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3척 동자들의 허세를 활용하라

사람들이 싫어하는 부류 중 하나가 바로 3척 동자들로 아는 척, 있는 척,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 SNS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이런 3척을 활용하여 자신의 존재감을 돋보이게 한다. 이런 사람들을 ‘허세 부리는 사람들’이라고도 하는데 이 허세를 정신적 사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살면서 우리는 3척을 통해 허세를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여러 면에서 경제나 사회가 어려워져 내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신만의 사치와 자기 칭찬으로 위로하고 싶어 하고, 둘째,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의 평가와 인정에 의존하는 시대에 더 좋은 모습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자존감 때문이며, 셋째,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생각하고(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 놀이하고(호모루덴스-놀이하는 사람), 이야기하고(호모나랜스-이야기하는 사람) 싶은 욕구로부터 3척이 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호모나랜스들이 많아졌다. 생각하는 호모 사피엔스와 달리 호모나랜스는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SNS를 통해 공유하는 ‘디지털 수다쟁이’들이다. 이들 호모나랜스들의 특징을 보면 △흥밋거리들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재구성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SNS에 올려 공유하고 △댓글이나 좋아요를 통해 자신만의 뒷이야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최근 기업들도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제품을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허세를 활용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생산한다. 예를 들어 나이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운동화’가 아니라 ‘이야기’라고 판단하고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SNS를 통한 커뮤니티 활동으로 만들어 낸다. 조깅 클럽을 만들어 주고, 지도자를 배치하고, 이벤트를 참여시키고,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함으로써 참여자들에게 허세를 부릴 수 있는 이야깃거리, 사진, 환경, 그리고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를 쓴 니시무라 아키라는 “일의 목표를 3배 이상 높게 잡는 등 일부러 허세를 부려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최근 평창 올림픽의 홍보가 부족하다고 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때로는 허세를 부려야 한다. 우리가 부려야 할 허세는 무엇일까? 첫째,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올림픽 개최 도시이고, 둘째, 가장 잘 준비된 올림픽 도시로 3개월 전에 모든 준비가 끝났고 테스트 이벤트를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고, 셋째, 가장 먼저 미래의 IT와 4차 산업을 스포츠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올림픽이며, 넷째, 일본과 중국이 성공하려면 평창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허세를 부릴 필요가 있다. 허세는 약도 되고 독도 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올림픽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창 올림픽 준비에 대한 허세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거꾸로 가는 정치개혁

[아침을 열면서] 내 꿈을 통제하려 들지 마세요

▲ 오현순 ‘우리에게 이런 교육은 필요 없어요. 우리 생각을 통제하려 하지 말아요. 학생들을 아프게 하는 빈정거림은 그만. 이봐요, 선생님. 아이들을 내버려둬요’ 영국 출신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1979년 11월 발표한 ‘Another Brick in the Wall(벽 안의 또 다른 벽돌)’의 가사 일부다. 미국 빌보드의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반전(反戰)을 다루었고 획일화된 교육의 문제점을 강렬히 비판했다는 이유로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는 우리나라 대표 금지곡, 금지영화였다. 우리의 유년, 청년 시절도 이 노래에 담겨 있는 문제의식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기성세대와 권력의 통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스스로의 결정의 힘을 키워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은 이러한 질문의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질문의 능력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3년차에 접어든 경기도교육청 ‘꿈의 학교’에 대한 평가를 해 보자. 우선, ‘꿈의 학교’ 사업마저도 청소년들의 꿈을 통제하고자 하는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진로 코칭이나 적성 찾아주기 프로그램으로 변질되고 있지는 않은지, 소영웅주의에 물들어 하버드대학에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김연아, 박지성 되기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엔터산업 흉내를 내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둘째, ‘꿈의 학교’ 사업은 무엇(what)을 어떻게(how) 할 것인가를 묻는 좋은 계획과는 달라야 한다. 꿈은 왜(why)라는 질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지 잘 하는 일을 할 것인지를 두고 조급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점검해 봐야 한다. 그 일을 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꿈의 학교’까지도 잘 만들어진 커리큘럼에 잘 따라주는 학생들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는 관료주의적 타성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삐딱하게 다르게 행동하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보다는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기성세대들의 마음에 흡족할 결과물과 꿈들을 기다리는 게 아닌지를 점검해야 한다. 넷째, 꿈에 대한 솔직한 질문이 필요하다. 꿈은 꼭 있어야 하는 것인지, 꿈이 없는 청소년들은 열패자인지, 청소년 진로는 기성세대의 코칭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인지, 꿈지기 멘토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솔직한 질문이 필요해 보인다. 스티브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말했다. 프리디리히 빌헬름 니체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을 존경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무분별한 차별화 전략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이 이야기의 본질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라는 것이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앞서 ‘왜’ 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은 사라진 것인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 인준 과정에서 야당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대법관 경력이나 법원 행정 경험이 없는 그가 파격적으로 발탁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코드인사’ 결과이고, 그런 그가 대법원장이 된다면 사법부는 독립성을 잃고 정치적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고 야당은 주장했다. 그가 특정성향 판사들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그 후신(後身)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이들 연구회 출신이 청와대ㆍ법무부 등에서 요직을 차지한 터라 야당의 걱정은 컸다. 인사청문회에서 코드 문제를 따진 야당이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은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김 대법원장 취임 50일이 지난 지금 사법부 모습은 어떤가. 야당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한 대로 가는 것 같다. 김 대법원장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판사들 성향을 분류하고, 특정성향 판사들의 신상자료를 별도로 관리하면서 인사에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임 대법원장 시절 ‘사실무근’이란 결론을 내린 진상조사위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고 하는 특정성향 판사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논란을 종결짓기 위해 재조사를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사법부가 안정을 되찾고,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거기에 있다면 딴죽을 걸 이유도 없다. 중요한 건 재조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이다. 그것이 흔들리면 또 다른 분란이 생길 터, 김 대법원장이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는 조사위원장에 민중기 서울고법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자신이 이끌었던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고, 재조사를 요구해 온 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에게 조사 지휘권을 준 것이다.민 판사가 임명한 6명의 조사위원 구성도 문제가 있다. 위원 5명이 ‘양승태 사법부’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고 재조사를 하자고 한 인권법연구회와 법관대표회의 멤버여서다. 이처럼 출발부터 편향성을 노출한 재조사위가 공정하고 공평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조사 대상자들의 협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된다면 새로운 논란과 갈등이 생겨 사법부가 내홍에 휩싸일 수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에서도 같은 코드의 판사들을 중용하고 있다. 그는 판사 3천명의 인사실무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 대법관 추천위원회의 일선 법관 몫 위원에 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들을 나란히 임명됐다. 이제 우리법연구회ㆍ인권법연구회ㆍ법관대표회의 구성원은 전두환ㆍ노태우 정권 시절 군을 장악했던 ‘하나회’ 조직을 연상시킬 정도로 득세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겠지만 그들의 특정성향과 그들을 요직에 앉히는 코드인사로 사법부는 골병이 들지도 모른다. 사법부가 조화와 균형을 잃고, 정치에 오염될 수 있어서다. 이상일 가톨릭대 초빙교수·前 국회의원

[아침을 열면서] 기술의 속도가 기쁨의 속도를 앞질러야

김도균 인간이 존재함은 기쁨과 행복을 얻기 위함이라고 한다. 4차 산업과 더불어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나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이 역시도 “기술의 속도가 기쁨의 속도를 앞질러야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보다는 가행비(가격대비 행복 만족)가 높아야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이다. 기술의 속도가 행복의 속도를 앞서기 위해 스포츠 분야에서는 파격적인 시도를 한다. 제품 개발 현장이나 스포츠 현장에서는 ‘더(~er)’를 통해 기쁨과 행복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더’는 Faster, Smarter, Smaller, Cheaper, Easier, Bigger 등이다. 올림픽의 표어처럼 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만들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려는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 적용되는 기술의 발달을 보면 첫째, Speed Up이다. 지난 7일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테니스 대회에서 워밍업 시간을 5분으로 제한하고, 한 포인트 종료 후 다음 서브까지 25초 시간제한을 두고, 서브가 네트에 맞고 들어가도 그대로 진행하였다. 또한 5세트 4게임제로 3-3일 경우는 타이 브레이크를 시행하였으며, 듀스시 노 애드 방식을 적용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하였다. 기술의 중심을 시간 단축이라는 핵심에 둔 것이다. 둘째, Smart Up이다. 호크아이(Hawk-Eye)가 전면에 나서자 판정이 더 정확해졌고 빨라졌다. 예를 들어 축구에서는 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호크아이 기술이 적용되어 공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볼이 골라인을 넘어가면 심판의 손목시계에 ‘골인’이라고 표시가 된다. 테니스 경기에서는 선심 대신에 호크아이가 판정을 하여 10명이던 심판의 숫자가 주심 1명으로 줄었다. 셋째, Smile Up이다. 태권도에서는 도복의 유니폼 종류와 색깔, 디자인을 바꾸어 보는 사람들의 재미를 더했으며, 테니스 대회에서 관중은 경기하는 동안에 움직일 수 없었지만 베이스 라인 뒷좌석을 제외하고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되게 규칙을 바꾸었다. 골프 중계에서는 퍼팅 그린 바닥을 음영으로 구분해줘 경로를 예측하게 만들어 보여 주기도 한다. 축구에서는 경기장에 30대 이상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하이라이트 장면을 360도로 돌려보는 ‘freeD’ 기술을 선보여 관중의 입장이 아니라 축구공의 입장에서 경기를 보여주는 방식을 도입하자 보는 사람들의 입을 더욱 크게 벌어졌다. 이처럼 기술혁신을 통해 행복과 기쁨의 속도를 넘으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벌어지고 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는 IT, ICT, Big Data, VR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들이 경기장에 구현이 되고 관중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기술의 속도가 행복의 속도를 앞서야만 팬들에게 행복과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Carpe Diem(카르페디엠-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라고 말했다. 미래보다 현재의 순간을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사는 사람은 불행하고, 미래에 사는 사람은 불안하며, 현재에 사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노자의 말씀처럼 현재에 충실해야 행복한 삶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의 삶에 적용되어야 하는 기술들은 무엇일까?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내려놓기의 미학

세상 사람들은 다 안다. 돈이든 생각이든 권력이든 무엇 하나 내려놓기가 힘들다는 걸. 세상 사람들은 또 안다. 그중에서도 정치권력이 내려놓기 제일 어렵다는 걸. 미국 오하이오주에 신시내티라는 도시가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를 떠올릴지도 모르겠고,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신시내티 레즈라는 빨간 양말 신은 유서 깊은 프로야구팀을 기억해 낼지도 모르겠다. 신시내티는 킨키나투스라는 로마 장군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그 어렵다는 절대권력을 내려놓은 분이다. 기원전 458년 로마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겁에 질린 원로원 의원들이 킨키나투스에게 달려가 공화국을 맡아 달라고 애원했다. 평화시의 집정관보다 훨씬 큰 절대권력을 가진 독재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줬다. 킨키나투스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몸소 전쟁터에 뛰어들어 적들에 맞서 싸워 로마를 지켜냈다. 역사의 정점은 그다음. 놀랍게도 킨키나투스는 독재관 자리를 곧바로 내려놓고 농장일로 돌아간 것이다. 전쟁영웅에 대한 로마시민들의 뜨거운 성원도 뒷받침되고 있었기에 마음만 먹으면 수십 년 집권이 가능했는데도 말이다. 국가의 위기를 해결하고 즉시 절대권력을 내려놓은 킨키나투스는 자신의 야심보다는 로마 공화정의 정신을 우선하는 공인의식과 권력에 초연한 기상의 전형으로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 결과 후대에 그의 이름을 딴 도시가 여기저기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가 신시내티인 거다. 부천시 김만수 시장이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라 신선하다. 권력을 내려놓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기에, 그리고 재선의 현직시장으로 내년 선거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내려놓은 것이기에 더욱 신선하다.김 시장은 얘기한다. “시장을 해보니 부천시의 살 길은 끊임없는 혁신에 있음을 매 순간 절감합니다. 4년은 짧고 12년은 너무 긴 것 같습니다. 더하라고 하면 할 수도 있겠고 여러 구상도 있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멈추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이 법적으로는 세 번, 즉 12년을 할 수 있지만 8년이면 보여줄 수 있는 것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12년을 꽉꽉 채우다 레임덕과 측근 비리의 덫에 걸려, 성공한 시장과 군수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김만수 시장은 또 얘기한다. “자신감은 본의 아니게 자만으로 흐를 수도 있고 익숙함은 자칫 안일과 손잡을 수도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계속 헤쳐가기 위해서 저도 미래를 위한 재충전이 필요하고 부천시도 끊임없이 새로운 혁신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로마장군 킨키나투스를 가장 존경했던 사람이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다. 킨키나투스 소사이어티 회장을 역임했던 워싱턴 역시 두 번이나 권력을 내려놓는데, 한번은 영국과의 독립전쟁에 승리한 다음 왕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고 고향인 버지니아로 돌아간다. 두 번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다음에는, 3선 제한이라는 헌법조항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이것이 미국 대통령 3선제한이라는 전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전국 곳곳에 다시 출마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고심하는 단체장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안위, 권력, 또는 다른 할 일 없음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민주공화국의 발전과 시민의 안위를 판단기준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마의 킨키나투스, 미국의 조지 워싱턴, 그리고 부천시의 김만수처럼 말이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국민이 주도하는 상시개헌 체제 완성하자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면 개헌 논의가 공론화될 조짐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하여 3월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5월24일까지는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를 거치는 등의 개헌안 추진 로드맵을 제시했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국회가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끌어내는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아홉 차례의 개헌 가운데 일곱 차례는 발췌 개헌, 사사오입개헌, 3ㆍ15부정선거, 유신헌법 등 독재자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거나 연장하기 위해 시도했기 때문이다. 권력자들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번번이 희생당했던 뼈아픈 경험이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어떻게 하면 개헌에 대한 국민들의 트라우마가 치유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문 전문에 명확히 드러난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 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천이다” 그렇다. 헌법은 대국민 명령문이다.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은 국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헌 과정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수많은 시민들의 요구와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핵심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과제는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개헌 특위에서 높은 수준의 합의안을 만들어낼 수 있냐는 것이다. 21세기 들어서 과거와 다른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고,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회적 난제 해소와 기본권 확대를 위해 30년 묵은 헌법을 새롭게 고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헌법 개정 주요의제만 보더라도 총강 및 기본권, 정부형태, 지방분권, 정당선거, 재정 및 경제, 사법부, 헌법개정절차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60개가 쟁점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대한 해법은 시민들이 직접 다양한 의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인 ‘시민의회’를 국회에 설치하는 것이다. 시민의회는 민주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지역ㆍ연령ㆍ성ㆍ계층 등 인구비례에 의한 무작위 추출방식으로 시민대표를 구성하여 공공사안에 대해 심의하는 숙의민주주의 모델이다. 개헌 과정에서 시민의회는 개헌 의제에 대해 상시적으로 심의하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개헌안으로 지방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시민의회는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에서는 선거법 개정을,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에서는 개헌을 의제로 실시하였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매니페스토 공약이행 평가에 적용하여 숙의민주주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시민참여제도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개헌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강력하게 결부되어 있어 여야간 이견을 조정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합의안이 만들어지더라도 시간 제약을 이유로 시민들의 민의는 반영되지 않은 채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 임기 등의 의제에 한하여 합의안이 통과될 수 있다.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모르는 개헌 논의를 또 얼마나 넋 놓고 기다려야 할지도 알 수 없다. 국민이 주도하는 상시개헌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 시민의회의 상설화가 권력자들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번번이 희생당했던 잘못된 개헌의 역사를 바로잡아 줄 것이다. 국민이 헌법을 만들어 내는 진정한 힘의 원천이 되는 길이라 믿는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문 대통령, 국민단합 원한다면 외교안보팀 쇄신해야

▲ 이상일 요즘 국민의 최대 걱정거리는 “전쟁 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군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국민의 불안감은 결코 가시지 않고 있다. 이 땅에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고 당위다. 하지만 현실은 수상하다.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언제든 전개될 수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호기롭게 나왔지만 그의 ‘운전대론’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화를 하자며 손을 내민 문 대통령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시험과 6차 핵실험으로 도발의 강도를 높여 왔다. 북한은 한국에 전개되는 B-1B 전폭기 등 미국의 군사 전략자산에 대해서도 직접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엄포도 놓았다. 그런 북한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완전한 파괴’ 등의 ‘말 폭탄’을 터뜨렸을 뿐 아니라,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군사적 카드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북한의 적대 행위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계획을 이미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 정세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에선 “긴장이 고조될수록 극적인 반전이 이뤄져 대화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희망 섞인 예상이 적중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이 달라져야 하고, 그것도 위장이 아닌 진정한 변화여야 한다. 그러나 북한에 그런 기미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여권 인사들의 낙관론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미국이 군사적 카드를 꺼내고, 그것이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정부는 과연 충분한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청와대와 정부는 “그렇다”고 답할지 모르나 외교안보팀 내부의 잦은 엇박자와 혼선과 무능, 그리고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표출된 이상(異常) 기류를 지켜본 국민 중엔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야당에선 외교안보팀 전면 쇄신을 주장하는데, 전쟁 억지와 대비 능력을 키우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면 인물 교체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한미 동맹을 흔드는 언행으로 수차례 물의를 빚었던 대통령 특보, 안보의 어떤 경험도 없는 청와대 안보실장,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 외교부 장관 등은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한미 동맹과 외교안보 역량을 강화하는 인사조치는 북한의 오판을 막고, 전쟁 억지와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외교안보팀에 듬직한 변화를 준다면 국민의 믿음과 야당의 협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5부 요인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우리 내부만 제대로 결속되고 단합된다면 (안보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이런 희망을 갖고 있다면 선제적 조치를 통해 결속의 계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외교안보팀에 대한 국민과 야당의 우려를 해소하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단합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이상일 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아침을 열면서] 명사보다 동사 중심의 삶

오늘은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설악산 찻집 게시판에 적혀진 글을 보는 순간 내 시간이, 내 삶이 얼마나 귀중한가를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 삶은 왕복이 아닌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 편도의 삶이다. 삶은 지식과 정보를 배우는 곳이 아닌 경험과 관계를 배우는 곳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관계를 배울 것인가?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즉 ‘체험하다’라는 제품 판매도 체험이란 동사 중심의 단어로 바꾸어야만 소비자가 몰리고 지갑을 여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는 명사가 아닌 동사 중심의 시대라 명사처럼 변하지 않기보다는 동사처럼 시시각각 변하고 적응하고 만들어 가야만 선택받고 사랑받기 때문이다. 명사보다 동사 중심인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생각해보니 그것은 바로 ‘놀다(P-L-A-Y)’이다. 첫째는 Participation(참여)으로 주변이나 제품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이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감정을 경험하게 한다. 행복, 기쁨, 즐거움, 슬픔이나 불안같은 것들을 함께 경험함으로써 서로의 정서를 공유하고 공감하게 된다. 단순하게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적인 체험이 몇 십배 이상의 즐거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기법도 단순하게 보여주는 것,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기업과 제품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KT는 5G와 연계한 서비스와 VR을 활용한 실감 미디어를 준비하고 있다. 스티칭(stitching) 기술을 이용한 중계는 5~6대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하여 싱크뷰, 360도 라이브 VR, 옴니뷰 등 VR 기술을 접목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화질ㆍ고용량 영상 중계를 통해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게 한다고 한다. 둘째는 Leisure(여가) 활동 참여를 통한 즐거움이다. 미래는 여가의 시대로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진다. LA 다저스 야구 감독이었던 토미 라소다는 “야구선수에게는 세 가지의 유형이 있다. 뭔가 일을 내는 선수, 그것을 지켜보는 선수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선수가 그것이다” 라고 하였다, 또한 랄프 왈도 에머슨은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다”라고 하였다.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들이 누리는 자신의 시간을 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며 고도의 행복 방정식이다. 나는 어떤 유형인가? 셋째는 Adjust(조절)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놀이는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만들고 그리고 자신을 조절하게 만든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답을 찾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우리는 놀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가 있고 마음의 평온함을 얻기도 한다. 넷째는 Yes라는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명사보단 동사 중심의 삶이 바로 Yes 삶이다. 놀아야만 자신의 삶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있게 되고 놀면서 얻게 되는 충전, 에너지, 추억, 회복, 그리고 놀았던 이야기가 자신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갖게 만든다. Yes라는 긍정은 강한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 주변을 행복하게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세상과 자신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행복하게 연결하느냐 하는 문제는 ‘PLAY’를 우리 삶에 적용시켜 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명사적인 정적인 삶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동사적인 역동적인 삶을 통해 자신의 행복 경쟁력을 키워 남은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인 오늘을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갑질의 일상화

엄마들이 무릎을 꿇었다. “때리시면 맞겠다. 아이들 학교만 다닐 수 있게 해달라.”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읍소였다. “쇼 하지 마라.” 집값 떨어진다며 학교설립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고성과 함께 뱉어낸 말이었다.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예전에는 갑질이라 하면, 권력을 가져 완장을 찬 사람들의 나쁜 행태를 일컫는 말이었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 허가권을 가진 공무원, 인사권을 가진 기업주처럼 말이다. 그래서 국회의원들이 증인을 불러놓고 차분하게 질의를 하기는커녕 망신주기와 군기 잡기에 치중하는 행태를 갑질이라 했고, 법적 요건을 갖춰 내줘도 되는 허가를 질질 끌면서 밥이라도 한번 대접받고자 했던 공무원도 갑질이라 했으며,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나 운전기사에게 반복적으로 욕설을 한 대기업 회장의 경우처럼 인사권을 가졌다고 직원들을 마구 대한 기업주도 갑질 중의 갑질로 여겨왔다. 어쩌면 갑질은 인간 깊은 본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완장’만 차면 봉사하기보다는 군림하고 싶어하는 게 인간인 모양이다. 학창시절 ‘선도’ 두 글자가 새겨진 완장을 찬 간부들은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기합을 주곤 해서 교문 들어서기가 마치 지옥문 들어가기와 같았던 기억이 있다.6·25때 면장 하시던 외할아버지를 산으로 끌고 가 몸이 상할 정도로 때리고 괴롭혔던 자들도 ‘붉은 완장’을 찬 인민군 부역자들이었다. 윤홍길의 소설 ‘완장’에 등장하는 임종술도 그랬다. 동네 건달 종술이 갑부 최씨의 양어장을 관리하면서 왼팔에 찬 ‘노란색 완장’이 문제였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기합을 주고, 밤중에 몰래 물고기를 잡던 친구와 아들을 때리기도 한다. 완장이 주는 권력을 알게 된 종술은 읍내에 갈 때조차 완장을 차고 활보하면서 갑질을 한다. 언론과 양식 있는 시민들은 완장 찬 권력의 갑질에 분노했고 비판했고 저항했다. 정치인과 공무원을 눈 크게 뜨고 감시하고 각종 규정도 더 세밀하게 만들어서 재량을 줄여나갔다.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권력자들의 갑질이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욕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어느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자의 갑질이 일상화 내지 일반화되고 있다. 딱히 권력을 갖고 완장을 차지 않은 일반시민들 사이에도 심심찮게 갑질이 일어나고 있는 거다. 강서구 특수학교의 경우가 바로 시민들 사이 갑질의 일상화가 아닌가 싶다. 콜센터에 전화해서 아무 죄 없는 콜센터 직원에게 막말과 욕설을 퍼붓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백화점 여종업원을 무릎 꿇린 손님도 있었다. 마을에 조금 큰 공장이라도 들어가면 발전기금을 내라고 성화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약자에게 강요하는 부당함의 정도가 상식을 넘어섰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시민들 간 갑질의 폐해가 고스란히 다른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단순한 경제적 불이익을 넘어 인격 모독의 형태로까지 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갑질 빠개기’라는 시민단체 사이트까지 생겨났을까? 어른들 사이에서 일상화된 갑질은 아이들에게 전염되고 있다. 학교폭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 내부의 갑질과 아주 비슷하다. 어른들의 갑질을 보고 자라나는 아이들이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거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권력자의 갑질을 욕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배운 갑질이 사회 전체에 일상화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외부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된 대한민국이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사회 내부로부터 서서히 붕괴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 / 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지역개발공약에 대한 단상

▲ 오현순 증세(增稅) 없는 복지확대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많다. 그렇다면 거대한 개발공약은 거기서 자유로운가. 오히려 개발공약에 대한 실현가능성뿐만 아니라 재정파탄,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등 끊임없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역대 지방선거 공약 중에 가장 많은 재원이 필요했던 공약은 317조원 규모의 사업이었던 인천의 ‘에잇시티(8-city)’이다. 4대강에는 2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개발사업이라던 용산 국제업무지구개발계획은 31조 사업이다. 이는 대형개발공약 하나만 폐기해도 복지공약을 5년간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하는 공약이 복지공약인지, 개발공약인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에서 제시되는 개발공약 방식이 요즘 들어 민간방식에서 국책사업으로 변형됐다. 하지만 국책사업 방식도 실현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정부의 SOC 인프라 예산은 해마다 대폭 삭감되고 있고, 내년 SOC 인프라 예산도 올해보다 20%나 대폭 삭감한 17조 7천억원으로 확정되어 국회에 제출됐다. 정부는 새로운 SOC 인프라 사업은 시급성이 크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진다. 단체장들의 SOC 인프라 사업 공약의 설계가 바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로·철도 등 SOC는 사업 계획에서 준공까지 평균 9년 정도가 걸리며, 사업 초기에는 돈이 적게 들다가 착공 후부터 공사비가 많이 드는 구조라고 한다. 공약 이행을 임기 중·후반으로 미루다가 본격적인 비용은 임기 이후로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현직 시ㆍ도지사와 교육감, 시군구청장과 기초광역 지방의원의 공약 총수는 7만4천여 개가 넘는다. 과거의 예를 보면 지방선거 공약 가운데 약 70%가량은 교통 및 물류, 국토 및 지역개발 등 개발공약에 해당된다. 선출직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인지 개발로비스트를 선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또다시 나올지도 모른다. 지방선거에서 개발공약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체장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인허가권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허가 비리로 구속된 단체장은 대부분 지역면적이 넓어 개발수요가 큰 반면 인구는 적은 곳이다. 개발공약이 공직사회 부패비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정부 채무가 1천조원을 넘어섰고, 1천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까지 합하면 가계와 정부의 부채는 2천3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선출직 공직 자원의 공약을 모두 더하면 팔만대장경보다 조금 더 많은 8만2천여 개나 제시된다. 공약이행에 1천200조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을 할 것인지 국가 채무조정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경제적 불평등 사회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인프라 개발을 하더라도 복지 확충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직결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것인지, 그 이면에 지역주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소수의 사익 추구를 위한 개발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판단과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 소장

[아침을 열면서] 집권세력의 고정관념, 안보위기 심화시킨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서양 역사에 위대한 탐험가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 총리를 지낸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은 노동당을 누가 세웠는지를 놓고 주변에서 논란을 벌이자 “창설자는 콜럼버스”라며 참견했다. 그러면서 “콜럼버스는 출발할 때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신대륙에) 도착하고서도 어딘지 몰랐다”고 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네 번이나 탐험했는데도 처칠의 말대로 그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인도 서쪽일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반면 후발주자였던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신대륙을 살피고 나서 ‘미지의 신세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어떤 선입견도 배제한 채 냉철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그 결과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신대륙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새길 수 있었다. 콜럼버스가 고정관념을 버렸다면 신대륙엔 그의 이름이 붙었을 것이고, 처칠도 노동당을 조롱할 때 그를 들먹이지 않았을 것이다. 출범 4개월이 지난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콜럼버스를 떠올린 건 집권세력의 고정관념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아서다.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기는 ‘역대급’이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의 모든 체계를 갖추게 됐다.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부가 분석하는 대로 북한이 아직 완벽하게 만들진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그걸 완성하는 건 시간문제다. 북핵은 한반도 안보 지형과 역학을 완전히 바꿔놓은 ‘게임 체인저’가 되어 버렸다. 물론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 대북 대화보다는 제재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고, 집권 전엔 반대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임시로라도 배치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3축 체계(선제타격의 킬 체인,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구축을 서두르기로 한 것도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북한의 가공할 비대칭 전력에 맞서 우리를 지키려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비를 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얽매여서는 그런 대비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답답할 정도로 완고하다. 미국 전술핵을 들여와 ‘최소한의 핵균형’을 이루자는 주장에 국민 전체는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여론이 더 높게 나오지만 대통령부터 “안 된다”며 간단하게 묵살해 버린다. ‘전술핵을 도입하면 북한에 비핵화 원칙을 들이밀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이런 관념에 빠져서 비대칭 전력의 차이를 상쇄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을 보면서 북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북한 핵 포기용 압박카드나 도발 억지용 카드로 쓰지 않고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배제해 버린다면 북한은 안심하고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할 것이다. 여권에선 “북한 핵무기는 미국을 의식한 자위적인 것이며, 남한 침략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김정은이 얼마 전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라”고 했는데도, 여권 인사들은 태연하다. 이들은 북한 정권의 선의를 믿는 것 같다. 대화를 하면 다 잘 풀릴 걸로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북이 진실로 선의를 보인 적이 있는가? 위장된 선의로, 대화 제스처로 각종 지원을 받아내고, 그걸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다 들통이 나면 모든 약속과 협정을 파기했던 그들 아닌가. 남한 적화통일도 공언해 온 그들 아닌가. 북한의 이런 본질을 집권세력이 외면하고 고정관념의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위기는 한층 심화할 것이다. 이상일 가톨릭대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아침을 열면서] 비난받을 용기

지난 한 주는 월드컵 관련한 기사로 차고 넘쳤다. 칭찬보다는 비난이 많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국은 지난 멕시코 월드컵 이후 9회 연속 진출이라는 높은 성과를 만들어내 축하를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이번에는 달랐다. 대표팀 본선진출의 주인공은 ‘이란’이라며 실력보다는 ‘운’이 월드컵 본선진출에 기여했다는 분석과 더불어 팬들이 등을 돌리기도 했고 히딩크 감독의 복귀설이 언론을 장식하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에게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그가 감독으로서 비난으로부터 용기 있게 행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난이 들이닥치면 우리는 주변 때문에 자기 자신을 볼 기회가 없다.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비난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첫째, 정신 심장을 강화해야 한다. 성공도 실패도 경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컨트롤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체적인 심장이 아니라 멘탈의 심장을 강화해야 한다. 박지성 선수는 “스포츠맨은 칭찬을 받을 때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쏟아지는 비난에 상처받지 않는 심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였다. 둘째, 목표보다는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 축구가 방황하는 이유는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니라 기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선수 선발과 로테이션 그리고 훈련과 경기 방식, 협회의 지원 방법들에 대한 기준이다. 실점하지 않고 상대를 이길 수는 없다. 신태용호의 기준이 월드컵 진출이었다면 이제는 본선에서의 성적과 결과에 대한 기준을 잡아야 한다. 90분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 다양한 전술, 선수 선발, 그리고 조직력과 팀워크다. 셋째,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넬슨 만델라는 “나는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임을 깨닫는다. 용감한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축구팀 만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체력 그리고 팀워크’를 잘 활용하면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넷째, 비난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이 있어야 한다. 성숙한 사람은 비난 속에서 배운다고 한다. 왜 하는가 보다 무엇 때문에 하는가, 대상이 아니라 행동을 들여다보고, 현재보다 미래를 위해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겸손함이 필요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겸허하게 지난 경기를 보고 평가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 변경시켜야 할 부분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비난의 본질적인 속성을 이해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월드컵까지는 이제 9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본선은 예선과 달리 몇 번의 대전 기회가 없고 축구 강호들과 어깨를 겨루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산재해 있는 많은 숙제를 풀기에 9개월의 시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남은 기간 어떻게 지금의 문제점을 보완할지 결정해야 한다. 자그마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 큰 경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계란의 추억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큰집에 갈 때면 늘 완행열차를 타야 했다. 4시간 정도 걸리는 열차 안에서 아버지는 늘 삶은 계란 1개와 사이다 한 병을 사 주셨다. 고백건대, 어린 나이에 긴 열차여행을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건 큰아버지나 사촌형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이 아니라 삶은 계란 때문이었다. 얼마나 맛있었던지 큰집에 간다고 하면 그 먼 길을 주저없이 따라나서곤 했다. 어린 시절 계란의 추억을 간직한 분들이 많을 게다. 지금이야 거의 매일 밥상에 오르기도 하는 계란이지만 그땐 그랬다. 귀한 음식이었던 거다. 소중한 추억이 담긴 계란이 오염되었다고 한다. 피프로닐이라는 치명적인 살충제가 추억의 계란을 더럽혔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장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국내산 계란은 안심하고 드시라”고 경솔하게 말했고 바로 그 며칠 뒤 살충제가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살충제 계란이 발견된 농장이 몇 군데인가’라는 국회의원들의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하지 못했으며, 총리로부터 업무 파악이 덜 되었다는 질책을 받자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고 한다. 복지국가론이 등장하면서 정부가 관장하는 업무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가난한 사람도 돌봐야 하고 어르신들과 아픈 분들도 도와드려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정부의 기본업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거다. 초등학생도 다 안다. 정부의 고위직 인사는 이런 기본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사람을 인선해야 한다. 역시 초등학생도 다 안다. 모름지기 정부의 주요 직위를 인선할 때 3가지 요건이 있다. 전문성, 코드, 그리고 청렴성이다. 대통령께서 후보시절 발표했다 문제가 되었던 ‘5대 인사배제 원칙’은 이 중 청렴성에 해당되는 기준들이다. 전문성이 없으면 새로 배워 나가야 하는데, 계란 파동처럼 급박한 일이 생길 때 신속히 대처해 나가기 어렵다. 나라 운영이 연습을 하고 있을 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함정도 있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아도 문제다.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국가개혁을 다수 국민이 지지했는데, 그 방향과 다른 엉뚱한 곳을 지향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청렴성도 중요하다. 청렴성이 결여되면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고 코드가 맞다 하더라도 정책 추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문성, 코드, 청렴성 세 가지를 모두 갖춘 후보자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인사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나 둘을 갖춘 사람은 있었지만 다 갖춘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기억된다. 그러면 어떡해야 할 것인가? 과거 정부가 썼던 한 방법은, 직위에 따라 전문성이 더 중요한 자리, 코드가 더 필요한 자리, 청렴성이 무엇보다 무게를 갖는 자리를 구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방청장처럼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직위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찾고, 기관의 운영 방향을 확 바꿔 시대정신에 걸맞은 개혁이 필요한 자리는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찾아야 하며, 다른 사람의 청렴성을 재단하는 직위나 부패의 가능성이 높은 권력기관에는 남들보다 청렴성이 높은 사람을 앉히는 방법이다. 이런 분류에 따르면 우리 소중한 계란의 추억을 깨버린 식약처장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자리이기에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리다. 약국 하나를 운영하면서 지역에서 정치 활동을 하던 분이 코드 때문에 임명되기에는 너무 무거운 자리인 거다. 인사가 만사다. 이 땅에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 생명과 신체의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전문성, 코드, 그리고 청렴성의 조화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한민국이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전 경기도부지사

[아침을 열면서] 독립유공자의 얼을 살려내는 나라다운 나라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보훈(報勳)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적으로도 환영받고 있다. 지난 현충일에는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살피며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광복절 축사에서는 “형편이 어려운 독립유공자의 자녀와 손ㆍ자녀에 대한 지원” 의사까지 내비쳤다. 해마다 광복절이 되면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약속이나 한 듯 독립유공자의 노고를 치하한다.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의 업적을 기린다. 그리고는 끝이다. 몇 분간 말로만 기리는 행사는 그것으로 끝이 난다. 조국 독립을 위해 옥고를 치른 애국지사를 아버지로 둔 필자는 광복절 즈음이면 자긍심보다는 답답함을 먼저 느낀다. 애국지사 가족들의 빈곤한 삶을 조명한 지치고 자조 섞인 인터뷰 방송이 떠오른다. “나 사는 모습 보면 누가 애국하겠나” 독립운동가 유족의 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부보조금 월 50만원. 하루하루가 힘든 독립운동가 유족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국무령이었던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 이항증 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느꼈던 그 먹먹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광복절이 되면 자긍심을 느끼기보다는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들곤 했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은 달랐다. 덧없는 말로 치하를 시작해서 알맹이 없는 공허한 말 잔치로 끝맺음 하는 그런 행사가 아니었다. 문 대통령은 보훈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독립유공자 처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국가의 보훈 의지를 보임으로써 보훈 당사자들은 물론, 국민에게 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웠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독립운동가 후손 가운데 선순위 1인에게만 지급되는 현행 보상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하니 더 이상 빈곤한 모습의 초라한 유족을 보며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반가웠다. 보훈 정책 개선은 늦은 감이 많다. 그러나 이제라도 국가에 대한 헌신과 보훈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어찌 보면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보훈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감격스럽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의 보훈정책은 6·25전쟁 참전 용사에 치중되다 보니 독립유공자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제는 바로 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삶을 대접하고 존중하는’ 보훈의 참뜻이 곳곳에 잘 전해져야 한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서류미비 등으로 독립유공자로 등록되지 않는 독립유공자나 후손을 찾아내 지원하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독립운동가는 더 이상 잊혀진 영웅이 아니라 살아있는 영웅이요 전설이어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기리고 예우해야 한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운 분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국민이 된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김정순 신구대 교수

[아침을 열면서] 사라지는 일자리, 어떻게 살아야 하나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4월 취업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6%에 달했다. 장년층의 은퇴도 빨라지고 있어 전체 실업률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실업자의 숫자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산업사회를 겪으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기도 하고, 자동화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다. 인간의 근력과 감각을 대신하는 기계들의 출현으로 많은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었고 이제는 지적능력마저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돼 간다. 의사, 변호사, 세무사, 공무원 등 비교적 고임금의 일자리 상당수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마트 점원, 운전, 비서, 사무직, 요리사 등 고임금도 아닌 서비스 직종마저도 로봇이 대신할 날이 머지않았다. 아예 도시 전체가 거대한 로봇처럼 변해가면서 청소나 경비, 지자체 일마저도 로봇에게 내주어야 할 판이다. 이런 시대를 살면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나와, 훌륭한 직장 얻어 평생 안정된 삶을 살겠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우선 우수하게 졸업을 했어도 로봇과의 경쟁 자체가 무리다. 로봇만큼 오랜 시간 일도 못하고, 저임금에 만족할 수도 없다. 더욱이 그들의 능력을 뛰어넘기가 힘들다. 학교가 학업이나 취업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학생들이 외면할 것이다. 이미 그 충격은 시작되었다. 아마도 많은 실직자가 문 닫는 학교에서 쏟아질 것이다. 기업이 사람보다는 말 잘 듣는 로봇을 써야 생산성 및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음에도 정규직을 강요하는 정부의 정책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공멸의 길로 내모는 일이다. 물론 단기간에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우리 산업계 전반을 회복 불능의 환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일자리 없이 빈둥빈둥 사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게다. 따라서 일자리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먹고사는 경제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도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하는 점에서도 일자리는 중요하다. 그런데 앞서 설명했듯이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오던 일들을 거의 다 로봇에게 맡겨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 사회는 깊이 있는 성찰과 고민이 없다. 불과 몇십 년 안에 도래할 이 심각한 상황에 대한 고민 없이 일자리 정책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과거 노예에게 자유를 주었더니 다시 노예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유를 얻은 노예가 그 자유를 누릴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노예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삶 속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찾을 것인지 알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삶의 방식을 잘 모른다. 국가정책도 이런 삶을 대비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충실하게 나를 대신해 일해 줄 기계노예를 수천만 가지나 탄생시킨 인간들이 그들과 경쟁을 하고 그들에게 일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투쟁하는 것은 뭔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 같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자신이 진정 하고픈 일을 추구하는 자아실현 사회의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일자리 대책이 될 것이며, 인류 문명의 진화를 위한 우리의 사명일지 모른다. 전하진 썬빌리지포럼 의장·前 한글과컴퓨터 대표

[아침을 열면서] ‘Mind the gap’

MIND THE GAP! 런던 지하철 승강장 바닥에 적혀 있는 문구다. 런던 지하철에서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Gap)은 승객이 가방을 먼저 승강장으로 던지고 건너야 할 만큼 넓다. 넓은 곳은 70㎝ 이상이란다. “이 역은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가 넓으니 조심하세요!” 서울 지하철에서 항상 듣는 안내방송이다. 이 두 개의 유사한 경고가 필자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왜 런던 시는 이 위험(?)을 방치하고 있을까? 런던시민은 불평이 없나? 이 질문에 런던을 안내해줬던 지인이 재미있게 설명했다. “런던시민은 자신들의 칭얼거림(요청)을 정부가 쉽게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 정도는 현명하다. 또한 이 현명함은 지하철의 넓은 간격을 스스로 조심해서 건너는 연습에서 얻어졌다”는 것이다. 지인의 유머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사회에 요구한다. 만약 런던처럼 승강장과 전동차의 간격이 넓은 역이 있다면, 거기서 (개인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여론은 안전에 소홀했던 개인의 책임으로 볼까 아니면 그것을 예방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갈까? 물론 그 책임의 소재를 이분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여론은 아마도 안전 문제를 방치한(?) 정부의 잘못이라고 몰아갈 것 같다. 어디까지 국가가 개인을 돌봐야 하는가? 제도가 생활세계에 개입하면 할수록 우리의 삶은 점점 더 통제되고 개인의 자율성은 축소된다. 국가에 의존하면 할수록 개인의 주체적 삶의 공간은 더 좁아진다. 생활세계는 제도로 대체될 수 없는 자체의 로직(logic)이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국가가 너무 많은 것을 책임지려고 한다. 개인이 안전에 대해 인식하고 스스로 대처능력을 기르기도 전에 국가가 해결해준다고 나선다. 방법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다. 한 예로 세월호 사건 이후 수학여행은 물론 대부분의 교외활동을 금지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사고도 없다는 단순 처방이다. 다른 예로, 현 정부의 5대 국정목표 중 하나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이다. 국가가 어떻게 내 삶을 책임지나? 내 삶을 국가에 맡길 사람이 있나? 내 삶은 내가 책임지고 영위하는 것이고 그것을 성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국가의 역할 아닌가? 물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정부의 몇 가지 정책(안)을 보면 단지 수사적 표현만이 아닌 것 같다. 장기 소액 연체자에 대한 부채탕감 방안. 물론 부채 탕감이 그들에게 자립의 기회를 준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서 파생되는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의 문제는? 개인이 책임질 부분과 국가가 책임질 부분, 제도의 로직과 생활세계의 로직, 국가가 주도할 것과 시장원리에 맡길 것이 구분되어야 한다. 이런 구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자율성을 인정할 때 현명한 시민, 건강한 생활세계, 정의로운 시장경제가 가능하다. Mind the Gap! 여기서 Mind는 외재적 요소가 아니라 내재적 역량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순종 경기대 사회과학대학 교수

[아침을 열면서] 충돌과 협상은 종이 한 장 차이

북한은 지난달 두 번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ICBM 발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이다. 북한은 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상당히 근접하고 있음을 거듭 과시함으로써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이 최종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리고 있다. 북한이 ICBM을 완성하게 되면,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의 직접적 위협을 받게 된다. 미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폐기를 압박하기 위해 우선 대북 제재조치 강화로 대응하고 있다. 5일 미국은 중국을 설득하여 역대 최강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냈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석탄과 철ㆍ철광석, 납ㆍ방연광, 해산물 등의 수출을 봉쇄하고 북한의 노동자 국외송출을 금지하며 북한과의 어떤 형태의 합작투자도 차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원유공급 중단은 자칫 북한의 체제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중국의 반대로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결의는 북한으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줄을 차단한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유엔은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시행되면 북한의 연간 대외수출액 30억 달러 가운데 10억 달러가량이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물론 북한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은 북한의 ICBM에 대한 대응으로 선제타격 같은 군사행동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다. 하지만 성공가능성도 높지 않고, 재앙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 옵션이다. 사실 국제관계에서 군사적 충돌과 협상을 통한 극적인 문제 해결은 종이 한 장의 차이에 불과하다. 상호 군사적 위협이 강해진다는 것은 협상을 통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핵·미사일 문제에 있어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는 향후 미국과 직접 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미사일 능력을 최대치로 향상시켜 놓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정권 붕괴 이후 주한미군철수와 ‘하나의 한국 원칙’ 포기를 약속하여 중국의 불안을 덜어주자는 ‘미ㆍ중 직거래론’ 또는 ‘미ㆍ중 빅딜설’도 제기됐다. 미국, 중국, 북한은 각각 협상 시기와 조건을 저울질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향후 협상에 대비하여 자국에 최대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이러한 흥정(bargaining) 과정에서 배제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 비해 한국은 정책 수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연에 맡길 수만도 없다. 미국, 중국, 북한 등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의 입장을 외면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의 해법을 정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 정부의 판단과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어떤 경우라도 정부는 우리의 국익이 무시되지 않도록 한ㆍ미 간, 한ㆍ중 간, 남ㆍ북 간 소통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윤경우 국민대 대외협력부총장

[아침을 열면서] 이상한 나라에서 얻는 지혜

영국의 길포드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저자로 잘 알려진 루이스 캐럴이 집필 활동을 하다 1898년 묻힌 곳이다. 영국 런던의 워터루역에서 남서쪽으로 기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서리카운티의 주도로 영국의 전형적인 모습을 여전히 갖추고 있어 영국인들에게도 관광객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아직도 빅토리아시대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고, 지역 전체가 고층건물이 거의 없으며 도로도 크게 변하지 않아 언뜻 보면 여전히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사실 1980년대 초만 해도 대부분의 지역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여느 농촌의 소도시와 큰 차이가 없었던 이곳은 지역중심대학인 서리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리서치파크라는 혁신연구단지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오랜 논의 끝에 지금은 이 혁신단지를 통해서 스타트업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이 고용과 부를 창출하고 있다.덕분에 런던에 못지않은 부촌을 꾸리게 되었고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마을이 되었다. 1992년 쏘아 올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도 서리대학교와의 협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니 우리와도 관계가 깊다. 대학 내 5세대이동통신연구센터에서는 차세대 이동통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며 우리 기업들과 역시 교류가 많다.또한, 이 대학의 호텔관광대학은 유럽에서 가장 연구와 교육을 잘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비단 길포드 뿐만 아니라 전통과 첨단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영국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이상한 점이 많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자연환경을 비롯하여 전통은 보존하고 개발은 매우 신중하게 시행하며 그 안에서 나름의 삶을 개선해 나감을 알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개발지상주의에 매도된 듯한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자문을 갖게 한다. 미래에는 아마도 지금과는 많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겠지만 사람들의 본질적인 삶의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과 삶의 방식을 너무 많이 변형하지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래의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곳이 아니라 그들에게서 우리가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몇 년 뒤가 아니라 100년쯤 지난 후에도 우리가 행한 일들이 정말 제대로 된 일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검토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 시행된 일들은 단기간에는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다시 원위치가 되어야 하는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큰 시간의 관점에서 우리가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은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조급하게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고 서두르면 오히려 하지 않은 만 못하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의사결정하는 것이 좋다. 모든 일에 있어서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선택은 우리 몫이지만 그 책임은 우리 아이들이 지게 된다.정남호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아침을 열면서] ‘일자리 정부’가 눈여겨봐야 할 ‘작은 일자리’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 과제가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유독 높다. 실업자 100만 명 시대의 당연한 염원이기도 하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자리가 없는 구직자들에겐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더없이 반가운 일일테다. 국회 진통 끝에 통과된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 소식은 그런 의미에서 더 소중하다. 비록 구직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민 전체가 어떤 식으로든 일자리에 목말라 있기 때문에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염원인 ‘일자리 창출’에 열정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예산이 없으면 정책을 집행할 수가 없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협조 호소와 끊임없는 설득으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 추경안이 정말 어렵사리 통과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필자에게도 예산 통과 뉴스는 감동으로 다가왔고, 불현듯 대통령이 국회에서 호소하던 고독한 모습이 떠올랐다. 동시에 한 시민단체가 발달장애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해 힘겹게 노력하는 모습이 겹쳤다. 국민적 일자리와 발달장애인의 일자리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규모와 성격이 판이하다. 하지만 같은 점도 있다. 일자리 창출 과정은 어렵지만 그 가치는 실로 어마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 다 최종 목표가 ‘국민 행복’이란 점도 같다. 그래서 둘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서로 닮아 보인다.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기타 광범위성 발달장애) 등을 일컬어 우리는 발달장애라고 한다. 자폐나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사회적 참여와 자립은 그야말로 꿈이고 최종 희망이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쉬운 기사 만들기’ 작업을 하면서 전에 없던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일반기사를 중고등대학생일반인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자원봉사자’들이 1차로 쉽게 풀고, 쉬워진 기사를 발달장애인들이 정말 쉬운지 감수한다. 한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읽기 편한 기사로 바꾸기 위해서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의 행복한 삶’이 보장돼야 하고, 특히 사회의 대표적 약자인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 통로인 ‘쉬운 말 뉴스 서비스’ 공익적 캠페인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기사 만들기 관련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지식산업에 종사할 기회를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고 있는 작은 시민단체에게도 뭔가 배울 것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국민적 염원인 ‘일자리 창출’의 무거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아울러 사회적 약자도 참여할 만한 ‘작은 일자리 마련’ 노력도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자리 대통령, 일자리 정부는 이제 ‘일자리 창출’이라는 큰 국가적 목표를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장애인, 노인, 다문화 가정, 노인, 경력단절여성 등 취약계층 국민을 위한 ‘작은 일자리’ 마련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김정순 신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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