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 기쁨과 눈물·고통과 빛을 연주하다

살아있는 피아노의 전설,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지난달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인천, 대전, 대구 등 국내 투어를 진행했다.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13번과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F장조,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다. 피아노 앞에서 70여년, 여전히 배움을 말하다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그 음악들을 사랑하고 배우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944년생, 올해로 80세가 된 피아니스트가 전국 투어에 앞서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클래식 음반 전문점 풍월당에서 진행된 팬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고 슈베르트, 쇼팽, 드뷔시 등 서정성이 짙은 음악을 자주 연주하는 것에 대해 “조금 더 끌리고 좋아하는 작곡가의 음악을 여전히 공부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리스본 출생으로 5세에 독주회를 열고 7세에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로 신동이었다. 이번 대담을 통해 첫 독주회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했노라 회상했다. 물리적인 세월만 따져 봐도 7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모차르트를, 피아노를 ‘공부’한 그녀는 현존하는 최고의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임이 분명하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피레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조금씩 달리했다. 9월 21일 아트센터인천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과 13번,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L.75’, ‘피아노를 위하여, L.95’를 연주했고 전날 서울 예술의전당에선 드뷔시 대신 쇼팽의 ‘녹턴’을 선택했다. 명쾌하고 건강한 터치, 맑고 투명한 피레스의 음색은 모차르트 음악에서 절정의 빛을 낸다. 20대에 녹음한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은 발매 당시 이미 ‘완성형’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런 그녀는 반세기 동안 자유로움과 깊이, 절제와 유연함을 더해 자신만의 모차르트를 숙성시켜 왔다. 인격이 묻어 나는 음색, 삶에 대한 겸손함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무채색의 단순한 옷과 낮은 신발을 신고 무대에 등장한 피레스는 첫 곡으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0번, C장조’를 연주했다. 피레스의 연주는 따뜻하고 섬세하지만 주저함이 없었다. 대체로 양손 한 성부씩 단선율로 구성된 작품의 각 음과 프레이즈마다 피레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었다. 앞선 대담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이 “기쁨과 눈물, 고통과 빛이 한 프레이즈에 있다”고 표현한 바 있는데 피레스는 자신의 연주를 통해 그것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그런 피레스조차 모차르트보다는 드뷔시를 연주할 때 한결 편안해 보였다.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공통적으로 “모차르트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는데 70여년을 모차르트에 천착해 온 피레스도 예외는 아닌 것일까. 신동이었던 그녀가 연주자를 넘어 피아노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동경과 지지의 대상이 된 데는 1999년 그녀가 평생 모은 재산을 투자해 고국에 설립한 ‘벨가이스 예술센터’와 2012년부터 벨기에에서 시작한 ‘파르티투라 프로젝트’의 의미와 역할 때문이다. 파르티투라 프로젝트는 크게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을 위한 합창단 운영과 경쟁 중심에 대안을 제시하는 워크숍을 들 수 있다. 음악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교육에 대한 피레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물질적인 표현보다 ‘영적인’ 것에 집중하는 그녀의 삶과도 직결된다. 피레스는 이번 내한을 통해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등 4개 도시에서 총 5회 공연을 가졌다. 잠시 대만에서 연주를 한 후 10월 2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를 협연한다.

이 가을, 가족과 함께 ‘어떤’ 특별한 공연 어때요?

어디론가 떠나기 좋은 가을날, 가족과 함께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공연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통무예 고수들의 생동감 넘치는 마상 무예 퍼포먼스부터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연극까지 다양하다. ■ 도심에서 만끽하는 마상무예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 정조가 창설한 친위군영인 ‘장용영’의 무예를 익혀온 전통무예 고수들이 화려한 마상 퍼포먼스를 펼친다. 수원시립공연단은 제24회 정기공연으로 마상무예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를 오는 19일 오후 3시 화성행궁 우화관 앞마당에서 선보인다. 마상무예 공연은 매년 창룡문 앞 잔디밭에서 시연됐지만 올해는 화성행궁 훼손 119년, 복원사업 착수 35년 만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화성행궁 우화관 앞마당에서 선보여 의미를 더한다. ‘선기대(善騎隊)’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창설한 친위군영인 ‘장용영’의 기병부대를 뜻한다. 이번 공연은 정조가 편찬한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지상무예 18기와 마상무예 6기를 온전하게 선보인다. 공연은 수원시립공연단과 무예검무를 선보이는 무예공연예술단 ‘지무단’이 협력해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예고했다. 또 전투마와 함께하는 다양한 마상무예를 직접 감상할 수 있다. 기존의 무예24기시범 상설공연과 차별화된 마상기창, 마상편곤, 마상쌍검, 마상월도의 격파 및 베기 훈련 등 역동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 편지에서 엿보는 독립운동과 사랑…‘우정만리’ 일제강점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문의 사랑과 결혼,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오브제를 풀어낸 연극. 1999년 부천에서 극단 열무로 창단한 이래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창작극 ‘우정만리’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4-2025 레파토리 시즌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우정만리’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 대한민국 100년을 헤쳐나간 우편집배원 3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공연은 총 3부작 중 1부 이야기를 다룬다. 초기의 우편 배달부인 벙거지꾼 ‘김계동’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대를 이어 체신국 관리자가 된 계동의 아들 수혁과 우편 집배원이 된 계동의 손녀 혜주의 시선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100여 년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낼 예정이다. 1876년 일본은 강화도조약을 근거로 부산, 인천, 원산 등의 항구를 개방하면서 개항지에 일본인 거류지를 만들었다. 1894년에는 우편국이 29개로 늘어났다. 한국을 강탈하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정보 전달 수단인 통신시설부터 장악한 것이다. 전화와 우편은 일본의 조선침략의 도구로 사용됐지만 연극은 침략의 도구를 독립운동의 매개로 사용했다는 상상을 통해 탄생됐다. 공연연출을 맡은 김예기 얘기씨어터컴퍼니 대표는 “독립운동에 적극적이었든 아니었든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영위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지역 연극인으로 또 지역에서 창단해 25년 연극한 극단이 국립극장에서 공동기획으로 연출을 하고 작품을 올리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 감동과 웃음 담은 가족 이야기...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용인문화재단은 2006년 초연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극단 골목길의 스테디셀러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11월 13일과 14일 양일간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 무대에 올린다.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한국전쟁 전후인 1950년대를 배경으로 모질고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을 바라보는 딸 경숙이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사랑하면서 대립하고, 이해하면서 갈등하는 애증의 감정을 극으로 표현했다. 공연을 이어오며 관객과 평단의 큰 호응을 얻어 2006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작품상, 희곡상, 여자연기상, 신인여자연기상),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희곡상) 등 주요 연극상을 수상했고 2009년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돼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고수희, 서동갑, 안소영, 이호열 등 극단 골목길 출신 배우가 총 출연한다.

국내 조각 흐름을 한 눈에…성남의 얼굴전 '리게더: REGATHER'

유리, 나무, 청동 등 다양한 재료로 저마다의 주제를 표현한 ‘조각전’으로 국내 조각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3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2024 성남의 얼굴전 ‘리게더: REGATHER’를 선보인다. ‘성남의 얼굴전’은 성남문화재단이 지난 2006년부터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성남의 다채로운 모습을 소개하기 위해 진행하는 대표 주제 기획전이다. 올해는 성남문화재단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조각’ 장르에 집중해 창작활동을 이어 온 신한철, 양태근 등 조각가 7명의 작품 34점을 내걸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신한철 작가의 ‘무한구체’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신 작가는 국내에서 가장 큰 조각인 전쟁기념관 6.25 상징조형물을 설치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스테인리스 스틸 구체들이 집적된 대형작품을 선보이는데, 이 구체들은 표면이 매끄럽고 거울처럼 관람객들을 비추며 주변 형상들을 투영한다. 거울효과를 가진 구체들이 연결돼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지는 무한한 공간은 광활한 우주적 공간을 떠올리게 하며, 이에 반영되는 ‘나’는 소우주라는 동양적인 우주관을 담고 있다. 특히 신 작가의 ‘무한구체’는 전시 공간마다 다른 형태로 설치되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의 형태가 유일무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시에선 독자적인 조형 세계로 한국 현대 조소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성묵 작가의 ‘메신저’ 시리즈도 볼 수 있다. 작가는 일상 속 밀접한 오브제인 의자의 형상에 다양한 재료를 덧대 삶의 새로운 소통 창구인 ‘메신저’의 역할을 부여했다. 작품은 프레임만 남겨진 채 기능적 용도가 배제된 의자를 통해 물질의 성질을 뛰어넘는 인식의 문제, 존재론적인 의미를 탐구하게 한다. 나무 합판을 겹겹이 쌓아 만든 유재홍 작가의 ‘The hole’은 나무의 질감을 극대화하고 작품 내형과 외형의 이질감을 교차해 드러낸다. 유 작가는 면밀한 계산으로 나무 합판을 약 1cm 간격으로 각각 다르게 재단해 켜켜이 붙인 끝에 천의 주름과 같은 형태를 구현했다. 이와 함께 선보이는 이 작가의 또 다른 작품 ‘1 week’는 톱밥과 접착제를 섞어 가공한 목재 합판인 ‘MDF’를 서류 봉투의 형태로 재현한 작품이다. 이 작가는 나무와 봉투라는 재료의 대조되는 속성에서 드러나는 공간의 생산과 확장에 대한 결과를 제시했다. 이 밖에 전시에선 물질과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으로 자연, 환경 등 인간을 이루게 하는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양태근 작가의 ‘교감’, 체리를 생동감 있는 색감과 과장된 크기로 표현해 강한 생기를 나타낸 윤덕수 작가의 ‘체리’를 만날 수 있다. 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긴 시간 직접 연마하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통해 인체를 떠오르게 하는 유기적 형상을 선보인 이윤복 작가의 ‘BODY’, 빛과 그늘의 경계·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탐구해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하는 이후창 작가의 ‘빛의 촉감’ 등을 볼 수 있다.

‘영웅’이야기 대결 펼쳐진다…토요예술책방 ‘트로트 대(對) 클래식’

인천 한중문화회관에서 ‘임영웅’과 ‘황영웅’의 ‘영웅’ 이야기 대결이 펼쳐진다. 1일 인천 중구와 한국레저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오는 5일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4층 공연장에서 토요예술책방 ‘트로트 대(對) 클래식’이 열린다. 이번 행사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감성 장인 임영웅의 힘’ 저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전문기자와 ‘기다린 날이 왔어요!-엄마들이 눈물로 지켜낸 가수 황영웅 이야기’를 쓴 조갑제 조갑제 닷컴 대표가 각각 자신의 책에 대한 강연을 한다. 서 기자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가수 임영웅의 매력을 담담하면서 세밀히 분석해 들려주고, 조 대표는 상해죄 논란으로 힘들어하는 ‘황영웅 구하기’에 나선다. 이 밖에 인천중구오케스트라 성악팀은 오프닝 콘서트로 황영웅의 ‘함께해요’와 임영웅의 ‘히어로’를 성악 창법으로 선보인다. 이름하여 ‘영웅을 노래하다’ 이다. 토요예술책방 참가비는 무료며,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로 전화하거나 개항도시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토요예술책방을 통해 인천의 원도심에 품격을 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천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과 함께하는 박물관 전시 눈길…하남역사박물관, 반려동물 특별기획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익숙해진 오늘, 하남역사박물관이 동물과 함께 실제 유물을 관람할 수 있는 특별기획전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막한 특별기획전 ‘Always With Us; 아깽이와 댕댕이 그리고 집사’이다. 오는 12월8일까지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물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동물을 주제로 기획했다. 지난 상반기 특별전 ‘Botanical Prism; 식물, 사람의 마음을 비추다’에 이은 두 번째 전시다. 박물관은 특히 지역민들과 전시를 함께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하남시민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사진 공모전을 진행, 총 109명의 사진과 가족의 일상을 받았다. 공모전으로 수집한 많은 자료는 전시는 물론, 도록에도 내용을 담았다. 전시는 인류가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함께한 동물과의 관계를 새롭고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본다.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동물과 인간의 관계 변화를 세 가지 시선으로 탐구해 기존의 일반적인 전시와는 다른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류가 현재에 도달하기까지 동물과 함께 걸어온 문화를 ‘경쟁’, ‘소유’, ‘반려’로 구분해 살펴본다. 첫 번째 ‘반려’는 현대의 인간과 동물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조명했다. 각각 ‘나의 집사’, ‘우주의 비밀’, ‘종을 넘어서’라는 소주제를 설정, 인간을 집사로 인식하는 동물, 둘이 함께 서사를 만들어가는 모습, 서로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변화 양상을 담았다. 두 번째 ‘경쟁’은 ‘약한 먹잇감’, ‘변화하는 생태계’, ‘새로운 먹이사슬’을 통해 고대 인간과 동물의 경쟁적 관계를 다뤘다. 세 번째 ‘소유’는 인간이 동물을 가축화하고 지배하는 과정을 동물, 인간, 신이라는 세 가지 시선으로 ‘길들인다는 것’, ‘수확의 최대치’, ‘끝없는 탐욕’ 등으로 구분해 관람객을 맞는다. 하남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인류의 역사에서 늘 함께한 동물과의 관계 변화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소유와 지배를 넘어 상호의존적 관계까지의 시기별 인식체계 변화를 통해 오늘날 동물이 가지는 의미를 숙고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상 보호구역에 관한 저마다의 시선…홍성일 ‘어떤 보호구역’ 사진전

‘네모’로 이뤄진 가상의 보호구역이 있다. 눈에 띄지 않는, 쓸모없다고 터부시되는 것들은 이 보호구역 안에 들어감으로써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저마다의 관점으로 해석된다. 수원의 원로 사진작가 홍성일이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수원시가족여성회관 갤러리에서 ‘어떤 보호구역’ 사진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선 가상공간을 두고 편견의 벽을 허무는 홍 작가의 작품 30점이 관람객을 만난다. 40년간 자연 경관을 담아온 홍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연에 있는 사물에 가상의 보호구역을 설정한 신작 ‘어떤 보호구역’ 시리즈를 펼쳐 보인다. 눈에 띄지 않고 쓸모없는 듯 보이는 피사체에 보호구역을 설정함으로써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는 시리즈다. 작가는 흰 끈을 가지고 다니며 많은 이들의 관심 밖에 있는 사물을 네모로 둘렀다. 이는 작가가 설정한 일종의 보호구역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자연 속 인위적인 물체나 역할을 다하고 남겨진 사물에 보호구역을 설정했다. 작가는 보호구역 안에 있는 사물을 사회 속 약자에 빗대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을 돌아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작품 ‘#8’은 나무 판자에 달린 한 경첩 인근을 네모난 보호구역으로 설정했다. 작가는 눈에 띄지 않는 이 경첩이 판자와 판자를 연결해 결국 전체의 피사체를 완성하는 숨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들판에 있는 철근 조각에 보호구역을 설정한 ‘#17’ 역시 자연을 오히려 보호구역 밖으로 배치, 주객을 전도해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홍 작가는 “우리는 흔히 의심없이 포퓰리즘을 쫓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어도 깨뜨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때가 있다”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당연시하지 않고, 강자와 약자를 서로 다르게 배치해 사고의 틀을 깨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작품 ‘#22’엔 살아있는 녹색 풀과 낙엽이 한 프레임에 담겨 있지만, 낙엽이 보호구역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쓰임을 다하면 버려지는 것들을 낙엽에 빗대 노인 소외, 환경 문제 등을 돌아보게 했다. 이와 함께 홍 작가는 물 속의 작은 송사리를 보호구역 안에 둬 주변의 피라미 등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약자로 표현했다. 작품 ‘#30’은 수면에 비친 햇빛과 일렁이는 물결 등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이번 전시엔 하나의 화면을 4분할로 연출해 시각적·디자인적인 효과를 전달하는 대형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홍성일 사진작가는 “관람객들이 보호구역 밖의 대상을 주요 피사체로 바라볼 수도 있다. 작가는 화두를 던질 뿐 최종판단은 관람객에게 있는 것”이라며 “전시를 보는 이들이 편견을 허물고 사고의 틀을 넓히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애니’, 하남시민에 깜짝 선물…26일 공개 드레스 리허설 선봬

5년 만에 국내 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애니’ 공개 드레스 리허설이 하남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하남문화재단은 지난 26일 하남 시민들을 상대로 초청 애니 드레스 공개 리허설을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뮤지컬 애니는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욕을 배경으로 고아 소녀 애니가 부모를 다시 만날 희망을 품고 살아가던 중 억만장자 워벅스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이다. 해롤드 그레이의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지난 1977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48년 동안 전세계 32개국에서 공연되고 있는 글로벌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유명하다. 토니 어워드,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 15관왕을 차지하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뮤지컬 애니는 한국에서 1984년에 처음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9년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하남에서는 최종 연습공연인 공개 드레스리허설로 하남시민 650여명에게 선보였다. 하남문화재단 대표이사이자 뮤지컬 애니의 음악감독인 장소영 대표는 “이번 공개 드레스 리허설은 공연의 완성도를 높일 좋은 기회였다”며 “하남시민들, 특히 하남의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애니는 다음 달 1일부터 27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음악극으로 태어난 윤봉길 의사…김우태 신작 발표회 ‘시간이 나를 데리고 가듯이’

윤봉길 의사의 강인함 등을 주제로 한 음악극이 펼쳐진다. 오는 27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는 작곡가 김우태의 신작을 선보이는 음악회 ‘시간이 나를 데리고 가듯이’가 열린다. 이번 공연에선 부산의 수려한 경관 등을 소재로 한 10곡과 윤봉길 의사의 강직하고 굽힘이 없는 사랑을 주제로 한 7곡 등 김우태 작곡가의 신작 총 17곡을 펼쳐 보인다. 특히 윤봉길 의사를 소재로 한 7곡은 노래, 무용, 연극이 조화를 이룬 ‘음악극’ 형태로 선보인다. 공연에서는 ‘만남, ‘오월의 사람’, ‘대포 한 잔 합시다’ 등 김 작곡가의 오랜 지인인 심현식, 정선기 등 시인이 작사를 한 곡들이 공연된다. 이어 칸타타 ‘삼포칠대’ 중 오륜대, 태종대 이중창과 이기대 남성 사중창이 이어진다. 이는 오륜대, 해운대, 신선대 등 부산 7곳의 절경과 청사포, 다대포, 구포 등 부산의 3포구의 수려한 자연환경에 대한 노래다. 선조들의 지혜, 역사 등을 담았다. 음악극 ‘윤봉길 의사의 강의한 사랑한 사랑’에서는 윤봉길 의사의 삶을 기리는 ‘만천하의 동포여 힘을 기르자’, ‘어머니의 편지’, ‘강의한 사랑’ 등이 펼쳐진다. 김우태 작곡가는 “이번 공연은 오래 전 만들었던 곡을 한 데 모아 발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 삶을 반추하는 의미, 외국생활을 하며 나라를 그리워했던 마음들을 모아 창작곡으로 선보인다. 관객들이 이 같은 마음을 함께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무채색의 일상에 감성을 더하는 ‘제8회 아그모 유화展’ 29일까지

유화로 일상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제8회 아그모 유화展’이 2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개막했다. 아그모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로 2000년대 초반 수원지역 유화반에서 취미로 활동하던 이들이 모여 탄생했다. 40대부터 70대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인 9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크고 작은 전시를 열며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아그모 유화전엔 10명의 작가가 2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김혜경, 박성례, 박성아, 박은미, 방순복, 오은정, 양은운, 이정희, 임이화 등 아그모 회원들과 지도강사 이영래 수원미술협회 부회장이 참여했다. 전시에 걸린 작품들은 저마다의 일상과 행복, 설렘을 드러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사람, 또 꿈꿨던 이상, 상상으로 그려낸 설렘의 어떤 모형, 생동감 있게 표현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듯한 정물화까지. 다양한 작품은 저마다의 색감을 입고 보는 이에게도 무채색의 일상에 환한 채색을 입혀 주는 듯하다. “그림은 함께, 또 혼자여도 외롭지 않고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 이번 전시가 더욱 벅차고 기쁘다”라고 입을 모은 아그모 회원들의 소감이 가닿은 것처럼 작품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살아 숨 쉰다. 아그모는 앞으로도 꾸준히 전시를 열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방안도 찾을 예정이다. 지도강사인 이영래 수원미술협회 부회장은 “슬픔이 많았는데 미술활동을 하며 치유가 됐다는 분들,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분들이 많다. 이것이 예술이 가진 힘이자 우리가 꾸준히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는 이유”라며 “전시장에 오셔서 따뜻하고 행복한 감정을 가져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29일까지.

경기필, 10월17~18일 마스터즈 시리즈 IV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의 네 번째 여정으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자전적인 작품 ‘영웅의 생애’를 선보인다. 경기필은 다음달 17~1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김선욱 예술감독의 지휘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D장조 작품61,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 작품40을 연주한다. 독일의 작곡가들은 ‘영웅’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앞서 지난 3월 경기필이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3번이 ‘영웅의 세기’를 시작한 곡이라면 슈트라우스 교향시 ‘영웅의 생애’는 ‘영웅의 세기’에 마침표를 찍은 작품이다. ‘영웅의 생애’는 1부 ‘영웅’, 2부 ‘영웅의 적들’, 3부 ‘영웅의 반려자’, 4부 ‘전쟁터의 영웅’, 5부 ‘영웅의 업적’, 6부 ‘영웅의 고독과 성취’ 등 총 여섯 장면으로 구성됐다. 특히 각 목관악기의 수가 네 대씩 배치되는 4관 편성, 8대의 호른, 2대의 하프, 여러 타악기 등이 나오는 대편성 곡이다. 이번 공연은 빈 필하모닉의 악장인 라이너 호넥이 객원악장을 맡아 더욱 특별하다. ‘영웅의 생애’ 등은 협주곡만큼이나 악장의 독주가 중요한 곡으로, 라이너 호넥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슈트라우스 교향시의 악장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라이너 호넥은 30여 년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과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참여해 솔로 파트를 연주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1부에 연주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의 유일한 현악기 독주 협주곡이다. 베토벤이 1806년 완성한 곡으로 멘델스존과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시벨리우스로 이어지는 19세기 바이올린 협주곡 명곡 계보에서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는 걸작이다. 빈틈없는 구성에 교향악적인 웅장함과 조형미를 갖춰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가장 마지막에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힌다. 베토벤이 채워놓지 않은 1악장 카덴차 때문에 연주자의 음악성과 개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김선욱 예술감독은 “1부에 연주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협주곡 중 하나로 저에게는 바이블 같은 곡”이라며 “다만 바이올리니스트에게는 연주하기 어려운 곡인데 라이너 호넥이 어떻게 연주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슈트라우스의 작품은 기발하고 창조적인 발상으로 가득하지만 어느 음 하나 더하거나 뺄 수 없게 완벽하다”며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연주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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