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개인적 의견은요....” 흔한 표현인데 볼수록 이상하다. 분명히 ‘저’라고 밝히는 뒤에 ‘개인적’을 사족처럼 붙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적’의 상대 개념으로 ‘저의 공적(집단적?) 의견’도 가능한지 새겨보면 어색한 표현임이 확연하다. 그런데 많이 쓰이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게다. 그와 비슷이 마주치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요...”의 남용처럼. 사실 ‘저’라는 화자(話者)를 밝히면 굳이 ‘개인적’을 넣을 필요가 없다. 앞의 예에서 ‘개인적’을 빼고 ‘저의 의견’이나 ‘제가 좋아하는’으로 쓰면 뜻은 물론이고 전달도 명료한 문장이 된다. 그런 문법구조를 인지하는 글에서는 ‘개인적’의 오남용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일상 대화에서는 ‘개인적’을 조금 겸손히 앞에 두는 표현들을 자주 만난다. 관용적 표현도 아닌 ‘개인적’을 남용하는 것은 우리네 문화와 무관치 않은 말하기 같다. 집단주의 사고방식이나 객관식 위주의 정답 찾기의 귀결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피력할 기회가 적었던 교육환경의 탓이 크겠지만.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 생각 혹은 모범답안과 상관없이 내놓기를 조심하는 분위기. 여기에는 일찍부터 자기 의견을 조리 있게 펴거나 논박하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환경이 깔려 있다. 과묵을 미덕으로 여겨온 전통과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말하기 교육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보통의 가정이며 학교가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듯하다. 대학에 관련 과목인 ‘발표와 토론’ 등이 있지만 많은 학생이 상황에 맞춤한 말하기 능력을 키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사정이 ‘글쓰기’보다 어려운 ‘말하기’ 교육 현장의 실정으로 보인다. 그런 환경에서 논리력이나 설득력 등을 잘 갖춘 언변을 기르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말 잘하기로 소문난 대선 후보들 토론에서도 우리네 말하기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지 않던가. 특히 윗사람 의견에 대놓고 반박하기를 거의 금기시해온 데다 아랫사람이 숙여야 한다는 문화적 인자며 정서도 갖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강자나 윗사람의 ‘갑(甲)질’로 떠들썩할 때 옥스퍼드사전에 ‘갑질(gapjil)’이 올랐던 기억도 있다. 요즘은 ‘을(乙)질’의 등장으로 약자나 아랫사람의 ‘을질’을 겁내는 세상이 됐지만 말이다. ‘저’를 밝힌 뒤의 ‘개인적’은 군말이다. 거기에 여러 생각이 불려 나온 것은 말에 반영된 사회상 때문이다. 그 말을 굳이 쓰는 정황들을 되짚어보니 상대 존중이나 자기 드러내기에 대한 조심도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의 취향이나 의견의 피력이라면 당연히 집단 및 공적인 것과 다르련만 자신을 조금 낮추듯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느낌이다. 개인주의며 이기주의의 심화를 걱정하는 중에도 여전히 개인의 성향이나 견해 등의 명시는 신경이 쓰이는 것일까. 아니면 잘난 척으로 튀지 않을 표현을 찾다 ‘개인적’을 앞세우는 언어 습관에 편승하는 것일까. MZ세대는 취향이 분명하고 말하기도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 중에도 자기 생각에 ‘개인적’을 얹는 말하기가 자주 나타난다. ‘개인적’을 쓸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상하게 굳은 허례요 상투(常套)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대통령선거는 이재명 정부를 남겼다. 경기도 정치에는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다음 선거는 2026년 지방선거다. 도지사, 시장·군수와 도·시의원을 뽑는다. 시민의 관심은 31개 시·군의 단체장선거다. 1년을 앞두고 실시된 21대 대통령선거였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경기도 전역에서 크게 졌다. 표 차이가 131만여표다. 전국 표 차이는 289만여표다. 전국 차이의 절반이 경기도에서 난 셈이다. 31개 시·군 중 26곳이나 졌다. 이 표심이 유지된다면 경기도 국민의힘의 1년 뒤도 절망적이다. 승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괜한 소리다 싶으면 실상을 더 들여다보자. 지난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윤석열)이 승리했다. 그때도 경기도에서는 민주당(이재명)이 이겼다. 5%포인트 이상의 일방적 차이가 났다. 그게 이번에는 14.2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지역별 분포도 완전히 기울었다. 그때는 양평·가평·연천 3개 군과 여주·과천·용인·포천·이천 5개 시가 국민의힘이었다. 이 중에 용인·포천·이천이 민주당으로 변했다. 단순 대입해 보면 5~6개 지역만 남는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그랬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53석을 석권했다. 국민의힘은 6석을 건지는데 그쳤다. 1석은 개혁신당이었다. 최근에 유일하게 국민의힘이 이겼던 선거는 2024년 지방선거다. 31명의 시장 군수 가운데 21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민주당은 10명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치러진 선거였다. 속칭 ‘권력 허니문’ 효과를 봤다. 내년에는 이게 민주당 쪽일 수 있다. 어느 하나 유리한 조건이 없다. 그래도 말하는 희망은 있다. ‘교차 선택’ 심리다. 표심은 중앙과 지방을 견제 관계로 본다. 현재 경기도는 중앙권력과 국회권력이 모두 민주당이다. 지방권력을 배려해 줄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다. 내년 6월이면 이재명 정부 1년이다. ‘권력 허니문’이 희박해질 수도 있다. 권력 견제가 작동할 수도 있다. 새 정부 신선함도 가실 수 있다.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교차 선택’ 기대다. 이 기대도 받아들일 조건이 선결돼야 한다. 그게 뭘까.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당 쇄신이다. 천막 당사나 당명 변경을 넘는 내용의 변화여야 한다. 이런 수준의 개혁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윤·비윤이 싸우고 친한·반한이 대립할 텐데. 건설적 쇄신이 아니라 당권 쟁탈전으로 흐를 텐데. 그 싸움에서 하루가 초조할 건 시장 군수다. 패배의 날을 넋 놓고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결국 시장 군수들이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중앙당을 향해 목청을 높여야 할 것 같다. 이 말고는 수가 없다. 경기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있다. 그들이 말하는 ‘내년 선거’의 조건은 똑같다. ‘당을 해체 수준으로 바꿔라.’
민방위 대피소는 전쟁, 지진, 화재 등 재난 발생 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관리하는 시설이다. 정부, 지자체 및 공공단체 소유의 지하시설이 1차 지정 대상이다. 또 민간 시설 중에서 대피 기능을 갖추고 방송 청취가 가능한 지하층도 지정 가능하다. 인천시도 각 군·구와 함께 민방위 대피소 773곳을 지정·운영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지정만 해 놓았을 뿐 비상용품은 전무한 상태라고 한다. 경기일보 지면(5월26일자 7면)에 비친 인천 민방위 대피소의 실상을 보자. 인천 서구 가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공공용 민방위 대피소다. 재난 발생 시 많은 주민들이 한동안 몸을 피해 있을 곳이지만 비상용품은 아무것도 없다. 구석진 곳에 놓인 소화기 2개가 전부다.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소화기를 제외하면 비상시 대비 물품이 하나도 없다. 인천시도 최근 민방위 대피시설 전수조사를 했다. 전체 773곳 중 657곳은 공공용 대피시설이다.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상가 등에 지정한 대피소다. 이들 대피소 모두 비상용품이 전혀 갖춰 있지 않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하 등에 지정된 정부지원 대피시설은 이와 달랐다. 방독면과 응급의약품, 식수 등 생존 필수물자가 일부라도 갖춰져 있다. 원인은 비상용품 구비가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방위기본법은 대피소의 비상용품 구비에 대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같이 권고사항이지만 그러나 서울시는 다르다고 한다. 서울도 전체 2천900곳 대피소 중 2천600곳이 민간시설 지정의 공공용 대피시설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특별교부금을 활용, 이들 대피소에도 빠짐없이 생존 필수물자를 비치했다. 방독면, 식수, 응급키트 등이다. 또 비상시 식수까지 비치,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는 예산과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민방위 대피시설 관련 예산 대부분을 서해 5도 등 접경 지역에 사용, 비접경 지역까지 지원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민간 시설 지정 대피소는 대부분 상시 개방·사용 중인 지하공간이어서 관리가 어렵다고 한다. 비상용품을 비치해도 분실·훼손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재난은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발생했다 하면 시민들이 한동안 대피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 대피소에는 최소한 2주 이상 버틸 수 있는 식수를 비롯, 생존 필수물자를 갖추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산이나 관리 어려움 등이 있더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그 무엇보다 위중한 시민안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6·3 대선으로 제21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불거진 국가 분열과 경제·안보 불안정성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산적한 현안만큼 새 지도자의 목표도 뚜렷하기 때문에 국정의 나아갈 방향 역시 분명해 보인다. 통합과 민생경제 회복,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빼어난 리더십으로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지도자들을 돌아볼 때다. 그들은 무엇을 했으며 어떤 식으로 행동했을까. 세종대왕, 에이브러햄 링컨,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 주니어, 이순신, 마하트마 간디, 앙겔라 메르켈, 그리고 얼마 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우리에겐 감명을 주는 지도자로 익숙하다. 이들은 저마다 공익적 역할을 한 점과 남다른 자질 때문에 현 시대에 울림을 준다. 이들 지도자는 비전을 제시해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면서 혁신을 추구했으며 윤리적인 면에서 인종차별을 없애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펼쳤다. 또 남다른 결단력으로 외세 침입을 막거나 무거운 책임감으로 민주주의 기반을 확립했다. 위기 대응에서 빛을 발하거나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디지털 역량 등도 더해져야 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샘 올트먼이 21세기 지도자 모델로 거론되는 만큼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라봐야 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대한민국이 근래 가장 어두운 지점을 지났다면 이제는 밝은 빛으로 온 국민을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혼란스러운 이 땅에서 우리가 믿고 힘을 실어줄 지도자, 진정한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
길을 걷다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태극기를 쉽게 볼 수 있고 휴가 나온 군인들의 군복에도 태극기가 부착돼 있다. 그만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들 일상에 스며들었다고 본다. 매일매일이 호국보훈의 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듯하다. 그중에서 특별히 6월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내면 좋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서울현충원을 비롯해 6개의 호국원 등 전국에 12개의 국립묘지를 조성했으며 순국선열과 국가유공자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기념하고 있다. 특히 국립이천호국원은 수도권에 소재한 호국원으로 접근성이 좋아 안장과 이장을 희망하는 유가족의 선호도가 높은 국립묘지라 할 수 있다. 2008년 5월 개원한 국립이천호국원은 9년 만인 2017년 4월 유공자 5만기가 모두 안장됐다. 국립이천호국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에 대한 예우를 다하기 위해 안장할 수 있는 봉안시설 5만기를 추가로 확보해 올해 유공자 안장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시설 확충이 완료되면 6개의 호국원 중 안장 능력이 큰 10만기 규모로 확대돼 국립묘지 안장을 희망하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안장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참전유공자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안장 수요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국립이천호국원의 국가유공자 안장 재개는 그분들의 충의와 위훈정신을 기리기 위한 국가의 막중한 책무라 할 수 있다. 또 2025년 2월28일부터 경찰·소방공무원으로 30년 이상 장기 재직하고 정년퇴직한 사람이 사망하면 국립호국원에 안장될 수 있도록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됐다. 이는 오랜 기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헌신한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국민의 존중을 받는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새롭게 조성되는 국립이천호국원 봉안시설에는 유가족을 위한 편의시설은 물론이고 방문객 누구나 편안한 쉼과 추모의 마음을 지닐 수 있는 휴식 공간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할 것이다. 이천호국원 주변에는 태극기 물결과 호국테마둘레길을, 실내 봉안당 앞에는 무궁화동산을 조성하는 등 호국 추모의 성지로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최신 트렌드에 부합한 실감형 콘텐츠를 도입한 전시·문화 공간을 조성해 문화가 함께하는 ‘열린 호국테마공원’으로 거듭나게 할 계획이다. 호국원 최초로 새로운 콘텐츠 기법을 도입해 노후한 기존의 현충관 전시시설을 리모델링 함으로써 유가족뿐만 아니라 청소년, 일반 국민이 찾아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출 것이다. 국립묘지가 엄숙하고 경건한 장소일 뿐만 아니라 나라사랑 정신을 배우고 함양하는 상징성 있는 교육 공간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로써 수도권 국립묘지의 품격을 제고하고 추모·문화·휴식의 상징시설로 탈바꿈할 것으로 본다. 우리가 안전한 일상을 영위하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의 용기와 열정 덕분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분들의 공헌이 우리와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이 되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보훈을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본다. 국립이천호국원이 10만기 안장이 가능한 호국 추모의 성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국가보훈부와 지역 국회의원, 시장, 유가족, 지역주민의 관심과 협조로 이뤄질 수 있었다. 확충되는 봉안시설에 국가유공자 안장을 재개하고 전시시설 리모델링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유공자를 예우하고 국민 누구나 찾아가고 싶은 국립이천호국원을 만들어 갈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우리가 일상을 지내며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을 꼽으라면 단연코 ‘말’일 것이다. 특히 요즘 시대는 말이 더욱 많아지고, 말로 인해 수많은 문제와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치러진 선거에서도 수많은 말이 오갔고,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말과 그로 인한 이슈가 생겨나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말은 가장 빠르고 무엇보다 가볍게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빠름과 가벼움과는 달리 말이 지닌 힘은 어떤 행동보다 무겁고 무섭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을 조심시키고 말을 무겁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는 불교도 마찬가지다. 불교에는 중생이 살아가며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을 계율로 정하고 있다. 계율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공통되게 들어있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이를 ‘성계(性戒)’라 부른다. 성계의 네가지는 ‘불살생, 불투도, 불음행, 불망어’로 이를 어기면 불교인으로서의 자격(성품)을 박탈당하거나 큰 업을 짓게 된다고 한다. 이 중 ‘불망어’가 바로 말과 관련된 것이다. 불망어는 ‘거짓말하지 말라’로 번역되지만 그 안에는 망어(妄語·거짓말), 기어(綺語·속이는 말), 양설(兩舌·두 말), 악구(惡口·욕설)의 네 가지가 전부 포함돼 있다. 그리고 계율 중 보살계에는 10계가 있는데 그중 4계가 앞의 말로 인한 것으로 돼 있을 정도로 말을 조심시키고 있다. 그리고 불교의 오래된 경전인 ‘숫타니파타’에서는 ‘사람은 태어날 때 입안에 도끼를 가지고 나온다. 어리석은 자는 나쁜 말을 함으로써 그 도끼로 자기 자신을 찍는다’고 설한다. 말은 부메랑과도 같아 일단 자신의 입을 떠나면 여러 사람을 거치지만 다시금 그 자리로 맹렬하게 되돌아와 다름 아닌 자신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명심보감에 나오는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라는 말도 같은 가르침이다. 우리는 이제 말로 만든 길목에 다시금 서게 됐다. 우리가 뽑은 이 나라의 대표가 우리에게 했던 공약(公約)이 어떻게 실천되고 실현될지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우리의 말을 다시금 해야 할 때다. 그저 지켜보고 남 일과 같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걸 이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없이 말한 약속이 공약(空約)이 아니라 모두와의 약속으로 실현되고,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의 무거움과 무서움을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우리가 사는 곳이고 우리가 국민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말을 함부로 하게 되면 구업(口業)을 짓게 되고 그 구업은 말과 같이 가장 빠르게 현세에 그 과보를 받게 된다는 무서운 말이 있다. 말의 무서움을 여실히 알고 무거운 말로 그 약속들이 실현되는 그런 오늘이 되도록 이제 우리가 그 말의 거울이 돼야 할 때다.
새 정부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경제안보 문제는 한미 관세 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2월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3월 자동차 관세 25%, 4월 상호관세 25%(7월8일까지 10%만 적용)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5월1~25일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 32%, 철강은 20.6% 급락했다. 이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협상이 하루빨리 타결돼야 한다. 현재 18개국과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미국이 우리나라와만 특별히 빨리 협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상호관세 인하 조치가 만료되는 시점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 신임 장관이 협상을 주도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새 정부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협상안을 마련해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대미 무역흑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합작투자,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했다. 그러나 25일 한미 ‘2+2 통상협의’ 및 산업부-미국 무역대표부(USTR) 간 장관급 협의 이후 환율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협상 의제에서 배제됐다. 통상교섭본부와 USTR의 기술협의에서는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가 다뤄지고 있다. 특히 제2차 기술협의에서 USTR은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에 담긴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신청 및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감자 재배 적합 판정 등과 같은 비관세 장벽의 해소를 요구했다. 국방비 증액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보다 정치적으로 덜 민감해 이런 요구들은 심각한 논란 없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상호관세와 철강·알루미늄 관세보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 완성차의 49.1%, 자동차부품의 36.5%가 미국으로 수출됐으며 전체 대미 무역흑자에서 자동차 비중이 60%를 넘었다. 지난달 8일 타결된 협상에서 영국은 완성차 10만대까지 관세율을 25%에서 10%로 인하하도록 미국을 설득했다. 2022년 이후 영국의 대미 완성차 수출이 10만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은 피해를 최소화했다. 우리나라도 영국과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에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면 대미 자동차 수출의 감소세가 둔화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타결을 선언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렇게 된다면 당분간 한미 관계는 순항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리 대통령을 비판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처럼 난처한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장관급 회담이 차선책으로 고려돼야 한다. 장기적으로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수 활성화다. 미국은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한국의 내수 비중이 49%로 미국의 68%에 비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내수 비중이 늘면 대외 충격이 완화돼 정책의 자율성이 확대된다. 이런 점에서 내수 진작은 미국과의 갈등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안보의 기반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급격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겪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세대 간 문화격차가 심한 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와 달리 베이비붐세대와 시니어 세대는 여가문화의 향유 성향도 매우 다르다. 중장년 이상의 세대는 주로 등산 등 건강관리를 위한 활동이나 TV 시청 등 대중매체 콘텐츠 소비로 여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미술관 관람은 어떨까.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특별활동으로 또는 가족과 함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MZ세대에게 미술관 방문은 낯설기만 한 문화활동이 아니다. 반면 베이비붐세대와 시니어 세대에게 미술관 방문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문화활동 중 하나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미술관을 한번도 방문해보지 않았던 세대이기 때문이다. 1986년 경기 과천에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미술관 시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1995년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를 통한 선출제도가 시행되면서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1990, 2000년대에 걸쳐 전국적으로 공공미술관 설립이 늘었다. 이러한 문화환경의 변화는 MZ세대가 어린 시절 미술관 방문 경험을 갖게 된 시기와 일치한다. 현재는 서울과 청주에 있는 4관의 국립미술관과 함께 각 지역에 총 80여곳의 공립미술관이 운영되고 있다. 사립미술관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등록미술관만 해도 2024년 기준 295곳에 이른다. 우리 주변에 미술관이 많아지면서 미술관은 관람객을 늘리고 이용자의 문화 향유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립미술관은 각급 기관, 기업체,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미술관 방문이 낯선 중장년층과 시니어 세대의 미술관 방문을 유도하고 주민이 자주 찾는 친근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아 ‘모두가 누리는 미술관’을 주제로 하는 기획전시 개최와 홍익대와의 협력사업으로 미술심리치료 및 상담을 통한 시민 심리정서 돌봄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립미술관이 운영하는 수원시립만석전시관은 노인의 문화예술 향유권을 확대하기 위해 수원시 광교노인복지관과 맘밭노인복지관 두 곳의 노인복지기관과 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미술관은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 정보 제공,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도모할 계획이다. 지난달 지역의 통장협의회 회원 30여명이 미술관을 방문해 문화자원봉사자인 도슨트의 전시해설을 들으며 작품과 작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도 문턱을 낮추고 시민과 호흡하는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지역을 대표하는 주민단체의 미술관 방문을 확대하려 한다.
돌아보자.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독단적인 선택이었다.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등을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의 즉각적인 반대에 부딪혔다. 국회가 무효를 의결했고 6시간 만에 끝났다. 2024년 12월14일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발의됐다. 이후 대한민국은 찬탄·반탄으로 쪼개졌다. 서로 미워하고, 비난하고, 혐오했다. 결론은 2025년 4월4일 파면으로 끝났다. 분열은 곧바로 대선으로 이어졌다. 옳고 그름에 대한 소신은 틈이 없었다. 계엄 적법성에 대한 토론도 허락되지 않았고, 탄핵 정당성에 대한 의견도 말하기 어려웠다. 주장이 다르면 무조건 적으로 간주됐다. 12·3 계엄 이후 6·3 대선까지 쭉 그랬다. 역대급으로 높아진 투표율의 씁쓸한 이면이다. 그 기나긴 분열의 시간이 끝난 것 같다. 투표가 만든 결론 앞에 모두가 고개를 숙여야 할 순간이다. 이제 12·3 계엄 이전의 대한민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 된 국가로 돌려야 한다. 당장 새 정부 앞의 현안은 트럼프발 무역 위기다. 보복·상호 관세로 세계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계엄-탄핵-대선’이 이 공세를 유예받은 감이 있다. 엊그제부터 미국이 청구서를 만지작거린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등장했다. 전투 여단의 영구 철수 가능성도 나온다. 한미 핵 억제 메커니즘의 약화도 우려된다. 트럼프의 긍극적인 목표는 경제 압박이다. 미군 주둔 분담금 인상과 무역 협상 고지 선점이다. 당당함과 지혜로움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복지 정책 검토도 주문한다. 기초연금 감액 폐지, 임플란트 건강보험 확대, 아동수당 대상 18세 연장, 청년 구직 지원금 증액 등 많은 복지 공약이 있었다. 복지의 한계는 경제력의 한계다.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1천175조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의 46.1%에 달한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공약이다. 규모에 맞는 재검토와 재설정이 필요하다. 공약 철회의 비난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필요하면 고민해야 한다. 선거 기간 가장 많이 흔들렸던 것이 정의다. 살폈듯이 대선의 시작이 계엄과 탄핵이었다. 법이 지배한 제 21대 대선이었다. 사법부 스스로 논란을 야기한 측면도 있었다. 이제는 모두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 개혁이 필요하겠지만 상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 상식은 국민이 보는 눈높이와 일치한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균형을 이루는 게 민주 국가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기본 뿌리다. 새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결단해야 한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재명 후보가 말했다. “당선된다면 경제 상황 점검이 첫 번째 지시가 될 것이다. 개혁보다 민생이 급하다.” 모든 구호 가운데 가장 절절히 와닿는 화두다. 높은 투표율에 투영된 국민의 기대도 이 화두와 정확히 맞닿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