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살아있는 권력’ 엄정 수사가 진정한 검찰개혁

조국 장관의 5촌 조카가 구속됐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로 향하고 있고 조 장관도 예외가 아니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문 대통령의 검찰은 검찰의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의 할 일을 하면 된다는 말은 공허하게 될 공산이 크다. 친정부 공중파 방송도 추석 연휴기간 중 여론조사를 통해 조국 임명 잘못했다가 57.1%로 잘했다 36.3%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무부는 소환과 영장 청구도 국민 모르게 하는 수사 공보준칙을 개정하려다 국민들이 분노하자 연기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도대체 문 대통령과 조국 법무부장관이 추구하는 검찰개혁은 과연 무엇인가? 이번 조국 후보자 임명을 보면서 국민은 알게 됐다. 대통령의 뜻에 거스르면 안 되고 이쪽 진영 사람들의 비리에는 눈감고 상대 진영 사람들은 혼내고 잡아넣는 것임을. 그동안 검찰개혁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과 검경의 수사권 조정으로 요약된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깨는 것이고, 수사권 조정은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경찰 수사의 1차 지휘권과 종결권을 조정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을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에서 시작됐고 그 임무를 수행할 사람으로 조국 후보자를 지명했다. 검찰 조직이나 기수에 관계없이 개혁의 칼자루를 휘두를 적임자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국민의 반발과 분노를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했다. 이제 검찰개혁은 대통령과 여권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조국 장관과,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윤석열 총장과의 진검 승부에 달렸다. 검찰개혁은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검사들도 책임이 있지만,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정권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검사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결국 검사들을 좌지우지하려는 정권이 문제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위해선 검찰 인사권의 독립이 답이다. 가장 주요한 과제는 도외시한 채 공수처 설립이니, 검경수사권 조정이니 그럴싸한 말을 한들 쇼일 뿐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뽑지 못하게 하고 중립적인 검찰 인사위원회 같은 곳에서 실질적으로 행사하게 하면 된다. 얼마 전 법무차관과 검찰국장이 대검 간부들에게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별도 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아이디어 차원이니 조 장관은 몰랐다니 해명했으나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도 어느 정도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이러고서야 무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니 엄정한 중립을 외칠 수 있단 말인가. 검찰 인사를 독립시키면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 것이라고 별소리를 다 하겠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는 검찰보다는 훨씬 제대로 된 검찰을 보게 될 것이다. 검찰을 자신들의 충견으로 만들고 싶은 정권의 욕심보다 견제장치를 둔 검찰의 인사권 독립이 검찰개혁의 전부다.

[사설] 영혼 없는 정치인 추석인사

5천만 국민이 최대 명절인 한가위를 보내는 가운데 인천 지역 곳곳에 나부끼는 여야 정치인들의 추석 인사 현수막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통적으로 추석 차례상 머리의 민심을 잡고자 정치인이 전통시장을 방문하거나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에게 주요 성과를 담은 의정 보고서나 정책 홍보물을 배포하곤 한다. 매년 반복적으로 추석 민심을 얻고자 하는 정치인의 의례적인 활동에 시민은 별로 관심이 없고 나아가 냉소적이기도 하다. 현수막을 보거나 홍보물을 보는 일부 시민들은 오히려 정치인의 인사에 위로를 받기는커녕 짜증을 내거나 정치인을 한탄하기도 한다. 철새처럼 선거철이 다가오면 거리 곳곳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기에 분주한 모습이 시민에게 진실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국내외 정치 상황에서 그들의 민심 읽기와는 거리가 멀어 자성이 필요하다. 20대 국회는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로 전락하면서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는 모습이다. 사소한 이슈로 정쟁에 몰두하면서 허송 세월하고 민생 관련 법률들은 산더미 같이 쌓여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있다. 거대 여야당은 힘겨루기에만 몰두하면서 민심 한번 제대로 둘러보지 않고 있다. 제대로 민심을 살피기라도 했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의 모습은 국민들이 기대하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욱 한심한 정치인들의 민심해석은 그들의 영혼 없는 추석 인사 현수막과 의정활동 홍보물로 더 짜증스럽게 한다. 여야가 첨예하게 싸우면서 추석 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 따끔한 응징이라도 하고 싶은 모습이다. 여야는 추석 민심을 각각 검찰개혁과 조국파면으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추석 명절까지도 정쟁으로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여야 정치권 모두에 냉랭하면서 민생을 등한시하는 여야 모두에게 질타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이 급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온 힘을 다해 대처해야 함에도 모자랄 판에 7개월 후의 총선에만 급급한 여야 정치인들의 치졸한 정쟁에 국민의 피로감은 절정에 달하고 있다. 민생현장에서는 다들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데도 여야가 아랑곳하지 않고 격렬하게 저속한 정치공세에만 열중하는 것에 시민들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말로만 국민을 받드는 정치가 아니라 민생을 실천하는 정치로 국민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바란다. 철 지난 현수막이라도 몸소 제때에 철거하면서 진정한 민심을 다시 한번 헤아려 보길 바란다.

[사설] 조국 인사청문회가 남긴 검찰 개혁

지난 4주간 장관 인사청문회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단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그 절정이었고 후폭풍도 대단하다. 청문회가 끝났지만, 국민은 오히려 후련하기는커녕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스트레스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도 온 국민과 언론 그리고 정치권이 둘로 나눠 진영논리로 사생결단하듯이 싸우는 것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이에 더해 여당과 청와대가 검찰과 대치하는 것은 온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으로 조속히 정리돼야 할 시급한 상황이다. 장관 인사청문회의 본질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며 도덕성은 그다음이다. 이번 조국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은 애초부터 자질과 정책에 대한 검증은 찾아볼 수 없는 정쟁으로 시작했고 검찰의 수사로 절정에 달하며 가족의 비행으로 막을 내린 듯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국회의 정치 후진성에 대한 비난을 넘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온 나라가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일본의 경제적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힘을 합쳐 대처해도 시원찮을 판에 국민이 국회를 걱정하는 웃지 못할 정치 현실이다. 때맞춰 불어온 태풍이 잠시 국회의 정쟁을 식히는 듯했으나 청문회의 끝은 보이지 않고 검찰과 현 정부의 대치로 이어지는 것은 더욱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여권과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출발한 윤석열 호가 불과 2개월이 지나면서 180도 다른 입장이 되고 평가가 엇갈리는 것을 국민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누적된 검찰 개혁과 적폐청산을 위한 적임자에서 마치 내란음모 수사나 조직폭력배 소탕을 하는 제왕적 검찰총장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상적인 국가의 사법부서로 그 권위는 온데간데없고 정치의 한복판에서 위상을 하는 것이 우리 검찰의 모습인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검찰 스스로 개혁하고 반듯하게 위상을 정립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허탈감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검찰은 무엇이 그리 두려워 검찰 개혁을 자임한 조국 장관을 사생결단하면서 막는 것일까? 정녕 그들만이 누려온 온전한 기득권과 무소불위의 특권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인가? 이 모두가 기우이기를 바라면서 검찰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고 여기며 전화위복을 기대한다. 과거 정권의 입맛에 맞춰 권력을 사유화했던 오욕에서 벗어나고 정치에서 독립하는 노력을 통해 그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공정하게 한 사람의 억울한 피해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선진 인권의 첨단 검찰이 돼야 한다. 우리 국민은 검찰이 생각하는 것보다 우매하지도 않고 영악하지도 않다. 검찰이 스스로 견제하면서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르게 되어 따가운 회초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설] 분노만 키운 조국 간담회, 문 대통령은 결단 내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오후 미얀마 현지에서 국회에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는 예상대로 죄송하다, 몰랐다, 불법은 없다로 끝났다. 무제한 변명 쇼와 다를 게 없는 국민 기만극이다. 불법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자신의 관련성을 철저히 부인했다. 이번 간담회는 조 후보의 위선과 뻔뻔함을 다시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역량 이전에 공인 의식과 자질 자체가 부적격이고 한참 미달임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자리였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 자체가 국회를 우롱하는 행태다. 집권당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수족 노릇도 가관이었다. 사회는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선 채로 봤고, 생중계로 8시간이나 궤변과 거짓으로 일관하는 조국 쇼를 지켜봐야 했던 국민들의 자괴감과 분노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이 모든 문제를 기획했고 밀어붙이고 있는 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6일에 열릴 인사청문회에선 조국 후보자가 멋대로 떠들어대는 상황을 막고 날카롭게 지적해야 할 것이다. 검증보다 변명의 장이 돼버린 이번 기자간담회는 한국 정치사에 오래도록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여권의 오기와 야권의 무능이 빚은 이번 사태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다. 이제 진실은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통해 가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순간부터 일은 더 커지게 된다. 조국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은 일반 국민이 봐도 조국 게이트로 바뀌는 뇌관이 될 것이다. 조국 펀드 운용사와 협력해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권을 따낸 컨소시엄에 민주당 정치인 측근들이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국 펀드가 인수한 업체인 웰스씨앤티는 서울시의 입찰 공고 두 달 전 이미 대관청 업무와 자금 조달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은 사업비가 1천5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공공사업이다. 연 매출 20억 원에 불과한 가로등 점멸기 업체와 자본금 1억 원에 불과한 신생 사모펀드가 실제 사업권을 따냈다. 그 다음 얘기는 불문가지다. 조 후보자 조카와 펀드 핵심 3명은 검찰의 압수수색 전에 해외로 도피했다. 이 사실 자체가 이미 해답을 주고 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아도 어느 것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는 말이 있다. 분노한 국민의 원성이 하늘의 그물이다. 조 후보자를 끔찍이 사랑하는 문 대통령은 진정 조 후보자를 위한다면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옳다.

[사설] 수소발전소, 힘을 합쳐 해결해야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따라 인천시도 지난해에 인천시 신재생에너지 보급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2035년까지 2천800㎿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다. 수소연료전지 목표는 600㎿로 올해 기준 56.6㎿에서 10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현재 추진이 답보상태로, 인천시의 애초 건립계획 규모가 축소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인천시 행정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수소연료전지발전소는 국내에 47개소가 건립돼 가동되고 있는데 인천에서 유난히 주민반발이 극심하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정치인과 시민단체 등이 가세해 발전소 건립 문제가 정치 이슈화돼 민간 추진업체와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주민들은 최근 발생한 강릉과 노르웨이 폭발사고를 예를 들어 안전성과 환경 검증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민간업체는 시민단체들이 연료전지시설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주민반감을 유도했다고 비판했다. 양측 모두 자기 태도를 고수하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중앙정부와 인천시는 바라만 보고 있어 안타까운 모습이다. 수소 경제는 수소생산 저장, 운송과 활용이라는 가치 체인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산업과 연계돼 고부가가치와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친환경 산업이다. 지속가능한 친환경에너지 도시를 구축하는데 필수적인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주민들의 수용성 이슈로 변질되는 것을 정부가 앞장서서 설득해야 한다. 기술이나 당위성만 주장하기보다는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홍보하고 설득해서 수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 안전에 대해 공신력 있는 안전검증과 규제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주민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객관적인 안전성 평가와 안전설명서 작성 등도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지역주민들도 수소발전소를 단지 혐오시설로 간주해 반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정치인의 설득력 없는 왜곡된 정보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 전력 소비지역에 가까운 곳에 소규모 전기 생산 시설을 늘려 대규모 장거리 송전시설을 건설할 필요를 없애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분산형 발전소 확대정책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적극적인 자세도 요구된다. 수소 경제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서 필연적인 분야이다. 큰 틀에서 에너지 정책을 이해하고 정부와 소통하면서 지역발전의 매개체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이다.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을 선도적으로 활용하는 인천시민의 현명한 자세를 기대한다.

[사설] ‘오면초가’ 대한민국, 국민은 불안하다

지금 우리는 정치경제외교안보사회 모두 총체적 난국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과거 군사 독재 시절에는 민주주의와 인권이 문제였지만 국가의 안위만큼은 걱정하지 않았다. 우리를 둘러싼 미중일러북한 모두 적대적이다. 사면초가를 넘어 가히 오면초가다. 이 모든 것을 현재 문재인 정권이 초래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문 정권은 지금 원칙의 변곡점에 서 있다. 우리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제대로 지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을 외쳤지만 조국 후보자 사태를 보면서 환멸을 느낄 뿐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상화되고 국민들은 둔감해졌다. 지소미아 파기는 정보 공유의 차원을 넘어 한미 동맹과 연결된다. 이제 미국과도 척을 지고 살아야 할 판이다. 승자는 이길 준비를 한 뒤에 싸움을 시작하고, 패자는 싸움부터 걸고 난 뒤 이길 방법을 찾는다. 도대체 뭘 믿고 이런 만용을 부리는지 국민은 분노한다. 이낙연 총리는 27일 지소미아 종료까지 3개월 남아 있으니 일본이 수출 심사 우대국(백색국가)에 한국을 다시 지정하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의 속내를 보여준 꼴이다. 이러니 미국은 우리를 한심한 나라로 여길 수밖에 없다. 미국의 분노는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인질로 자해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우리에게 보여준 행태는 극히 실망스러웠다. 트럼프는 원래 그렇다고 해도 그를 둘러싼 참모들은 매우 냉정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다. 작년 가을, 밥 우드워드가 쓴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보면 그런 참모들이 나온다. 개리 콘 경제보좌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파기하는 짧은 문서를 트럼프의 책상에서 훔쳐 몰래 감춘다든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대통령에게 설명하다 트럼프가 욕설을 하며 떠나는 대목이다. 이런 우군 세력을 이번 한일 지소미아 파기로 잃게 생겼다. 일본의 경제 보복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이 체결한 조약과 청구권 협정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몇 십 년 후의 정권이 부정하면 어쩌란 말인가. 사법부의 판결이 그러니 삼권분립 상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해법이 아니다. 언제부터 삼권분립을 그렇게 존중했는지 의문이다. 이미 사법부도 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교체하지 않았는가. 그것보다는 사법부의 판결도 존중하지만 보다 나은 한일 관계를 위해 양국 정상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해결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작년 말에 말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김일성은 대한민국을 갓에 비교하면서 한미 군사 동맹과 한일 공조 체제 중 어느 한쪽 갓끈만이라도 잘라버리면 입으로 불어도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문 정권의 오류와 착각과 독선은 대한민국을 파국의 나락으로 몰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어떤 나라일지 모골이 송연하다.

[사설] GTX-B 예타통과 잔치는 이르다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송도에서 시작해 여의도와 서울역을 거쳐 남양주 마석까지 이어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사업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한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지역의 여야 정치인들을 비롯한 인천 시민들은 환영 일색의 잔치 분위기로 한층 그 효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노선이 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중추 역세권 개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미 주변의 아파트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들썩이는 등 부동산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에 더해 지역 정치인들은 앞다퉈 자신의 공을 홍보하고 8개월 남은 제21대 총선을 대비해 서로 자신의 실적으로 포장하는 공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와 예상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를 차분히 진행해야 할 때다. GTX는 분명 지역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서울로의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고 경인선의 혼잡도 개선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의 불편이 크게 해소될 것이다. 역이 위치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중추 역세권 개발과 경제자유구역과 남동 산단의 접근성 향상으로 투자와 기업유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인천항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되어 국내외 해운산업과 해양 관광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 가능하다. 그러나 기대하는 긍정적인 효과 못지않게 어두운 그림자도 진하게 도사리고 있다. 박남춘 시장은 GTX-B가 인천에 긍정적일 수 있고 부정정적일 수 있다라며 인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일방적으로 서울에 인천의 자원이 쏠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앞으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서울로의 접근성 강화로 역외 소비 및 소득비율을 심화시키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경제적 효과를 인천시 내로 내재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책의 마련이 시급하다. 교통 특성상 접근성의 강화는 항상 양면의 칼과 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 손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입지를 이전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천의 내부 소중한 자원이 외부지역의 경제활동에 동원되고 나아가 착취당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와의 비교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는 한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다. GTX 노선이 송도와 구월동 부평에 국한함으로써 인천 시내 지역별로 서울 접근성의 특정 지역에만 강화되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도 원도심과 신도시 간의 성장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서울 접근성의 양극화마저 중첩되면 원도심 주민과 상인들의 박탈감과 위화감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이에 원도심 기능회복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GTX 착공과 더불어 준비해서 진행해야 한다. GTX의 조기 착공과 준공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 파생되는 과제에 대한 준비를 서두를 때다.

[사설] 조국 후보자, 최순실·정유라와 다를 게 뭔가?

결론부터 말하면 조국 후보자는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문 대통령도 그를 사퇴시키는 게 옳다. 그동안 인사청문회는 하루만 버티면 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조국 후보자는 청문회가 필요치 않다. 비리 의혹의 끝판왕이기 때문이다. 가족의 부동산 매매, 세금 납부 시기, 사모펀드 투자 등에 관한 의혹만 해도 차고 넘친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의혹의 대상도 부인, 자녀, 부친, 동생, 그리고 동생의 전 부인까지 전방위적이다. 20일 새롭게 제기된 조 후보자 딸의 의학 논문 제1저자 허위 등재와 고려대 수시입학 문제는 최순실 딸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다를 게 뭔가. 고교 2학년이 2주일 인턴 활동을 했음에도 해외 학술지에 등재될 만한 전문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는 일은 결코 정상적인 일이 아니다. 성적이 저조해 낙제를 시킨 부산대 의대 박도윤 교수는 부학장직에서 해임되고, 2번 유급된 조 후보 딸에게 6번에 걸쳐 1천200만 원의 장학금을 준 노환중 교수는 부산의료원장에 취임했다. 장학금을 제공한 노 원장은 격려 차원의 장학금이라고 언론에 말했다. 북한말로 하자면 삶은 소대가리도 웃을 노릇이다. 부잣집 딸이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을 보면서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했던 최순실 딸 정유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청문회보다 수사를 통해 포괄적 뇌물과 업무 방해 등의 여부를 따져야 할 중대 사안이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SNS와 기고, 강연 등을 통해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주장해 왔다. 실상은 정 반대다. 위장 전입은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일이라면서 자신은 거리낌 없이 행동에 옮겼고, 폴리페서(정치 참여교수)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면서 자신의 경우는 앙가주망(지식인의 사회참여)이라고 강변했다. 곡학아세(曲學阿世)와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조 후보자는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는 기간에도 거듭된 인사검증 실패와 반일감정을 부추겨 능력과 품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 국가 전복을 기도했던 사노맹 사건에도 관련된 전과가 있다. 국법질서를 수호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문 대통령은 사법개혁이라는 미명으로 조 후보자를 밀어붙였다.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리는 것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는 말이 있다.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어느 한 순간 조 후보자의 낙마와 정권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법무부 장관직은 법치를 바로 세우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자리다. 조 후보자는 속히 후보직을 사퇴하고 수사기관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사설] 산으로 간 인천문화재단 혁신위

2004년 지역사회의 애정과 열망 속에 출범한 인천문화재단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쌓여온 여러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위가 지난 2월에 구성되어 운영 중이다. 혁신위 출범 당시에도 여러 잡음을 낳고 재단의 출범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사회의 기대와 열망도 뜨겁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지금까지의 활동은 많은 실망을 안겨주고 오히려 시민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혁신위가 기대하는 만큼의 본연의 역할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생생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사공이 많아 혁신위가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위는 기본적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임시 기구임을 자각하고 인식해야 한다. 법이나 제도에 의해 전권을 수임한 것이 아니며 정치적으로 출범한 것이다. 인천시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누적된 인천문화재단의 고질적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방편으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혁신위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한정하였고 활동기한도 무기한 적이지 않다. 그동안 수차례의 혁신위원회가 개최되고 나름대로 혁신안을 마련하였으나 논의하는 이슈에 대해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며 월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위가 출범할 당시 문화재단의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표이사와 이사 선출방식 개선, 문화재단의 독립방안과 조직개편안 마련, 문화사업의 새로운 방향 설정 등을 혁신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동시에 혁신위원을 위촉하고 혁신방안을 주문했다. 그러나 재단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인천시장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엉뚱한 논쟁을 이어갔다. 100% 인천시 출연기관에 대한 기본적인 관리감독 권한마저도 박탈하는 혁신안을 제시하면서 법률적 위반 문제를 낳기도 하여 혁신위 위상과 역할에 대한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일부 혁신위원은 재단 이사회 이사로서 위촉을 받고 활동하면서 이사회의 공식 입장을 비판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고집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활동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혁신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하였는데, 특정 개인의 입장을 내세우며 주관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논점을 흐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하기보다는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어져 실망을 낳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4일 총 11여 차례 회의를 통해 마련한 혁신안 발표내용을 보면 그 실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대표이사 선출과정의 투명성 확보 방안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조직구조개선에서도 인적 쇄신 방안은 없이 이기적 내부순환 인사를 제시하고 있으며, 문화 협치를 위해 제시한 시민문화협의회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혁신위가 초심을 잃고 방황하면서 조직 이기주의에 편승하는 것을 끊어야 할 때이다. 이해당사자에 연연하지 말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사설] 붉은 수돗물 정상화는 행정신뢰성 회복부터

박남춘 인천시장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수질은 피해 이전 상태로 회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인천시는 붉은 수돗물 사태 발생 이후 약 2개월 만에 정상화 선언을 했다. 이번 정상화의 근거는 지난 4일 중구 영종복합청사에서 영종수돗물정상화 민관대책위원회 설명회를 열고 영종지역 주민대표와 함께 영종 수질 정상화 및 수돗물 개선 혁신안 민관 공동 선언서에 서명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구와 강화군의 피해주민과는 정상화 선언과 관련한 합의를 하지 못해 완전 정상화하고는 거리가 멀다. 서구와 강화군 주민들은 붉은 수돗물 사태를 겪으면서 여러 측면에서 인천시 행정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게 되었다. 초기의 부실한 대처와 임기응변의 행정으로 인해 불신은 극에 달하고, 구체적인 매뉴얼 없이 국민의 생명줄을 경시하는 인천시 행정은 지탄받아 마땅했다. 사태수습의 과정과 대응에서는 저급하기 그지없는 행정으로 국가가 나서는 등 인천시 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천시민의 자긍심은 송두리째 곤두박질치고 대내외적으로 인천시 행정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오늘날 행정은 주민과 밀접하게 그 변화의 양과 속도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못하면 도시는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물론 존재의 위험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은 선진 행정시스템으로의 혁신이다. 기존의 관습을 과감히 탈피하고 정보화 혁명을 선도하는 행정시스템의 조기 구축이 그 과제이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주체들의 혁신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25일 인천시 상수도 혁신위원회가 수돗물 적수 재발방지, 선진화 기술도입을 통한 미래발전 전략 구축, 상수도 수질관리 행정 개선책 마련 등 선진 상수도 정책 수립을 위한 대안의 제시를 위해 출범했다. 대학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업계대표, 시민단체 활동가, 주민 대표 등 2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출범 당일 상견례 이후 본격적인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인천시민에게 또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에서 안일하게 대처한 인천시 행정이 또 다시 문제를 야기했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모습이다. 피해주민들에 대한 보상안에 대해서도 주먹구구식 행정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가 일방적으로 보상안을 발표함으로써 수용할 수 없는 주민들은 집단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수돗물 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인천시 대응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안일한 대처 모습이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하고 주민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는 등의 행정 신뢰성 확보가 우선임에도 일방적인 행정으로 치닫고 있다. 주민과 소통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신뢰성 확보의 첫걸음이다. 신뢰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수돗물 정상화는 완성될 수 있다.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