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대북정책에 대한 감성적 접근법

북한은한미공군의연합공중훈련인‘맥스선더(MaxThunder)’훈련을언급하며 지난 16일 예정됐던남북고위급회담을당일 새벽에일방적으로취소한다고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김계관외무성제1부상은담화를통해미국이‘일방적으로핵폐기를강요할경우’북·미 정상회담도재고할수있다고경고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북한의 돌출적 행보는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으로 고무된 한반도 평화무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대북정책의 감성적 접근법’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주지하듯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7, 8일 이틀간 중국 라오닝성 다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전격적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은 북미간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해결을 지지한다”며 두 나라는 운명공동체이자 순치(脣齒) 관계라고 했다. 김정은은 “북중 사이에 마음속 거리는 더더욱 가까워졌고 떼어놓을 수 없는 하나로 이어졌다”고 했다. 이러한 양국의 밀착은 한반도 문제와 북·미 정상회담에서 자신들의 영향력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중국의 의도와 미국이 항구적이고 완전한 핵 폐기 패키지에 화학ㆍ세균까지도 끼워넣자 중국카드로 맞서는 북한의 셈법이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간의 문제인 동시에 주변국들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국제적인 문제다. 중국은 한반도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 등에서 소외되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러시아도 같은 입장으로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과정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서 아베수상도 북ㆍ일 수교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며 한반도에서 소위 일본 패싱은 안 된다는 내심을 드러냈다. 작금에 북한이 강석주의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불참까지 거론하며 강력히 반발하는 데에는 미국의 협상 실무책임자인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북한의 핵무기를 미국으로 이송해야 한다는 등 북한의 비핵화 기준을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제시한데 따른 불만의 표출로 분석된다. 북핵과 관련된 미국의 방안은 ‘영구적 폐기’이고 중국과 북한은 ‘단계적ㆍ동시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시 주석은 북ㆍ중 회담이 끝난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ㆍ중이 정치적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해결이란 주고받기식 해결을 말한다. 이는 ‘완전한 폐기(CVID)’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정부의 입장도 미국식 해법보다는 북ㆍ중식 해법에 가깝다. 이는 한미 갈등의 잠재요인이다. 비핵화의 세부적인 실행방안과 관련하여 갈등양상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과 시진핑의 밀착은 국제제재의 틀을 이완시키고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요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우리에게 입체적인 외교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ㆍ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 외교·안보의 기본은 확고한 한ㆍ미동맹과 한ㆍ미ㆍ일 공조체제다. 우리는 19세기 말 열강들의 이익 추구의 각축장이 되면서 나라를 잃고 해방이 되자마자 냉전시대의 희생물로서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북·미 회담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외세에 의해 분단되었던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며 냉철한 이성적 외교를 펼쳐야 할 시점이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회장

[아침을 열면서] 하르츠 개혁이 주는 교훈

1년에 16.4%라는 유례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주들이 임금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감원을 단행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시직, 일용직, 고졸 이하 근로자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여성 일용직 일자리가 5만6천개나 줄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독일 하르츠 개혁이 주는 교훈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세계경제에서 잘 나가는 국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인데, 스웨덴의 샬쮀바덴 협약, 네덜란드의 와세나르 협약,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 독일의 하르츠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하르츠 개혁은 다른 나라 개혁과는 차이가 있다. 이 개혁은 월소득 450유로(약 58만원)에 불과한 미니잡과, 850유로(약 110만원) 이하인 미디잡, 그리고 일정한 자리를 갖지 않고 서비스가 필요한 사업장을 옮겨 다니는 플로터잡 등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임시직 일자리를 확대했던 것이다. 해고 요건도 완화하고, 비정규직 계약기간과 신규 근로자의 수습기간도 늘려 고용주의 부담을 확 줄여주었다. 처음 하르츠 개혁을 접한 학자들은, 고소득 정규직이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저소득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대한 독일의 개혁에 시큰둥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이라는 큰 변혁을 이룬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와는 급이 다른 개혁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야말로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자리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굳이 정부가 챙기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반면, 학력도 낮고 기술도 없고 병이나 집안사정 때문에 일할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이 진짜 취약계층이다. 이분들에게는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많이 생겨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고, 나쁜 일자리라도 없는 일자리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도저히 사회민주당이 채택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었던 이 개혁 이후 슈레더 총리는 노조의 지지를 잃고 선거에 패하게 된다. 그러나 개혁의 효과는 후임 메르켈 총리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500만명에 육박하던 실업자 수가 200만명대로 크게 줄어들어, 독일은 유럽경제의 강자로 등장하고 이후 EU 경제를 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우리 정부가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화 등 친노동 3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바로 이 정책들이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분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좌파정부의 이념에는 맞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감원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등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버클리대학 스티븐 코언 교수는 ‘현실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경제 정책은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취약계층 일자리의 급감이라는 현실의 경제문제를 만난 정책 당국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가 아닌가 한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13세 소년 오연준이 가르쳐준 평화의 바람!

한반도에 평화의 봄바람을 불러온 첫 주역은 바로 평창 올림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이후 동계 올림픽의 성공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아 북한 참여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8년 신년사, 북한의 올림픽 참여로 이어졌고 결국 두 정상 간이 만나 남북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가슴에 감동과 희망을 남겼다. 남북 정상이 만들어낸 평화는 분명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남북한이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배타적관계에서 포용적 관계로 변해야만 황금 알을 얻을 수 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는 어떻게 만들어 질까? 남북 정상 회담의 만찬 공연에 가장 화제를 모은 13세의 소년 오연준군이 불렀던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가사를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꿈에 보았던 그 길, 그 길에 서있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곳으로 가네.” 우리는 과연 그곳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는 연결이다. 평화를 위한 연결에는 남북 철도 교통망의 복원, 접경 지역 규제 해소, 평화 특별 자치도 설치, 관광, 경제 협력 등 수많은 연결이 있지만 그 시작과 활성화의 주역은 스포츠가 될 것이다. 두 정상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남북 단일팀 구성에 합의를 하였다. 아시안 게임의 40개의 종목 중 단일팀이 구성할 수 있는 종목은 7개 정도(탁구ㆍ농구ㆍ유도ㆍ체조ㆍ정구ㆍ카누ㆍ조정)로 예상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 승리의 패러다임은 경쟁이 아니라 상생이다. 또한 개인, 조직, 정보, 기술 등 수많은 협력이 연결이 있어야만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있다. 두 번째는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다. 오연준군이 첫 방송에서 부른 “바람의 빛깔”이라는 곡에는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라는 내용이 있다. 상대방을 무시하지 않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상대방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어요” 라는 마지막 가사처럼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 세 번째는 케어(care)다. 남북의 두 영부인이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김정숙 여사가 리설주 여사를 케어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북한이 관심을 갖는 욕구와 욕망 즉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 그것을 돌보아 줄 수 있어야 한다.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 “2030년의 비전”을 기술이 아닌 인간중심(human-centered)이라고 선포한 것처럼 국민들을 최우선으로 북한을 케어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지막으로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큰 나무는 바람을 많이 받는다”라는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남북을 둘러싼 주변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많은 변수들이 있다. 우리는 평화와 번영이라는 큰 나무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하고, 커다란 나무가 되기 위해 주변의 어려움과 시련을 극복해야만 한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바람개비를 돌리는 방법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남북한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하여 노력해야만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성공이 우리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성공을 향해 함께 다가가야 한다. 한반도에 일어난 이 바람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 상쾌한 바람과 함께 하루를 시작 할 수 있었으면 한다.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무분별한 토건개발 공약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란 민주주의의 최상의 학교이며, 민주주의의 성공의 보증수표이다”하지만 적어도 지방선거 공약만 보면, 이 말은 틀린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지방자치의 출발점인 지방선거가 토목시장 규모 확대의 보증수표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감소하는 SOC 예산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대규모 개발공약 사업에 힘입어 150조 원에서 155조 원으로 추정되는 토목시장의 규모가 매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OC 예산 축소 기조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올해 SOC 예산은 19조 원으로서, 20조 원대 시대가 붕괴되면서 지출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안전분야를 제외하고는 신규사업을 최대한 억제하고 완공 위주로만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로 인해 지난 3년간 호황기를 누렸던 건설사들은 빠른 경기하락을 우려하면서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민간참여 방식의 대규모 개발공약에 봇물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에서 토목개발 공약이 성행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가장 손쉽고도 커다란 규모의 국비를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둘째, 단체장의 치적 홍보로 대형건설 사업은 가시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고, 노후 인프라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2차 시장이 형성되어 지속가능한 수혜(?) 가능성을 높고 있다. 셋째, 유권자들의 소유적 욕망도 한몫한다. 인간의 기본적 수요인 주거권이 취약한 장애인,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에는 반대하면서 내 집값과 땅값을 올리기 위한 지대 추구(地代追求) 행위에는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의 세수는 자주재원과 의존재원으로 나뉘는데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구성되어 있는 자주재원 확대를 위해서는 토목건설사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이 지역 예산과 관련한 것이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토목건설사업이 이루어져 전국이 난개발의 몸살을 앓고 있고, 사후 관리 비용 때문에 재정 건전성의 적정선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도로 유지 및 보수비용이 상승하여 지자체의 재정이 휘청거리고 있다는 데서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재정의 위기는 당장 닥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삶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문화 복지 사업이 취약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 철도 등의 이용자가 감소하게 되어 결국 유령도시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사업의 인허가권 쥔 공무원의 불법 리베이트로 적발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대형토건사업비를 공짜 돈이라는 생각에 쉽게 써버리기도 한다. 미스터 지방자치로 불리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방자치 도입 당시, 토목개발에 따른 수익을 지방자치의 안정적 세원으로 간주하였다. 그 당시 지방자치의 자주재원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정책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로, 철도 등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앞으로 개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자치의 자주세원에 대한 세목조정이 필요하며 세원의 출처도 다시 설계할 때가 온 것이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인구학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은 콘크리트 행정에서 삶의 질적 향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자치 12년을 맞이하고 지방선거를 임하면서 복지 및 문화가 후보자의 주요 정책공약으로 담기길 바란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조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자국매체들을 통해 공식화함으로써 일각에서 제기되어온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설 등 불확실성은 제거 되었다.최근 북한 매체에서는 핵 억제력 강화나 핵·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튼 안보보좌관을 위시해 핵심참모를 모두 매파로 구성했다. 회담이 실패 할 시 전쟁이라는 시그날로 북한의 기만전술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압박전술의 일단이다. 주지하듯이 북한은 핵무장을 헌법에 명기하고 핵 보유를 체제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내부적 요인으로는 북한주민이 배급체제 붕괴 이후 등장한 장마당을 통해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알게 되었고, 500만 대에 이르는 핸드폰의 보급으로 완벽한 정보통제가 불가능해 졌으며, 중국과 국경무역 과정에서 중국식 개방과 시장화 욕구가 증대된 점 등이다.다음으로 외부적 요인으로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동참한 국제제재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고, 참수작전을 포함한 북폭이 한미 양군의 훈련과정을 통해 시현되자 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났으며, 한류열풍을 위시한 서방물결이 대거 유입된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북한체제의 변화요구는 내외부적으로 거대하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개발을 주도한 군부를 무마하고 내부 정지 작업을 통해 핵·경제 병진 노선의 포기까지 포함한 정책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보다 입체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화 되면서 주변국들의 이해각축이 본격화됨으로서 북한의 운신의 폭이 커지고 있다.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유엔의 대북제제에 동참하며 홀대하던 김정은을 북경으로 불러들여 일순간에 양국관계를 복원하여 국제사회로부터 대북제제틀의 이완에 대한 우려를 사고 있다. 또한 4월 중순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다는 설도 있다. 게다가 일본의 아베총리도 문 대통령에게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 나서기 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쟁점인 북한의 비핵화의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북미 양국 간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즉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책을 펼 것인데 반해 북한은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선호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북한의 접근방식에는 시간 끌기 전략의 함정과 해결의 장기화라는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이 견지하고 있는 포괄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일괄적으로 타결되는 협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북미의 핵협상 과정에서 우리의 주도권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북미회담의 장소도 가능하면 제주도나 판문점 등 우리 영토에서 개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판문점의 경우 정전협정이 서명된 장소로서 그동안 대결의 당사자들이 분쟁을 청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상징성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우리 안보의 축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며 당면목표는 북한의 비핵화임을 명심하고 북미회담이 성공을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회장

[아침을 열면서] 정치 시즌에 생각하는 정당 정치

바야흐로 정치시즌이다. 도지사와 도의원,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 지방선거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주요 정당들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받게 되는 요즈음이다. 지역을 위해 봉사하신다니 감사한 일이긴 한데 좀 씁쓸하다. 정당의 정책에 동의하는지는 뒷전이고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챙기는 분들이 많아서다. 공무원 출신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A는 평소 신랄하게 여당의 정책을 비판했었다. 우리 사회 핵심 과제인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만드는데 지금 여당의 반기업ㆍ친노동 정책 때문에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했고, 무상급식 같은 복지정책도 퍼주기식이라고 비판했었다. 그러던 분이 여당으로 출마한다고 찾아온 거다. 정책에 동의하고 안 하고보다는 여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금의 정치지형을 고려한 선택, 즉 자신이 당선만 된다면 정책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태도다. 지역 명문대 출신 B는 평소 야당대표의 막말이 수준 이하이고 스스로 혁신할 줄 모르는 극우파들만 모여 있으며, 정책다운 정책, 주도적인 정책 하나 내놓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던 분이 바로 그 당에 공천 신청했다고 도와 달라고 한다. 당선이 확실한 ‘가’번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한국정치에 있어 정당이란 무엇인가, 한국 정당정치의 미래는 어떤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본래적 의미의 정당은 비전과 정책으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로 다른 정책으로 국민들께 지지를 호소해서, 자신들이 상대 정당보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정당은 어떤가. 우리 정당은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이념패권에 의지하여 국민을 분열시키면서 특정 이념집단에서 몰표를 얻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설익은 정책, 정제되지 않은 언어, 끊임없는 편가르기라는 진정한 적폐가 전혀 청산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통령, 도지사, 시장, 그리고 의원이 되기 위한 사적 이해관계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치적 비전과 정책을 같이 하는 집단이 아니라 오로지 당선을 위한 붕당이 되었다. 정책은 모르겠고 일단 당선이 되어야 정부기관이 가지는 큼지막한 권력과 예산, 그리고 그 기관에 부수된 많은 공직을 떡고물처럼 갈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보인다. 그러니 정당정치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고 눈앞의 선거만 있다. 과거에는 표를 얻기 위해 지역을 볼모로 하더니 요즘은 이념을 볼모로 하고 있다. 이념 대결의 악순환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정치판에 대한민국을 위한 장기적 국가정책은 찾을 수 없고 선거공학적 표퓰리즘 정책만 가득한데도, 정치신인들부터 정책보다는 자신의 당선 가능성만 따지고 있는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높아서, 고향이나 출신학교가 같아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국가발전의 이상과 정책이 같아서 모이는 것이 정당이어야 한다. 서로 다른 비전과 정책을 가지고 토론하고 경쟁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정치신인의 정당 선택도 마찬가지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정당정치가 정상화되고, 우리 아이들의 대한민국이 살아남을 수 있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이어마크를 거부하라

“이어마크를 거부하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선언한 내용이다. ‘이어마크(earmark)’란 선심성 지역구 예산 확보를 말한다. 사전적으로 가축의 소유자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의 귀에 달아 높은 귀표, 자금 또는 물건 등을 배당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두 가지 의미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지역구 예산을 배당받아 놓고 자기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신이 예산을 따냈다고 표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전체를 위해 존재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은 제쳐두고, 내 지역구 챙기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는 국회에 던지는 일침이다. 한 언론의 국회의원 의정보고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4분의 3인 158명의 국회의원이 예산을 언급했고, 확보한 예산을 합한 금액은 107조 5천109억 원으로 행정안전부와 복지부 예산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불가능한 것으로써 의정보고서 내용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는 셈이다.더 큰 문제는 정부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자기 지역구의 선심성 예산을 무리하게 포함시키기 위한 쪽지예산이 난무하면서 SOC 지역개발예산이 정부 원안보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비를 따오면 재선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국비를 확보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개발관련 국책사업을 앞다투어 주장하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의 의정보고서 내용 대부분은 거액의 지역예산을 따냈다는 자찬일색이다. 예산 확보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명확하게 표기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지역사회의 헌신에 숟가락만 얹어놓고 칭찬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다. 치적에 대한 거짓과 과장이 난무하는 행태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유권자에 대한 가시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돈’으로 치적을 홍보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드는 것 또한 유권자를 얕보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어마크는 국가 예산의 건전성을 해친다. 사업계획도 부실하고 사업타당성도 없는 시설 하나를 끼워넣는 쪽지예산 때문에 예산낭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성보다 특정 개인 또는 집단에 특혜와 이익을 주거나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선심성 공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예산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의식에서 ‘곶감 빼먹듯’ 하면 정작 필요한 곳에 예산이 집행되지 않아 재정의 균형과 합리성이 떨어지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이어마크로 인해 국회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닌 갈등을 조장하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할 때마다 갈등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민주주의 선진국은 지역구만을 위한 선심성 예산을 확보하는 행위를 매우 부끄럽게 여긴다. 국책사업의 경우도 공공토론을 통해 사업의 적절성, 타당성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요한 국가사업을 결정하는데 있어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기 위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토론 절차를 법제화한 ‘공공토론위원회(CNDP)’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갈등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의 노력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어마크 행위는 국회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예산이 쓰일 수 있게 정치인들은 노력해야 한다. 이익 간 경쟁과 거래를 넘어 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공기로서의 언론의 역할과 현명한 시민의 힘 또한 중요하다. 더 이상 이어마크가 일 잘하는 정치인의 평가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도박

오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북미 정상회담을 외신들은 트럼프, 김정은 두 지도자의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휴전 이후 미국과 북한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만난다. 핵 보유를 헌법에 명시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를 이야기했다. 역사성과 사변성이 내포된 금번 회담은 그 전망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는 평창올림픽을 남북한 화해무드와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로 삼겠다는 소위 평창구상에 근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과 정책결정에서 시스템과 합리적 절차를 따르는 리더십보다는 지도자 자신들의 직관에 의존하는 트럼프와 김정은 두 지도자의 리더십 스타일의 합작품이다. 그렇다면 세계인들의 예상을 뒤엎고 기적의 당선쇼를 보여준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에 어떤 전기를 마련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와 정착의 시대를 여는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관련해서 비관론자들은 북한의 유화 제스처가 국제사회의 제재전선을 이완시키고, 미국의 선제타격의 우려를 피하려는 위장평화공세이기 때문에 북한의 시간끌기 전략에 말려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목적은 첫째, 남한에 열세인 재래식 무력의 공백을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로 만회하고 군사력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국제사회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그것을 기반으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미군 철수와 체제목표인 남조선 혁명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며 셋째,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핵 강국임을 과시하여 내부적으로 체제결속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금년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북한의 불변의 정책노선으로 천명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나온 저의와 관련해서 위장평화공세로 보는 것은 당연히 합리적인 의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주변의 의심처럼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하는 북미회담이 성공할 여지는 전혀 없는가.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김정은 정권의 속성과 권력 장악력의 현황, 그리고 통치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은 우선, 북한체제는 김정은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유사 왕조체제라는 점이다. 북한은 동양사회의 왕권적 정서를 기반으로 김씨 왕조의 우상화 작업을 통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3대 세습체제를 구축했으며, 김정은은 왕처럼 군림한다. 다음으로 김정은은 장성택으로 대표되는 정권의 견제세력을 제거하고 별을 붙였다 뗐다 하는 군 장성들 길들이기 등을 통해 절대 권력을 행사한다. 북한이야말로 김정은 1인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으로 장마당 경제로 맛본 개방경제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이미 핸드폰이 400여만 대가 보급되어 있고 장마당을 통해서 중국식 개방을 위한 실험이 그 대세로 자리잡아 큰 흐름을 막을 길도 없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적인 정상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왕같은 존재인 김정은의 결심에 따라 북핵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의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내부 매체들은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비핵화 협상 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전략적 일환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정부를 위시한 세계각국은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끝까지 북한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대목임을 명심해야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장

[아침을 열면서] 찰나의 희비, 0.01초로 바뀌는 메달의 색깔

▲ 김도균 스포츠의 감동은 여러 순간에 만들어진다. 감동 자체가 올림픽인 이유는 선수들의 기록을 위한 노력과 투혼이 결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올림픽 현장에 있으면서 감동의 순간을 맛보면서 승부가 주는 짜릿함과 기쁨, 그리고 패배 뒤에 오는 패자의 아쉬움과 승자의 배려도 보았다.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는 모든 순간 찰나에 이루어짐을 볼 수 있었다. 찰나는 불교 용어로 75분의 1, 0.013초에 해당하는 시간의 최소 단위로, 모든 것이 1 찰나마다 생겼다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생긴다고 한다. 계측 기술의 발달에 의하여 세밀한 계측이 이루어짐으로써 찰나의 승부에 대한 메달의 색깔이 바로 올림픽이다. 피니쉬 라인에서 초당 1만 장의 사진을 찍어 내어 순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록 계측 파트너인 오메가의 계측 기술은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였다. 스포츠에서 체력, 기술, 정신력의 싸움은 바로 시간의 싸움으로, 워낙 치열하다. 올림픽 기간 실제 경기 상황에서 기록이 똑같아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루지를 비롯해 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장면이 흔치 않으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달리 많았다. 차민규는 남자 스케이트 500m에서 34.42초로 1위인 호바르 로렌첸(노르웨이) 34.41초에 0.01초가 뒤져 메달의 색깔이 바뀌었다. 그 순간 “키가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는 말 한마디가 그가 말할 수 있는 안타까움의 최대 표현이다. 이동거리, 가속도 등을 배제하고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본다면 0.01초 차의 길이는 키가 1㎝만 더 크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거리이다. 또한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스노보드와 알파인스키에 동시 출전해 금메달을 딴 체코의 에스터 레데츠카는 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에서 1분 21초 11로 안나 파이트(오스트리아·1분 21초 12)를 단 0.01초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였다. 2위를 차지한 안나 파이트는 경기 후에 결과 보드를 한참이나 보면서 멍한 표정을 유지해 관중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는 0.01초가 같아서 공동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찰나는 기회의 순간인 동시에 놓침의 안타까움이 발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천금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기에 찰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찰나를 위한 기다림과 승부를 향한 노력은 올림픽에 참가한 모든 올림피언들의 공통점이다. 인생은 찰나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도 기록도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스위스의 조각가·화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조각이든 그림이든 예술표현의 유전자인 몰입과 즉흥성을 발휘하여 자신을 황홀하게 만드는 순간인 찰나를 조각이나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즉 대상을 관찰하면서 그 대상이 전달하는 그 순간의 감각을 상징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는 위대한 예술인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표현하고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가. 역사는 찰나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무엇을 기록하고 남기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스마트폰 기능 중의 하나가 카메라이고 이것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각종 SNS를 통해 남기는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 선수에게 0.01초나 일반 사람들에게 0.01초가 그 무게감의 차이는 있지만 소중함의 차이는 크지 않다. 찰나가 모여 순간을 만들고 순간이 모여 인생을 만들고 인생이 모여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작은 시간이 소중한 시간의 시작임을 배운다.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지방선거 100일, 핵심정책의 지속여부를 묻자

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역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226명의 현역 시ㆍ군ㆍ구청장 중에 약 70여 명이 용퇴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정치 신인들이 대거 선거판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경기지역인 경우 성남ㆍ고양ㆍ광명은 경기지사 출마, 광주ㆍ남양주ㆍ동두천ㆍ시흥ㆍ양평ㆍ이천 등은 3선 연임 제한, 부천시는 불출마 선언, 파주시는 피선거권 박탈 등을 이유로 현 단체장의 불출마가 이뤄지는 등 도내 31개 시ㆍ군 가운데 11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문제는 지역을 위한 중장기적인 정책들 대부분이 지속가능성을 잃고 순장(殉葬)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으며, 대체로 ‘공은 없고 과만 존재한다’는 정략적 공격과 흠집 내기, 근거 없는 비난이 거세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좋은 정책들이 사장이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지역의 핵심정책의 지속 여부를 미리 판단하여 후보자들에게 그 수용 여부를 묻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유권자 중심의 선거를 치를 수 있게 언론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필요하다. 외국의 선거를 잠시 살펴보자면, 영국과 미국의 언론들은 출마자들에게 전임자의 정책공약 수용 여부를 묻는 것으로 정책검증을 시작한다. 선거에서 정책검증이란 유권자들에게 정책의 새로운 정책의 실효성과 함께 기존 정책의 지속가능성 등 예측가능성을 높여주는 작업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새 정책에 대한 선호가 높고 기존 정책을 승계하거나 수정ㆍ보완ㆍ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은 재탕, 삼탕으로 폄훼하기 일쑤다. 이처럼 공약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보다는 새로운 정책들만을 선호하다 보니 출마자조차도 지역 발전을 위한 장기정책의 수용이나 승계보다는 구체성과 실효성이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정책을 우선하게 된다. 지역의 새로운 정책들이 선거 때 경쟁적으로 발표되고 그에 따른 검증이나 공론화 과정 없이 재정을 마구 쏟아붓는다면 성숙한 지방자치로 발전하기 어렵다. 참고로 지방선거에서 제시되는 시ㆍ도지사 및 시ㆍ군ㆍ구청장 후보들의 선거공약은 총 5만 개에 이른다. 현역 시ㆍ도지사 및 시ㆍ군ㆍ구청장의 공약은 약 1만 6천여 개에 달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7조 9천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며, 지방행정에 막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민사회에서는 지역 시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공론장 마련이 요청된다. 이에 부응하여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현역 시장ㆍ군수 불출마 지역을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 시민토론회, 시민정책선호도 조사를 통해 지속가능성이 필요한 핵심공약과 핵심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후보자들에게 수용 여부를 묻고 그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제공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후보자들에게 기존 정책의 수용에 따른 명분을 주고, 선거에서 설익은 정책공약이 제시되는 확률을 낮춰보자는 취지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 했다. 근시안적 단기성과 중심의 정책은 중장기적인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의 장단점을 잘 따져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은 정책선거의 출발이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최소한 현역 단체장의 용퇴가 결정된 지역만이라도 모든 후보자들에게 핵심정책의 지속 여부를 묻고, 그 결과를 지역유권자들에게 전달하여 현명한 선택을 돕는 선거로 치러보자.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남북정상회담의 착시현상

정치학자 코헨은 정치적 인간은 상징적 동물이라고 했다. 정치적 현실과 상징적 행위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의존성을 고려하면 이 말은 적실성이 크다.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인물과 이미지는 우리에게 모호하고 복잡한 정치적 현실의 이해를 용이하게 해준다. 평창올림픽은 평화공세를 위한 미소외교의 특사, 북한의 김여정과 함께 개막하여 북한의 인권압박용 특사로 불리는 트럼프 장녀 이방카와 함께 폐막한다. 북한의 김여정과 미국의 이방카는 복잡 미묘하게 얽힌 한반도의 현실을 은유해 주고 있다. 특히 김정은 특사 김여정이 들고 온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북한은 우리 측에서 적극적으로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펜스 부통령과 김영남과 김여정의 회담을 약속했다가 회담 두 시간 전에 전격 취소했다. 비정상 국가 북한의 체제적 생래와 북핵에 대한 태도가 어떤 것인지 상징적으로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 카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성과가 담보되지 않으면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정부에게는 장미속의 가시와 같다. 지난번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고위급회담 대표였던 리선권은 ‘북한의 핵무기는 철저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며 미국과의 문제이지 한국과는 관계없는 사항이다’라고 천명했다. 이는 핵무력 완성의 시간을 벌고 한미공조를 위시한 국제제재의 틀을 흔들어 보려는 북한의 평화공세로 조성된 남북평화무드가 우리의 순간적인 착시현상일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특사단 파견시 북한의 비핵화 입장을 받아내지 않고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미 통상 마찰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견지하는 일련의 태도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대응도 마음에 걸린다. 우리 정부는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소위 투트랙 전략을 사용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대북유화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에 통상 마찰에 따른 앙금이 더해지면서 한미 안보공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칫 우리 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면 그 후폭풍은 엄청날 수가 있다.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정상통화 등에서 미일의 트럼프 아베의 밀월관계와는 대조적으로 양국 간의 안보소통이 원활한 모습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의 전제로 북미대화를 들고 있는데 북한이 통남봉미(通南封美) 카드를 꺼내들고 있고 미국은 오히려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북한은 체제 수호신인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평화협상을 하고 남북한 재래식 무력불균형을 해결하며 남조선혁명의 완수수단으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그 핵무기로 인해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동참한 국제제재에 직면하여 체제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지금 우리 정부가 경계해야 되는 것은 감상적인 민족주의다. 북한의 핵무기는 모두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을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남북화해 무드에서 핵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틈새를 파고들어 북한은 미국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며 통남봉미·카드를 꺼내들어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 이처럼 핵에 대한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변화가 없는 한 남북 화해무드는 조만간 세차게 몰아칠 북핵 위기의 태풍의 눈 속에 고요와 같은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유영옥 국민대 교수·국가보훈학회장

[아침을 열면서] 적폐청산의 2가지 문제

2년짜리 전셋집을 얻어가도 수리를 하는 게 보통이다. 벽지도 바르고 전등도 갈고 묵은 때도 닦아낸다. 전세가 아닌 정권이야 더 말해 무엇 할까? 적폐를 청산하는 건 당연하다. 알게 모르게 쌓인 부정부패도 척결하고 공무원들이 정신 바짝 차릴 수 있도록 조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9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아마 5년 내내 지속될 것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적어도 두 가지 과오가 있다. 우선, 시스템 개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앞서는 게 문제다.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몇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부정한 행위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적폐청산의 목표가 대한민국을 바꾸어 더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면, 사람에 대한 처벌보다 제도 개선, 시스템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말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해서 형편없는 지지율로 마감했지만, 집권 초기 단행한 몇몇 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실명제다. 당시에는 가ㆍ차명계좌 한두 개 안 가진 사람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인 확인 없이 나무도장 하나만 가져가면 통장을 만들고 돈을 넣어둘 수 있었던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투명해졌다. 금융정보분석원이 만들어지고 자금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도 금융실명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로, 지금 방식의 적폐청산은 공무원 복지부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그 정책을 결정한 정치인과 최고위 공무원은 형사적 처벌이나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과정에는 관여하지 못한 채 집행과정에만 충실했던 직업공무원까지 처벌하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는가? 최근 공무원 수난사라 할 정도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신망받던 1급에서 강임당한 것이 ‘급성 호흡정지’로 사망한 원인일 거라고 추정되는 전 문화체육부 체육정책실장이 있었다. 또 한일 위안부 협상을 담당했던 외교부 동북아국장 2명도 있다. 협상을 시작했던 국장은 대사 부임 후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급거 귀임해야 했고, 협상을 마무리했던 국장은 다른 석연찮은 이유가 구실이 되어 중징계를 받았다. 물론 공무원들이 완벽한 집행을 하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정책결정을 어떻게든 이루어내려고 했던 분들에 대한 처벌로는 지나치다.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직업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을 넘어 복지안동(伏地眼動: 땅에 엎드려 눈만 깜빡거림)의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국가적 아젠다를 돌파해야 하는 부서보다는 일이 없는 부서나 해외파견, 교육훈련만 전전하다가 때 되면 승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아도 대통령직은 5년짜리 전세다. 특히 단임제 대통령은 첫해에 미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2~3년차에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4년차부터는 레임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벌써 9개월의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20~30년이 지나면 누구도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지향을 현 정부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추진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IT강국을 만들었듯,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대통령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와 대화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평창동계올림픽 호접몽(胡蝶夢)

점심을 먹고 연구소가 있는 국회 건너편 거리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때 마침 각 정당에서 내건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다음 주에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일체의 정쟁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는 문구였다. 지난해 11월 유엔총회에서 통과되었던 ‘스포츠와 올림픽 이상을 통해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이라는 제목으로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었던 것이다. 결의안 채택은 사회의 각계각층 원로들이 나서서 정파의 이익을 위한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뒤 얼마 안 돼서 이루어졌다. 원로들의 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는 것은 또 다른 기적이다.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에 이어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4대 국제 스포츠 대회를 모두 개최한 국가가 되기 때문이다.더 나아가 분단국가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은 전 세계의 평화와 더 나은 세상을 앞당길 것이다. 우리 국민은 이러한 기적을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 또한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회와 다짐을 정파적 이해에 따른 적대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까지 이야기는 모두 꿈이었다. 잠 속에 존재했던 꿈인지, 깨어있는 상태에서 꾼 꿈인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짧은 순간 동안 벅찬 꿈이었고, 나의 무의식적 소망이 과감한 상상력을 시도하게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분리되어 허망하게 흩어져버렸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사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가 순조로웠다면 김연아 신드롬을 일으켰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2010년 평창올림픽’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는 평창이 1위를 했지만, 2차 투표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3표차의 역전을 허용하며 동계 올림픽 평창 유지에 실패했다. 그리고 평창이 밴쿠버에게 역전을 허용했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었던 것은 일부 IOC 위원들이 제기했던 “평양(Pyeongyang)인지 평창(Pyeongchang)인지 구별이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2014 동계올림픽이 러시아 소치에게 넘어갔던 이유 중에 하나도 러시아가 지정학적 대북리스크를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극복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신냉전체제를 해소하며 전 국민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중대한 함의를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2011년 7월6일,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호명했을 때 기쁨의 환호도 있었지만 회환의 눈물도 많았다. 2018 평창은 처음 도전을 시작한 2000년 이후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일궈 낸 끈질긴 도전의 결실이었다. 국민통합의 상징과 같은 사건이기에 더반(Durban)의 기적이라 부르지 않았던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도전이 시작됐고, 2번의 실패 끝에 이명박 정부에서 열매를 맺었다.박근혜 정부의 올림픽 준비과정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오랫동안 노력해온 결실을 거둘 날을 앞두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스포츠 이상의 꿈과 희망이 담겨있다. 정치권은 대회 기간 중에 일체의 정쟁행위를 중단하고 평화롭고 더 나은 세상 건설을 위해 솔선수범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 오현순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킹핀이 빠진 권력기관 개편

무슨 일이든 성공하려면 문제의 핵심을 건드려야 한다. 공무원이든 기업가든 일을 해 본 사람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얘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볼링에 비유해서 얘기하곤 한다. 5번핀, 즉 ‘킹핀’을 때려야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다는 것이다.지난 14일 청와대 민정수석이 권력기관 개편안을 발표했다.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검찰의 수사권 대부분과 국정원의 대공수사기능을 경찰로 넘기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개편안은 그러나 전혀 킹핀을 건드리지 못했다. 프로볼러와는 멀어도 한참 먼 아마추어의 투구를 한 셈이다. 발표자 문제부터 짚어야 할 것 같다. 청와대 발표에는 주요 정부기관 기능조정과 조직개편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 장관이 발표하고,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이 함께 나와서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맞다.검찰과 국정원 반발이 예상되는데 완전히 합의에 이른 것인지 국민이 궁금해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 정부 기능조정과 조직개편이 민정수석비서관 소관 업무가 되었나? 청와대가 만기친람으로 운영하니 국민이 수석은 알아도 장관이 누구인지 잘 모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수석이라는 두 글자가 붙었다 뿐이지 결국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다. 모름지기 비서는 얼굴이 없어야 한다. 비서가 나서는 조직 치고 잘 되는 조직을 보지 못했다. 검찰에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다는 건 온 국민이 다 안다. 적폐청산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적폐인지 정확히 판별하는 것이 우선이다. 검찰적폐의 핵심은 뭘까? 정치권력, 즉 청와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거다. 집권세력이 싫어하는 사람은 별건수사라도 해서 처벌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불기소처분을 받는다는 의혹이 세간에 널리 퍼져 있다. 이런 적폐가 가능했던 이유는 청와대가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의 뜻을 거스르는 수사를 하는 순간 다음 인사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검사들에게 인사권은 생명줄이다. 이 고리를 끊어내지 않으면 적폐청산도 없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과 검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를 별도로 감시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공수처가 신설되더라도 청와대로부터의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현재 검찰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이번 개편에서 최대의 수혜를 받은 조직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한, 수사권이 커진 경찰도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청와대는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비대해진 경찰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수사권 없이 단순히 치안과 교통만 담당하는 자치경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킹핀이 청와대로부터의 인사권 독립이라면, 개혁방안도 그에 걸맞아야 한다. 프랑스와 이태리처럼 사법권 독립 보장을 위한 헌법기구로 최고사법평의회를 도입해 검사의 인사를 관장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찰위원회도 명실상부한 독립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몸에 맞지 않는 외국제도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우리는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기구를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가 그것이다. 금리 인상에 관한 독립적 결정권을 가진 금통위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경제부총리도 함부로 관여하지 못하는 좋은 전통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는 임기 내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청산을 하더라도 부디 킹핀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스트라이크를 칠 수 있으니까.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안철수의 새 정치를 다시 묻는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힘 있게 추진하고 있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통합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당내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더해 바른정당 남경필 경기지사는 통합 불참을 선언하였고, 손학규 고문마저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안 대표가 정치적 최대 위기상황에 빠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안 대표의 최대 위기상황은 어디에서부터 왔을까. 안 대표는 현실정치에 뛰어들면서 ‘새 정치’와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새 정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새 정치는 새로운 가치와 비전, 정책대안들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는 과거에 기자들 사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창조경제와 북한 김정은의 속마음 등과 함께 여의도 3대 미스터리로 불려왔다.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정권교체 또한 이미 지난 대선 때 완성되었다. 이처럼 안 대표의 위기는 현실정치에 뛰어들며 던졌던 명분의 위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른바 ‘안철수의 새 정치’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정치인이 주장하는 명분을 국민들이 ‘관심법(觀心法)’까지 써가며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어처구니없지만,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내를 가지고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는 오랫동안 정치구태, 정치지체에 대한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열망은 분명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문제는 안 대표의 새 정치와 국민이 원했던 새 정치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안 대표는 다당제가 안철수의 새 정치라 말하고 있다. 다당제가 다양한 이익을 대변하고 건강한 정치문화를 이끌어가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다당제가 만능은 아니다. 다당제를 넘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비전과 실행력을 보여줘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민주적 정당운영과 정책정당 구현, 생활정치로의 전환 등이 정치권과 시민사회, 언론 등이 확인했던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개혁이었고,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기 위한 열쇠이다. 또한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시장의 자본과는 새 정치는 분명 달라야 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안 대표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순혈주의 정치를 주창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으로써의 새 정치를 듣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연정과 선거연합은 매우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지만 정당간의 통합 시도는 거의 없다. 백 년 정당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의 정당 강령은 거의 책 한 권에 분량에 이를 정도로 세밀하고 자세하다. 자신의 정당들이 무엇을 이루려 하는 것인지에 대한 실체를 당 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국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인지 안철수의 새 정치를 다시 묻는다. 정치인의 위기탈출 해법은 대국민 신뢰회복에 있다. 매번 선거를 코앞에 두고 간판을 내렸다 올리고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정치권의 현란한 개인기가 유사 새 정치로 둔갑하지는 못 한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의 결합이라 주장했지만 국민의당 창당을 두고 새 정치를 위한 창당이었고, 그 결과 새 정치가 구현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애정이 없으면 관심도 없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북한의 평창 나들이가 올림픽 평화 정신으로!

올림픽 성화의 불길이 전국을 돌아 곧 평창에 도착한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이라는 성화 봉송의 정신을 살리는데 있어서 북한 참여 여부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북한의 핵 위협으로 인해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흥행에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올림픽 참가 언급과 장웅 IOC 위원의 로잔 방문으로 전 세계를 밝히는 진정한 불꽃이 타오르게 되었다. 그동안 북한은 한국에서 개최된 국제 스포츠행사에 총 3차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18개 종목에 선수 및 관계자 응원단 포함 총 703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선수 및 관계자 포함 225명),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14개 종목 273명) 참석하였다. 미국 주간지 피플은 ‘평창에서 서울까지 100마일 이상이고, 북한 국경까지는 50마일로 서울보다 북한이 훨씬 더 가깝다’고 하였다. 한민족이 1시간도 안 걸리는 곳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프고 아이러니한 일 사실인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여는 첫째, 세계인이 염려하는 한반도 긴장의 안보와 안전문제를 불식시켜 평화 올림픽을 만들어 내고, 둘째, 이슈를 만들어내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으며, 셋째, 소치 올림픽보다 10개국이나 많은 98개 국가가 참여하는 최대 올림픽, 넷째, 서울올림픽에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북한 참여의 유산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다섯째, 올림픽 붐 조성과 더불어 국내외 관광객 증가로 인한 경제적 효과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참여는 위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 냄으로 다음 두 가지 전략을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하나는, One Source Multi Use(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영화, 게임, 음악, 상품,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여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 전략으로 올림픽 이후 효과까지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꽉 막힌 남북 관계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여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 문화 교류 등이 재개되어야 한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은 2.7g에 불과한 탁구공은 ‘핑퐁 외교’를 국가 간 수교의 계기를 만들어 냈으며, 동·서독은 스포츠 교류를 통해 통일의 기초를 만들어 냈다. 스포츠의 경쟁과 승리라는 키워드와는 달리 스포츠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정치-외교-문화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도구가 되어 왔음을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스포츠 경기에서 너와 내가 함께 승리하는 win-win을 넘어서는 win-win-win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한다. 마지막 win은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 유지’라는 올림픽 정신이 승리해야 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평창이 북한 손님을 맞이하려면 많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과정보다 결정이 중요한 시기이다. 아직까지도 확실하게 결정 난 것은 없지만 북한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명분의 포용과 참여의 실익을 줄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되어야 한다. 1991년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 ‘코리아 팀’으로 출전한 현정화와 이분희는 금메달을 차지하여 시상식에서 한반도기가 올라가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27년이 지난 2018년, 평창에서 다시금 평화의 아리랑이 울려 퍼질 수 있을까? 얼음왕국 북한의 동계 올림픽 참여라는 작은 불꽃이 평창에서 피어올라 전 세계에 평화 비추는 거대한 횃불이 되었으면 한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지방자치 하자면서요?

오죽 답답하면 그랬을까? 이해는 간다.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낸 염태영 수원시장 말이다. 청원 대상은 자신의 임기 두 번이 지나가도 해결되지 않는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를 둘러싼 용인시와의 경계조정 문제다. 청명센트레빌 아파트는 수원이 아닌 용인에 있다. 아파트가 용인시 영덕동, 수원시 원천동과 영통동에 걸친 ‘U자형’ 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생활권은 수원시지만 행정구역은 용인시다. 가장 큰 쟁점은 초등학생들의 통학문제다. 청명센트레빌과 주변 빌라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246m 거리에 있는 수원 황곡초등학교를 두고, 왕복 8차선 도로를 건너 1.19㎞ 떨어진 용인 흥덕초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2012년 입주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그동안 수원시장과 용인시장이 토지를 맞바꾸는 ‘빅딜’을 추진했지만, 매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불발로 끝났다. 결국,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염태영 시장은 지난해 11월20일 불합리한 행정경계를 조정해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렸고, 청와대가 답변해 주기로 한 1달 내 20만 명 동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마무리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15년에 수원시와 용인시가 거의 합의에 이르렀던 적이 있었다. 경기도의 중재하에 부시장들 간에 협의안이 만들어졌었다. 그러나 결정권을 가진 시장과 시의회 등 선출직 공무원으로 넘어가면서 협의안이 무산되고 말았다. 경기도의 중재안에 대해 수원시는 동의했지만 용인시가 거부했던 것이다. 지난해 협의 과정에서도 수원시는 그간 도의 중재와 양 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개선안을 용인시가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용인시는 세수확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마찬가지로 수원시도 용인시가 제안한 협의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저간의 복잡한 역사를 생각하면, 수원시장이 자치단체장이면서도 일반국민을 위해 열어놓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한 행동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의 중재안을 거부한 용인시장과 시의회가 야속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염 시장이 그동안 지방자치, 지방분권을 앞장서서 외치며 더 많은 권한을 지방으로 내려달라고 주장한 중심인물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집권 여당의 전국 기초단체장 협의회장이자 전국자치분권 민주지도자회의 지방분권개헌 특위위원장 아니던가? 더 큰 지방자치, 더 많은 지방분권을 외치면서 막상 자치단체 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청와대라고 하는 중앙집권 권력에 기대는 것은 모순이다. 물론 경기도의 중재안에 동의해 주지 않은 용인시에 원초적 잘못이 있지만, 자치단체의 체면이나 세수 감소보다 시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면 용인시가 깜짝 놀랄만한 통 큰 제안을 하든지,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용인시 제안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참모습 아니었을까? 수원시가 경기도의 수부도시로서 앞으로 더 큰 자치를 수행할 역량과 어른스러움이 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지방자치를 확대하면 할수록 자치단체 간에는 더 많은 분쟁이 있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다시 청와대와 같은 중앙권력에 기댄다면 그게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있을까? 지방분권을 확대하자면서 안되면 중앙권력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없다. 서로 상대방이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함으로써 자치단체가 중앙의 개입 없이도 상생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 주여야 한다. 수원시장과 용인시장의 통 큰 자치역량을 보고 싶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울면 어때, 울어도 돼

울면 어때, 울면 어때/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도/선물을 다 주신대. 3인조 여성 보컬 그룹 바버렛츠가 부른 ‘울면 어때(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노랫말 중 일부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롤 ‘울면 안 돼(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의 가사를 패러디 한 곡이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내 귀를 의심했다. 울면 어때? 울어도 돼? 우는 아이에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이 노래에선 울어도 선물을 다 주신다고 한다.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선물을 골고루 나눠 주신다니, 그러고 보니 진정한 예수의 사랑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한편, 우리는 왜 울면 안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 못했을까. 바버렛츠의 ‘울면 어때’는 그런 점에서 사회의 현실을 중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곡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연말연시 대학가와 고시촌의 쪽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집안에 틀어박혀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청년들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성탄절이라고 해서 별반 다를 것은 없다. 0.5평 고시원에서 홀로 저녁을 먹을 것이고, 다음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이다. 냉정하게 보면 청년들에게 앞날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고용시장의 상황이 낙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쉽게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마저 가지고 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 조사 결과에서 전체 응답자의 83.9%가 스스로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으며, 업무 중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경험한 알바생도 84.2%나 됐다고 밝히고 있다. 어떤 이유로 청년들은 절망과 좌절을 겪으면서도 울며 소리치지 않을까. ‘울면 안 돼’에서 빅브라더(big brother) 산타할아버지는 누가 착한 앤지 나쁜 앤지, 그리고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모든 것을 알고 계신다고 했다. 힘들어도 무조건 웃어! 울면 나쁜 아이야! 얌전하길 바라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길 바라는 어른들의 욕망이 착한 아이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는 저서 우는 어른에서도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인간은 잘 우는 아이로 태어나지만, 울지 않는 아이가 되길 강요받고 어른스러운 아이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울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울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눈물을 참고 사는 이들이 많다. 우리 모두가 울지 않는 아이에서 울지 못하는 어른으로 성장했고, 우는 아이에게 다가가 왜 우는지 묻는 인간다움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 축일이다. 아기 예수는 세상 가장 낮은 곳, 말구유에서 나셨다. 가난한 자, 슬퍼하는 자들에게 찾아가 위로했고, 푸른 풀밭처럼 편히 쉴 수 있는 품을 내 주었다. 그래서 오늘, 심각한 취업난과 경제난 등으로 좌절하고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진정한 성탄 인사말을 건네 보자. 아기 예수는 언제나 낮은 곳으로 향하셨다고, 착하지 않아도 된다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된다고. 그리고 위로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마음 놓고 울 수 있는 푸른 풀밭, 청년들이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는 방안들을 다 함께 고민해 보자.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이것이 ‘120점짜리 외교’라니

“나는 당신을 좋아하고 싶다.” 외교의 요체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고 한다. 나라 사이에 이런 마음이 통하면 외교는 성공하고, 나라 간 우호(友好)는 증진된다. 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이번의 한중 정상외교는 어떠한가.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린우호의 진심을 다 보였다고 생각한다.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화작품 ‘통(通)’을 선물로 준 것도 ‘좋아하고 싶다. 서로 통해서 잘해 보자’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한 시 주석과 중국 정부의 태도에선 같은 마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외교의 기본을 모를 정도로 무례했고 오만했다. 청와대가 아무리 부인해도 중국은 푸대접을 했고, 이는 세계 외교사에 비정상 사례로 남을 것이다. 청와대는 “형식보다 내용을 봐 달라”며 큰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 고위관계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이라고 했다. ‘망신 외교’니, ‘혼밥 외교’니 하는 비판을 의식해서 인지는 몰라도 청와대의 이런 자랑은 터무니없다. 형식이나 내용이 초라해서다. 정상외교는 의전으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형식이 좋아야 내용도 좋기 때문에 모든 나라가 의전이란 형식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이야기다. 정상외교의 꽃인 공동성명과 공동기자회견이 없었던 것은 양국 입장차이가 여전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탓이라고 치자. 그러나 중국이 공동언론발표문도 거부하고, 그들만의 발표문을 내면서 훈계조의 내용까지 포함한 것이나, ‘국빈만찬’을 진행하면서 정상들의 모두 발언을 생략하고 만찬 사진 한 장 공개하지 않은 점, ‘국빈’이 열 끼 중 여덟 끼를 ‘혼밥’해야 할 정도로 허술한 일정을 잡은 것 등은 예를 갖춘 의전으로 볼 수 없다. 문 대통령과의 오찬을 기피한 리커창 총리와 문 대통령 팔을 툭툭 친 왕이 외교부장의 행동은 청와대가 괜찮다고 해도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비표를 지닌 한국 취재기자들을 집단폭행한 중국 측 경호원들, 폭력 사태가 난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공식사과를 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태도는 중국이 신사의 나라가 아님을 보여준다. 외교의 형식이 이럴진대 어찌 홀대라는 말이 안 나오겠는가. 외교의 내용은 어떨까. 두 정상이 합의했다는 한반도 전쟁 불용(不容),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개선이란 4원칙은 공허한 것이다. 북한은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런 북한이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을 할 것 같은가. 중국은 북핵을 사실상 용인해 왔다. 때문에 그들이 강조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현실적으로 한국에만 해당한다. 이는 한국의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반입이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이 주장해 온 한반도 전쟁 불용 원칙은 북한의 핵 포기를 압박하는 군사옵션을 배제하는 것으로, 미국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다. 한국은 전술핵을 들여올 수 없고, 미국은 군사적 카드를 쓸 수 없다면 무슨 수로 북한의 도발을 막겠는가. 문 대통령은 북한에 최대의 압박이 될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요구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중국은 홀가분해졌고, 북한의 뱃속도 편해졌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자화자찬을 하고 있으니 허무맹랑하지 않은가. 이상일 가톨릭대 초빙교수ㆍ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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