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11 항공기 테러’가 발생한 직후 우리 정부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정부종합상황지원반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對)테러 정보수집은 국가정보원, 화학전은 행정자치부, 생물학전은 보건복지부, 방사능은 과학기술부, 테러진압은 경찰청 등으로 분산돼 있다. 작금 테러의 방법이 날로 지능화돼 가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첨단장비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탄저균과 같은 생물을 이용한 테러에 필요한 생물무기통합탐지장치(BIBS)가 한 대도 없다. 방독면 보급률은 9%에 불과하고 군경에 지급된 방독면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각종 세균검사, 채취장비가 너무 부족한 상태다. 대테러 전문가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특수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대학, 국방대학, 육군대학 등에서도 한 과목의 일부분으로 테러문제를 가르치고 있을 뿐이다. 테러문제를 강의하는 교수진도 대부분 전쟁사, 국제법, 국제정치학 등을 전공한 이들이어서 테러리즘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은 상당히 열악하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직속 ‘대테러리즘국’이 상설기구화돼 있고 테러사건 직후 CIA, FBI, 국방부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가보안국이 창설돼 테러가 발생하면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 부처별로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도 비행기 폭파테러에 이어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 테러가 계속 확산돼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판국이다. 우리나라도 테러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우선 주한 미군이 있다. 2002년에는 월드컵축구대회 등 각종 국제대회가 열린다. 테러위험에서 잠시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테러위협 방지에서 ‘3無’다. 첫째, 대응기구가 없다. 둘째, 전문가가 없다. 셋째, 장비가 없다. 지금 테러응징이라는 명분으로 아프간에서 분풀이를 하고 있지만 세계최강이라는 미국도 동시다발로 당했다. 자고로 ‘유비무환’이 최상책이다. 故 박정희 대통령의 ‘유비무환’이라는 친필 휘호가 생각난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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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2001-10-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