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석정지 지방의원, ‘무노동 유임금’ 특혜 안 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최근 월급을 전격 공개했다. 통장에 찍힌 첫 월급이 992만2천원이라고 했다. 근로소득세와 주요 보험료 등을 뗀 실수령액이다. 지난 6월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의원의 올해 연봉은 기본급인 수당과 상여금, 활동비 등을 포함해 1억5천69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1.7%(263만7천400원) 인상된 금액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싸움만 하고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반응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각종 특권이 넘치는데 가장 큰 특권은 ‘무노동 유임금’이다.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가 나온다. 심지어 구속돼도 월급이 꼬박꼬박 지급된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전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말만 번지르르했지, 국민들을 우롱한 꼴이 됐다. ‘무노동 유임금’ 특혜는 지방의회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회의 지방의원 대부분이 출석정지 징계를 받아도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을 받는다. 경기도에서 용인시의회 단 한 곳만 예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지방의회의원 의정비 예산낭비 방지 방안’을 의결, 지방의원이 출석정지 등 징계를 받을 경우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용인시를 제외한 도내 31곳의 지방의회가 이를 무시하고 최소 50%에서 100%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5조 2항에 따라 비위 행위로 인한 출석정지 기간에 의정활동비 및 월정수당의 2분의 1을 감액한다. 50%는 지급하는 것이다. 수원·화성·부천·남양주·안산시 등 22곳 기초의회도 50%를 지급한다. 8곳의 기초의회는 100%를 지급한다. 공무원들은 관련 법에 따라 정직 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기간 급여와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일반 근로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별도의 취업규칙상 합의가 없는 한 정직 기간에 임금 및 수당을 못 받는다. 그런데 지방의원은 출석정지 징계로 의회에 나오지 않아도 수당을 받는다니 이해가 안 된다. 물론 국회의원들은 더 심하다. 모두 세금이다. 자기들 멋대로 법과 조례를 만들어 주머니 챙기기에 바쁜 이기주의 행태에 국민 공분이 크다. 지난해 전북도의회와 대전시의회 등 일부 광역의회에서 출석정지 의원에 대해 의정활동비 및 월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조례에 명시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는 당연히 없애는 게 맞다. 경기도의 지방의회도 동참해야 한다.

[사설] 벌금 몇 백만원으로는 사이버레커 못 당한다

사이버레커(Cyber-wrecker) 범죄를 이대로 둘 순 없다. 유튜버 플랫폼에서의 허위·비방 유포가 심각하다. 선정성을 무기로 광범위한 전파력을 갖는다. 파급력은 곧 금전적 이득으로 연결된다. 무자비한 인격 침해 피해를 낳는다. 대상에 유명인,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쯔양 협박 사태’가 뒤늦게나마 그 단면을 부각시켰다. 그 폐해가 ‘만연’의 단계를 넘어 ‘창궐’의 수준까지 와 있다. 일상·재정 파탄에서 극단적 선택을 유발하는 지경이다. 본질이 범죄다. 당연히 대책은 처벌이다. 엄단이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엄단 의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강조되고 있다. 29일에도 이원석 검찰총장의 지시가 내려졌다. 악성 콘텐츠 유포와 협박·공갈 범행에 엄정 대응하라고 했다. 특히 범죄 수익 박탈의 필요성까지 강조했다. 쯔양 사건에 담긴 범죄가 전형이다.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이 사생활 폭로로 협박했다. 쯔양으로부터 5천5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상한 계약서로 범의를 숨겼다. 관련 사건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경기남·북부경찰청 사건 통계가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사건이다. 2018년 1천485건, 2019년 1천824건, 2020년 2천333건, 2021년 3천64건, 2022년 3천300건이다. 고소·고발 등으로 불거진 사건이 이 정도다. 2차 보복 공포로 드러내지 못하는 피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계 절대 강자라던 쯔양조차 구제역의 협박 앞에 대책 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모든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 수위로 귀결된다. 선고형량이 폐해에 비해 너무 약하다. 최근 공개된 실제 사건의 판결을 보자.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유튜버 박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헤어진 연인의 연락처를 공개하고 욕설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 부산지법도 기소된 유튜버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일반인의 학교폭력, 중퇴, 부인 폭행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다. 두 사건 모두 실제 피해와 벌금액 간에 괴리가 크다. 걱정되는 법원의 흐름이 있다. 최근 활발해지는 ‘비범죄화 논의’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는 민사적으로만 제재하고 형사적으로 처벌해선 안 된다는 방향이다. 유튜버들에게 ‘무차별적인 사생활 폭로’를 정당화해줄 우려가 크다. 이미 ‘사실이면 무엇이든 깐다’는 인식이 그들 사이에 만연해 있다. 그렇다고 민사재판이 일반인에게 쉽게 접근할 구제 수단도 아니다. 복잡한 데다 기간도 길고, 소송 비용 부담도 있다. 공개적 쟁투 자체가 공포다. 경찰 검찰의 단속은 법원 판결의 영향 속에 있다. ‘벌금 내고도 수익금이 남는다’는 인식이 통용되면 안 된다. 그렇게 사이버레커 범죄가 우리 사회를 점령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를 위협하는 일상의 공포가 됐다. 법원의 중형 외에 답이 없다.

[사설] 인신매매방지법 시행, 이주여성 피해는 여전하다

인신매매는 성착취나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같은 착취를 목적으로 사람을 유인·폭행·협박·강요·감금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인신매매 예방과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를 위해 2023년 1월부터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실효성이 크지 않다. 이 법에 따라 지원받은 피해자가 지난 1년6개월간 10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신매매방지법에 규정된 취학·취업, 법률 상담과 소송대리, 의료비·생계·귀국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여성가족부로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를 받은 경우와 인신매매 관련 범죄 피해자들로 나뉜다. 지금까지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를 받은 사람은 11명으로 그중 10명이 지원을 신청했다. 피해자로 확인된 11명은 민간단체의 도움을 받아 확인서 발급을 신청한 외국인이다. 여성 8명 중 3명은 성착취, 3명은 성착취와 노동력 착취를 함께 겪었다. 다른 여성 2명은 각각 성매매·성착취 피해자, 노동력 착취 피해자다. 남성 3명은 모두 노동력 착취 피해자다. 인신매매 범죄는 상당히 많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인신매매 관련 범죄는 2021년 580건, 2022년 607건, 2023년 808건(잠정수치)으로 한 해 평균 665건씩 발생한다. 범죄 피해자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이 범죄 피해자임을 증명하는 서류(수사의견서, 공소장, 판결문 등)를 여가부에 제출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피해자 정보를 여가부에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다.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의 상당수는 외국인이고, 대부분 이주여성이다. 취업, 결혼 등을 미끼로 외국인 여성들을 입국시켜 성매매에 동원하거나, 외국인을 선원으로 고용해 임금도 제대로 안 주고 착취하는 일이 빈번하다. 인신매매방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여전하고 지원은 형편없다. 반쪽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 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됐지만 가해자 처벌 규정은 기존 성매매방지법을 적용해 처벌 규정이 미흡하다. 가해자 측에서 부인하면 불기소나 불송치되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피해자 확인 절차도 문제가 있다.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받으려면 피해자 지위 확인서를 받아야 하는데 입증 절차에만 한 달가량 소요된다. 관련 당국은 피해 사실 확인에 소극적이고 구제는커녕 성매매,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을 문제 삼아 추방하는 경우도 있다. 인신매매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피해자 신원 확인 및 구제 절차, 솜방망이 처벌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도 방관하지 말고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설] 일본 축구 선전이 주는 올림픽 허전함 있다

일본 축구가 올림픽을 휘젓고 있다. 프랑스 올림픽의 최대 관심거리다. 28일(한국 시간) 말리를 1-0으로 이겼다. 2연승을 하면서 8강행을 확정했다. 앞서 펼쳐진 1차전은 충격적이었다.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를 5-0으로 대파했다. 올림픽 축구 수준은 월드컵보다 낮다. 23세 이하 참가라는 원칙이 있다. 그렇더라도 파라과이전 결과는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일본도 이번 대회에 와일드 카드를 쓰지 않았다. 순순히 23세 이하로만 꾸렸다. 한국 축구는 파리에 가지도 못했다. 올림픽에 못 간 것은 40년 만이다. ‘주먹 다짐’, ‘약체 대패’ 등 과정들이 있었다. 일본의 선전이 부럽다. 파라과이를 대파한 경기는 25일 있었다. 하루 뒤 지상파 3사의 올림픽 개막식 중계가 있었다. 전례 없이 낮은 시청률이 나왔다. 3% 전후에 불과했고, 어느 방송사는 0%대였다고 한다. 축구 탈락을 직접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다. 올림픽에 출전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시각 보여지는 우리 축구다. 언제 끝날지 모를 내홍만 계속하고 있다. 정몽규 회장의 사퇴 요구가 끊임없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잡음도 계속된다. 고질적인 축구 파벌도 불거지고 있다. 일본의 8강 확정 직후 홍명보 감독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축구 팬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했다. 몇 가지 포부를 밝혔다. 그런데 그 내용에 축구 팬들이 또 한 번 실망했다. 너무 익숙하고, 그래서 분노가 치밀기까지 한 구태의연한 구호였다. ‘16강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내겠습니다.’ 언제 적 ‘원정 1승·16강 진출’ 구호인가. 얼핏 생각해도 40년째 듣고 있다. 안 그래도 올림픽 탈락에 화난 팬들이다. 이 분노한 여론 앞에 내놓을 목표가 맞나. 이것 말고 아는 게 없나. ‘겸허하겠다’, ‘소통하겠다’, ‘반성하겠다’. 이런 입에 발린 말이 지금 축구팬 귀에 들리겠나. 일본 축구가 괜히 이뤄진 게 아니다. 2005년 일본 축구협회가 프로젝트를 내놨다. ‘일본의 길’이다. 2050년 월드컵 우승을 약속했다. 촘촘한 계획으로 지금에 왔다. 비위 상할 일도 있다. 일본 신문에 칼럼이 실렸다. 올림픽에서 쪼그라든 한국 스포츠를 조롱했다. 선수단 급감, 올림픽 무관심, 구기종목 실종 등을 지적했다. 제목이 ‘침몰하는 한국을 상징한다’다. 굴욕적인데 고개는 끄덕여진다. 그래서 안타깝다.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4대 스포츠라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의 남녀 팀이 모조리 탈락했다. 여자 핸드볼이 유일한 출전 종목이다. 선수단 150명, 일본 400명의 절반도 안 된다. 낭보는 전해진다. 남자 펜싱, 여자 사격, 여자 양궁의 금메달이다. 쾌거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채워지지 않을 허전함은 어쩔수 없다. 인정해야 할 것 같은 한일 축구의 격차, 경쟁을 말하기도 어려워진 한일 구기 종목 현실이다. 파리 올림픽은 한국 스포츠 반성의 마당이 돼야 한다.

[사설] 혈세 쓰는 청년소득이 청년 담뱃값은 아니잖나

경기도에는 청년기본소득이 있다. 2019년부터 시행됐으니 5년 됐다. 도에 3년 이상 거주, 거주 일수 도합 10년 이상, 만 24세 청년이 대상이다. 분기별로 25만원, 연간 100만원을 준다. 실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 이제 와서 새삼 찬반을 논할 것은 아니다. 다만, 효율성에 대한 고찰은 필요한 시점이 됐다. 검토의 핵심이 지급된 돈의 사용처다. 술 먹고, 노래방 가고, 담배 사 피우라고 주는 것 아니잖나. 이 제도의 구멍이 크다. 사업 초기 복지부가 사용처 제한을 제시했다. 사업의 목적과 맞추라는 취지였다. 유흥, 주류, 위생업종, 사행업종, 귀금속류 등을 예시로 들었다. 이 의견에 대한 별다른 토론은 없었다. 사업에 내재된 연계요소로 자리한 듯했다. 현실적 실천 방안은 카드 사용 규제다. 경기도 또는 지자체가 정해야 할 규제다. 현재 31개 경기도 시· 군 가운데 성남시와 의정부시를 제외한 29개 시•군이 청년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규제는 어디에도 없다. 경기지역화폐의 가맹점 사용처와 같다. 총 41만8천751곳이다. 앞서 복지부가 밝혔던 사용 제한 대상 업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모텔, 노래방, 술집, 귀금속 집, PC방, 마사지 가게, 전자담배 판매점 등이다. 이런 업체에서 청년기본소득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청년들의 경제활동 제재를 일컫는 게 아니다. 모텔·노래방·PC방 갈 수 있고, 담배 사 피울 수 있다. 다만 그 비용을 혈세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막을 기능이 없다. 경기도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한다. 청년기본소득만 사용처를 축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반적 지역 화폐 사용처와 연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힌다. 돌아보면 민선 7기 경기도의 기본소득 자체가 그랬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대의 명분을 갖고 있다. 청년기본소득도 그랬다. 하지만 민선 8기에서 이 설명을 듣는 것은 개운치 않다. 바로 김동연 지사가 주창한 기회소득 정신이다. 이를테면 농민 지원에서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은 정면 충돌한다. 기본소득은 농민 일반을 대상으로 한다. 기회소득은 농민의 미래 가치를 지원한다. 기회소득에 긍정적 평가가 내려진 것도 이 부분이다. 또 있다. 성남시의 ‘청년 취업 올패스 정책’이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해 각종 지원을 하는 제도다. 역시 포괄적인 퍼주기 지원과는 구분된다. 청년에 대한 담뱃값 지원은 경기도 기회소득과도, 성남시 청년 올패스와도 맞지 않는다. 한번 시작한 퍼주기 복지가 뒤로 가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그 예산의 적정성만은 계속 검토돼 가야 한다. 그게 중앙·지방정부가 곳간을 지키는 길이다.

[사설] 협치는커녕 개원식도 못한 국회,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 벌써 60일이 됐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직까지 정식 개원식도 하지 못한 채, 연일 여야 간 싸움만 하고 있어 국민들은 상당히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국회가 과연 국민을 위한 국회인지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사익을 위한 권력 투쟁의 장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로 된 것이 오늘날 한국 국회의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지난 4월 선거 때 자신이 당선되면 최우선으로 여야 간 협치를 통해 어려운 민생을 챙기겠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공약을 쏟아 냈지만, 지난 5월30일부터 임기가 개시된 제22대 국회는 겨우 원 구성만 했을 뿐 지금까지 계속 싸움만 하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기력을 넘어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고 비판만 하면서 걸핏하면 국회 보이콧만 했지, 특별한 정책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고 또한 정치력도 부족해 야당에 끌려다니고 있다. 한편 절대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연일 탄핵, 특검법, 청문회 운운하면서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당의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전 대표를 옹호하는 차원을 넘어 1인 정당체제가 돼 민주정당에서 입에 담기도 낯뜨거운 충성 경쟁이 자행되고 있는가 하면 거대 의석을 무기로 입법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과거와 같이 여야가 신성한 국회의사당에서 몸싸움을 하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은 벗어났을지 모르겠지만, 임기 개시 이후 사실상 제22대 국회가 처리한 입법이 거의 없으며 여야 갈등으로 개원식조차 열지 못해 이른바 ‘식물국회’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기금이 곧 고갈될 위기에 있음에도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로 6만여 판매업체의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는 이에 대한 논의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현재 국회는 ‘탄핵’, ‘청문회’라는 용어 자체가 거대 야당에 의해 일상화됐는가 하면 여당은 걸핏하면 ‘필리버스터’, ‘재의요구권’으로 대응하고 있어 여야 간 무한정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제22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언제 정립할 수 있을지.

[사설] 한동훈 정치, 경기·인천 잡아야 이뤄진다

지방선거가 채 2년도 안 남았다. 경기·인천의 분위기는 일방적이다. 민주당에 심하게 기울어진 마당이다. 정가의 분석도 그렇고 지역의 분위기도 그렇다. 여기에 지방 의원들의 국민의힘 탈당까지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의회에서 있었던 현역 2명의 탈당이 그런 경우다. 두 의원 모두 민주당에 입당했다. 국민의힘의 과반 의석이 무너졌다. 명분은 ‘의장 선거 과정에서의 실망’이다. 하지만 승산 높은 당으로 갈아타기라는 분석이 많다. 국민의힘 중앙당은 일신의 변화를 맞았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새 당 대표에 올랐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유형의 정치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이 관심거리다. 야당과의 정국 쟁탈전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은 수도권 정치다. 특히 경기·인천의 위상 변화가 궁금하다. 총선을 통해 수도권 정치를 경험한 바 있다. 메가시티 구상, 철도 지하화 개발, GTX 신증설 등으로 직접 수도권 현장을 뛰었다. 총선은 참패했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다. 한동훈 체제에 거는 기대가 그래서 크다. 영남 기득권을 향하게 될 변화의 요구도 있다. 당 대표 선거는 기존 보수 정치와 신 보수 정치의 충돌이었다. 영남 패권 정치로 대변되는 기존 보수의 한계가 드러났다. 대안으로서의 수도권 정치가 중요해졌다. 한 대표가 이 과제를 어떻게 집어들지가 관건이다. 이 부분도 한동훈 체제에서 경기·인천 정치의 위상 변화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 상징적 작업이 당직 인선이다. 당선 하루 만에 비서실장을 임명했다. 강원 원주 출신의 박정하 의원이다. 한동훈 비대위에서 수석대변인을 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한 대표를 지원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당직 인선이 이어진다. 정책위의장,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대표가 임명한다. 여의도연구원장, 사무총장, 사무부총장(전략기획부총장·조직부총장), 당 대표 정무실장, 대변인단 등 한 대표의 인사가 광범위하다. 인사는 힘의 중심을 보게 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경기·인천 정치인 발탁이 곧 경기·인천 정치 위상이다. 아주 투박하게 말하면 경기·인천 정치인이 당직에 많이 포진해야 한다. 그래서 변화의 바람을 수도권 유권자가 느끼게 해야 한다. 한동훈 대표의 임기는 2026년 7월까지다. 2027년 대통령선거 1년 전이다. 결국 그의 정치도 2026년 지방선거에서 평가받을 것이다. 경기·인천의 승패가 2026 지방선거의 승패고, 그 결과가 한동훈 정치의 승패다.

[사설] 희귀질환 정확한 진단·조기대응, 유전상담 활성화해야

희귀질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은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다. 평생 낯선 병마와 싸우며 살아가느라 정상적인 삶이 어렵다. 희귀질환자의 80%는 유전적·선천적이다. 동일한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적어 질환 관련 정보 부족 등으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병의 원인과 병명을 알아내느라 수년간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상당수 질환은 명확한 진단 기준이 없어 ‘질병 코드’조차 없다. 뇌량무형성증, 엔젤만증후군, 수포성표피박리증, 윌리엄스증후군, 어셔증후군, 주버트증후군 등 이름조차 생소한 희귀질환.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희귀질환이 6천종이 넘는다. 국내 희귀질환은 지난해 기준 1천248개다. 희귀질환자는 70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적 수준이라는 첨단 의료시스템에서 희귀질환자의 상당수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많은 오진을 경험하며 여러 병원을 떠돌고 있다. 이 기간이 길수록 의료비 부담과 함께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극심해진다. 보상받을 길은 사실상 전무하다. 잘못된 진단으로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많지만, 희귀질환 특성상 오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렵다. 희귀질환자들의 진단 방랑을 줄이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대안 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희귀질환자 치료비의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춰주는 산정특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여서 오진을 거치며 허비한 시간은 보상받진 못한다. 희귀질환의 진단 시기를 당겨 오진을 줄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가족 내 대물림을 예방하고 경제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희귀질환 오진과 진단 지연을 막을 대안으로 ‘유전상담 서비스’ 활성화를 꼽고 있다. 정부가 ‘희귀난치성질환센터 Helpline’ 홈페이지를 통해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유전상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의료현장에선 유전상담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아 환자와 가족들은 상담을 받기 어렵다. 유전상담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진의 시간적 여유, 비용,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유전상담은 현재 의료보험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전문적인 유전상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외래진료 역시 한 환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최소 30분 이상 필요한 유전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전문 유전상담 교육과 수련 경험이 있는 의사도 별로 없다. 희귀질환자에게 절실한 문제다. 정부는 희귀질환자와 가족이 맞춤형 유전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설] 애물단지 된 지식산업센터, 공실 대책 적극 강구해야

전국 곳곳의 지식산업센터가 대규모 공실 문제를 겪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가 지식산업센터에 입주 가능한 업종을 대폭 확대했지만 여전히 텅 빈 사무실이 넘쳐난다. 2009년까지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리던 지식산업센터는 중소·벤처기업 사무실이나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3층 이상으로 지어진 집합 건축물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기였던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 신축됐다. 당시 일반 공장과 달리 수도권 공장총량제의 적용을 받지 않고, 분양가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해 투자수요가 크게 몰렸다. 하지만 현재는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겹쳐 대출의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공실 급증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의 몫이다. 장기 공실과 고금리 대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해 상당수 지식산업센터가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올해 1~4월 법원 경매에 나온 매물은 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5건) 대비 102% 늘었다. 올해 1월 기준 경기도내 지식산업센터는 총 562곳에 달한다. 건축 중이거나 대기 중인 지식산업센터도 138곳이나 된다. 공실률은 심각하다. 절반 이상 공실인 곳이 대부분이다. 지식산업센터가 과도하게 공급된 고양·하남·평택시 등에선 공실률이 90%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가 해결책을 내놨다. 최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제조업과 지식산업, 정보통신 관련 업종으로 제한했던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도박업, 주택공급업 등을 제외한 대부분 업체로 확대했다. 업종 확대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가 기업 활동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지식산업센터 에 다양한 산업의 기업이 유치돼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현장에선 아직 체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업종 확대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실이 저절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다. 공실 해소 방안으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검토해볼 만하다. 셀프 스토리지는 공유 창고 또는 짐 보관 서비스다. 캠핑·골프 등 부피가 큰 취미용품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집 근처에 장기간 보관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선 편의점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로 인식될 만큼 산업이 성장해 상용화된 서비스다. 정부와 지자체는 불 꺼진 지식산업센터를 살릴 다양한 방안 강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설] 육아휴직에 폐부, 수원지법 판사 부족하다

수원지법이 폐부 결정을 내린 것 같다. 항소심을 다루는 제2민사합의부다. 폐부 검토의 원인이 전해졌다. 소속 법관의 육아휴직 때문이라고 한다. 합의부는 3명의 법관으로 이뤄진다. 이 공백을 채워 넣을 법관이 없다는 얘기다. 수원지법은 사건 수가 변하지 않는 곳이다. 좀처럼 관할 인구가 변하지 않는다. 수원지법의 폐부가 그래서 충격이다. 판사 한 명의 육아휴직 때문에 합의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다. 판사 부족이 이렇게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판사 수 부족은 이제 사법의 위기다. 2019년 기준 판사 수는 2천966명이다. 판사 1인당 처리 사건이 464건이다. 동기 대비 독일 89.63건, 프랑스 196.52건, 일본 151.79건이다. 독일의 5.17배, 프랑스의 2.63배, 일본의 3.05배다. 2024년 4월 기준 판사 수는 3천105명이다. 법률상 법관 정원은 3천300명이다. 정원을 거의 다 채운 상태다. 그런데도 현장의 상황은 아슬아슬하다. 판사 수 부족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재판 지연 문제와 직결된다. 현행법상 민사소송 기한은 정해져 있다. 각각 5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1심은 소가 제기된 날부터, 항소심과 상고심은 기록을 받은 날부터 기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기간을 넘겨 결론이 나는 재판이 많다. 심지어 소장을 접수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첫 변론기일이 잡히지 않는 일도 흔하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민사소송법 199조의 ‘종국판결 선고기간’ 조항을 훈시규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고기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법 위반이 아니다. 정원 확대에 대한 요구가 많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걸림돌이 있다. 법관이 되려면 최소 법조경력이 필요하다. 2013년부터 시행된 법률이다. 2013년 3년, 2018년 5년, 2022년 7년, 2026년 10년으로 순차 확대하도록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원이 어렵게 됐다. 우수 인재 지원 감소와 조건을 충족한 법조인 부족이 누적됐다. 2022년 개정안을 마련했다. ‘7년 경력’ 확대는 2025년으로, ‘10년 확대’는 2029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대책이 못 되기는 마찬가지다. 늘기는커녕 몇 년 내 2천900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마침 이 문제를 토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김승원 의원(수원갑) 등이 마련한 토론회다. 판사 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 정원 확대, 임용 자격 개선 등 모든 영역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 안 한다는 국회에 모처럼 눈여겨볼 자리가 마련된 듯하다. 법조인은 물론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토론회다. 대안 도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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