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피한 인천 시내버스 요금 인상

사상 초유의 전국 버스 파업이 대란을 피하고 일단락되었다. 인천시 버스 노사정도 지난 14일 올해부터 3년간 버스기사 임금을 20% 이상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파업이 철회되었다. 인천시는 일단 버스요금 인상 없이 인천시 버스 준공영제 예산을 늘려 임금 인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경기도의 버스 요금 인상 방침과도 맞지 않아 임기응변 대응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번 버스 파업의 본질은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에서 촉발되었고 그 부담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이다. 정부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자 야심차게 도입한 워라밸(work-life balance)정책의 일환으로 버스 사업부분에도 특례 없이 적용한 데 따른 해결해야 할 후속 과제이다. 이미 예견되었던 것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1년 넘는 시간 동안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 파업이라는 국면에서 임금인상이라는 카드로 국면을 모면한 것이다. 워라밸 정책의 핵심은 버스 기사의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업무의 효율성과 승객의 안전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버스 서비스를 개선하고 버스 사업 종사자들에게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근무시간의 단축이 곧 임금의 감소로 연결되고 운송사업체는 추가적인 고용으로 비용이 가중되는 현실로 다가와 노선의 폐지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 없이는 워라밸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의 서비스 개선은 기본적으로 공익성과 수익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서 극대화가 추구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두면 적자노선은 폐지되거나 요금인상으로 인해 이용자의 불편과 부담은 가중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렇다고 주민의 편익을 위해 사업체의 수익성을 무시하면 버스사업은 더는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으로 귀결된다. 이의 해결방안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준공영제와 같은 방안으로 적절히 개입하고 개선되는 서비스의 대가를 수익자가 부담하는 것이 최선의 현실적 선택이다. 정책의 효과를 승객과 버스기사가 공유할 때 그 정책의 명분과 타당성이 확보되어 추진에 탄력이 붙는다. 임기응변으로 버스기사의 파업을 임금인상으로 한쪽의 기대효과를 충족시켰으나 다른 한쪽인 편익의 대가를 수익자 부담이 아니라 세금으로 충당하는 오류를 안고 있다. 세금과 요금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수익자가 얻는 편익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부담하는 요금의 인상이 정직한 정책이다. 시민의 반발을 회피하기 위해 세금으로 충당하는 정책은 버스산업과 서비스의 개선을 통한 지속적인 버스정책이 될 수 없다. 민주적인 자율시장의 질서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설] 통일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하다

통일연구원(KINU)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19 국민의식 조사를 한 결과, 국민은 남북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70.5%는 통일보다는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설문을 교묘히 만들어 국민 여론을 조작하는 엉터리 여론 조사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의미 있는 결과다. 이 밖에도 대치상태에서도 남북 경제교류가 필요하고,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도 많았다. 연구원은 통일이 왜 중요한지를 국민 개개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이 필요하다고 현학적으로 지적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 정부가 정신 차리라는 국민의 준엄한 소리다. 통일은 이제 대부분 한국인에게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성취해야 하는 절대적 목표가 아니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보다는 우리의 소원은 먹고사는 것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실을 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김정은과 포옹하면서 국민에게 평화와 통일의 장밋빛 환상을 보여준 게 불과 얼마 전인데, 지나고 보니 잔고 부족의 부도어음에 불과하다는 냉엄한 결과만을 국민에게 선사했다.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현 정권 2년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충분하기에 어떻게든 북한의 행동에 화장과 분칠을 해보려 하나 양치기 소년처럼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국민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북한의 오만방자한 태도를 보면서, 또 국민 세금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종 경제실험을 보면서 분노하고 있다. 대통령의 원로 대화KBS 대담은 실컷 듣고 결국 내갈길 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에게서 위기의식에 바탕을 두고 난국을 헤쳐나가는 지도자가 아니라 자기 진영 사람들과 내년 총선을 위해 총진군하는 돌격대장 이미지가 더 강하다. 정치적 반대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협치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대통령의 말들은 한낱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 더 이상 조언이나 충고, 비판은 효과도 없다는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는지 국민은 어이가 없다. 경제성장률이나 수출투자고용 등 거시 경제지표들 심각하고, 급격한 임금 인상 등 기업 옥죄기로 지난해 한국을 빠져나간 기업만 3천540개에 달했다. 13일(미국 현지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백악관에서 만나 루이지애나에 31억 달러를 투자한 데 대해 감사의 표시를 했다.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다. 대통령은 국내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투자유치를 위해서 발 벗고 나서야 한다. 현 정부는 정책오류와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반성보다 현실을 분식(粉飾)하고 왜곡하는데 더 힘을 쏟았다. 남은 기간 인(人)의 장막과 복수심에서 벗어나 협치로 위기를 극복했던 문재인 정권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설] 뒷북치는 인천시 건설행정

지난 9일 인천시는 지역 하도급 건설 업체를 보호하는 전담조직을 오는 7월 조직 개편에서 확대 개편할 것이라 밝혔다. 발표 내용을 보면 현재 1명인 관련 업무 담당자를 2명으로 늘리고 전담팀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허술한 제도와 행정으로 인천 시공업체가 일거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다급한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때늦은 미봉책으로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인천시민단체가 송도워터프런트 하도급공사에 인천지역 업체가 한 곳도 없다는 데 대해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에 책임을 묻는다는 성명을 지난 1일 발표한 데 대한 긴급 대응조치이나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행정혁신이 필요하다. 지난 3년간 공공 건설사업 지역 업체의 하도급 수주율은 2016년 48.6%, 2017년 36.8%, 2018년 26.7%로 많이 감소했다. 허술한 제도 틈새에서 인천 건설행정의 안일한 대처와 소극적인 행정이 가져온 지역 건설업체 홀대 결과이며 일부는 업체 스스로 가져온 측면도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 예규에 따라 지역 업체의 하도급 참여 비율을 60% 이상으로 정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장사항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그동안 지속되었다. 박남춘 시장이 뒤늦게 이 조항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 만시지탄이다. 진작 행정실무에서 그 문제를 인식하고 행정안전부에 개선의 노력을 해야 했는데 때늦게 시장이 나선 모양이다. 지역 업체의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보다 강화하거나 현장에서 원도급 업체를 설득하는 등의 적극적인 행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적극적인 노력으로 행정안전부 예규와 시 조례 등에 지역 업체 참여에 대한 명확한 비율 고지나 강제조항을 명시하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이라도 지방행정의 혁신적인 노력을 통해서 그 효과를 추구하여야 한다. 최근 인천경제청이 발주한 송도워터프런트 1-1공구 공사를 맡은 컨소시엄에 대해 인천경제청이 나서 지역 업체를 추가로 참여시킨 것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대우건설을 설득해서 인천업체의 하도급을 43%까지 우선 확보하였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나서서 노력한 결과로 건설행정 혁신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이다. 지역 업체 참여를 위한 제도 개선과 행정 지원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역 업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여야 한다. 대형 건설기업에 비해 자금력과 마케팅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여건의 개선을 지원에 의해 극복하는 단기적인 지원은 지속적일 수 없다. 지속적으로 참여를 보장받기 위한 방법은 스스로 기술력을 확보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자구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인천시 건설행정의 혁신과 지역 건설업체의 스스로 노력을 통한 지역 건설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업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상황이다.

[사설] 경찰, 과연 인권보장·공공질서 파수꾼이 가능한가

최근 장자연 리스트의 윤지오 출국 사건, 청와대 민정수석실 출신의 연예인 연루 경찰총장건, 민노총에 쩔쩔매는 경찰을 보면서 경찰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던 민갑룡 경찰청장의 말은 허언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여당 모 국회의원의 비호로 윤지오의 경호원을 자처했던 경찰이 사실상 외국으로 도망간 윤지오를 멍하니 바라보고, 청와대 출신의 경찰총장은 사라지고 마약과 집단 성폭행으로 승리와 박유천만 온 국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900여만 원에 달하는 윤지오의 호텔 숙박비만 국민 세금으로 축난 셈이다. 피해망상과 허위증언의 윤지오는 앞으로는 국외 언론과 인터뷰할 것이고 UN, CNN과 접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사람을 증인이라 믿고 칙사대접까지 해낸 대한민국 민주경찰이 부끄러울 뿐이다. 어차피 경찰이 이번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하고 밝히리라고 믿는 국민은 별로 없었다. 역대 정권이 다 그랬듯이 검찰과 함께 정권 수호의 최첨병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한다는 것은 한 마디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검경수사권 분리에 목을 매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의 무리한 시장 측근 비리 수사는 결국 검찰에서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현 정권에서 경찰은 검찰과 대등한 권력을 누리게 될 것처럼 보인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경찰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공수처가 생기면 검찰은 정권에 대항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국민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든 공수처 신설이든 국민의 인권보장과 공공의 질서유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정권의 입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해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경찰을 검찰과 대등한 새로운 권력으로 만들게 되면 국민만 죽어나간다. 1년 이상 경찰에서 시도 때도 없이 조사를 받다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어느 자영업자는 경찰만 보면 분노가 치민다고 한다. 골목에 숨어서 안전벨트 단속하는 경찰을 보면 인력이 부족하다고 떠드는 경찰수뇌부가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대통령이 인권을 외쳐도 일선에서 경찰을 맞닥뜨리는 국민의 애타는 심정은 과연 누가 헤아려야 하나. 수사권 독립이니 기소권 분리니 국민에게는 다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다. 이제 패스트트랙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12만여 명의 경찰조직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3천여 명에 달하는 정보경찰에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 수사권까지 이관받게 된다. 견제가 어려운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 우리가 바라는 경찰은 정권의 부당한 지시에 대항하는 거창한 용기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국민의 작은 삶을 피곤하게 하지는 말아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말이 푸근한 게 아니라 공포와 부담으로 들릴 때 경찰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사설] 행정 책임을 다하는 지하상가 관리 조례개정을

지난 2일 인천시가 마련한 지하도 상가의 안정된 제도 마련을 위한 시민 공청회를 열었으나 상인들의 반발로 공청회 자체가 아수라장이 됐다. 관련 법률과 조례의 상충 및 행정의 허술함으로 인해 지역의 문제로 대두했고 그 해결 실마리를 위한 해법이 요원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행정의 신뢰성에 큰 허점이 생겼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서민들이 안게 됐다. 관리 조례를 합리적으로 개정하는 등의 묘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인천시의 지하도 상가는 1970~80년대 건설돼 인천의 명물로 경제발전의 한 축을 이루어 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으나 관리 조례의 허술함으로 인해 지역의 문제로 대두됐다. 지하상가는 1972년 민간투자로 만들어졌고 2001년 기부채납에 따라 소유 권한이 인천시로 넘어왔다. 인천시는 유지보수와 관련한 비용을 상인이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지하도 상가 운영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 따르면 임차권의 양도, 양수, 그리고 재임대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상위법에는 재임대를 허락하는 것이 위법이었다. 상위법을 위반한 조례가 20년 가까이 운영되어 옴으로써 현재 인천지역 지하상가 중 재임대 상인의 비율은 85%에 이르고 2017년 거래된 권리금만 9천300억 원에 이른다. 행정안전부가 2007년 전대 계약 등 상위법을 위반하는 조례개정을 시에 권고했고 국민권익위원회도 특혜요인을 없앨 것을 지적했으며 인천시의회도 2017년 행정사무 감사에서 조례개정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감사원 지적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받을 상황에서 서둘러 개정하면서 선의의 피해상인들에 대한 대책을 간과해 상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본적으로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위법과 상충하는 조례를 조기에 개정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이다. 이것에 대한 책임을 행정 책임자들이 지지 않고 행정을 신뢰하고 선의로 투자한 상인들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이다. 행정의 신뢰성에 막대한 손상은 물론 선의의 서민들은 전 재산을 다 날리는 생존권의 문제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상위법을 위반한 잘못된 조례를 제때에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행정의 기본 책임이다. 때늦은 지금에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상위법을 위반하지 않은 합리적인 조례개정에 모두가 뜻을 모아야 한다. 적절한 보상조치가 불가피한 현실로써 소통을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상위법을 위반한 조례는 효력이 없다는 판례가 있으므로 상인들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최선이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행정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님을 인천시는 통감하면서 그 해결책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행정의 책임에 바탕을 둔 신뢰성 회복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방행정의 가치이다.

[사설]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를 계기로 한·일 관계 숨통을 터보자

어제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와 함께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왕과 연호(일본에서는 천황과 원호라고 부른다)가 바뀌는 일은 일본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나루히토 새 일왕은 즉위 후 첫 소감으로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언급했으나 아버지와는 달리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현행 일본헌법에 대한 수호의지는 밝히지 않았다. 우리도 이웃 나라의 새 시대 출범을 축하해야 마땅하지만 최근 한일관계는 이런 말을 꺼내기 민망할 만큼 최악이다. 문 대통령은 퇴위하는 아키히토 일왕에게 한일관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데 대한 사의를 표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낙연 총리는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한일관계를 중시하셨던 천황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천황님이라는 표현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게 오늘날 한일관계의 현주소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천황이란 표현을 쓴다. 우리만 일왕이란 말을 만들어 쓴다. 아무리 그들이 미워도 국가 간에는 상대국에서 쓰는 호칭인 천황을 존중해주는 것이 옳다. 천황(天皇덴노)은 일본의 군주이자 대외 관계에서 국가원수 지위에 있는 최고 통치자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다. 국내 정치적인 실권은 집권당의 총리가 가지고 있으나 일본 헌법에서는 일본의 상징이자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거꾸로 일본을 식민지 지배하여 일본인들이 우리의 대통령을 통령이라고 부른다면 우리는 일본인들을 당장 옹졸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할 게 틀림없다. 일왕이라고 불러야 우리의 자존심이 살고 천황이라고 부른다고 매국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일관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갈등과 개선을 반복하였지만, 요즘처럼 감정 대립이 심해져 양국 관계의 밑바탕까지 흔들리지는 않았다. 모두가 양국 정치인들 탓이다. 반일반한 감정을 집권에 악용한 결과다. 이미 양국 간 경제인 교류가 단절되고 민간 교류와 관광 분야에까지 파장이 미칠 것이다. 북핵 문제에 대한 공조 기반이 무너진 채 미일 관계는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고 다가서는 것뿐이다. 그런 점에서 새 일왕의 즉위는 좋은 기회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즉위와 관련한 축하 메시지뿐 아니라 10월 즉위식 전이라도 특사파견을 검토하고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과 새 일왕 면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일본도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던 주변국들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여 책임의식과 겸허함을 보여야 한다. 지금 아베의 국수주의적 행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망하기를 기도할 수도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새 일왕 즉위라는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새로운 한일관계의 지평을 열 시기가 왔다.

[사설] 석연치 않은 인천경제청장 사퇴

인천경제청은 지난 24일 김진용 청장이 임기 1년 5개월은 남기고 오는 5월3일 오후 퇴임식을 하고 사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제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줄곧 교체설에 휩싸여 왔다. 청라지시티문제로 여론의 사퇴압력도 받기도 했고, 주민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청원이 성립되어 시장이 답변하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박남춘 시장이 공직 인사는 시민청원 대상이 아니라며 마무리되는 듯한 사퇴가 갑작스럽게 발표되어 여러 가지 석연치 않은 의문을 낳고 있다. 우선 인천시의 산하기관장 인사원칙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기관장 인사는 공정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평가하고 그 결과에 합당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동안 경제청의 산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을 부여하면서 기회를 주었으나 그 결과에 대한 평가는 공개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 물론 시 내부적으로 비공개 평가를 할 수 있으나 시민들에게도 수긍할 만한 결과를 공개하여 중도사퇴 압력이라는 정치적 오해를 낳지 말아야 한다. 송도 주민들이 인천시청을 방문하여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등의 불필요한 여파를 사전에 방지했어야 한다. 인천시의 인사행정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사퇴 시기의 문제이다. 오는 30일 경제청의 중간평가성 업무보고를 앞두고 돌연 사퇴발표를 하였다. 사퇴를 발표한 청장이 업무보고를 하는 것이 매우 적절치 않으며 그날 오후 바로 국무총리를 수행하는 해외 출장을 가는 것도 매우 어색하다. 그러고 나서 돌아와 퇴임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퇴를 발표한 청장으로서 마지막 일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사항들이어서 이해가 쉽지 않은 조치들이다. 경제청장 본인도 사퇴에 대한 무성한 추측을 방관하지 말고 명쾌한 사퇴 이유를 밝혀야 한다. 많은 억측을 안고 기관장이 중도 사퇴하는 것은 인천경제청의 발전과 인천시의 인사행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경제청의 발전을 위해 전문성과 열정을 발휘하여 노력한 결과가 헛되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자세이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경제청과 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갈등 부분도 명쾌하게 정리하여 소모적인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에 마지막 소임을 다하여야 한다. 사퇴 후 인천시는 후임자 선정에서 공정하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청장의 사퇴 후 고위직의 장기 공백으로 업무 차질이 심각히 우려된다. 6월 경제청 차장과 본부장 2명이 공로연수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조속한 청장의 선임이 절실하다. 서둘러 선임하되 전문성 능력과 비전을 갖춘 인사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 절대 정치적 오해로 주민의 불신과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

[사설] 위협받는 삼권분립

적폐 청산이란 이유로 주류세력을 바꾸고 싶어 한 문 대통령의 목표는 거의 달성한 듯 보인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이어 대법원,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까지 장악하게 됐다. 과거 어떤 정권도 지금 정부처럼 삼권을 좌지우지한 적은 없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은 나라의 근간을 바꾸는 막중한 자리다. 최고의 경륜과 지혜, 균형감각을 지닌 법률가들이 맡아도 쉽지 않은 자리다. 사회의 이념적 분포를 극좌 1에서 극우 10으로 보았을 때 46 사이에 분포하는 게 바람직하나 지금 바뀐 인사들 모두 특정 이념편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히스패닉계 여성 소토마요르를 차기 대법관에 지명한다며 이는 상원 법사위원 전원과 야당 지도자, 헌법학자들, 변호사단체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오바마는 소토마요르의 장점은 정치적 이념보다는 공정함을 추구하는 높은 자질이라고 말했다. 연방대법관 1명을 임명하는데 대통령은 물론 미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그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경륜과 자질, 능력과 품성, 국가관보다는 정권과 코드가 맞고 특정 이념에 경사 된 사람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보다 더 심하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사태에서 보듯 재판관 절반 가까이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재판관 인선을 코드가 맞는 자기편 위주로 하다 보니 벌어진 결과다. 구성 자체가 심각한 도덕적 흠을 가진데다 민주적 정통성마저 갖추지 못했다. 헌재는 국민 기본권은 물론 대통령 탄핵, 정당 해산, 정부 부처 간 권한 쟁의 등에 관한 결론을 내리는 기관이다.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대법원보다 크다. 그런 만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절실하다. 하지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법원까지 특정 이념에 경도된 판사들이 득세하니 보통 일이 아니다. 이래 가지고서야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치적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헌법과 법률보다 이념을 앞세운 판결은 생각만 해도 소름끼치는 상황이다.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사형제와 국가보안법 폐지, 군 동성애, 선거연령 제한, 종교인 과세, 밤 12시 이전 시위 허용 등 사회적 찬반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이 즐비하다. 나라 전체는 분노와 갈등, 혐오로 얼룩져 가는데 적폐 청산 광풍은 계속되고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은 위협받고 있다. 1898년 1월 13일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격문을 통해 간첩누명을 쓰고 투옥된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를 옹호하면서 정권과 사법부의 구역질 나는 작태를 고발했다. 졸라가 격문에서 갈파했듯이 무고한 사람들의 유령이 가득한 세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삼권분립은 지켜져야 한다.

[사설] 수도권 쓰레기 신뢰행정과 친환경매립 원칙으로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대체 용지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도권매립지를 대체할 광역폐기물처리시설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설치 운영해야 하고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공모를 통해 대체매립지를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주장대로 성공적 공모로 대체매립지가 선정될 경우 2025년 수도권매립지는 2015년 서울경기인천과 환경부가 합의한 대로 사용이 종료된다. 그러나 실패하면 지자체 간의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살아나 갈등이 촉발돼 인천시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 우려된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피하고자 2015년 6월28일 서울경기인천과 환경부는 협의회를 열고 매립지 사용기한을 10년 정도 더 연장 사용하도록 최종합의했다. 인천시는 연장의 대가로 서울시와 환경부가 70% 대 30%로 나눠 가졌던 지분구조를 깨고 인천시가 41%를 확보했고 반입수수료 50%를 특별회계로 쓸 수 있게 돼 연간 700억~800억의 예산도 챙겼다. 이에 당시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 합의를 비정상적인 매립지 정책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인천시가 주도하는 새로운 매립지 정책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2017년 9월부터 연구용역을 진행해서 올 3월 마무리하고 4월 초에 대체후보지를 선정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후보지를 공표하지 못하고 인천시 독자적으로 로드맵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대체후보지를 발표할 경우 해당 지역주민의 격렬한 저항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정부주도의 2천500억 원 상당의 특별지원금을 활용한 공모형식을 제안하여 돌파하고자 하는 원론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자칫 실패할 경우 행정의 신뢰성은 훼손되고 시도 간의 갈등만 증폭되어 그 피해를 고스란히 인천시가 입게 될 것이다.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로드맵을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단지 시정부의 정치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 및 집권당과의 밀접한 관계를 이용한 정치적 해결에만 몰두하는 것은 과거 구태정치의 한 방안이다. 지난 2015년 합의 내용 중에서 그동안 간과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 친환경매립 정책이다. 기본적으로 매립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쓰레기처리 정책에 대하여 정부와 각 지방단체가 실천을 위한 대안 모색에 집중할 때이다. 행정의 편의성과 주민의 반발을 의식한 과거 쓰레기처리 방식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 각 자치단체가 감량화와 자원화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과 목표달성의 책임을 스스로 규정하고 대가를 치르는 책임 행정체제를 구축 실행하는 등의 획기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주민이 참여하면서 발생량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자원화하는 고도의 책임 있는 친환경 정책이 요구된다.

[사설] 인사 참사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고집

결국 문 대통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 같다. 35억 주식, 모두 남편이 했다고 말하는 모습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부인이 알아서 했다와 똑같다. 남편의 맞장 토론 제의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 또 인사 참사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국민의 눈에는 이미 불합격이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지 골라도 왜 꼭 그런 사람을 골라 임명 제청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통령의 고집에 국민은 지치다 못해 짜증이 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인 것은 인사 문제다. 조국, 조현옥 수석의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 대통령의 고집이 문제다. 대통령은 역대 정부의 인사정책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더 고집을 부리다 지난 43 재보선에서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받았다. 제대로 찾으려면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자기편만 찾다 보니 이런 인사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고집하면 노무현 대통령도 문 대통령 못지않았다. 요즘은 문재인 정부를 겪어 보니 노무현이 달라 보인다는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한미 FTA 체결, 제주 해군기지 건설, 이라크 파병 등 나라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진영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였던 노무현의 혜안과 결단력이 새삼 그리워진다는 사람이 많다. 공자나 마키야벨리는 마치 말을 맞춘 듯이 왕이나 군주를 알고 싶으면 그의 측근을 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진지하게 측근의 두뇌와 인품을 되짚어보면 자신의 고집으로 인사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인사는 물론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부당한 공격이라고 여기고 여기에서 밀리면 정권이 힘들어진다는 강박관념을 가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여당이 우려하는 후보조차 임명을 강행하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고위 공직에 오르는 일은 어느 정권에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정권은 그 흠결 자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긴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무려 30여명의 후보자가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이 됐다. 문 대통령은 김연철, 박영선 장관 임명에 이어 이미선 헌법재판관까지 임명하면 취임한 지 1년 10개월 만에 11명이라는 최고기록을 세우게 된다. 미 의회는 무려 1천140여개의 공직자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연다. 대통령의 권한이 큰 만큼 의회에도 권한을 줘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고집으로 껍데기만 남았다. 코드에 상관없이 능력과 경륜을 갖춘 인재를 과감하게 발탁하는 탕평인사로 인사 실패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시달린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고 말할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후보를 임명 제청해 국민에게 죄송하다라는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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