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두개의 봄

봄입니다. 60년만의 추위라더니 기세등등하던 동장군도 자연의 이치 따라 멀찍이 물러났습니다. 봄을 맞는 우리의 마음을 표현한 노래 중에서 가수 이정선의 봄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저 넓은 들판에 파랗게 새봄이 왔어요. 가로등 그늘 밑에도 새봄이 왔어요. 모두들 좋아서 이렇게 신바람 났는데 아이야 우리 손잡고 꽃구경 가자구나.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개나리 진달래 잠 깨어 모두들 노래 부르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봄이 왔어요.이 봄이라는 노래를 듣고 있자면 소납은 마음에 생기와 희망이 생깁니다.그런데 봄을 슬프고 아프게 노래한 경우도 있습니다.황금찬 시인의 보릿고개라는 시가 딱히 그렇습니다.밑에서 / 아이가 울고 있다. /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 아버지의 눈물, 외할머니의 흐느낌, / 어머니가 울고 있다. / 내가 울고 있다. /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 눈물을 생각한다. /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 몽블랑은 유럽, / 와스카란은 아메리카의 것, /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 그런데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 굶으며 넘었다. /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 코리아의 보릿고개, /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중년의 나이라면 대게가 겪었을 어린 시절의 기억이 아닐까 합니다.독자 여러분은 지금 어떤 봄을 맞고 계십니까?요즈음 여러모로 살기가 어려워져서 마음이 편치 않으신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제는 보릿고개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북녘 땅에는 봄만 되면 아직도 보릿고개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의 피붙이들이 있습니다. 그 수가 무려 610만명, 북한의 인구의 1/4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갓난아이부터 중학생까지의 아이들, 임산부와 산모, 혼자 사는 노인, 장기 요양하는 환자, 장애인들입니다. 일반 주민들은 텃밭 농사나 장마당 보따리 장사 등을 통해서 그나마 연명할 수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지만 이들은 배급이 아니면 식량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식량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제일 많이 받는 사람들입니다. 더더욱 이들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이들 중 2/3인 400만명이 식량 수급이 가장 불안정한 함경도, 자강도, 양강도 등 북동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한마디로 북한 정부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고 남한의 인도적 지원사업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버림받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북송에 대해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만 이처럼 버림받은, 자신의 삶에 대해 아무런 선택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부처님께서는 자타불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주셨고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들어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 가르침을 삶의 등불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버림받은 우리의 피붙이들에 대해 관심과 나눔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올봄은 사람들의 마음에 희망을 싹틔우는 그런 봄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우선순위가 분명한 인생

황성주 박사가 저희 교회에서 와서 간증했던 내용입니다. 지금은 상당히 알려진 사랑의 클리닉이란 병원을 시작하면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지금은 그 병원이 일년에 세금만 4억을 낸다고 하니까 아주 잘 나가는 병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렇게 잘 나가는 병원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처음 병원을 시작했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고민 끝에 다른 병원에서 하는대로 의사가 직접 가지 않고 피를 뽑아서 보내주면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한번은 제주도의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피를 받아서 검사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남자 환자에게 자궁암 없음이라는 통지가 가는 바람에 문제가 되어서 구속 직전까지 가게 되었답니다. 다행히 9시 뉴스에는 보도가 안 되고, KBS 마감 뉴스에만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보지는 못했지만 이제 병원은 끝났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어려운 순간에 선교지에서 강의 요청이 왔답니다. 고민을 하다가 그 선교지를 갔다오면서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께서 음성을 주시는데 망할 바에는 멋있게 망하라는 음성이 들리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오자마자 국민일보에 모든 목회자와 선교사에게는 종합건강진단 50% 할인, 모든 선교사 자녀에게는 무료라는 광고를 내보냈답니다.손해보고 멋있게 망하자는 마음으로 광고를 낸 것인데, 그런데 그 기사를 보고 찾아온 환자들 때문에 한달 만에 모든 빚을 갚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깨닫게 하신 것이 다른 병원들이 다 편법을 쓸지라도 사랑의 클리닉은 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의를 위하여 헌신하면 다른 모든 것들은 하나님께서 책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에야 비로소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1-33)는 성경말씀이 이해가 되더라는 겁니다.우리 인생에 무엇을 우선순위로 삼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우리 인생의 결과는 너무도 다르게 나타나게 됩니다.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솔로몬은 아버지 다윗을 이어 이스라엘의 왕이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 자신에 왕이 되었기에 자신이 이스라엘을 온전히 다스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솔로몬은 하나님께 일천번의 예배를 드립니다. 그런 솔로몬에게 하나님이 나타나서 너의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그때에 솔로몬은 자신이 하나님의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합니다. 그때에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우선순위를 들으시고 기뻐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가 돈이나 명예나 장수를 달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내가 너에게 맡긴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하여 지혜와 지식을 구하였으니 너가 달라고 한 지혜와 지식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너가 구하지 않은 돈과 명예와 영광도 줄 것이다 결국 솔로몬은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왕이 되었을 뿐 아니라 부와 명예와 영광까지도 얻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우선순위를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우선순위가 바로 된 인생은 참으로 힘이 있습니다. 우선순위가 분명할 때에 우리 삶에 능력이 나타나고 영향력이 생깁니다. 우리는 삶의 부수적인 것을 위해 인생을 허비하는 것이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가장 중심을 붙잡고 나아감으로 다른 모든 것을 소유하는 축복된 삶을 살게 되길 바랍니다.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파격

<破格>중국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한 한 수녀가 천주교가 서학(西學)이란 이름으로 조심스럽게 중국을 통해서 서양문물과 함께 19세기 초 조선으로 들어오는 사상적 배경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내용을 소설화해서 지은 제목입니다. 물론 교회는 선교가 우선이지만 그 지역의 특성과 그곳의 시대 황에 따라서 선교의 접근 방법이 다양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신학교에서 예수교가 우리 한국에 들어올 때에 미국의 선교사들은 먼저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말 그대로 맞춤 선교를 하였다고 어느 목사로부터 배웠습니다.19세기 말 미국과의 조미조약과 함께 한국에 선교의 열풍이 힘차게 불어오면서 기독교 선교사들이 먼저 한국을 주도면밀하게 진단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일제강점으로부터의 독립운동과 신학문은 물론 당시 사회의 고질적 병폐중에 꼭 타파해야 하는 양반 계급사회의 철폐 그리고 제사로 인한 일반 백성들의 피해, 흡연과 음주로 인한 병폐 그리고 근면성실하게 살도록 새벽 4시에 예배드리기와 어린이 주일학교 등을 통한 신교육의 대중화를 강력하게 단행하는가 하면 나라의 지도층을 중점적으로 선교하기도 하고 병원설립 등 말 그대로 한국 전체를 심도있게 진단하여 미개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동기를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천주교회는 이미 개신교보다 100여년 빠르게 조선땅에 중국으로부터 유럽의 힘을 빌려 들어오려고 했지만 역부족이고 이것이 오히려 조정에 분노를 사는 계기가 되면서 무서운 박해가 100여년 동안 조선땅 전체를 휩쓸면서 약 1만명 이상이 순교를 하는 무서운 수난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천주교가 조선땅에 들어오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물론 선교이지만 여기에 병행해서 사회의 혁명운동이었음을 이 파격이란 책에서 강력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파격이란 바른 세상을 향한 새로운 길을 터놓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그 시대 우리나라가 처한 처참한 현상, 즉 조정에선 당파싸움에 백성들은 비참하게 도탄에 빠져 있었고 신분제도의 고질적 악폐등을 바르게 잡을 수 있는 천주학이야 말로 적격임을 당시의 실학파의 지도자들이었던 이벽 권철신 권일신 이승훈 정약전과 약종 약용 등 3형제 이름하여 천주교 창립주역들이 이를 깊이 깨우쳐 여기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하였지만 정적들에 의해 죽음을 당하거나 유배를 가는 무서운 수난을 겪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사제였던 김대건 신부가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있을 때 영의정 권돈인이 직접 김대건 신부를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젊은이를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워 배교할 수 있도록 종용하려 하지만 김대건 신부는 고개를 저으며 위정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백성을 죽입니다. 그러나 제가 믿는 주님(예수)은 백성의 죄를 대신해 스스로 죽음을 택하셨습니다. 저는 그 길을 따르는 신부입니다. 신자들은 죽어 가는데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권돈인은 저런 젊은이를 죽여야 하는 조선이 원망스럽다고 말하면서 가슴을 칩니다.올해는 총선과 대선을 통해 나라의 일꾼들을 선택해야 합니다. 어느 정치지도자가 말합니다. 멀쩡한 사람도 국회의원이 되면 이상한 사람이 된다.국가관이 확고하지 못하니 표를 의식해 질질 끌려다니게 된다 고 하면서 지금도 여의도 쪽을 보지도 않는다 했습니다. 4월이면 여의도는 벚꽃에 의해 아름다운 정경이 화려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여기에 내 표가 또다시 농락당하지 않고 파격적(破格的)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삶과 종교] 베이비붐 세대의 위기에 대한 생각

요즈음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베이비부머(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위기론이 화제입니다.베이비부머는 625전쟁 직후 출산율이 급격히 높아졌던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말하고 그 수는 712만명,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베이비부머에 대한 위기론의 골자는 우선 노후준비가 잘 안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노후준비 상태를 점수로 매겨보니 100점 만점에 62점, 거의 낙제점에 가까웠다고 합니다. 베이비부머는 산업화와 민주화, 외환위기 등 그야 말로 격변과 맞닥뜨려 그 어떤 세대보다 치열하게 살면서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들인데 어느새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니 세월에 장사 없다는 얘기가 실감이 납니다.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1990년에 71.3세이던 평균수명이 2010년에는 80.8세로 해마다 0.5년씩 꾸준히 길어지는 추세라고 합니다. 이를 근거로 하다면 베이비부머는 은퇴 후에 20~30년을 더 산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부부를 기준으로 1가구가 은퇴 후 필요로 하는 최소 생활비가 월 평균 148만원이라고 합니다. 이를 고려해 계산해보면 최소 3억5천만원은 가져야 노후생활이 가능합니다. 과연 몇이나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요? 자료를 보면 베이비부머 가구 가운데 이런 조건을 갖춘 가구는 24.3%에 불과하고 51.7%는 아예 조건의 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24.3%도 상황이 났다고만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갖고 있는 재산 중에 부동산의 비율이 높아서 현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국민연금 상황은 베이비부머의 위기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중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인 370만명 정도인데 이들도 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이 45만8천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베이비부머에게 노후는 예견되는 위기임이 분명합니다.필자가 여기에서 베이비부머의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무슨 정책적인 것을 말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위기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위기에 적응해보자는 얘기를 하고자 함입니다.은퇴 후 경제력을 잃게 되면 제일 심각한 문제가 존재감의 상실이 아닐까 합니다. 가장의 권위는 고사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당하게 되는 것이지요. 더구나 요즘처럼 각자 살기 바쁜 세태이고 보면 대접 받는 일은 기대할 수조차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존재감을 잃지 않는 방법으로 필자는 자원봉사를 권해보고자 합니다. 소납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자원봉사는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르고 지냈던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나의 참모습을 찾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은퇴자의 자원봉사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정착된 지 오래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1974년부터 정부가 지원에 나서 현재는 고령자가 만든 지역클럽만 전국에 12만6천504개, 805만 명이 가입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는 1958년 은퇴자협회가 설립되어 정부와 지역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4천만 명의 회원이 세무상담, 독거노인 관리, 청소년 학습지도, 홈리스 관리 등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아직 우리나라는 자원봉사를 돕는 제도나 기반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만 그래도 종교단체에는 제법 활성화가 되어 있고 특히 중장년층이 활동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복지재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경기도내에서 기업체의 사회공헌활동이 21%에 머문 반면 종교단체는 81%가 사회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아나 보자는 편한 마음으로 가까운 종교단체에 발걸음을 해보시길 권합니다.베이비부머들 노후준비안되어 있어 위기론 화제위기가 피할수 없는 것이라면 그 위기에 적응해야은퇴후 자원봉사로 자신의 존재감 확인모르고 지냈던 새로운 세상 만나게 되고나의 참모습찾을 기회 생겨편한마음으로 종교단체 문 두들겼으면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

소망교회를 담임했다가 지금은 은퇴하신 곽선희 목사님의 이야기입니다.고향에서 살 때 아래 윗집에 살던 동생 같은 4대 독자가 있었답니다. 집안에서 그 아이를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지 그 아이 말이라면 안 되는 게 없었답니다. 그러나 부모의 지나친 사랑 때문인지 이 아이는 자랄수록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진학은 했지만 공부는 안 하고, 등록금을 보내주면 그 돈으로 매일 술 먹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고 합니다. 그렇게 살던 청년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을 하고는 군대에 가기로 했습니다. 마음을 잡았는지 훈련소에서도 성실하게 훈련을 받고 또 일선에 자대 배치를 받아 열심히 군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이 첫 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늘름하게 변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부모님도 이제 우리 아들이 마음을 잡았구나 기뻐했는데 오랜만에 부대를 벗어난 자유로움 때문인지 그날 밤에 나가 다시 옛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집에도 안 들어왔답니다. 그렇게 며칠을 연락도 없다가 갑자기 목사님께 나타나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답니다. 왜 돈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친구들 만나 정신 없이 놀다보니까 귀대할 날이 사흘이나 지나버렸다는 겁니다. 그냥 부대에 들어가면 엄청나게 맞을 것이 뻔하니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답니다. 그때만 해도 그 정도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돈을 빌려달라고 간청하는 청년을 믿을 수가 없더라는 겁니다. 돈을 빌려주면 그 돈으로 또 술 먹고 사고 칠까봐 내가 너 말을 어떻게 믿냐고 말하고는 돈을 빌려 주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사님을 찾아온 다음날 그는 부대로 돌아갔답니다. 그러나 늦게 복귀한 탓에 엄청나게 많은 매를 맞아야 했고 그날 밤 유서를 써 넣고 자살을 해 버리고 말았다는 겁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목사님에게 오기 전에 먼저 부모님께 찾아가서 돈을 빌려 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그런데 휴가 나와서 또 방황하는 아들을 보고 실망한 부모님이 우리가 네 말을 어떻게 믿냐면서 돈을 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목사님을 찾아온 것인데 목사님에게도 거절 당한 것입니다. 아마도 그에게 매를 많이 맞은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도 믿음을 주지 못하고,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비참한 일이겠습니까.제가 처음 만나교회 담임 목사가 되었을때 아직 마흔이 안 된 젊은 나이였습니다. 당시 만나교회는 2천명이 넘게 모이는 대형 교회였고, 교회에는 40 여분의 장로님들이 계셨습니다. 장로님들 가운데 대부분은 우리 아버님과 비슷한 연배로 저를 어릴 때부터 쭉 지켜봐 왔던 분들이었습니다. 때문에 어린 목사라고 무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저를 교회 장로님들이 신뢰하고 믿어주셨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만나교회의 담임 목사인 저를 자랑해주셨습니다. 제가 만나교회의 리더로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믿어주셨던 장로님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성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 이는 너희로 가서 과실을 맺게 하고 (요15:16)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은 가지를 믿고 양분과 물을 공급해 주는 나무 본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삶에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이 말은 내가 누군가를 믿어주면 그를 통해 열매를 맺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오늘부터 누군가를 믿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 사람을 통해 열매를 맺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김 병 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처치 오블리주

지금 전 세계는 신자유주의가 팽배해 가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경쟁하면서 때론 국가의 개입까지도 배제하고 말 그대로 아무 규제없이 능력대로 사업을 해서 이익을 창출해 내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냐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세계 자유시장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기업의 가장 큰 성공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업의 발전을 통해서 소속된 많은 사람들이 보다 좋은 환경과 양질의 삶을 추구한다면 최고의 성공이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소속된 사람들이 국민 전체의 비율로 보면 너무 적은 수이고 이 기업을 통해서 도움을 받는 비율은 많지만 여기서 우리가 중요한 것은 빈부의 격차가 상상도 못하게 크게 벌어진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풍토는 승자가 독식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현장이기 때문에 기업가의 도덕적 책무에 호소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하다 이익을 많이 거두면 대기업에게만 부가 축적이 되고 손해를 보면 얄짤없이 협력업체에 그 큰 손실을 떠넘기는 말 그대로 잔인한 기업들이 우리 나라에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물론 지금이야 말로 자유롭고 자기 능력에 의해서 부를 축적하고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사회구조가 그렇지 못한데 이유가 있습니다. 즉 열심히 노력해도 자기 능력이 이를 따를 수 없거나 여러 악 조건들이 결국은 실패의 연속으로 악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 국민 비율로 보면 약 60 %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미디어는 아주 적은 수의 성공률을 많은이들이 성공할 수 있다고 유도합니다. 최인호 작가의 상도에서 거상 임상옥이 부를 축적하여 빈민구제로 평생을 지낸 것을 감동적으로 표현한 것은 현대의 기업가들이 주목할 일이라 하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엔 너무 아름다운 운동이 서민들 속에서 요원의 불길 같이 타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자선운동 단체가 우리도 같이 잘 살아보자는 운동입니다. 여기에 그래도 가진 사람들이 앞장서 주기를 바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운동을 제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운동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실천해야 하는지 외국의 기업가들이 자기의 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고 있는지 그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자명하게 보여지게 됩니다. 바로 교회가 이런 격차를 줄여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는 세금도 면제되는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복지를 위해서 교회는 여러 모양으로 국가가 요구하는 많은 조건들을 어느 단체보다도 잘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위탁받는 교회는 정부의 지원금만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고 이 보조금으로 교회가 덕을 보는 파렴치한 교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교회가 다 하는 것 마냥 선전을 합니다. 그런데 수녀들이 운영하는 어느 노인요양소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수녀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모금을 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어느 시설 보다도 더 잘 운영하고 있음을 봅니다. 의외로 많은 독지가들이 후원하고 있습니다.그래서 우리 교회는 세금도 내지 않는 단체이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예산에서 무조건 50% 즉 수입의 반은 어떤 모양으로든지 복지 시설이나 외진 곳을 위해 처치 오블리주(교회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 운동을 전개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받고 있습니다.사랑은 인간의 부족함과 한계 때문에 겪는 고통에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 사랑이 결국 상대방을 살립니다. 지금 나는 내 삶의 기쁨을 어디에서 찾고 있습니까?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에서 참 기쁨을 느끼는 성숙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이것이 처치 오블리주 운동입니다.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경기일보 칼럼]새로운 정치

어김없이 또 새해를 맞았습니다. 저마다 새로운 마음다짐과 바람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래 보고 듣는 것들이 밝고 희망적인 내용보다는 어둡고 실망스러운 내용이 많아서 간절한 새해 설계가 속절없이 헛 다짐, 괜한 바람이 되지나 않을지 지레 걱정이 듭니다. 특히 더 걱정스러운 점은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사회적 신뢰 수준은 바닥인데 비해 부패 수준이 높다고 적시하여 우리 사회의 심각성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입니다.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총선과 대선,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정치권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것입니다. 때문인지 최근 정치권은 저마다 쇄신을 한다며 합종연횡과 새 단장을 하느라 부산합니다. 그런데 부산한 정치권을 보노라면 몇 가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우선 첫 번째는 그 어느 정당도 자신의 잘못을 진정성 있게 참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는 개별의 헌법기관임을 내세우는 국회의원들, 전현직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잘못은 많은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없다니 참으로 이상한 노릇입니다. 모든 것을 대통령 또는 당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리 떳떳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것은 전(前) 정부 때 여야가 합의한 한미FTA법에서 국가간소송제도(ISD)의 문제점을 간과한 점에 대한 정치인들이 태도입니다. 이들은 모두 그때는 잘 몰랐다고 사과를 했지만 한미FTA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것이라면 사과 정도로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불출마 선언을 하는 경우 하나같이 자신의 희생만을 내세운다는 점입니다. 소납은 이런 불출마 선언은 그 자체가 용단일 수 있지만 과거의 예로보아 자칫 국민들의 눈에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거나 다음을 노리는 인기전술로 비쳐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내 잘못이요는 아니더라도 제대로 역할을 못했다는 참회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여야를 불문하고 쇄신을 얘기하면서 아직은 상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제시보다 상대의 잘못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편승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점입니다. 여야 모두는 집권의 경험이 있는 정당입니다. 따라서 여야 모두 과거에 왜 정권교체를 당했던가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가 너보다는 잘못이 적다는 식의 경쟁이 계속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흑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여야를 막론하고 참신한 인물임을 자처하는 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과연 그런가 하는 점입니다. 이 분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 정부여당에서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를 갖다 붙이든 이 분들도 국민들로부터 정권교체를 당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은 전직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과의 특별한 인연을 유난히 강조하거나 이름만 거창한 각종 단체에서 활동한 경력을 죽 나열하여 자신을 과대포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과대포장은 특히 총선 예비후보자로 나선 이른바 정치 신인들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 보입니다. 구태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커 보입니다.최근 정치권에 쇄신 태풍을 일으킨 결정적 계기는 안철수와 박원순이라는 예상 밖 인물의 깜짝 등장이었다는데 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그런데 어떤 정치인들은 안철수와 박원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일시적인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자각한 국민은 언제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제2, 제3의 안철수와 박원순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지 이를 국민들의 착시(錯視)로 해석한다면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그래서 정치권의 쇄신작업은 자각한 국민들은 무섭다는 인식을 갖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영 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예측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행복합니다

현재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는 만나교회가 처음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은 지금은 고인이 되신 나의 아버지 김우영 목사님이 개척에 대한 꿈을 가지고 기도하면서부터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이 갑자기 온 식구들을 불러 놓고는 개척에 대한 꿈이 있으니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다. 아버지의 개척 선언은 우리 가족에게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폭탄 선언이었다. 당시에 아버님이 계시던 왕십리 감리교회는 급성장하여 교회건축을 마친 상태였고, 규모면으로도 감리교회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교회로 성장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개척하기로 결정하고 교회를 나간다고 하자, 사람들은 문제가 있어서 나가는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다면 안정적인 교회를 포기하고 나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개척을 나간 후 우리는 갖은 고생을 해야 했다. 당장 들어갈 집이 없어서 나는 사둔 어른 댁에서 잠시지만 학교를 다녀야 했고, 교회도 상가 건물에서 시작하다가 그마나 쫓겨 나와서 허허 벌판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려야 했다. 그렇게 시작한 교회가 지금의 만나교회이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난 지금 교회를 보면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축복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지만 그 일을 통해 우리 가족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놀라운 축복을 경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지난 10월 신학교 동기들과 함께 며칠을 지내게 되었다. 학교 선배이기도 하고 미국 감리교회에서 bishop이라는 위치를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물게 성공한 한인 중에 한 분인 목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친구가 이렇게 물었다.목사님의 삶에서 기쁨은 무엇인가요? 그 질문에 선배 목사님은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하셨다. 예! 저의 기쁨은 제 삶에서 예측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때입니다. 주님께서 저를 예상하지 않았던 길로 인도하실 때, 삶이 참으로 흥미진진합니다. 내가 계획한 일만 일어난다면 인생이 얼마나 지루하겠습니까?우리는 대부분 내가 예측한 대로 살아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예측한대로 살아야만 행복할까? 성경 창세기에는 아브라함이 조카 롯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들어가 정착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가나안으로 가는 도중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많은 재산을 소유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유목민들에게 유용한 양을 많이 소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양이 늘어나면서 양을 치던 목자들 사이에서 물을 두고 분쟁이 일어나게 되고 결국 아브라함과 롯은 헤어지게 된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렇다고 아브라함의 인생이 불행해졌는가? 아니다. 아브라함은 조카 롯을 떠나보냈지만 아들 이삭을 얻게 되고, 척박한 가나안 땅에 남겨지게 되었지만 더 큰 부자가 된다. 내 예상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이루실 일에 대하여 가슴을 열고 멀리 동서남북을 바라보자. 아직은 광야이지만 그 곳은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다. 하나님께서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땅 말이다. 맥스 루케이도는 자신의 책 위로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묶는 것에 묶이지 않으신다. 우리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그분을 곤란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도 그분을 피곤하게 하지는 못한다. 교통 체증 때문에 곤란을 겪는 독수리가 있는가? 없다. 그 위로 날아오른다. 폭풍우에 동요하는 고래가 있는가? 없다. 그 밑으로 잠수해 들어간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훨씬 더 높이 날아 오르고, 훨씬 더 깊이 잠수해 들어가며, 훨씬 더 쉽게 세상 문제를 넘어설 수 있지 않으시겠는가? 인간에게는 불가능한 일이 하나님께는 가능하다. 예측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서 불안하고 걱정됩니까?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일들 때문에 더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크신 분이고, 더 능력 있는 분이고,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으로 주시길 원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김 병 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크리스마스와 기부천사

며칠 있으면 크리스마스를 맞이합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축제는 그리스도교 신자들만의 경사스런 날이 아니라 온 세상 사람들이 한껏 들뜬 기분에 젖는 날이 되버렸습니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와 미사(Mass)의 영어식 합성어입니다. Mass(Missa-라틴말-미사-파견)란 우리 가톨릭 성당에서 언제나 바쳐지고 있는 제사(미사성제)로서 우리 교회에서 거행하는 최대의 예배 의식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속죄를 드리며 다시 은총을 기원하는 것으로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과 십자가의 죽으심을 본떠서 하는 인간으로서 바치는 최고의 경신 행위입니다. 이 미사를 마치고 나가는 신자들을 위해 주례사제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도록 즉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Mission)을 시킵니다.그런데 이런 거룩한 날에 우리는 상업행위에 휘말리게 돼서 상점마다 길거리마다 네온사인 등으로 장식한 휘황찬란한 장식들을 보며 뜻없이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예수님의 탄생을 진정으로 함께 경축하고 감사드리기 위해 불우한 이웃을 위한 자선에 앞장 서는 구세군의 자선남비의 모습은 세상을 훈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수많은 교회에선 너무 감동적인 찬송과 찬미를 드리면서 이 세상에 오시는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고 있습니다. 이 경축의 날 교회엔 다른 날 보다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예수님을 우리의 구세주로 믿는 신자들은 더 없이 감사스런 날이기 때문입니다.루카 복음 2장에 보면 천사가 목동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대목에서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그때에 갑자기 그 천사 곁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나타나 하느님을 이렇게 찬미하였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이 대목에서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누구일까 생각하게 됩니다. 간단합니다. 마태복음 25장에 최후의 심판 즉 사람이 죽으면 받게될 판결문이 실려있습니다. 그런데 몇 몇 교회에선 성탄미사 때 신자들이 바치는 헌금 전액을 모두 불우한 이웃을 위해 보낸다고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 아니 당연한 신앙인들의 사랑의 행위입니다. 이것이 점점 확대되서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수많은 교회가 예수님 성탄 경축일 즉 크리스마스날에 바쳐지는 헌금만은 모두 시설이나 불우이웃들에게 몽땅 다 보내진다고 하면 아마도 백화점이나 대형 상점들도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을 따라서 크리스마스날에 들어오는 수입은 불우한 이웃을 위해 자선남비에 다 바쳐지지 않을까 상상아닌 기대를 합니다. 그래서 교회마다 신자들이 큰 무리를 만들어 모여가는 모습이 마치 기부천사들처럼 아름다운 천사군대같이 보여질 때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교회의 참 모습으로 보여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이 이런 기부천사들이 되면 비록 신앙을 갖지 않은 시민들도 이날만은 모두 교회에 가서 여러 전례에 참석하다가 헌금하는 시간이 오면 신나게 줄을 서고 바로 이어서 공시사항 때 오늘 여러분들이 바친 헌금 전액은 가까이에 있는 모 시설에 전해드리겠습니다고 하면 함께 참석했던 신자이든 아니든 교회를 나올 때 그 얼굴은 마치 천사들 같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무신론자들과 물질만능에 젖은 사람들은 인간은 절대적 이기주의적 존재라고 말하지만 나는 결코 믿지 않습니다. 미래의 세상은 나누는 사람들의 것이 될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이신 성부 성자 성령의 나눔의 신비로 이 세상을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기부천사들이여!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인생 뭐 있어

인생 뭐 있어. 요즘 유행어라고 합니다. 유행어가 종종 시대적 화두(話頭, 불교에서 참선 수행의 실마리를 일컫는 말)가 되어 온 터라서 그 쓰임새를 한번 관심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노래, 각종 기고문, 방송, 광고의 소재와 제목으로 널리 쓰이고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쓰임새는 경우마다 달랐습니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 눈치 보지 말고 소신껏 살자는 긍정적인 쓰임에서부터 인생은 허무한 것이다, 닥치는 대로 살자는 식의 부정적인 쓰임까지 그 쓰임새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시대적 흐름이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이니 저마다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개성 중시의 세태가 또 하나의 시대적 흐름인 무관심과 냉소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얘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가족과 이웃에 대한 무관심 또는 냉소,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 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개성 중시라는 유행은 자기중심주의와 독선으로 흐를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독자 여러분께서는 이미 눈치 채셨겠지만 소납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어떻게 해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나는 누구이고 내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공동체는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인생의 주인공인 나는 누구일까요? 소납이 참스승으로 예경하는 부처님 얘기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만,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처음 하신 말씀입니다. 우주 만물 중에서(천상천하) 오로지 내가(유아) 스스로 존귀하다(독존)는 뜻입니다.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말씀을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 났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안하무인인 사람에게 네가 무슨 천상천하유아독존이냐 하고 핀잔할 때 쓰곤 합니다. 이는 말뜻을 잘못 이해한 것입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참뜻은 우주 만물이 차별 없이 모두 존귀하다는 것입니다.이런 해석이 가능한 이유는 독(獨)이라는 글자 때문입니다. 독은 자주독립할 때에 쓰이는 독으로 스스로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따라서 나라는 존재는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존귀한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그러면 나만 독존일까요? 아닙니다. 각자의 나가 모여서 우리(공동체)가 되고 더 크게는 우주가 되듯이 우주의 모든 것이 독존입니다. 그래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부처님 말씀에는 내가 독존이듯이 남도 독존임을 알고 존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지혜의 가르침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남을 존중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가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내게 이로워서도 아니며 남이 불쌍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존재한다는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세상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 창조된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연(自然)이라는 단어가 스스로 자에 그럴 연이라는 글자로 이루어진 것처럼 세상은 스스로 그렇게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과학을 공부한 분들은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불교에서는 스스로 그렇게 생겨나는 법칙을 연기법(緣起法)이라고 합니다. 연기법을 쉽게 설명하면 세상 모든 것은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생겨나는 것이고 이것이 있으므로 해서 저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누가 창조한 존재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 의해 내 인생이 좌우되는 것도 아니며 또한 나만 따로 존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수많은 독존의 존재와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존재하는 것입니다.요즈음 슬프고 안타깝고 한심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그런데 원인이 무엇일까를 가만히 짚어보면 서로가 독존임을 모르고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해서는 안되는 101가지 이유

지난해 전 세계 항공업계는 총 94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런 위기 가운데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었다. 아랍 에미리트 항공사가 소위 하늘 위의 궁전이라 불리는 A380을 한국을 포함은 신규 5개 노선에 투입한 것이다. 이 비행기의 대당 가격이 4천500억 원이다. 팀 클라크 에미리트 사장은 인터뷰에서 A380기를 58대 밖에 보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워둘 공간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전 세계 위기를 거꾸로 가는 아랍 에미리트 항공사를 보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클라크 사장이 이렇게 대답했다. 왜냐고요?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늘 101가지는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수십 년 전의 위치에 그대로 안주하는 다른 항공사들과 우리의 차이입니다. 에미리트 항공의 강점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데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에미리트 항공이 너무 공격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클라크 사장은 단적인 예를 하나 들고 있다. 중국 청도에는 인구가 1천100만 명이 삽니다. 그런데 2년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 운항되는 비행기는 일주일에 한 편에 불과했다. 영국 인구의 5분의 1일이 한 도시에 모여 있는 데 말이다. 그래서 청도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제품을 만드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고 가는지를 조사하게 되었고 운항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항간에 많이 팔리는 책이 있다. 스틱 이후에 칩 하스가 쓴 스위치라는 제목의 책이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bright spot(밝은 면)을 보도록 노력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어떤 변화를 시도하든지 어두운 면에서 출발하지 말고, 밝은 면에서 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와 사회가 너무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생각의 배후에는 진실을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시기와 질투의 눈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고, 그 일이 안 되는 101가지의 이유를 찾아 혈안이 되어 있다. 한국 교회 안에 가장 불행스러운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떤 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이 자신이 하는 목회사역의 80%를 장로들과의 관계를 위해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만나교회에서 사역하는 장로들을 심방한지 5년이 넘었다. 장로들은 목회 대상이 아니라 목회의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서 장로들을 돌보는 일보다는 더 중요한 일이 많다.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을 하는데 만도 시간이 부족하다. 관계가 힘든 이유는 서로에게서 어두운 면을 찾아내려는 노력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밝은 면을 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필자가 39살에 만나교회 담임이 되었을 때 40명이 넘는 장로들의 연령은 은퇴한 전임자와 비슷한 연배였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목회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무척 큰 스트레스였다. 어느 날 새벽 기도하는 중 하나님께서 그런 마음에 확신을 주셨다. 장로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좋은 동역자라는 것. 처음 장로가 될 때, 얼마나 많은 헌신과 충성이 있었을까? 문제는 그들이 가졌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고, 목회자가 처음 안수를 받을 때 품었던 그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 사회와 교회 모두가 밝은 면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하나님의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101가지의 이유를 찾아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왜 가톨릭 교회는 사회정의에 적극적인가?

가톨릭 교회의 역사는 말 그대로 파란만장의 세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 하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진리를 따라 산다는 것은 예수님과 같이 죽음까지도 불사할 수 있는 용기를 요구 받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의 가르침에 따르면 원죄로 인해 세상은 우리 인간의 욕심에 의해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우리 인류에게 선포하신 진리, 즉 가야할 길이란 무엇일까요. 첫째는 영원한 세상을 향한 우리의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그런데 구원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도록 일깨워 주십니다. 둘째는 하느님이 마련해 주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성경을 통해 전해 주십니다. 그것은 사랑과 용서와 평화 그리고 평등한 사회입니다.위의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하지만 이것을 구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때론 어는 나라에든 우리 예수 그리스도의 사상이 전파될 때는 그 사회의 기존 질서와 마찰을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가톨릭이 처음에 로마를 중심으로 전파될 때엔 상상할 수 없는 길고 긴 박해를 겪어야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에 로마의 사회질서의 모순에 대해 항거하였던 것입니다. 로마 시민만이 선민적 특권으로 온갖 만행을 자행했던 때에 우리 교회가르침은 하느님안에 모든 인간은 한 형제로 행복하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 로마의 기득권층으로부터 심한 반발을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300여년경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그리스도인들을 잘 관찰하다 보니 이들은 정직하고 서로 사랑하고 평등한 삶을 추구하고 하느님에 대한 공경이 남달라서 이들에 감화되어 신자가 되는 대 사건이 이뤄집니다. 이때부터 우리 교회는 엄청나 변화를 맞게 되는데 무서운 박해중에 있던 교회가 갑자기 신앙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치권력과 금권도 거머쥐게 되는 일대의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이렇게 전 유럽이 교회의 손에 들어오게 되니 이때부터 우리 교회는 부패의 아픈 역사가 시작됩니다. 그때에 프로테스탄이란 이름으로 여러 개신교가 탄생이 됩니다. 이 때 우리 교회는 성프란치스꼬 같은 성인들에 의해서 교회쇄신운동이 요원의 불길같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해서 정권과 금권에 대해 우리 교회는 신중한 자세를 갖기 시작하면서 봉사의 중심에 있는 성직자들에게 철저한 생활 규칙과 재산에 대한 사용과 정치권력과의 야합이나 금권에 대한 철저한 규제를 하게 되면서 말 그대로 환골탈태의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세상을 위해 우리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어느정도 가늠하게 되었습니다. 유물사관의 대표격인 공산주의의 태동도 엄밀히 생각해 보면 유럽교회가 기득권층과 야합하고 있었기 때문임을 지금 통렬히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가톨릭 교회는 이런 정치권력과 금권 그리고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자연파괴에 대항해서 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지키고 펼치기 위해 때론 사제들이 좌경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까지도 세상을 향해 사회정의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리서치 기관에서 우리 가톨릭 교회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집단으로 늘 인정해 주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온 국민을 울고 웃게 했던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노래 제목입니다. 하지만 스스로 못났다고 한 덕에 코미디의 황제라는 찬사와 존경을 받았으니 대단한 인생역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우리나라 위인(偉人) 중에도 스스로 못났다고 고백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백범 김구 선생입니다. 백범일지에 내 얼굴을 관찰해 보아도 귀하거나 부자와 같은 좋은 관상이 아니고 천하고 가난하고 흉한 관상뿐이다라고 썼는데 자기 PR시대라고 하는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가히 충격적인 고백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백범 선생께서는 대일독립전쟁의 최고 지도자가 되셨습니다.두 분은 얼굴 못 생긴 열등감을 어떻게 극복했을 까요? 이주일씨는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라고 노래를 했고 백범 선생께서는 백범일지에 관상공부를 하던 중에 책에서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 좋음이 마음 좋음만 못하다(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는 글귀를 보고 마음 좋은 사람(好心人)이 되기로 했다고 썼습니다.상호불여신호 신호불여심호(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보면, 이 글귀는 당나라 때 마의선인(麻衣仙人)이라는 사람이 펴낸 관상책 마의상서(麻衣相書)의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 글귀가 책의 마지막에 나오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용인 즉은 이렇습니다.마의선인이 길에서 만난 총각머슴을 보고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낙심을 한 총각머슴이 물가에 앉아서 탄식을 하고 있는데 나무토막이 떠내려 왔고 그 나무토막에 수많은 개미들이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우왕좌왕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고 합니다, 이에 총각머슴은 자신의 처지와 같은 개미들이 불쌍해서 나무토막을 건져 개미들을 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며칠 후 마의선인이 또 총각머슴을 보게 되었는데 곧 죽을 듯했던 총각머슴의 관상이 장수하며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으로 바뀌어 있더랍니다. 총각머슴에게 개미를 구한 얘기를 들은 마의선사는 자신이 공부한 관상법이 완전한 게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마의상서 마지막에 그 글귀를 추가했다고 합니다.이와 같이 세상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진리는 원효대사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해골에 담긴 물을 먹고 모든 것이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임(一切唯心造)을 깨달았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 것입니다.매년 대입수학능력시험 때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린 학생들의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미국의 CNN에서까지 한국에서 고3 기간은 지옥의 해라며 대학입시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문제를 다뤘다고 하는데 참으로 걱정입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문제는 그 학벌위주의 사회를 만든 주인공이 바로 부모들, 기성세대라는 점입니다. 청소년들의 애꿎은 죽음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탓만 하지 말고 부모 자신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반드시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한다면 이는 탐(貪) 즉 욕심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판단 만을 세상의 잣대인 것처럼 자식에게 가르치려 한다면 이는 세상을 경계와 경쟁의 눈으로 보는 진(瞋), 즉 세상의 향한 노여움일 뿐입니다. 또 자신의 자식을 약간의 노력이 부족한 잠재적 슈퍼맨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치(痴), 즉 어리석음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탐진치를 지혜로 바꾸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3가지 독(毒)이라고 말합니다,문제 있는 부모는 있어도 문제 있는 자식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에게 잘하라는 얘기를 하기 전에 자신은 잘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는 부모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영담 조계종 총무부장불교방송 이사장

크리스천으로 산다는 것

박성민 목사는 그의 책 완전 소중한 비밀에서 새로운 관계를 위해서는 통념을 뛰어넘는 넓은 관점으로 보라!라고 권면한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보면 당시 통념이라고 여기던 사실을 절묘하게 뒤집은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먼저 마태복음 7장 12절을 보자.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당시 존경받은 랍비 할렐은 구약의 율법을 해석하면서 남이 너에게 했을 때 싫은 것을 남에게도 하지 말라!라고 말했다. 차이를 알겠는가? 할렐은 피동적이며 대응적이고 소극적이다. 내가 당해서 싫은 것은 남에게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은 능동적이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다. 남이 나에게 해주었을 때 좋을 만한 것을 남에게 행하라고 가르친다. 다음으로 누가복음 9장 50절을 보자. 너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너희를 위하는 자니라우리를 위하지 않으면 우리를 반대하는 이들이라는 논리를 가진 세상은 이 기준으로 늘 편 가르기를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으면 우리를 위하는 자라고 말씀한다. 즉, 영어의 against와 for의 차이다. 제자들이 생각하는 우리 편과 예수님이 생각하는 우리 편의 범위가 다르다. 흔히 도덕적 위안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의 선행을 통해 자신의 죄책감을 상쇄시켜 보려는 의도. 예수를 믿는 사람으로서의 책임을 하지 않으면 왠지 꺼림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의 기준을 세운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는 도전은 자기중심적 기준이 아니라 예수님의 기준에서 보라는 것이다.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에서 피터 싱어는 지금 일어나는 기부문화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가를 묻는다. 예를 들어, 유명한 기부의 사람 빌 게이츠가 빈곤 퇴치를 위해 290억 달러를 내 놓았다는 말에 세상은 감동한다. 게이츠와 그의 아내 멜린다는 매년 50만 명의 어린이가 로타바이러스(아동의 설사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죽어간다는 보도를 보고 모든 생명은 그들이 어떻게 살든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라고 선언하며 자선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고 해도 카네기나 록펠러가 평생 동안 기부한 것을 무색하게 만드는 액수다. 하지만, 그는 지금 시애틀 근교 호반에 1억3천5백만 달러에 달하는 집에 산다. 매년 그 집에 대한 재산세만 1백만 불이 넘는다. 게이츠의 소유 중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쓴 대서양 법전이라는 책을 1994년에 3천 80만 달러를 주고 구입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한다. 그가 그렇게 많은 기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정도의 사치를 누리고 살 자격이 충분히 있는가? 물론 그는 다른 어떤 부자보다 훌륭하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 보자. 오러클의 CEO 래릴 엘리슨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부자 순위에서 14위인 250억 달러를 소유하고 있다. 그는 2007년에 3천9백만 달러를 기부했다. 굉장히 큰 액수 같지만, 그렇게 매년 기부해도 600년이 지나도 10억 달러가 수중에 남는다. 그 역시 2억 달러짜리 집에서 살고, 2억 달러짜리 요트인 라이징 선이 있으며 자가용 비행기와 제트기까지 소유하고 있다. 심각한 것은 그 요트 하나가 1시간 움직이려면 기름이 2천192갤런이나 사용되는데, 제타라는 승용차 한 대를 20년 몰아야 배출되는 산화질소의 양이다.각자 자신의 기준에서 행하는 일이 마음의 위안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가릴 수는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의 기준에서 산다면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삶의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래서 늘 예수님의 삶은 우리에게 도전을 준다.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영웅 안중근 의사 성인(聖人)으로 모시기

우리 천주교회에선 인류를 위해 신앙을 위해 모범적 삶을 사신 분들을 특별히 기리면서 우리도 이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본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이런 분들을 성인품(聖人品)으로 올려드려서 공경하고 있습니다. 이중에 가장 대표적인 분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이십니다. 이 분의 삶에서 우리는 여성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그리고 영원한 세상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성경에서나 성전 즉 구비문학 등과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서 공경을 드리고 본받으려 합니다. 예수님의 큰 사상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곳에선 많은 분들이 순교 즉 목숨을 바쳐 세상의 등불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최근엔 복자품에 오르신 마더 데레사 수녀입니다. 복자품(福者品)이란 성인품에 올려드리기 전 단계를 칭합니다. 현대는 신 자유주의 같은 경제우월 주의가 팽배하다 보니까 빈부의 차이는 물론 가진자들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세상을 향해 힘차게 외칩니다. 즉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우리 인류가 골고루 배부르게 먹고 인간의 기본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배려해 주셨지만 우리 인간들의 탐욕이 이를 파괴시켜 세계의 수십억의 인류가 기아와 질병과 인권을 침해 당한 채 비참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외치십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이 분을 성인품으로 올려 모든 인류가 서로 함께 잘 살아가도록 이분의 큰 뜻을 외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또 얼마전부터 우리 교회의 수장이셨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성인품으로 올려드리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분이 현대인에게 외쳤던 것은 무신론의 종주국이었던 소련의 유물사관의 허점과 이를 통한 인류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지적하셨고 또한 유태인의 비극을 몸소 겪으시면서 국수주의의 무서운 사상을 지적하셨으며 또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수많은 종교의 역할이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원천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류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하는 독소를 제거하기 위해 세계의 모든 종교 집단들이 각자의 문화권 안에서 가치를 부여하고 서로의 종교를 존중하자는 평화주의를 외치셨습니다. 요새 한국 천주교회에선 민족의 영웅이신 안중근 의사(세례명 도마사도)를 성인으로 공경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분은 하느님의 종으로서 독실한 신앙인으로 사셨습니다. 이분이 거사를 하셨던 사건은 어떤 이토 히로부미라는 사람에게 증오를 느껴서가 아니라 이 사람에 의해서 동양 더 나아가 세계의 평화에 큰 걸림돌이 될 것임을 정확히 간파하시고 그의 행보를 차단시켰던 것입니다. 이 분이 감옥에 있으면서 비록 미완이지만 동양 평화론을 서술하였습니다. 요새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하는 미국의 행보는 자못 궁금합니다. 이상하게도 미국이 전쟁을 하고 있을 때는 미국의 경제가 호기를 만나고 전쟁이 없을 때엔 경기가 불황을 겪는 것을 보면 세계의 힘의 균형이 지금은 어떤 지경인지 걱정이 됩니다. 우리나라에 미국의 새로운 군부대를 건설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전쟁의 전초진지로 삼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미국의 국방 정책을 역사안에서 보면 고개가 끄덕여 지게도 합니다. 중국과의 관계안에서 어떤 힘의 대결을 우리 나라에서 겨뤄보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영웅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론을 새롭게 거론하면서 어떠한 모양으로든 우리 나라가 이제 전쟁의 현장이 되지 말아야 되겠기에 이 분께서는 신앙인으로서도 완벽한 삶을 사셨기에 이분을 성인(聖人)으로 모시고자 하는 것입니다. 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나눔은 종교인의 일상적 책무

어느덧 10월도 반이 지났습니다. 황금 들녘은 추수가 시작됐고, 높고 높은 푸른 하늘에는 겨울 철새 때가 무리지어 남쪽을 향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입니다.TV보도를 보니 어떤 곳은 20여일이나 철새가 빨리 찾아왔다고 합니다. 겨울 철새가 빨리 오면 겨울도 그만큼 빨리 온다고 하는데 올 겨울은 빨리 오려는 모양입니다. 겨울이 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이고 또 해마다 겪는 것이니 웬만하게 사는 이들은 겨울이 빨리 오든 늦게 오든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그런 겨울을 힘겹게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긴 장마로 인해 홍수 피해를 당한 수재민들과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피해자들, 지난 5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부양의무자 확인조사에 따라 수급비가 삭감되거나 수급자에서 탈락한 사람들, 지난 9월에 서울역에서 강제 퇴거를 당한 노숙인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힘겨운 겨울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또한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 빈부격차의 심화, 10월의 선거부터 총선, 대선으로 이어질 정치권의 사활을 건 대 격돌 등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예로부터 춥고 배고픈 설움이 가장 큰 설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춥고 배고픈 설움의 근본적 원인인 가난은 나라도 못 구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소납은 종교계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2천500만명이 넘습니다. 사찰과 교회, 성당의 수를 합하면 복지를 담당하는 정부기관의 수보다 몇 배, 아니 수십 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어느 종교이든 나눔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눔을 불경에서는 자비라고 하고 성경은 사랑이라고 합니다. 또 불경은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 하여 모두에게 부처님의 마음과 자질이 있음을 가르치고 있고 성경은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셨다고 하여 모두에게 하느님의 본성이 있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종교인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이 있는 듯합니다.부처님과 하느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시듯이 우리의 자비와 사랑이 일상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풀어 얘기하면 자비와 사랑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나 명절 때, 연말연시 등과 같이 특별한 때에 특별한 마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얼마 전 우리는 언론보도를 통해 살아계신 부처님,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지난 9월말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김우수씨입니다. 50대 중반이었던 김우수씨는 홀몸으로 중국집 배달부를 하며 고시원 쪽방에 살았지만 70만원 안팎의 월급에서 매달 5만10만원씩을 내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후원했고 4천000만원의 보험까지 아이들을 위해 쓰라고 후원단체 명의로 들었다고 합니다. 김우수라는 거울에 자신을 비춰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소납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뼈저리게 참회하고 또 참회합니다. 모쪼록 올 겨울은 모든 종교인, 종교계의 참회와 회개를 통해 온 누리가 빠짐없이 따뜻해지기를 기원합니다.영담 조계종 총무부장ㆍ불교방송 이사장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이자 새들백 교회를 담임하는 릭 워렌 목사는 200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삶을 뒤흔들어 놓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작고 낡은 교회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25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본 것이다. 워렌은 그 교회가 하는 일이 자신의 심장에 꽂혔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목회하는 거대한 교회보다 더 소중한 일을 하는 그 작은 교회가 자신의 가슴을 뛰게 했으며, 그 후에 워렌은 교인들과 자신의 가슴 뛰는 비전을 나누게 되었다. 현재 새들백 교회 신도의 7천500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고 있다.어느 날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이 필자의 심장에도 꽂혔다. 릭 워렌의 이야기도 그 책에서 소개된 내용이다.아주 쉬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누군가 출근길에 혹은 바쁜 일로 길을 가다가 물에 빠진 아이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리 깊지 않는 물이지만, 어린 아이는 곧 꺼내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주위에는 이 아이를 꺼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 그 아이를 구한다면 약속 시간에 늦을 수도 있고, 당신의 옷과 신발은 다 젖을 것이다. 당신은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물에 뛰어들겠는가?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연히 아이를 구해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일을 위해 당신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손해(약속도 깨지고 당신의 옷과 신발도 엉망이 되는)를 감수해야 한다.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중에 1달러 25센트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절대적 빈곤층이라고 부른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세상에 14억 명 이상이 있다. 바로 그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수없이 많은 어린이, 그리고 이제 지구상에서 살아졌다고 생각하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이 있다.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죽어간다. 결국, 그 죽음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다.이 땅에는 절대적 빈곤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그의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국,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우리의 삶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 옷을 사 놓고 입지도 않는 것,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취미 생활, 우리가 먹으려고 샀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 그것만 가지고도 이 땅의 모든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물에 빠진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단지 우리의 옷이 젖고 신발이 젖는 것쯤을 감수한다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다. 구약성경에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tzedakah)이라는 말이 무려 3천 번 이상 언급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다.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의 권리만을 누리고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은 불의다.누가 우리의 형제인가? 우리의 가치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리 눈에도 동일하게 보여야 한다. 예수님께서 이 땅 위에 오신 것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나님의 눈으로 우리를 보셨기 때문에 우리가 심판받을 자로 보인 것이 아니라 구원받아야 할 자식으로 보인 것이다.아마도 우리에게 보이는 형제와 자매가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형제를 위해 움츠렸던 손을 펴야 한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우리의 헌신이 필요하다. 우리의 작은 헌신이 누구에게 큰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삼 분당 만나교회 주임목사

9월은 순교자 성월

한국 천주교회에선 9월을 순교자 성월(聖月)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신앙을 증거하다가 죽임을 당한 한국의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리는 달입니다. 이 성월은 한국의 순교 선열들을 현양할 뿐만 아니라, 오늘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그들의 정신과 삶을 본받아 시대가 요구하는 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한국천주교회는 18세기부터 중국으로부터 전해온 천주교의 서적과 교회정신에 대한 연구가 양반층에서 조심스럽게 연구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당시 조정에선 당파 싸움으로 끊임없는 암투와 피의 보복이 자행되었고 권력을 이어가기 위한 족벌 정치가 무섭게 뻗치게 되면서 산골 오지에 까지 권세가 등등하게 퍼지다 보니 백성들은 도탄에 빠지고 여러 지역에서 민란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보다 못한 양식있는 많은 지식층인 선비들이 특히 성호 이익이 주창하고 있는 실학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이벽, 권일신, 권철신, 정약전 등도 이분의 제자들로서 실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천주교를 학문으로 접하게 됩니다. 후에 이분들이 천주학을 신앙으로 받아드리고 천주교의 실천가로 승화하게 됩니다. 당시 서양에선 실증적이고 경험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학풍이 돌기 시작하면서 마침 서양 특히 독일에서 온 중국의 천주교 선교사들이 과학 등의 실증적 학문 뿐만 아니라 천주교 교리도 갖고 오게 됩니다. 천주교 창립의 주역 중에 한분이셨던 다산 정약용이 주축이 되어 수원 화성을 설계, 축조할 때에도 노동력의 보다 효과적인 방법, 즉 성과제나 할당제나 임금직불은 물론 거중기같은 건축 장비 등을 개발하여 사용함으로써 건축기간을 단축하였을뿐만 아니라 견고하면서도 아름답고 실용적인 성이 축조되었습니다.여기엔 좀 색다른 건축 양식이 있는데 방화수류정의 서쪽 벽에는 십자가가 잔뜩 박혀 있어 해질 무렵엔 그 현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당시에 정약용은 온 집안들이 천주교에 심취되어 있었던 때라서 아마도 예수님의 십자가 모습을 벽에 문양으로 은밀이 표현하고자 한 뜻은 아니었는가 묵상하게 됩니다. 이렇게 당시에 많은 학자들이 서학 즉 천주학을 연구하면서 우리가 이런 사상을 받아드린다면 틀림없이 멋진 나라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사상 즉 사랑과 계급이 없는 평등한 사회 그리고 용서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엔 이런 사랑의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고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면서 백성들을 힘들게 하고 양반과 천민등 계급사회가 사회의 틀이었고 복수는 끊임없이 이어졌었기에 바로 이 때에 예수님의 사상을 받아드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많은 선비들이 천진암 등에서 강학회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새로운 조선을 계획했습니다. 후에 이들은 우리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 주역들이 됩니다. 물론 신앙으로 승화되어 내세라는 확신을 깨우치게 되면서 신앙의 틀이 형성되고 드디어 우리나라에 명실공히 천주교회가 시작됩니다. 당신 조정에선 이런 천주교 신자들의 모임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엉뚱한 착각을 하게 되고 특히 정조대왕 이후로 무선운 박해가 여러차례 일어나게 됩니다. 조정의 당파싸움에서는 그 화풀이를 모두 천주교 신자들에게 덮어씌우는 자행을 하게 됩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약 100여년간 모질고 무서운 박해를 겪으면서 그동안 약 1만 여명이 훨씬 넘게 희생되었습니다. 이들을 우리는 순교자로 공경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수원화성에선 더 혹독한 박해가 일어나면서 약 1천 여명 이상이 순교를 하게 됩니다. 이분들 중에 순교하신 자료가 충분한 103분을 교황께서 지난 1984년 우리나라에 오셔서 전 세계가 공경을 드릴 수 있도록 성인(聖人)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지금도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 천주교 신자들은 사회곳곳에서 때론 힘차게 그리고 꾸준히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순교자분들을 우리 교회에선 어떤 분들보다 더욱 소중하게 모시고 있으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이 크신 사상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나라나 집단은 그 만큼 살기좋은 행복한 곳이 됩니다. 이렇게 매해 9월은 우리 천주교 신자들이 수원순교성지를 비롯하여 방방곡곡 100여곳이 넘는 순교성지를 찾아 그 뜻을 기리고 순교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재용 신부천주교 수원대리구장

우리 시대 종교인의 책무

올 초에 우리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해서 총무원 전 직원이 함께 고 이태석 신부의 헌신적 삶을 다룬 울지마 톤즈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었습니다.영화는 우리에게 사랑과 헌신, 함께하는 행복은 물론이고 지금도 아파하는 지구촌의 우리와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그들의 외침, 그 모두를 보여주었습니다. 참으로 감동스러웠습니다.소납은 고 이태석 신부의 삶이야말로 숭고한 인간의 가치와 의지를 우리에게 온몸으로 가르쳐준 우리 시대의 귀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이처럼 종교인은 오탁의 시대에 소금이 되고 혼란과 고통의 세계에 등불이 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종교가 소금과 등불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지구촌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갈등과 다툼의 빌미가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퓨포럼(the Pew Forum)이라는 미국의 종교문제 연구단체에서 발표한 리서치 결과를 보면 전 세계 인구의 1/3인 22억명이 종교활동에 제한을 받고 있고 전 세계 198개국 중 72%인 142개국에서 종교적 편견과 혐오로 인한 범죄와 폭력사태 등이 발생해 종교간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후쿠오카 마사유키라는 사람은 자신의 저작 21세기 세계의 종교분쟁의 서문에서 다양한 종교와 인종간의 분쟁보다 과거의 동서독이나 현재의 남북한의 경우처럼 동일한 민족의 이념적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훨씬 희망적이라고 말했겠습니까?우리 사회의 경우도 종교편향과 종교갈등의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민족전통문화가 일부 외골수 정치인과 종교인들의 종교적 신념에 의해 무참히 훼손당하고 있고 가정사에서는 여전히 종교갈등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신문 사회면에 종교차이와 제사문제로 인한 이혼기사가 등장하는데 가족 내의 종교갈등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예라 하겠습니다. 사랑과 화목, 마음의 평강을 주어야할 종교가 가정 파괴의 빌미가 된다니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문 다원화된 종교가 있는 국가입니다. 더구나 근래에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소수종교인의 숫자도 제법 그 수가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종교 현실을 보면서 최근 양식이 있는 많은 분들은 종교간 소통과 화평을 주문하고 이젠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그렇다면 우리 종교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소납은 그 답을 결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 이태석 신부님과 함께 믿음을 같이 하는 분들은 사랑의 마음으로 항상 낮은 데로 임하시고 한마리 길 잃은 어린 양까지 구하신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답이 아닐까요?그리고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부처님 가르침과 지옥이 텅텅 빌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 지장보살의 마음을 실천하는 것은 소납과 같은 길을 가는 분들의 답이 될 것입니다. 영담 조계종 총무부장ㆍ불교방송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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