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한여름 대낮의 동네 정자나무 그늘은 더할 수 없는 피서지다. 맨땅도 좋지만 멍석자리에서 한숨 푹 자는 납량의 쾌감은 한마디로 끝내준다. 장군 멍군해가며 장기판으로 한여름 농사의 뙤약볕을 피해 망중한을 달래기도 한다. 정자나무 가지에서는 매미가 요란스레 울어댄다. 곁에 개울물이 있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면 더욱 시원하다. 피서지는 집안에도 있다. 바람이 사통팔달하는 대청마루에 큰대자로 드러누어 목침배고 눈을 감고 있노라면 납량감에 빠져 어느새 사르르 잠이든다. 대청을 어른에게 빼앗긴 젊은 사람은 뒷마당 감나무 그늘에 둔 대나무 평상에서 오수를 즐긴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난 다음의 앞마당 평상은 가족 간담회 자리다. 찌푸라기나 마른 풀을 연기만 나게 태워가며 모기를 물리친다. 옥수수며 감자는 밤참 별미다. 식구마다 그날 겪은 일을 오손도손 얘기해가며 집안 살림을 설계하고 내일의 일꺼리를 정하곤 한다. 밤이 깊어가면 어른들 곁에서 놀다가 무섭다며 가운데로 파고들어 잠든 아이들을 안고 방으로 향한다. 이 무렵의 유일한 피서 도구는 부채다. 대나무 발에 종이를 바른 부채다. 지금의 플라스틱 부채처럼 둔하지 않고 날렵해 부치면 바람이 여간 잘 일어나는게 아니다. 그러던게 선풍기란 것이 나왔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선풍기는 오늘날의 에어컨보다 더 귀했다. 지금은 선풍기마저 한물간 피서요법이 돼 에어컨이 대중화되다시피 한지 오래다. 그런데도 옛날 사람들보다 유별나게 더위를 더 탄다. 바캉스란 말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도 고도성장이 한창이던 30여년 전이다. 그전에는 피서라야 천렵이 고작이었지만 이젠 하천마다 오염돼 천렵을 즐길 수가 없게 됐다. 국내 피서행으로도 모잘라 외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넘친다니 외화를 그렇게 마구 써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다. 여름은 더워야 제격이다. 그래야 오곡백과가 무럭무럭 자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더운것은 사실이지만 더위를 견디는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더위에 짜증내는 오두방정은 더욱 덥게 만든다. 더위를 거부하기 보단 받아 넘기려는 마음가짐의 슬기가 중요하다. 그동안 ‘덥다’ ‘덥다’했지만 여름 더위는 장마비가 그치면 정작 이제부터다. 오늘이 삼복이 시작되는 초복이다. /白山

허위광고

청하 ‘취업 100% 보장’ ‘명문대학 99% 합격’ 등 학원광고물의 이러한 선전 문구들은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의 길거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믿었다간 대부분 큰 낭패를 당하기가 십상이다. 최근들어 취업이나 대학 합격, 유학 알선 등을 미기로 수강생을 모집했다가 뒷일은 책임지지 않는 학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원은 일정 기간 수강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수료증을 발급한다는 거짓말로 수강생들을 속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대학쪽과 아무 관련도 없으면서 ‘대학합격 보장’을 내세우는 배짱 좋은 학원들도 있다. “제이트라(일본어 능력시험) 2급을 따면 D대는 바로 입학할 수 있다”고 어학원 직원이 분명히 말했지만 D대에 확인해 본 결과 ‘제이트라’는 전형조건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일부 유학원들도 이런 거짓광고에서 예외는 아니다. ‘세계 명문대학 99% 합격’이라는 그럴듯한 선전 문구로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는 어학원이 있는가 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이나 일본 와세다대 등에 전원 합격시켜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어학원쪽에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면 “그냥 선전문구”라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학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다. 정상적인 유학원은 “이름도 없는 외국대학에 수업료의 20∼30%나 커미션을 받고 학생들을 보내주는 데 급급한 얌체 유학원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학원수강에 따른 불만과 피해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으나 적당한 규제책도 없다. 경기 침체로 학원 수강생들이 줄어들자 실업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그럴듯한 이끼를 던진 뒤 학원비를 챙기는 수법이 크게 늘고 있으므로 주위가 요청된다는 정도의 경각심을 줄 뿐이다. 경향각지의 그 수많은 각종 학원 수강생들이 월수입 200만원 이상의 직장에 모두 취직이 되고 국내 대학과 외국 유명대학에 전원 합격된다면 오죽이나 좋으랴·‘ 시장·군수·국회의원 당선 99·9 % 당선 보장 ’을 내세우는 정치학원은 왜 없는지 궁금하지만, 허위·과장 선전을 하는 광고주를 처벌할 명확한 법규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제2의 성폭력

淸河1999년 대검 강력부가 전국 검찰과 경찰에 내려 보낸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침’에는 대질신문은 극히 예외적으로 시행토록 돼 있다. 특별한 이유없이 합의를 종용해 특정인을 비호한다는 의혹을 사지 않도록 할 것도 명시했다. 또 공소유지에 불필요한 질문을 금지하고 조사과정에 가족이나 친지 등 ‘신뢰인’이 입회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일선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성폭력 당한 L씨는 경찰서에 들렀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가해자가 버젓이 형사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담당 형사는 태연하게 L씨에게 “(가해자)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다행히 동행한 여성단체 관계자가 강력히 항의해 그나마 마주앉을 수 있었다. 조사에 들어가자 담당 형사는 L씨에게 “소설(피해사실) 잘 읽었다”며 “요즘 심각한 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고 합의를 종용했다. 직장내 성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N씨도 경찰서에서 또 망신을 당했다. 성폭력피해상담소 관계자와 함께 경찰서에 갔으나 “여기는 부모님도 못들어오는 곳 ”이라며 ‘신뢰인 ’으로 동행한 상담소 관계자를 받아주지 않아 결국 서너시간을 혼자 불안에 떨었다.“몇 번을 했느냐”는 등 조사과정에서의 노골적인 표현때문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한다. K씨의 경험도 비슷하다. K씨는 귀가길에 잠시 벽에 붙은 벽보를 보고 있다가 한 남자가 가슴을 만지는 봉변을 당했다. 마침 지나가던 한 시민의 도움으로 추행범을 붙잡아 경찰서로 갔다. 그러나 담당 경찰은 실실 웃으며 “만질때 왜 가만히 있었냐”는 등 불필요한 질문을 계속 던졌다. 추행 당시 양손에 물건을 들고 있어서 저항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을 했는데도 경찰은 그저 재미있는 일이라는 식의 조사태도를 보였다. 이 세가지와 비슷한 사례가 완전히 사라졌다면 몰라도 대검의 ‘성범죄 피해자 보호지침’이 한군데서라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점점 어두워진다. 여성단체에 찾아온 상담의 10건중 5∼6건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느꼈던 모욕감을 호소하는 ‘상담’이라니 고발못한 성폭력·성추행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강요하는 질문은 피해여성을 두번 울리는 ‘제2의 성폭력’이다. 선량한 시민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는 좋은 나라의 좋은 경찰이 보고 싶다.

추방유예

얼마 전 조선족 등 108명이 서해안을 통해 밀입국한 뒤 충남 당진지역에서 잠적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었다. 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을 떠나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 살아보기 위해서다. 이른바 코리안 드림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 체류 조선족은 5월말 현재 6만700여명이지만 밀입국자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산업연수생이나 친척 방문 목적을 제외하고는 체류 90일이 지나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으로 한달 전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 1천700여명이 강제 추방됐는데 이중 조선족이 300여명이었다. 조선족들은 한국에 오기 위해 1인당 평균 7만위안, 한국 돈으로 약 1천만원을 커미션으로 쓴다. 대부분이 빚이다. 이 돈은 중국에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을 쓰지 않고 모아야 만질 수 있는 엄청난 액수이다. 그들이 빌린 원금에는 매달 2부, 많게는 3부의 이자가 붙는다. 그러나 곧 불법 체류자 처지가 되기 때문에 돈을 벌기는커녕 빚을 갚기도 전에 추방당하기가 십상이다. 단속이 심해 전철을 타기도 무섭고 길거리를 다니기도 겁난다. 더욱 두렵고 통탄스러운 것은 불법 체류자들을 고용한 한국인 업주들의 횡포와 부당노동행위다. 각종 비인간적인 대우에도 아무 말 못하고 참아내야 한다. 더구나 여성 조선족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의 위험에 늘 직면해 있다. 불법체류 조선족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거의가 빚에 몰려 파산, 이혼, 도피 등 각종 인격해체의 과정을 밟는 것은 물론 심지어는 정신병과 자살에 이른다. 조선족들은 추방을 하더라도 체류 4년 이상된 사람을 대상으로 해달라고 애원, 애원한다. 그 정도면 빚도 갚고 돈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어 중국에 돌아가서도 떳떳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태도는 단호하다. 법적으로 외국인인 조선족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다른 외국인 체류자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코리안 드림은 아메리칸 드림과는 다르다. 할아버지의 땅,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이 조선족들에게는 ‘야속한 땅 ’으로 변해 간다. 체류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한국 땅에서 조선족들의 가슴은 오늘도 눈물에, 한(恨)에 젖고 있다. / 淸河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의 신화는 궁정신화 위주인 것이 특성이다. 다른 나라와 같은 자연신화, 인문신화 등은 거의 없다. 이때문에 국가 및 정치적 이념으로 조성된 일본 신화는 중세기까지 궁정과 귀족의 입맛에 맞추어 독점됐다. 민중에게 널리 보급된 것은 17세기의 에도(江戶)시대 들어서다. 일본 황실의 원조로 숭앙하는 아마데라스 오오미까미(天照大神)는 원래 태양신을 받들던 무녀였다. 이를 태양신의 위력을 빌려 여자가 아닌 남자의 황조신(皇祖神)으로 만들어진 것은 일본서기(日本書紀), 고사기(古事記) 등을 저술한 사람들이 조작한 신화인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처럼 국조의 신화도 필요하면 여성을 남성으로 바꾼다. 일본이 재수정을 거부하는 왜곡교과서 분쟁은 알고보면 저들의 피속에 잠재된 왜곡근성이다. 일본이 자랑하는 전통적 사무라이 역시 삼국시대부터 조선조 중세까지 우리의 남·서해안에서 노략질을 일삼은 왜구의 일족이다. 정부가 당초부터 강력대응 했어야 할 왜곡교과서 문제를 느슨히 대처하다가 재수정 거부 단계에서 초강공책으로 나오는 이유를 두가지로 보는 관측이 있다. 하나는 언론정국의 과열을 잠재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측의 강경한 대일감정과 정서를 함께 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뒤늦게나마 신의가 없는 이웃 일본에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전방위 응징을 가하는 것은 잘한 일이며 정치권이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대응하는 것도 보기가 좋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교과서 문제는 이젠 끝난 일’이라며 느긋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측 대응이 제풀에 꺾일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청와대측 발표는 결코 일과성이 아닌 장기대응을 의미한 것으로 보여 다행이다. 정부의 일관성있는 대책을 기대하면서 국민들 또한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생각만큼 잘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급 백화점마다 넘쳐나는 일본상품이 불티나다시피 팔리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현상이다. 일제상품 불매운동이 범국민운동으로 번지는 국민의식의 발현이 있기를 촉구하는 것이다. /白山

<지지대>조성윤 교육감

어느 직장에서 남녀 동료간에 가깝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총각 처녀사이 같았으면 마땅히 축복받을 일이지만 그렇지 못해 말이 좀 많았다. 상사되는 사람이 남자를 불러 소문의 진위를 넌즈시 물었다. “아닙니다…전혀 낭설입니다.”그의 완강한 부인은 사실일 수 있다. 잘못된 생각의 억측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사의 꾸중은 지엄했다 “사실도 중요하지만 설이 더 무서운 겁니다. 앞으로는 처신에 유의하세요!”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이 처남의 인사 비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처남이 교육감으로 있는 매형을 팔아 혼자 해먹은 것이니 사기행각이지 인사비리랄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인사비리로 불려지고 있다. 당자로서는 검찰에까지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겠지만 설마 처남매형지간에 그토록 모를 수 있겠느냐는 세간의 정서가 없지 않으니 곤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교조 경기지부의 여론조사 결과가 또 준엄하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길리서치와 공동으로 도내 428명의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9%가 ‘인사비리에 책임이 크다’고 응답하고 90%는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또 ‘도내 전체 교사에게 서면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수도 79.8%라는 것이다. 이 조사결과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보는 이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객관적 판단이란 것이 있다. 우선 조성윤교육감은 법률적 책임의 면탈이 도의적 책임까지 면탈받은 것으로 알아서는 곤란할 것같다. 교육감의 재선을 면죄부로 여겨서도 안될것 같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난 일인데도 왜 자꾸 들추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물론 억울한 입장을 일일이 말못하는 딱한 사정 또한 없진 않을 것이다. 하나, 평가는 상대가 하지만 출발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옛날의 임금님들은 날씨가 가물어도 부덕을 탓하며 수라상을 검소하게 차릴줄 알았다. /白山

千寬宇 선생님

원로 언론인 천관우 선생은 평생을 외곬으로 신문에만 종사하다가 작고하신 분이다. 박정희 대통령 때 청와대에서 문교부장관을 맡아 달라는 간청이 있었다. 특히 육영수 여사가 존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문쟁이가 장관은 무슨 장관?”하며 체질에 맞지 않는다면서 고사했다. 그뒤 몇명씩 벼슬길에 들어서는 언론인이 생기더니 5공땐 부쩍 늘었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정권마다 정권따라 벼슬을 산 언론인 출신이 꽤나 많다. 지금의 김대중 정부에서도 상당수가 있다. 대구에서 그곳의 모일간지 기자로 경북도청을 출입하던 K가 TK연줄로 큰 벼슬은 아니지만 문공부에서는 괜찮은 언론담당 실세 자리로 들어갔다. 전두환대통령 집권초 무렵이다. 그러고 나서 사이비기자 단속지침으로 시달된 사례가운데 ‘관공서에 이자놀이 하는 행위’라는 항목이 있었다. 당시에는 ‘과비’란 것이 있어 각 실국·과마다 과비가 떨어지면 다음 추경때 갚을 요량으로 사채를 쓰는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그 시달내용을 보고 알만한 사람들이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공문을 내린 장본인이 기자시절에 출입처를 상대로 그 자신이 자행했던 행위였기 때문이다. 언론인출신 관료가 언론의 숨통을 K와는 비교가 안되게 더욱 지능적으로 정책화 해 조이는 것은 그 자신의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과거의 언론탄압은 이렇게 해서 언론계 출신의 관료에 의해 앞장서 저질러 졌다. 자신이 몸담았던 언론을 표적삼아 강도높은 화살질로 권력에 충성을 보이는 것도 용열하지만 그런 것에 더이상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언론 스스로가 한층 더 건강해져야 한다고 여긴다. 권좌의 낚시밥에 약한 언론인의 생리를 보면서 천관우선생님의 기개높은 신문쟁이의 기질이 한결 그리워진다. 언론 선진국에서도 벼슬자리에 팔려간 언론인이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다 늙어 쓸모없는 나 역시 그럴리가 만무한 벼슬의 유혹이 없어 이런 말을 한다 할지 모르지만 후배들에게 만은 신문쟁이의 드높은 긍지를 당부하고 싶다. 정권은 유한해도 신문기자는 영원하기 때문이다. /白山

어린이 性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해마다 증가한다는 것은 사회도덕이 그만큼 점점 문란해진다는 증거다. 인간의 이성은 도대체 어디까지 타락하고 추악해지려는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어두워진다. 더구나 성폭력이 최근 들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연령이 모두 낮아지고 ‘또래 성폭력’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충격을 더해 준다. 유치원, 놀이방, 학원 등 유아교육 기관에서의 피해사례도 늘어나 어린이들의 안전지대는 거의 사라진 상태인 것 같아서 더욱 참담해진다. 그런데도 어린이 성폭력 범죄는 기본적으로 비공개를 원하고 있어 고소·고발 등의 법적대응이 어려워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찰에 신고된 12세 이하 어린이 대상의 성폭력범죄는 모두 530건으로 99년의 459건보다 15.5% 늘어났다. 하지만 미신고 건수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3∼4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신고된 어린이 성폭력 203건 가운데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는 57건으로 24.8%를 차지했다. 이는 TV, 인터넷 등 대중매체의 음란물에 노출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커지면서 ‘같은 또래 성폭력’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 교육기관에서 어린이 성폭력이 급증하는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어린이 교육기관에서의 성폭력이 무려 5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 성폭력 범죄는 피해를 당하고도 적극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지난해 성폭력상담소의 상담중 23.9%만이 고소 등 법적대응을 하는데 그쳤으며 올들어서는 16.7%로 떨어졌다. 19세미만의 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도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 이후 어린이 성폭력 범죄의 법적대응과 처벌은 더욱 줄어들게 분명하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은 대인기피증, 적개심, 성도착층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며 평생 정신장애를 겪을 우려가 크다. 우리의 어린 아들 딸, 형제, 자매를 1000분의 1이라도 생각한다면 어린이 성폭력은 없어질텐데 대부분이 내 가족은 아무 일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문제다.

장수

지금까지 세계에서 제일 장수한 사람은 122년 6개월까지 살다가 1997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잔 칼맹 할머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최고령자는 1884년 9월9일생으로 올해 117세인 최남이 할머니이고 남자 최고령자는 115세의 손영만 할아버지이다.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인’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전세계 100세 이상 노인은 2000년 현재 13만5천명이고 2050년에는 22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비율로 따지면 세계 평균이 10만명당 1명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000년말 현재 10만명당 4.7명의 수준으로 매우 높다. 특히 평택시의 경우 5월 현재 100세 이상 장수노인이 16명, 80세이상은 3천960명이라고 한다. 1997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0.6세, 여자 78.1세로 여성이 훨씬 높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초로 노화세포를 젊게 만들수 있는 생화학적 단서를 찾아내 화제가 된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노화 현상이 해명되지 않는 한 인간수명은 최대 125세를 넘기는게 불가능한다고 주장한다. 생명공학 등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은 현재 80세에서 최대 85세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개인의 경우 최대 수명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125세를 넘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박교수는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유전적 특성이 인간 수명에 끼치는 영향은 15∼30%에 불과하다는 데서 찾고 있다.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달로 생명체의 유전적 비밀이 상당 부분은 풀린다 하더라도 노화 현상의 구조가 규명되지 않는 한 최대 수명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25세 한계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180∼200세까지도 가능하다는데 이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유전자 조작기술, 인공장기 등 생명과학의 획기적 발전으로 향후 20∼30년내에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수명은 무한정하다고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있듯이 장수를 희망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경로사상이 점점 사라지고 국가의 노인복지정책도 시원치 않은데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기는 좋은 곳인가 보다. /淸河

여경

지난 7월1일 창설 55주년을 맞은 여경은 여성·청소년범죄 뿐만 아니라 특공대·기동대 등 남성 고유의 영역에서도 활약상이 뛰어나다. 1946년 당시 경무부장(경찰청장)인 조병옥 박사가 여성의 인권보호 등의 업무에 필요하다가 판단, 경무부 공안국에 여자경찰관을 둔게 그 효시이다. 6월말 현재 여경은 총 2천385명으로 전체 경찰인력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1996년 1천324명보다 80.1%가 늘어난 수치이지만 국(10.3%), 중국(11.5%), 일본(3.6%)등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경찰청은 2002년까지 여경 비율을 4%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1991년 9월 서울경찰청에 여자형사기동대가, 1999년 3월에는 여경기동대가 창설돼 세칭 ‘립스틱라인’으로 활약중이다. 이무영 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으로 재직할 당시 평화시위를 위해 ‘무최루탄’방침을 선포함과 동시에 여경기동대가 탄생한 것이다. 그해 3월 14일 서울역 광장에서 노동자 1만4천여명이 참가한 ‘전국 공공연맹 출범식 및 노동자 결의대회’에 첫선을 보인 후 현재까지 280여회에 걸쳐 크고 작은 주요 회 및 시위현장에 투입됐다. 사흘에 한번 꼴이다. 이제 흰색모자와 푸른색 교통정복을 입은 여경들은 시위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 되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가 “한국 시위는 최루탄·곤봉이 아닌 립스틱으로 막고 있다”고 묘사할 정도로 한국 여경기동대의 활약상은 해외언론에서도 각광받았다. 여성특유의 드러움으로 과격하고 폭력적인 시위문화를 평화적으로 바꾸는데 기여했다. <“아가씨들, 여기서 빨랫줄 잡고 있다가 다치는 수가 있어! 얼른 가라고!”“이 아가씨는 손이 너무 야들야들 한데?”“오매 나 죽겠다. 저 아가씨 가슴이 내 손에 닿아 버렸네. 오매 나죽는 거…”여경기동대가 노란색의 폴리스라인을 들고 시위대와 대치중일 때 시위자들이 한 마디씩 하자, 한 여경이 “야 임마! 너희들 시위하러 왔어? 성추행하러 왔어? 우리가 술집 접대부처럼 보이냐? 아무 장비도 없는 우리가 쌍하지도 않냐? 하여간 너희들 넘으면 죽을 줄 알아!”하고 소리친다.> 경찰 ‘호루라기 연극홍보단’이 시위현장에서 ‘립스틱 부대’의 애환을 그려낸 연극의 한 장면이다. 애환과 고충이 많지만, 그러나 여경들의 보무는 오늘도 당당하다.

사회지도층

대통령이 555만원의 월급으로 생활하기가 벅차 취임 당시 공개한 약18억원 상당의 사재 일부를 팔기로 했다. 예를들면 월급으로는 별장 관리인들의 인건비를 감당키 어려워 이번에 사재를 처분키로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초긴축재정을 위해 자신을 비롯한 고위직 공직자들의 월급을 12%씩 자진 삭감했다. 연간 두차례 지급되는 상여금과 기밀비마저 스스로 국가에 이미 반납했다. 순전히 월급만 가지고 생활하는 대통령인 아르헨티나 델라루아의 얘기다. 최근 전해진 외신은 델라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이같은 수범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얘기는 또 있다.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은 얼마전 가난한 국민을 위해 자신의 땅을 사회에 내놨다. 김수환 추기경, 강영훈 세종연구소이사장, 고건 서울시장, 김상하 삼양사 회장, 손승길 SK그룹 회장, 강지원 검사, 김태길 서울대교수,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세중 변호사, 이남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등, 비교적 청렴한 분들로 사회에 인식된 면면이다. 이들이 생활개혁실천범국민협의회(의장 손봉호)가 지난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아름다운 혼·상례를 위한 사회지도층 선언에 참여, 앞장서기로 했다. ‘아름다운 혼례 및 상례문화’는 청첩장 남발 않기, 호화 혼례주례 안맡기, 화환 및 축의금 사절, 인쇄물 부고하지 않기, 조화 및 조의금 사절, 화장 및 납골당 이용하기 등을 행동요강으로 삼아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범국민운동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명당발복을 바라는 정치지도층의 이장 소식에 비하면 자신들부터 화장을 다짐하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들린다. 정치나 사회지도층은 국민의 정신적 구심점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 국민역량을 결집하려면 지도층부터 먼저 뭔가를 보여주는 신선한 솔선수범의 실천이 있어야 한다. 사회지도층의 이런 수범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아직 정치 지도층에서는 이같은 모습을 볼 수 없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白山

지구의 재앙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심각하다. 석유류의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주범인이 온실가스로 지구촌이 사막화하고 재래식물이 멸종돼간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토지의 황폐화가 이대로 가면 금세기 안에 전 세계의 토지 40%가 사막화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곡물감소의 재앙을 수반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 피해는 국내에도 벌써 미처 한라산의 고산식물인 구상나무 등 일부 식물이 감소돼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산성비가 청정지역인 남극에까지 내린다며 이때문에 원시림이 파괴되는 등 지구에서 사라지는 동·식물이 크게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뿐만이 아니고 남·북극해의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남태평양서는 투발루 등 바다에 잠겨 지도에서 사라질 지경인 섬이 속출하고 있다. 해마다 심화되는 이같은 온난화 대처방안으로 행성을 활용, 태양에서 좀더 떨어지게 하자는 지구궤도 수정론이 NASA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대자연을 거역해 돌이킬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재앙을 가져올 모험의 시도 보다는 인간이 저진 온실 죄업을 인간이 거두는것이 현명하다. 얼마전 환경운동가로 우리나라에 온 고어 전 미국부통령은 서울 롯데월드호텔에서 가진 특강에서 성경구절을 들어 이렇게 말했다. “주인이 맡긴 집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악한 종처럼 우리에게 맡긴 지구라는 집을 지키는데 게을리 하면 나중에 창조주에 뭐라고 변명하겠느냐”고 했다. 또 “지금의 아이들이 우리나이가 돼 환경오염 문제가 현실화 했을때,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노라고 변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차세대에 부끄럽지 않도록 지금 해야 할 일을 다 하자”고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캠프 데이버드에서 열린 부시 미국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수상의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의 동맹관계, 경제문제등은 합의했으나 선진대국의 그들 자신이 저지른 지구온난화 문제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손톱 밑에 가시 든줄은 알아도 염통 곪은줄 모른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白山

검은 돈

부패는 인간에게 ‘지킬과 하이드’비슷한 선악 양면의 잠재 본능일까. 부(富)는 굉장히 좋은 것이며 서구사회에선 자본주의가 발달한 곳인데도 부패한 부가 서구 역시 적잖은 것 같다. 정상적 부의 축적으로 존경받아야 하는 부가 그렇지 못해 지탄의 대상이 되기는 그들 또한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지금 검은 돈 세탁이 한창이라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건축중인 호화주택을 사들였다가 이내 되파는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국내에서도 한동안 성행했던 미등기 전매가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값비싼 보석같은 귀금속류의 사재기가 극성인 모양이다. 이로도 모자라 룩셈부르크와 접한 독일 국경에서는 돈뭉치를 빼돌리는 차량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밖의 여러 나라에서는 스위스로 검은 돈을 도피시켜 스위스은행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것 같다. 유럽의 숨겨진 검은 돈이 이처럼 꿈틀대는 것은 유로화의 본격 유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2002년1월1일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가 실시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국의 화폐는 휴지화 할 것에 대비하여 드러내놓지 못할 범죄형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고가품 사재기, 부동산 투자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U는 유럽지역 12개 국가의 경제블록으로 말하자면 유럽합중국 형태를 모색하고 있다. 달러화에 대응하는 유로화의 강세는 EU의 만만치 않은 판도를 보여 주목을 끈다. 예금실명제로 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고 있지만 차명계좌 등으로 은닉된 검은 돈이 우리 역시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와 부패에 연루된 부의 축적이 그만큼 숨겨져 있는 것이다. EU의 유로화 단일통화는 곧 화폐개혁이다. 우리에게 지금 화폐개혁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전문분야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그렇긴 하나 만약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면 우리 사회의 검은 돈은 어디로 갈 것인가를 가상해 본다. /白山

특별 죄인

지난해 국내 교정시설에 수감된 외국인은 모두 167명이다. 이들은 현행법에 따라 내국인 수형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의사소통의 문제와 식생활 차이로 분류, 수감돼 있다는 점만이 차이가 있다. 이들중 동양계는 노역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식생활도 다를 바 없어 내국인과 한 거실에 수감되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4∼5명이 함께 생활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사람들이 주류인 이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데다 70∼80명의 수형자들은 조선족 출신이라 의사소통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한국어로 소통이 불가능한 경우만 영어가 사용된다. 그러나 미군의 수형실태는 대단히 특별하다. 강도강간, 살인, 사체유기 등 강력범들인데도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에 따라 천안소년교도소내 특별사동에 수감중이다. 더구나 1967년 SOFA와 함께 합의된 한·미 합동위원회 합의사항 제13호(구금 시설에 대한 최저기준)에 따라 미군부대에서 사용되는 사병용 침대, 냉장고, 건조기 기능이 포함된 세탁기 등을 지급받고 있다. 특별사동내 별도의 요리장 시설과 운동 및 샤워시설이 갖춰진 욕실도 이용한다. 하루일과는 기상 및 취침시간 점검 이외에 교도소의 통제가 없다. 교도소측이 강제노역을 시키지 않고 수형자들도 원하지 않아 보통 거실에서 TV시청을 하거나 음악감상, 독서 등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 미군범죄자는 모두 6명으로 SOFA규정에 따라 미군에서 지원하는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호텔급’생활을 누리고 있다. 현재 교정행정의 선진화로 시설은 물론 인권문제가 개선돼 선진국과 별 차이가 없으며 외국인 수형자들이 모두 내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받고 있지만 미군측은 지금보다 더한 ‘특별대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살인자와 강도강간범이 단지 미군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주둔군의 특별한 신분을 감안하더라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다. 교도소에서 교도관들이 기상점호를 실시할 때 ‘Attention(차려)!’라고 한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규율이 엄한 교도소에서 미군 죄수에게 가장 간단하고 쉬운‘차려!’구령 하나 적용 못시키는 한국의 교정행정이 무능한 건지 지나치게 민주적인 것인지, 굴욕스럽다. / 淸河

골프환자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묻지마 관광’이란 것이 있었다. 국내 관광지는 물론 외국으로까지 각각 따로 출발해 남녀가 현지에서 만나 관광을 한뒤 호텔 등에서 향락을 즐기되 서로의 신분을 묻지 않는다는 퇴폐행위이다. 주로 먹고 살만한 남녀들이 즐겼다. 그런데 요즘은 그 수준(?)이 높아졌는지 ‘묻지마 골프’가 등장했다고 한다. 골프장을 찾는 일부 남녀들이 라운딩 파트너로 만난 뒤 인근 ‘러브호텔’까지 함께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각각 혼자 와서 즉석 조인(라운딩인원 채우기)을 하는데 라운딩을 끝낸 뒤 인근 음식점을 들르고 골프장 근처 모텔로 들어간다고 한다. 캐디(경기 보조원)들은 “평일 손님의 30∼40%가 주부며 일부는 혼자 와 즉석에서 남자 라운딩 파트너를 구한다”면서 “남성에게 공짜로 골프도 배우고 서로 마음만 맞으면 2차 밀월까지 가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증언한다. ‘묻지마 골프’를 즐기는 남녀들이 주로 찾는 곳은 비회원제 퍼블릭(대중)골프장 인데 혼자일 경우 예약하지 않아도 상대 라운딩 파트너와 쉽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 일대에 퍼블릭 코스가 있는 골프장은 10여곳으로 특히 주부들이 젊은 라운딩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많이 몰린다고 한다. 가관인 것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남성 파트너를 구해 골프장에 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골프 관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을 30대라고 밝힌 여성이 ‘40대 멋진 남자분 라운딩 상대 구함’이라는 제목과 함께 대담하게 전화번호까지 남긴다는 것이다. ‘묻지마 관광’으로 건실한 여행객들이 오해를 받더니 ‘묻지마 골프’로 진정한 골프애호가들이 낯 붉힐 게 분명할텐데 문제는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묻지마 골프’에 빠진 주부들이 남편 모르게 골프가방을 집밖에 따로 보관한다니 더 이상 할말이 없다. 북한 상선이 영해를 침범했다는데도 골프를 즐긴 국군 수뇌부들이 있지를 않나, 아무튼 골프병에 걸린 환자들이 너무 많은 한국부유층 사회, 정말 큰일났다. /淸河

政·言유착?

미국의 토머스 제퍼슨은 “신문없는 정부와 정부없는 신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다음에는 “신문을 절대 보지 않는 사람이 보는 사람보다 진실에 가깝다”며 신문불신론을 폈다. 정권과 언론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중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정권은 권위주의적 언론관을 가진데 비해 김영삼, 김대중정권은 언론의 생리를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식을 쓴 것으로 평가된다. 이승만 전대통령은 국내 신문의 비판때문에 골치를 썩이다가 건강을 우려한 측근들의 권유로 아예 국내신문은 멀리하고 영자신문만을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지나칠 정도로 신문을 꼼꼼히 읽는 편이었다. 박정희 전대통령은 5·16 일주일 후 국가재건최고회의 포고령을 통해 언론기관 일제정비를 단행, 일간신문 76개를 등록취소하고 ‘사이비’이름을 붙여 기자 960명을 구속했다. 전두환정권은 중앙일간지 6개와 지방지 1도(道) 1사(社)등 언론통폐합조치와 함께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조성한 공익자금으로 언론계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했다. 이로 인해 특정 언론과 집중적인 유착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태우 전대통령 정권에서는 신문설립 자유화 등의 조치가 취해져 새로운 언론들이 등장했으나 1991년 수서사건을 계기로 언론을 직접 비판하기 시작했다. 야당 시절부터 언론과의 관계가 특히 좋았던 김영삼 전대통령의 경우는 임기말 차남 현철씨 구속 등을 거치며 언론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작금 국민의 정부에서 이뤄지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를 놓고 야당은 “언론을 견제, 탄압하려는 의도 ”라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에서는 “유독 언론만 최후의 치외법권지대로 남았다. 세무조사가 부정한 과거의 ‘정언유착 ’을 청산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언론이 통치권자나 정당의 권력유지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무래도 여야가 모두 잘 모르는 모양이다. 매우 딱한 노릇이다. /淸河

운전중 휴대폰 단속

‘운전중일 때라도 핸즈프리나 이어폰 등 보조도구를 이용해 통화하는 것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 단 보조도구를 사용하더라도 손으로 전화다이얼을 누르는 행위는 단속한다. 그러나 원터치 버튼을 이용해 다이얼을 딱 한번 누르는 것은 단속대상에서 제외한다. 하지만 이어폰으로 통화하면서 음향조정을 위해 한손을 마이크에 접촉하는 행위는 단속한다’ 오는 30일부터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위반을 단속하는 경찰지침 내용의 일부다. “내가 언제 다이얼을 눌렀단 말요?” “방금 눌렀지 않아요!” “생사람 잡네…” “뭐요?” 운전자와 단속경관의 이런 말다툼이 꽤나 많을 것 같다. 또있다. “왜 운전중 통화하면서 한손으로 마이크 조정을 했나요…위반입니다!” “누가 마이크에 손댔단 말이요. 운전하면서 가려운 곳도 좀 못 긁나요?”이런 승강이도 예상이 가능하다. “차를 출발 시키면서 휴대전화 통화를 계속했습니다. 위반이오!”하면 “방금 전화를 끊었잖아요. 뭐가 위반이란 겁니까?”하는 이의도 나올수가 있다. 이밖에도 단속지침이 지닌 허점은 참으로 많다. 그렇다고 허점이 귀찮아 단속을 외면하면 말뿐인 단속에 그친다. 도대체 이런 지침을 ‘지침’이랍시고 만들어 시달한 경찰청의 높은 분들 의식이 심히 이상하다. 운전중의 휴대폰 사용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운전자의 운전중 통화는 승객들이 보기에도 심히 불안하다. 만에 하나라도 잘 못해 사고가 발생하면 무고한 인명을 해치는 것이 교통사고며 이는 운전중 통화에 많이 기인하는 게 사실이다. 이때문에 운전중 핸드폰 통화의 위법엔 최고 벌점인 범칙금 6만원에 벌점 15점에 처한다해도 만에 하나라 할 사고발생으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벌칙을 아무리 강화해도 지나침이 없다. 자신뿐만이 아니고 타인의 인명을 위협하는데 더말할게 없다. 그러나 단속은 어디까지나 실현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같은 귀고리 코걸이식 지침으로는 실효를 보기가 어렵다. 차라리 운전중엔 모든 휴대전화의 사용을 일체 금지해야 하는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白山

소주전쟁

소주(燒酒)의 ‘燒’는 불살을 소자다. 아라비아가 발상지란 설이 있다. 소주를 내릴 때 나는 냄새를 ‘아라기’냄새라고 하는 것이 소주를 가르키는 아라비아 말의 아락(arag)에서 연유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원나라를 통해 고려 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주는 쌀등 곡식을 쪄 누룩으로 발효시킨 증류수를 받아내린 술이다. 가마밑에서 몇날 며치를 두고 장작불을 때댄다. 대나무통 끝으로 흘러내리는 소주는 마치 이슬방울처럼 뚝뚝 떨어져 노주(露酒)라고도 했다. 지금의 소주는 원액에 물을타 첨가제를 섞은 희석식인데 비해 예전의 소주는 천연 그대로의 오리지널이어서 불을 댕기면 활활 탔다. 냄새 역시 진동하여 ‘오리밖까지 아라기 냄새가 진동한다’고 했을만큼 독했다. 이때문에 약으로도 쓰여 더위를 먹어 배탈이 나거나, 곽란이 일어나면 소주로 다스린 적이 있다. 예전에는 명문 대가에서나 소주를 볼 수 있었다. 우선 곡식이 많이 드는데다가 소주내리는 공정이 복잡하고 더뎠기 때문이다. 값 또한 비쌀 수 밖에 없었다. 상민들은 막걸리, 양반들은 청주를 마시던 시절에도 소주는 양반가에서조차 특별한 때가 아니면 좀처럼 마시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흉년이 나 금주령을 내릴땐 소주는 곡식이 많이 든다하여 양반가에서 그처럼 귀히 여기는 소주를 앞장서 제일 먼저 금하곤 하였다. 이를테면 소주는 값비싼 양주택이었다. 하긴, 브랜디(brandy)도 소주처럼 불태운 포도주라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의 ‘브란데베인’(brandewijn)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시류가 달라져 지금은 흔해 빠진게 소주다. 막걸리보다 더 흔하다. 한동안 막걸리가 국민주였던 게 소주로 바뀌어 소비가 크게 늘었다. ‘진로’아성에 도전한 ‘경월’이 승승장구 하더니, ‘참진 이슬로’가 나와 역전하는가 싶더니만 ‘산’이 또 나왔다. 이들은 하나같이 “부드러운 술”을 강조하고 있다. 덜 독하다는 것은 주정 함유량이 그만큼 덜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취하는 맛으로 술을 마시면서 덜 독한 술을 찾는 술꾼들의 취향또한 아이러니컬하다. 이틈을 타고 벌이는 주조업계의 소주전쟁이 갈수록 치열 한 것은 흥미롭다. /白山

성금異說

“외국의 신문방송도 성금모으기를 합니까?”생각지 않은 K씨의 질문을 받고 아무 말을 못했다.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웃돕기를 나쁘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이웃사촌이다, 십시일반이다 하는게 다 서로 돕는 전래미풍에서 나온말이 아닙니까!”더 이어진 그의 말은 대충 이러했다. 한 해에 보통 두세차례씩 벌이는 언론계의 성금모금이 연례행사가 돼 준조세화 했다는 것이다. K씨 말 가운데 벼슬높은 이들에 대한 말을 빠뜨릴 수 없을 것 같다. “아! 그런분들이야 판공비란게 있는데 월급돈에서 성금 내겠어요…다 판공비에서 내지”집안살림 돈을 쪼게어 내거나 월급에서 떼어 성금을 내는 서민층만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것입니까, 재해가 발생하면 나라에서 재해대책비로 쓰라고 세금내는 것이 맞지요. 그런데 이건 뭡니까, 세금내고 적십자회비 내고 그러고도 한 해에 몇차례씩 성금을 내니 말입니다”아무말을 않고 듣고만 있으면서 웃음을 먹음었더니 “왜 대답은 않고 웃기만 하느냐”며 핀잔을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많은 성금을 거둘때마다 전국에서 얼마 모아져 어떻게 어떻게 썼다는 말 한마디 들어본적이 있습니까? 정부는 국민의 성의를 보아서라도 마땅히 공개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대답을 하도 않는다고 해서 “그럼, 이번 가뭄극복 성금은 내셨습니까?”하고 질문을 튕겨봤더니 “물론이지요” 하면서 “절도 모르는 시주이지만요…”하고 뼈있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었다. 이웃돕기는 자연발생적 사회도덕성을 지녀야 한다며 지금같은 상례적 모금은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당장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엔 어렵긴 하나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차라리 연례적 모금액만큼 적십자회비를 더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아니면 정부대행성 성금모금을 억제 하든지 해야하지 않겠나 싶다. 외환위기땐 금을 내놓으라 해서 금붙이들을 쏟아냈다. 해마다 재해성금 모금때는 상당한 성금이 모아지곤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유순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白山

귀족병

먹을 밥이 먹어서 굶주리는 결식 초·중·고·학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데도 좀 웬만한 집 아이들은 왕자와 공주로 살아간다. 보는 것은 물론,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모두 왕자, 아니면 공주수준이다. 모두 부모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들의 왕자·공주 만들기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의 국어, 영어, 수학, 과외는 물론 미술, 음악, 체육 등 과외로 본격 궤도에 오른다. 유아에게 음악, 미술,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놀이학교의 경우 한달수업료가 35만 내외이지만 빈자리가 없어 대기자가 넘친다. 또 한달에 수업료가 80만원이 넘는 영어유치원이 서울 강남에는 20여군데가 성업중이다. 100만원이 넘는 초등학생 영어과외까지 생겨났다. 이름하여 핵가족시대, 한 두 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이같은 ‘왕자·공주’신드롬은 ‘당신이 곧 최고의 귀족’임을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천박한 상업주의, 난공불락의 ‘가족이기주의’, 그리고 자녀를 통해 부를 과시하려는 행태와 맞물려 있다. 이미 교육적 목적을 벗어난 ‘신귀족주의’는 무한경쟁 사회에서의 생존기술을 익히는 차원을 뛰어 넘었다. 자식의 과외비를 위해 어머니가 파출부로 나가는 것 까지는 봐준다 치고 윤락행위까지 한다는 블랙코미디도 있다. 딸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몸을 파는 어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영화도 개봉된다고 하니 아무리 영화라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아이들은 한 집안의 왕자와 공주로 당당히 군림한다. 학업과 특기계발이 자신보다 부모들이 체면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장한 왕자·공주의식은 결혼문화에서 절정을 이룬다. 궁전같이 생긴 최고급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고궁과 문화시설 등 배경이 그럴듯한 곳을 찾아 미리미리 기념사진을 찍는다. 제주도가 선망의 신혼여행지에서 제외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왕자와 공주문화의 완성을 위해 유럽이나 미국, 동남아로 떠난다.10여년 전 화려하게 도시무대에 등장했던 압구정동 오렌지족은 이렇다할만한 문화적 자취를 남기지 못한 채 홀연히 퇴장했다. 왕자·공주병에 걸린 ‘신귀족’은 10년후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내 돈으로 왕자와 공주 만드는데 참견말아라? 돈 없는 것도 자랑이냐? 그러나 왕자와 공주의 생활은 지켜보는 것은 자유다. / 淸河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