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한반도 평화의 조건은 신뢰와 지지, 인내와 용기다

도망쳐라, 동지여! 낡은 세계가 너를 뒤 쫓고 있다. 51년 전 세계로 퍼져 나간 68혁명은 냉전질서, 권위주의를 타파를 외쳤다. 68세대 젊은이들은 베트남 전쟁을 반대했고, 닉슨 독트린 선언으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냉전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1989년 고르바초프와 부시는 핵무기 감축에 합의하고 냉전의 종결을 선언했다. 반면에 한반도는 21세기 밀레니엄 탈냉전의 시대에도 여전히 야만적인 냉전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냉전 갈등의 해소가 미래로 나가는 길임을 알기에 약속 없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은 애가 타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평화라는 가치와 공동의 이익에 대한 추구가 아닌 진영논리를 우선하며 이번 회담을 평가 절하했다. 마치 결렬되기를 바랐던 것처럼. 동창리 발사장 재건 징후 포착에 사실 관계, 의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가짜 비핵화, 가짜 평화라며 연일 쏟아 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회담 첫날 김정은 위원장은 낡은 관행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이고 사는 것 원치 않다고 까지 말했다. 그래서 더욱 기대가 컸다. 그런데도 회담은 무산됐다.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볼턴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핵을 다 공개하라는 무리한 요구는 무장해제나 다름없는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였을 때 자신과 체제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컸을 것이다.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에 우라늄농축시설과 핵탄두미사일 보유량 신고,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등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 포기 합의에도 나토군의 지원을 받는 리비아 반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리비아의 카다피, 후세인 왕궁의 모든 시설의 사찰을 허용했지만 그것을 이용해 시설을 폭격한 사례를 속속들이 아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 포기는 백기 투항을 넘어 죽음이라는 인식이 각인됐을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해 보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중해야 한다. 과도한 욕심과 조급함은 일을 그르친다. 북한은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핵을 수단으로 위협하는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위험한 수렁으로 빠져들 뿐이다. 미국은 볼턴의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으로 무장해제, 체제 붕괴를 바라서는 안 된다.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겠지만 과도한 해석이나 국내 정치에 이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낡은 시대의 유령들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냉전체제로 되돌아가려는 준동세력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비핵화는 과정이다. 북미는 70년 넘게 적대 관계였다. 과정 없이 결과 또한 있을 수 없고 발판 없이 한 방에 도약을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북미 간 신뢰를 축적하고 이익 공유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두려움을 떨쳐내고 핵 포기를 결단할 수 있는 용기 또한 남북미 간 신뢰, 전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신뢰는 대화를 먹고 자란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나는 평화를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

황무지나 다름없던 마을에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었다. 10만 개의 씨앗을 뿌려 2만 개의 싹이 트고, 그중에서 절반만 살아남았다.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꾸준히 나무를 심고 번식을 연구했다. 그의 나이 55세, 누가 봐도 그가 나무의 열매를 보지 못할 것을 알았다. 30여 년이 흐르고 나서 그곳은 생명의 숲이 됐다. 애니메이션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프레드릭 백의 나무를 심은 사람 스토리다. 지난 주말 북미정상회담이 막판에 결렬돼 안타까움이 컸다. 그러나 불과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북의 관계는 삭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으로 평화의 마중물을 마련했다. 지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두 번의 북미정상회담은 우리가 모두 함께 뿌린 평화의 씨앗이다. 열 그루 중 한 그루만 살아남는 더딘 시간이라도 기필코 숲이 될 것이라는 믿음만이 유일한 거름이다. 이제 남북 관계는 냉전과 갈등을 넘어 평화와 번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평화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지방자치 현장에서 역할을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도의회는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평화의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1월 강원도의회와 DMZ 공동개발을 담은 평화업무협약을 맺었다. DMZ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남북 분단 이후 자연 그대로 보존돼 바이오 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천혜의 자연이며 향후 관광명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도에서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한반도 허리, DMZ를 양 지역이 함께 보존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부지불식 간에 남북 교류의 문이 열린다면 이미 때늦은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주에는 인천시의회와 평화업무협약을 맺고 평화의 뱃길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을 논의했다. 남북 관계의 변화 속에서 철도와 고속도로 등 육로의 길을 복원하고 개발하는 사업은 상당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바닷길을 잇는 사업은 다소 관심이 부족한 듯하다. 남북 단절 이후 대한민국은 섬 아닌 섬이 됐다. 잇따르는 해상사고로 말미암아 바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평택에서 파주 임진강까지 142㎞ 연안은 역사적으로 물산의 교역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이러한 역사를 바탕으로 사고의 전환을 이뤄야 한다. 평화의 뱃길에서 문화 다양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양성은 자치분권 시대의 최고 경쟁력이기도 하다. 또한, 바다를 희망의 대명사로 부르듯이 풍부한 해양 자원과 함께 바닷길의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나는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처럼 씨앗 열 개 중 하나가 살아남는다고 해도 희망으로, 믿음으로 평화를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접경지역은 분단의 끝이 아니고 평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다. 한 명의 열 걸음은 실적이 되지만 열 명의 한 걸음은 기적을 만든다. 그 기적을 DMZ에서, 평화의 뱃길에서 만들어내고자 한다. 평화와 가장 잘 어울리는 달, 3월이 시작됐다. 백 년 전, 선조들이 대한독립을 세계만방에 알리던 평화의 외침을 가슴에 새기면서 결연한 의지로 경기도민과 함께 평화를 심으련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경제성’은 죄가 없다

유정훈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발표한 총사업비 24조 1천억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사업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를 선심성 나눠 먹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22일 야권에서 예타 면제 요건을 강화하고 면제된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의무화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1999년 도입된 예타는 투입비용 대비 편익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공정한 공공투자관리제도의 기초가 됐으며, 정부의 재정건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경제성이 핵심 요소로 작동하면서 예타 통과를 위해 사업 쪼개기와 비정상적인 과소 설계가 남발되게 됐다. 하나의 노선을 500억 원 이하의 단구간들로 잘게 쪼갠 후 예타를 면제받는 편법은 교통망의 연속성을 파괴했고, 과도하게 줄인 사업비는 개통 이후에 더욱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에 착공한 GTX-A는 과거 예타 통과를 위해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SRT와 기존 고속철도 선로를 공유하도록 설계함으로써 건설비를 과도하게 줄였다. 이로 인해 수서~동탄 구간의 GTX 운행횟수가 전용 선로를 건설한 파주~수서 구간보다 50% 수준으로 줄어 경기도 내 GTX 이용 형평성을 심각하게 해치게 됐다. 이에 기획재정부에서는 예타 20주년을 맞는 올해를 목표로 지역균형발전, 정책일관성, 사업특수성 등을 보다 강화한 예타 지침 개정을 준비해왔다. 엄중한 국내외 경제상황하에서 정부가 예타지침 개정과 이후 사업 평가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서 예타면제를 선제적으로 시행한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개정된 예타 평가지침에 따라 이번에 발표한 사업들을 추진했더라면 현재의 논란들은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개정 예타 지침에서 현재 40~50% 달하는 경제성 비중을 줄이고 지역균형발전의 가중치를 높이는 것이 예타 문제 해결의 본질은 아니다. 진정한 악마는 실시계획 수준에 도달한 장래개발계획만을 경제성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도로와 철도 같은 기반시설이 있어야 공장이 들어오고 아파트가 건설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투자계획을 세우는 기업과 개발사업자는 없다. 그러다 보니 이미 개발 밀도가 높아 이용수요가 있는 곳에만 경제성이 확보돼 예타 통과가 되는 구조다. 전형적인 부익부 빈익빈인 셈이다. 따라서 예타대상 사업과 직접 연계된 장래개발계획은 경제성 분석에서 반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물론 실시계획 수준이라는 조항은 현실성 없는 무분별한 개발 구상들을 핑계로 경제성이 없는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막는 조치다. 그러나 반영 여부를 따져야 하는 장래 개발계획이 단순히 뜬구름 잡는 얘기인지 정말로 같이 추진될 수밖에 없는 패키지 딜(package deal)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은 우리에게 있다. 예타 조사자의 분별력이 여전히 염려스럽다면 개발계획의 집행을 담보하는 조치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ㆍ현대 수준의 대기업, 경기도와 같은 광역지자체, LH와 한전 등 공공기관, 이도 아니면 국토교통부ㆍ산업통산자원부와 같은 주무 부처의 시행약정서를 받은 개발사업들은 경제성 분석에 포함을 시키자. 그래야만 낙후된 지역에 추진되는 사회기반시설도 확실한 개발사업과 연계될 때는 예타 통과가 가능해진다. 기업과 사람이 같이 가는 SOC 사업이 이번 예타면제를 통해 추구하는 지역균형발전의 진정한 모델이지 않는가.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교수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화폐가치화하기 어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줬지만, 막대한 국민 혈세가 소요되는 국가재정사업들에서 경제성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돼야 한다. 경제성은 죄가 없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체육 100주년’ 완성을 넘어 새로움으로

올해는 대한체육회 창립 100주년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과 같은 해다. 그리고 100세 시대를 맞이했다. 숫자는 1부터 99까지 있지만 100이란 숫자는 다른 숫자와 달리 특별한 의미가 있어 이를 기념하고 축하한다. 그러면 100이란 숫자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첫째, 모든 것, 전부란 뜻을 갖는다. 10은 열, 20은 스물, 100은 온, 1천은 즈문이라고 한다. 온은 모든이란 뜻으로 온갖, 온 세상, 온 누리 같은 표현이 여기서 나온 것이다. 김ㆍ이ㆍ안ㆍ박씨 등의 모든 성(姓)이 모여서 백성(百姓)이란 단어가 됐듯이 백성이란 국민 모두를 의미한다. 둘째, 완성과 완전함의 의미이다. 시험의 100점은 만점으로 완벽한 점수를 뜻한다. 99점보다 100점을 받았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엇인가를 완벽하게 채워 완전해졌다는 것이다. 셋째, 기준이 되는 숫자이다. 100년은 1세기의 기준이고, 육상 경기도 100m 단위로 나뉘고,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는 통화의 단위도 100을 사용한다. 포켓몬스터 게임에서 포켓몬의 최대 레벨도 100이다. 넷째, 百(일백 백)이란 한자는 힘쓸 맥이란 의미와 같이 사용된다고 한자 사전에 나와 있다. 바로 힘쓰다, 노력한다는 뜻이다. 다섯째, 변화로 새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물의 경우만 봐도 99도에서 1도가 더해져 100도가 되는 순간, 물은 액체에서 기체로 변화된다. 즉 물이 100도가 돼 액체가 기체로 되는 것은 기존의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달라져 새롭게 되는 변화됨을 의미한다. 이처럼 100이란 숫자는 무언가를 완성하고 완전해질 수 있는 희망과 기대를 할 수 있는 숫자고,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 100의 온전한 의미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책인 승리보다 소중한 것에서 보면 일본 여자 마라토너인 아리모리 유코에 대한 표현을 하면서 승리가 중요하지만, 승리 이상의 깊이를 사랑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육은 대한민국 건국과 더불어 희ㆍ노ㆍ애ㆍ락을 함께 해 오면서 국가 브랜드 형성과 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훌륭한 콘텐츠로서 역할을 해왔다. 한국 체육은 100주년의 의미를 지난 체육이 만들어 낸 성과보다 더욱 깊은 이해와 사랑을 통한 정책 개발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개최 이후 대회 개최 잉여금 사용과 시설관리, 그리고 동계 스포츠에 유산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고, 스포츠계의 적폐 해소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체육 관련 기관들이 발전을 위한 토론회 개최를 통해 체육계의 자정과 도약을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다. 또한, 미래를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 그리고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등 3자가 참여한 가운데 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서울ㆍ평양 공동 유치로 세계 평화 구현을 위한 또 다른 새로운 희망의 꿈을 세상에 펼쳐 보이고 있다. 3만 달러 시대를 맞이해 체육의 범위와 활동 참여는 소득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공정 경제를 실천하고 나누는 콘텐츠로서 역할을 하려면 혁신적인 성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체육의 공적인 가치를 공공의 행복 추구와 발전을 위한 도구로 더욱더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우리 체육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100의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역사를 넘어 새로움으로 거듭날 수 있는 대한민국 체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친박 감별사’까지 다시 등장한 한국당 全大

국민적 심판인 탄핵을 부정하고 도로 박근혜 당이 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태생적 불치병인 친박-비박 싸움을 넘어서 소위 친박 감별사까지 다시 등장하는 등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화두는 박근혜에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자유한국당 유력 당대표 후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앞다퉈 이야기하고 있다.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력 후보들은 모두 율사 출신이다. 이른바 친박 표심을 노렸겠지만, 실형 선고가 내려지고 재판이 진행되는 피의자이기에 법적으로 석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속임수라는 비판은 당연하다. 특히나 탄핵 직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거나 침묵했던 인사들이 선거 때가 돼 사면을 거론하고 있으니 그 행위의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탄핵 2년 만에 자신감을 되찾은 건지 친박 감별사도 등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한 방송에서 친박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친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구속 수감 중인 최경환 의원과 대한애국당의 조원진 의원을 이어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 감별사가 등장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교도소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따라 당 대표의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의 책임을 망각하고 박근혜를 소환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친박-비박 싸움의 본질은 패거리 정치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도 패거리 정치라는 정치 구태였다. 패거리 정치가 진화해 친박에서 진박으로, 공천과정에서 소위 진박감별사까지 등장한 결과가 박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반성은 고사하고 지지자를 중심으로 탄핵 7적을 지목했다. 지난해에는 친박계 의원들과 친박 성향의 당원들이 탄핵 백서를 작성, 공개한다고 으름장을 놓더니 급기야 탄핵 무효 주장까지 나왔다. 외국의 경우 전당대회는 유명한 연예인이나 스포츠계 인사 등의 지원연설이 국민적 관심이 되기도 하고 이름 없는 새내기 정치인들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유명인사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전당대회는 당의 비전과 가치, 그에 따른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 행사다. 당을 대표하는 인물을 선출하는 당의 축제이자 이념과 가치, 비전을 담은 정강정책을 당원들에게 승인받는 자리다. 그런 행사에 보수정당을 추구하는 당의 대표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자신의 철학과 비전, 정책은 홀대하고 박근혜만 소환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비정상인지는 그 자신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보수의 위기는 외부 세력의 공세로 촉발된 게 아니다. 보수 내부의 성찰과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를 재건하고자 한다면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과 계파 보스정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당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헌법적 기본 원리 가운데 가장 우선인 주권재민의 원리에 따라 시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어떤 보수적 가치의 이념을 담을 것인지, 강령과 정책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이뤄지는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지금에 머물러 있다면 몰락을 재촉하며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다시 묻는다. 시간을 탄핵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겠느냐고.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그 일자리 정규직인가요?

경기도의회 청소노동자 채용 과정에서 느낀 점이다. 29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지원자는 50ㆍ60대가 대부분이었다. 전직의 이유 첫 번째가 간접고용 형태에서 재계약이 안 된 사례였다. 30대가 지원한 의외성도 바로 정규직이기 때문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으로 전체 임금 노동자의 17.4%다.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산재 경험 비율은 정규직의 2배다. 비정규직 노동 조건이 훨씬 열악함을 보여주는 수치다. 문재인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를 막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에 모범 고용주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내부 갈등이나 경영 환경의 어려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례로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던 인천공항공사도 노조의 반대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2014년 전국 광역의회 처음으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이 조례는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이상에 방점을 두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도의회가 좋은 일자리의 모범이 되고자 2015년 3월부터 청사 건물 청소노동자를 간접고용에서 직접고용으로 바꿨다. 국회의 청소노동자 직접고용보다 1년여 앞서 이룬 성과다. 2016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경기도 임금근로자 514만 9천 명 중 비정규직은 157만 7천 명으로 30.6%였다. 경기도의회는 비정규직의 불합리한 고용 환경을 개선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경기도와 도 산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규직 전환을 진행 중이다. 청소노동자 채용 과정에서 느낀 또 하나는 급격한 노령사회 진입에 따른 5060세대의 일자리 문제다. 5060세대는 흔히 낀 세대라 불린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들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5060세대 인구는 1천378만 명에 달하며 생산 가능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법적 퇴직연령 이전에 은퇴해 단순노무자 직업의 비중이 높고, 특히 50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정한 일자리는 사회적 소외와 노인빈곤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이들이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강화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31개 시군 도의원들이 공약한 내용을 집계한 데이터에도 5060세대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의 수요가 다수 담겨 있다. 경기도의회는 이러한 민의를 올해 예산에 적극 반영해 5060세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경기도의회는 1천340만 경기도민의 대의기관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중심 철학은 바로 사람중심, 민생중심이다. 경기도와 산하 공공기관이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모범이 되도록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청년과 노인 사이에서 정책의 사각지대가 되는 5060세대에도 관심을 두고 더불어 함께 잘 사는 경기도의 꿈을 이뤄가겠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타협하지 않으면 버스는 멈춘다

유정훈 지난 연말 국토교통부는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지난해 5월 31일에 발표된 노사정 선언의 후속조치로서 버스업계, 운수종사자,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광역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는 중장기적으로 3월에 발족하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로 면허권을 일원화해 M버스(광역급행형 시내버스)와 같이 관리ㆍ운영하고, 시내버스(좌석형 및 일반형 시내버스)는 지자체 면허체계를 유지하되 중앙정부는 운영체계 개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버스 운영체계 개편을 통해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노선버스의 공공성과 안정적 운행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현장으로 내려오면 현재로서는 해결이 가능해 보이는 숙제가 가로막고 있다. 이미 1년 유예된 바 있는 52시간 근무제가 올 7월 1일에 시행되면 버스운전사가 현재와 같이 하루나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나 복격일제의 근무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따라서 정부 대책에도 제시돼 있듯이 서울 시내버스와 같이 1일 2교대제의 근무형태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1만 5천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직 종사자를 6월 말까지 목표대로 충원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만약 다 충원되더라도 추가로 소요되는 인건비를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정부 대책에서 빠져 있다. 실제로 운전직 종사자의 충원 규모에 따라서 그 비용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충원 규모에 맞추어 비용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후 정산을 통해 일정 정도의 비용을 국비로 보조한다는 방침이지만, 기본적으로 시내버스는 지자체 사무이므로 그에 관한 것을 모두 지자체에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선버스 대책의 핵심은 운전직 종사자를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와 그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운전직 종사자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반면에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한다. 기존에 없던 비용이니 아무도 부담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이미 공동으로 부담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불편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자는 원래의 가격보다 싼 가격에 버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둘째, 버스업체는 과밀ㆍ과소운행과 저임금 정책으로 경영수지를 맞춰왔다. 셋째, 운전직 종사자는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과도한 추가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갔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에 큰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를 주저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시민과 의회는 정상적인 버스산업 지원조차도 버스업체에 세금을 퍼붓는 것으로 단정 짓고 강하게 반대했다. 우리가 모두 공동정범이다. 추가비용 충당을 위해서는 일단 노선 효율화를 통해 추가 비용의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부분을 요금인상과 재정지원으로 합리적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노사정간의 이해 상충으로 논의가 언쟁이 돼버리고, 한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려와서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52시간제가 버스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7월 1일 이전에 노사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버스는 멈출 것이다. 우리 일상의 발이 묶이는 대재앙을 막으려면 우리가 모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망원경과 현미경의 인생 전략

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보면 인생의 시계를 시간으로 비유했다. 24시간은 1천440분에 해당하는데, 이것을 평균 수명 80년으로 나누면 1년이 18분의 시간이다. 10살이면 3시, 20살이면 6시, 30살이면 9시, 40살이면 12시다. 그래서 20대의 나이가 아침 6시가 되므로 해가 뜨고 희망이 넘치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시간, 준비의 시간이라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60세는 저녁 6시로 일몰이 되는 시간이라 은퇴를 준비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라 한다. 그러면 나는 과연 몇 시에 해당이 되는가. 세계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한 명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의 깊은 산 속에 500피트(152m) 높이의 거대한 시계를 만들고 있음을 공개했다. 그 시계는 1만 년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만년 시계로 초침이 1년에 한 번 움직이고 분침은 100년마다 움직이고, 1천 년에 한 번 뻐꾸기가 튀어나와 울게 했다. 이 특별한 시계 제작에 4천200만 달러(약 452억 원)를 들여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왜 이런 시계를 제작했을까. 그것은 바로 세상 사람들에게 더 멀리 내다보기 위한 장기적인 사고방식, 곧 삶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 아닌 긴 시간의 여행이라 좀 더 멀리 보고 존재 의미와 목적을 알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필요하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용도는 다르다. 망원경 덕분에 멀리 우주를 볼 수 있고, 현미경이 있어 보이지 않는 세포를 보며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또 어떤 것은 망원경처럼 멀리 봐야 하고 때로는 현미경처럼 가까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매크로(넓은) 시장에서 마이크로(좁은) 고객을 봐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도입되면서 시장 세분화 고객 세분화를 넘어 개별 고객 세분화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체육 정책도 국가 정책도 우리는 멀리 보고 가까이 봐야만 한다. 달리기를 보면 100m 스프린터의 전략과 마라톤 주자의 전략이 다르다. 육상 100m 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는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달성했는데, 198㎝의 큰 키와 체격은 단거리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키가 크면 보폭이 큰 장점이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해결하고자 볼트는 장기적으로는 웨이트에 집중해 근육의 밀도를 높여 어깨를 더 강하고 크게 흔들어 속도를 내고, 41번의 걸음 보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했다.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 훈련에 60% 이상의 시간을 집중해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했다. 장거리 종목인 마라톤 경기 운영에 3가지의 페이스 전략이 있는데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이븐 페이스, 둘째,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빨리 달리는 네거티브 페이스, 셋째,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느리게 달리는 포지티브 페이스가 있다. 대부분의 주자가 포지티브 페이스를 달리는데, 써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나 싱글 주자들은 이븐 페이스 아니면 네거티브 페이스로 달린다. 달리는 거리에 따라 훈련 방식이나 대처 방식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삶도 비즈니스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가 다르다. 한쪽 눈에는 망원경을, 다른 눈에는 현미경을 가지고 있어야만 보다 의미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망원경처럼 목표 설정을 멀리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른 훈련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해야만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권력에 눈 먼 자들을 향한 마지막 고언

권력에 눈먼 바보들이 많다. 시장 권력, 언론 권력이 몰려 있는 여의도는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핵이면서 눈먼 자들의 천국이다. 그들은 전 지구적으로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지구적 변곡점에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야 하는 서민들의 삶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만의 권력 게임, 욕망의 전쟁에 몰두하고 있다. 마치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쌤통의 심리학이 작동되는 작금의 현실을 보며 우습고 유치하기까지 하다. 여의도에서 불편한 진실에 직면할 용기를 가진 자를 찾기가 점점 어렵다. 그들은 권력 게임에 유리한 갈등을 동원하고 사유화한다. 이념도 철학도 없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때론 거짓을 믿으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에 대응하고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희망을 꿈꾸고 있는지 솔직히 말하는 정치인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권력에 대한 욕망이 자신을 잡아먹고 있고, 공멸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것을 정작 잡아먹히는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듯하다. 정부는 미래변화를 선도하여 일자리 창출과 소득격차 해소 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보수 야당은 흘러간 유행가인 낙수 효과만을 주장하며 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저주에 가까운 악담만을 늘어놓는다. 대기업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친(親) 노동 경제 정책 탓에 기업들의 고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말만을 되풀이한다. 일부 거대 언론은 이분법적 사고와 편협한 시각, 사실 관계 왜곡으로 자사의 입맛에 맞는 기사를 쏟아내는 데 여념이 없다. 전 지구적으로 기술의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9년도에는 4차 산업혁명의 본격화가 진행되면서 초연결 지능화 사회에 돌입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시 말해 자동차와 조선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혁명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며, 그 결과는 초연결 지능화의 실현이며 제조업 일자리의 증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술혁명 대전환의 문턱에 서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은 점차 둔화할 전망이다. 국내 취업자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 시장도 혹독한 겨울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서 치킨가게와 커피숍 창업이 늘어나 공급과잉 심화에 따른 자영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충분한 노후대책이 없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한국 사회에 커다란 위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장혁신과 동시에 사회혁신을 이행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혁신의 적은 관성이다. 혁신의 적폐세력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자들이다. 쉽지 않겠지만 과거의 관성, 경로의존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뒤집고 뒤틀어 보는 유니크(Unique) 함이 필요하다. 함께 고통을 분담하며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쳐나가려는 사회적 연대, 불편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 또한 절실한 시기다. 올해가 지나면 새로운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러진다. 생사여탈에 놓여 있는 정치권에서 각자의 생존을 위한 싸움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호도하고 남을 깎아내려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려 하거나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적임자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지 못하면 여의도 입성은 불가능할 것이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윤은 사유화하려는 비윤리적 시장권력은 시장의 변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다. 사실은 외면하고 거짓된 정보로 사실을 왜곡하려는 집단은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퇴출당할 것이다. 그들만의 권력 게임, 욕망의 전쟁을 위한 어쭙잖은 시도들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경고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도민의 목소리로 새해를 맞는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걸음을 멈춘 사람이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정치인의 말은 못 믿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대중 앞에서 연설이 쑥스러웠던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기가 죽어서 그날 유세를 접었다. 고민 끝에 연설의 방향을 바꿨다. 이튿날 거리 유세에 나선 나는 공약을 나열하지 않았다. 그저 주민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함께 정책을 만들고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했다. 백지 공약을 내놓으니 대중의 마음이 움직였다. 경기도의원에 처음 출마했을 때 이야기다. 지난 7월 경기도의회 의장 출마에 나서면서 송보따리가 되겠다는 공약을 내건 까닭도 이런 연유다. 한글 지킴이 주시경 선생의 별명을 빌어 경기도의원의 공약을 함께 지키는 의장이 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도민의 삶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공약은 대의기관인 경기도의회의 존재 이유다. 그래서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경기도의원 공약을 집계하고 관리할 팀을 발족했다. 경기도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공약을 집대성해보니 모두 4천194건이었다. 경험상 공약의 실현은 법적 근거나 정책의 가능성, 예산의 확보 등 노하우 없이는 실현도 요원하다.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없이 혼자 고군분투해야 하는 도의원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안다. 더욱이 이번 제10대 경기도의회는 초선의원이 76%이니 경험적 역할이 더욱 절실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경기도의회의 공약관리는 순항 중이다. 공약의 공통분모를 파악해서 집행기관에 정책 제안도 이뤄졌고, 내년 예산에 경기도청 관련 82개 사업 5천105억 원을, 경기도교육청 관련 38개 사업에 8천298억 원을 담았다. 미처 못 담은 정책과 예산은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할 예정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에서 보듯이 현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래서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끊임없이 현장의 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장이 되고 도민의 재난재해 현장마다 찾아다닌 것을 시작으로, 요즘은 경기도 31개 시ㆍ군 중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목소리부터 듣고 있다. 인구 18만의 안성은 경기 남부권의 오지다. 수도권 전철이 닿지 않아 교통이 불편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성~용인~수원을 잇는 국지도 확포장 등 도로 공사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높았다. 가평은 지난 10년간 도로 건설이 없었을 만큼 도로 인프라가 열악하다. 포천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고 가동할 예정이다. 물 좋고 공기 좋은 포천이 발전소 폭발사고로 불안해하고, 미세먼지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지하철 건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도봉산~포천 전철 건설 사업의 예비타당성 면제에 뜻을 함께했다. 정책 사업의 타당성은 비용편익분석(B/C)으로 가름한다. 그러나 인구가 적고 경제성이 없다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소홀히 하면 지역 불균형이 심화한다. 사회적 인프라 부족은 기업 유치나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돼 지역 침체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경기도의회 슬로건처럼 사람중심, 민생중심의 가치가 도민의 삶의 현장에 깊게 스며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접근 방식이 필요함을 느꼈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언제나 처음처럼 도민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함께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담을 터이다. 내게 가르침을 주셨던 신영복 선생님은 처음처럼이라는 시를 통해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다라고 했다. 백지 공약을 내놓으며 유세 현장에 나섰던 그 마음으로, 나는 새해 새날을 시작하련다. 처음처럼!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교통이 먼저다

유정훈 정부가 지난 9월 집값 안정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계획이 그동안의 논란을 뒤로하고 드디어 발표됐다. 정부는 이번 3기 신도시의 최우선 목표를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이 가능한 도시와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로 설정했다. 교통이 편리한 곳에 일자리가 모인다는 상식을 바탕으로 여전히 출퇴근 고통에 시달리는 김포, 파주 등 2기 신도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교통 종사자로서 이번 발표를 대하는 감회가 새로운 것은 현대적 의미의 도시 개발이 이뤄지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교통 대책이 새로운 도시 계획에서 첫머리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신도시를 단순히 대규모 택지 공급 관점에서 바라봤던 과거 정책입안자들은 토지이용과 교통의 정합성, 직주 근접, 주변 도시와의 광역 연계성 등 교통 계획을 반드시 도시 구상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진리들에 주목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2000년대 후반 대규모로 조성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의 97%에서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여전히 지연되고 있는 것과 이에 따른 신도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교통문제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그러자 정책당국은 지금까지의 대규모 도시 개발에서 보여 왔던 선 주택 공급, 후 교통기반시설 방식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요구받았고, 이에 따라 이번 정부 발표문에서 선교통, 후개발 원칙을 새롭게 천명하게 됐다. 이미 한창 진행된 수도권의 비정상적 도시확장 현실을 보면 만시지탄의 아쉬움을 지우기 어렵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수도권 광역교통 문제의 본질을 직시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희망적이다. 3기 신도시 조성계획과 함께 발표된 수도권 광역교통 개선방안들은 다음과 같은 2가지 측면에서 향후 실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철도 중심의 광역교통체계 구현이다. 정부에서 약속한 GTX, 신안산선, 신분당선 연장 등 광역철도 노선들의 조속한 추진은 도로 중심의 기존 광역교통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전환하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을 둘러싼 그린벨트로 인해 원거리에 위치하게 된 1기ㆍ2기 신도시들은 고속급행철도를 중심으로 광역교통체계를 구축했어야 함에도, 손쉬운 광역도로 건설에 치중하다 보니 승용차 통행거리 증가에 따른 교통정체, 오염물질 배출, 에너지 과소비 등 심각한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ies)들을 야기했다. 따라서 3기 신도시 추진에 발맞춰 광역급행철도 사업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패스트트랙(fast track) 방식으로 신속히 건설해야만 한다. 둘째, 수도권 대중교통체계에서 버스의 기능과 역할을 혁신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정부는 수도권 전역에서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도록 수도권 곳곳에 환승 센터를 구축하고 이와 연계한 M버스와 BRT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광역버스체계 강화를 통해 광역철도망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 급행 철도 못지않은 정시성, 쾌적성, 대량수송능력을 모두 갖춘 고속급행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와 함께 버스와 철도의 장점을 각기 살리는 방향으로 수도권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할 수 있다. 이번 수도권 3기 신도시 조성 방안은 과거 선 개발, 도로 중심의 왜곡된 도시 개발 방식과 단절하고 선 교통, 대중교통 중심의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전환을 선언했다는 의미가 크다. 이러한 우리나라 도시 개발의 역사적 전환을 위해서 수도권 주민, 지자체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자가 정부의 이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적극적인 협력과 함께 꾸준한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교통이 먼저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We are the champions

지난 15일 저녁 베트남에는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함께 펄럭이는 행복한 날이었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박항서 감독이 만든 매직은 아시안게임 4강과 스즈키 컵 우승으로 챔피언을 만들었다. 박항서 감독 한 사람이 만들어 낸 리더십의 극치는 베트남 전국을 챔피언(Champion) 열풍에 빠뜨려 국민을 즐겁게 만들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베트남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게 즐겼을까 하는 부러움 마저 든다. 요즘 극장가에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8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인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곡 중에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이라는 곡이 나온다. 이 노래가 나올 때면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떼창을 부르며 함께 즐기는 행복감에 모두가 젖어든다. 응원가로도 널리 알려진 이 곡을 부르면서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것임을 느낀다. 누가 과연 진정한 챔피언이 될까. 어찌 보면 박항서 감독이 챔피언이 된 것이나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팀워크를 만드는 정신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가 부상 선수에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양보한 것이나 프레디 머큐리(록밴드 퀸의 보컬,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가 몸이 아픈 것을 견뎌 내고 팀원들과 화해해 그들과 더불어 위대한 공연을 만들어 낸 것 자체가 팀워크의 근원이 됐다. 둘째는 노 타임 포 루저스(No time for losers, 패배자를 위한 시간은 없어)라는 가사가 위 아 더 챔피언에 나온다. 패배자가 된다는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고개를 숙이느냐는 말이 베트남 고교 논술 시험 문제로 나올 정도로 최선 그 자체가 우리를 승리자로 만드는 것이다. 우린 최선을 다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때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리처드 닉슨은 인간은 패배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했을 때 끝난다라고 말했다. 패배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승리를 위한 시간만이 챔피언의 모습이다. 세 번째는 열정이다. 프레디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나 박항서 감독의 승리에 대한 열정이 챔피언을 만들었다. 열정 없이 만들어지는 일이 있을까.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제가 두려움 없이 함께 전율하라라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모두가 어떻게 전율할 수 있을까. 전율은 가슴 떨림이고, 즐거움은 마음과 몸의 떨림이다. 열정이 우리를 떨리게 한다. 열정 2%의 시간은 전체 시간의 98%를 지배한다고 한다. 내 삶의 2%를 열정으로 채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고 문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해결하는 데서 희망을 품게 돼 경쟁자보다 앞선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챔피언의 길은 쉽지 않다. 시합의 챔피언, 인생의 챔피언이 되는 비전이야말로 우리를 더 노력하게 하고 우리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가수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보면 소리 지르는 네가, 음악에 미치는 네가, 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이라고 했다. 챔피언이 된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행복에 있다. 시간을 인생을 즐기는 그 속에서 행복을 얻는 것 그가 바로 챔피언이 되는 것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점을 칠 것인가, 시중(時中)을 읽을 것인가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 역할을 맡았던 이정재의 대사이다. 외국인들은 대개 우리나라를 주역(周易)의 나라로 이해한다. 다수의 유력 일간지에 매일 빠짐없이 오늘의 운세가 실리고, 그 바쁜 출근길에도 자신의 운세를 확인하는 광경을 보면 단언컨대 주역의 나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일까. 서여의도 정치권에도 어김없이 주역이 등장한다. 유교 삼경의 하나인 주역(역경)에는 건괘(乾卦)의 육효(六爻)의 뜻을 설명한 효사(爻辭)가 있는데, 잠룡물용(潛龍勿用)을 비롯해 현룡재전(見龍在田), 비룡재천(飛龍在天), 항룡유회(亢龍有悔)의 단계로 용의 승천하는 기세가 표현돼 있다. 잠룡은 물속에 있는 단계이고, 현룡은 땅에 올라와 비로소 세상에 자진을 드러내는 단계며, 비룡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을 뜻하며, 항룡은 더는 오를 곳이 없는 마지막 단계이다. 이 가운데 언론에서 유력 여야 대선주자에게 가장 많이 비유되는 단계는 잠룡물용과 항룡유회일 것이다. 잠룡물용은 물에 잠겨 있는 용은 쓰지 않는다는 의미로서 더 배우고 힘을 길러야 할 때 자신의 준비 됨을 잊고 설치다가 낭패를 본다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아직 때가 아니므로 덕을 쌓으며 조용히 때를 기다리라는 가르침이다. 항룡유회는 하늘 끝까지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즉 권력에 미련을 두면 후회만 남는다는 따끔한 충고를 담고 있다. 모든 효사의 가르침은 덕을 베풀고, 힘과 지혜를 기르고, 대업을 이루고, 권력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다. 여기서 공통적인 핵심은 바로 때를 거스르지 않는 것, 즉 때를 아는 것이다. 이 점은 유력 대선주자에게 혹은 최고의 권력자에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언론의 보도 행태에서 나타난다.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명되는 후보를 향해 잠룡이라 부르지만 앞서 제시한 주역에 담은 덕, 겸손, 지혜, 대업 등에 대한 기사는 쉽게 볼 수 없다. 한낱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점치는 점복(占卜)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언론들은 잠룡들의 수난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내일에 대한 걱정이 많은 국민은 잠룡들에 대한 검증으로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언론들은 누가 왕이 될 상인가에 관심이 있다면 국민은 누가 더 많은 덕과 능력을 쌓고, 국민과 소통하며 대업을 이루고자 노력하는지, 겸손을 잃지 않으며 소명을 다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언론을 민주주의의 미드필더라고 말하곤 한다. 대의 민주주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중 주기적으로 기장을 선출해 임무를 맡기는 막중한 책임감이 수반된 제도다. 따라서 국민의 권한을 대행하고자 하는 대표자에 대해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질과 정책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가능해야 한다. 언론은 누군가의 아우라를 위해 백 개의 형광등이 되는 몰지각한 행위가 아닌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고 우리 사회의 공기(公器)로써 기득권과 권력 감시 책무를 다해야 한다. 한국의 독자들은 오늘의 운세를 심심풀이로 보기도 하지만 오늘의 운세를 읽으며 유념해야 할 것들을 점검한다. 오늘의 운세, 주역의 독자도 그러할진대 언론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차기 대통령을 점치는 점복의 재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에 현혹되지 말자. 잠룡물용과 항룡유회의 교훈을 잊지 않게 정치권력에 경고하고 자질과 정책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늦추지 말자. 이는 민주시민에게 부여된 권리와 의무이며 언론을 넘어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점 또한 명심하자. 오현순 한국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변화는 즐겁다, 변화가 행복이다

송한준 세상의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라고 한다. 변화가 반가운 요즘이다. 경기도의회의 변화는 행정사무감사에서 느낀다.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도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행정을 돌아보면서 자산 매각 과정이나 회계 잘못 등 굵직한 문제들을 제기했다. 도민의 세금이 허투루 쓰인 정황들을 꼼꼼하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의회답게 합리적인 대안도 내놓았다. 취임 때 초선의원들의 창의와 열정이 꺾이지 않도록 하면서 다선의원들의 경륜이 펼쳐지는 의회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가 어느 해보다 적극적이고 치열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며 작은 변화를 느낀다. 특히 피감기관의 업무 파악 부족과 불성실한 태도는 도민의 권위로서 파행을 감수하고라도 바로 잡았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했다. 이런 과정은 의회가 건강하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한다. 도의회와 집행부가 협치와 공존의 변화도 만들어냈다. 지난 제9대 경기도의회에서 정치적 견해 차이로 부동의가 됐던 학교 실내체육관 건립 사업이 이제 본궤도에 올랐다. 한창 성장기의 아이들이 체육 활동을 못하게 된 것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다. 핵보다 더 무섭다는 미세먼지로 인해 실내체육관이 없거나 시설이 낡은 학교의 학생들만 애꿎은 피해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이제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면, 학교 실내체육관은 재난재해 때 주민의 중요한 안전 대피시설이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지방자치에서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자산이자 거점 역할도 담당한다. 이렇게 필요한 체육관 시설이 각 시ㆍ군의 투자심사 미비 등의 이유로 사업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문제도 해결하면서 1천180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확정했다. 경기도 136개교에 들어설 체육관에서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마음껏 뛸 상상을 하니 가슴이 뿌듯하다. 경기도민의 생활에서도 따뜻한 변화를 기대해 본다. 내가 지역의 무료급식소에서 봉사할 때의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그럴 때면 걱정이 앞서서 가가호호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환기도 시켜 드리곤 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스스로 고독을 택한 어르신들을 뵈면서 고민이 깊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서먹할 것 같은 분위기는 기우였다. 어르신들이 아이들 입에 귤을 까서 넣어주면 아이들은 어느새 과자를 어르신들 입에 넣어 드린다. 사람은 인(人) 글자 모양대로 서로 기대어 사는 존재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 후로 프로그램을 정례화했다. 영국은 외로움을 국가 정책의 의제로 다루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외로움 담당 장관도 있다고 한다. 우리 경기도의회에서도 도민의 외로움을 덜어줄 고민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더불어 겨울나기, 아름다운 나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며칠 전에는 경기도의회에서 경기농협 주부대학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도 했고, 이번 주에는 수원, 용인, 연천, 동두천에서 연탄도 배달하고 이불도 나눈다. 의회 차원의 행사뿐만 아니라 도의원들이 각자의 지역구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도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경기도민의 삶터에 스며들어서 외로움을 걷어내고,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를 간절히 바란다. 변화는 즐겁다. 함께할수록 변화는 더욱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다. 변화가 행복이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현금 없는 경기도 버스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를 향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도 현금 대신 휴대전화로 결제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면 현금 없는 사회가 멀어 보이지 않는다.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신용카드, 직불카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을 통해 온종일 현금 없이 지내는 것이 어렵지 않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2020년 동전 없는 사회를 목표로 지난해 4월부터 대형상점과 편의점에서 거스름돈을 버스카드에 충전해주는 시범사업을 시작함으로써 현금 없애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에 발맞춰 경기도 버스에서도 현금을 몰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버스 내에 설치한 현금 수납기(돈통)를 없애자는 것이다. 교통카드(일회용 포함)로 일원화된 지하철과 전철은 이미 현금 사용이 불가능하며, 2016년 기준 95.5%에 달한 경기도 버스의 교통카드 이용률은 버스 역시 현금 지불을 허용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버스의 현금 수납을 없애는 것은 3가지 측면에서 매우 시급하다. 첫째,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에만 집중할 수 있다. 요금 수납은 운전기사의 업무 피로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에 불과한 현금 지불 승객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응대하다 보면 승객들의 승하차 안전을 놓치기 쉽고, 잠깐의 운전 휴식도 챙길 수 없다. 둘째, 버스 운영 수지를 개선한다. 평균 3만 원의 현금이 비치된 현금 수납기는 운행 종료 후에 차고지와 수금실을 통해 현금 분류와 정산을 거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현금 수납기의 관리운영비가 연간 84만 원에 달하며 이는 경기도 시내버스의 현금수입금 630만 원의 13.3% 수준이다. 교통카드 이용 수수료가 1.9%인 것을 생각하면 대다수의 교통카드 승객이 일부 현금승객에게 보조금을 지불하는 격이다. 셋째, 버스 운전기사에게 부여된 불필요한 업무를 제거한다. 버스 운전기사는 매일 12㎏이 넘는 현금 수납기를 운반하고 동시에 버스업체로부터 현금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버스 운전이라는 본업과 무관한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다. 경기도 버스에서의 현금 수납 전면 폐지에 대한 유일한 염려는 교통카드 이용이 어려울 수 있는 계층이다. 그러나 경기연구원에서 발표한 경기도 시내버스 현금이용자에 대한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안심이 된다. 현금이용자가 교통카드 구매 및 이용이 불편한 노년층에 집중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 연령대와 전 시간대에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이는 현금이용자가 노인 등 특정계층에 집중돼 있지 않고 단순히 버스 이용 빈도가 낮은 승객들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노인들의 높은 카드 이용률은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경기도에서 무료로 발급하는 경기도 우대용 교통카드(G-Pass)의 성공적인 보급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요 정류장과 차 내에 교통카드 판매기와 충전기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람직하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논의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현존하는 문제점과 잠재적 위험들은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우리 사회가 현금 없는 사회로 진보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현금 없는 경기도 버스 정책은 공공성과 함께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나의 백넘버는 몇번인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벤투호에서 캡틴 완장과 등 번호 7번을 달았던 선수는 손흥민이었다. 하지만 그가 없는 벤투호의 7번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모두의 관심사였다. 주인공은 황인범 선수였다. 등 번호는 단순하게 그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팀의 전술적인 포지션과 스타일을 뜻한다. 7번은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번호로, 에이스의 상징이다. 등 번호를 붙이는 종목을 보면 주로 구기 종목으로, 과거 선수 구별에서 시작한 등 번호가 이제는 자신의 목표나 의미를 붙여 사용하고 해석하는 스토리텔링으로 발전했다. 이승엽 선수는 그의 영웅 장종훈 선수의 홈런 35개를 넘겠다는 의미로 35개 홈런신기록에 1을 더한 36번을 사용했고, LA다저스 류현진 선수의 등 번호 99번은 한화 이글스의 우승연도인 99년도를 다시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사용한다. 롯데 자이언츠의 공필성 선수는 자신의 성인 공(0)을 등 번호로, 삼성 라이온즈의 장원삼 선수는 자신의 이름인 원(one, 1)삼(3)을 등 번호로 선택했다.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은 행운(7)이 있으면 불운(4)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74번을 달고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팀을 지도한다. 이처럼 등 번호는 자신의 목표나 의미 이야기를 나타낸다.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면 번호가 이름보다 훨씬 크게 표시된다. 유니폼 상의 앞면과 하의에 적는 번호도 등에 적는 이름에 비해 최대 2배가 크다. 이름보다 번호가 더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뉴욕 양키즈 선수들의 유니폼을 보면 등 번호는 있으나 이름이 없다. 개인보다 팀이 더 중요함을 나타내고 팀플레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개인의 영광이 팀의 성적과 연결돼 결과를 만들어낼 때 그 가치가 더욱더 커지는 것이다. 선수 생활 동안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큰 바람은 우승트로피나 높은 연봉만큼 가장 큰 영예가 바로 자신의 등 번호가 영구 결번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영구 결번은 구단이나 리그가 해당 선수의 탁월한 업적을 기억하고자 그 팀이나 리그에서 선수가 선수시절 사용했던 등 번호를 빈 번호로 남겨 다른 선수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36년의 역사상 14명, 프로 농구에서는 9명의 영구 결번 선수를 가지고 있다. 역사에 비해 적은 숫자만 봐도 얼마나 명예스러운 것인지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라운드에서의 탁월한 업적뿐만 아니라 경기 외에서도 모범이 돼야 하기에 구단이나 팀의 역사에 매우 중요한 상징 상품이 된다. 나는 과연 나의 등 번호를 영구 결번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구 결번을 만들려면 나보다 팀을 우선시해야, 실력보다 인품과 주변 실력을 더 키워야, 내가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인정해야만 된다. 나이키 광고에 보면 백넘버만 봐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라는 카피가 있다. 등 번호만 보고도 과연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보이는 실력보다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인성이나 인품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과연 나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숫자는 과연 몇 번인가. 자신만의 번호를 만들어 미래를 꿈꾸고 현재를 실천하고 과거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넬슨 만델라는 나는 내 영혼의 지도자다라고 했다.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고 번호의 주인공은 나이기에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자신의 번호를 명예롭게 만들고 자신을 주변에서 알아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제대로 된 국회 예산심의를 기대한다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5일부터 정부가 제출한 470조 5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돌입했다. 정부는 경제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올해보다 9.7% 증가한 ‘슈퍼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회의 예산심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팍팍한 서민의 삶을 살펴야 하는 국회의 예산심의가 그간은 여론전만을 펼치다가 결국 법정 시한 막판에 이르러 졸속심의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지난 5일 예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한 주먹도 안 되는 게”, “나가서 붙어” 등 막말을 퍼부었던 여야 의원의 볼썽사나운 다툼에 국민은 싸늘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국회의 예산심사에 대한 무책임과 무능력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회의 예산심의가 전년도의 세입ㆍ세출 결산서에 대한 심의 결과를 꼼꼼히 분석해 질의하는 체계성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고함과 삿대질만 난무하는, 예산심의를 준비 못 한 무책임이 결국 국회의 예산심의 과정을 질타와 추궁뿐인 정쟁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헌법 54조는 국회의 예산안 처리 마감일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으로 못 박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 심의였던 지난해 법정 시한보다 나흘 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입법부인 국회가 헌법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1987년 현행 헌법이 마련된 이후 법정 시한 내 국회가 예산안을 통과한 것은 일곱 차례에 불과했다.그마저도 시간에 쫓겨 막판 합의를 서두르다 보니 여야 간 주고받기 식 졸속 심의가 진행됐고, 예산안에 대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통과돼 누더기 예산이 됐다는 비판이 일기 일쑤였다. 지난해 국회 예산심의에서 심의의 흔적이 전혀 없었던 51개 사업 중 52.9%가 국토부 소관이었고, 그중에 92.2%가 지역구 사업이었다는 한 언론의 보도는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뉴스였다. 더욱더 큰 문제는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여야의 몰염치한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시절이었던 2016년 정부의 일방적 예산 편성과 집행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해야 된다며, 정부예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에서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뒤에는 야권의 발목 잡기를 비판하며 정부예산을 총력 사수하는 발언들만 눈에 띄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의 아동수당 정책을 비판하며 소득 상위 10% 가정은 제외하고 아동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올해 아동수당은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수용해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됐다. 그러나 야당이 되자 입장을 급선회해 출산장려금 2천만 원 및 아동수당 30만 원 정책을 들고 나왔다. 여야 모두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국민을 위한다는 진의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국회와 국회의원은 입법권과 함께 예산심의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책무다. 정치공세와 극한대치 졸속ㆍ부실심사가 지속해서는 안 된다. 국가 예산은 국민의 팍팍한 삶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다뤄야 한다. 남은 기간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주민이 나침반이 되어줄 차례다

연구원 생활 23년을 접고 경기도의원이 된 지 9년째다.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월급은 줄고 남편 없는 생활”이라고 푸념한다. 도의원으로 살면서 시간이 늘 부족함을 느꼈다. 민원 해결과 현장 방문은 기본이다. 주민을 위한 조례도 만들어야 하고, 주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행정사무감사에 내년 예산안 심사도 해야 하니 그야말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경기도 한 해 예산이 2018년 기준으로 경기도교육청을 포함해서 40조 원 규모다. 의원 1인당 약 2천800억 원의 예산이 정책의 취지대로 잘 쓰이는지 감시ㆍ감사해야 하며, 합리적인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제9대 때 조례 제ㆍ개정이 총 1천311건이었고, 이 중에서 의원발의가 1천071건으로 1인당 8.4건이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광역의회 의원의 조례 발의율이 지난 2007년 29.8%에서 2017년 59.8%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회 의원 조례 발의율은 이보다 높은 81.7%다. 국회의원은 1인당 인턴을 포함해서 9명의 보좌인력이 있고, 입법과 예산 등 전문 지원조직도 탄탄하다. 그러나 경기도의회를 포함해 지방의회 의원은 혼자서 고군분투한다. 정책지원 전문인력도 없고, 의회사무처 직원의 인사권도 집행부의 수장인 단체장에게 있다. ‘강(强) 집행부, 약(弱) 의회’라는 자조 섞인 말에서 보듯이 집행부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할 지방의회의 현실이 녹록지 않다. 이런 구조를 깨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27년째 헛바퀴였다. 그러나 요즘 달걀로 바위를 깨는 듯한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달 말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단체장에게 속해 있던 지방의회 소속 직원 인사권을 시ㆍ도부터 단계적으로 독립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자치입법과 감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의 도입도 추진하겠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울컥했다. 전국 시ㆍ도의회가 연대해 무던히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 운영 자율화와 주민발안제도 도입, 주민감사 청구 인구 하향 조정 등 지방자치법을 30년 만에 대폭 개정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 후보자의 후원회 설치를 허용하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에 대한 선관위 의견도 국회에 제출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법 개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부는 현재 지방분권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 세부적인 사항을 포함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국민의 기본법인 헌법에 자치분권이 담길 수 있도록 개헌의 불씨도 다시 살려야 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의기관이며, 이러한 변화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의 출발점이며, 지방의회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국민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길목에서 이제는 주민이 나침반이 돼줄 차례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주체는 바로 주민이다. 주민이 가리키는 방향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행정 저항에 막힌 수도권 대중교통 형평성

유정훈 총 10개 노선, 343.4㎞에 달하는 도시철도망을 가진 서울시는 도시철도 이용률이 28.2%로 각각 8.4%와 10.8%에 불과한 경기도와 인천시에 비해 엄청난 대중교통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건설비가 1천200~1천500억/㎞이며 개통 후에도 운영비가 ㎞당 연간 수십억 원이 소요되는 값비싼 교통수단이다 보니, 경기도와 인천시는 운영비가 낮고 수요에 탄력적인 버스를 활용해 비역세권에서도 환승을 통해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체계를 운영해오고 있다. 최신 통계를 보면 1번 이상 갈아타는 환승 통행의 비율은 경기, 서울, 인천 순으로 각각 31.5%, 29.5%, 27.9%로 관측된다. 이는 사람들이 체감하는 환승 저항이 긴 노선 거리와 높은 굴곡도로 대표되는 직결 통행의 비효율성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관련기관에서는 환승 저항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서울시, 경기도 및 인천시가 함께하는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는 환승 요금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비효율적인 직결통행을 환승 통행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수도권 주민의 대중교통 형평성을 제고해 온 통합환승요금제가 지금 위기를 맞고 있다. 발단은 경기도와 인천시가 각각 2007년과 2009년에 통합환승요금제에 급하게 참여하면서 합의한 불공정 조항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경기도와 인천 버스 이용객이 서울지하철 및 코레일 전철과 환승할 때 할인 금액의 60%(2015년 46%로 조정)를 해당 기관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인천시의 버스 및 철도운영기관에 대한 지급규모는 각각 2007년 543억 원에서 2016년 2천296억 원으로, 2009년 174억 원에서 2016년 639억 원까지 증가하게 됐다. 이러한 규모의 재정 소요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효율적인 환승체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되고 있으며, 현행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의 유지에도 부담되고 있다. 통합환승요금제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이 활발히 연구하고 토론해 온 결과, 모두가 이해할 만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편안들이 잘 준비돼 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교통연구원과 수도권 3개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체계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해 공식적인 개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개편 논의를 지켜보면 서울시와 코레일의 소극적인 태도와 비협조적인 행정 저항이 안타깝다. 이러한 입장이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평소 대중교통 공공성과 형평성의 가치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매년 따박따박 받아오던 수백억 원을 단번에 포기하라는 것은 경영효율로 평가받는 코레일과 한 푼이라도 지역주민을 위해서 사용하려는 서울시의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처럼 수도권 교통문제들은 합리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손쉽게 합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마침 문재인 정부의 5대 교통공약 중의 하나인 ‘수도권 광역교통위원회’가 내년 초에 출범하게 된다. 따라서 협력적 광역교통 거버넌스를 실현하기 위한 광역교통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수도권 통합환승요금제 개편’이어야 한다. 만약 광역교통위원회마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내년부터 대중교통 시험문제 답안부터 바꿔야 할 형편이다. 가장 대표적인 환승 저항은 행정저항이라고 말이다. 유정훈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아침을 열면서] 역발동의 동동력을 실천하라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생각과 행동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애플은 ‘다른 생각(Think Different)’이라는 기업 행동 철학을 가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소비자들을 감동시킨다. 아마존은 최저가 전략으로 이익을 남기지 않는 것을 기업 철학으로 해 제품시장에서 영토를 계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늘 운동을 즐기고 참여하는 나의 삶의 키워드는 ‘Do IT!’(실행하라)이다. 최근 성공하는 기업들의 성장전략은 역발상이 아니라 역발동(動)이라고 한다. 결국, 남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남과 다른 행동을 해야만 기업의 지속성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만드는 행동은 상상력(想像力)이 아니라 행동하는 힘인 동동력(動動力)이라 한다. 결국, 기업이나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남과 다른 행동을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올해가 나이키 제품 키워드인 ‘Just Do It!’이 만들어진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16년 NFL(미국 프로 풋볼) 샌프란시스코 49ers에 콜린 캐퍼닉이라는 선수가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시 경찰이 흑인을 과잉 진압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행동이 올바른 것이라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 애국적이고 국가를 존경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이라 비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유산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2017년 자유 계약 선수의 자격을 얻었지만, 어느 팀에서도 그를 부담스러워하여 계약하는 팀이 없어 그는 무직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나이키는 ‘Just Do It’ 30주년 광고 모델로 캐퍼닉을 기용해 “무언가를 믿어라. 이것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의미일지라도’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캐퍼닉이 NFL에서 했던 시위를 통해 치러야 했던 대가를 암시하는 문구와 함께 내보냈다. 이러한 나이키의 광고를 보고 ‘#나이키 보이콧’이라는 해시태그와 더불어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고 불매 운동을 하는 모습이 SNS와 미디어를 통해 표출됐다. 광고 직후 나이키 주가는 3%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키는 캐퍼닉의 신념을 표현한 광고판을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주요 지역에 입간판을 세우고 그를 모델로 한 제품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주가가 내려가고 힘든 상황에서도 나이키가 가진 브랜드 가치를 직접 행동으로 옮겨 실행하는 그들의 동동력이야말로 오늘날 기업이나 지금의 우리가 배워야 할 철학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나이키는 이러한 논란을 통해 대통령을 대적해 자신들의 가치를 펼치는 두려움 없는 기업,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으로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Just Do It’을 실천하고 있다. 일이나 기타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51대 49나 55대 45의 상황에서 자기의 소신껏 결정해 리드해 나간다는 것은 자신의 업에 대한 가치 및 정확한 미래 목표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행동은 우리의 모습을 나타내는 중요한 가치다. 올바르게 생각하고 남과 다른 행동을 통해 성공하려면 역발동과 그것을 실천하는 동동력을 통해 가능한 세상이 지금이기 때문이다. 행동은 경험의 가치를 통해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맞는 조직에 맞는 방식과 내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행동은 모든 결과물 생성의 원동력이 된다. 모든 일의 결과는 행동, 즉 자기 행동에서 비롯되고 자신이 행동하는 만큼 인생에서 얻어간다. 멋진 행동으로 시작하는 하루, 멋진 인생이 되기를.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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