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을 반영 못하는 상속세, 시급히 개편해야

지난 6월27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속세 개편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부총리는 “전체적으로 우리의 상속세 부담이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개편되지 않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적 인식이 있다”라고 말하면서 7월 말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상속세 개편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을 통한 상속세 개편을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6월20일 당정협의를 통해 22대 국회에서 중요 국정현안으로 다루겠다고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6개 경제단체도 6월27일 보고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속세 개편을 강력히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또한 불합리하게 과세를 매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유산세 과세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니, 이는 피상속인이 유산으로 남긴 상속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한 후 이를 상속인들이 상속받은 재산비율대로 나누어 부담하는 방식이다. 유산세 과세방식은 국제적 동향과도 부합하지 않으며, 또한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상속세를 운용 중인 OECD 국가 중 유산세 과세방식을 채택한 국가는 한국, 미국 등 4개 국가에 불과하다. 유산세 과세방식은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하기 때문에 상속인별 담세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피상속인이 생전에 세금을 내고 축적한 재산에 대해 사망 시 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상속세 과세방식을 유산 취득세 과세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 상속세의 세율 구간도 문제이다. 현재 상속세는 과세표준 기준으로 1억원까지는 10%, 이후 초과분에 대하여 계속 과세율을 10% 단위로 증가, 과세하고 있다. 30억원 초과분엔 5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이는 1999년부터 24년 넘게 유지됐다. 그동안의 자산가격, 특히 부동산 가격 상승을 고려할 때 세율 구간 개편은 시급하다. 현재 상속세 대상 43%가 10억~20억원으로 이들이 아파트 한 채 상속 땐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 이외에도 배우자 공제율도 개편 대상이다. 미국과 영국에는 배우자 공제에 한도가 없으나, 우리나라는 아주 낮아 개편이 필요하다.

[사설] 기회소득 본격화, 대민 홍보도 병행해야

경기도의 기회소득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다. 해당 분야는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 기후행동 등 4개다. 본격 시행이 가능하게 된 기점은 정부와의 협의 완료다. 복지부와의 체육인, 농어민, 아동돌봄에 대한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가 끝났다. 기후행동은 사회보장제도 협의 대상이 아니다. 앞서 예술인과 장애인 기회소득은 지난해부터 지급되고 있다. 김동연 지사가 추진해온 경기도민 기회소득이 도정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정책 협의 절차를 완료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과거 지방정부가 시작한 복지는 중앙정부와 충돌을 빚는 경우가 많았다. 재정 여건 이견, 유사 복지와의 충돌, 감당 못할 과급 우려 등이 이유였다. 2016년 성남시 청년 배당이 그랬었다. 당시 복지부가 제도 시행에 이견을 보이면서 법적 충돌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이번에 경기도는 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이런 불필요한 마찰을 없앴다. 동시에 기회소득이 국가로부터 새로운 복지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크다. 분야별 기회소득이 정하고 있는 원칙과 기준도 평가할 만하다. 집행 예산, 지급 대상, 지급 기간 등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정해 놨다. 체육인 기회소득의 경우 대상 기준은 19세 이상 중위 소득 120% 이하의 현역 선수, 선수 출신 지도자, 심판이다. 약 7천800명에 달하는 이들에게 연 150만원을 2회에 걸쳐 지급한다. ‘중위 소득 120% 이하’라는 기준으로 복지 혜택의 한계를 분명히 정하고 있다. ‘무차별 퍼주기 복지’와 구분이 명확하다. 농어민 기회소득도 마찬가지다. 청년농어민(50세 미만), 귀농어민(최근 5년 이내 귀농어), 환경농어업인(친환경, 동물복지, 명품수단 인증) 등으로 정했다. 약 1만7천명 대상에게 월 15만원씩 지급한다. 아동돌봄 기회소득은 부모를 대신해 주민이 아동돌봄에 참여하는 경우다. 500명 정도로 규모를 정해 월 20만원씩 지급한다. 기후행동 기회소득은 걷기, 자전거타기, 배달앱 사용 시 다회용기 사용 등 탄소중립 실천 15개항 인증자다. 기존의 청년 배당(만 24세 청년)이나 농민기본소득(만 19세 이상 농민)과 다르다. 복지가 필요한 대상을 특정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와 다르고, 대상 범위를 폭넓게 수용한다는 점에서 선택적 복지와도 다르다. 대상자 모집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자들만의 관심을 넘어설 것이다. 1천300만 경기도민이 기회소득을 알게 될 것이다. 경기도 입장에서는 기회소득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낼 더 없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과하지 않은 정도라면 기회소득 홍보도 구상해 보는 게 좋다.

[사설] 발암물질 범벅 놀이터, 바닥재 전수조사 필요하다

경기도내 초등학교와 유치원 놀이터 바닥재에서 1급 발암물질 등 다량의 독성물질 검출은 충격적이다. 경기일보가 유해성 검사를 진행한 8곳의 탄성포장재 놀이터 바닥에서 모두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기준치(1kg당 10㎎)를 초과했고, 일부 학교와 유치원에선 기준치의 3~4배를 넘었다. PAHs는 장시간 노출될 경우 폐암, 피부암, 생식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성 물질이다. 여기에 자폐 등의 유발 위험이 있는 프탈레이트까지 기준치 넘게 검출됐다.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시공한 탄성포장재 놀이터가 있는 유치원은 608곳이다. 초등학교도 148곳에 이른다. 이곳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은 발암물질에 무차별 노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유치원생들은 바닥재를 손으로 집거나 뜯고 입에 가져가는 등의 유아기 행동 특성상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경기일보가 ‘발암물질 위의 아이들’이란 기획을 통해 초등학교와 유치원 놀이터의 유해성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발암물질을 품은 탄성포장재가 어린이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가운데 놀이터 시공 이후 안전검사 규정이 미흡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놀이터는 ‘어린이활동공간 확인검사’ 대상이다. 해당 검사는 바닥재의 중금속, 프탈레이트, 폼알데하이드만 측정할 뿐 PAHs는 검사 항목에 없다. 바닥재는 품질인증 과정에서 PAHs 8종을 측정하지만 시공 이후 정기 검사에선 PAHs가 검사 항목에서 제외됐다. 1급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놀이터를 새로 짓거나 확장하지 않는 한 바닥재의 유해성 검사를 관리 주체의 자율에 맡겨 이 또한 문제가 있다.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탄성포장재 하층부에 대한 PAHs 규정은 사라질 위기에 있다. 교육기관 놀이터의 탄성포장재 안전성 인증을 담당하는 한국체육시설공업협회가 최근 바닥재 하층부의 PAHs 규정을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탄성포장재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층은 완전히 구분되지 않아 유해 물질이 전이될 우려가 있다. 이미 파손된 곳에선 하층이 드러나 있다. 때문에 바닥재 하층부의 PAHs 규정 삭제는 맞지 않다. 놀이터 바닥재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되는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해 오히려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학부모들과 맘카페 등에선 어린이 놀이시설의 전수조사를 요청하고 있다. 차라리 위험한 놀이터의 운영을 중단하라고 한다. 도교육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선 놀이터 바닥재에 대한 유해성 검사 기준을 강화하고, 당장 전수조사부터 해야 한다.

[사설] 의료공백에 고통 커진 희귀질환자,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의료 파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희귀·중증환자들이다. 이들은 전공의 비중이 큰 상급종합병원에서 정기 진료·처방을 받거나 수술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이 4개월여 되면서 희귀·중증환자들의 고통이 배가되고 있다.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는 건 아닌가 불안과 우울까지 극심해졌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대학병원 등에서만 처방 가능한 특정 약이 필요한 환자들에겐 훨씬 위협적이다. 수술을 받지 못해 애태우는 환자도 많다. 정부가 전공의가 대거 빠져나간 대학병원 등을 중증·응급 진료 중심으로 비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희귀·중증질환자에겐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중증질환연합회에선 “환자를 의·정 갈등의 도구로 쓰는 것을 멈추고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은 고통의 긴 터널에서 신음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그 가족들은 일상이 망가져 버렸다고 한다. 경기일보가 의료 공백 속 사선으로 내몰린 희귀질환자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희귀질환자의 76%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데 전공의가 없어 수술과 치료 지연에 고통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동네 병의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이들의 목소리는 절박하다. 국내 희귀질환은 지난해 기준 1천248개다. 특발성 폐섬유증이 가장 많고 이어 비가역적 확장성 심근병증, 전신홍반루푸스, 크론병, 모야모야병 등의 순이다. 희귀질환자는 총 70만명으로 추정된다. 매년 5만여명이 발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집계한 2021년 희귀질환 발생자는 5만5천874명이다. 이 중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거나 질병 분류코드가 없는 극희귀질환자는 1천820명, 기타 염색체 이상 질환자는 87명으로 밝혀졌다. 유병인구 200명 넘는 희귀질환자는 4만3천79명이다. 경기도가 1만1천377명(26%)으로 가장 많다. 인천은 2천446명(5%)다. 희귀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치 않아 치료가 쉽지 않고 장기간 지속 관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 결과, 희귀·난치성질환자 10명 중 8명은 근본 치료제가 없다고 했다. 치료제가 있어도 처방받아 복용하거나 투약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에 달했다. 절반 이상이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꼽았다. 투병 전보다 생활형편이 낮아졌다는 비율이 65%였다. 희귀질환자들은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더 이상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된다. 위급상황 시 신속 대응체계 구축은 물론 세심한 지원체계가 절실하다.

[사설] K-컬처밸리 해제, ‘경기도-CJ’ 송사로 번지나

경기도가 K-컬처밸리 사업 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했다. 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의 무리한 요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김현곤 경제부지사는 “CJ라이브시티가 사업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했고 무리한 요구로 인해 합의가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체상금 감면 요구가 해제 결정에 이른 결정적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CJ 측에 지체상금을 감면해주면 경기도의 특혜나 배임 소지가 있다는 것이 경기도 입장이다. K-컬처밸리는 고양시 장항동 일대에 추진되는 문화 인프라 조성 사업이다. 고양시는 물론 경기 북부에서 예가 없는 대형 사업이다. 축구장 46개 크기인 30만2천200㎡에, 사업비만 1조8천억원이다. 2015년 정부가 발표했고, 이듬해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샀다. 2018년 이후 사업 승인, ‘경기도-고양-CJ라이브시티’ 간 3자 협약 등이 이뤄졌다. 최종 완공시기는 2024년 6월30일로 정해졌다. 이후 CJ그룹의 내부 자금 경색 사태가 있었고, 시공사와의 공사비 갈등도 있었다.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협의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때 CJ 측이 완공 시기를 늦춰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로 인한 지체상금 감면도 함께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도가 ‘같이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CJ 측은 ‘지체 책임’을 전혀 다르게 본다. 공개적인 사업 지연의 요소는 두 가지였다. K-컬처밸리에 필요한 전력 신청과 일산 한류천 정비다. 전력 문제는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와 겹쳤다. 반도체 전력이 패스트트랙으로 우선되면서 K-컬처밸리는 순위에서 밀렸다. 악취를 유발하는 한류천 정화 사업도 경기도, 고양시의 이견이 있었다. 두 문제 모두 사업자 의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외부 요인이라는 것이 CJ 측의 설명이다. 지체상금 감면을 요구할 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진행된 공정은 17%다. 협약 해제 때 업체 측 피해가 크다. CJ 측에서 이미 법리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지루한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고양시민 등 경기 북부 주민들의 사업 재개 요구도 경기도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공사 중단 중이던 4월에도 킨텍스한류월드공동주택연합회 등의 정상화 요구가 있었다. 경기도가 대안이라고 발표한 ‘공영개발’도 주민 반발을 누그러뜨릴 정도의 구체안은 아니다. 경기도와 CJ라이브시티가 소송을 하면 그 피해는 ‘공정 17%의 땅’을 보고 있어야 할 고양시민이다.

[사설] 지하차도 차단시설, 특정 업체 독식에 설치율도 낮다

지난해 7월 24명의 사상자를 낸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이런 대형 참사를 겪고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하천 범람 및 지하공간 침수 대비 태세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하차도 1천86곳 중 182곳이 침수 우려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159곳의 지하차도가 침수 위험에 따른 진입통제 기준이 없었고, 132곳은 침수 피해 시 차량 진입 차단시설이 없었다. 터널 내부(163곳) 및 진출입로(157곳)에 피난 및 대피 시설도 마련되지 않았다. 지하차도 안전대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공염불이었던 셈이다. 경기도의 지하차도 차단 시설과 시스템 등에도 문제가 많다. 지하차도 차단설비는 호우 때 지하차도에 폐쇄회로(CC)TV, 전광판, 수위계 등을 설치해 수위가 일정 수준(1차 7㎝, 2차 15㎝)에 도달하면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차단막이 내려오면서 차량 진입을 막는 장치다. 경기도와 각 시·군은 올해 112개의 차단설비를 계획하고 있다. 장마 전까지 설치 완료된 곳은 40개에 불과하다. 도내 지하차도 10곳 중 6~7곳은 집중호우로 지하차도가 물에 잠겨도 진입을 막을 장치가 없어 침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차단설비 설치율이 35% 정도에 그친 것은 한 업체가 일감을 독식하고 있어서다. 도와 지자체는 조달청에 등록된 한 우수조달물품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이 업체에 계약이 몰리면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이 업체가 조달청의 ‘터널진입차단설비’ 카테고리에 단일 업체로 등록돼 있어 담당 공무원들이 ‘편의’를 이유로 여기와 수의계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특정 업체의 독식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조달청에 등록된 우수업체와의 계약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곳에 맡겨 설비공사가 늦어지면 다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데도 계약하기 편하다며 이 업체와 계약했다. 112개 지하차도 차단설비 중 90%가 넘는다. 도 관계자는 “조달청 등록업체를 선정하다 보니 독점처럼 보이는데 한 업체를 의도적으로 몰아준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업체 대표가 우수조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인맥과 지위를 이용한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다. 도내에 지하차도 차단설비 공사를 할 수 있는 업체는 여러 군데다. 의혹을 해소하고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해서라도 특정 업체 독식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도와 지자체는 지하차도 차단시설 설치 후 작동 여부만 점검할 게 아니라 구조물 규격 등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재질 부적합, 불량 등이 도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사설] 8곳 조사했는데 8곳에서 발암물질 나왔다

경기일보가 어린이들이 뛰어노는 공간에 대한 유해물질 조사를 했다. 언론사가 직접 관련 조사를 벌인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학교 운동장, 트랙 등의 유해물질 공포가 크다. 공신력 확보를 위해 도의회 대표자가 함께했고, 도교육청도 지원했다. 검사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맡았다. 조사 대상은 도내 4개 초등학교와 4개 유치원의 놀이터다. 결과가 나왔는데 놀랍게도 조사 대상 모두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국가표준기술원이 정하는 탄성포장재 인증 기준이 있다. PAHs(다핵방향족탄화수소) 총량 ‘㎏당 10㎎ 이하’다. 초등학교 4곳에서 평균 25㎎가량이 검출됐다. 양주시 A초등학교의 놀이터에서는 상층부에서 23.1㎎, 하층부에서 28.5㎎이 검출됐다. 평택시 B초등학교에서도 상층부 12㎎, 하층부에서 15.2㎎이 검출됐다. 하남시 C초교, 의정부시 D초교에서도 비슷한 양의 PAHs가 검출됐다. 유치원 4곳의 결과도 다르지 않다. 이번 시험에서 검사한 PAHs 18종 가운데 가장 많이 검출된 것은 플루오란텐과 피렌이다. 플루오란텐은 석탄 연소나 도로 교통, 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탄화수소다. 간 손상과 유전자 독성 등 문제를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피렌은 호흡기 질환과 간 손상의 위험이 있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중국산 제품에서 검출돼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던 프탈레이트가 발견됐다. 성조숙증이나 자폐를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상당한 충격이다. 검출된 발암·유해물질의 비중은 다르다. 허용 또는 기준치를 크게 상회하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채취된 바닥재의 상층부와 하층부 사이에도 검출량의 차이는 있다. 심각한 발암물질이 있는가 하면 유해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물질도 있다. 기존에 알려졌던 상황도 있고 새롭게 드러난 상황도 있다. 이 모든 차이를 무시하고 극단의 공포로 몰아가면 안 될 것이다. 우리도 불특정 다중에 과도한 공포 유발은 경계한다. 다만 시급히 해야 할 제언이 있다. 전수조사다. 경기도의회 안광률 교육행정위원회 부위원장도 말했다. “전수조사를 거쳐 개선 공사 등 근본적인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이번 조사가 남긴 최우선 과제는 전수조사의 필요성이다. 4개 초등학교와 4개 유치원을 조사했는데 모두 검출됐다. 이쯤 되면 모든 놀이터가 같은 사정일 것으로 가정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이제 경기일보 조사가 아닌 관계 당국이 나서는 조사가 필요해졌다.

[사설] 하이트진로, 가짜 생맥주 사태에 진짜 책임 없나

하이트진로가 판매하는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이 논란이다. 이 제품은 소비자 인식이나 규정상 맥주가 아니다. 국내 시판되는 맥주는 맥아 함량이 70%를 넘는다. 주세법에 의하더라도 맥주는 맥아 함량이 10% 이상이어야 한다. ‘필라이트’는 맥아 함량이 10% 미만인 발포주다. 맥주도 아니고 생맥주는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일부 주점·식당에서 ‘생맥주’로 둔갑시켜 판매하고 있다. 명백한 소비자 우롱이다. 생맥주 값을 받았다면 불법이다. 본보 취재진이 판매 현장을 도내 전역에서 취재했다. 지난 27일 오후 수원특례시 영통구 영통동 한 주점.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를 생맥주처럼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가격에, 이런 맛이? 생맥주 500㏄ 3천500원’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각 테이블 메뉴판에도 ‘필라이트 생맥주’라고 적혀 있다. 앞선 21일 남양주시 호평동의 한 주점에서도 같은 상황을 확인했다. ‘필라이트 살얼음 생맥주’로 소개하며 ‘필라이트 생 500㏄’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의 생맥주 둔갑 논란은 이미 있었다. ‘속았다’거나 ‘속을 뻔했다’는 소비자 불만이 최근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제조사인 하이트진로 측은 “‘필라이트 생’으로만 표기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고 공식 해명했다. “메뉴판이나 판매가는 업소에서 결정한다”며 책임 없음도 주장했다. 하지만 시중의 ‘생맥주 사칭’은 계속 발견된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분노도 점점 커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생맥주 둔갑’의 1차 행위자는 판매하는 주점·음식점이다. 면책(免責)을 주장하는 하이트진로 측의 해명이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이번 논란의 원천적 요인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모든 혼란은 모호한 제품 자체에서 출발하고 있다. 앞선 ‘필라이트’ 상품에 명확한 분류는 없었다. 지금도 유통매장에서는 맥주와 뒤섞여 있다. 사실 그때부터 많은 소비자들은 ‘가성비 좋은 맥주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이 왜곡을 회사만 모르고 있었나.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이라는 제품명은 더욱 노골적이다. ‘생(生)’이나 ‘20L’는 생맥주를 연상시킨다. 제품명에서부터 이미 혼란이 시작됐고, 그 모호함을 시중 판매자들이 악용한 것이다. 아닌가.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조언을 참고해 볼 만하다. “법을 판정할 때 오인 가능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만큼 오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이 해석은 ‘필라이트 후레쉬 생(生) 20L’에도 그대로 대입된다. 모호함의 상술인가. ‘우리는 생맥주라고 꼭 짚어 쓰지 않았다’거나 ‘브랜딩 스티커를 시중에 배포했다’는 해명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소비자의 불만은 계속 나오고 있다.

[사설] 22대 국회의 품격 있는 의정활동을 기대한다

22대 국회가 지난 금요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함으로써 일단 원 구성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절대 과반수 의석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의정폭주를 막겠다며 7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보이콧하다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22대 국회가 원 구성을 끝내고 이번 주 2일부터 4일까지 대정부 질문을 하고 공식적인 개원식은 5일 개최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22대 국회는 민생 문제를 비롯해 산적한 국정 현안을 의회 차원에서 해결할 막중한 책무가 있으며, 이것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이다. 그러나 지난 1개월 동안 여야 정당이 보여준 22대 국회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회 관행을 무시하고 주요 상임위원장을 독차지 하는가 하면 이에 반발한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회 자체를 보이콧해 지난 1개월 허송세월했다. 지난 21대 국회가 정상화하는 데 무려 47일 걸린 것과 비교하면 28일 만에 원 구성을 끝냈다는 차원에서 22대 국회가 자랑할 수 있을까. 최근 여야 정당이 22대 국회 임기 개시 후 보여준 의정활동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 국회가 전 세계 국가 중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천만 이상의 조건을 갖춘 국가로서 미국 등 8개국밖에 없는 ‘30¯50클럽’의 일원이고 세계 경제순위 10위에 걸맞은 위상을 가진 선진국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지난 5월30일 임기 시작 이후 22대 국회는 여야 정당이 계속해서 원 구성을 둘러싸고 싸움만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지난 5월30일 ‘채상병특검법’과 ‘한동훈특검법’을 각각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특검법 외에 ‘민주유공자예우법’ 등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모두 재발의할 방침이다. 이에 국정에 막중한 책임을 진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반발만 했다. 강력한 야당에 대해 특별한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다가 결국 야당이 제시한 원 구성에 합의했으니, 그동안 여당의 책무를 방기한 것은 아닌지. 또 지난달 21일 열린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된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의 발언 내용이나 행태를 보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참으로 입에 담기 민망한 발언을 하는 등 이런 장면을 배우는 어린 학생들이 보면 그들은 과연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볼까 참으로 부끄럽다. 22대 국회는 선진국에 걸맞은 의정활동을 하기를 촉구한다.

[사설] 시흥~수원 고속화도로, 군포는 땅만 주고 이용 못한다

군포시민의 요구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시흥~수원 고속화도로’ 노선 관련이다. 시흥 금이동 도리분기점에서 의왕 고천동 왕곡나들목을 잇는다. 총 길이 15.2㎞의 왕복 4차로로 건설된다. 이 중에 군포시를 통과하는 구간은 5.4㎞다. 수리산도립공원, 납덕천골, 당동2지구 등을 지난다. 이 구간에서 군포 내 다른 도로와 연결되는 지점은 없다, 군포를 지나지만 군포를 경유하지 않는 사실상의 ‘깜깜이 봉인열차’ 노선이다. 이를 억울해하는 것이다. 하은호 시장은 “계획대로라면 2027년 착공 후 5년간 공사가 이뤄지고, 이 기간 터널 및 교량 공사에 의한 소음과 분진 등을 견뎌야 하며, 고속도로가 개통되더라도 군포시민의 직접 이용은 어렵고 타 지역 교통 편의를 위해 군포시민은 고통만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포지역 시민단체의 항의도 계속되고 있다. 군포시민사회단체협의회는 수리산도립공원 관통 문제와 군포 연결 부재를 이유로 공사 계획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하 시장의 주장, 시민단체의 요구가 다 맞다. 시흥과 수원 고속화도로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전용 도로가 아니다. 이어지는 구간에 고른 교통 편의가 분배돼야 한다. 공사의 설계를 보면 군포 구간 5.4㎞의 90% 이상이 대심도 지하터널, 교량 시설물로 통과한다. 다른 도로와 연결될 나들목이나 지상 연계 계획이 없다. 바로잡을 시간은 충분했다. 군포시가 입장을 밝힌 건 이미 2020년 11월이다. 경기도에 ‘수용 불가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무시당했다. 이번 사업은 민간투자방식이다. 금호건설 등이 참여한다. 이들이 군포시민의 희망을 외면했다. 지난해 9월 당초 노선을 기준으로 KDI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4월에는 역시 같은 내용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 평가 준비서를 제출했다. 경기도의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함께 민간투자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3자 공고, 실시협약 체결 및 실시 계획 승인 절차 등을 거쳐 2027년 착공할 수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경제성이 없어 군포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대심도 지하터널 등에서 지상으로 연결하려면 예산 부담이 크다. 단조로운 노선을 선호하는 민간업체 입장은 당연하다.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이를 관철시킬 희망은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의 심의와 평가란 게 결국 이런 논의를 해 가는 절차 아닌가. 100년을 가야 할 도로 사업이다. 군포시민에게 ‘100년짜리 봉인열차’를 안기는 셈이다.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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