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한호우에 물난리 되풀이, 하수관 개선은 미적지근

요즘 장마는 시간당 100㎜ 이상의 폭우가 빈번해 기존 기반시설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극한의 강수량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더 꼼꼼한 홍수대책 등 치수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연속 대형 물난리를 겪고도 집중호우 대비책은 미흡하다. 그중 하나가 하수관 개선사업이다. 폭우에 하수관이 역류해 도로와 주택 침수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하수관 역류로 맨홀 뚜껑이 이탈하는 사례도 있다. 도로가 침수돼 바닥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뚜껑 없는 맨홀은 낭떠러지와 다름없다. 실제 2022년 8월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에서 남매가 뚜껑이 사라진 맨홀에 빠져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맨홀 추락사 이후 배수 구역 내 빗물이 집중돼 침수 피해가 있거나 침수 위험이 있는 곳을 ‘집중강우 중점관리구역’으로 지정, 추락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기준 중점관리구역의 맨홀 32만2천568개 중 추락방지시설이 설치된 곳은 19.3%에 그쳤다. 경기도는 4.1% 수준이었다. 맨홀 뚜껑 이탈은 하수관의 문제가 크다. 집중호우 때면 물빠짐이 느려 하수관에서 물이 역류하기 때문이다. 지난 16~18일 폭우에 경기도내 곳곳에서 하수관 물이 역류했다. 이 기간 도로 침수 212건, 주택 침수 78건의 2차 피해가 발생했다. 경기도의 하수관 관리가 너무 미흡하다. 2019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도내 하수관 10개 중 3개가 노후 하수관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도가 교체작업을 공언했으나 5년이 지난 현재 노후 하수관은 오히려 늘었다. 2022년 기준 도내 하수관 3만3천135㎞ 중 20년 이상 노후 하수관은 1만5천679㎞로 50%에 육박한다. 5년 전 1만109㎞에서 55% 증가했다. 노후 하수관 비중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동두천으로 85.8%에 이른다. 이어 안산 78.8%, 안양 78.3%, 과천 77.8%, 고양 71.4% 등의 순이다. 심각한 문제는 노후 하수관 중 배수 기능이 떨어져 위험도가 높은 하수관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도는 2015년부터 하수관 정밀조사를 하고 있으나 관로가 길고 지하에 매설돼 있어 일괄 정밀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10년간 정밀조사가 완료된 하수관은 3분의 1 수준이다. 예산 부족도 이유다. 안전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예산을 더 확보해 노후 하수관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밀조사가 더뎌 어디가 더 위급하고 취약한지 모른다면서 “위급하고 취약한 하수관 위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기후위기 속에 극한호우는 계속될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노후 하수관 정비에 나서 선제 대응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 버스 행정, 리튬 배터리 안전을 미리 토론하다

경기도 버스관리과장이 밝혔다. “2층 전기버스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각 지자체, 운수회사, 제작사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도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19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약속이다. 날로 커지는 리튬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장의 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관련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대비한다는 의미의 간담회였다. 주목할 것은 이날 참석한 2층 전기버스 제작사 측이다. 운수회사가 전기버스를 도입할 때 정부 및 지자체가 보조금을 준다. 친환경 교통을 위한 지원책이다. 중국산 전기버스에는 보조금이 거의 없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 때문이다. 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에만 보조를 한다. 이 때문에 중국산 전기버스와 국산 전기버스의 지원금은 1억원 이상 벌어진다. 모든 국내 전기버스가 국내 제작사인 현대자동차로 통일된 이유다. 경기도에 2층 전기버스가 도입된 것은 2021년이다. 2024년 현재 모두 103대가 운행 중이다. 살핀 대로 모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화재 등 안전 대비에도 전문가 의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전문가적 지식을 교육할 수 있는 것도 제조사인 현재차다. 경기도가 전기버스 안전 간담회에 제조사 측을 부른 이유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인 창림모아츠 측 관계자가 참석했다. 경기도와 운수회사, 버스 제작사가 다 모인 건 처음이다. 토론 내용도 충실했다. 전기버스 안전관리 방안 마련이 논의됐다. 전기버스 하자 유지보수 기간 연장, 전기버스 리튬 배터리 전용 소화기 배치도 협의됐다. 버스 제조사에 대한 운수회사 측의 요구도 모처럼 정리됐다. 주요 부품 보증 기간 및 부품 수급의 어려움이 지적됐고, 전기버스 정비소의 확대 필요성도 제언됐다. 전기버스 정비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종국적으로 전기버스의 안전 운행과 밀접하게 관련 지어지는 요구 사항이다. 인재(人災)는 대비하지 못한 데서 온다. 넉넉한 보상, 재난지역 선포, 책임자 구속 등은 모두 인재 뒤의 수습이다. 경기도에서 2층 전기버스 화재는 없었다. 그럼에도 안전 관련 모든 기관이 모여 토론했다. 참석자 범위에 버스 제조 회사까지 포함시켰다. 토론 범위도 구애됨이 없이 활발히 논의했다. 백 번의 수습 행정보다 바람직한 게 한 번의 예방 행정 아니겠나. 이번 간담회에서 그 좋은 뜻을 봤다. 높이 평가해도 좋을 버스행정의 모습이었다.

[사설] 경기도의회 국힘 투표는 비밀 원칙 위배했다

선거·투표에 통용되는 4원칙이 있다.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다. 민주국가의 모든 선거·투표에 해당한다. 이 중 비밀 선거 원칙에 이견은 있다. 국회 입법 활동과 관련된 투표의 경우다. 국회의원은 국민 의사를 대의한다. 국민의 뜻을 그대로 표할 책임이 있다.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인증 투표 요구다. 그러나 이 역시 제한된 경우에 해당한다. 의원 개개인의 의사표시가 감시받는 형태의 투표는 당연히 금지된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에서 이 논란이 불거졌다. 후반기 상임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투표 과정에서다. 부의장 후보와 농정해양위원장, 도시환경위원장, 미래과학협력위원장 후보를 놓고 투표했다. 지난 16일 후보 등록에서 부의장 4명, 상임위 세 곳에 각각 2명의 후보가 지원했다. 이런 경합 투표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투표 분야를 적은 용지 옆에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다. ‘NO.1’과 같은 방식이다. 현장에서 항의하는 의원이 있었다. 일반 투표에서 투표 용지에 일련번호는 있다. 공직선거 투표 용지는 우측 하단에 번호가 표기된다. 투표 조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 번호 표기 부분은 배부 과정에서 제거된다. 이번 국민의힘 투표 용지는 달랐다. 애초에 제거할 수 없는 위치에 번호를 표기했다. 당연히 번호가 표기된 상태로 배부됐다. “번호를 적은 투표 용지를 주고 찍으라는 투표가 어디 있느냐”는 항의였다. 그도 그럴 게 동료 의원 중에 택일하는 민감한 투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의 설명을 보자. “투표 결과가 조작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와 번호를 적게 된 것이다...번호 순서대로 투표 용지를 배분하지 않고 각 투표 분야별로 번호를 다르게 해 배분한 만큼 비밀투표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며 어떤 의원이 누구를 지지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의도도 아니다.” 과연 그런가. 비밀투표가 보호하는 것은 투표 행위다. 투표 행위자는 국민의힘 도의원이다. 이들이 비밀투표로 신뢰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런 투표지가 어디 있느냐”는 항의가 있었다. 투표 당사자들이 불편해하고 불안해한 것이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다”는 해명은 더 답이 아니다. ‘확인하려고 해도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어야 한다. 관리자의 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투표자의 신뢰가 판단의 기준이다. 이번 투표는 국민의힘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이었다. 도민의 이익과 직접적 상관은 없다. 도의원들이 결과에 순응한다면 거기서 끝이다. 그렇더라도 찜찜함은 짚고 갈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도량인 도의회의 의결 아닌가. 재연되면 안 될 논란거리였다.

[사설]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대비책 마련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미국의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며 통합을 강조하면서 오는 11월5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의 공식 후보가 됐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내달 19일 시카고에서 개최되며 현재로서는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 후보가 지명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노령,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자들에 의한 후보 교체 요구가 민주당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어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지명될지 또는 해리스 부통령과 같은 다른 후보가 지명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제는 민주당의 후보로 누가 지명되든 현재로서는 공화당의 트럼프 후보가 차기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 전당대회 이틀 전 필라델피아에서 유세 중 피격당한 직후 트럼프가 보여준 강인한 지도자로서의 인상은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과거와는 달리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정책 비판으로 분노를 극대화시켜 유권자를 자극하는 전략을 통한 지지를 유도하기보다는 희망과 통합의 메시지를 통한 리더십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피격 사건 후 ‘네거티브 트럼프’가 아닌 ‘포지티브 트럼프’로의 변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변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연설의 중심 키워드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다. 비록 통합을 외쳤지만 그의 통합 메시지는 지구촌을 향한 것이 아닌 위대한 미국을 다시 건설하기 위한 통합이다.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정책 노선인 트럼피즘(Trumpism)을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 대미관계에 있어 여러가지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이면서 미국 국익을 동맹보다는 최우선시하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인해 방위비 인상 등은 물론 대북정책에서도 미국 정부와 정책 혼선을 겪기도 했다.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과는 “재집권하면 잘 지낼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이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외교안보 정책 등이 크게 달라질 것이므로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요구된다.

[사설] 경기도 기후위성 구상, 토론이 필요하다

경기도 기후위성 발사 계획이 등장했다. 경기도가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것이다. 16일 RE100 관련 토론회에서 나왔다. 경기도와 국회의원 연구단체인 ‘기후 위기 탈탄소 경제포럼’이 공동 주최한 자리였다. 공개당사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그는 “경기도가 대한민국 최초의 기후위성을 발사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경기도가 확실하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른 광역자치단체나 중앙정부에 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후위성은 하늘의 지배자다. 장마철 폭우 등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다. 농축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도시 확장 및 개발 등에 필요한 각종 기후 데이터와 영상 정보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첨단 공학을 기반으로 하는 신산업 창출의 효과도 있다. 그동안 당연히 국책 사업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윤석열 정부 초기 과학 예산 삭감 때 비상이 걸렸던 분야도 항공우주다. 이를 경기도가 직접 하겠다는 구상이다. 관련된 정보도 제공했다. 전자레인지 정도 크기에 무게 50㎏ 정도라고 한다. 자체 기후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과 실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경기연구원이 관련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를 위한 행정적 로드맵도 언급했다. 19~26일 열릴 도의회 임시회에 보고하겠다고 했다. 내년 초 위성 제작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공모에 나서는 한편 스페이스 X와 협력한다고 한다. 발표 직후 나오는 긍정적 반응이 있다. 앞서 살핀 긍정적 효과 외에 경기도가 주도함으로써 기대되는 이익이 있다. 한국의 발사체 연구는 대전(항우연)과 사천(KAI)이 본산이다. 위성 제작 업체는 판교 등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 경기도 업체들의 참여 기회가 주어지면 파급력이 클 것이다. 여기에 첨단 과학 기술을 선도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김 지사가 ‘경기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반면 부정과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1기당 50억~100억원이라는 비용이 부담이다. 이 예상치로만 봐도 5기면 250억~500억원에 달한다. 경기도가 홀로 감당할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넓지 않은 국토에서 지자체 고유의 위성 발사가 효율적이냐는 지적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가 필요로 하는 위성 추적의 범위를 경기도와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라는 분석이다. 국책을 왜 도정이 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토론이 필요하다. 때마침 도의회에 넘길 것이라고 했다. 역대 도의회에서 처음 다뤄보는 의제다. 차분한 준비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이건 ‘찬성이냐 반대냐’로 끝낼 사업이 아니다.

[사설] 용적률 제한에 지역 떠나는 기업들, 지자체 손실 크다

‘기업이 살아야 수원이 산다’, ‘기업이 살아야 이천이 산다’. 지방자치단체장마다 ‘기업이 살아야 ○○이 산다’며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기업이 성장해야 하는 게 맞다. 일자리도 증가하고 세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나라가 잘 사는 길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업에 힘이 되는 정책, 기업의 성장을 돕는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의 성장을 옥죄는 규제가 많다.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토로해도 고쳐지지 않는다. 그 중 하나가 일반공업지역의 용적률 제한이다. 공업지역은 전용공업지역, 일반공업지역, 준공업지역으로 나뉜다. 일반공업지역은 환경을 저해하지 않는 공업을 배치하는 지역으로, 주거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나 공장, 창고시설 등을 건축할 수 있다.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단독주택, 종교시설, 의료시설, 기숙사 등의 건물도 가능하다. 공업지역 안에서 건폐율 및 용적률의 최대한도는 관할 구역의 면적과 인구 규모, 용도지역의 특성 등을 고려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기준에 따라 지자체 조례로 정한다. 이 법에 따르면 일반공업지역의 용적률은 최대 350%를 넘지 못한다. 경기도 31개 시·군 중 27개 시·군은 일반공업지역 용적률을 350%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용인시, 안양시, 광명시, 연천군 등 4개 지자체는 3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파주시는 더 낮아 250% 이하다. 이런 규정에 회사를 넓혀야 할 상황인 기업들은 용적률이 더 높은 지역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실제 10년 넘게 안양에 터전을 뒀던 한 기업이 과천으로 회사를 옮겼다. 회사가 성장을 거듭해 직원도 늘고 일도 늘어 신사옥 부지를 물색했으나 안양은 용적률이 최대 300%밖에 안 돼 용적률이 50% 더 높은 과천으로 간 것이다. 회사 대표는 창업과 성장을 함께한 안양을 떠나는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용적률’이란 벽에 부딪혀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 지자체들엔 큰 손실이다. 기업의 직원들도 거주지를 옮기는 등 출퇴근 문제로 퇴사하는 일까지 발생한다. 기업이 더 넓은 규모의 사옥을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로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면서 현실은 타 지역으로 내몰고 있으니 답답한 행정이다. 일반공업지역에 설정된 용적률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도시 내 공업지역이 상업지역처럼 이용되고 있는데 기존 용적률 고집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다. 산업발전 상황에 맞게 용적률을 상향해야 한다.

[사설] 가설건축물 재질 ‘강판’ 확대, 화성시 기업 애로 덜어줘야

가설건축물은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축하는 건축물이다. 공장이나 창고를 이용할 때 작업 공간 및 물품 적재 등을 위한 공간이 부족할 경우 설치·사용한다. 건축법에선 가설건축물에 대한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있다. 가설건축물은 외장재를 천막이나 합성수지(FRP, PC, PVC 등)로 해야 한다. 철재 샌드위치패널, 강판 등은 못하게 규제하고 있다. 기업들은 천막이나 합성수지는 상품 보관의 안전성 저하, 약한 내구성으로 인한 수시 교체, 화재 위험, 환경 악영향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강판을 사용하면 2~5년 주기로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나오는 천막이나 합성수지를 대체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결론은 가설건축물 재질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보 기자가 화성시의 공장들을 돌아봤다. 양감면의 UV인쇄 조립 공장은 천막형 창고를 가설건축물로 쓰고 있다. 이 공장은 4년 전 가설건축물에서 화재가 나 공장이 모두 불에 탔다. 피해액만 15억여원에 이른다. 공장 대표는 화성시는 천막과 합성수지만 가설건축물 재질로 인정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용기 제조공장도 최근 가설건축물을 합성수지로 교체했다. 합성수지는 내구성이 약해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주기로 교체해야 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했다. “안전성이 떨어지고 환경도 저해하는 합성수지를 사용하라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 규제”라고 했다. 화성시 기업인들은 ‘화성시 건축 조례’가 규정한 가설건축물 재질의 한계를 지적하며 조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천막은 단열 효과가 없고 내구성이 부족해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합성수지는 고온에 노출될 경우 쉽게 연소할 우려가 있고, 변형이 쉬우며 제조와 폐기 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불에 탈 때 나오는 연기는 유독성 가스를 포함하고 있어 화재 시 인근까지 큰 피해를 준다. 도내 다른 지자체에선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수용, 가설건축물 재질를 확대했다. 광주시는 지난 2020년 가설건축물 재질에 합성강판을 추가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가설건설물 건축재질 확대’ 정책으로 관내 6천여 기업이 주기적 재설치 비용을 절감해 행정안전부의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이후 용인시도 가설건축물 재질로 내구성이 좋은 강판을 허용했고, 파주시도 최근 건축조례를 개정해 강판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화성시의 공장은 지난 1일 기준 1만2천651곳이다. 화성시도 건축 조례를 개정해 가설건축물 재질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이 애로를 호소하는데 불합리한 규제로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사설] 노루페인트, 이젠 공장 이전 약속 지켜라

안양시가 노루페인트가 낸 건축심의를 부결했다. 박달동 공장 부지 내에 증축 계획이다. 연구단지를 짓겠다며 5월27일 신청했다. 그동안 6차례 건축 심의를 진행했다. 관련 부서 의견 등을 종합한 결론은 부결이다. 직접적 이유는 해당 부지 일대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다. 노루페인트 부지에는 박달첨단지식산업단지가 예정돼 있다. ‘노루페인트 부지는 산업단지 예정 부지에 포함돼 건축심의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부결 처리됐다’는 설명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목적적인 판단이다. 의아스러운 것은 이 시점에 건축심의를 신청한 회사 측 판단이다. 연구단지 건물을 증축하면 고가의 지장물이 된다. 산업단지 조성 때 토지·건물 보상액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지급될 보상비는 시민의 혈세다. 토지 보상을 노린 지장물 설치인가. 공공 부지 조성 과정에 간혹 목격되는 일이다. 일부 악덕 토지주들의 탈불법 행위다. 업계 수위를 달리는 중견 기업이 취할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안양시의 부결을 지지한다. 시민을 위한 적절한 판단이다. 사실 이 문제에는 또 하나의 공분이 서려 있다. 노루페인트가 안양시와 맺었던 지난날의 약속이다. 2014년 9월 독극물 유출 사고가 있었다. 유해물질인 에폭시가 유출돼 큰 충격을 줬다. 그 대책 논의 과정에서 ‘공장 이전 약속’이 나왔다. ‘불안 요소 제거’라는 대책이다. 불안에 떨던 시민 앞에 내놓은 공개 약속이다. 10년이 지나자 그걸 뒤집은 것이다. 이전은커녕 증축에 나선 것이다.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건축허가를 신청할지는 노루페인트의 선택이다. 노루페인트 관계자가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현재 내부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선 검토한 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건축을 계속 진행할 수도 있다는 소리로 들린다. 물론 건축 심의가 부결됐다고 건축 추진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시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바뀌어도 안 된다. 한 기업의 경영 활동을 옥죄려는 게 결코 아니다. 노루페인트가 안양시 역사에 차지했던 순기능도 인정한다. 다만, 시민과의 약속은 향토 기업이 지녀야 할 첫째 덕목이고, 노루페인트에는 공장 이전 실천이 현재 놓여진 책임이다. 경영을 위해 좋은 가격에 보상받기 바란다. 생산성 좋은 대체지를 찾아 이전하기 바란다. 그것이 노루페인트, 안양시에 좋은 일이다. 물론 10년 전 사고를 기억하는 안양시민 모두가 이견 없이 소원하는 일이다.

[사설] ‘물 관리 일원화’ 부작용 속출, 치수체계 재정비해야

지난해 7월 14명이 목숨을 잃은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계기로 정부의 ‘물 관리 일원화’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원화된 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환경부가 수질 관리와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재해 예방에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간 치수(治水) 기능을 국토부로 재이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물 관리 일원화는 수량 관리는 국토부, 수질 관리는 환경부가 나눠 하던 물 관련 업무를 환경부가 일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물 관리 기본법’은 2018년 6월부터 시행됐다. 수량, 수질, 재해 예방 등 대부분의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이후 부작용이 속출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이·치수 대책은 거의 없다. 지난해 봄 남부지방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여름엔 집중호우로 지류·지천이 범람하며 홍수가 발생했다. 비가 그치고 폭염이 찾아오자 녹조까지 발생했다. 수량·수질 문제가 거의 1년 내내 발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 관리 일원화 이후 2020년 1월에는 국가사무 일부를 지자체에 이양하는 지방일괄이양법을 통해 지방하천 정비사업 예산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떠넘겼다. 이로 인해 경기도 등 전국 지자체의 하천정비 사업이 제때 시행되지 못했고, 하천 범람 등 홍수 피해를 키웠다. 행정안전부의 ‘전국 시·도별 소하천 정비 및 피해 현황’ 자료를 보면 2020년 이후 전국 소하천 정비율은 46.5%에 불과했다. 피해 규모는 2천499억원에 달했다. 경기도의 소하천 피해는 388억원이나 됐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내 하천은 국가하천 9곳, 지방하천 497곳, 소하천 1천999곳 등이다. ‘물 관리권’이 환경부로 이관된 2018년 이후 도내 지방하천에서 발생한 피해는 400건이 넘는다. 국고 보조의 소하천 정비사업이 2020년 1월 지자체 사업으로 전환된 후 전국 지자체가 사업비 부담 등으로 홍수피해 대책을 실행하지 못 하고 있다. 하천 준설과 하천 내 수목 제거는 손도 못 대는 실정이다. 수량조절용 보(洑) 내부에 쌓인 모래 등 퇴적물의 자원 활용도 못 하고 있다. 하천 내에 자생한 수목만 제거해도 물길이 정상화되고 하천 범람을 막을 수 있는데, 답답하다. 지방하천의 일부를 국가하천에 포함시켜 중앙정부가 정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세부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물 관리 일원화와 지방하천 정비 예산 지자체 전가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기후변화 등으로 극한 호우가 일상이 됐다. 국가 물 관리 체계 재정비가 시급하다.

[사설] 인천시, 지구촌 최대 락(Rock) 축제 서막을 열다

인천의 여름이 락에 빠져들고 있다.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8월2~3일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개최된다. 본무대를 앞둔 라이브 클럽파티가 시작됐다. 13일 오후 인천 중구 운서동의 한 재즈카페다. 7080세대에게 익숙한 ‘터치 바이 터치’가 연주된다. 50~60대 멤버들로 구성된 피노키오의 무대다. 인천지역 밴드 ‘옥탑밥’의 수준 높은 연주도 이어졌다. 앞선 12일에는 부평구의 다른 음악 카페에서도 락 축제의 두근거림은 시작됐다. 올해는 더욱 뜻깊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지난 3월 문체부로부터 대한민국 3대 글로벌 축제에 선정됐다. 전국에 1천200여개의 지역 축제가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3대 축제로 뽑혔다. 국내외 최정상급 아티스트 50여개 팀이 참가하는 축제다. 국내외에서 찾아온 15만~20만명의 관객이 운집한다. 슈퍼루키 등 신인 선발 프로그램, 인천을 순회하는 라이브 클럽파티도 진행된다. 인천이 세계를 품는 축제의 시작이다. 올해는 또 하나의 역사도 쓰여진다. 락 음악 수출(輸出)이다. 국내 밴드들이 참여하는 쇼 케이스가 진행된다. 세계 10여개국의 음악인들이 검증하고 평가한다. 세계적인 에이전시들로 구성된 평가단이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는 밴드는 해외 초청의 길이 열린다. 바야흐로 국내 락 밴드의 해외 진출을 여는 자리다. 기존 국내 락 페스티벌은 해외 밴드 초청으로 이뤄졌다. 이번 쇼 케이스가 그런 고정 틀을 벗어나 K-락의 세계화를 이끄는 효시가 됐다. 친환경은 올해도 축제가 추구하는 최고 가치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해마다 13만~20만명이 찾는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친환경 축제를 위한 주최 측의 노력은 소홀한 적이 없다. 2022년 ‘제16회 피너클 어워드(Pinnacle Awards) 한국대회’에서 친환경 프로그램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푸드존 다회용기 사용, 친환경 이동식 전기발전기 운영, 벼룩시장 등 친환경 팝업스토어 운영 등 친환경 프로그램들은 이번에도 완벽하다. 더위를 넘는 시원함이 온다.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매년 한여름에 치러진다. 더위로 인한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의료 시설, 쿨 존, 그늘막 등이 20만 락 팬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 락을 선도하고, 세계 락에 K-락을 접목하고, 세계 속에 인천을 알리는 ‘2024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다. 그 2024년 축제가 다시 찾아 왔다. 인천 전 지역 곳곳에서 설레는 쿵쾅거림이 시작됐다. 강렬한 메탈 사운드에 젖어드는 인천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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