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을 시험한 인천 e음카드

인천시는 지역화폐인 e음카드의 캐시백 혜택을 시행 7개월여 만에 대폭 축소했다. 그동안 인천시민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카드인데 캐시백 요율이 지난 23일부터 6%에서 3%로 축소돼서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의 일반 신용카드 혜택보다 못하다며 e음카드 대신 일반 신용카드를 쓰겠다고 야단들이다. 더불어 e음카드 발급비용과 홍보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혜택은 흐지부지됐다며 인천시 행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시적인 실적과 선심성 행정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시민을 동원한 졸속 행정이 빚어낸 참사로써 비판받아 마땅하다. e음카드는 애초 고질적인 역외소비문제를 해결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지역화폐이다. 그러나 초기에 졸속적으로 설계된 지역 화폐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 높은 캐시백 요율을 활용하는 이용객이 주로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부유층이므로 그 혜택이 과다하게 지급되는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자치구별로 재정여건에 따라 캐시백 요율을 차등화 함에 따라 원도심의 경우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지역 상권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서민에게는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며 지역외 소비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먼 사치화폐였다. 실제로 인천에서 선풍적 인기를 모아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서구에서는 중고차와 귀금속 구매에 결제한 금액이 수억 원에 달했고 유흥주점에서도 수천만 원이 결제된 걸로 집계되었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e음카드는 무엇보다도 잘못된 설계로 시민들을 정책실험의 대상으로 삼은 큰 오류를 범했다. 재정이 감당할 범위 내에서 그 수혜자와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시행했어야 하나 일시적인 실적에만 급급했다. 각 자치구는 이용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캐시백 요율을 확대시켜 주민을 현혹했다. 그 결과 이용자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누적 결제액이 1조 1천억 원에 달해 급기야 재정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서둘러 캐시백 요율을 대폭 축소하게 돼 이용시민들의 시 정책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다 잃게 된 상황이다. 역외소비문제를 완화한 일시적인 효과보다 행정에 대한 불신이 초래할 보이지 않는 비용은 훨씬 더 큰 문제이다. 초기에 시 행정에 우호적인 시민들은 앞장서서 e음카드의 이용에 적극 나서고 자발적으로 홍보하기도 하여 단기간에 이용객이 급증해 흥행에 성공하는 듯 했다. 이러한 순진한 시민들은 허탈함을 느끼며 시정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 차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책임을 다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며 다시는 선심성으로 시민을 시험하는 행정이 반복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설] 대안신당, 한국 정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을까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변화와 희망을 위한 대안정치연대(가칭 대안신당)가 발기인대회창당준비위 발족식을 내달 17일 열고 창당 작업에 나선다고 22일 밝혔다. 대안신당의 창당 일정은 이른바 조국사태와 바른미래당의 분당으로 제3지대가 요동치는 가운데 나왔다. 신당이 제3지대 수요를 모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조국사태 이후 기존 양당체제에 실망한 민심의 이탈이 확인되고, 내분을 빚던 바른미래당도 유승민계가 12월 초 중도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밝혔다. 유성엽 대안신당 대표가 총선 직전이 아닌 연내 창당을 결심한 이유는 현재 국민의 바람에 빨리 부응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안신당의 창당 성패는 내년 총선의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과 새로운 외부인사 영입에 달려있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신드롬으로 20대 총선에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유 대표도 참신한 외부인사 영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 정부여당의 무능력과 후안무치로 인해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실망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으로 그 민심이 가고 있지 않다는 현실이 대안신당에게는 기대와 희망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부동층이 35%를 넘고 있고 표심을 담을 그릇이 없다는데 일치한다. 안타까운 것은 새로운 신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잘하면 관심을 끌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아직 신당의 성패를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대안신당이 성공하려면 첫째,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파격적인 자세와 태도로 창당에 임해야 한다. 임시대표인 유성엽 의원 역시 향후 발굴할 정치신인에게 전권을 맡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둘째, 지역정당을 탈피해 전국정당을 표방하려면 이미지인지도 등 조건을 두루 갖춘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우리 국민은 새것을 좋아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이는 정치의 때가 묻지 않은 참신한 인물을 원한다는 뜻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고 기성 정치인을 무조건 인위적으로 배제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서로 조화롭게 공존하는 슬기와 정치력이 필요하다. 셋째,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시대적 이념대결을 탈피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인 실용과 탈이념을 내세워 국민을 평안하게 만드는 정치를 해야 한다. 보수나 진보 운운하는 것보다는 정책에 따라 거기에 합당한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현명하다. 넷째, 지금 집권세력이 추진하고 있는 어리석은 일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매력적인 정책들을 발굴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관심과 참여는 필수다. 비스마르크는 신(神)이 역사 속을 지나가는 순간 뛰어나가 그 옷자락을 붙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성엽 대표는 절호의 기회를 붙잡아 국민이 소망하는 편안한 정치를 완수하기 바란다.

[사설] 차별성·역사성으로 인천국제관광도시를

인천은 산업화에 앞장서서 국가 성장에 기여했지만 제조업 중심의 굴뚝도시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국가산업단지가 도심에 밀집해 있고 항만 주변도 전통 물류산업이 자리 잡고 있어 산업구조고도화가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 다른 선진도시들이 앞 다퉈 산업구조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기성 시가지의 역사적 정체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으로 성공하고 있다. 인천시는 이러한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점에 때맞춰 정부가 국제관광도시 공모에 나서고 있어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다른 광역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어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춰 다른 도시들과 차별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국제관광도시로서 잠재력이 크게 앞서고 있다. 또 경제자유구역 기반으로 마이스산업의 발전은 그 잠재력을 한층 더해 주고 있다. 충분한 인프라에도 인천의 관광산업 발전은 더디고 서울에 가려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은 다른 도시에 비해 원신도심이 역사성을 기반으로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원도심과 신도시의 성장격차 해소가 지역의 숙원 과제로 대두돼 있는 상황을 발상의 전환으로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의 장을 형성하는데 효과적이고 차별적이며 융합적인 상생전략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안고 있다. 각각 특화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를 융합적으로 통합하는 관광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동안 서울 집중의 마이스산업에서 벗어나 인천의 새로운 관광산업으로의 발전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인천 송도 컨벤시아를 비롯해서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마이스관광객이 2017년 4만 명 정도에서 2018년 12만 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한 것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마이스관광객에 만족하지 말고 증가추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연관관광상품으로 확대해 지역내총생산의 증대로 이어져 관광산업의 복합고도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새로운 관광사업체의 육성과 종사자의 양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바 지역 내 대학과 연계하는 산학연의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 다른 한 축으로 원도심의 역사성을 활용하는 관광콘텐츠 개발이 절실하다. 인천 원도심은 역사문화적으로 보존가치가 있는 근현대 건축물과 개항역사를 안고 있는 특화된 곳이다. 그동안 인천시는 도시재생을 지속 추진했으나 물리적인 부분에 집중해 문화적 재생이 소홀했다. 역사문화관광에 집중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신도시와 함께 연계한 균형발전과 지역경제활성화 전략이 요구된다. 원도심과 신도시가 연계된 역사성이 있고 차별적인 관광특화 전략으로 승부해야 한다.

[사설] 결국, 나의 천적(天敵)은 나였던 거다

유럽여행을 마치고 귀국길, 그린랜드 상공에서 조병화(1921~2003) 시인은 천적이란 짧은 시를 쓴다.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딱 한 줄, 12글자다. 짧지만 울림이 크다. 조국 사퇴 전후 문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이 어찌 이 짧은 시와 일치하는지 공교롭다. 조국 사태의 최대 패배자는 조국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다. 상식과 양심의 문제를 진영과 검찰개혁의 싸움으로 몰아간 문 대통령의 오판이었다. 대통령은 지지층의 충성심을 믿었으나 절대다수 국민의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중도층 이탈에 따른 지지율의 최저치 경신이 결정타였다. 역설적으로 대통령은 본인 스스로 위기를 느끼지 않는 한 바뀌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소득 주도 성장과 탈원전 등 핵심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거나 철회한 적이 없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조국 사퇴로 한발 물러났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이제야 판단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조씨 사퇴 직후 국민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사과는 했지만 발언 대부분 검찰 개혁과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은 구차하기 짝이 없다. 검찰 개혁의 핵심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조정이 아니라 대통령이 검찰 인사권을 내려놓으면 된다. 문 대통령은 이 점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언론의 성찰을 얘기한 대목에선 더 기가 막힌다. 사실 이 정권에 우호적인 언론을 대표적으로 들면 KBS와 한겨레신문이다. 그런데 거기서도 조국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기자들이 반발하지 않았던가? 성찰은 지금의 사태를 만든 문 대통령이 해야 한다. 대통령은 아직도 국민의 분노를 임시변통으로 넘어가려는 것 같다. 대통령은 이번 민심에서 드러난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조국 일가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국정 전반에 대한 방향전환과 함께 쇄신안을 마련해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먼저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게 나라냐는 질문에서 새로 시작하겠다고 외쳤다. 이제 그 질문은 바깥으로 던지기 전에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조국 사퇴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설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무리수를 계속 두게 되면 나라 꼴은 말이 아니게 된다. 공수처를 통한 검찰 장악으로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순간 파국이다. 끝없는 오기와 아집으로 국론분열과 깊은 대립의 골을 만든 문 대통령의 과오는 치명적이다. 조국 사퇴는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국민만 바라보는 검찰수사, 국민만 생각하는 검찰개혁, 진정한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만이 해법이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가장 큰 적(敵)은 나만을 고집하는 나 자신이 아닐까?라고 자문했다. 문 대통령의 천적(天敵)은 나만 옳다는 독선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진보 진영과 핵심 지지층 감싸기에서 벗어나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사설] 안전 불감증에 빠진 인천교통공사

흉물로 방치했던 월미바다열차가 지난 8일 운행을 시작했다. 월미은하레일이라는 명칭으로 2008년 착공해 2009년 7월 인천도시축전에 맞춰 개통할 예정이었던 이 열차는 10년만에 운행하게 됐다. 그러나 개통 다음날인 9일 오후에 2차례나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차량 하부에 이상음이 발생하면서 안전요원이 열차 운행을 강제로 멈춘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승객 50명이 높이 10m 열차에 갇혀 21~25분간 불안에 떨었다. 인천교통공사는 이번 사고의 원인이 동력전달장치(모터)의 기어 마모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고 후 즉시 예비 부품으로 교체해서 운행 중이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특히 시운전 기간에 같은 원인으로 열차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해 부랴부랴 부품을 교체한 사례가 있는데도 일부 부품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통공사는 월미바다열차로 다시 태어난 과거의 월미은하레일의 경험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말 그대로 안전 불감증의 늪에서 조직적으로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2010년 시운전에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해 개통하지 못해서 애물단지로 전략해 재정을 낭비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재탄생했다. 그동안 투입된 세금은 1천억 원에 달한다. 이에 더불어 행정력의 낭비와 시민의 불신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기회비용을 치른 사업이다. 따라서 월미바다열차는 인천 안전행정의 상징으로 특징되는 사업이다. 안전이 최우선되는 시점에서 인천교통공사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책임은 무한함을 명심해야 한다. 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전반적인 조사에 착수했고 조사결과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시민안전검증단을 출범시켜 시민들이 안전편의성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빠른 수습방안을 제시하여 대처하고 있으나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말고 무너진 신뢰회복과 안전우선의 행정에 기관의 사활을 걸고 매진해야 할 때이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난 2016년 발생한 지하철 2호선 탈선사고를 숨기기 위해 모의훈련으로 조작하고 상부기관에 허위보고를 한 과거이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공기업의 사고 조작과 허위보고는 인천교통공사가 늘 안고 가야하는 업보로 안전을 위한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 시운전에서 밝혀진 마모문제를 대충 넘기는 이번 사고는 3년 전의 사태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불과 3년 전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사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조직의 심각한 기강 해이로 대대적인 혁신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사설] 정녕 분열과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 하려는가

조국 사태로 두 동강이 난 나라를 보면서 조선이 망한 구한말시대가 떠오른다. 그때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무능한 지도층, 수구파와 개화파의 대립, 붕괴된 백성의 삶, 외교안보의 몰락, 열강의 각축 속에 고립무원의 신세였다. 한 가지 다른 것은 깨어 있는 국민이 그때보다는 훨씬 많다는 점이다. 우리의 지난 100년의 역사는 누가 건설했는가. 독립운동가, 625 남침을 막아낸 국군, 앞을 내다본 대통령,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쟁취한 국민들이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정권 말에 일어난 촛불운동의 뒤를 계승해 나가고 있다. 촛불의 정신은 정의, 공정, 염치였다. 촛불의 힘에 편승한 문재인정권이 이러한 촛불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있다. 징비록은 류성룡이 쓴 임진왜란 보고서다. 글자 그대로 지난 잘못을 경계해 삼가한다는 뜻이다. 반성백서이자 실패 보고서다. 조선보다 더 예민하게 징비록을 주목한 것은 일본이었다. 징비록은 1695년 일본에서 간행된다. 초판 징비록의 서문에서 가이바라 에키켄은 이렇게 썼다. 조선인이 나약하게 빨리 패하고 무너진 것은 평소 전쟁을 잊고 살았기 때문이다. 1712년 일본에 갔던 조선통신사 일행은 오사카의 거리에서 징비록이 판매되는 모습을 보고 경악한다. 보고를 받은 숙종과 신하들은 조선의 책들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부산을 떨었다. 류성룡은 징비록을 남겼지만 조선은 이 책에서 전혀 배우지 않았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30년도 안 돼 병자호란을 겪고 가렴주구의 세도정치를 거쳐 구한말 바보 같은 지도층 때문에 결국 나라는 망했다. 역사는 절대로 정의롭지 않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참극이 반복된다. 자기보다 저급한 자들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역사를 배워야 한다. 조선의 망국사를 공부하지 않으면 우리는 패배하고 패망한다. 망하는 법칙에는 하나의 오차도 없다. 지도자의 무능과 독선, 진영 간의 세력 대결, 헛된 공리공론, 국론 분열에 이은 파국이다. 조국 일가족의 부정과 불법, 위선과 뻔뻔함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 이런 혼란과 갈등이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는데도 문 대통령은 해임하지 않고 오히려 비호하고 있다.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수십만의 국민이 길거리에 나와 내전상황을 방불케 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정 국민의 뜻을 제대로 못 읽는 건지 아니면 애써 부인하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지금 나타난 극심한 분열은 문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에서 촉발됐다.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사람을 지키려는 대통령의 아집 때문에 나라는 두 동강이 나고 갈등이 끝없이 깊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간단 말인가. 망국의 길은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사설] 구호뿐인 인천 원도심 재생

인천시는 지난 8월 26일 원도심 분야의 핵심 정책을 발표했다. 민선7기 시정 운영계획을 대체해 장기 현안과 중장기 종합계획 등을 연계한 최상위 계획으로 인천 2030 미래이음 정책의 첫 번째 분야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인천항과 개항장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 관광과 로케이션산업 거점 조성, 부평권 역세권과 경인 교대역을 포함한 부평미군기지 문화거점과 교육공동체 시범 마을, 인하대학교와 주안역 인근 인천 기계 일반산업단지 주변 재생과 경인고속도로 신 대중 교통축 조성 등이다. 매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행정은 잰걸음에 그칠 뿐 아니라 위아래가 따로국밥같이 현장 진행 상황은 매우 더디다. 정치적인 구호만 앞서고 행정의 실제에서는 마지못해 시늉만 내는 모습만 보이는 것이 안타깝다. 박남춘 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에서부터 일관되게 원도심 재생을 강조했고 실천을 위해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원도심조정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담조직까지 갖췄다. 그러나 열의에 찬 의욕에 비해 각 부서의 도시재생사업은 제각각으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융복합적이고 주민이 주도하며 관이 지원하는 종합행정이다. 소규모사업에서 주민이 참여해 역량을 모으고 발전시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등 개별지역의 사업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엮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잡한 사업을 총괄하고 조정하기 위해 종합행정의 묘를 살리고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인천시 도시재생 관련 공무원의 경우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도시재생매뉴얼이나 다양한 사업유형의 가이드라인을 완벽히 숙지하지 않고 관행적인 행정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마중물 국비를 확보하는데 있어 국토부와의 업무협조에 한계가 있고 번번이 사업선정평가에서 저조한 실적을 얻고 있다. 시 원도심 재생의 대표사업은 개항창조도시와 고속도로일반화연계사업으로써 다른 도시에 비해 특화된 인천형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다. 특히 고속도로일반화사업은 획기적인 원도심 재생을 위한 기반정비 사업으로 규모 면에서도 4천억원에 달하며 주변에 도시재생을 위한 생활 SOC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화 사업의 기본착공 계획 추진도 지지부진하고 정부와 시민들에게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식돼 있는 상황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주민이 주도하고 관이 지원해 지역공동체를 회복하는 장기적인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인천시 실제 행정은 중앙정부의 지시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소극적인 행정에 머물고 있고,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업무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시정의 일부 고위층 구호만 요란하고 하부구조에서는 낮잠만 자는 인천 도시재생을 깨워야 할 때이다.

[사설] 두 동강 난 대한민국, 내전이 따로 없다

가히 내전이 따로 없다. 조국 블랙홀로 법치와 국정이 실종된 채 나라는 두 동강이 났다. 해방 이후 반탁찬탁은 저리가라다. 대통령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일부 국민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문 대통령은 조국과 자기 진영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삶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국가 주요 시스템인 국회, 언론, 사법부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우리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궤멸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아바타인 조국은 국회 청문회에서 나는 사회주의자라고 당당히 말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와 내 진영을 수사하는 검찰은 위헌적 쿠데타이고, 정경심을 공개 소환하는 것은 인권 침해란 말인가. 지난 2년 동안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변창훈 전 검사 등 4명이 자살하고 120명이 기소되고 감옥에 갔다.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의 위험도 없는 박찬주 대장을 포승줄에 묶었을 때는 적폐청산의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불렀던 정권이다. 윤석열 총장에게 우리 총장님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부탁한 문 대통령의 당부가 우리의 귓가에 생생한 데 지금은 검찰은 성찰하라와 절제된 수사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지난 두 달간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낸 조국 사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충돌이 아니라 정의와 공정 그리고 파렴치에 관한 문제였다. 조국은 압수수색 나온 검사에게 전화로 수사를 짧게 해 달라고 했고 이것을 인륜이라는 궤변으로 포장했다. 겉과 속이 다른 좌파 진보의 민낯은 이제 철면피를 넘어 수치심조차 없는 후안무치의 지경에 도달했다. 거짓말도 계속하다 보면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로 믿게 된다는 나치 선전부 장관 괴벨스도 배울 판이다. 국민이 놀라는 것은 조국의 비정상적인 삶의 과정이 아니라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위선과 이중성이다. 두 동강 난 나라는 민생도, 안보도, 외교도, 지역 현안도 모두 소멸됐다. 조국 블랙홀은 대한민국의 시간을 과거로 돌려버리고 희망마저 묻어버리고 있다. 정경심 교수가 구속되면 조국이 사퇴하고 문 대통령이 레임덕이 온다.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이 공적(公敵)이 돼 윤석열 총장은 사퇴해야 한다는 항간의 시나리오에 전 국민은 짜증나고 있다.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검찰을 겁박할 게 아니라 수사는 검찰에 맡기고 그 결과에 따른 처분을 하면 된다. 여론은 생물이라고 하지만 조작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홍위병의 난동으로 기억되는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은 중국을 20년이나 후퇴시켰다. 대통령은 군중을 부추겨 광장으로 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이 집결하면 물러나야 하나?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10일은 진정한 국민 통합의 시작이라고도 했다. 이제 그 말은 거짓말이 됐다.

[사설] 인천시 공론화위원회는 본질에 충실해야

인천시는 1일 제4차 공론화위원회를 개최하고 안건으로 친환경 폐기물관리 정책 전환과 자체매립지 조성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한 후 첫 번째 안건으로 4차 위원회에서 공론화 여부를 결정한다. 박남춘 시장이 직접 안건 제안을 설명하기 때문에 공론화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안건이다. 그러나 이 안건이 공론화 의제로 적합한 것인지, 나아가 공론화위원회가 들러리로 동원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든다. 시 공론화위원회는 정책현안에서 발생하는 공공갈등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심의대상사업은 6천 명 이상의 온라인 시민청원 또는 시민청원 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사항 및 시장이 공론화가 필요한 사항이다. 위원회의 핵심적인 역할은 주요한 정책현안에 대한 공공갈등이 있거나 예상되는 사업을 직접 시민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면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는 자체매립지에 대한 필요성과, 입지장소 선정 등 추진과정에서 공공갈등을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적인 숙의과정을 통해 예방하고 정책에 대한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공론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이번 자체 쓰레기매립지 조성 사업은 시의 주요 정책현안임이 틀림없으나 공공갈등이 예상되지는 않는다. 시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오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시기에 맞춰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자체 처리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시 방침과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반대나 갈등은 없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인천지역 27개 시민환경단체와 공동으로 개최한 자체매립지해법 찾기 토론회에서도 단체들은 시의 정책 방향에 대부분 동의했다. 또 시는 8월에 자체 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2020년 12월까지 입지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러한 추진과정에서 공론화위원회를 동원하는 것은 공공갈등에 대한 과민한 반응으로 오히려 공공갈등을 유발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천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 문제로 일방적 피해를 입어 왔다. 하지만, 많은 노력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었다. 이러한 숙원과제에 박남춘 시정부는 새로운 해법으로 친환경관리 방안으로 소각을 우선하며 매립을 최소화하고 발생주의 원칙을 제시하여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다양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해법이 보편타당하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추진에 힘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이를 다시 공론화로 탄력을 받고 싶은 것은 과욕이 아닌가 우려된다. 공론화위원회는 그 역할과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사설] 인천시의원 지하도 상가관리 조례개정 마무리해야

8월30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시가 제출한 지하도 상가관리 운영 조례 전부 개정조례(안) 처리를 보류했다. 시의회가 지하도 상가 최초 임차인(위탁받은 상가를 전대 계약을 통해 실제 상인에게 임대하는 사람) 등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조례개정안 처리를 미룬 것이다. 지난 2016년에도 시의회는 사회적 합의라는 핑계로 보류했다. 이번 2019년도 보류 조치는 시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시의회 절대적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지하도 상가의 불법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 지하도 상가는 1970~80년대 동인천 상가를 시작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부평지하도 상가 등 총 15곳의 지하도 상가가 건설돼 인천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임차권의 양도, 양수, 그리고 재임대가 가능하도록 한 조례는 상위법에는 위법인데 이를 장기간 방치했고 문제는 누적됐다. 현재 인천지역 지하상가 중 재임대 상인의 비율은 85%다. 2017년 거래된 권리금만 9천300억 원에 이른다. 행정안전부와 국민권익위원회는 2007년 전대 계약 등 상위법을 위반하는 조례개정과 특혜를 없앨 것을 인천시에 권고지적했다. 또 감사원 지적 때문에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조례개정안의 핵심인 재위탁 기간의 폐지는 상가연합회가 받아들이지 않고 앞으로 20년간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면서 시와 상가연합회의 입장이 현격히 차이가 나 시의회가 망설이고 있는 모습이다. 당장 2020년 2월 중구에 있는 인형 지하도 상가 위탁 기간이 끝나 현행 조례대로 시가 지하도 상가를 상가관리 법인에 재위탁하면 박남춘 인천시장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이 배임 및 직무유기 협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면하기 위해서는 시는 2020년부터 상가관리 법인에 재위탁을 하지 않게 되고, 상가관리 법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추진 등의 강력한 행정력으로 대응하면 새로운 지역사회 문제로 대두할 것이다. 시의회의 본질은 사회적 갈등과 분쟁을 내버려 두거나 조장할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보류의 명분으로 삼았던 사회적 합의를 위해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간과해서 안 되는 중요한 가치는 법률에 따른 기본 원칙의 준수와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재위탁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고 개보수공사를 추진하는 등의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시의원들의 책임 있는 의정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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