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유월의 강을 잘 건너야 한다

송한준 유월이다. 파주 동화경모공원에 모신 아버지가 늘 마음 아파하셨던 달이다. 전쟁으로 헤어진 부모ㆍ형제, 북에 두고 온 가족을 평생 그리워하셨다. 아버지가 술잔을 기울이실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실향민 가족으로 살다 보니 나에게도 유월은 특별하다. 무거운 마음으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았다. 올해는 6ㆍ25 전쟁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은 77만여명의 사상자를 냈고, 수많은 이산가족과 전쟁고아를 만들었다. 3년 뒤인 1953년에 총성은 멈췄지만 휴전이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수식어는 시간이 더할수록 물리적 분단에서 심리적 분단으로 확대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올해는 6ㆍ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이기도 하다. 2000년 조국 분단 후 첫 정상회담이 있었다. 이때 남북 정상은 자주적 통일 노력, 양측 통일방안의 공통점 인정,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 인도적 해결, 경제협력과 교류를 통한 신뢰 구축, 남북대화 조속 개최라는 5개 조항에 합의했다. 남북한 국방장관 회담을 비롯한 군사실무회담도 이어졌다. 이후 남북한 교류 협력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6월6일은 현충일. 국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수많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비는 날이다. 순국선열과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하는 국가추념일이기도 하다. 경기도에는 31개 시ㆍ군마다 현충탑이 있다. 6ㆍ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는 참전용사 기념탑도 곳곳에 있다. 자유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얻어진 것임을 잊지 않는다면 호국 유적지를 찾아 경건하게 예를 갖추는 것이 어떨까. 최근에는 훈훈한 소식이 들린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방역물품이 모자라 애태우는 나라가 많은데, 그중 6ㆍ25 참전 국가에 우리나라가 구호 물품을 보냈다. 부연하면 국가보훈처가 6ㆍ25 전쟁 22개 유엔 참전국의 참전용사에게 지난달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를 지원했다. 이와는 별도로 각 자치단체도 지역 수호에 공헌했던 참전용사들에게 방역 물품을 전하기도 했다. 이런 것이 알려지자 대한민국은 고마움을 잊지 않는 나라로 전 세계에 인식됐다. 유월은 빛나는 달이기도 하다. 1일 의병의 날은 나라가 위험에 처했을 때 민중이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왜적과 싸운 것을 기린다. 6ㆍ10 민주항쟁은 전두환 군사정권의 장기집권을 저지한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이다. 코로나19 위기를 잘 대응하는 국가로 세계가 격찬하는 대한민국의 모범 방역 원천은 자발적 참여 민주주의 시스템에 있다고 분석한 이도 있다. 그래서 유월은 한편으로는 아프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운 달이다. 남북 분단의 슬픔은 실향민 가족의 마음에서, 지난 비극의 역사에서, 또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대북 전단 살포 문제가 불거져 가슴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이는 4ㆍ27 판문점 선언에 위배되고, 파주연천 등 북한과 접경된 지역에 사는 주민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전북대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전망이라는 강의를 통해 선비적인 문제의식과 상인적인 현실감각을 강조한 바 있다. 이상과 현실의 균형감각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70년 분단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야말로 꼭 필요한 말이다. 오늘은 내일의 역사, 우리 앞에 흐르는 유월의 강을 잘 건너야 한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세상이 목격할 ‘새 전략무기’

코로나로 전전긍긍하는 사이 어느새 6월이다. 그러나 우리가 코로나로 정신없이 보내는 사이에 북한은 세상이 목격하게 될 새 전략무기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겉으론 비핵화를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신형전략무기의 4종 세트를 비롯한 새 전략무기를 개발해 왔다. 지난해와 지난 5월까지 18차례 발사시험을 해서 실전배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더구나 유엔제재와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해서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북한은 무섭게 새 전략무기를 개발해 오고 있다. 최근 북한이 새 전략무기를 완성한 것 같다. 지난주 두 번째 20일 이상 잠적했던 김정은이 또 깜짝 등장해서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지도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 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과 △인민군 포병의 화력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를 강조했다. 김정은이 지도한 3가지 새로운 방침은 다음과 같은 충격적 실제 행동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세상이 목격할 북한의 새 전략무기는 잠수함발사탄도탄(SLBM)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SLBM을 수중전략탄도탄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새 전략무기는 SLBM일 가능성이 크다. 진수가 임박한 신형 3천t급 잠수함에 고체연료인 북극성-3형 2~3발을 꽂아서 수중발사할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은 북한이 3천~4천500t에 이르는 핵추진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전략원잠(SSBN; Ship Submarine Ballistic missileNuclear)을 시현할 가능성이다. 전략원잠(SSBN)이야말로 미국의 심장을 겨누면서 진정한 제2격력(Second Strike Capability)으로서 핵 억제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세상이 목격할 북한의 새 전략무기는 고체연료 기반의 다탄두 대륙간탄도탄(ICBM)이거나 이스칸데르 및 에이태큼스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지난해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고체연료 연소시험을 했고, 2017년 11월29일에 이미 미사일 앞부분이 둥글어 탄두 2~3발 장착 가능한 화성-15형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500㎏의 핵탄두를 운반 가능하며 요격이 까다로운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에이태큼스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이 목격할 북한의 새 전략무기는 신형대구경(400㎜) 조종방사포 및 600㎜ 초대형방사포일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지난주 이례적으로 포병전문가인 박정천 총참모장을 대장에서 차수로 진급시켰다. 포병애호가인 김정은과 포병전문가인 박정천의 조합은 또 다른 연평도 포격도발의 예고편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때도 포병애호가인 김정은과 포병전문가인 총참모장 리영호 차수와의 합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목격할 새 전략무기는 북한 말대로 6ㆍ25 조국해방전쟁 및 7ㆍ27 전승절에 맞춰 충격적 실제행동으로 보일 것 같다. 절대왕이자 신인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에서 고도의 격동 상태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온통 코로나에 팔려 있으면서 북한의 새 전략무기는 애써 무시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양치기 소년으로 매도당할 것 같은 6월의 첫날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북한 포함한 ‘한반도뉴딜’로 확대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판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국가기반시설의 스마트화 등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도형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K-방역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K-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뉴딜의 공간적 범위를 국내에 한정하지 말고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뉴딜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 뉴딜은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첫째,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상호보완적 협력이 가능하다. 세계 각국에서 스마트시티가 시험 되고 자율주행차원격교육원격의료 등 기술이 발전했으나 실제로 구현하는 것에는 기술 외적인 어려움이 있다. 기존시스템의 기득권 집단으로부터 저항이 예상되므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관련 법률을 마련하는 등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북한이 추진하는 경제특구에 특별법을 적용해 첨단시스템의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면 신속한 정책추진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분야에서 남한의 기업연구소가 북한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인재를 양성해 활용하는 방안도 유망하다. 둘째, 한반도 차원의 국가기반시설 구축을 통해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뉴딜 경제권을 동북아와 유라시아로 확대하기 위해선 한반도의 대동맥을 다시 이어야 한다. 북한을 통과하는 고속철도망이 구축된다면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잠재력을 되살리는 길이다. 경제적 영토가 확대되면 다양한 경협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우리 젊은이들은 앞선 기술과 아이디어로 북한 젊은이들과 함께 벤처기업을 창업하고, 중장년층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북한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교육자문멘토링 등으로 기여할 수 있다. 셋째, 경제적 번영에 더불어 한반도 평화를 확보할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경제는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다. 남북의 평화는 경협을 통해 번영의 바탕이 되고, 경제적 성장은 다시 평화를 공고히 한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제재로 인해 어려운 경제상황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시스템으로부터 고립된 북한을 그대로 놓아둔 채 남한만의 뉴딜로 격차가 확대된다면 미래 한반도 번영에 위협이 된다. 지금부터라도 남북한 경제적 격차를 완화하고 사회적문화적 상호 이해를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 미래세대 통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한반도뉴딜을 추진하기 위해선 대북 경제제재 완화가 시급하다. 우선 인도적 차원에서 보건의료 협력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북한 의료시스템을 선진화하는 것은 남북 주민의 안전한 교류와 한반도 인적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제재로부터 자유로운 관광 분야에서 남북 경협을 이어가야 한다. 아울러 철도는 비상업적 공공재로서 제재면제 조치를 적용할 수 있으므로 국제사회를 적극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것도 쉽게 이뤄지지 않겠지만 북한을 포함하는 한반도뉴딜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남북협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K-모델을 만들어 전 세계에 보여줄 때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한국형 뉴딜, 어디로 갈 것인가?

왜 사람들은 글을 읽다가 중요한 문장이 나오면 습관처럼 줄을 긋고 별표를 달게 되었을까. 별표를 달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애스터리스크(asterisk)는 little star(작은 별)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asterikos에서 왔다. 재앙이라는 뜻의 디제스터(disaster)는 그리스어로 별(aster)이 없는(dis) 상태를 의미한다. 망망대해에서 선원들에게 별은 항로의 방향을 잡아주었고, 별이 사라진다는 건 죽음이나 다름없었다. 한 사회가 큰 재난이 발생했을 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으면 더 큰 혼란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방향을 잃고 혼란해진 틈을 타 경쟁과 돈으로 생존을 사고파는 끔찍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 재난을 이윤 추구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자본주의를 가리켜 나오미 클라인은 쇼크 독트린: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에서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라 이름을 붙였다. 재난을 기회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해 공공의 부를 사물화하고 불평등을 확대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7일 제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3대 프로젝트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로 설정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가속화가 기본 방향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한국판 뉴딜에도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희망의 좌표인 별, 방향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위기 국면을 틈타 재벌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가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과 사람 없는 경제, 탈고용 경제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 한국형 뉴딜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단골처럼 등장했다. 건설 산업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전제하에 건설 산업을 연착륙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새로운 합의(New Deal)라는 철학(방향)이 제거되고 방법(토목사업)만으로 사업이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집값만 올렸다는 노무현 정부의 한국형 뉴딜, 녹색도 뉴딜도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녹색 뉴딜, 3대 미스터리라 불렸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사실은 스타트뉴딜을 말하는 것이었고, 모두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 세계적인 재난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백만장자가 미국에서 단 한 명도 나오질 않길 바란다. 뉴딜 정책을 추진했던 루스벨트 대통령이 제2차 세계 대전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자들을 강하게 비난한 말이다. 그가 추진했던 뉴딜은 토목사업 확대가 아닌 구제와 부흥, 개혁을 내세운 그야말로 정책의 방향을 대전환하는 혁명이었다. 한국형 뉴딜 또한 재난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합의, 과거와 다른 방식의 대전환으로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형 뉴딜은 사람을 향해야 한다. 지구 생명체를 구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3조원가량 더 필요했던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방침에 난색을 표하며 시간을 끌었던 기재부가 대기업에 지원되는 40조원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은 무섭도록 빠르게 처리했다. 공존의 가치는 소수 기업의 이윤보다 소중하다. 혁신성장의 이름으로 추진했지만 지지부진했던 대기업친화적인 사업들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조성된 불안감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 한국형 뉴딜 정책이라는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사람 중심’이어야 산업재해 막는다

송한준 사흘 전, 이천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화염과 유독가스가 앗아간 노동자들의 목숨, 그들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마음 깊이 용서를 빌었다. 조문을 마치는 심정은 비통했다. 이천 물류창고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당시 현장 상황은 여러 하청업체가 한꺼번에 우레탄 폼 시공과 용접 작업 등을 동시에 진행했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해양연구원 노조위원장 시절, 지역사회 봉사의 일환으로 노숙자 무료급식 시설을 조성하는 데 함께했다. 그때 용접이며 미장 등 건설 현장의 일을 배웠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소 체험한 바 있다. 이번 화재 사고 원인도 안전관리 책임자도 없이 서로 분야가 다른 작업자가 각자 맡은 분야를 완수하는 데 여념이 없다 보니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 대부분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님의 희생을 계기로 지난 1월 새로운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법안 추진 과정에서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겼다. 공기 단축이나 비용 절감에 시달리는 하청, 재하청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화재사고 현장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여섯 차례나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심사해 세 번 이상 화재(폭발) 위험 주의를 지적했다. 그런데 그때마다 조건부 적정 통보를 받았다니, 현장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이 여전함을 보였다. 유사한 사고가 되풀이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즉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함을 새삼 절감한다. 지난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던 사례를 잊어서는 안 된다. 당시 사업주가 받은 처벌은 벌금 2천만 원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법 추진이 국회에서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4월에 고 노회찬 국회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사고가 났을 때, 경영자ㆍ원청 기업ㆍ공무원까지 엄격한 관리감독 책임을 묻게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3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우선적으로 제정해야 할 법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도의회에서도 이 법의 제정을 촉구하면서 노동 현장의 재난재해 발생 시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이 지방의회 차원에서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신설도 급선무다. 현재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경기ㆍ인천ㆍ강원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데, 이는 무리라고 본다. 경기도 사업체 수는 90만8천여 개이며, 종사자 수는 516만여 명으로 전국의 23.3%를 차지한다. 지청 단위에서 행정ㆍ민원을 도맡아 처리하기는 벅찰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절에 밝힌 메시지처럼 노동자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려면 노동자 인권부터 보장해야 한다. 인권은 건강이고 안전이다. 우리들 생각부터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법과 제도가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그래야 더는 노동자가 허무한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고, 그래야 노동자 주류 세상이 될 수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독재정권의 종식과 후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왔다. 산과 들은 푸르름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지난주 황금연휴에는 코로나로 갇혔던 수많은 인파로 산과 들과 바다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면서도 눈과 귀는 20일 동안 잠적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방과 상태 및 후계에 대한 궁금증에 쏠렸다. 과거에도 김정은이 여러 번 잠적했었지만 이번에는 CNN 등 세계 유수한 언론들과 탈북 및 북한전문가라는 유튜버들이 김정은의 중태, 유고, 급변사태, 김여정 후계론 등 온갖 루머와 억측을 쏟아냈다. 김정은의 신변에 관해 이토록 우리나라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핵무기를 손에 쥔 절대독재자 이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보가 중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아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는 김정은의 건재한 모습을 2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송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영상 속에 비친 김정은의 걸음이 약간 부자연스러웠고 녹색 카트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여전히 건강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녹색 카트 차량이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살아 나오면서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현지지도 때마다 사용하던 차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녹색 카트 차량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뇌졸중을 치료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됐다. 반복되는 김정은의 잠적과 건강문제를 계기로 독재정권의 종식형태와 세습 후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독재정권 연구가인 미국 일리노이대 밀란 스볼릭(Milan Svolik) 교수는 1946~2008년 기간 중 등장했다가 사라진 독재자 303명의 종식형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독재자의 67%인 205명이 지배 엘리트 계층이 일으킨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됐다. 다음으로 민중봉기가 32명,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30명, 암살이 20명, 외세 간섭으로 제거 16명 순이었다. 그러나 현재 김정은은 건강문제가 최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건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후계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백두혈통이며 친동생이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면서 당중앙위 조직지도부장인 김여정 후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유교사회인 북한에서 여성독재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김일성의 아들인 김평일 후계자론과 당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ㆍ박봉주 등의 집단지도체제 등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독재자들의 후계문제를 연구한 호주 멜버른대의 레슬리 홈스(Leslie Holmes) 교수는 후계자가 권력기반의 공고화를 위해선 중요 권력기관의 최고지위를 차지하고, 추종자가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계자들은 위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욱이 김정은의 아들이 10살 정도라고 하니 4대 세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김정은의 건강과 후계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왕이면서 신(神) 같은 절대독재자의 건강과 후계문제는 우리나라의 안위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쉬쉬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만들자

코로나19는 세계인의 이목을 한반도로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여러 국가가 한국산 진단키트를 수입하고 드라이브스루 검사방식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제 한류의 영역이 보건의료 분야까지 확대돼 K-의료의 시대가 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보건의료 협력을 다룰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북한의 자력갱생이 쉽지 않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보건의료 협력과 식량지원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원산양덕삼지연 등 관광지를 개발해왔다. 관광은 경제제재 국면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올해 4월15일 완공 예정이었던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대신 최근 서둘러 착공된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들도 국가적 위기에 처한 마당에 의료시스템이 미비한 상태로 해외관광객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 입장이라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만약 남북정상회담에 보건의료 협력이 의제로 채택된다면 단순히 의약품과 물자를 지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북한 의료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주요도시에 의료센터를 건설하고 첨단 의료기기 제공, 운영인력과 의료진 양성 등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남북한 주민 간 활발한 교류를 위해서나 해외관광객의 안전을 위해서도 북한 의료 선진화는 시급한 과제다. 아울러 의료 협력과 함께 관광 사업을 연계해 남북 경협을 추진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면, 원산을 국제적인 의료휴양 관광지로 개발하는 것이다.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에 대규모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호텔리조트컨벤션 사업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선 남한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의료기술과 헬스산업을 접목한 의료휴양 복합 관광지로 개발하자면 남북 협력이 절실하다. 북한으로서도 투자 재원을 분담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반도의 허리에 자리 잡은 원산은 지리적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과 평양으로부터 최단거리에 있는 동해안 항구도시로서 일본과 연계가 용이하며 국제 크루즈선박의 경유지로 개발할 수도 있다. 명사십리와 송도원의 아름다운 해변,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통천온천 등 인근에 관광명소가 많다. 태백산맥 동쪽이라 겨울철 미세먼지의 영향도 적어서 휴양 및 요양시설의 위치로는 최적이다. 관광단지 개발을 위한 국제투자 유치도 검토해 보자. 원산 경제특구에 특별법을 적용하고 해외 투자자에게 주거리조트 단지를 분양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국제사회와 협력해 보건의료 및 관광 시설에 대한 투자를 허용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한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원산 국제 의료휴양 관광지의 미래를 꿈꿔 본다. 세계 각국에서 수준 높은 K-의료 서비스를 받으려고 원산에 와서 치료와 휴양을 한 후 관광을 한다. 한국의 노년층은 아름다운 해변의 실버타운을 분양받아 노후를 보낸다. 원산 경제특구에는 의료휴양에 특화된 남북협력 산업을 육성하고 원산항을 통해 수출한다. 이런 구상을 담은 원산 개발 방안을 올해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제안하면 어떨까.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정책·공약으로 재구성한 ‘총선 결과 분석’

4ㆍ15총선에서 민주당은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정부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대한 긍정 평가,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야권에 대한 심판, 안티테제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줬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였기에 한 발 더 들어가서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떤 요인들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선거에서의 최대 변수인 전체 유권자 중 약 25%에 달하는 스윙보터(Swing-voter, 부동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세심히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처럼 이념적 대립이 심화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스윙보터들의 마음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 때문이다. 스윙보터들은 대체로 이념보다는 가치와 정책대안 등 객관적인 요소에 반응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주요정당들의 공약 변화를 살펴보자. 민주당의 10대 핵심공약은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에서 경제, 복지, 환경ㆍ기후대책, 노동 등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변화했다. 통합당은 가계부담 완화와 서민금융, 주거안정 강조에서 기업친화적 시각이 한층 강화됐다. 민주당은 이념 중시에서 삶의 질 향상으로 무게 추를 옮겼고, 통합당은 서민복지를 강조했던 것에서 기업 활성화로 방향을 선회했으며, 스윙보터들은 민주당의 정책변화에 손을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18세 새내기 유권자의 선택도 짚어보자. 민주당은 자기 탐구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형 갭이어(청년인생설계학교) 운영 활성화, 통합당은 공기청정기 추가 설치, 정의당은 사각형 학교 건물을 선진형 친환경 학교 건물로 바꾸는 동그라미 작은학교를 공약했다. 교복 입은 유권자를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지,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구분이 되는 대목이다. 새내기 유권자들의 표심도 분명 이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의 40석 중 7석을 차지했다. 이를 두고 지역구도가 다시 심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부울경 지역의 민주당 득표율은 20대 총선보다 올랐고, 특히 부산 지역은 18개 지역구 중 16개 선거구에서의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모두 40%를 넘었다. 지역주의 심화보다는 수출과 내수, 고용의 다중 쓰나미를 겪는 대표적인 제조업 동남벨트에서 야권이 지역의 불만을 조직화하는 데 성공했고, 집권세력이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을 제시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5~6일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한 질문에 소속 정당, 31.1%, 정책ㆍ공약 28.7%, 인물ㆍ능력 25.2%, 정치 경력 5.5% 순으로 답했다. 그리고 응답자의 63.9%는 정책ㆍ공약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대 총선에서의 57.8%보다 6.1%가 높은 수치였다. 점차 유권자들은 정책ㆍ공약으로 각 정당과 후보자의 이미지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거 성패의 분석 또한 유권자의 선택적 지형의 변화에 맞춰, 그동안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정책공약 중심의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됩시다

송한준 지난주에 4ㆍ15 총선 사전투표를 했다. 보조보행기에 의지한 채 투표장으로 향하는 어르신도 있었고, 올해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앳된 얼굴의 유권자들도 만났다.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에서도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모습은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한편으로는 선출직인 내 자리의 무거움도 다시금 느껴졌다. 10여 년 전, 처음 선출직인 도의원 후보로 나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직장에서 노조위원장을 했기에 남 앞에 많이 서봤다. 그런데 유세 현장에서 대중 앞에 서니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선출직에 나서기 전에는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때가 됐구나, 또 시끄럽구나 뭐 이런 느낌으로 유세 현장을 지나쳤던 것 같다. 나는 유세차에 올라 이런저런 공약을 열심히 설명하는데 사람들 반응이 싸늘했다. 그나마 힐끗 쳐다보는 관심이 반가웠는데, 그 눈빛에서도 불신이 가득했다. 첫날의 유세를 되돌아보며 밤새 고민했다. 주민들이 정말 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래서 내린 결론이 백지 공약이었다. 다음날부터 나는 주민들이 원하고 바라는 것을 공약으로 채워 넣어서 실천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귀를 열었더니 주민들 마음이 조금씩 열렸다. 선출직이 되는 과정은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다. 거기까지의 절차가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은 경선 후보의 자격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정당 경선에서 당원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역의 정당 후보가 된다. 이후 유권자를 본격적으로 만나는 것은 선거를 앞둔 2주 남짓이다. 이 기간에 최대한 인지도도 높여야 하고, 공약도 알려야 한다. 제한된 시간 속에 피가 마른다. 선거란 각 정당의 지지도와 시대 흐름, 유권자의 사회적 요구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유권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선거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원하고, 좀 더 삶이 나아지기를 희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려고 고민하게 된다. 저마다 지역의 후보를 보면서 사람 됨됨이도 보고 공약도 살피고, 주변의 평판도 듣는다. 이렇게 고심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그 한 표 때문에 당락이 갈리는 상황들을 우리는 종종 봐왔다. 올해 총선에서도 유권자의 고민이 어느 곳으로 향할지 자못 궁금하다. 올해 총선은 두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는 선거법 개정으로 투표 연령이 만 18세로 확대된 점이다. 그동안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만 선거 연령이 만 19세였다. 만시지탄이지만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되고, 다양한 세대의 입장을 표명할 수 있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 두 번째는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된다는 점이다. 거대 양당 체제로는 세상의 변화와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기에 역부족이다. 본래 제도 취지와 현실이 다른 부분은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출발점인 것은 분명하다. 모레 4월15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이다. 내가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님 말씀으로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대신하고자 한다. 주권자로서의 책임을 다합시다. 추종하는 시민에서 참여하는 시민으로 스스로의 위상을 바꿉시다. 그리고 시민은 선택합니다. 선택을 잘하는 시민, 그래서 지도자를 만들고 지도자를 이끌고 가는 시민. 지도자와 시민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지도자가 됩시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폭군, 은하군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활짝 폈다. 봄꽃 축제의 상징인 벚꽃도 만개했다. 그러나 여의도 벚꽃길은 텅 비었다. 코로나19의 감염을 피하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때문이다. 정작 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봄은커녕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어쩌다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에 걸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죽기 때문이다.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병사하기도 하지만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 총살당하기 때문이다. 방역과 보건 인프라가 허술한 북한은 전염병 감염을 국가존망 차원에서 강력히 통제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한 인명을 총살시킨다하니 말문이 막힌다. 북한전략센터가 발간한 북한 엘리트 처형과 숙청에 관한 2018 연구조사보고서는 김정은의 잔인무도함을 고발했다. 단순히 김정은 눈 밖에 나기만 해도 처형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정은에 대한 박수를 건성으로 치거나, 자세가 삐딱하거나 회의 중에 졸기만해도 처형됐다. 여기엔 백두혈통도 군수뇌도 예외가 없었다. 고모부인 장성택 당부장, 현영철 인민무력상, 김용진 내각부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처형방식도 김정은의 말에 따라 달라졌다. 대동강 자라공장 지배인은 김정은에게 자라가 죽은 이유를 전기탓으로 돌리다가 즉각 총살됐다. 그나마 김정은이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놈이라고 말해서 시신이라도 남겼다. 김정은이 땅에 묻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말한 자들은 고사기관총에 의해 형체가 사라졌다. 은하수관현악단 및 왕재산경음악단 단원 12명은 고사총에 사살되고 장갑차에 시신이 처참히 훼손됐다. 오상헌 인민보안성 8국장은 장성택을 옹위했다는 죄목으로 고사총으로 처형당한후 화염방사기로 시신이 전소됐다. 이복형인 김정남은 대낮에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에 독살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421명을 처형했다. 처형 대상과 방식도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다. 감정 기복과 변덕이 심해서 기분에 따라 간부들을 강등시키고 숙청하고 죽인다. 그러나 백성의 목숨을 우습게 여긴 폭군은 오래갈 수 없다. 독재연구가 게데스는 독재국가의 수명을 70년이라고 했다. 구소련도 71년 만에 무너졌다. 브라운리는 2차대전 이후 권력세습을 시도한 28명의 독재자 중에서 9명만 세습에 성공했고 3대세습은 북한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김일성 태양왕과 김정일 광명성왕을 모시는 효자 은하왕이라고 선전해도 그 끝이 멀지 않았다. 하늘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역사는 연산군과 광해군에 이어 은하군도 폭군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연구하는 대학생진보연합이 활개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다음 주 총선일인 4월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이기도 하다. 북한 주민들은 겉으론 태양절이라고 기뻐하지만 속으론 폭군 김정은을 두려워하며 멀리하고 있다. 코로나보다도 폭군, 은하군으로 인해 떨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운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개성에 남북협력 의료센터를 만들자

북한은 지난 17일 동평양 문수거리 인근에 평양종합병원을 착공했다. 기존에 계획된 사업을 조정하면서까지 병원 건설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를 앞당겨 공급해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당초 종합병원 건설 계획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올해 초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보고 200일 내 완공 속도전을 추진하게 됐을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선진국들도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설이 미비한 북한으로서는 매우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평양종합병원의 위치가 특이하다. 평양에는 대동강을 가로지르는 2개의 경관축이 있는데, 하나는 김일성 광장과 주체사상탑을 연결하는 축이며 다른 하나는 만수대 언덕과 당창건기념탑을 연결하는 축이다. 이렇게 중요한 두 번째 축선 상에 건물을 지어서 경관을 막아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실상 이곳은 조망을 위해 비워두었던 공간이라서 길쭉한 장방형이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기엔 통상적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제약을 극복하고 설계된 건물은 오히려 상당히 현대적인 스타일을 갖추게 됐다. 여기에서도 김정은 시대에 크게 달라진 북한의 모습이 엿보인다. 평양종합병원 부지 선정은 과거 유산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접근이다. 기존에는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에서 대동강 건너편 당창건기념탑이 바로 내려다보였지만 앞으로는 평양종합병원이 보이게 된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해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면서 국경을 봉쇄하고 있으나 이를 무한정 지속하기는 어렵다. 경제제재가 완전히 해제되기 전까지 북한이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관광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원산양덕삼지연 등 주요 관광지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하지만 의료시스템이 미비한 상태에서 대규모 관광객이 유입되는 것은 재앙이 될 수 있다. 다른 국가들의 상황이 호전된 이후에도 북한에게는 여전히 큰 위협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어떤 경협에 우선해서 보건의료 분야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의 건강은 당장 남북한 교류를 위해서나 미래 한반도 인적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단순히 약품과 물자를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의료장비를 공급하고 북한 주요도시에 종합병원을 건설해서 의료 수준을 선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최소한 관광과 보건의료 시설에 대한 투자는 경제제재 면제 조치가 필요하다. 최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북 제재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경의선의 거점 개성에 남북협력 의료센터를 만들자. 북한 의료진을 양성하는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의료장비와 약품을 생산하는 기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DMZ 국제평화지대 및 생태공원과 연계한 의료휴양컨벤션 시설을 갖추어 세계적인 의료 관광지로 육성하자. 개성공단이 한반도를 대표하는 의료산업 클러스터로 성장해서 여기서 생산된 의료품이 전 세계로 수출되는 날을 꿈꿔 본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최고의 백신은 연대와 협동

정신과 의사 프리드먼 박사는 뉴욕 타임즈의 기고문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두려움을 앞서는 이타심 있으며, 공포심을 버리고 이타심을 갖는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최선책이라 조언했다. 대중들은 새로운 위험에 대해서는 최악을 가정하는 경향이 있으나 인간은 자신만이 아닌 공동체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이타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결국 최고의 백신은 인간의 본성인 이타심이라는 주장이다. 이타심과 이기심을 주제로 한 인간본성론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분명한 것은 언제나 우리는 재난을 당하면 위기 돌파를 위해 친사회적이고 이타적인 행동으로 대응해왔다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 그랬고,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장의 피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그랬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코로나19 사태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신종 바이러스라는 예측불가능성에서 오는 두려움으로 인해 이성적 사고는 물론 이타심이 작동하기 힘든 상태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적인 사례로, 주식시장이 주가 폭락으로 패닉에 빠져드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9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시에 전일 종가 지수 대비 8% 이상 급락했다. 그로 인해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됐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가 11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주식시장이 위기가 닥치자 겁에 질려 한꺼번에 출구를 향해 질주하는 소떼와 같은 군집행동(herd behavior)을 보이고 있으며, 악마는 가장 뒤처진 사람을 잡아간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자기 이익에만 민첩할 뿐이다. 패닉에 빠진 주식시장과 달리 시민사회는 두려움과 이기심에 앞서는 이타심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 기초수급자 할머니가 생활지원금을 모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고, 경희대생들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을 돕기 위한 자발적 모금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고 있으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각계각층의 모금과 물품 지원, 의료진과 공무원에게 보내는 감사의 손 편지, 광주와 대구 달빛동맹의 병상 나눔,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한 착한 소비 운동 등을 보면서 시민들은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그래서 코로나19의 극복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까지 서구의 진화론은 인간 행동의 동기를 이기심 하나로 설명했고, 이는 경제 이론 전반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영장류행동 전문가인 드 발에 의하면 20세기 말에 이르러 어린아이와 유인원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인간의 두뇌는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고 서로를 보살피도록 설계돼 있다고 밝혀낸다. 슈퍼협동존재(supercooperator)로의 전환을 선언하게 이르렀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의 본성은 하나로만 설명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오히려 다양한 특성들이 공존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이타심이 이기심을 압도할 때만이 위기에 대항할 수 있는 본능적 감각을 인류는 내재하고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 시국의 시민들의 숭고한 헌신, 연대와 협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아침 출근길, 약국 앞의 긴 줄을 보곤 한다.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내 잘못인 양 미안해진다.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데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 그런데 시장 자율에 맡겨 놓았더니 천정부지로 가격이 뛰고 사재기가 판을 친다. 이에 정부가 개입, 마스크 공급을 관리하게 됐다. 지정 판매처가 생겼으며, 5부제도 도입했다. 그랬는데도 조기 품절로 발걸음을 돌리는 사례가 많다. 생활 주변 마스크 판매처의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공공 데이터 활용 앱이 등장한 것도 그래서다.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양보하겠다는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 바이러스가 낳은 국가적 위기를 우리는 지금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고 있다.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투로 죽은 사람보다 전쟁 때문에 발생한 세균으로 희생된 사람이 더 많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살상 무기보다 더 위험한 것이 전염병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튼튼한 항체가 형성되고 있어 다행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무서운 바이러스에 정책적으로 재빠르게 대처하고, 수준 높은 의술과 방역체계로 확진율 대비 사망률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미 사스(2002년), 신종 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등을 통해 감염 사회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과 능력을 축적한 덕분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다. 사스가 발병하자 설치한 조직인데, 알다시피 요즘에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총지휘하며 우리나라의 방역과 의료시스템을 전 세계의 좋은 모델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전염병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도 얻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리적 거리가 생기는 만큼 마음은 오히려 가깝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얼어붙게 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우분투(남아프리카의 반투어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는 뜻) 정신을 활발하게 펼치는 것도 주목할 만한 좋은 현상이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비상대책본부를 꾸리고 일일 상황 회의를 진행해 온 경기도의회는 오는 23일 추경을 위한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경제 생태계가 파괴되는 상황을 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겠다는 현장의 절박감 때문이다. 집단 감염 예방 조치도 시행했다.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에서 보듯이 밀집된 곳에 많은 사람이 모이면 전염병이 확산할 위험도가 매우 높다. 경기도의회는 출입자 통제시스템을 가동해 발열을 체크하고, 직원들에게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선제적 예방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외 계층에 대한 관심을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전염병과 같은 재난ㆍ재해 때일수록 이들은 사회적으로 더욱더 취약해진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삶이 안전하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의회 도의원과 직원이 십시일반 모금한 1천300만여 원을 대구ㆍ경북 위기 극복에 써달라고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3월, 코로나19로 3ㆍ1독립운동 101주년을 제대로 기리지 못해 아쉽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 됐던 3월의 역사를 기억하며, 서로 믿고 힘을 모아 역경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어느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을 취미처럼 여길 수야 없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사람들의 장래, 국가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아침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듯 우리는 지금 새로운 태양을 맞이하는 터널의 끝에 서 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 더 소중하오

김기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석권하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더욱이 비영어권국가에서 그것도 가장 백미인 작품상을 거머쥐어서 희열이 컸다. 필자는 영화광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로 본 리더십을 강의하면서 영화에 푹 빠졌다. 강의는 나라를 지키고 백성의 기쁨과 고통을 좌우하는 지도자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명장면이다. 대역 광해가 편전(便殿)에서 주재하는 조회(朝會)에서 판서들이 앞다투어 명(明)나라에 보낼 조공을 진언한다. 호조판서는 황실에 은자 4만5천냥, 놋그릇 70사, 공녀(貢女) 40명을 보내자고 한다. 예조판서는 사신에게 금 한 관을 선물하자고 한다. 병조판서는 후금과 전쟁 중에 있는 명에 기마 500두, 궁수 3천명, 기병 1천명을 포함해 2만명 파병을 제안한다. 비주류 참판이 2만명이나 보내면 북방 경비가 소홀해질 수 있을 텐데라면서 걱정하자 주류 정승이 이 나라가 있는 것이 누구 덕이냐. 오랑캐와 싸우다 짓밟히는 한이 있더라도 사대(事大)의 예를 다해야 한다고 면박을 준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이 영화의 명장면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이번 장면의 주된 차이는 왕부터 중국과 운명공동체라고 하면서 앞장섰다는 점이다. 판서들도 덩달아 중국에 마스크 수백만 장을 비롯 500만달러 규모의 물품을 조공하고 있다. 이미 방호복 10만개, 안면보호구 약 5천개, 라텍스 장갑 14만켤레, 분무형 소독기 1천470대 등이 중국에 전달됐다. 반면에 정작 우리 의료진은 방호복이 없고 백성은 나라 잃은 난민도 아닌데 마스크 한 장 구해보겠다고 길고 긴 줄을 서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 배급제마저 시행된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전염력에도 불구하고 병상 부족으로 집에 머무는 감염자도 상당수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있는데 아이들마저 돌보라고 하니 갑갑함에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우리는 발병국이며 감염원인 중국인의 출입을 막지 않는데 적반하장격으로 중국에서 우리 백성은 무시당하고 있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출입금지, 강제 격리를 당하는 국제적 미아라는 수모까지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8일 오전 9시 기준 7천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50명에 육박하며 의심환자도 16만 명에 이르렀다. 사람을 만나야 사는 세상인데 사람 만나기가 두려운 세상이 됐다. 백성의 소중한 일상이 무너졌고 나라는 거의 정지된 듯하다. 코리안이 코로나가 됐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왔다. 세계 10위 산업대국이요, 아카데미 상까지 휩쓰는 코리아가 어쩌다 이 지경이 돼가는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영화는 백성의 고달픈 삶을몸소 겪은 거지출신의 대역왕이 정승판서들의 사대굴종 언행에 분노하면서 명장면이 됐다.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 사는 사대의 예(禮)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 곱절 백 곱절은 더 소중하오. 창문마저 열기가 두려운 이 아침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내 백성이 더 소중하다는 광해의 외침이 더욱 크게 메아리쳐 온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바이러스는 인류를 어떻게 진화시킬까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가 우리 삶을 뒤덮고 있다. 특히 한국의 상황이 심각하지만 다행인 것은 정부의 적극적 태도이다. 미국 타임지도 한국의 확진자 급증은 상대적인 개방성과 투명성 때문이라며, 높은 진단능력, 자유로운 언론, 민주적 책임시스템 등을 긍정 평가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서 숨은 감염자까지 찾아내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반면, 일본과 미국은 감염 의심자에 대한 검사가 미흡해서 우려되는 상황이다. 빌 게이츠는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재난이 핵무기도 기후변화도 아닌 바이러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기보다 만성감염병으로 남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해서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인류가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해 생활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향에서 미래 변화를 예상해 보았다. 첫째, 개인보호장비의 활용이다. 마스크는 이제 필수품이며 공공장소에서 일상화됐지만, 착용은 실제로 매우 불편하다. 앞으로 이를 해결한 마스크헬멧의복 형태의 전자장치가 등장할 수 있다. 인류의 조상은 옷이 없었으나 이젠 입는 것이 당연하듯, 미래 인류에게는 에어필터에어컨히터가 부착된 인체보조장치가 일상화될 수 있다. 착용해도 호흡이 편하고 바이러스와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해주며 항상 최적온도 유지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도시공간의 개인화다. 도시는 집적화를 통해 인류문명의 진보를 가능하게 해줬다. 다양한 기능이 집약돼 효율적이며, 여러 사람의 교류를 통해 창의적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조건은 바이러스에게도 유리하다. 그렇다고 인류가 도시를 포기하고 분산거주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도시 내 개인간격 유지를 위한 셀 형태 공간구조로 진화될 수 있다. 주택에서도 1인 단위공간이 기본이 되고, 필요시에만 공동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즉, 집적화된 대도시에서 개인화된 공간이 확대되는 것이다. 셋째, 비접촉비대면 라이프스타일의 확대다. 많은 사람이 직접 모이는 집회는 줄어들고 개인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변화될 것이다. 온라인 회의와 전자 상거래가 확대되고, 직접 대면하는 것은 매우 제한될 수 있다. 또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비접촉식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발달될 것이다. 음성동작화상인식을 통해 엘리베이터를 조작하고 자동문을 개폐하는 식으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가속될 것이다. 이 같은 변화 방향이 실제로 구현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검은색 헬멧은 아니더라도, 세련된 디자인의 개인보호장비가 유행할 수 있다. 자율주행 개인 교통수단과 1인 주거가 확산되고, 종교집회와 학교교육 방식에도 일대 전환이 올 수 있다. 인류의 삶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화하기 위해선 바이러스로부터 얻은 오늘의 교훈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4·15 총선은 입법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다

4ㆍ15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회를 구성하는 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헌법 제40조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으며, 집행부와 사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국정 통제 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입법권은 국회의원의 가장 본연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런데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조사결과(2020년 2월7일 기준)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의 선거공약 중 입법공약은 15.4%에 불과했다. 정당별 입법공약 비율인 경우 더불어민주당 16.68%,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11.28% 등 거대양당 소속 의원들이 전체 의원 평균 입법공약 15.4%보다 낮았다. 선수별 입법공약은 초선 19.23%, 재선 14.34%, 3선 이상 12.79% 순으로 나타났다. 거대정당 소속 의원들과 중진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입법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더 많았다는 반증이다. 지역별 입법공약 현황은 어땠을까. 세종ㆍ제주 39.57%, 광주 33.68%, 전북 33.56% 순으로 높았고, 경북 7.32%, 울산 7.34%, 인천 9.18% 순으로 낮았다. 경기지역 국회의원은 13.05%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국회의원의 권한과는 거리가 먼 민원성 지역개발 공약이 제시되고, 지역개발 공약이 당선에 더 도움이 되는 이상 우리에게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당선을 위한 이익과 특정 개인 및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공약을 살포하고 있는, 지역 개발공약이 선거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실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막말로 몸싸움의 저질 동물국회,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운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국민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게다가 앞서 지적했듯이 입법부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의 입법공약 비율이 15.4%고, 법안처리율도 17대 58%, 18대 55%, 19대 45%, 20대 34%로 점차 낮아지는 실정을 보면서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 역할과 책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자정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전 지구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입법부에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이 요청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문가 및 전국 시민을 대상으로 21대 총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10대 핵심의제를 조사한 결과 서민살림살이 질 향상, 집값 안정 및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가 우선순위로 선정된 바 있다. 부동산ㆍ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고, 핵심의제로 좀처럼 부각되지 않았던 기후 위기 문제가 새로운 의제로 제기됐다는 점에 4ㆍ15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시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결국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성찰적인 정치적 삶이 입법부의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4ㆍ15 총선에서는 제대로 된 입법부를 구성하는 일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이를테면 필요한 것은 세탁기(입법부)인데 욕망에 눈이 멀어 냉장고(개발 민원 로비스트)를 충동 구매하지 않았는지, 자신만을 위한 특권과 이익 추구가 누군가에게 고통과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닌지를 숙고하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코로나19' 교훈과 잔뿌리의 헌신을 기억하자

송한준 넌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의 대사가 유행어가 됐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계획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코로나19 사태도 그렇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가는 사이에 우리 삶의 터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차츰 공포 분위기는 걷히고 있으나 아직도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완전히 종식되는 날까지 정치권은 물론 도민 한분 한분까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자 메르스의 악몽이 떠올랐다. 2015년 발병 당시, 정부는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며칠 뒤에야 대통령께 보고가 이뤄졌으며, 감염 병원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불안을 가중시켰다. 오히려 지방정부의 자율적 대처가 빛났고, 경기도는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메르스의 교훈 덕분에 정부도 국민도 발 빠른 대처가 이뤄졌다. 중앙정부가 감염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고, 지방정부와 공조도 원활했다. 국민도 저마다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각자 예방수칙을 따르면서 확산 방지에 힘썼다. 경기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의장단 긴급회의를 통해 비상대책본부를 꾸렸다. 의회 건물 구석구석을 소독하고 건물 출입구에 손소독제와 발열감지기를 설치했다. 공동대책단장(남종섭정희시 의원)을 중심으로 일일 상황점검 회의와 상임위 중심으로 도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민생안전 대책을 세워나가고 있다. 도청과 교육청이 코로나19 사태에 선제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주 올해 첫 임시회에 예정됐던 도정질의를 다음 회기로 연기하기도 했다. 계획에 없었던 일들은 우리에게 교훈도 안겨줬다. 중국 우한 체류 국민의 귀국 과정에서 우한 주재 영사의 표현대로 국민이 국가를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아산, 진천에 이어 우리 경기도 이천에 격리 수용되는 우한 체류 국민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응원은 우리가 서로에게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줬다. 경기도의회는 이천시민들의 성숙한 공동체 의식에 부응하고자 17일 의회 앞마당에서 이천농산물 팔아주기 장터를 연다. 항간에 떠도는 말을 빌리면, 바이러스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공포심이라고 한다.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보약보다 나은 면역력이다. 그리고 바이러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약이라고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처럼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는 가운데 봄이 우리 곁에 오고 있다. 바야흐로 19일은 절기상 우수다. 초목에 싹이 트는 계절이다. 나무는 싹을 틔우기 두 달 전부터 이미 잔뿌리를 뻗어 물을 길어 오르고 있다. 잔뿌리는 제아무리 매서운 날씨라도 꽁꽁 언 땅을 헤집어 헌신적으로 물을 모으고 그 역할이 끝나면 소멸하고 만다. 우리 지방의회의 역할도 자연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그리고 도민의 대리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세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예산의 쓰임을 꼼꼼히 살핀다. 도민이 원하고 바라는 대로 정책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조례를 만든다. 집행부의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제대로 감시하면서 도민행복에 힘쓴다. 경기도의회는 올해도 변함없는 계획이 있다. 바로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의회다운 의회를 만드는 것이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봄의 소식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갔지만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엔 봄이 올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및 공포까지 덮치고 있어서 입춘불길(立春不吉)한 징후들만 나타나고 있다. 사회주의 지상 낙원이라는 백두에서는 최근 불길한 징후들이 포착됐다. 첫째, 장성택의 숙청과 함께 자취를 감췄던 김경희가 6년 만에 깜짝 등장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녀가 다시 나타나니 파워엘리트는 물론 평양시민과 북한 전역이 다 놀랐다. 둘째, 김정은이 심장 쇼크를 일으켰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이 혁명성지로 가꾼 삼지연에서 대량탈출이 이어졌고, 최대수출처인 무산 철광석 광산과 김책제철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특히 서방세계에 주재하고 있는 외무성 간부들이 서방세계로부터 노임을 받으며 그들의 정보원 역할을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것이다. 셋째, 김정은 집권 후 태영호 공사를 비롯한 고위 엘리트의 탈북이 이어졌다. 지난 1월 초에도 평양 출신 국가보위성 간부와 가족 등 20명이 집단 탈북을 시도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탈북 양상이 생계형에서 체제이탈형으로 바뀌고, 고위 엘리트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독재정권의 주된 붕괴요인이 독재자와 엘리트 간의 동학에서 비롯됨을 볼 때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한라도 불길한 징후들이 많이 보인다. 국내 경기부문별로 민간소비 회복은 불확실한 상황이고,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는 위축 국면이 지속하고 있으며, 수출은 1년 이상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 시장은 세금을 퍼부어서 통계상으로 개선세이지만 제조업 및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및 공포의 확산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떨게 하고 있다. 감염에 극도로 취약한 북한은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로 여기고 사활을 걸고 있지만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으며, 군부대도 집단격리되고 그제 건군절 열병식도 전격 취소했다고 한다. 국경 폐쇄로 밀무역까지 끊겨서 주민의 젖줄인 장마당이 고사하여 병사자와 아사자가 속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2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통치자금인 달러마저 고갈되면서 김정은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의료수준과 체계는 우수하지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남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확진자가 2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춘제와 방학으로 중국으로 갔던 국내 거주 10만의 중국인들과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돌아오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나라의 안위와 미래보다는 4월 총선만 쳐다보고 있다. 남북지도자가 백두와 한라의 흙을 옮겨 판문점에 나무를 심는 평화 이벤트를 연출했지만 2년도 채 못 돼 백두와 한라는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 참으로 두렵고 불안한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2020년을 북한 관광의 해로 만들자

북한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1월 28일부터 북중 간 무역을 중지시키고 비자발급도 중단했다. 의료 방역체계가 부실하고 의약품이 부족한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교류를 잠정적으로 차단하는 초강수를 선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북한 관광산업의 주요 수입원인 중국 관광객 유입도 중단됐다. 아쉽게도 북한은 여러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중이었다. 최근 2년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양덕, 원산, 삼지연 등 주요 관광지 개발 현장에 15차례나 현지지도를 나가기도 했다. 유엔(UN) 제재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정성을 들여 건설했는데 막상 관광객이 찾아주지 않으면 헛수고가 된다. 북한 입장에서도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의 상황을 활용해 남북 관광교류를 재개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수는 없을까. 북한에 새로 조성된 관광지에 중국 대신 남한 관광객이 첫발을 내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과 협의를 진행하자. 물론 우리도 당분간 코로나 바이러스의 방역에는 만전을 기하되, 계절이 바뀌면 남북한 관광을 즉시 활성화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여러 면에서 파급 효과가 크다. 북한 입장에서는 관광 서비스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소득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외화 획득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경제제재로 인해 주요 수출품목의 거래가 금지된 상태에서는 더욱 그렇다. 만약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직접 받는 것이 문제가 있다면, 제3국 여행사를 통해 개별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 방문을 원하는 관광 수요를 만족하게 할 수 있고, 접경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으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남북한을 함께 둘러보는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면 신규 해외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다. 남북한이 상생하는 길을 우선 관광 분야에서 찾아보자. 남북 관광교류의 부수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사회문화적으로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인 여성과 북한군 장교 사이의 로맨스를 소재로 한 TV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스토리 전개는 다소 비현실적인 상상에 바탕을 뒀지만, 북한 주민의 생활을 묘사한 장면들은 북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보인다. 하물며 직접 현지를 방문해서 관광을 한다면 서로 이해를 증진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어디를 가보면 좋을까. 평양과 원산 사이에 위치한 양덕 온천문화휴양지는 지난해 말 완공됐다.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는 올해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밖에도 백두산삼지연, 개성 한옥마을, 평양 거리, 묘향산, 칠보산 등 지역도 한국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도 기본적으로 경제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주권국가로서 내리는 우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남북한의 교류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절실하다. 2020년을 북한 방문의 해로 만들어 보자. 올해 여름에는 원산의 수려한 명사십리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상상해 본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4·15 총선, 새로운 시대로 가는 중대선거가 되길

오현순 4ㆍ15 총선은 입법부를 선출하는 선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입법부를 선출하는 선거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발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선거공약 중 입법에 관련한 공약은 15.78%에 불과했다. 국가대표로서의 국정공약도 23.28%에 그쳤다. 이에 반해 이것저것 다 해주겠다며 선물보따리를 풀어놓았던 산타클로스 공약은 52.53%나 됐다. 하드웨어 중심의 지역개발공약은 75.47%에 달했다. 일 잘하는 국회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일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총선에서는 과거와 달리 제대로 된 후보를 선출할 수 있을까.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난 16일까지 415 총선을 준비하는 예비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와 의정보고회 등이 한창이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출판기념회, 의정보고, 방송 출연 등이 총선 90일 전까지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입법부인 국회의원이 되고자 선거에 나섰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손발이 오글거리는 이야기로 가득한 자서전적인 도서와 지역예산을 따냈다는 자찬 일색의 의정보고만 있을 뿐, 그 어디에서도 입법을 중심으로 하는 의정 활동계획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은 것은 언제나 시민이었다. 제도정치권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입법부로 거듭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되고 18세 선거권이 허용되는 등 새로운 선거법으로 치러지는 중대한 선거이다. 하지만 새로운 선거법의 취지에서 벗어나 이번에도 정치공학적인 셈법만 앞세우며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제대로 된 입법부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할 사람들은 오로지 유권자와 국민이다. 그리고 이것은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책무이기도 하다. 최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아무에게도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고립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한 일가족 자살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이 무참히 무너지는 상황을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접하고 있다. 고립과 생활고 모두 당사자의 무능과 무기력 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 제도적 결함이나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꾸기 위한 국회의 입법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또한 국회가 정쟁의 장(場)이 아닌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정해 낼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노동절약형 기술진보에 따른 실업과 소득격차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후위기, 부동산 문제, 고령화ㆍ저출생 등 산적한 우리 사회의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입법으로 일하는 따뜻한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 판갈이, 불판갈이 등을 내세웠지만 국회의원들의 얼굴만 바뀌었지 한국정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4ㆍ15총선에서는 정치권의 원칙 없는 물갈이에 경도되기보다 사회의 현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입법부를 선출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로 가는 정초선거(定礎選擧),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중대선거(重大選擧)가 돼야 한다. 유권자들의 절체절명의 책무가 무엇인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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