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잇는 데이터센터 건립, 주민 건강·안전 우선해야

경기도 서부권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줄을 잇고 있다. 고양특례시에서 가동 중인 4곳 외에 9곳이 신규로 추진되고 있다. 고양 4곳, 부천 3곳, 김포와 파주 각각 1곳 등이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으로 불린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커지다 보니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클라우드와 AI 수요가 겹치면서 데이터센터는 2차 호황기에 진입했다. 지난해 40곳이던 상업용 데이터센터가 2027년이면 74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사 및 시스템통합(SI) 기업이 주로 보유하고 있는 상업용 데이터센터 시장에 최근 건설사, 부동산 운용사, 금융사 등도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임대(코로케이션) 목적이 크다. 서부권 9곳도 모두 자산운용사가 임대용으로 건설한다. 서부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이유는 경제성과 고객 수요 때문이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수요처는 줄고 인력 채용이 어려워진다. 장거리 통신비 등 비용도 증가한다. 여러 면에서 수도권의 이점이 크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기지 않는다. 반대와 갈등이 거세다. 전자파 유해, 전력수급 과부하 등 주민에게 도움이 안 되는 기피시설이라고 주장한다. 주택과 학교가 밀집된 지역에 주민들의 건강권, 환경권,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데이터센터는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자체에선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자체의 행정절차 번복·지연에 사업자들은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 등을 제기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전용주거지역과 보존녹지지역을 제외한 모든 용도 지역에 건립이 가능하다. 아파트단지 근처에도 들어설 수 있다. 전력 공급도 난항이다. 이웃 지자체에서 전력을 빌려 쓰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천의 데이터센터는 인천 부평구 갈산변전소로부터 15만4천V 특고압 전압의 지중선로를 4.5㎞ 설치해야 해 주민들이 도로굴착 허가에 반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유치 효과를 놓고도 찬반이 엇갈린다. 찬성 측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 IT기업의 투자 유치, 세수 증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주장한다. 반대 측은 엄청난 양의 전기와 물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는 안전 및 공기, 수질, 토지, 기후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다. 갈등 해소를 위해선 객관적인 정보 제공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사업자는 전자파 유해성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시민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공업지역으로 유도하고, 불가피하게 주거지역과 인접한다면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사설] 전해철은 김동연에게로, 초일회는 어디로

야권의 대권 후보 1위는 이재명 대표다.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며 더 공고해졌다. 20일을 전후해 관련 여론조사가 있었다. 미디어토마토와 한길리서치가 조사한 결과다. 야권의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는 이 대표다. 43.2%로 압도적이다. 그 뒤를 김동연 경기지사(7.7%), 김경수 전 경남지사(6%)가 잇는다. 조국 대표(5.8%)와 김부겸 전 총리(5.5%)도 있다. 차이가 크지만 야권 내 2위권은 김 지사와 김 전 지사다. 더 의미 있게 볼 항목도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누가 경쟁력 있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김경수 전 지사가 21.7%, 김동연 지사가 20%였다. 어떤 통계로도 김 지사가 야권 내 2위권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김 지사의 정치적 지지목은 친문 세력이다. 총선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했던 것도 그런 취지로 풀이됐었다. 자연스레 김 지사 주변으로의 친문 세력 응집이 언론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이런 때 전해철 전 의원이 합류했다. 수도권 친문이다. 경기도정자문위원장에 취임했다. 친문 세력 결집의 중요한 단초로 풀이된다. 26일 위촉식에서 전 위원장도 이런 의미를 숨기지 않았다. “언론 등에서 김 지사와 함께하고 후원하는 역할이 아니냐고 한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혀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또 “김 지사가 잘했으면 좋겠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도 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했지만 김 지사 지지는 분명히 한 셈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김 지사에게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초일회와의 관계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기간에 출범한 모임이다. 박광온·양기대·윤영찬·신동근·박용진·강병원 전 의원 등이다. 하나같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비명횡사’의 직격탄을 맞은 인사들이다. 대부분 수도권을 지역구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 경기•인천을 정치 발판으로 삼아야 할 김 지사다. 초일회와의 관계 정립에 관심이 쏠렸다. 초일회 방향에는 두 추측이 있다. ‘친김경수’, ‘친김동연’. 앞서 ‘친이낙연’이라는 지적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동연·김경수 관계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우리는 누구 편도 아니고 나라다운 나라, 좋은 대통령 만드는 데 힘을 모으려고 합니다. 대통령 후보가 정해질 때까지 이 기조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회원 A의 설명이다. 현 상태의 스탠스는 이게 맞는 것 같다. 다만 향후 방향까지 담보할 일은 아니다. 정치는 생물이라 했잖은가. 언제든 다양성으로 분화하는 게 정치다. 초일회와 김동연 지사의 연관도 그럴 수 있다. 같은 경기도가 기반이라서 더욱 그렇다.

[사설] 학교까지 침투한 딥페이크 성범죄, 단속·처벌 강화해야

특정인의 얼굴과 나체 사진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가뿐 아니라 중·고등학교까지 번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지역 및 학교 목록’이 나돌고 있다. 경기도에도 수원, 화성, 부천, 안산 등 수십 곳의 중·고교가 포함돼 있다. 피해의 진위나 규모 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학교와 교육청도 비상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SNS에 올린 얼굴 사진을 도용해 나체와 합성해 유포하고 있다. 1천300여명이 참여하는 한 텔레그램 채널의 경우, 전국 70개 대학의 개별 대화방을 열어 지인 신상을 확보하고 불법합성물을 제작해 게시하는 방식으로 범죄가 이뤄졌다. 인물 사진을 전송하면 5~7초 만에 불법합성물을 만들어주는 텔레그램방도 활성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작부터 유포까지 쉽게 디지털 성범죄에 가담할 수 있는 구조다. 미성년자인 중•고생을 대상으로 삼은 텔레그램 채널에도 2천3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는 보안 수준이 높아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쉬운 텔레그램을 통해 주로 이뤄진다. 외국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에서 유포되는 불법 합성물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포함한 국내 기관이 삭제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 수사에 착수해도 압수수색 영장의 강제력이 적용되지 않아 피의자 특정부터 난항을 겪는다. 실제 경찰이 ‘텔레그램 서버가 국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 수사기관의 무기력한 대응 속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해자들은 죄책감 없이 재미삼아 성범죄에 가담하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중 10대가 많다. 지난해 기준 허위 영상물 범죄 피의자 120명 가운데 10대가 91명(75.8%)으로 4명 중 3명꼴이었다. 딥페이크 기술은 신종 학교폭력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중·고등학교까지 덮친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해 강력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중·고생 등 미성년자까지 범죄 표적이 되게 해선 안 된다. 불법 음란합성물의 제작·유포행위는 피해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는 중범죄다. 수사와 처벌을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반포 목적’이 아닌, 성착취물 제작 자체도 처벌할 수 있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 제작과 유포뿐 아니라 2차 가해와 단순 시청도 처벌해야 한다. 단속·처벌 강화와 함께 윤리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도 절실하다.

[사설] 경기도의회 컬처밸리 협치, 고양 여론도 품어야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중요한 제안을 했다. 도정 현안인 고양 ‘K-컬처밸리’에 대한 협치 요청이다. 사업의 신속 추진을 위해 힙을 합치자는 제안이다. ‘K-컬처밸리’ 사업은 지난 6월26일 공식적으로 중단됐다. 경기도가 시행자 CJ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지체보상금 논란이다. CJ 측은 공사 지체의 불가피성을 감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는 불가능하며 공사를 더 맡길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다. 시급성은 추경안 처리와 관련 있어 보인다. ‘K-컬처밸리’ 토지매각 반환금이 1천524억원이다. 시행사인 CJ 측은 경기도와 GH로부터 사업 부지를 매입했다. 모두 4만3천㎡ 규모다. 협약이 해지됐으니 경기도는 이 매각대금을 반환해야 한다. 시한은 반환 사유인 해지가 있었던 시점으로부터 3개월 이내다. 오는 9월26일이다. 도의회 민주당은 ‘비용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CJ 측에서) 경기도금고를 압류할 수도 있다’며 시급성까지 설명했다. 민주당이 강조하는 협치의 목적은 분명하다. 조속한 사업 재개를 통한 한류 메카 조성이다. 황대호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이를 강조한다.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여야를 떠나) 전력투구해야 한다’고 밝힌다. 여야 합의를 통한 소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토지매각 반환금도 살피겠다고 한다. 사업 자체를 철저하고 꼼꼼하게 검증하겠다고 한다. 황 위원장의 협치 제안, 담당 소위 구성 제안에 공감한다. 진즉에 도의회가 나서야 할 일이었다. 하나 강조할 건 민의 반영 담보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민의 절실한 현안이다. 냉철히 말하면 고양 뺀 지역은 관심도 없다. 심지어 경쟁적 관계에 있는 곳도 있다. 같은 한류 사업을 펴는 일부 지역이다. 결국 ‘K-컬처밸리’의 수혜자, 피해자는 오롯이 고양시민이다. 이미 고양시민의 뜻은 도민 청원으로 정식화됐다. 해지 사유 설명, 향후 사업 여부, 타임라인 제시 등이다. 비슷한 내용의 국민청원도 현재 3만명을 넘어섰다. 중요한 목소리다. 현재 부각되는 의제는 토지 매각대금 반환이다. 9월 안에 줘야 하고, 도의회의 신속 처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CJ와의 완전한 결별을 위한 절차 진행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양시민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6월 계약 해지 자체부터 설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여론이 많다. 이런 이견까지 보듬는 협치로 가야 한다. 의제 설정, 소위 구성 등에서부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K-컬처밸리’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사설] 아리셀 참변의 명백한 불법, 4명 처벌이 끝인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참변이었다. 6월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산업단지 내 아리셀이었다. 생산 중인 일차 리튬전지가 폭발했다. 배터리 연속 폭발로 진압이 어려웠다. 소방 인력 159명과 소방 장비 63대가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23명이 근로자들이 화마에 숨졌다. 외국 국적자는 중국 17명, 라오스 1명이었다. 많은 이들이 ‘처음 접하는 화마’로 규정했다. 리튬전지의 특성이 화재를 키웠다고 했다. 그런데 다가 아니었다. 수사 결과는 인재였다. 엉터리 납품 비리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군에 일차전지를 납품하고 있었다. 2021년 시료를 바꿔치기하는 불법을 저질렀다. 품질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제작했다.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 남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였다. 이렇게 납품한 전지가 올 2월까지 47억원어치다. 올해 4월분 납품 검사에서 사달이 났다. 국방규격 미달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때 모든 납품이 중단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납품 양을 재생산해야 했고 이미 계약된 납품 양까지 겹쳤다. 또 불법이 시작됐다. 하루 5천개 생산을 밀어붙였다. 평균 생산량의 두 배였다. 다른 업체에서 근로자 53명을 공급받았다. 주요 제조 공정에 투입했다. 파견법에 규정된 파견근로 허용 업종이 아니었다. 불량률이 치솟았다. 3~4월 2.2%였는데, 5월 3.3%, 6월 6.5%까지 갔다. 케이스를 망치로 쳐 억지로 결합하고,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고, 메시 절단은 일용직이 작두로 했다. 이런 엉터리 작업에서 비극이 시작됐다. 미숙련 근로자들이 절단한 면에 뾰족한 형태의 잉여 부분이 생겼다. 이게 외부에서 들어온 금속 이물질과 함께 폭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견이다. 참변 이틀 전인 6월22일 발열 전지 1개가 폭발했지만 무시하고 돌렸다. 이때 전해액이 주입됐던 전지들이 사고 장소로 옮겨졌고 이 전지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적어도 화재 발생은 리튬전지의 특성과는 전혀 상관 없다. 군 납품에 불법이 확인됐다. 그때 제조 중단은 불가능했을까. 근로자 53명 충당에 불법이 있었다. 그때 부당 노동 행위 적발은 불가능했을까. 이틀 전 폭발해 불까지 났었다. 그때 화재 예방 매뉴얼을 적용할 수는 없었을까. 돌이켜보면 비극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짧게는 48시간 전, 길게는 3~4년 전부터 내달리고 있었다. 경찰이 아리셀 대표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과연 이들 외에 책임 질 사람들은 없을까. 더 있지 않겠나.

[사설] 스프링클러 없는 노후 건물, 국가가 적극 지원해야

지난 22일 발생한 부천 원미구 소재 호텔 화재 사고로 사망자 7명, 부상자 12명 등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호텔은 9층으로 64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스프링클러 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 이에 대한 대책을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가 난 부천 호텔은 2003년 완공된 이후 21년째 운영되고 있는 노후 건물이다. 건물의 스프링클러 설치는 2017년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높이 13m 이상 건물에 의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이 호텔은 2017년 이전 지어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부천 호텔과 같이 2017년 이전 지어진 건축물에 대한 화재 위험성이 높아 2020년 국토교통부는 3층 이상이면서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화재 안전성능 보강 건축물’에 대한 ‘화재 안전성능 보강 지원 사업’을 진행한 바 있으나 아직도 전국에는 화재에 ‘시한폭탄’인 건물이 즐비하다. 특히 경기도는 화재에 취약한 사업장이나 건축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8월 기준 ‘화재 안전성능 보강 건축물’이 572개동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다치를 기록,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구나 화재 발생 시 숙박시설보다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급 의료시설은 2026년까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것으로 돼 있어 화재 위험에 노출된 시설이 더 많을 것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24일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무려 23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의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부천 호텔 화재 사고가 또 발생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 아리셀공장 화재사고 수사본부 발표에 따르면 화성 화재사고는 무리한 공장 가동이 빚은 인재(人災)로서 안전 교육도 없었으며, 비상구도 막혀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부천 호텔 화재사고의 경우 2명은 공기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사망한 문제점도 관계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호텔 등 숙박 시설은 물론 노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료 기관에서 화재가 나면 매우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노후 건축물에 대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스프링클러 설치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사설] 신설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경기 북부가 순리다

대한체육회가 국제스케이트장을 새로 짓는다. 서울 태릉에서 옮겨 가는 대체 시설이다. 400m 링크, 연면적 3만㎡ 규모다. 전체 부지로 5만㎡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투입될 건립비 2천억원은 전액 국비다. 각종 국제·국내 빙상 대회가 개최된다. 엘리트·학생 선수들의 상시 훈련장이다. 가져올 경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지자체가 공모에 참여했다. 김포·양주·동두천시(경기도), 춘천·원주·철원시(강원도), 서구(인천시)다. 김포시는 특출한 교통 접근성이 강점이다. 인천·김포공항과 전철, GTX망을 갖고 있다. 양주시는 과감한 부지 제공을 약속했다. 태릉과 지척 거리에 있는 10만9천㎡다. 동두천시는 빙상의 인적 인프라를 내세운다. 빙상팀을 직접 운영하고 많은 선수를 배출했다. 경기도가 3개 시를 포괄해 유치전을 돕고 있다. ‘세계에서 통하는 경기도, 국제스케이트장 IN 경기도’라는 주제의 홍보영상도 배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홍보 등도 계획돼 있다. 낙후된 경기 북부다.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 북부 지원’이라는 도정 방향에도 부합한다. 기본적으로 경기 북부의 적절성은 넘친다. 엘리트·유소년 선수들이 쓸 시설이다. 이 선수들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 할 입장이다. 학교 통학과 훈련장 왕래가 모두 용이해야 한다. 3개 시 모두 서울 접근성이 30분 이내다. 교통 수단도 전철, GTX 등으로 다양하다. 기존 태릉과 가장 흡사한 조건을 가진 3개 시다. 인구 배분도 그렇다. 인구 2천500만명의 수도권이다. 국제스케이트장 하나 있는 게 옳다. 강원도에는 대형 스케이트장이 있다. 동계올림픽을 치러낸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이다. 2017년 완공됐으니 사실상의 신축 시설이다. 400m 더블트랙에 지상 2층, 지하 2층이다. 8천명이 입장 가능한 국제 규모다. 건축비용으로 국비 1천240억원을 들였다. 이런 지역에 국제스케이트장을 또 세워야 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강릉스케이트장은 개점휴업 상태다. 2018년 올림픽 이후 골칫거리다. 오죽하면 ‘축구전용경기장으로 바꾸겠다’는 도지사 선거 공약까지 나왔겠나. 영화 촬영 장소로 활용됐지만 일회성 행사였다. 컨벤션센터로 쓴다지만 걸맞은 이벤트가 적다. 이런 강원도에 또 하나를 설치해야 하나. 강원도의 경제 사정은 이해한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빌딩 세우고 지역균형발전 완성했다며 떠드는 우를 빙상에서도 반복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국제스케이트장은 경기 북부가 순리다.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그렇게 결론 나야 맞다.

[사설] 문턱 높은 무더위쉼터,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개방해야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기도 전역에 한 달째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다. 경기도내 온열질환자가 누적 600명을 넘었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나왔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한다. 고령층과 폭염 취약계층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지방자치단체마다 폭염을 피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에도 31개 시·군에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가 확보된 경로당, 마을·복지회관, 관공서, 은행 등에 8천200곳의 무더위 쉼터가 있다. 무더위 쉼터의 80% 정도는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편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노인을 제외한 더위 취약자들은 시설 이용이 쉽지 않다. 노인이라 해도 아파트 단지 내 경로당은 그 아파트 거주자 위주로 이용해 출입이 어렵다. 일반 경로당의 경우도 회원제로 운영해 이용이 제한적이다. 때문에 다가구주택 거주 노인이나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취약계층은 갈 엄두도 못 낸다. 그들에게 무더위 쉼터는 무용지물이다. 본보가 평택지역 무더위 쉼터를 점검했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평택의 무더위 쉼터는 모두 540곳에 이른다. 이 중 80%인 432곳의 쉼터가 아파트 단지나 마을 경로당 등의 노인시설로 경로당 회원만 이용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문이 잠겨 있거나, 주소가 실제와 다른 경우도 있다. 쉼터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주말에는 열지 않는 곳이 많다. 야간에 문을 여는 곳은 평택시립배다리도서관이 유일하다. 한 지자체에 500~600개씩의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수혜를 보는 사람은 극히 일부다. 모든 에너지 취약계층에 개방해야 한다. 평택시 관계자가 ‘경로당 무더위 쉼터의 경우 지자체 운영 시설이 아니라 개입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안일한 태도다. 회원제라 해도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에서 무더위 쉼터를 점검한다. 냉방기기 정상 작동, 쉼터 내부 청소 상태, 쉼터 안내표지판 부착 여부 등을 체크한다. 시민 전체에게 개방하고 있는지는 점검하지 않는다. 개방 권고도 거의 없다. 무더위 쉼터 운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복지시설, 마을회관, 주민센터, 금융기관, 보건소, 도서관 등 가능한 한 공공시설에 더 많은 무더위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 야간이나 주말에도 문을 여는 등 개방 시간도 늘려야 한다. 냉방비 지원도 필요하다. 세금이 들어갔으니 시민 모두에게 개방하라는 권고가 먹힐 것이다. 폭염 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는 시민 협조도 절실하다.

[사설] 경기도 업무협약 900건, 전시행정 구태 아닌지

지방자치단체마다 수많은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또는 광역-기초단체 간의 체결도 있고, 공공기관이나 대학 등과 협약을 맺기도 한다. 행정의 다변화와 효율성을 모색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1999년부터 지난 7월 말까지 다른 광역단체, 국가·지방 공기업, 도내 일선 시·군 등과 진행한 업무협약은 모두 903건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80.4건, 월별로 환산하면 한 달에 6건 정도의 협약이 이뤄졌다. 민선 8기 들어 체결한 업무협약은 175건이다. 민선 7기(404건), 민선 6기(227건)에 비해 적지만 남은 임기 2년을 감안하면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협약의 성과는 얼마나 될까. 한마디로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관리도 안 되고, 통계도 없고, 평가도 안 되고 있다. 협약 건수만 늘렸지 보여주기식 행정, 무분별한 협약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업무제휴 및 협약에 관한 조례’에 따라 체결기관, 체결일 등을 담은 업무협약 현황이 매달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각 부서에서 진행 상황을 취합한 것으로, 현재 진행 644건에 미진행 259건이다. 미진행의 이유는 모른다. 중단 또는 취소에 대한 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 진행 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통합관리 시스템이 있어야 각 실·국이 진행한 업무협약 내용을 파악하고 중단, 취소 등의 상황도 체크할 수 있는데 사후관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협약을 체결한 지 오래돼 내용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업무협약 자체는 좋은 제도다. 지방자치단체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된다.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는 2017년 세종보건환경연구원이 개원(2019년 9월)할 때까지 시민 건강과 밀접한 환경 및 보건 업무를 충북 보건환경연구원에 위탁해 보건 분야의 공백을 메웠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자치단체 간 협약제도 도입방안’에 우수 사례로 소개된 내용이다. 경기도는 업무 제휴·협약과 관련, 정비를 해야 한다. 평가위원회 등을 구성해 협약의 지속 여부를 점검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선언적 의미의 협약이나 전시용 협약을 가려내고 도정과 도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것들을 추려내야 한다. 법적인 구속력을 갖추지 않은 업무협약은 자치단체장의 인적 네트워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단체장이 바뀐 후에는 협약이 이행되는지 무관심하고, 또 새로운 협약을 맺는다. 지자체 업무협약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업무협약 상황을 점검하고 통합관리할 시스템도 구축해 효율성을 모색해야 한다.

[사설] 신설 경기도 과학고 입지는 균형발전 고려해야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데도 뜨거워진다. 경기도 과학고 유치전이다. 각종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잡혀 있다. 추진단 결성, 토론회 개최, 시민촉구대회 등이 줄을 잇는다. 경기도교육청이 불을 그어댔다. 임태희 교육감의 경기도 과학고 추가 지정 추진 구상이다. 지난 4월 ‘경기형 과학고 구축 프로젝트’까지 발표했다. 상세 절차와 계획 등을 발표할 단계에 왔다. 지역에는 이미 바뀌지 않을 약속이 됐다. 정치권은 4월 총선부터 바빴다. 어떤 지역 후보자가 교육감을 만났다. 다른 지역 후보자는 교육청을 찾았다. 많은 지역 후보자가 공약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 여기에 뛰어든 지자체만 10여개다. 고양·부천·성남·시흥·용인·화성·광명·안산·이천 등이다. 임 교육감이 언급한 신설 학교 수는 ‘권역별 서너 곳’이다. 이 ‘서너 곳’에 들어가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런 지역 경쟁이 있었나 싶다. 이천시 ‘이천과학고 유치위원회’는 23일 토론회를 한다.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이천)이 공동 주최하는 행사다. 대학교수, 교육청 관계자, 지역 정치인들이 나선다. 유치 기원 릴레이 행사, 시민결의대회도 예정돼 있다. 성남시는 시정연구원이 주관한 설문 결과를 뿌렸다. 시민 653명 가운데 84.7%(553명)가 찬성한다는 통계치다. 성남시민의 숙원임을 강조하는 발표다. 역시 지역 국회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화성시는 다른 지역과 또 다르다. 동탄이라는 지역을 특정했다. 이준석 의원(개혁신당·화성시을)이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명칭에 ‘동탄 과학고’라고 아예 못 박았다. 앞으로 지역의 열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교육청이 용역을 끝내고 8월 중 일정을 발표한다. 공모로 가는 절차의 시작이다. 지역마다 ‘반드시 우리 지역인 이유’를 말한다. 어디는 교육 열기, 어디는 입지 조건, 어디는 산업 인프라다. 워낙 첨예해 평하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분명히 짚고 가야 할 건 있다. 과학고가 지역에 주는 가치다. ‘강남 완성은 경기고 이전’이라고 했다. 70년대 교육열은 신도시를 견인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과학고 유치는 도시를 키운다. 큰 도시라면 더 완성시킨다. 듣기 불편하지만 반론 없는 현실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가 제언해 두려는 두 가지 조건이 있다. 경기도를 고르게 나누는 권역 분배가 하나고, 시•군 경제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균형발전이 다른 하나다. 권역 분배와 균형발전. 둘 다 순수 교육의 영역 밖의 가치다. 하지만 저 유치 열망 속에 담겨 있는 목적인 것 역시 분명하다. 입지 평가 항목에 반드시 넣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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