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경기도민 생활 고민, 정책공약으로 풀어내다

경기도에 섬이 있다. 사람이 만든 섬이다. 수도권인데 철도가 끊겨 있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이 많은 도시, 바로 안성이다. 무료급식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도 있다. 아직도 겨울에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 경기도에 사는 방송통신 중ㆍ고등학생 만학도 2천400명의 얘기다. 경기도 31개 시ㆍ군의 재정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복지사업은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워 속앓이를 하는 기초단체가 있다. 보조금 비율을 조금 조정해주면 숨통이 트일 텐데 누군가의 역할이 필요하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비롯해 구도심의 주차문제 해결에 지역의 모든 정치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지만 답을 찾기 어려운 시ㆍ군도 있다. 경기도의회 시ㆍ군 정책간담회가 현장에서 만난 숙제들이다. 경기도의회는 충청북도의회, 안성시, 화성시, 청주시, 진천군과 함께 수도권 내륙선 조성을 위해 힘을 모으며 안성의 교통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해서 올해부터 만학도의 꿈을 학교급식으로 응원키로 했다. 시ㆍ군의 복지사업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올해부터 아동복지시설 운영예산 지원의 도비 보조율을 10%에서 15%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경기도 31개 시ㆍ군의 공영주차장 문제도 신속히 해결하는 방안을 함께 찾았다. 예를 들어 이천시 상가 공영주차장 건립이 지연되는 것을 경기도 지방재정 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하는 것으로 풀었다. 이렇듯 경기도의회 정책간담회는 정책공약을 기반으로 현장에서 값진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경기도의회 시ㆍ군 정책간담회의 시작은 지난 2018년 7월 제10대 도의회 개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의회 의장에 출마하면서 한글을 지켰던 주시경 선생의 별명을 인용해 의원들의 공약을 지키는 송보따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취임하자마자 공약관리 TF(테스크포스)팀을 발족했고, 경기도 31개 시ㆍ군 현장에서 이뤄진 공약을 집대성했다. 모두 4천194건이었다. 공약을 분석해보니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소관 공약이 40%였고, 나머지는 시ㆍ군 소관이었다. 도-도교육청 소관은 집행부에 정책제안과 간담회로, 시ㆍ군 소관은 시ㆍ군 정책간담회로 풀어나갔다. 의원들의 공약 중 다수 의원이 제안한 사항을 공통 정책공약으로 묶었다. 공약기반으로 43개의 정책을 발굴해 집행부와 정책간담회를 가졌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9개 사업 1조 9천842억 원을 정책과 예산으로 담았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광역의회 의원들의 공약이행률은 기초의회 의원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공약의 대다수가 시장ㆍ군수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ㆍ군 정책간담회는 기초단체와 광역의회 간의 소통에 기여했고, 공약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장치적 역할도 했다. 지난 2018년 10월 17일 안성에서 시작해 지난해 말 화성을 마지막으로 31개 시ㆍ군 정책간담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도의원 정책공약 1천194건이 포함된 1천427건의 간담회 안건과 111건의 시ㆍ군 건의사항을 지역 도의원과 시ㆍ군이 함께 논의했다. 실현된 정책 공약은 71건이고, 나머지 정책 공약과 논의 내용도 현재진행형이다. 광역의회 최초의 경기도의회 정책간담회는 2019 지방의회 10대 우수사례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새해에도 경기도의회는 31개 시ㆍ군과 소통하며 공존의 미래를 열어가겠다. 도민 행복의 열쇠는 민생 현장에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새로운 길’과 ‘대환상’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새해 새 아침이 밝았다. 경자년의 경(庚)은 십간(十干)의 일곱 번째 오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돼 흰 쥐띠 해로 불린다. 쥐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다. 쥐 중에서도 흰쥐는 우두머리 쥐로서 매우 지혜로워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데다가 생존 적응력까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침을 열어보니 영특한 우두머리 흰쥐가 아닌 대환상에 빠져 있는 흰쥐도 있는 것 같다. 김정은은 지난 연말 29년 만에 4일간 주재한 북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비핵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면돌파전 노선을 내세워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의 지속적인 개발을 천명하고,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단 약속의 파기도 위협했다. 겉으론 새로운 길이라지만 실상은 핵ㆍ경제병진 노선으로 회귀한 낡은 길의 답습이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자 탈냉전이 도래하고 미국이 전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면서 세계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미국은 세계화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전 세계 특히 화약고인 중동지역으로 확산시켜 세계평화를 유지하려 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까지 벌였다. 그러나 결과는 오히려 분쟁과 테러만 양산됐다. 미국이 중동의 사막과 산악에서 국력을 소진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급부상했으며 러시아도 강해졌다. 미국인들도 세계경찰에 대한 피로감에 지쳐버렸다. 미국은 30여 년이 지나면서 그것이 대환상이었음을 깨달았다. 괴짜 같지만 영악한 트럼프는 이를 간파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석학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는 명저 대환상(The Great Delusion)에서 이를 설명하고 있다. 2020년 세계는 대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 세계화(Globalization)의 물결은 퇴조하고 민족ㆍ국가주의(Nationalism)가 부상하고 있다. 열강들은 이상이나 가치보다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도널드 트럼프(미국), 시진핑(중국),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아베 신조(일본), 보리스 존슨(영국) 등 열강들의 지도자들은 모두 민족ㆍ국가주의자들이며 스트롱맨들이다. 이미 국제정치는 미-일-영 대(對) 중-러의 제2냉전구도의 새로운 길로 회귀하고 있으며, 미-중 패권경쟁으로 표출됐다. 문제는 2020년대 제2의 냉전구도가 한반도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이 한국으로 하여금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인사에서 평화는 행동 없이 오지 않는다면서 남북 상생번영의 평화공동체를 역설했다. 또 남북관계에서도 더 운신(運身)의 폭을 넓히겠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4일간 계속된 회의에서도 남조선을 거명조차 하지 않았고 평화 대신 핵미사일의 새로운 길을 결단했다. 국가 간의 협력을 강조하는 이상주의(Idealism)는 세계화 시대에서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2020년은 자국의 힘에 바탕을 둔 현실주의(Realism) 국가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세계도 북한도 대환상에서 깨어나 새로운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평화에 함몰돼 있다면 대환상이다. 최고로 영특한 우두머리 흰쥐가 절실히 필요한 경자년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스마트시티’는 北 주민 감시수단이 될 것인가

한때북한의미래에대한막연한기대들이있었다. 북한주민이잘사는남한사회를인식하게되면체제변화가불가피해질거라는예상도그랬다. 그렇기때문에북한은첨단기술도입을꺼리고경제개혁과개방을두려워하며과거와같은통치방식에의존할것이라는가설이다. 과연그럴까? 이미많은북한주민들이한국드라마를접했고휴대폰가입자수도600만명이되었다. 지금은북한이체제변화가두려워개혁개방을하지않는것이아니라, 오히려외부세계가경제제재를통해북한을가두어두고있는상황이다. 이와중에도북한은여러관광지개발을추진하고, 군비행장을갈아엎고온실을설치하며, 기존의군수공장시설을민수제품생산용도로전환하고있다. 과거에틀에갇힌우리의시각을탈피해야한다. 실제로첨단기술을적용한스마트시티를북한에건설한다면남한에비해여러가지장점이있다. 정책결정과추진이용이할뿐만아니라토지수용비용이들지않는다. 수익성사업을위주로하지않는이상적계획도시실험도가능하다. 첨단기술을적용한교통교육의료시스템을도입하는데있어서도기득권이나이해관계자의반대도없다. 즉, 한국에서당장실현해보기어려운과제를남북한상호보완적협력을통해해결하는것이가능하다. 이같은장점에도불구하고북한주민에대한감시통제의수단으로첨단기술과스마트시티가활용될수있다는우려는남아있다. 스마트시티기술을도입하면주민감시통제가좀더효율화되고세련돼질수있기때문이다. 그러나이것은북한만의문제가아닌인류전체의문제이다. 모든권력은가용한수단을활용해시스템을유지하려고노력하고있으며, 중국은물론선진국에서도첨단기술을활용해치안유지와국가안보에역점을두고있다. 여기서주목해야할것은북한이예상과는달리첨단기술활용에보다적극적일수있다는점이다. 정치적안정을위해도움이된다고판단하면북한이신기술도입을마다할이유가없기때문이다. 북한이더욱자신감을가지고첨단기술을통한경제성장을추진할가능성이있다. 경제규모면에서열세인북한이기존방식만으로는경쟁력을가지기어렵다. 후발주자입장에서는도약적성장을모색하기위해비대칭적인경쟁력을갖추는것이절실하다. 여기에서남북한협력의가능성을모색해볼수있다. 첨단기술을통한북한경제성장과정에서남한의역할을찾아야한다. 북한기술수준을볼때4차산업혁명분야에직접도움이될하드웨어기술은거의없다. 그러나핵심요소인인공지능이결국알고리즘이라는것을생각하면, 북한의인재를육성해소프트웨어분야에서활용하는것은유망하다. 또한경제특구특별법에첨단시스템적용을위한항목을포함한다면남한보다효과적으로스마트시티테스트베드를구축할수도있다. 특히인공지능연구에필수적인빅데이터확보를위해별도의정책수립도용이하다. 이구상을실현하기위해우선남북공동으로4차산업혁명추진위원회를구성하여첨단기술을활용한북한경제성장전략의마스터플랜을수립할필요가있다. 미래한반도의4차산업혁명실현을위해남북한이어떻게역할을분담하고시너지를낼수있을지검토해야한다. 민경태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자

오현순 기후변화로 인해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71~2100년 사이 0.3~4.4도까지의 기온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지구가 유지될 수 있는 상승온도의 최저 한계선은 산업혁명 이후 1.5도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4도가 넘는 기온은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선진국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마샬군도의 키리바시 섬의 해수면은 상승했고 해변은 플라스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빙하는 녹아내리고 홍수와 산불은 빈번해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가뭄과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폭력과 차별도 뒤따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0회 국제형법학회(AIDP) 총회에서 환경파괴와 관련한 행위들을 미래세대에 해를 끼치는 범죄행위라며 비판했다.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을 향해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며 호통을 쳤다. 미세먼지는 재난이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화석연료 보조금과 세금 할인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는 한국에 툰베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이 가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회의에서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박근혜 정부도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2030년까지 37%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감축 목표에도 말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현 정부 또한 전 정부와 목표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정책수단의 구체성이 떨어져 이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로부터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받으며 통상국가인 한국 스스로 국제적 외톨이를 자초하며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느긋하게 뒷짐 지고 있는 사이에 전 지구적으로 신기후체제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제품만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EU는 환경규제를 강화해 기후관련 요구를 지키지 못하는 기후악당국가의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제안하는 등 기후정책과 무역을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국 7위국이자 OECD 국가 중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한국의 기후정책은 여전히 안일하다. 이에 반해 EU 정상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에 합의했으며, 미(美) 뉴욕주의회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급진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와 기업이 함께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성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라는 공동의 목표를 선언하고 이행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시민 개개인의 실천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해 어릴 적부터 생태시민성 함양을 위한 환경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이탈리아는 세계 최초로 내년부터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개발을 정식교과과정에 포함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중ㆍ고교의 환경을 주제로 한 교과목이 2007년 20.6%에서 2018년 8.4%로 떨어졌고, 2009년 이후 환경을 담당하는 교사 신규 채용이 전무한 상황이다. 환경교육을 위한 재정과 인력 투입이 시급하다. 아울러 성인지 교육과 같이 법령과 정책을 다루는 정책입안자 및 집행자, 선거출마자, 대통령까지 환경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당겨쓰고 있다. 우리의 위해적(危害的) 행동이 앞으로 미래 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이미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기후악당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행정사무감사, 숨어있는 술래를 잡아라

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내년 예산안 심사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지방자치의 양 날개인 경기도의회와 집행기관이 견제와 균형으로 빛나는 시간이다. 행정사무감사는 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소관 사무 전반에 대해 점검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일이다. 지방행정의 공평성, 합법성, 합목적성까지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치열하게 준비한 질문 하나가 기존의 관행을 뒤집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정책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집행기관은 소나기를 피해보려는 심정으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란다. 의회는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숫자와 행간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며, 정책의 사각지대를 찾으려는 숨바꼭질이 이뤄진다. 올해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는 초선의원들의 열정과 다선의원들의 경륜, 그리고 의원 저마다의 전문성이 돋보였다. 경기도 노동국 감사에서는 노동복지기금 사업을 모든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회계 처리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고, 경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추진이 숫자에 매몰되는 경향을 지적했다. 교통국 감사에서 경기도형 준공영제를 통해 운수종사자의 인건비 등 처우가 개선돼야 함을 제안했다. 경기도체육회의 성폭력 등 스포츠 인권 침해 방지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촉구했고, 경기도문화의전당이 해마다 제출하는 서류의 주차면수가 제각각인 점을 들어 도 산하기관의 허술한 자산관리와 회계관리의 집중 점검을 질타했다. 경기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 즈음해서 도민을 대상으로 사무보조 활동 지원자를 모집해서 운영한다. 이들을 통해서 상임위별로 의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쟁점사항, 예를 들면 재단 홈페이지 오기(誤記)나 다양성 영화 개봉관의 저조한 실적 등이 감사 지적사항으로 발굴되기도 했다. 행정사무감사에 참여했던 한 분은 저수지 수질오염이 자신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생활 현장이 곧 정책의 샘터다. 그런 점에서 행정사무감사는 도민과의 중요한 소통 통로이기도 하다. 행정사무감사를 거치면서 의원들의 초췌해진 얼굴을 보니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평의원 시절, 보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속에 서류 더미 속에 묻혀 지내면서도 촌음을 다퉈서 현장도 방문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초선의원 시절 한국나노기술원 행정사무감사에서 기술원이 경기도라는 명칭을 제출 자료에 기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행감이 중단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사소해 보이지만 잘못된 행정 관행을 바로잡고자 했던 중요한 퍼포먼스였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행정보조인력으로 장애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농아인들은 한 명도 없음을 파악해서 지적했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예산이 3년 새 10분의 1로 줄어든 것도 찾아내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밤잠을 설치며 치열하게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해서 변화와 개혁의 원동력을 만들어 뿌듯했다. 그런데 해마다 막바지에 몰려 있는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를 보면서 지방자치법 및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행 법령에는 감사를 정례회에만 실시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대개 행정사무감사가 실시되는 제2차 정례회에는 예산안 심사가 있다. 만약 감사의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면 지적된 사항들이 이듬해 예산안에 보다 잘 반영될 수 있고, 좀 더 내실 있는 감사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바로, 국회에서의 통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이뤄질 수 없는 사랑과 짝사랑

김기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선포한 연말 시한이 불과 2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북한은 올 2월 하노이 회담 패착 이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라고 연말까지 시한을 못 박았다. 그러나 연말 안에 기적적으로 미북협상이 열릴 전망은 어둡다. 오히려 미북 사이에 갈등과 긴장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압박이 거듭하자 러브레터를 주고받는 사이라고 김정은을 한껏 치켜세우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엔 김정은을 다시 로켓맨(rocket man)이라고 불렀다. 2017년에 화염과 분노라고 말하면서 전쟁 위기까지 미북갈등과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트럼프는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중대결심을 상징하는 일선 군단장까지 대동한 백두산 등정 모습과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소집을 밝혔다. 협상이 아닌 새로운 길의 전환을 결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도 대북(對北) 무력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연말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분명한 경고를 보냈다. 지난해 4월 판문점에서 연인처럼 다정해 보였던 도보다리에서의 문재인ㆍ김정은 남북 두 정상의 모습은 7천만 민족에게 한반도에 새봄과 함께 진정한 평화가 오는 줄 믿게 했다. 이어진 9월 남북 두 정상의 백두산 등정과 평양공동선언 및 전격적인 남북군사합의 발표는 다시는 전쟁의 공포에 떨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는 듯했다. 그러나 지금 미ㆍ북양쪽에서 나오는 신호들은 지난 2년간 끌어왔던 가짜 평화와 가짜 비핵화 쇼가 종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와 올해 2월 하노이, 6월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직접 대면한 트럼프는 겉으로는 사랑 표현을 했지만, 속으로는 비핵화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래서 김정은을 선거에 득이 되도록 붙잡아 두면서 적절히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도 적당히 트럼프를 치켜세우면서 그의 화염과 분노를 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비밀병기를 개발했다. 신형병기는 괌이나 하와이에 떨어지지 않게 하여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서운 속도와 성능을 보이면서 개발됐다. 북한은 올 5월부터 13차례에 걸쳐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북한판 에이태킴스 신형 전술지대지 탄도미사일, 신형 초대형 방사포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국군의 무기로는 방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0월 핵무기 투발수단 중 가장 은밀하고 요격이 힘들어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무서운 전략무기인 잠수함발사 미사일(SLBM)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결국 북한은 하노이 노딜 후 신형병기 4종 세트를 거의 완성한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김정은은 자신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를 짝사랑하는 이상주의자인 문 대통령이 있어서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 같다. 백령도 인근 창린도에 와서 상시 전투준비태세와 포사격지시를 하면서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고 보란 듯이 이를 방송까지 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청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외교적 결례를 범하면서 공개했다. 김정은도 트럼프도 서로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임을 아는 것 같다. 서로 사랑하는 척하면서도 적당히 제 살길을 찾으면서 싸움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자신을 짝사랑하면서 계속 구애를 보내는 이상주의 지도자가 있어서 웃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불안하다. 오늘 아침은 시계가 2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더욱 춥기만 하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北 농업의 도약적 발전 가능할까

남북 관계가 고착상태이며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은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꾸준히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만약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있어서 경제제재가 완화된다면 가장 먼저 추진할 수 있는 남북경협은 관광과 농업 분야가 될 것이다. 농업은 북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서나 한반도의 포괄적 안보를 위해서도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국토의 대부분이 산악지대인 북한은 농토가 넓지 않고 토질도 척박하다. 따라서 남한과 비교하면 경지면적이 넓고 농가인구도 월등히 많지만 생산효율은 크게 뒤떨어진다. 비료농약농기계 등 농업생산 자재 공급도 제한적이다. 북한 농업의 도약적 발전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비료와 농기계 투입을 증가시켜 생산량 증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과 관련된 생산가공유통시장 등 모든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혁신해야 한다. 또한 북한 영토를 뛰어넘는 시각이 필요하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량으로서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업은 1차 산업만이 아니라 2차, 3차 산업이 될 수 있다. 네덜란드 사례를 벤치마킹해보면 이미 농업은 물류유통산업이자 지식산업이 됐다. 영토는 작고 농가수는 7만 호에 불과하지만 농식품 수출규모가 세계 2위인 농업강국이다. 항만운하공항 등 운송 인프라가 발달했기에 수출이 GDP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구 3만 6천 명의 작은 도시인 바헤닝언 Food Valley에서는 농민기업연구소의 지식 네트워크를 통해 농업혁신이 진행된다. 글로벌 농식품 기업들의 주요거점을 포함해 연구소 20개, 과학기업 70개, 식품기업 1천440개가 있다. 지경학적 강점을 가진 북한이 동북아의 네덜란드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주변 국가와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연결된 상태를 가정해서 북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과 추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농작물 생산에 국한하지 않는다. 농지를 경작하는 1차 생산, 중간 가공, 글로벌 유통, 소비시장 연결 등 농업 관련 일련의 과정에서 하나라도 북한의 경쟁력을 활용할 수 있으면 된다. 둘째, 남북한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설계한다. 북한에서 자체 조달 가능한 기술과 역량에 국한하지 말고, 남한이 보유한 농법농기계농업회사 등을 활용해 상호보완적 협력을 구상해야 한다. 셋째, 북한 지역 경작지에 국한하지 않는다. 척박한 토양 개선을 위해 화학비료를 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남북 협력을 통해 첨단농법을 갖춘 북한 농민이 러시아중국중앙아시아로 진출해 글로벌 농부가 되는 것이다. 넷째, 미래 한반도의 물류망을 활용한다. 북한의 지경학적 경쟁력을 생각해 보면 효과적인 물류망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도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항만철도도로망을 바탕으로 복합물류기지를 만들고, 농식품 가공산업 및 유통 분야의 동북아 허브를 육성하는 것이다. 다섯째, 첨단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농업을 육성하겠다는 관점을 탈피하고, 고부가가치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마고원에 자생하는 허브식물이나 북한 전통식품을 연구하는 것이다. 약효 증진을 위해 재배환경을 최적화한 인공지능 스마트팜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다. 우선 해결할 과제는 농업분야 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것이다. 남북한 전문가 포럼 및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첨단 농업기술 협력을 위한 테스트베드를 조성하자. 농업은 한반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유망한 분야다. 북한 농업의 도약을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꿈꿔 보자.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의회의 중심은 상임위원회다

송한준 의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돌아간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상당 부분이 상임위에서 이뤄진다. 의원별로 전문 분야가 있고 선호하는 상임위가 있지만 모두가 원하는 상임위에 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공존 차원에서 소수 야당 의원에게 상임위 우선 배정을 배려한 이유이기도 하다. 상임위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다. 이맘때가 한 해 회기 중 가장 바쁜 시기다. 지난 11일부터 행정사무감사가 시작됐다. 보름 가까이 열리고 이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이뤄진다. 요즘 출근하면 제일 먼저 상임위 사무실을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자료를 요구하게 된다. 도민의 입장에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고르는 일은 의원의 몫이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사소한 갈등이 있어도 올해 행감은 상대를 존중하는 분위기에서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나의 상임위 활동을 돌아보면 8대 초선의원 때의 보람이 컸다. 경제과학기술위원회 행감을 하면서 중소기업 지원 예산 확대를 강력히 피력했다. 중소기업 보증 지원 예산과 유사한 목적의 행사에 편성된 예산을 비교하면서 당위성을 설명했다. 상임위 이름에도 들어가 있는 과학 발전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 예산이 3년 사이에 10분의 1 토막이 된 것도 꼬집었다. 이러한 문제 제기로 경기북부 지역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경기테크노파크 거점 역할을 북부는 항공대, 남부는 단국대에서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의정활동이 소상공인 지원조례의 마중물이 되기도 했고, 오늘날 경기신용보증재단을 통해 다양한 정책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점도 뿌듯하다. 9대 때는 교육위에서 활동했다. 상임위가 관장하는 조례의 심의가 회기 때마다 이뤄진다. 관심을 가지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는 말처럼 경기교육의 여러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민원인은 방송통신중고등학교에서 만학의 꿈을 키워가는 성인들이 겨울에 차가운 도시락을 먹는다고 전했다. 공평한 교육 차원에서 여느 고등학교와 동등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교육위원장과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고, 예산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적은 예산으로 소외된 도민들의 삶터에 온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의 상임위 활동이 든든한 자산으로 작용한 셈이다. 경기도의회에는 모두 12개의 상임위가 운영되고 있다. 의회운영위는 의사 일정과 의회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다룬다. 또 기획재정위는 도정의 기획과 예산, 경제노동위는 중소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등을 담당한다. 안전행정위는 자치행정 사무와 도민 안전, 문화체육관광위는 예술진흥과 체육 관광 등을 맡는다. 농정해양위는 농어업ㆍ산림ㆍ해양항만 분야를, 보건복지위는 복지안전망을 구축하고 소외계층을 살핀다. 건설교통위는 대중교통 정책과 도로개설 등을, 도시환경위는 도시계획과 자연환경 보전 등을 지원한다. 여성가족평생교육위는 젠더 및 보육과 다문화, 평생교육 분야를 맡는다. 제1교육위는 교육관련 예산, 학교 및 교원정책을 담당하고 교육행정위는 교육관련 감사, 학교설립 및 교육환경 등을 관장한다. 경기도의회 12개 상임위는 의정활동의 꽃이다. 상임위의 활동이 도민의 삶에 힘이 되고 의지가 될 수 있도록 142명 도의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송한준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미국을 벗겨 먹는 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을 가장 많이 이용해 먹는 나라(a major abuser) 중 하나다. 중국과 한국이 우리를 오른쪽과 왼쪽에서 벗겨 먹고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난해 말 사임한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비서관이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지난달 29일에 발간한 홀딩 더 라인(Holding The Line, 전선 사수)이란 책에서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동맹을 가치보다는 돈으로만 평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안보를 좌지우지할 미국 대통령의 인식이기에 그 파급력을 따져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나라인지 말은 안 하겠는데, 이 위험한 나라를 지키는데 50억 달러(약 6조 원)가 듭니다. 엄청나게 부자고 우리를 좋아하지도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에요, 믿어집니까?라고 올해 5월 플로리다주 패너머시티 유세에서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지난 9월과 10월에 걸쳐 시작된 두 차례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 총액이 트럼프 대통령이 5월 유세에서 언급했던 금액과 거의 같은 50억 달러(약 5조 8천억 원) 규모라는 윤곽이 드러났다. 올해 방위비가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1조 원대를 넘은 1조 389억 원(9억 9천만 달러)이다. 그러나 미국은 원칙을 뒤엎는 사상 초유의 6조 원대, 500%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파기를 선언해 11월 23일 0시에 종료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하 지소미아)의 파기 재고를 한미일 안보협력과 주한미군의 보호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위기 사태의 범위에 미(美) 유사시(전쟁 시)를 추가해 한국군의 참전을 요구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6조 원대의 인상 요구에 이어 분쟁지역에 병력까지 파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 주 14일과 15일에 서울에서 한미연례군사협의회(MCM)와 안보협의회(SCM)가 개최된다. 또한 다음 주인 11월 23일 0시에는 한일군사정보보협정(지소미아)의 종료가 결정된다. 최대의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진행된다. 모두 한미동맹의 미래를 좌우하고 한반도의 한보지형을 급변시킬 메가톤급 중대 사안들이다. 그러나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대 사안의 향방에 대해 국민은 깜깜하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가슴이 움츠러들고 불안하다. 설마 했던 지소미아 파기까지 불사하는 정부이기에 더욱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으며, 워싱턴에서도 같은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의 대학생들이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철회하고 해리스 대사는 이 땅을 떠나라고 외치면서 미 대사관 담을 넘었다. 한국이 미국을 벗겨 먹는 나라라니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 한심하기에 앞서 불안할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쳐대니 지난주엔 미 국무부의 방위비 분담금, 경제, 외교안보를 다루는 4인방이 기습적으로 몰려들어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와 인도 태평양 전략 참여를 압박했다. 원하는 대로 안 될 경우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카드도 꺼내 들 태세다. 국제정치는 원래 정글의 법칙 위에서 이뤄져 왔다. 거기엔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국도 없다. 오직 영원한 국가이익이 있을 뿐이다라는 금언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 불안한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북한 고속철 건설 위한 국제 컨소시엄을 만들자

지난달 25일 북한은 금강산 내 남측 시설을 철거하라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남북관계의 중대한 위기지만 이를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무회담으로 풀기 어렵다면 고위급회담이나 특사를 통해 새로운 방안을 논의하자.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더욱 큰 틀에서 관광산업 전반을 놓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관광을 국가 핵심 사업으로 키우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미흡하고 서비스 운영 경험도 부족하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남한이 파트너가 된다면 관광을 한반도의 미래 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북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교통 인프라 건설이다. 예를 들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는 엄청난 규모로 관광 및 숙박 시설이 건설되고 있지만 교통수단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전에 비해 갈마공항의 인프라가 개선됐지만 대규모 관광객 수용을 위해선 고속철도 건설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북한이 평양~원산 구간에 신칸센을 놓아달라고 일본에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한 중국은 오래전부터 평양~신의주 구간 경의선 고속철 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만약 한국이 배제되고 다른 국가가 북한 고속철 건설에 참여하게 된다면 통탄할 일이다. 퍼주기 논란은 고사하고 앞으로 북한 투자에서 우리가 소외될 것을 염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선 서울~평양 구간에 고속철을 놓아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KTX를 북한 전역에 건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중요 기간시설인 고속철은 외국의 도움 없이 남북한 자력으로 건설하는 것이 좋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사회 내부에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북한 고속철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구성하고 국제 컨소시엄을 통해 참여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이라도 북한 관광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 구축을 한국이 적극 지원한다면, 북한의 신뢰를 확보하고 비핵화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철도는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이므로 유엔 제재의 예외 조치로 인정받는 방안도 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국제 컨소시엄은 한국을 비롯 중국러시아일본미국 등 국가들로 구성될 수 있으며, 철도망 구축과 함께 경제특구 개발에도 이들 국가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중국은 단둥~신의주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나선~훈춘~하산 삼각 협력에 관심이 크다. 일본은 전쟁배상금이 합의되면 원산 지역 투자가 유망하며, 미국은 동해안 관광단지나 자원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국제 컨소시엄의 기능을 철도 연결에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북한 경제특구 개발도 포함하자는 제안이다. 북한 성장의 열매를 주변 국가들과 나누는 이익공유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동의와 지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북한 철도는 유라시아 철도의 연장으로서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당면한 금강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미래 한반도의 원대한 구상과 연계하는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불출마 의원과 함께 쓰는 참회록

오현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과 이철희 의원이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표 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 정쟁에 매몰돼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며 사상 최악의 국회에 책임을 지고 불출마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도 정치는 타협이자 긍정이고 민생인데 그 반대로 흘러가는 모습에 무기력하고 절망했다고 한다. 소신껏 입법의정 활동을 하며 낡은 정치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정치인들의 떠나는 모습에 한국 사회에 큰 정치적 손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피해자 구제나 사고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어린이안전기본법, 국가배상법개정안, 소방공무원등공상추정법 등의 왕성한 입법 활동을 펼쳤다. 이 의원은 국군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문건 등을 폭로하며 기무사 개혁뿐 아니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극단적 파당정치로 민생은 돌보지 않고 갈등조정의 기능도 잃어가는 모습에 표 의원은 반성하며 스스로 물러가겠다고 선언했고, 이 의원은 국회 내에서 더 이상 정치를 바꿀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바깥을 선택했다. 그들의 행간에서 정치가 바로 서길 바라는 진정성이 느껴져서인지 더욱 안타깝다. 또 드는 생각은 입법의정 활동을 열심히 해도 지역에서 얼굴 보기 어려우면 민심이 달라지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상술했듯이 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입법의정 활동 펼쳐왔다. 그러나 표 의원 지역구인 용인시 정 자유한국당 당협위원회 관계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에서는 얼굴 보기 힘들어서 민심이 달라졌다고, 그래서 불출마 선언을 한 게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국회에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산적한데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에 얼굴 내밀기 급급하다고 비판들이 많지만, 현실은 지역구 민심을 살피지 않으면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에서 선출되지만 국정을 감시하며 입법을 다루는 국가대표다. 그러나 아파트나 토지 등 부동산 매매가를 급등시킬 수 있는 지역개발 로비스트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공공성을 저해시키는 쪽지예산으로 지역구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 의원들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행태는 국가 재정을 좀먹는 일이며, 힘 있는 정치인이 재정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정치권을 포함해 우리 모두의 반성과 참회가 필요하다. 이 의원은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고 대통령 뒤에만 숨으려 하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장관을 낙마로 몰고 가는 데 공(?)을 세운 소속 정당 의원들을 상대로 표창장 파티를 벌였다. 더 이상 퇴행적 정치가 용납되거나 극단적 언행을 동원하는 의원들만이 살아남는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 떠나야 할 사람은 남고 남아 있었으면 하는 사람들이 떠나는 국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오늘로서 21대 총선일은 불과 170일 남짓 남았다. 안타깝지만 두 의원의 불출마 결정은 존중한다.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민을 대신할 대표자를 고용하는 제도며, 국회의원은 입법과 의정 활동을 통해 국정과 민생을 챙기는 대표자임을 분명히 하는 각성의 기회로 삼자. 그것이 선거 때면 불어오는 공천학살의 광기나 묻지마 물갈이 등의 열풍보다 백배 천배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현장의 답을 알려주는 지역상담소

경기도의회 지역상담소가 경기도 31개 시ㆍ군마다 있다. 주민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을 호소하거나 지역 문제를 함께 모여서 의논하는 소통의 장소다. 우리 마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고 듣는 정보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의정 활동 거점으로서 지역 일꾼을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지역상담소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경기도민이 민원 때문에 수원에 있는 경기도의회까지 찾아와야 하는 불편함을 덜고, 도의원이 지역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며 현장에서 해결하기 위해 마련했다. 도의원이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없이 조례 제개정, 행정사무감사, 예결산 심의 등 많은 역할을 하다 보면 시간이 늘 부족하다. 그런데 지역상담소가 생기면서 의정 활동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인 것이다. 지난 5년간 지역상담소 발자취는 한마디로 황무지에다 나무를 키운 격이다. 전국 최초로 운영하다 보니 경험이 부족하고 지침이 미흡해서 우왕좌왕하는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체계가 갖춰졌고, 다른 시ㆍ도에서 벤치마킹하는 경기도의회만의 자랑거리가 됐다. 시ㆍ군별로 행정 경험이 풍부한 위촉상담관이 1명씩 배치됐고, 임기제 공무원 1명이 상주한다. 사무실도 10개소가 관공서 내에 있고, 앞으로 모든 상담소를 관공서 내로 이전해 도민들의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지역 현안과 관련된 민원 해결 상담이 총 1만 6천여 건, 정책 현안 회의가 870여 건 이뤄졌다. 입법 예산이나 정책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는 횟수도 2만 2천여 건, 상담소 운영 정보나 의원 의정 활동 보도자료도 1만여 건에 이른다. 지역상담소에서 나왔던 작은 민원의 씨앗이 경기도민 전체를 위한 정책으로 열매 맺은 사례도 있다. 남양주상담소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실마리가 됐다. 부산에서 살다 온 어르신이 경기도에는 왜 고령자 운전면허 반납에 따른 혜택이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를 계기로 경기도 교통안전 증진을 위한 조례를 개정했다. 경기도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고 실효된 경우 교통비 등을 지원하고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임을 표시하는 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역상담소는 여기저기 문의하고 하소연하다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마지막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용인지역상담소에 접수된 민원이 그런 경우다. 잦은 차량 정체로 생활이 불편한데 전화 거는 곳마다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그래서 도의원이 중심이 돼서 중앙부처, 시와 구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함께하는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다. 여러 가지 한계 속에서 민원(民願)이 민원(民怨)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처방밖에 못 하는 안타까움도 있다. 의정부지역상담소에는 학교용지로 알았던 부지가 용도 변경된 데 대해 화가 난 학부모들이 찾아왔다. 도의원이 관계기관들과 함께 해결하려고 했지만, 학부모들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런데 억울한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애써준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억울하고 속상한 도민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장소, 지역상담소의 또 다른 얼굴이다. 지방자치의 양 날개 중 한쪽인 지방의회가 도민 행복을 위한 대의기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길은 현장에 답이 있다. 지역상담소가 바로 현장 중의 현장이다. 도민의 삶터에 깊이 뿌리내리는 지역상담소가 대의기관의 거점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하다니

김기호 중국의 고전 사기에 나오는 새겨둘 만한 이야기다. 강력한 군주였던 진나라의 시황제가 죽자 측근 환관인 조고(?~B.C. 208)가 거짓 조서를 꾸며 태자 부소를 죽이고 어린 호해를 세워 2세 황제로 삼았다. 현명한 부소보다 어리고 용렬한 호해가 다루기 쉬웠기 때문이다. 호해는 천하의 모든 쾌락을 마음껏 즐기며 살겠다고 말했을 정도로 어리석었다. 조고는 이 어리석은 호해를 교묘히 조종해 경쟁자인 승상 이사를 비롯, 많은 구신들을 죽이고 승상이 돼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그러자 역심이 생긴 조고는 중신들 가운데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가려내고자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폐하, 말을 바치오니 거두어 주시오소서, 승상은 농담도 잘 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다니. 어떻소? 그대들 눈에도 말로 보이오? 말을 마치자 호해는 웃으며 좌우의 신하들을 둘러봤다. 잠자코 있는 사람보다 그렇다고 긍정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아니다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조고는 부정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죄를 씌워 죽여 버렸다. 그 후 궁중에는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그 후 천하는 혼란에 빠졌다. 조고의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백성들이 도탄에 빠지자 각처에서 진나라 타도의 반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지록위마는 위압적으로 남에게 잘못을 밀어붙여 끝까지 속이려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지금 이 나라에도 가족 전체가 반칙과 불공정의 종합백화점인 자가 법을 다루는 자리에 앉아서 위압적으로 정의와 개혁을 강요하고 있다. 그들 편에 선 자들은 세를 형성하고 시위하면서 모두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고 있다. 사슴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적폐청산이나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나라는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쪼개져 혼란을 겪고 있다. 그들 진영의 사람들은 내로남불과 조로남불로 일관한다. 더욱이 북한의 언행에 대해선 사슴인데도 말이라고 눈치를 보면서 부추긴다. 북한은 최근 3개월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에이태킴스(ATACMS전술미사일) 탄도미사일 2종과 400㎜급 대구경초대형(500~600㎜급) 방사포 등 신형 방사포 2종의 신형무기를 발사해서 우리를 심각하게 위협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4일과 9일 동서부 전선의 전 부대들이 참가해서 남한 표적을 향하여 화력타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가 안보를 수호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북한이 남북군사합의를 잘 준수하고 있다 했다. 국방장관은 우리가 무기개발 시험하듯 북한도 신형무기를 시험발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신형 4종 병기들은 시험발사용이 아니고 실전 배치되는 핵무기에 버금가는 무기들이다. 초대형 방사포를 제외하곤 3종의 신무기 모두 최대 비행 고도가 25~50여㎞에 불과, 기존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요격범위인 최신형 패트리어트(PAC-3MSE)는 주한미군에게만 있고 그것도 턱없이 부족하다. 신형4종을 섞어 쏘면 대책이 없다. 그럼에도 사슴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한다. 김정은은 포병전문가 박정천을 일약 총참모장으로 승진시키고, 트럼프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남한을 주무르려는 속셈이다. 속이 타들어 가는 가을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아침을 열면서] 운정을 경유역으로, 평양까지 GTX 연결하자

서울 강남은 왜 제일 땅값이 비싼 지역이 됐을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우선 지리경제학적 측면에 주목해보자. 1970년대 경제개발은 수도권과 동남권 산업단지를 잇는 경부고속도로 개통부터 시작됐다. 이후 경부선은 대한민국 경제활동의 주축으로 성장해 모든 에너지와 정보가 이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됐다. 생명체에 비유하자면 대동맥과 중추신경망이 지나가는 핵심적 위치에 자리 잡았기에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반면, 강북과 경기도 북부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일산과 분당의 신도시가 지금은 차이가 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떠한가. 고려시대 수도 개성은 작은 도시로 위축됐고, 항만도시 해주는 군사력 집중 외에는 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분단 이후 접경지역은 피가 통하지 않는 단절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평양의 북쪽 변두리였던 평성은 물류와 시장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평양과 북부지방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분단은 데칼코마니와도 같은 지리경제학적 특성을 남북한 모두에 남겨줬다. 즉, 접경지역은 낙후되고 서울의 남쪽과 평양의 북쪽이 흥하게 된 것이다. 그럼 앞으로 미래 한반도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이제 한반도의 대동맥을 연결해 섬나라와 같이 취급받았던 과거를 극복하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해양을 연결하는 교두보로서 한반도의 경쟁력을 되살려야 한다. 당장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서도 남북한의 물류교통망 연결은 필수적이다. 서울과 평양의 직선거리는 200㎞ 밖에 되지 않는다. 이미 상용화된 중국 고속철이 시속 350㎞ 이상임을 고려하면 앞으로 건설될 서울-평양 고속철도는 30분 정도면 두 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 서울과 평양이 서로 떨어진 도시로서가 아니라 서울-평양 메가시티라는 단일 광역경제권으로 기능하는 것도 꿈꿔 볼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선 시급한 것은 남북을 잇는 촘촘한 교통망의 연결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산악지형 특성상 실제로 인구가 거주하고 산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은 그리 넓지 않다. 남북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루트를 살펴보면 서울과 평양 사이의 좁은 지역이 한반도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기존 경의선과 같이 단일 노선만을 계획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 내에서만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수용능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소한 2~3개의 주요 노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철도망 연결을 제안한다. 기존 경의선은 개보수해 화물 전용으로 활용하고, 신규 건설하는 신경의선 고속철도는 인천공항과 경기 남부지역을 출발해 서울을 통하지 않고 김포, 개성, 해주, 남포 등을 지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 중심부와는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이미 착공된 GTX망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GTX-A 노선은 동탄, 수서, 서울역을 지나 파주 운정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여기서 임진강을 건너면 바로 개성이다. 운정을 종착역이 아닌 경유역으로 전환하고 평양까지 연장한다면 가장 이른 시일 내에 구축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자, 그럼 미래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은 어떻게 변할까. 서울과 평양을 연결하는 길목이 성장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서울 강북과 수도권 북부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평양 GTX 연결은 한반도 평화경제의 구체적 실현이 될 것이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자

또다시 한국사회 시민은 거대한 촛불의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2016~2017년에 촛불혁명과 대한민국의 국민은 박근혜를 탄핵시켰다. 더 나아가 한국사회의 구질서의 적폐를 청산하고 재벌, 검찰 등 공고히 유지해 온 기득권 카르텔 혁파를 요구했다. 검찰개혁은 20년 넘게 개혁다운 개혁을 못 하고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번에도 검찰은 반성은커녕 국민을 비웃기라도 하듯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검란(檢亂)을 일으켰다. 대한민국처럼 기소독점권, 수사권, 수사종결권, 공소취소권, 긴급체포 사후 승인, 체포와 구속 및 피의자 석방 지휘권, 경찰수사 지휘권을 검찰이 모두 가진 나라는 없다. 전국 단일의 피라미드형 검찰제도를 가진 전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나라다. 조국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검찰의 현란한 무소불위 행위는 클라이막스에 달했다. 국회와 대통령의 시간을 무시한 이례적인 검찰의 강제수사, 별건 수사와 먼지털기식 수사, 피의사실 공표, 망신주기 등 유죄를 만들기 위한 무리한 수사를 감행했다. 하지만 그간 검찰의 관행은 어땠는가.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지휘권을 갖고 검찰을 사수(死守)하거나 제 식구 감싸기에는 열일 하지 않았나. 검찰은 내부 비리에 침묵하며 그 오염된 손으로 사회를 수술할 것이라는 임은정 부장검사의 지적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개들이 사냥하듯 인간사냥식 수법을 보면서 이것이 생활세계의 시민들의 일상적인 행동과 인간관계를 제약하고 스스로 자기를 검열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공포가 밀려온다. 검찰개혁안의 주요 과제는 특수부 폐지, 공수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이다. 아울러 검찰 스스로 스스로가 권한을 제한하고 축소하려고 하는 노력 또한 강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명하복 구조뿐만 아니라 법무부에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검찰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의 문제다. 박근혜정권에서 우병우, 김기춘을 비롯해 검찰 출신이 많았다. 법무부를 검찰 식민지라는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정부 들어 비검사를 주요 요직에 배정한 것은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이루기 위한 1단계 과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드는 의문은 현재 검찰제도는 선출된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통해서 검찰을 지휘하게 돼 있는 구조고 이것 또한 민주적 통제지만, 선출된 대통령이 검찰의 지휘와 통제 권한을 악용해 또 다른 비리와 국민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현재의 제도 속에서 권한을 통제할 개혁방안과 함께 더 획기적인 변혁안 또한 필요하다. 바로 검사장 직선제다. 미국의 카운티에서는 검찰청이 조직돼 있으며, 검사장인 지방검사(District Attorney)는 주민이 직접 선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실시가 된다면 실제 모든 검찰업무가 이뤄지는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면 된다. 검사장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됐기 때문에 권력 간 상호 견제와 상시 감시가 가능하다. 검찰총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지도 않는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수사하게 돼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서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다. 직선제가 도입되면 재벌개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과 재벌 간의 카르텔은 법의 원칙이 아닌 집단 간 이익을 고리로 법적 조치가 취해졌다. 직선제에 의한 검사장은 재벌을 수사할 수 있는 독립적 기구 18개가 등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공을 위한 권력 행사에 대해 평가받고 국민이 선택하는, 즉 국민의 통제와 민주주의적 통제를 받는 직접 선출제도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지방의회는 청소년 민주주의 배움터

의회는 민의의 전당이라 불린다. 민의를 수렴하는 데 있어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소중한 대상이 청소년이다. 경기도의회는 미래세대를 위한 청소년의회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민주시민으로서의 성장을 지원한다. 청소년의회교실은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지방자치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의회가 청소년의회교실을 연 것은 2005년부터다. 그로부터 10년간은 한 해 100~200여 명이 견학하는 수준이었다. 도민의 요구와 청소년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에 부응하면서 2016년부터 1천213명, 2017년 2천766명, 2018년 3천525명으로 참가자가 대폭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3천791명이 참가했고, 대상은 초등학생이 57%, 나머지는 중고등학생이었다. 프로그램 일정은 본회의 축소판이다. 참가자들은 1일 도의원이 되어서 선서를 하고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의석에 앉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유발언에 이어 실제 의회와 동일하게 주제 안건을 발표하고, 찬성 반대 토론을 벌이며 표결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낸다. 이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흥미로운 맞춤형 퀴즈를 통해 의회 역사를 배우는 도전 골든벨 시간도 마련되며, 도의원과 직접 만나는 토크 콘서트로 마무리된다. 지난 4월 청소년의회교실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소년들이 진행하는 의회 풍경은 의원들의 본회의를 방불케 했다. 그리고 참가한 중학생들이 내게 미세먼지 해결방안과 취약계층 지원책 등 많은 질문을 쏟아내어서 성실하게(?) 답변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도의원들도 대부분 나와 같은 소회를 밝혔다. 프로그램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참가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9%가 만족했고, 초중고 대상별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이처럼 청소년의회교실은 보고 듣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느끼고 생각하며, 저마다 뜻을 하나로 모으는 민주적 절차를 배운다. 어린 시절의 체험은 평생의 자산이다. 그들 중에 누군가는 정치에 뜻을 두고 먼 훗날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경기도의회의 청소년의회교실이었다고 회고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와 같은 기성세대는 학교에서 반공교육과 같은 의식화 교육만 받아봤지, 생각의 힘을 키우는 민주시민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어른들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교육받았지, 내 의견을 잘 말하는 교육이 다소 부족했다. 제대로 된 토론교육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보면 자신의 주장을 뚜렷하게 밝히고, 반론을 제기하는 학생들도 상대를 존중하면서 설득하려고 힘쓴다. 청소년의회교실은 현장밀착형 민주시민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이 지방자치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리 사회를 성숙하게 하는 밑거름이다. 전국 지방의회가 청소년 민주주의 배움터로서의 역할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경기도의회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다 함께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더 높은 관심이 필요하다. 청소년 민주시민 교육이 내실 있게 추진되어야 이재명 지사가 추구하는 공정한 세상, 이재정 교육감이 추구하는 공평한 교육, 경기도의회가 추구하는 공존의 미래가 실현될 수 있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페이크 러브, 거짓이 판 치는 세상

김기호 추석 연휴가 끝난 가을 아침은 선선하다. 언제 그 무더위가 있었나 싶다. 또 언제 그 무서운 태풍이 지나갔나 싶다. 그러나 추석 민심은 온통 뒤숭숭했다. 올여름보다 더 무서운 태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 불안한 것은 무엇이 진실(Truth)이고 무엇이 거짓(Fake)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19일은 남북군사합의를 체결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9월19일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야기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한은 키리졸브독수리(KRFE)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롯해 주요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는 등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 반면에 북한은 지난 5월부터 이달 10일까지 10차례에 걸쳐 2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무서운 신형무기들을 발사했다. 5천만 우리 국민은 물론 4만여 명의 주한 및 주일미군과 수백만 체류 외국인의 생명이 위험해졌다. 그러나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높인 것이 아니어서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한다. 전문가들이 북한의 신형무기에 대책이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여도 정부는 다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우리는 평화가 오는 줄 알았다. 특히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보여 준 다정한 연인 같은 모습은 남북이 더는 적대관계가 아님을 믿게 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나면서 짝사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 가장 핵심인 비핵화는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채 시간만 끌면서 회담의 줄만 놓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수소탄에 가까운 핵무기를 더 많이 찍어냈고, 머지않아 핵무기 100여 개, 미사일 1천여 기를 가진 핵보유국으로 등극할 게 뻔하다. 곧 3천t급 잠수함을 만들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한국은 물론 일본과 미국까지 위협할 태세다. 그럼에도 남측 지도자는 북측 지도자의 진정성(Truth)을 믿는다고 한다. 미국 지도자는 김정은이 보낸 수십 통의 편지를 아름다운 러브레터(Love Letter)라고 자랑한다. 지금 세상은 상대에게 진실을 속이고 거짓을 내보이는 시대다. 우리가 상대할 주변국의 지도자는 모두 터프하고 거짓말도 불사하는 스트롱맨들이다. 러시아의 군용기와 폭격기 및 중국의 정찰기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과 영공을 침범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들은 침범의도가 없었다고 하며, 도리어 우리 구역이라고까지 한다. 가장 믿고 의지하는 동맹국의 지도자는 동맹을 가치보다는 경제의 논리로 재단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해 더 많은 돈을 뜯어가려고 협박한다. 인접국가 지도자는 우리를 화이트 리스트로 압박하고 있다. 4면초가를 넘어 5면초가의 형국이다. 그럼에도 지도자가 선의와 이상주의자임을 고집했다가는 낭패를 면하기 어렵다. 약육강식의 국제관계에서는 힘이 곧 정의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군대가 없고 백성이 배를 곯아도 지도자를 믿을 수 있다면 나라는 존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믿음이 없으면 나라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하다. 지금 시대는 거짓이 난무해 진실이 설 자리를 잃다 보니 믿음이 사라졌다. 장관 청문회장이고 어디에서도 위증이 판을 친다. 내 편은 진실이고 딴 편은 거짓이다. 그래서 조국스럽다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말 페이크 러브(Fake Love) 방탄소년단 지민 포커스 직캠 영상이 공개된 이후 곧 8천만 뷰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울 기세다. 페이크 회담, 페이크 평화, 페이크 기자회견, 페이크 청문회 등 온통 세상이 페이크(거짓)다. 페이크 러브가 계속 반복해서 퍼지는 가을의 아침은 자못 불안하다.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아침을 열면서] ‘평화경제’의 시험대,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지금 한반도는 격동기를 지나고 있다. 동북아 지정학의 구조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갈등은 물론이고,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중국과 러시아의 개입 등 초강대국들의 첨예한 대치 국면에 한반도가 놓여 있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대립하는 기존 구도를 탈피하고,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교량으로서 한반도의 역할을 되살려야 한다. 동북아에서 오랜 세월 지속된 지리정치학적 갈등을 이제는 지리경제학적 연결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남북 두 정상이 약속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최근 북한은 거친 표현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베트남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협상을 앞두고 샅바 싸움을 하는 것 같다. 미국 입장에서도 향후 정치 일정을 고려해 본다면 올해 안에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상황 변화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국제정치 환경과는 별도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작업은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돼야 한다. 답답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의 꿈으로부터 접근해보자. 앞으로 한반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남북한의 경제교류와 협력은 과연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아주 현실적인 기회가 우리 앞에 주어졌다. 바로 2032 서울-평양 올림픽이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평양공동선언의 4조 2항을 살펴보자. 남과 북은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2032년 서울과 평양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서로 떨어진 두 도시가 아니라 통합된 도시 네트워크로 형성된 하나의 광역경제권, 즉 서울-평양 메가시티로 발전된 상태를 꿈꿔 보자. 신(新)경의선 고속철과 GTX 연장선은 서울을 출발해 개성과 해주를 지나 남포, 평양 등 북한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게 된다. 첨단 도시운영 인프라와 시스템에 의해 방문자들은 마치 잘 구성된 하나의 도시를 체험하는 듯 느끼게 될 것이다. 서울-평양 메가시티의 여러 도시는 올림픽 경기를 위한 스포츠 시설만이 아니라 컨벤션관광물류문화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남북한 협력 거점으로 성장할 것이다. 남북한 접경에 있는 개성은 올림픽 행사를 위한 남북공동준비위원회와 컨트롤센터를 설치하기에 적합한 지역이다. 개성공단 2단계는 생산시설 위주의 기존 계획을 변경해 올림픽을 지원하는 회의장호텔공연장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고, 향후 판문점DMZ와 연계해 MICE 산업 중심 평화도시를 육성하는 대안도 가능하다. 미래 한반도의 성장을 위한 4차 산업혁명 분야 남북 협력을 추진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올림픽 단지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셔틀뿐만 아니라 서울과 평양을 잇는 자율주행 관광버스, 대동강 수질개선을 위한 인공지능 센서와 하수관리 시스템, 물류교통 신호체계와 인공지능 환승제어, 테러방지 및 안전보안 시스템 등 첨단 도시운영 인프라를 남북이 함께 구축하고 북한에 스마트시티를 건설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남북이 공동으로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이는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상황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서울-평양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교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서울ㆍ인천ㆍ경기와 평양ㆍ남포ㆍ해주ㆍ개성의 인프라를 연결하고 서울-평양 메가시티의 운영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경제의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일이다.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실행해 보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미국의 심리학자 사이먼스와 차브리스의 실험에서 유래한 말이다. 학생들을 두 팀으로 나눠 한 팀은 흰 옷을, 다른 팀은 검은 옷을 입게 했다. 이들이 농구공을 패스하는 장면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색깔별로 팀의 패스 수를 세게 했다. 영상 중간에 고릴라 분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실험 결과, 패스 숫자를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둘 중 하나는 고릴라 분장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 삶 속에도 비일비재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떠들 때 선생님이 다가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추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운전 중에 휴대전화 사용이 위험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원소스 원아웃 즉 하나에 집중하면 하나를 간과하게 된다. 요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국회 파행으로 3개월 여 외면받았고, 아직도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니 지방자치 현장의 일꾼들은 좌불안석이다. 1988년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은 지난 31년 동안 거의 변함이 없었다. 오죽하면 지방자치법이 지방자치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나올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하는데 국회의 시계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9월부터 11월까지 국정감사를 해야 하고, 내년에는 총선 준비로 법 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국회 일정을 감안할 때 늦어도 12월까지는 현재 제출된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지난주에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히면서 지방자치법 개정안의 답보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회장 취임 한 달여 만에 전국 시도의회에서 800여 명이 함께 국회에 모여 지방자치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내었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에 있고 지역을 잘 아는 최일선 지방의원들이 주민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후에 시도 순회 토론회도 진행 중이다. 지방자치의 확대와 국민주권 강화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이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 국민이 행복하다. 지방의 일은 지방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맡겨놓는 것이 국민 존중이다.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지방정부와 대등한 관계에서 일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진정한 자치분권이다. 지방자치는 지방에 사는 우리 모두의 삶의 도구다. 그런데 이 제도가 정말 내 삶을 바꾸고 모두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운영되려면 법이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보이지 않는 고릴라가 되면 지난 31년과 마찬가지로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은 불편함과 불평등을 계속 겪을 수밖에 없다. 법을 바꿔서 다양성, 자율성, 창의성이 살아있는 지방자치 좀 제대로 해보자. 지방의회는 대의기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전문인력이 있어야 하고,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 감시하기 위해서는 의회 인사권이 의회에 있어야 한다. 제도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길은 법 개정밖에 없다. 우리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고릴라를 보자. 다른 곳에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는 고릴라. 그와 같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금 국회에 있다. 지방을 살리는 법이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길찾기에도 정치철학적 해법이 필요하다

길찾기 앱은 우리 일상에 가장 깊숙이 파고든 위치기반서비스다. 방향 감각 제로인 길치부터 수십 년 운전경력의 베테랑 택시기사님까지 내비만 찍으면 어느 곳이든지 찾아갈 수 있고, 구글맵 하나만 있으면 홍콩 뒷골목이나 뉴욕 맨해튼거리도 두렵지 않다. 최근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17년째 쌓아온 내비게이션 자료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알고리즘을 선보였다. SKT 티맵을 지금까지 1천660만 명이나 설치했다니 이용자가 많을수록 정확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특성상 추천해주는 경로가 믿음직하다. 이에 뒤질세라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대리를 통해 카카오맵을 설치한 일반 이용자들의 통행이 적은 새벽과 심야시간대까지 차량통행정보를 충분히 확보해서 24시간 최적의 길 찾기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국내 IT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시민들 입장에서는 즐겁기만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예를 들어 현재 도로 위에 있는 모든 운전자가 동시에 길찾기를 요청하면 SKT나 카카오에서는 어떤 경로를 알려줄까. 답은 너무나 당연하다. 각자의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최단경로로 안내할 것이다. 물론 통행료 내는 것을 싫어하는 운전자에게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통행비용이 최소가 되는 길을 보여줄 테니 내비게이션이 모든 운전자에게 최적 경로를 찾아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1952년 영국의 수학자이자 교통학자인 워드롭은 사용자 균형(UE)을 제시했다. 모든 운전자가 자신에게 가장 빠른 길을 계속 찾다 보면 더는 경로선택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안정된 상태에 이른다는 가설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최적 경로를 찾은 다음에는 그 길을 꾸준히 이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UE는 모든 운전자가 교통상황에 대한 완벽한 정보(Perfect Information)를 갖고 있고 합리적 행동(Rational Behavior)을 하는 동질적 집단(Homogeneity)이어야 한다는 아직도 현실에선 불가능한 조건을 가정하지만 매우 상식적인 원칙이어서 길찾기 알고리즘의 뼈대이다. 만약 티맵이나 카카오T가 나에게 최적이 아닌 경로를 안내한다면 이건 법적 소송 감이다. 내비 시작할 때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희생하라는 안내 문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UE 경로정보는 정치철학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모든 운전자가 UE 경로를 이용하면 개인은 불만이 없지만(아무리 긴 통행시간도 자신에겐 최선이니까) 교통망 전체로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서로 협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면 된다. 그래서 워드롭은 두 번째 가설에서 모든 운전자의 총 통행시간이 최소화되는 상태인 시스템균형(SO)을 주장했는지 모른다. 통행을 적절히 배분하면 일부 운전자는 통행시간이 늘어나겠지만 전체 통행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 예상하지 못한 긴급상황에서 일부 운전자의 희생을 통해 전체 교통상황을 최적화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교통학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아직도 UE를 SO로 유도하는 해를 찾는 것이 엄청난 수학적 난제지만, 이보다도 운전자에게 SO 경로를 안내하는 것이 정치철학적으로 올바른 가이다. 이러한 길찾기 고민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과 같다. 지난 반세기 노동자, 사용자, 시민 모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 희생하지 않으면 더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UE 상태이다. 시민사회가 정치철학적 SO 알고리즘을 시급히 찾아야 할 때다. 그렇게 되면 교통학자는 수학문제만 열심히 풀면 되지 않을까.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