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과학고, 늘려야 공정이다

경기도에 과학고등학교 추가 지정 논의가 본격화됐다. 경기도교육청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신설 공모를 마친 상태다. 이들을 상대로 도교육청이 자체 심의를 하고 있다. 심의 결과를 이르면 다음 달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 후 교육부가 과학고 설립에 대한 심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기도에는 의정부에 소재한 경기북과학고가 한 개 있다. 도교육청은 최소 3개 이상의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추가 지정의 당위성으로 지역 간 형평성 논리가 제시됐다. 임태희 교육감이 “인구 1천400만명, 전국 학생의 3분의 1이 몰린 경기도에 과학고가 타 시·도와 똑같이 한 곳 있는 게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타 지역 과학고와 입학 경쟁에서부터 형평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전국 과학고 평균 경쟁률은 3.9 대 1이다. 이에 반해 경기북과학고는 10 대 1을 기록하고 있다. 교육받을 기회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수치다. 2024년 현재 전국의 과학고는 20개다. 67만명 제주, 110만명 울산, 152만명 강원과 1천400만명 경기도가 같이 1개다. 국토균형발전론이 교육에도 반영됐을 수 있다. 양보해서 이 논리를 존중한다 해도 불균형 요소는 남는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의 불균형은 이해할 수 없다. 인구 940만명인 서울이 2곳(입학정원 300명), 인구 300만명인 인천도 2곳(입학 정원 160명)이다. ‘1천400만명 1곳’이 설명되지 않는다. 임 교육감은 보편교육 저해 논리도 반박했다. 보편교육은 “(동일한 교육이 아닌) 개개인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학고는 영재학교와 구별된다. 영재학교는 초중등교육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적으로 고등학교가 아니다. 영재학교에서는 이론적으로 3년 과정을 채우지 않아도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 엄밀하게 보면 보편 교육과 맞지 않은 특질은 바로 과학고가 아니라 영재학교 얘기다. 특목고를 보는 관점은 교육 이념과 직결된다. 임 교육감은 보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 엄연한 현실을 새삼 토론에 부칠 건 아니다. 다만, 정상적인 틀 안에서의 선택 기회 공여는 이념과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그 명백한 불공평이 지금 지역별 과학고 배치에 엄존하고 있는 것이다. 1천400만명 경기도에 과학고가 1곳이다. 지방에 비해 역차별이고, 인천·서울에 비해 근거 없는 차별이다. 늘려야 공정한 교육이다.

[사설] 국민연금개혁, 더 이상 미루면 연금기금 고갈된다

22대 국회가 개원된 지 거의 50일이 돼가고 있지만 민생 문제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대정부질문을 했지만 파행으로 끝났다. 특히 채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 탄핵 청문회 문제 등으로 민생 문제는 다루지도 못하고 국회는 여야 간 정쟁만 지속하고 있다. 산적한 현안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연금개혁이다. 그러나 21대 국회에서 거의 통과 직전까지 갔던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22대 국회에서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연금개혁을 임기 내에 완수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통령실 정진석 비서실장도 지난 6월1일 연금개혁을 금년에 완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야가 지금 같이 정쟁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국회가 처리할지 의문이다. 지난해 3월 정부의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의하면 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바닥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가 지금과 같이 가속화되면 연금기금 고갈 시점은 더욱 빨라진다. 이런 우려는 11일 국민연금연구원의 발표에 서도 확인됐다.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은 기존의 40%에서 44%로 인상하는 소위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두고 여야가 다소 이견은 있었으나 상당한 의견을 접근했다. 즉, 보험료율 13% 인상안에는 여야가 합의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론과는 달리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44%안을 전격 수용하겠다고 함으로써 극적인 통과 가능성까지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45%를 고수하고 있었으나 국민의힘이 마지막 44%를 제안해 이재명 대표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21대 국회 임기 종료가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반대해 22대 국회로 공을 넘겼다. 따라서 21대 국회에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여당과 대통령실이 연금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볼 수 있다. 22대 국회는 말로만 민생 문제는 협치를 하겠다고 하지 말고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개혁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 조기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추진하지 않으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선거, 2028년 국회의원선거 등으로 연금개혁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여당은 진흙탕 전당대회 문제로, 야당은 특검과 청문회 문제 등 정쟁에만 몰두해 있는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사설] 국제공항 용역, 수립 땐 자랑 불용 땐 침묵

경기 남부 지역민의 국제공항 관심도는 높다. 군공항 이전과 맞물린 수원지역은 특히 더하다. 공항 건설은 국가가 관할하는 SOC사업이다. 초기부터 완성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사전타당성 용역은 중요한 절차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가칭 경기국제공항의 사전타당성 용역비 2억원이 지난 2022년 말 수립됐다. 수원 등 사업에 찬성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알리며 자찬했다. 공항 관련 지역구의 백혜련 의원(수원을)도 용역비 책정 보도자료를 냈다. “군공항 이전을 포함한 국제공항 건설에 대한 구체적·전문적 타당성을 검토함으로써 장래 항공교통 문제점을 해결할 것이다...사전타당성 검토용역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구민들이 노고를 높이 평가했다. 그 후 1년7개월 지났다. 별다른 소식이 없어 용역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염태영 의원(수원무)이 10일 국토위 업무 보고에서 밝혔다. 그는 “경기국제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 예산 2억원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용 처리되려고 한다”며 “예산을 잡아 놓고 계속 실천을 안 하고 있는 이유가 뭔가”라고 추궁했다. 지적된 용역비 2억원은 2022년 말 책정된 예산인 듯하다. 당시 국토위가 ‘760만 경기 남부의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라는 설명까지 달아 통과시키고, 지역 국회의원은 보도자료까지 뿌렸던 사업이다. 이걸 국토부에서 2년째 묵히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다. 경기국제공항의 타당성은 다른 용역에서 증명됐다.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용역과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 진행한 용역이다. 두 조사의 B/C(비용 대비 편익) 값이 각각 2.04, 2.36이었다. 경제성의 기준으로 보는 1.0보다 2배 이상 높다. 국토부 용역을 기대했던 이유다. 국토부 조사가 잘 나오면 곧바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으로 오를 수 있는 단계라고 봤었다. 사실 용역비 불용이 처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일부 언론이 국토부발로 보도했다. 국토부가 밝히는 불용 이유도 소개했다. 그 내용이 지역민에게 충격적이다. “6차 공항개발종합계획에 ‘검토한다’고 한 줄 넣었을 뿐이라 의미 없다.” 그렇다면 2억원의 용역비 수립은 왜 했을까. 간혹 정치적인 필요에 의한 ‘용역비’가 등장한다. ‘공약 실천을 위해 노력했다’는 면피용으로 악용되는 경우다. 국제공항 용역비가 그런 거였나. 그게 아니라면 채근하고 추궁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초선 염 의원의 폭로 아니었으면 다수 시민들은 용역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뻔했다.

[사설] 버스터미널 줄폐업, 교통복지 차원서 지원 필요하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고속버스, 시외버스터미널이 사라지고 있다. 경영난을 극복 못해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가 적은 지방에서 볼 수 있었던 버스터미널 폐업은 경기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2022년 12월 문을 닫았다. 경영난으로 1년 휴업을 하며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폐업했다. 2020년 이후 성남 외에도 여주태평버스터미널, 장호원버스터미널, 운천시외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았다. 현재 경기도내 시외버스터미널은 총 27곳이다. 이 중 20곳을 민간이 운영한다. 버스 승객이 줄고 적자 폭이 늘면서 이들 버스터미널도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 지방 교통의 근간인 시외버스망이 붕괴 위기에 놓인 상태다. 시외버스터미널 폐업이 느는 이유는 승용차 보급 확대와 KTX 등 대체 이동수단이 증가한 데다 인구감소에 경기침체가 겹친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여객수요 급감으로 버스터미널 경영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운영업체들은 버스 노선과 운행 횟수를 줄였다. 최근 5년간 도내 시외·고속버스 운행노선은 44.69%로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감소했다. 노선당 운행 횟수 역시 24.81% 줄었다. 운행 감소는 배차간격 증가로 이어져 장시간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노인 등 교통약자들의 고통과 피해가 크다. 여객 감소→채산성 악화→노선 및 운행 횟수 축소→이용객 감소→터미널 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결국 폐업을 불렀다.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지방세 부담도 경영난 가중에 한몫했다. 경기도내 버스터미널 이용객 연평균 감소율은 10.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매출 감소도 4.92%로 제일 높다.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표수입은 연평균 9억7천600만원가량 손실을 보고 있다. 버스터미널 운영업체들은 새로운 수요 창출이 없어 적자가 계속 쌓이게 돼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지자체의 지원이 없으면 터미널 연쇄 폐업은 시간 문제’라며, 2020년부터 20회 넘게 경기도에 지원 건의서를 보냈다. 도는 민영인 버스터미널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민영 버스터미널 폐업 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책이 절실하다. 버스터미널은 공공재다. 경영 효율성만 생각해 폐업하면 안 된다. 소외지역 교통약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교통복지’ 차원에서 계속 운영돼야 한다.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등 지자체의 맞춤 지원과 민간사업자들의 자구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사설] 공공AI 도입, 행정 적용범위·안전문제 등 과제다

AI(인공지능)는 산업뿐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농업, 교통, 교육, 행정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AI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AI의 미래 파급력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AI와의 동행은 모든 분야에서 필수라는 것은 확실하다. 경기도는 AI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분야에서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선 8기 경기도는 미래성장산업국을 만들어 반도체·바이오·모빌리티·AI 등 첨단산업 육성 정책을 견인했다. 임기 후반기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AI산업을 전담할 ‘AI국’을 신설한다. AI국은 AI프론티어사업과, AI산업육성과, AI미래행정과, AI데이터인프라과로 구성된다. AI시대가 가져올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도민서비스 발굴, AI클러스터 조성, AI전문인력 양성, 데이터 축적 및 개방,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구축 등 AI 인프라 구축과 산업 육성을 총괄 추진한다. 경기도는 이미 ‘AI 노인 말벗 서비스’, ‘고독사 예방’, ‘발달장애인 AI 돌봄서비스’, ‘교통사고 신속 대응’ 등 4개 사업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은 ‘네이버 케어콜’로 1인 가구에 일주일에 한 번 안부 전화를 하는 사업이다. 교통사고 신속 대응은 챗GPT로 119에 접수된 각종 신고 현황 중 교통사고만 분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 외에 AI를 활용한 정책과 사업 아이디어는 아직 미흡하다. 곧 AI국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정보 유출이라는 불안전성과 신뢰성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문제가 민간에서 발생했다. 올해 초 한 반도체 대기업에서 개방형 AI인 챗GPT로 인해 사내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수요자의 데이터를 축적하는 생성형 AI 특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등 민감한 사안을 보유한 공공기관에서 주의하지 않으면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생성형 AI가 내놓은 답변이 엉뚱한 사례도 종종 있어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다. 관련 법안도 없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AI산업의 안전성 등을 담은 ‘인공지능 기본법’이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AI 행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행정의 적용 범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AI 관련 예산과 기술인력 문제도 있다. 인력은 기술력만 갖춘 전문가가 아닌 AI 행정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AI 문해력’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 행정에도 AI 적용이 필수이고,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지만 안전과 법령 문제 등 선결 과제가 많다. 경기도와 정부, 산업계가 합심해 해결해야 한다.

[사설] 항만 민간개발 ‘특혜’ 현실로... 인천신항 경쟁력이 문제다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 개발 방식의 국가 SOC 확충 사업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사업구조부터 잘못 짜였다고 한다. 개발 참여 업체에 과도한 이윤이 돌아가도록 했다. ‘특혜’ 논란이다. 이는 감사원 감사에서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최근 인천신항 배후단지개발 1-1단계 2구역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민간사업자가 투자해 배후단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준공 후에는 들인 비용만큼의 토지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토지는 원칙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 이후 공개입찰로 제3자에게 매각된다. 그러나 이 사업에서는 개발 참여 민간사업자가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갖는다. 매도청구권 조항이 계약에 있었다. 민간사업자가 들인 총사업비로 취득할 수 있는 토지는 13만㎡다. 그러나 매도청구권을 통해 이의 4배 규모인 51만㎡를 더 취득할 수 있는 실시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가 국가로부터 땅을 사 다시 제3자에게 팔아 차익을 얻는 사업구조다. 감사원은 매도청구권으로 추가로 토지를 취득하고 사업비에 취득세까지 포함시키는 등 모두 450억원의 특혜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2개 사항을 조치했다. 잔여 토지에 대한 매도청구권을 제한하는 방안의 마련이다. 또 민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토지 취득세는 총사업비에 포함하지 말 것 등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가 수백억원을 손해 볼 실시협약 변경은 쉽지 않다고 한다. 민간기업과의 계약인 만큼 소송을 해도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따낸 업체가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의 대표이사는 전직 해수부 항만투자협력과장이었다. 2016년 1월 이 사업의 첫 공모 당시 해수부 담당부서 과장이기도 했다. 2015년 12월 해수부가 항만배후단지 민간개발·분양 방식을 도입할 때도 같은 자리에 있었다. 퇴직공직자 취업 제한 제도도 소용이 없었다. 특수목적법인은 애초 이 사업만을 위한 것이어서 설립 당시에는 사업 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특혜 또는 짜고 치는 고스톱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인천신항의 경쟁력 저하다. 항만 경쟁력은 국가경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항만 배후단지 공급의 유통 단계가 늘어나면 그만큼 땅값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인천신항 전체의 물류 서비스 비용까지 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설] 리튬 배터리 참사도 인간의 방심·중과실이다

23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는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벌이고 있는 아리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다. 경찰은 문제의 아리셀 공장에서 이번 참사 이전에도 네 번의 화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2021년 두 번, 2022년 한 번, 그리고 지난달 22일 한 번 등이다. 지난달 22일은 참사가 벌어지기 불과 이틀 전이다. 당시 작업자가 배터리에 전해액을 주입하는 공정에서 발생했다고 경찰이 설명했다. 전해액을 주입하면 배터리 온도가 급상승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해당 배터리를 분리해 보관하고 있었다. 내부 작업자가 불을 자체 진화했고 회사 측은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24일 화재가 발생한 뒤 지금까지 화재 전력은 공개되지 않았었다. 경찰은 네 번의 화재를 대형 화재 발생의 가능성을 회사가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4일 화재에 대한 회사 측의 중대 과실을 설명하는 정황으로 보는 것이다. 참변의 인재를 가늠케 하는 또 다른 정황도 확인됐다. 배터리 분리 보관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다. 리튬 배터리는 한 개만 폭발해도 주변으로 열이 전달돼 반응이 일어난다. 배터리를 최대한 분리해 보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찰은 ‘배터리를 한 곳에 모아둔 것이 피해자가 많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장 화재 현장에는 43명의 작업자가 있었고 이 중 12명만 탈출했다. 31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화재 발생 초기 많은 전문가들은 리튬 배터리의 특수성만 강조했다. 높은 폭발력과 진화의 어려움 등으로 ‘경험한 적 없는 불’로 설명하는 경향이 많았다. 실제로 리튬 배터리 화재가 지금까지 봐온 화재와 다른 것은 맞다. 진화에 한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파고 들면 문제의 근본적인 출발은 역시 사람이었다. 네 번이나 화재가 났지만 쉬쉬했고, 분리 보관의 기본을 무시됐다. 인간의 의해 빚어진 또 하나의 예로 가고 있다. 걱정은 또 있다. 다른 리튬 취급 사업장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경기도가 사업장 31곳을 점검했는데 9건을 적발했다. 위험물 취급 원칙 위반이 5건, 유해화학물질 취급 원칙 위반이 4건이다. 소방 점검으로 위험물 보관 1건, 보관장소 미흡 1건 등 2건이 나왔고, 도특사경 점검에서 유해화학물질 혼합보관 2건, 보관장소 미표시 1건, 샤워시설 미작동 1건 등 4건이 나왔다. 모두 제2의 아리셀 참변으로 변할 시한폭탄과도 같다. 리튬 배터리 화재가 ‘경험 못한 불길’은 맞다. 하지만 그 ‘경험 못한 불길’을 초래한 건 또 인간이다.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사설] 결연하고 흐지부지, 내실없는 자매도시 필요한가

지방자치단체마다 도시 간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국제화’, ‘세계화’를 내걸며 국외 도시들과 경쟁적으로 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상호 교류’, ‘상생 발전’이란 명목하에 국내 도시 간 결연도 줄을 이었다. 이들 자매도시 결연은 대부분 민간이 아닌, 관(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자매결연을 체결하는 이유는 행정·경제·문화예술·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위해서다. 자매도시가 되면 지자체들은 양 도시의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꾸준한 교류와 친선 활동을 통해 상호 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하지만 이는 자매도시의 취지가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는 교류와 협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매결연 도시는 점점 늘어나는데 내실은 거의 없다. 기존 자매도시와는 교류도 하지 않으면서, 지자체장이 바뀌면 새 자매도시가 또 생겨 숫자만 늘고 있다. 특별한 이유와 목적 없이 자매결연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늬만 자매도시’의 사례는 많다. 안성시는 2011년 농축산물 거래 등을 위해 부산 사하구와 자매결연을 했다. 하지만 2018년 안성시장 등 32명이 감천문화마을 골목축제 개막식에 참석한 이후 교류가 중단됐다. 2005년 서울 종로구와의 자매도시 교류 상황도 비슷하다. 2022년과 2023년 양 도시 간 축제 참여 이외에 별다른 교류가 없다. 광명시도 2008년 자매결연을 한 충북 제천시와의 대면 교류가 2018년을 기점으로 끊겼다. 지난 4월 축제 축하영상을 보낸 게 고작이다. 전북 부안군과의 최근 교류도 지난해 5월 광명시 대표단이 부안 마실축제를 방문한 것뿐이다. 이런 가운데 광명시는 올해 4월 전남 신안군과 또 자매결연을 했다. 이는 안성시와 광명시뿐 아니라 도내 전체 지자체가 비슷한 상황이다. 자매도시 숫자는 늘었지만 내실이 없다. 유명무실한 자매도시 결연을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자매도시 협약을 할 때는 거창하다. 농축산물 팔아주기, 지역 관광명소 입장료와 숙박업소 할인, 농촌체험프로그램 혜택 등을 약속한다. 하지만 실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지도 못하고, 체감하는 혜택도 없다. 지자체의 홍보가 미흡하고 활성화 의지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매도시는 지자체장 입맛대로 선정, 생색내기 위한 결연사업이 아니다.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하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행정이어야 한다. 자매도시 결연도 신중해야 하고, 결연을 했으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사설] 학교 내 전기 충전시설 공포는 현실이다

시흥시 검바위초등학교와 인접한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최근 들어선 이곳에는 전기차 충전소 6개가 설치돼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설치됐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교대로 현장 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수원특례시 매탄초등학교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 있어 오가는 학생·학부모들의 걱정이 많다. 친환경자동차법은 50개면 이상 주차 공간에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내 공립학교에도 50개교가 설치했다. 문제는 학교가 외부인 접근 가능한 장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각종 시설 등 보호를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외부인 범죄가 빈발했던 몇 년 사이 폐쇄성은 더 강화됐다. 학부모조차 사전에 신청하고 허락을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 아파트 주차장, 공영 주차장 등과 다르다. 그렇다고 학교 상근 차량 가운데 전기차 비율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기차 몇 대만을 위한 시설인 게 현실이다. 불특정 학생과 학부모가 겪고 있는 불안•공포와 등가성이 안 맞는다. 일부에서는 이런 지적을 전기차 화재 공포감 조장이라고 지적한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 기관차의 그것보다 훨씬 낮다는 논리다. 전기차 등장 초기였던 10여년 전에는 그랬다. 이제는 철 지난 얘기다. 2022년 말 기준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이 0.013%, 내연기관차가 0.016%다. 중요한 것은 추이다. 2020년 이후 전기차 화재 발생 건수가 매년 2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발생 비율은 기름차의 10분의 1’은 황당한 소리다. 화재의 위력이나 진압 어려움 등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2022년 테슬라 전기차의 ‘물 웅덩이 진압’은 공포의 시작이었다. 충돌 사고로 폐차장에 옮겨진 전기차에서 연속해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소방관들이 차를 물 웅덩이를 만들어 집어넣어야 했다. 테슬라가 만든 긴급 대응 가이드 라인이 있다. 화재 진화에만 24시간이 필요하고, 최대 3만ℓ의 진화용 물이 들어간다고 한다.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진화에 50분, 물은 1천ℓ가 필요하다. 전기차 화재 위험은 눈앞의 현실이다. 전 국민을 소름 돋게 만든 화성 리튬 공장 참변까지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이 한 개 층도 못 내려오고 화마에 갇혀 버렸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를 듣고 봤다. 학교 내 충전시설 불안해하는 게 당연하다. 폐쇄된 학교 내 의무화가 합리적인지 묻는 게 당연하다. 때마침 경기도교육청이 개선 조례를 검토한다는 전언이 있다. 이 뜻을 지지하는 우리 입장을 재삼 밝힌다.

[사설] 교내 전기차 충전기 공포, 학생은 운전도 안 하는데

화성 리튬배터리 공장 화재 참변이 10여 일 지났다. 진압이 어렵다는 공포를 절절히 목격했다. 우리는 화재 직후 ‘전기차 화재 공포’를 지적했다. 급증한 전기차로 인한 화재 공포의 확산 우려다. 우려대로 ‘전기차 화재 포비아’가 커지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학교내 충전 시설 확대다. 2020년 1개 학교, 2022년 11개 학교, 올해는 50개 학교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됐다. 공립학교를 기준 삼았을 때 이 정도니 전체는 더 많을 것이다. 관련 시설 설치를 강제하고 있는 것은 친환경자동차법이다. 50개 면 이상 모든 주차 공간에 해당한다. 올해 1월부터는 학교에도 적용됐다. 설치 안하면 최고 3천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린다. 친환경 차량 이용 편의와 확산을 위한 입법 취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로 인한 공포감을 운전자가 아닌 학생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증가는 전기차 화재와 비례한다. 2020년 대비 올해 전기차는 4배 늘었고, 전기차 화재도 7배 늘었다. 화성 리튬 공장 화재에서 목격했듯이 불길을 잡는 것이 어렵다. 물로 끌 수 없고 마른 모래나 D급 금속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D급 소화기는 화재에 따른 소방 기준을 말한다. 이게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나마 성능마저 들쭉날쭉해 진압 신뢰감까지 떨어진다. 장비 탓을 하기 전에 소방청의 관련 기준 자체가 엉망이다. 화성 리튬 공장 화재가 난 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그제야 ‘소화기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실과 괴리되는 문제는 또 있다. 학교 내에 공공 이용 충전소를 설치한 실효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학교는 통상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충전기가 설치된 50개 학교 가운데 시설을 외부인에 개방한 곳은 28%인 14곳 뿐이다. 충전소 설치 의무부터 결정한 것이다. 수백~수천명의 학생을 전기차 화재 공포에 밀어 넣은 것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에 대한 위험이 상존하고,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 ‘3천만원 협박’부터 들고 나온 셈이다. 경기도만의 대책이라도 우선 강구해야 한다. 때마침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관련 의견을 내놨다. “학교시설에 대해서는 (설치 의무에서) 예외로 할 수 있는 조례를 도의회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례안의 신속한 마련과 도의회의 적극 협조가 이뤄지기 바란다. 소방당국도 ‘연구하고 있다’는 소극적 답변 외에 당장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는지 고민하고 내놓기 바란다. 운전자도 아닌 학생들은 전기차 공포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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