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에 위치한 독립예술공간인 ‘아트포랩’이 지속가능한 미술을 위한 ‘RE: Materials’ 기획전시를 개최한다. 아트포랩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의 후원과 더불어 자체 기획 공모 ‘2024 공간공유 프로젝트 사각지대’를 통해 선정된 작가 1팀(손샛별, 류준열), 기획자 1팀(송윤지, 그린레시피랩)과 내달 4일까지 기획전시를 연다. 기획 공모 부문에 선정된 ‘RE:Materials’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그린레시피 랩’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송윤지 기획자와 김한비, 김현희, 정원, 한이경 작가가 함께 만드는 전시다. 이 전시는 기후 위기의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일종의 해답이다. 이번 전시에서 예술가들은 재료 및 매체 연구를 통해 버려진 부산물을 다시 미술 작업으로 끌어오며 미술 생산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편, 아트포랩은 안양시 평촌학원가에 위치한 지역 내의 독립예술공간이자 지역 작가들의 공유 작업실로, 시민 관람객들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연결하고 있다.
지나치기 쉬운 공간, 사물이 독특한 시선과 만나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오래된 가구 등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구조물로 탈바꿈하거나, 선박 간 신호 역할을 하는 ‘국제해군기류’에 미학적 고민을 담아 새로운 이미지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경기도미술관은 독창적인 창작 활동으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중진 작가를 조명하는 2024 경기작가집중조명 ‘김은숙, 민성홍’전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작가집중조명’은 경기문화재단이 중진 작가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진행하는 작가 지원 프로그램이다. 독창적인 창작 활동을 지속하면서 경기도의 지역성을 발현해 온 중진 작가의 작업 세계를 전시를 통해 밀도 있게 구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올해 세 번째를 맞이하는 ‘경기작가집중조명’에는 두 명의 설치 작가를 선정해 각각의 대표작, 신작, 작업과정 등을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김은숙 작가의 작품 ‘부정이 아닌 시치미, 긍정이 아닌 너스레’가 눈길을 끈다. 벽면에 달린 두 대의 낚싯대 끝에 달린 검정색 비닐봉지는 안에 있는 강아지 장난감을 통해 벽면 여기저기에 부딪힌다. ‘불확실성’을 키워드로 작업을 이어가던 김 작가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현대사회에 잠복한 재난과 위험의 징후를 은유적으로 상징화했다. 특히 작가는 떡밥으로 만든 금괴 형상을 작품 한가운데에 놓아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 김 작가는 ‘국제해군기류’를 통해 작업을 심화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 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제해군기류는 알파벳 26개에 해당하는 문자기다. 작가는 이를 통해 경구나 격언, 성경의 구절을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을 이어간다.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가운데 발견한 ‘신호’를 통해 인간의 가치와 삶을 탐구하고 시각적으로 구현해 가는 것이다. 이들 작품들은 평면의 이미지인 듯 보이지만, 작품을 배치한 형상이 영문 점자를 형상화한 ‘비트-윈’, 작품이 벽면에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제니 홀저의 11개의 경구들’ 등을 통해 설치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민성홍 작가는 도시 재개발로 인적이 사라진 곳에 남겨진 사물에 주목했다. 가구, 그림, 각종 생활용품을 작업실로 옮겨와 묵히고, 해체하고, 재조합해 구조와 설치를 만드는데, 마치 서로의 경험이 전이되듯 ‘중첩된 감성’, ‘다시락’, ‘드리프트’, ‘스킨_레이어’ 등 여러 연작을 완성했다. 특히 민 작가는 이 같은 오브제에 바퀴를 달아 죽은 듯 자리에 머무른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민 작가의 작업에서 ‘산수화’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한때 우후죽순 생산됐지만 더 이상 쓰이지 않고 남겨진 산수화들을 채집해 ‘비정형’적인 방식으로 표현의 범주를 확장했다. 낙하산에 산수화를 옮겨 놓거나 매트리스에 산수화를 프린트해 넣은 식이다. 민 작가는 최근 오브제에 바퀴를 달아 지상을 맴돌게 한 것과 달리 구조물을 공중에 매달기 시작했다. 작품 ‘순환하는 신체’는 순환하는 힘에 의해 스스로 움직이고 멈추고를 반복하는데, 작가는 이 과정을 연속하는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로 전시해 실제 구조물과 관람객 사이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은솔 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이 작품에 녹아있는 작가의 삶, 열정, 노력을 느끼길 바란다”며 “경기도에 있는 훌륭한 작가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9월22일까지.
‘청호산수(靑湖山水)’ 작업을 이어오는 김종해 작가의 열 여섯번째 개인전이 오는 18일 평택 프리퍼갤러리에서 개막한다. 김종해 작가는 고향 합천의 산천에서 경험한 자연의 특성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맑고 청아한 청색 계열의 산수화를 의미하는 ‘청호산수’를 작업의 주된 방향으로 삼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자신의 작업세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고자 아호를 ‘청호(靑湖)’로 삼은 것도 이 지점 중 하나다. 실제 작가의 작업에서 산수화는 풍경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과 조형성에 의해 재구성된다.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기본으로 탁본기법과 배채법, 석판화의 배틱기법, 마블링 기법, 화선지의 구김과 다림질 그리고 건조와 배접, 금분 아크릴을 활용한 색상의 다채로움이 특징이다. 이러한 다채로움을 통해 어디서 본 것 같지만 작가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청호산수’라는 새로운 세계를 화폭에 구현한다. 한국만의 서정적인 느낌을 담아내면서 금빛으로 투영된 작가만의 청호산수는 다음 달 13일까지 만날 수 있다.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형형색색의 머리카락에 커다랗고 촉촉한 깊은 눈을 가진 아이가 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렸다는 이 캐릭터는 작가의 자화상이자 분신이기도 하다. ‘아무리 힘든 삶에도 희망은 있다’를 작품으로 드러내며 감정을 이야기하는 스페인의 예술가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의 특별전, ‘이곳에 예술은 없다’가 지난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작품 ‘눈이 큰 아이’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카예하는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아이들과 검은 고양이 등 만화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감정을 다양한 표정으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카예하의 국내 첫 대형 단독 전시다. 카예하의 예술세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과 처음 선보이는 10여 점의 대형 페인팅, 피규어, 드로잉 등 신작까지 120여 점의 작품이 다양하게 전시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쪽 흰 벽면 가득 카예하가 전시 개막 전 남겨놓은 현장 드로잉과 마주할 수 있다. 단조롭고 지루한 전시장의 흰 벽을 대담한 장식과 디스플레이로 가득 채운 작업. 진지함과 유머를 균형 있게 맞추는 그의 세계관을 살짝 들여다보며 전시는 시작된다. 이어 벽면엔 ‘노 아트 히어(No Art Here)’란 팻말을 든 손이 툭 튀어나와 있다. ‘엉망진창’ 문구를 들어 올린 빨간 모자를 쓴 소년의 조형물과 그림을 그리다 잠시 멈춘 아이 등등. 어린이들의 다양한 행동과 상황, 표정을 묘사한 작품들은 곧바로 동심의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그림에는 아이의 다양한 표정이 눈길을 끈다. 빈둥거리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을 한 아이, 두꺼운 책들을 머리에 인 채 구석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 현실적인 작가의 표현법과 그만의 해학적인 해석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가식적이고 난해한 현대미술에 염증을 느끼고 만화 같은 그림을 선보이는 그는 작은 캔버스부터 조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했던 추억을 꺼낸다. 단순하게 보이는 캐릭터에는 행복과 반항, 슬픔과 위로, 공감과 분노 등 작가가, 혹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다. 또 만화적이지만 살아있는 듯 사실적인 눈빛에선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규칙과 반항 등 감정 사이를 오가는 순간의 찰나를 느낄 수 있다. 전시의 어린이들을 마주하다 보면 삶에 치이고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발견하며 견뎌내는 어른의 모습이 투영된다. 가슴에 ‘퍽(fuck)’이라는 욕설을 단 피규어는 때론 분노를 확실하게 표현해야 하는 인간의 본성을, 작품 ‘세잎 클로버를 가진 아이’는 세잎 클로버를 가지고도 행복해하는 아이를 통해 삶이 힘들어도 희망을 가지려는 작가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명이자 카예하의 초기 대규모 조각 설치 작품인 ‘No Art Here’(2019)는 건축과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고, 이성적인 논리를 무시한다. 작품은 그가 창조한 여러 인물들이 그의 작품세계에서 확실하게 자리잡도록 했다. ‘이곳에 예술은 없다’는 저항할 수 없는 자기비하적 유머가 가미된 문장으로, 그 문장 주위를 맴도는 작가의 태도가 그의 예술적 언어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 전시에선 2017년 홍콩 데뷔 당시 마지막으로 선보였던 소형 종이 초상화도 내걸렸다. 수채화와 목탄으로 완성된 이 작품들의 재등장은 카예하가 항상 추구했던 미지에 대한 탐구와 자신의 작업에서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이 깃들어 있다. 직관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카예하만의 예술세계는 10월 27일까지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상천외’한 ‘백조의 호수’가 한국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성남문화재단이 중국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오는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국내 초연으로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과 운명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에 서양의 고전 발레와 동양의 곡예 예술을 결합한 독창적인 공연으로 평가받는다. 시안 아크로바틱 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서커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백조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큰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배경을 동양의 장안으로 바꾸고 원작의 비극적인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줄거리에 변화를 줬다. 여기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안무는 발레와 체조, 곡예 기술을 결합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로맨틱 스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백조 공주와 군무단이 선보이는 우아한 발레 움직임과 함께 숨 막히는 스턴트와 매혹적인 시퀀스, 스펙터클한 무대예술과 기발한 의상이 흥미를 더할 예정이다. 또 발레와 다양한 동양 춤을 모티프로 한 군무와 함께 공연 내내 후프와 장대, 와이어 등을 활용한 아찔한 공중 곡예, 외발자전거, 트램펄린 묘기 등 100개 이상의 아크로바틱 기술이 끊임없이 펼쳐져 기존 정통 발레와는 색다른 재미가 예상된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백조들의 군무와 백조 공주와 왕자가 사랑을 약속하는 2인무 장면은 발레 원작에서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살리면서 아크로바틱 기술로 안무에 힘을 더한다”며 “특히 백조가 왕자의 머리 위에서 피루엣(한 발로 회전) 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3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가수 정은 등이 함께한 음악회를 통해 어르신들이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지난 14일 (사)한국환경문화사랑(이사장 정은) 주최로 파라밀 요양원에서 '2024년 초복맞이 나눔음악회'가 열렸다. 가수 정은이 MC를 맡았고, 가수 정준과 나윤이 등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음악회는 법성스님의 맑은 목소리로 시작돼 이후 김민주 '진또배기', 가율 '울엄니', 나윤이 '님그리워', 정준 '꿀맛사랑' 무대가 이어지며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특히 정은이 마지막으로 '여자의 일생'을 부르자 요양원 어르신들도 다 같이 합창을 하며 적극적으로 음악회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정은은 "아버님, 어머님이 너무나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만감이 교차하는 하루였다"며 "다함께 웃고 박수를 치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편, 정은은 2003년 1집 '목로주점'을 시작으로 2019년 10집 음반 '세월아 너만 가거라'를 발표하는 등 20년 이상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바르게살기운동본부 경기도 협의회를 비롯해 현 여성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22년간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백남준아트센터가 15일부터 21일까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92번째 생일을 기념해 ‘Happy Birthday, 백남준!’을 운영한다. ‘Happy Birthday, 백남준!’은 백남준의 생일인 오는 20일을 맞아 운영하는 행사로, 관람객을 위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벤트와 함께 국제학술심포지엄 ‘백남준의 선물 16’ ‘초-공간: 모든 것은 지금과 여기가 되려고 한다’를 개최한다. ‘백남준의 선물’은 지난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이후 꾸준히 열리는 연례 심포지엄 시리즈다. 백남준의 예술 세계뿐 아니라 오늘날 주목해야 할 미디어 아트 기반의 연구 주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학술 프로그램으로 알려졌다. 20일 개최하는 ‘초-공간: 모든 것은 지금과 여기가 되려고 한다’는 백남준이 40년 전 우주 오페라 위성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발의된 ‘초-공간’을 연구한 6명의 연구자와 논의하는 자리다. 레프 마노비치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예술과 모더니즘 예술이 공유하는 특성에 대해 발표한다. 기획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의 참여 작가 상희는 ‘원룸바벨’과 ‘Worlding…’을 중심으로 가상현실이라는 초공간이 갖는 정서를 공유한다. 이와 함께 신춘성 전남대 교수, 낸시 베이커 케이힐, 민경소 서울대 조형연구소 연구원 등이 발표자로 무대에 선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생일 주간에 백남준아트센터와 백남준아트센터 SNS 계정을 방문하는 관람객을 위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되는 퀴즈를 풀고 댓글을 남기는 관람객은 추첨을 통해 케이크,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또 19~21일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관람하고 SNS에 인증하면 뮤지엄숍에서 판매하는 소정의 기념품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삶에 정답과 오답이 있을까. 예술에서 정답은 과연 있는걸까. 이에 대한 고민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드러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벗이미술관이 오는 10월 31일까지 특별전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를 선보인다. 지난 12일 개막한 이번 전시엔 김경두, 김동현, 김재형, 김현우, 이규재, 서은정, 윤미애 등 7명의 국내 아웃사이더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전시에선 사회적 통념과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예술의 창작 과정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표현의 다양성을 드러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예술의 창작 과정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표현의 다양성을 통해 누구나 예술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음을 말한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적어낸 각기 다른 정답이다. 작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원초적인 행위를 통해 자신만의 정답을 써 내려간다. 각기 다른 정답을 통해 이들은 기존 미술제도의 영역에서 온전히 탈피해 순수한 창조성에 주목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창작 세계와 예술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가들이 연습장 속 빼곡히 채은 수 많은 그림을 보다 보면, 우리 삶에 마치 정답처럼 놓여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그건 정답이 아니었을지도’.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참여 작가들의 수많은 그림을 통해 우리 삶에 마치 정답처럼 놓여 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트리트 아트, 미술, 테크, 음악, 패션, 댄스까지!’ 독특하고 창의적인 모든 것들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예술축제’를 지향하는 ‘어반 브레이크 2024’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어반 브레이크에선 시각예술의 경험을 확장하는 아트 페스티벌이 펼쳐지고 있다. 그동안 어반 브레이크는 거리의 미술과 현대미술을 한데 모아 트렌드를 이끄는 예술의 장으로 평가 받아왔다. 이번 전시에선 ‘예술을 통한 Crazy Experience(미친 경험)’을 테마로 테크, 패션, 뮤직, 브랜드 등 다양한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아티스트 중심의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 기존의 아트페어는 잊어라…재구성한 시각예술 경험의 확장판 전시장에 들어서면 ‘디지털 그래피티’ 벽을 우선 마주한다. ‘나도 그래피티 아티스트!’ 코너로 스프레이 디바이스로 관객이 직접 예술가가 돼 그래피티를 그려보는 참여형 디지털 그래피티 프로그램이다. 벽에 그리는 그림에서 시작된 거리의 예술을 체험해볼 수 있다. 올해는 참여 갤러리 수를 대폭 줄였다. 기존의 아트페어 형식의 공간 형태를 탈피해 시각, 청각은 물론 후각, 미각, 촉각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오감만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누적 작가 200명을 소개한 오픈콜은 국내외 이머징 아티스트 37명이 참여해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화이트큐브 부스가 아닌 작가 개개인의 독특한 특징을 살려 레슬링링, 아뜰리에, 파티룸 등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을 맞이해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최근 가장 ‘핫’한 작가로 떠오른 김태기 작가는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Wrestle PLAY-Urban Slam’이라는 제목 아래 ‘프로레슬링’ 연작과 ‘챔피언 벨트’ 시리즈를 관객 참여형 전시로 선보인다. 프로레슬러처럼 가면을 쓰고 링 위에 올라 챔피언 벨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 또 그 순간의 과정에 몰입하는 진정한 챔피언의 자세을 이야기한다. 관객은 링에 올라 실제로 레슬링을 하며 인생을 우승자, 챔피언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우진 작가의 조각 작품은 전시 현장의 생동감을 더했다. 미술 콜렉터로 유명한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과거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에서 그의 작품을 구매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미술관과 갤러리는 물론 현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서울역 야외광장 등에 설치되며 곳곳에서 사랑받고 있다. 어렸을 적 사육사가 꿈이었다던 김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의자에서부터 시작해 알루미늄, 파이프,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재료에 빨강, 노랑, 초록의 색을 입혀 숨을 불어넣었다. 김 작가는 “전시 현장을 방문하신 분들이 각자의 자유로운 감상으로 작품을 즐겨달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화랑 중 갤러리 가이아의 라이언 킴(Hryanskim) 작가의 작품은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와 인상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한국, 미국, 유럽 동서양의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흡수한 독특한 정서는 예술로 재탄생했다. 라이언 킴 작가는 자연과 신화 등에서 받은 영감을 동식물로 의인화하며 그 속에 자신이 사회에서 느꼈던 다양한 강점을 때로 풍자하거나 숭배로 드러냈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 나오는 전설적인 새이자 절반은 인간, 절반은 새의 모습을 한 ‘하르피이아(Harpy)’, 물과 땅 모두에서 살 수 있으며 지구가 멸망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게를 가장 화려한 모습의 식물로 변형시킨 ‘게화(Carcinisation)’ 작품 등이 그러하다. 작가는 여러 겹의 색상을 레이어링하고, 흘리고 튀기며, 때로 디지털 방식과 결합하고 그 위에 눈알 소품과 이끼를 덧붙여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힙’한 놀이터…현재의 이슈, 가치를 담아내다 ‘MZ세대의 가장 힙한 놀이터’란 별칭답게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어반 아트페어는 현시대의 이슈와 가치, 현대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적절히 아울렀다. 국내 독보적인 스트리트 댄스 아티스트 리아킴과 거리의 흔적을 사진과 회화, 패션으로 연장하는 아티스트 오와칠호(OWA-7HO)가 함께한 의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그 중 하나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플래시가 연일 터지며 눈길을 사로잡은 이 곳은 리아킴과 오와칠호의 협업으로 단순한 ‘의류 재활용’을 넘어서 독창적인 제3의 결과물로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오와칠호는 녹슨 철문의 벗겨지고 빛 바랜 모습, 콘크리트 벽의 부서진 조각 등 거리의 흔적을 사진과 회화, 패션으로 담아내고, 댄서 리아킴은 본능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몸짓의 언어를 펼치는 아티스트. 무대에서 수많은 옷을 입는 리아킴은 문득 입고 버려지는 무수히 많은 옷들이 아깝다고 느꼈다. 오와칠호는 리아킴의 무대 안무 후 버려진 원밀리언 스튜디오에서 잠자고 있던 의상들을 해체했다. 상의와 하의, 바지와 치마를 각각 조각내 이어붙이고 자르고 새로운 팔과 다리를 탄생시켰다. 리아킴은 바톤을 이어받아 그림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서의 영감을 바탕으로 안무를 제작, 영상으로 담아냈다. 리아킴은 영상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를 통해 직접 버려진 천과 물감으로 작업을 하며 작품도 선보였다. 쓸모없어진 천은 새로운 색을 입으며 재탠생했고, 리아킴, 혹은 그를 둘러싼 이야기로 작품이 됐다. 그는 “망설이다가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번 만들어보자 마음먹었다. 현장에 남아있던 흔적들, 쓸모없어졌지만 내가 버리고 싶지 않은 물건들이 어느 상자에 담겨 보관되기보다 그 이야기가 담겨 벽에 걸리고 연결되면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했다”면서 “옷을 여러 개 놓고 색감 배치를 가장 많이 고려했는데 즐겁게 작업했다. 내 인생의 첫 작품들이다 보니 제목도 ‘제1호’, ‘제2호’다”라고 말했다. 오와칠호 작가들은 “각자의 장르는 다르지만 거리에서 영감을 받고 이를 예술로 풀어내는 방식과 세계관이 서로 비슷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글로벌 아티스트도 대거 참여했다.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명예훈장을 수상한 전설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 원(JONONE, 미국), 자연 생태를 예술로 표현하는 스페인 아티스트 덜크(DULK), 2011년생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미국) 등 10여 명의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어반 브레이크에 참가했다. 2022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ESG 아트 프로젝트 ‘Art for Tomorrow’는 올해를 기점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확장됐다. 세계적인 작가 덜크와 2011년생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를 비롯한 글로벌 영재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멸종위기 동물 특별전에선 자연의 아름다움, 기후위기 등의 주제의식을 담으면서도 유니크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AI와 소설이 결합한 AI ART 특별전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와 ‘동물농장’, SF 신간소설 ‘퍼스트 컨텍트’를 구현한다. 또 스트리트 컬처와 예술을 결합한 다양한 패션 아이템, 어반브레이크 2024만을 위한 한정판 익스클루시브 아이템들도 색다른 즐길 거리다. 지난 2020년 스트리트 컬처, 갤러리,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스타트업 등이 한데 모여 ‘도시를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처음 기획된 어반브레이크는 기존 페어의 틀, 주제에서 벗어나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융합하는 새로운 형식의 스트리트 페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미술과는 다른 형태의 무언가를 선보이고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융합하며 그 경계에 있는 작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어린왕자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며 올해로 3번째 어반브레이크에 참여한 강석태 작가는 “페어들이 판매를 첫 번째로 강조하는 경향이 강한데 반해 어반브레이크에선 작가들이 자신의 역량과 끼를 마음껏 펼치도록 무대를 주고 그동안 역량을 펼칠 수 있게 독려해 작가 발굴과 성장, 나아가 새로운 문화예술 분야가 단단하게 확장되도록 단계별로 나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혜헌 작가는 “새로운 장르를 펼치는 작가들이 참여할 페어가 많이 없는데, (어반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는 자리”라고 평했다.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축제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노동이란 무엇일까. 예술가의 치열한 고민과 땀, 작업의 고통으로 빚어낸 예술은 노동일까. 혹자는 예술은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맞는 말인가. ‘예술=무용한 노동’이란 평가에 저항하듯 그 형상을 예술로 드러낸 전시가 열린다. 예술공간 아름(수원시 팔달구 소재)이 오랜 시간 노동과 효고성에 천착해 온 김결수 작가의 개인전 ‘노동과 효과성(Labor & Effectiveness)’을 13일 개막한다. 김 작가는 현대미술가로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노동과 효과성’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그동안 작업해 온 작품 등 설치와 영상,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예술이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는 입장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은 듯 하다. 다름 아닌 바로 그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의미이며 미덕이라는 것.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노동의 의미와 그 존재 가치를 묻고 또 묻는 작가의 작업은 특히 숭고한 노동과 이어진다. 작가는 우선 낡고 버려진 것에서 긴 시간 반복됐을 누군가의 고된 노동이 담겨 있다는 점에 주시한다. 작가의 작업은 그렇게 작가의 노동과 삶과 정체성이 예술의 이름으로 호명되면서 그 경계를 허물며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는 경향을 드러낸다. 영상, 설치작업과 함께 집을 소재로 한 평면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이를 주요하게 선보인다. 여기서 집은 정체성을 표상한다. 작가에게 집은 숨어있기 좋고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우주의 꼭짓점. 그렇게 평면으로 나타난 집 그림을 보면, 텅 빈 화면에 최소한의 라인으로만 구축된 집의 구조와 골격으로 축조된 집들이 평면화의 경향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형태를 최소한의 구조로 한정한다는 점에서는 구조주의적 환원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는 우리네 세상사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집에서 찾기도 한다. 여기에 거침없고 활달한 붓질의 페인팅은 드로잉을 연상시킨다. 또 배경 화면으로 비정형의 얼룩과 자국, 가녀린 희미한 선들과 흔적, 스크래치가 중첩돼 있다.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일상의 소회를 작가만의 감정으로 때론 상처가 표현된 듯 하다. 아크릴과 숯 가루를 혼합해 만든 안료로 그린 그림이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촉각적인 질감을 전해준다. 알루미늄 캔을 소재로 한 작업은 알루미늄 캔을 해체해 평평하게 편 다음, 조각을 화면 위에 오리고 붙이며 두드렸다. 두들기고, 찌르며 우연을 가장한 스크래치, 또 세월의 흔적은 노동을 투사해 집의 사연 등 집에 대한 감정의 질감을 옮겨 놓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작업 시작부터 끝 맺음까지 노동의 흔적이 만드는 노동의 과정에서부터 효과의 의미를 도출해낸다. 여기에는 인간의 노동에서 발생하는 예술 작업에 대한 ‘창의적 가치’나 ‘추상적 가치’가 부여가 가능한 예술사적 맥락이 깃들어있다. 김 작가는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사실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지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저 노동의 흔적으로 남겨진 것들이기 때문”이라며 “그 노동의 흔적이 예술가의 여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결수 작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60주년 병행전에 초대돼 작품을 출품했고 국내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개인전을 32회 열었다. 대구미술관, 여수국제현대미술제, 평창올림픽, 대구달성현대미술제등 다수의 특별기획전에도 참여하며 노동과 효과를 주제로 삶 언저리에서 발견한 물체를 통해 생생한 삶을 환원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