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게 축적된 일상의 밀도…강상중의 ‘아름다운 이야기 전’ 8일까지

일상의 밀도를 섬세한 따뜻함으로 그려내는 서양화가 강상중의 ‘아름다운 이야기 전’이 지난 3일 북수원도서관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강상중 작가는 수원미술협회장과 수원미술전시관장을 역임했다. 개인전, 초대·그룹전을 300여 회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강 작가의 50호 이내 유화 작품 20여점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채우는 건 수많은 사람들과 따뜻함이다. 사람들은 때로 한 곳에 줄을 서면서도 그들의 자세와 시선은 모두 제각각이다. 옆으로 비스듬히 돌아선 사람, 고개를 떨군 사람, 뒷모습만 보이는 사람, 그 속에 대화를 하는 사람, 휴대전화를 보는 사람, 먼 곳을 응시하는 사람. 특별한 설명없이도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율동성이 느껴진다. 강 작가는 오랫동안 누드 드로잉 작업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관찰을 해 왔고, 우연히 긴 대기열에 웅성웅성 모여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시선과 끌림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예술은 갈라치기라는 현대인의 경직된 사고에서 인간 본연의 휴머니즘을 회복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소박하고 정감있으며 사람 냄새를 떠올리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가의 작품에선 동양화를 머금은 서양화가 느껴진다. 한국적인 미학을 계승하는 가운데 일시적 원근법과 굳어진 관습을 탈피하고 자연에서 느낀 감흥을 선과 색채를 통해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의 기법은 서양적이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짙게 머금었다. 돌발적이고 다양한 색채 흔적에 따라 반복한 그리기와 지우기. 몽환적 색채와 선의 강약, 한땀한땀 점을 통한 모호성은 잔잔하게 축적된 일상의 밀도를 섬세한 흔적으로 따뜻한 울림을 준다. 전시는 오는 8일까지.

도시의 추억, 마을의 일상… 옛 교동 풍경 담아낸 ‘2024 산루리 어반스케치’ 展

도시의 모습, 마을의 일상, 지금은 사라져간 옛 거리의 풍경을 기록하는 순수 아마추어 단체 ‘산루리 어반스케치’ 팀이 시민과 함께하는 작은 전시회를 문 연다. 과거 인쇄 골목으로 알려진 구 시청 뒤편 골목길과 오래된 맛집, 100년 전통의 매산초, 가장 오래된 미술학원가 등 교동의 안팎을 담아내고 그 속에 얽힌 사연을 접목한 지역의 이야기가 담길 예정이다. 여행드로잉 산루리 어반스케치 팀은 오는 19일부터 28일까지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에 위치한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정기전 ‘2024 산루리 어반스케치展’을 개최한다. 이해균 강사가 이끄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 소속 산루리 어반스케치 팀은 ‘산루리’(일제강점기 전 수원의 매산동, 교동, 중동 일대의 지명)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공동체이다.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40여 명의 시민은 주간, 야간반으로 나뉘어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근대의 역사를 알리는 산루리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들은 지금은 구도심으로 쇠락했지만, 명실공히 수원의 행정과 문화의 중심이던 교동에 주목했다. 근대 문화유산인 구 시청 청사, 수원문화원, 부국원 등이 모티프가 되지만 성공회, 수원 중화기독교회, 고인돌, 화양루, 향교 등도 함께 담아내며 과거 시청과 문화원이 위치했던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갤러리에서 작품을 공유한다. 이들은 단순한 교동 이야기가 아닌 지역의 소상공인과 지역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스케치했다. 특히 올해는 고정생, 김희정, 박정란 등 35명의 작가가 참가하며 지역의 아기자기한 골목 이야기와 함께 각 작가의 폭넓은 시각으로 소재의 범주를 다변화했다. 휴가지에서 그린 스케치, 아직도 옛 모습을 이어가는 이발소와 동네 마트, 염전, 성곽 주변 카페, 화성 둘레길, 공원 등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소재와 근대적 풍경이 함께 담길 예정이다. 산루리 어반스케치 팀을 이끄는 이해균 작가는 “수원과 근교의 구도심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며,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을 어반 스케치라는 형식으로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아마추어리즘의 순수한 일상적 이야기로서 기회가 되면 그림책으로도 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월드컵재단, ‘가을달빛 스타디움’ 무료 콘서트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재단)이 도·시민을 위한 무료 콘서트인 ‘2024 가을 달빛 스타디움’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재단은 오는 6·7일 이틀간 수원월드컵경기장 중앙광장에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콘서트는 ‘은은한 가을 달빛 아래 낭만 콘서트’라는 주제로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 공연을 제공하며, 도·시민 약 4천명 이상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진섭, 이세준, 솔지, 류원정 등 유명 가수들과 수원지역의 버스커 등 총 19팀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경찰관, 소방관, 군인, 의료진 등 공공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초청해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민주 재단 사무총장은 “도정의 캐치프레이즈인 ‘기회의 경기’ 컨셉에 맞게 이번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라며 “도·시민들이 문화를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감사와 보은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은 앞으로도 차없는 거리 행사, 어린이날 주경기장 개방 등 지역민들을 위한 공익적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시대별 발레 변화 한 눈에”…해설이 있는 발레공연 ‘현재를 즐겨라’

어렵게만 느껴지던 발레의 역사와 시대별 진화 과정을 해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은 오는 1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오후 1시30분과 저녁 7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해설이 있는 발레 ‘현재를 즐겨라!’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어린이와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발레 문화를 향유한다는 데 중점을 뒀다. 오후 1시30분에 진행되는 첫 번째 공연은 수원시 관내 발달장애인과 뇌경변장애 청소년들을 초청하는 자선공연으로 진행된다. 앞서 수원시티발레단은 지난 2022년 수원시티발레단의 정기공연 ‘현재를 즐겨라!’를 해설이 함께하는 공연으로 폭넓게 발전시켰다. 올해로 3회차에 접어든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은 장애청소년을 포함한 다양한 시민이 예술문화를 향유하고, 발레가 대중화 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자선공연에 이어 7시30분 진행되는 두 번째 공연은 시민과 함께하는 공연으로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번 ‘현재를 즐겨라’ 공연 프로그램은 낭만주의부터 신고전주의, 모던, 고전주의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발레공연을 발레의 역사적 흐름에 관한 해설과 함께 선보이며 발레의 변천사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1장에선 ‘발레의 시작’이 된 루이 14세 발레 클래스, 귀족발레를 선보인다. 루이 14세는 1670년까지 모두 27편의 발레에 직접 출연할 만큼 ‘발레 마니아’였다. 스스로를 화려한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다른 귀족들을 들러리로 등장시켰다. 발레가 전성기를 맞은 루이 14세 시대 대표 공연을 표현하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2장에선 ‘낭만주의’로 에스메랄다 4인무 등 시대별 발레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3장에선 해적 그랑파드되, 인형요정 3인무 등 시대별 고전 발레를 4장에선 카르멘, 빈사의 백조 등 신고전주의 발레를 만날 수 있다. 5장에선 현대 무용과 창작발레의 어우러짐으로 끝을 맺는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발레가 시민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고, 많은 이들이 발레의 문화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수원시민과 함께하는 자선공연을 통해 환경에 관계 없이 나눔의 기쁨, 즐기는 행복,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 청소년들이 새로운 감수성을 느끼고 개발해, 자신만의 위안을 갖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시티발레단은 2005년 김문신발레단으로 출발,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발레공연예술 확산에 힘써오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문예술단체로 등록, 수준 높은 발레공연을 시민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수원시티발레단은 발레 애호가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8월15일 수원중부경찰서와 협업한 뮤지컬발레 ‘빨간모자’를 통해 발레 감수성 확산과 아동범죄예방 홍보에 동참했으며 오는 11월29~30일에는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12월28일에는 ‘호두까기인형’ 기획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빛 일렁이는 예맥회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빛과 보리의 만남전’

빛과 보리가 만나자 나뭇결이 생동감과 생명을 머금고 일렁인다. 보릿대를 손으로 쪼개 편 다음, 미리 그린 도안에 맞게 접착해 오려내고 조각들을 하나씩 붙여 표면에 칠을 하기까지 사람의 손으로 시작해 손으로 마무리되는 맥간 공예. 만든 이의 정성과 감정, 기분이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작품을 넘어선 고유의 어떤 숨결이 느껴진다. 맥간 공예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예맥회의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빛과 보리의 만남전’이 엘몽끄 카페 갤러리(안양시 병목안로 20)에서 지난 2일 개막했다. 예맥회는 보릿대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맥간공예연구원의 전수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지난 1991년 보릿대로 예술작품을 창시한 백송(白松)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이 전수자 5명과 함께 수원문화원 전시실에서 창립전을 연 이후 전국을 돌며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현재 31명의 전수자들이 수원, 안양, 천안, 청주, 광양에 지회를 두고 작품 활동을 하며 작품 제작기법 전수 및 공예 강좌 등 맥간공예 대중화에 힘 쏟고 있다. 이들은 30여년 이상 외부의 지원 없이 순수 회비로 예맥회를 이끌어오면서 전국 대도시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통해 맥간공예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이다.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은 보릿대로 만든 공예라는 맥간공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았다. 회원들은 각자 다양한 소재를 선택해 맥간공예의 매력을 살려냈다. 작품에선 자연 고유의 소재인 보리의 줄기를 이용해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 공예 기법을 합해 만든 독특한 예술장르를 경험할 수 있다. 일렁이는 금빛 빛깔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며 빛의 각도, 결의 방향에 따라 입체감과 미적 효과를 극대화 한다. 특히 전시에선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에 기부하는 자선행사도 마련됐다. 우윤숙 예맥회 회장은 “ 맥간공예라는 예술장르를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전시”라며 “빛과 결의 예술 맥간공예를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회원들과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경기국악원, 생생한 국악 라이브와 감동 이야기…‘향기장수 이야기’

경기국악원이 오는 4일부터 11월6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국악극 ‘향기장수 이야기’를 선보인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생생한 국악 라이브 연주와 함께 요술항아리를 둘러싼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익숙한 동화 플롯을 모티브로 신붓감을 찾는 왕자의 이야기지만, 반전이 있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국악극의 배경인 뷰티풀 왕국에는 잘생긴 외모를 갖고 있지만 냄새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왕자가 있다. 어느 날 왕국에 마음의 향기를 말해주는 요술항아리를 가진 향기장수가 나타나자,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향기를 가진 여성과 결혼하기로 마음 먹고 향기장수를 불러들인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외모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이 더욱 가치있다는 주제를 담고 있어 자존감이 형성되는 시기의 어린이들이 관람하기에 적절하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경기국악원은 어린이 관객을 위해 국악당 로비에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컬러링존을 마련해 운영한다. ‘향기장수 이야기’의 관객들은 누구나 무료로 컬러링존을 체험할 수 있다. 또 다 읽은 도서를 경기국악원에 기증하는 어린이는 40%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구매할 수 있으며, 기증된 도서에는 표지에 기증자 어린이의 이름을 표기해 국악당 로비에 비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관객들은 국악당 앞 야외마당에서 선보이는 전통문화체험존 ‘와글와글 국악놀이터’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와글와글 국악놀이터에서는 투호 던지기, 굴렁쇠 굴리기, 제기차기, 버나 돌리기 등 전통놀이가 진행돼 가족이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다. 경기국악원 관계자는 “‘향기장수 이야기’ 공연은 생황, 피리, 해금, 건반, 타악 등 다양한 악기를 라이브로 연주하며 동시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흥미진진한 서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온 가족이 공연을 관람하고 전통놀이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국악원은 올해 어린이 공연 브랜드 ‘움직이는 이야기’를 신설해 국악뮤지컬을 선보이고 있다. ‘향기장수 이야기’는 ‘움직이는 이야기’의 두 번째 작품이며, 앞서 상반기엔 첫 번째 작품 ‘뚝딱하니 어흥!’이 호평을 받으며 2천300여명의 관객들을 만났다.

이민자들의 삶이, 곧 탱고의 역사[review_뮤직바캉스 ‘한여름밤의 재즈’]

부천시민회관이 보수를 마친 후 지난 3월부터 운영을 재개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다양한 기획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달 10일부터 4회에 걸쳐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을 호스트로 세운 뮤직바캉스 ‘한여름밤의 재즈’ 공연을 펼쳤다. 10일 첫 무대는 ‘타임 트래블 투 부에노스아이레스(Time Travel to Buenos Aires)’를 주제로 조윤성과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작품을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가 협연했다.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을 담은 예술, 탱고 “탱고는 하나의 사상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더 심오한 것, 즉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0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생전 강연을 묶어 낸 책 ‘탱고’에서 아르헨티나 정신을 형성한 탱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음악 장르이자 춤의 형태인 탱고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중 19세기 말 이주 노동자들과 하층민들이 거주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에서 이민자들의 춤으로 시작됐다가 상류사회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추측이 가장 흔하다. 이민자들이 품고 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 낯선 곳에서 삶을 살아내기 위한 열정과 슬픔, 사랑과 이별을 담아낸 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이 됐고 이때까지만 해도 탱고 음악은 춤을 보조하는 요소에 불과했다. 이런 탱고 음악에 재즈, 클래식, 팝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해 감상하는 음악으로 발전시키고 누에보 탱고(Nueovo Tango)라는 음악관을 정립한 것이 아르헨티나의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아스토르 피아졸라다. 피아졸라가 내놓은 탱고 음악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탱고 음악의 1세대 뮤지션 카를로스 가르델이 유지하고 있던, 심금을 울리는 가사 전달이 주가 된 가창 형태의 탱고에서 감상을 위한 연주 위주의 탱고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대중은 탱고의 근간과 아르헨티나의 정체성이 흔들린다고 받아들였다. 무력이 오갈 정도로 치열하고 외로웠던 피아졸라는 더 개혁적인 악기 사용과 다양한 편성으로 탱고 음악을 발전시켰고 마침내 누에보 탱고 시대가 열린다. shout out to 피아졸라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남녀노소 즐기는 장르가 된 탱고에 대해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은 “헤테로지니어스(Heterogeneous), 즉 다양성을 품은 이질적인 면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조윤성은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국내의 주목받은 뮤지션들과 협업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편이다. 이번 뮤직바캉스 중 협연하는 음악가들의 면모도 그러했다. 반도네온 고상지, 바이올린 윤종수·대니 구, 피아노 다니엘 린덴만, 소프라노 박혜상 등 장르와 활동 영역, 연주 경력 등에 구애받지 않고 앙상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대중에게 반도네온이라는 악기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고상지는 ‘반도네온의 여왕’이라는 조윤성의 소개에 걸맞게 앙상블에 스며들면서도 음악을 주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반도네온이라는 소규모 편성이 갖는 음향의 공허함이 있게 마련인데 선율로, 리듬으로, 공기로 완벽하게 채웠다. 토크와 연주가 번갈아 진행되던 중 조윤성이 바이올리니스트 윤종수에게 농담 섞인 질문을 했다.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소 난해한 질문에 우물쭈물 마이크를 넘기는데 바이올린에 연결된 마이크 선과 핸드마이크 줄이 엉켰다. 두 연주자가 머리를 맞대고 줄을 푸는 중 윤종수가 말한다. “재즈란 이렇게 서로 엉키는 것 아닐까요?"

군포시 그림책꿈마루, 개관1주년 특별기획 ‘안데르센 인어공주전(展)’

군포시 그림책꿈마루가 개관 1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전 ‘그림책, 문학과 예술의 하모니-안데르센 인어공주전(展)’을 개최한다. 9월 3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대표작인 인어공주를 그림책, 조형, 미디어아트 예술로 표현한 이번 전시에서는 일본의 조각 작가 세키구치 코타로의 ‘Big Mermaid’ 조형 작품과 인어공주를 소재로 한 국내외 다양한 도서를 감상하고, 인어공주 이야기를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로 체험할 수 있다. 또한 ‘Big Mermaid’ 작품의 제작 기법을 활용한 작가 워크숍 ‘페이퍼 판타지’를 9월 7일과 8일 이틀간 진행하며 그림책꿈마루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은 전시 기간 단체관람 프로그램과 금요 워크숍을 통해 참여할 수 있으며 워크숍 참여 시 특별전시는 무료 관람 가능하다. 이 밖에도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인어공주에게 전하는 메시지 작성하기, 안데르센 동화 종이 오리기 등이 운영되며 9월 21일부터 11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다양한 주제의 그림책 작가 강연인 ‘그림책 하모니’를 개최한다. 문지나 그림책 작가를 비롯해 윤강미, 임정진, 김우영, 정승각, 박지선, 김이슬, 강인숙, 전승배 작가 등이 참여한다. 그림책꿈마루 안병훈 관장은 “개관 1주년을 맞아 누구나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시를 준비했다”며 “그림책꿈마루가 그림책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한 그림책 문화 체험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별전시는 그림책꿈마루 로비에서 티켓 구매 후 관람할 수 있으며 전시 및 연계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그림책꿈나무 누리집에서 확인하거나 전화로 문의할 수 있다.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작가 개인전 성료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노들섬 갤러리 1관에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만다라'라는 주제로 다양한 만다라 작품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독특한 만다라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만다라의 대칭성과 조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만다라 세계를 담다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와 자연을 만다.라는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만다라는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우리의 영적 탐구와 성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이번 전시 작품은 '봉황포란형(신의 땅)'은 전통적인 명당의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신성한 땅의 기운과 보호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풍요로움과 보호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만다라의 구조를 통해 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을 형상화한 명당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명당은 관직, 왕, 문인, 장군들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지혜가 높은 자손들이 번창하며 재물과 장수, 자손이 대대손손 천대 만대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명당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경호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명당 사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며 “작품 속 명당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색동’으로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다…오혜련 초대전 '빛의 흔적'

‘색동(色動)’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기억의 흔적을 풀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오감을 통해 기억된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과 면, 색으로 함축됐다. 중견 서양화가 오혜련 작가는 색이 지닌 기억과 인상을 담은 작품 15점을 모아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빛의 흔적’ 초대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이 1년간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을 선정해 각각의 작품을 펼쳐보이는 연작 초대전의 일곱 번째 전시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화·순수함 등을 상징하는 연꽃을 담은 과거의 작품부터 색동을 빛과 연결해 캔버스 가득 그려넣었던 중기의 작품, 색동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최근의 작품을 함께 내걸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시리즈 변천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 작가의 대부분 작품에는 정신적인 빛과 관념의 색으로서의 색동이 등장한다. 한국적인 색동을 현대미술에 접목해 낯설지만 현대화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색동을 그려넣은 초창기 작품엔 의도적으로 색동을 가득 그려넣었지만, 그의 최근 작품엔 색동이 제한적으로 포현됐다. 색동이 종교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 작가는 색동과 접목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았다. ‘빛의 흔적-기억’ 시리즈 중 ‘빛의 흔적(붉은 언덕)’ 작품엔 복숭아 꽃밭이 펼쳐진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노을이 지는 꽃밭의 모습을 붉은 언덕으로 표현해 고향에 대한 추억과 순간의 감동을 표현했다. 오 작가의 대표작인 ‘빛의 흔적(기억속으로)’은 유채꽃으로 덮인 제주 산방산의 모습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포개어 담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은 푸른 바다를 넣어 희망을 상징한 ‘빛의 흔적(푸른희망)’, 신비로운 기억의 잔상을 담은 ‘빛의 흔적(Memory 2)’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혜련 작가는 “빛을 그리고자 했는데, 모든 빛을 품고 있는 것이 색동이었다”며 “색을 만지며 살아온 시간과 공간들을 지우고 덮고 반복하면서 기억의 감동을 표현했다. 관람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며 희망을 품고 치유받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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