하다. 셋째, 인권 전담기구는 실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군을 ‘닫힌 벽’에서 ‘열린 문’으로 바꾸는 장치이며 국민이 군의 진정한 주인임을 회복하는 통로다. 지금까지 군은 권위의 벽이었지만 앞으로는 책임의 문이 돼야 한다. 정치권은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진영의 이념 언어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보수는 안보를, 진보는 개혁을 말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닌 ‘신뢰’다. 실력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국방개혁의 진정한 동력이다. 군은 계급으로 움직이지만 국민은 신뢰로 판단한다. 신뢰를 잃은 군은 전쟁이 아니라 일상에서 먼저 패배한다. 아무리 전력이 강해도 국민이 외면하면 군의 존재 이유는 흔들린다. 국방개혁은 단순한 군 효율성 개선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다듬는 일이다. 지금은 누가 총을 드느냐보다 누가 책임지는지를 묻는 시대다. 문민 장관 임명은 군 통치가 아닌 국민과 함께 걷는 ‘동반자 선언’이어야 한다. 국방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 출신보다 방향이 중요하며 문민 장관은 군 통치에서 군 통합으로, 위계에서 협치로 나아가는 상징적 출발점이다. 국민은 ‘책임지는 군’, ‘국민 곁에 서는 군’을 원한다. 군이 먼저 국민을 믿을 때 국민도 그 믿음을 돌려준다. 보이지 않는 헌신, 그것이 국방의 진정한 힘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불가예측성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는다. 보훈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헌신한 국가유공자들의 공훈을 되새기고 그들의 숭고한 애국심을 고취하는 데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나라 시·군 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성남시가 금년 6월 호국보훈의 달부터 6·25전쟁 및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한 보훈행정은 참 신선하다. 월남 참전 장병의 전투근무수당은 1963년 5월1일 시행된 ‘군인보수법’에 따라 지급됐어야 함에도 당시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지급하지 않았다. 전투수당 문제는 2014년 김춘진 의원 등 13인이 공동으로 발의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국가 정책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취임 당시부터 줄곧 ‘호국보훈도시’를 표방하며 유공자들의 예우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금번 성남시가 6·25와 월남 참전유공자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의 보훈행정의 의지와 실천의 결실이다. 현재 성남시의 국가유공자 수당도 경기도 시·군 지자체 중 최고 수준이다. 전투수당 지급 결정은 국가보훈부가 앞장서 주도해야 할 정책 사안임에도 손을 놓고 있자 성남시가 선도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다. 이러한 선진 보훈행정이 다른 지자체에도 확산돼 대한민국 전체 보훈 정책의 선진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국가와 타 지자체들이 성남시처럼 보훈명예수당을 인상하고 참전자들에게 전투수당을 지급하면 수십년간 참전유공자들과 국가 간의 전투수당에 대한 갈등도 종지부를 찍는 날이 올 것이다. 북-러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체결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쟁 파병 및 군사적 밀착, 그리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해양영유권의 확장을 꾀하며 군사적 팽창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의 패권적 행보가 한반도 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우리 선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피땀으로 나라를 지켜온 호국 전통의 근간은 애국심이었다. 보훈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기리며 그들과 가족을 예우함으로써 국민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안보와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다. 선진 보훈 정책이야말로 안보의 초석을 다지는 첩경이다.
현충일인 지난주 금요일 새벽에 국가대표 축구팀이 한국의 여름보다 더 뜨거운 날씨인 이라크의 바스라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전에서 이라크를 2 대 0으로 이기고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라크의 한낮 기온은 45도를 넘고 오후 9시가 넘어서 열리는 경기인데도 35도라고 중계 캐스터가 말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아트사커 프랑스도 해 보지 못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평가받는 대단한 일이다. 필자는 1998년 5월 베트남 하노이를 여행한 적이 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커다란 마트에 들렀는데 가전제품 매장 가득히 월드컵 개막에 앞서 대형 TV를 좋은 조건으로 특별할인 판매한다는 전단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매장을 오가던 모습이 신기했다. 왜냐하면 베트남은 그때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나라는 32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축구 실력이 좋은 나라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본선에는 관중의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나라들도 많이 있다. 축구 경기의 게임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양편 11명이 손을 사용하지 않고 발과 온몸을 이용해 패스와 드리블로 상대편 골문에 공을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이고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전 세계인들을 들썩이게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해서는 절대 지면 안 되는 라이벌 관계가 형성돼 대한민국이 일본과의 경기에는 무조건 이겨야 하기에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응원을 하기도 하는데 태국과 베트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잉글랜드와 독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과 포르투갈, 멕시코와 미국도 한일전과 같은 대단한 라이벌로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이 얽혀 있다.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당연히 실력이 좋아야 하지만 그 외에도 변수가 많이 있다. 이번 경기에서는 전반 22분 이라크의 주 공격수 알리 알 하마디가 우리나라 수비수 조유민 선수의 얼굴을 걷어차 퇴장당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1명이 퇴장당한 이라크는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홍명보 감독이 후반전에 교체한 선수 2명이 상대를 압도하는 탁월한 실력으로 두 골을 넣어 쉽게 이겼다. 필자는 오랜만에 새벽잠을 포기했지만 맘 편하게 응원하며 즐겁게 애국할 수 있었다. 나는 즐겁고 편했지만 승리를 위해 뜨거운 모래바람을 가르며 승리를 이룬 선수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중에서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의 수비수 조유민 선수의 ‘투지’가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경기가 시작돼 치열하게 볼 다툼을 하는 중 상대 선수의 발이 자기의 얼굴을 향해 날아올 때 꿈쩍하지 않고 끝까지 볼을 패스한 후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조유민 선수의 얼굴은 축구화 스커트에 쓸려 상처가 나고 피가 났지만 절대로 피하지 않는 강력한 정신력의 투지가 아름다웠다. 나의 삶을 돌아본다. 상황에서 쭈뼛거리지 않고 손해인 줄 알지만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뜨겁게 헌신하는 투지가 내게 있는가. 교회 앞에 뜨거운 여름날을 기다리고 있는 수국 화분이 있다. 꽃이 얼마나 예쁜지 교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세차게 부는 바람에 그 화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진다.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놓고 뒤돌아보면 투지 있게, 흔들리지만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 화분에 물을 가득 담아 두기로 했다. 물이 가득한 화분이 넘어질 때도 있지만 또 물을 채워 예쁜 꽃을 피워 교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꽃과 함께 포기하고 싶지 않다.
여름철을 맞아 해루질 등 연안 체험을 즐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해루질은 조개, 낙지 등을 잡는 해양 레저활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만큼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최근 평택해양경찰서의 관할 해역인 방아머리, 구봉도, 농섬, 석문방조제, 제부도 일대 등 수많은 곳에서 무리한 해루질로 인한 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해루질 사고 11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2건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해루질은 밀물과 썰물 시간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급격한 조류 변화로 고립되기 쉽다. 특히 갯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형 변화가 많아 예상치 못한 깊은 수로에 빠질 위험이 크다.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이동 경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지난 6월2일 현장을 직접 찾아 해루질 실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직접 걸어본 갯벌은 예측 불가능한 함정투성이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갯고랑, 갑자기 밀려드는 물살, 야간에는 시야를 가리는 어둠까지 위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다. 평택해경은 해루질 사고 예방을 위해 매년 사고 다발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과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 불법 해루질, 안전수칙 미준수 행위에 대해서는 현장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야간 해루질 시 구조신호를 인식할 수 있도록 손전등, 호루라기 등 최소한의 구조용품을 갖출 것을 권장한다. 해루질 사고는 구조에 상당한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며 사고가 발생하면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 불법 어획 행위가 적발되면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평택해경은 여름철 안전한 해양활동을 위해 ‘사전 계획·준비 철저’, ‘기본 안전수칙 준수’, ‘정해진 장소에서의 합법적 활동’을 당부하고 있다. 해루질을 즐기는 순간에도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바다를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바다에 대한 작은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평택해경은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여름을 즐길 수 있도록 현장 순찰과 예방 활동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전하고 즐거운 해양 레저문화 정착을 위해 해루질 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드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여우·까마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린다. 쇳덩이 긁는 소리도 섞여 있다. 귀신 곡소리는 듣는 이들을 섬뜩하게 한다. 경기도 접경지역 주민들이 1년째 듣고 있는 소음이다. 귀마개를 해야 잠을 청할 수 있을 정도다. 스티로폼으로 문을 덧대도 한계가 있다. 캠핑장, 낚시터 등은 영업을 작파한 지 한참이다. 북한과 경계를 하고 있는 인천 강화도,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고통이다. 이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고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들이 나섰다. 경기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가 9일 채택한 건의문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피해 지역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신속한 대응, 실질적인 주민지원 방안 마련 등을 담고 있다. 31개 시•군의회 의장들이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낸 목소리다. 대남 방송 피해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앞서 그해 5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우리의 대북 방송이 시작됐고, 이와 동시에 북한의 대남 방송도 시작됐다. 그동안 해당 지자체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성동 마을이 있는 파주시도 다양한 대책을 동원했다. 지난 2월 본보 보도 이후 소음 측정, 건강 점검 등 활동을 폈다. 이 과정에서 군과의 협조 체제도 이뤄졌다. 2024년 말에는 피해 지원을 위한 법 개정도 있었다. 민방위기본법에 평시 대남 방송 피해도 보상의 범위에 포함되도록 고쳤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본질적으로 군사 대치라는 특수성에서 오는 한계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생겼다. 우리 측에서 북으로 보내는 전단을 자제시키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남북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도 중단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상호주의가 극명히 맞서는 남북 군사 대치다. 우리의 대북 방송과 북한의 대남 방송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우리의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시키는 노력은 선행할 가치가 있다. 다행히 통일부도 달라졌다. 대북 전단을 살포해온 단체에 살포 중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정부에 따라 정책이 오간다는 지적은 있다. 하지만 강화·대성동 마을 주민의 피해나 파주·연천 등 전단 살포 지역 주민의 불안을 안다면 그런 소리 못한다. 오죽했으면 지역민들이 전단 살포를 막으려고 직접 나서기까지 했겠나. 차제에 지자체의 단속도 보다 적극적으로 변해야 할 것이다. 항공안전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등 제재 수단은 많다. 접경지역민에게는 생존권이 달려 있다.
긴 혼돈 끝에 새 정부가 닻을 올렸다. 국민들이 거는 희망과 기대도 크다. 인천 지역사회도 그렇다. 여러 규제와 난관에 멈춰 있는 현안들이 많다. 이제라도 좀 풀렸으면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인천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으뜸이다. 바이오 산업 육성과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인천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이런 인천 현안들을 공약에 포함했다. 그중 영종 바이오특화단지 국가산단 조성이 있다. 인천은 바이오 산업을 핵심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실질적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도 영종도 제3유보지 일대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를 통해 지정했다. 그러나 이 특화단지도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지정이 있어야 날개를 펼 수 있다. 국가산단이 아니면 바이오 기업들에만 혜택이 주어진다. 금융 지원이나 세제 혜택 등이다. 콜드 체인이나 바이오용 반도체 등 연관 산업은 유치할 메리트가 없다. 이러면 반쪽짜리 바이오 특화단지에 머물게 된다. 특히 강화남단 인천경제자유구역(IFEZ) 지정은 인천의 미래 먹거리 확장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규제에 막혀 있다. 강화남단 일대 전체 면적의 84%는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으로 묶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절대농지인 만큼 농업 활동 면적을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하려면 대체 농지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입주기업 수요 확보 요건도 문턱이 너무 높다. 중앙정부의 전향적 규제 완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산업부는 산업용지 대비 175% 이상의 입주기업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정도 전에 단기간에 이 정도 수준의 기업 유치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지정을 하고 단계적으로 입주기업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만사형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의 핵심 미래 먹거리는 첨단산업 국가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특히 강화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큰 틀에서 봐야 한다. 때마침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내주 산업부에 강화남단 인천경제자유구역 신규 지정을 신청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첨단산업 도시, 역사·문화·자연의 K-문화도시, 친환경 정주형 미래도시가 개발 콘셉트다. 지방마다 경제특구가 있지만 기업이 넘쳐나는 곳은 인천뿐이다. 참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낸다. 경제특구는 가로막을 것이 아니라 조장해야 할 일이다.
비좁은 울타리 안에서 돼지나 닭 등을 기른다. 가축 동물권이나 동물 복지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가축들은 면역력 저하로 고통을 겪는다. 집약적 축산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경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소가 죽는다. 관객들은 이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투우나 로데오 경기가 그렇다. 오락을 위해 동물을 이용한다. 단지 겉치장하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벗겨 낸다. 가죽 생산 과정이다. 쓰임새는 신발, 옷, 가방, 벨트, 패션 액세서리, 자동차, 실내장식 등 다양하다. 동물학계는 이를 종차별주의(Speciesism)로 규정한다. 그러면서 인류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고 지적한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특히 대표적인 동물권리 운동가인 디네시 와디웰 시드니대 교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폭력을 고발한다. 그는 생물의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이 다른 종의 생물을 단지 식량으로 활용한다는 이유로 멸종에 가까운 살육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믿어온 수천년의 지적 전통과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에 대한 착취와 살육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생태계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 건 동물을 지배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우발적인 역사·생물학적 조건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힘이 곧 권리는 아니다. 하지만 인간 주권 논리가 동물은 물론이고 인간에게도 폭력적 지배의 정당화 도구로 작동해 왔다. 동물을 상품화하고 노동력으로 전유하며 소비하는 구조가 노동자와 소외된 인간 집단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진다. 인간 주권의 허상에서 벗어나야 인간과 동물이 함께 기나긴 전쟁의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취임 첫 날인 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이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다. 대법관을 30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법원조직법상 정원은 14명이다. 법 시행에는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그 후 매년 4명씩 4년간 16명을 늘리는 안이다. 박범계 소위원장이 법안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관 1명이 3천건을 처리한다. 충원이 합리적이다.” 재판 업무 과중이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개정 목적을 그렇게만 보는 국민은 없다. 취임 5일째인 8일 오전. 서영교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 경제가 살아나는 마중물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을 빨리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파생될 경제 효과를 수치로 설명했다. “경제성장률이 1% 정도는 성장할 것이다.” 물론 통계가 나온 구체적 근거는 생략됐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그다. ‘명심’(이재명 지지) 확보가 절박했을 것이다. 대통령 뜻을 대변한다고 한 것 아니겠나. 취임 6일째인 9일 오전. 대통령이 비상경제점검 TF 회의를 주재했다. 지시의 방점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하나는 서민 물가 안정, 다른 하나는 신속한 추경 편성. 고물가를 상징하는 질문을 던졌다. “최근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그러더라. 라면 한 개에 2천원도 한다는 데 진짜냐.” 윤석열 정부 1차 추경에 이은 2차 추경 편성도 지시했다. ‘1인당 25만원 지급’이 포함될지가 관심사다. 대통령의 직접 언급은 없었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규모 방식을 심도 있게 논의하겠다.’ 이게 대통령 취임 첫 주다. 물론 보기 좋은 모습도 있었다. 낙선자인 김문수 후보에게 전화를 했고, 야당 비대위원장 등과 비빔밥 회동도 했다. 치열한 경쟁의 푸근한 마무리다. 비상 명령권을 발동해 경제TF를 출범시켰다. 경제 회복을 향한 의지 표현이다. 총리·국정원장·국가안보실장을 지명하고 임명했다. 국정 공백을 채워가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그 일주일에서 위의 세 모습만 본 국민도 있을 거다. 내게는 유독 선명한 이유가 있다. 보편적 복지를 반대한다, 나는. 2009년 무상급식 취재부터 쭉 그랬다. ‘재벌 집’에 도시락 주면 안 된다고 봤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의 기세는 거대했다. 없어지기는커녕 모든 선거를 삼켰다. 유권자는 보편적 복지를 예외 없이 찍었다. 언제부턴가 진보·보수 차이도 없어졌다. 그래도 ‘보편적 복지 반대’를 끌어안고 있다. ‘현금 퍼주기=미래 세대 빚’이라는 등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표 청년 배당·기본소득에도 그래서 늘 이견을 달았다. 대선에서 잠깐 놀랐다. 이재명 10대 공약에서 기본소득이 빠졌다. ‘높이 평가할 일’이라고 썼다(경기일보 5월13일자 사설). 우클릭이더라도 의미 있어 보였다. 당선 뒤에 현금 복지 축소를 권해볼까도 했다. 이런 기대가 첫 주에 사라졌다. -당내에서 알아서 운을 떼줬다. ‘재난지원금과 지역화폐를 주자’(취임 5일). 같은 민주당의 ‘사법 방탄’과 뒤섞였다. ‘대법관을 왕창 늘리는 법안 강행’(취임 당일). 대통령실도 ‘심도 있는 논의’로 받았다(취임 6일). 그냥 현금 복지로 갈 것 같다. 현금 복지가 불편한 건 대가성 때문이다. 선거 때 뿌리면 표를 받았다. 위기 때 뿌리면 지지율을 받았다. 지금까지 보편적 복지는 그랬다. 그래서 무서운 게 통치권자의 현금 복지다. 임기 내 지방선거도 있고 총선도 있다. 고전할 때도 있고 욕 들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현금 복지를 꺼낼수도 있다. 통치권자는 그럴 수 있는 자리다. 그 현금이 부채가 되고, 물가 올리고, 미래 세대 빚이 되더라도.... 현금 복지를 통한 위기 돌파는 있어선 안 될 통치 패턴이다. 이 패턴의 일단이 첫 주에 얼비쳤다. 그 속에 ‘임기 5년’이 투영됐다. 토론 중 A가 내게 물었다. “그러면 국가는 아무것도 안 해야 옳은가.”, “공화주의는 왜 있나.” 내가 해준 답은 이거다. -경제의 한계가 복지의 한계다. 그 선을 넘는 영역은 빚으로 전환된다. 지금의 빚은 미래 세대의 짐이다. 재난소득 축제가 부채로 바뀐 경기도가 증명이다. 매년 3천억원씩 갚아가고 있다.- 이런 걱정이 더 커진 일주일이었다. 主筆 김종구
가족, 건강, 성공, 사랑, 자유, 행복, 평화 등은 인간의 삶에서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이다. 현대인들은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됐음에도 내면의 공허함과 불안을 호소한다. 그로 인해 ‘내면의 힘’이라는 개념이 점차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마음 근력’이나 ‘멘털 트레이닝’ 같은 표현이 유행처럼 번지고 동시에 정신병리 기반 콘텐츠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안정적 애착 관계가 형성이 안 된 사람은 피하라’, ‘감정 기복은 어릴 적 부모의 정서적 방치가 원인이다’, ‘이상 행동은 과거 성장 과정에서의 결핍이 원인이다’라는 식의 단편적 해석들은 인간의 복잡한 정신 구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진단하듯 분류해 주변인들을 낙인찍는다. 내면의 힘을 기르는 과정은 누군가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관계 안에서 나와 타인을 조화롭게 이해하고 보다 유연하고 효율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 결과적으로 자신의 태도와 선택을 성숙하게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내적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내면의 힘은 일터와 가정에서 다양한 상황을 끊임없이 판단하고 결정하며 책임을 감당하는 그 모든 삶의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에 대한 태도, 즉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스스로 감당해 온 수많은 수고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내면의 기준점이다. 그 수고는 오늘도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수고의 시간을 통해 자신과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있고 크고 작은 도전을 통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변화해 간다.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나 ‘돼가는 존재’이지 결코 ‘결정된 존재’로 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끝나야 끝난 것이다’라는 말은 그 가치를 어떤 시점에서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외모가 모두 다르듯 내면 또한 각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고유한 결을 지닌다. 그 결은 자신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 타인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며 살아 왔는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나온 모든 시간이 쌓여 지금의 내가 됐고 앞으로의 시간 역시 나는 ‘돼가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다. 조용히 마음에 질문 하나를 품어본다. “남은 삶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살아가기를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