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1990년대 초에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 즐겨 불러 더욱 유명해졌다. 1993년 MBC 가요대상을 거머쥔 히트곡이다. 바로 가수 김수희(67)가 부른 애모라는 가요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애모의 마음을 노래했다. 특히 그대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하는 문장은 애처롭기까지 해 공감을 일으켰다. 내가 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가 불편해할까 한마디 말도 못한 채 작아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남녀관계가 아닌 나라의 지도자 관계라면 사뭇 달라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의 지도자가 다른 나라의 지도자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애처로운 게 아니라 화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더욱이 우리와 이념과 가치가 다른 공산독재국가의 지도자들 앞에서라면 굴종으로까지 비칠 것이다. 지난 2017년 방중한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라면서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중국몽(夢)에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그 나라를 추켜세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가 원수가 영토적인 의미라 해도 제 나라를 작은 나라라고 스스로 비하하는 것은 겸양지덕이 아니다. 2003년 방중(訪中)한 고 노무현 대통령은 가장 존경하는 중국인으로 마오쩌둥을 꼽았다. 마오는 김일성과 함께 625 남침을 기획했고 대규모 파병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이 마오를 제일 존경한다고 했다. 지난달 19일 시진핑 중국 공산당 서기장은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했다. 중공군이 우리와 자유 우방 군인과 국민을 무수히 죽이고 영토를 침탈했는데 그것이 어떻게 정의의 승리인가. 그럼에도 이 정부의 누구 하나 한마디 말조차 하지 못한다. 2018년 9월26일 이낙연 전 총리는 베트남 호찌민 전 주석의 거소를 찾아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다. 백성을 사랑하셨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으신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올해 전반기 김여정이 청와대를 향해 저능, 강도, 바보, 철면피 등 막말을 쏟아내고 개성 남북 공동연락소를 폭파했어도 한마디 말조차 못했다. 심지어 여권의 지도급 인사는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 9월엔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살하고 불에 태웠다고 하는데도 한마디도 따지지 못한다. 공산독재자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여의도에 띄우는 편지

존경하는 의원님, 바쁜 의정 활동에 여념이 없으시리라 봅니다. 급하고 간절한 마음에 이렇게 예고 없이 불쑥 편지를 보냅니다. 현재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 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하고자 합니다. 지난 10월29일이 지방자치의 날이었습니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있은지 어느덧 30년이 다 되어갑니다. 의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지방자치가 부활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나름의 변화와 발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인가를 따져본다면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자치분권을 통한 진정한 지방자치 구현의 필요성은 그동안 수도 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치분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며 이에 대한 논의도 상당 부분 이루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법과 제도를 통한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구현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우리나라가 눈부시게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국가자원을 한곳에 모아 전체의 성장을 이끄는 중앙집중식 발전전략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지난 시절의 전략을 지속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중앙으로 과도하게 집중된 국가 자원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점이 이제는 국가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의원님도 공감하시다시피 이제는 과감하게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중앙에 집중된 자원과 권한을 지역으로 나눠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낭비와 문제점들을 해소해야 합니다. 동시에 분산된 자원으로 지방의 숨통을 열어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런 동력을 이끌어내려면 지방에 권한을 나누고, 지방이 더 많은 자율성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지방 스스로 혁신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자치분권을 통한 진정한 지방자치의 구현을 위해서는 현재 논의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 의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제 자치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선택이 아닙니다. 지금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미래 발전을 위해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인 것입니다. 그동안 자치분권에 대한 지방의 요구가 국회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번번이 무시되거나 잊혀왔습니다. 바로 지금! 중앙의 정치권이 분권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향해 움직인다면 이제껏 보지 못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치분권을 위한 의원님의 빛나는 활약을 기대합니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100권 읽기의 미래

오드리 헵번이 출연했던 영화 사브리나는 제목이 여주인공 이름이다. 사브리나의 아버지 페어차일드는 부잣집 운전기사인데 그는 책 읽기를 즐긴다. 아내도 없이 기른 외동딸 사브리나가 요리를 배우기 위해 파리로 떠났을 때도 그의 독서는 가장 큰 위로가 아니었을까. 독서하지 않으면 졸업하기 어려운 학교가 있다. 미국 시카고 대학은 인문 고전도서 100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는 학교로 유명한데 1929년 제5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허킨스의 이른바 시카고 플랜이다. 시카고 플랜은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법에 따라 철학을 비롯해 세계의 위대한 고전들을 충분히 완전하게 소화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상상만으로도 학생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그래도 졸업을 위해 목표 도서를 한 권 한 권 읽어나가면서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문 고전 저자들의 사고방식을 학습하게 됐다. 그 결과로 시카고 대학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명문대학의 반열에 들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내년부터 카이스트가 우주, 자연, 인간, 사회, 예술, 기술 등에 관한 도서 총 100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는 융합인재학부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학부 지정 도서 70권, 학생 자율 선정 도서 30권을 읽고 서평을 제출해야 하는데 원고지 50장 분량의 글쓰기 서평이나 2시간짜리 영상에 담은 서평이다. 충분히 소화해서 타인에게 설명하고 토론까지 가능한 수준으로 이해하는 독서가 돼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카이스트의 이런 혁신적 대학교육의 방식은 학생은 물론 교수에게도 큰 도전이다. 학생들은 이 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공부했던 방식을 완전히 탈피해서 두뇌를 새롭게 써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책 읽고 글쓰기는 익숙한 공부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대한 분량의 학생 과제물을 평가해야 하는 교수들 역시 이제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난 물리적 정신적 무장이 필요할 것이다. 졸업 평점, 수치화된 점수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이런 방식에 대해 우려스러운 점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해내야 한다. 그리고 점차 많은 대학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읽고 사유하는 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오늘날 대학교육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세계를 준비하는 인재를 이끄는 방식으로 아쉬운 점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손에 놓은 학생, 일반인들이 너무나 많다. 책보다 재미있는 콘텐츠가 정말 많은 세상을 탓해야 하지만, 여전히 책이 주는 지혜와 통찰을 간과할 수 없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비정상적인 휴전상태를 끝내야 하는 이유

지난 9월28일 북한 영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실 그동안 김정은 정권은 22명의 월북자를 남측으로 송환한 바 있었는데 이번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편에선 코로나19 대응에 골몰한 북한이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ㆍ중 교역을 중단하고 불법 월경자를 사살하라는 명령까지 내린 상태였다는 점을 주목한다. 의료수준이 낮은 북한이 방역에 실패하면 국가적 위기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한 상태에서 북한군 지휘체계의 미숙한 대응이 겹쳐서 발생한 불행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희생자가 사살되기 전 구출하지 못한 우리 군의 대응을 탓한다. 하지만 2013년 임진강에서 월북을 시도하다 발각된 민간인이 우리 군에 의해 사살된 사건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엔 철저한 경계태세를 오히려 칭찬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직 한반도에선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안타까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비정상적인 67년간의 휴전상태에 있다. 그렇기에 우리 국민을 구출하러 갈 수도 없고, 세계 어디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비상식적인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북한 통전부 명의 사과문에는 북측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담고 있다.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국무위원장 김정은 동지는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시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런 식으로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미국 국무부도 북한의 조치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우리 국민 여론은 차갑고, 남북 간 서로에 대한 불신도 여전하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진정성 있는 조치를 통해 조금씩이라도 신뢰를 회복하고 한걸음 서로 다가서는 것이다. 얼마 전 남북 정상 간에 교환된 친서,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당 창건일 열병식 연설에선 교착된 남북 관계를 전환하려는 남북 양측의 의지가 담겨 있어 일말의 희망을 본다. 비정상적 휴전상태를 종식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비상식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일은 역설적으로 하루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해야만 하는 이유를 말해준다. 민경태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뒤늦은 후회

2018년 4월1일 밤 평양 공연을 마친 가수 최진희(64)가 한동안 급부상했다. 그 당시 최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는 디지털 음원서비스인 멜론의 실시간 급상승 인기곡 1위를 오르기도 했다. 평양 공연에서 최진희가 부른 뒤늦은 후회가 김정은 위원장의 특별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인지 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후 최진희의 손을 잡고 감사의 표시를 했다. 뒤늦은 후회 곡은 김정일이 고영희와 연애할 때 차에서 많이 들었다고 한다. 김정은도 아버지, 어머니가 즐겨듣던 노래였기 때문에 듣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뒤늦은 후회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창밖에 내리는 빗물 소리에 마음이 외로워져요 지금 내 곁에는 아무도 아무도 없으니까요란 가사로 시작해 순간에 잊혀져 갈 사랑이라면 생각하지 않겠어요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도 잘못이 있으니까요란 노랫말이 후렴구에 담겼다. 총칼을 틀어쥔 독재자는 수많은 악행과 잘못으로 외롭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김정일은 잠들 때도 권총을 머리맡에 뒀다고 한다. 잠이 들면 권총을 고영희가 슬그머니 치웠다고 한다. 미국의 밀란 스볼릭(Milan Svolik) 일리노이대 교수의 독재연구에 의하면 1946~2008년 기간 중 303명 독재자의 67%인 205명이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됐다. 독재자들은 제거되기 직전에라도 뒤늦은 후회를 했을지 자못 궁금하다. 지금 미국은 지난 40년간 중국에 대한 포용정책이 중국을 거대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으로 만들었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인도-태평양판 나토와 같은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쿼드(Quad)를 출범시키고 있다. 여기에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이 추가된 쿼드 플러스로 확대시키고자 한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安美經中) 낀 한국은 계속 양다리 걸치기를 하고 있다. 이러다간 언제 한국의 가랑이가 찢어질까 걱정이다. 지난주에 방한하기로 했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방한을 취소하고 일본에서 열린 쿼드 회의만 다녀갔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동맹임에도 지나치게 중국 눈치를 보는 한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뒤늦은 후회를 하게 될 날이 곧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이 더해가는 아침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권한을 나눈다는 것

오는 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1987년 6월 항쟁의 결과로 탄생했다. 1987년 10월29일 새롭게 공포된 헌법에서 지방자치제도를 유예하던 헌법 부칙이 삭제되면서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게 된 것이다. 매년 10월29일을 지방자치의 날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뀐 헌법에 따라 1991년 6월30일 실시된 지방의회 의원선거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의 출발을 알렸다. 내년 6월이면 벌써 1991년 지방의회 의원선거가 있은지 꼬박 30년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이립(而立)의 나이다. 능히 기반을 닦고 일어설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립(而立)이라 부르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앙집권적 정치를 통해 형성된 기득권이다. 많은 부분에서 중앙정치는 지방에 필요한 권한을 나누는 데 인색했다. 애써 외면하거나 아예 무관심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변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지방분권의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강력한 중앙집권형 발전전략으로 빠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성장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수도 이전은 한계에 놓인 기존의 성장전략을 넘어 새로운 발전의 틀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의 완성이 우리나라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의 핵심은 분권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정치, 행정, 경제, 문화 등 국가의 핵심자원을 지방으로 분산하고, 지방은 더 많은 자율성과 권한을 기반으로 스스로 혁신역량을 키우고 발전전략을 세워 성장하는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의회 자치분권발전위원회 구성ㆍ운영 조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자치분권발전위원회를 구성한다. 지방분권의 완성을 위한 지방의회 차원의 움직임이 더욱 가속할 것이다. 이 조례가 전국 지방의회에 확산되기를 바란다. 지방의회 간 연대의 움직임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 지방의회법 제정 등 온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단단한 토대가 될 것이다. 중앙 정치권에 권한을 나누는 것을 주저할 시기는 지났다라고 말하고 싶다. 분권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이제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온전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 말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도전을 의식하는 하루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 때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깊은 심호흡을 하는 버릇이 새롭게 들었다는 지인이 있다. 전에 없던 버릇인데 마스크 없이 온전히 코앞 신선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시간을 무슨 의식 치르듯 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고 하는데 깊이 공감했다. 나도 그렇게 아침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우리는 비대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방식으로 바뀌었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는 방식도 비대면 화상면접 방식이 되면서 이제까지와는 아주 다른 방식이 시도되며 변화를 맞고 있다. 코로나시대 두번째 학기를 맞고 있는 학교는 나름대로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비대면 수업을 어찌 해야 할지 우왕좌왕했던 1학기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수업 준비를 하는 교수들도 이를 온라인으로 듣는 학생들도 이것에 한결 적응해 어떤 경우 오히려 이런 수업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현상도 더러 감지된다. 캠퍼스는 텅 비고 수업 후 왁자한 일도 원래부터 그랬던 듯 없지만 학생들은 어디선가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과 현장 수업의 차이점은 분명히 다르다. 최근 교육은 과제가 주어지면 토론이나 팀 과제 등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고 있지만 온라인 수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배움에 멈춤이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뜨거운 온도에서도 바늘로 찔러도 살아있을 정도로 강하다지만, 인간은 여기서도 적응해 다시 살아갈 길을 찾고 공부를 한다. 배움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지만 배움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이 어려운 시기를 잘 건너갈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지만 강의에 담아야 하는 콘텐츠의 질적 고민은 쉼 없이 해야할 책임을 느낀다. 때로 수업 직전까지 잠들어 있다가 깨서 컴퓨터를 켜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을 터라 학기 중의 수업리듬은 코로나 이전보다 확실히 깨져 있을 것이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쉽다. 집중하면서 몸과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알찬 수업이 가르치는 사람에게 요구된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한 세대라지만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포스트코로나는 모든 과정이 하루하루 도전일 수 있다. 차라리 분명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서 그 안에서 정체된 답답한 에너지를 순환시키려는 의도된 무엇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삶 가운데 하찮아 보이는 일상의 행동 하나도 의식하면서 수행할 때 그것이 나를 가르칠 때가 많지 않은가.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아침을 열면서] 한반도 미래를 위한 자성의 시간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여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질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고통은 물론 사회활동 제한으로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불안과 분노로 코로나블루를 넘어 코로나앵그리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지금 시작된 생활방식 변화가 앞으론 뉴노멀이 될 수 있다. 단체회식이 점차 사라지고 혼자 식사하는 모습이 늘어난다. 대규모 방문객이 모이는 사회적 관습은 가족 또는 친지 중심 소규모로 전환된다. 종교에서도 물리적 공간에 모여야만 한다고 여겼던 고정관념이 깨진다. 밀도 높은 실내공간보다 실외공간을 선호한다. 도심의 편의시설 접근성을 따졌던 주거공간 선택기준도 앞으론 녹지나 공원 등 생태적 환경을 보다 중요시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인류가 시도하지 못했을 대전환이다. 생태적 관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핵심가치만 남기고 부수적이거나 불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구별하는 기회를 줬다. 그동안 과대소비와 물질중심 문화에 치중했다면 앞으론 절제하고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삶을 배우는 과정이 될 수 있다. 한편으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도래할 급격한 고용절벽을 미리 경험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 고통분담과 재난지원, 기본소득 등 나눔의 제도화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 시기는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자성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만약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과정없이 남북한 교류가 급속히 진행됐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졌을까. 한국에서 모범적인 것들만 북한으로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여러 부조리와 문제점, 성장우선과 물질만능주의, 심지어 타락한 종교마저도 함께 북한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북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논리로 포장돼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 다른 여러 문제를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과 사회 모두 혁신하자. 지금 얻는 깨달음을 통해 보다 성숙한 생태적 삶을 추구함으로써 건강한 한반도 생명공동체를 만드는 바탕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남북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미래 한반도를 꿈꾸는 것이다. 민경태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아침을 열면서] 김정은의 위임 통치?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0일 국회에 북한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돌던 김정은 사망설과 대역설, 건강이상, 리병철 군부쿠데타 등 온갖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세습왕조국가 성격의 북한에서 위임통치란 왕이 친동생한테 양위를 한 것과 같은 뉘앙스를 풍겼다. 왕조시대에 왕이 세자에게 양위 소동을 벌이면 피바람이 일어났다. 잘못도 없는 세자를 아들이지만 죽이거나 석고대죄를 해야 왕이 마음을 풀었다. 한편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당정군을 공식적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에서 분야별 역할분담을 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 소식에 밝은 베이징의 한 서방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최근 국정운영 방식 변화는 위임 통치가 아니라 내각 통치에 가깝다고 했다. 북한에서 위임 통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김일성은 1인 통치체제를 확립한 이후 누구에게도 권한을 나눠주지 않았다. 김정일도 혈족이라도 이복형제를 숙청했고 2인자 소리를 듣는 부하는 바로 제거했다. 김정은도 고모부와 이복형을 비롯한 수많은 권력자를 처형하면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그랬던 김정은이 김여정을 비롯한 고위직에 주요 권한을 위임(?) 하고 역할을 분담시키고 있다는 건 놀라운 변화이다. 보통 일이 아니다. 지금 북한의 식량난과 경제난이 극에 달한다고 한다. 2년간이나 지속하는 대북제재의 여파에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폐쇄에다 수해까지 겹쳤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이어 세계식량계획(WFP)도 북한 주민의 절반인 1천200만명이 고질적인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며 북한을 신종 코로나 위기국으로 지목했다. 위임통치(?)를 한다던 김 위원장은 홍수 태풍 피해가 잇따르는 위기상황이 되자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달에는 두 차례나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를 찾아 국무위원장 전략예비물자를 풀도록 했다. 이달 5일에는 태풍 마이삭의 피해를 당한 함경남도 지역에서 유례없는 정무국 확대회의까지 열었다. 지금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한 전례 없는 국가재난으로 민심이 흉흉한 위기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절대권력에는 변함이 없으나 건강문제가 언제 불거질지 모른다. 그래서 친동생과 주요 간부에게 담당분야의 정책결정에 대한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고 동시에 희생양도 삼을 수 있는 꼼수의 통치술을 실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가장 잘 보고 있어야 할 국가정보기관이 위임통치라는 말로 혼란을 부추기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정책적 상상력, 우리가 그리는 세상

상상은 때로 현실을 움직인다. 일례로 시설이 낡고 노후화돼 폐장위기에 처했던 서울 능동의 어린이 대공원은 다양한 이들의 상상력을 빌려 담장을 허물고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됐다. 노르망디 해안의 작은 섬은 우체부를 활용해 독거노인 복지 모델을 선보였다. 우체부는 노인들과 5분간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약이나 신체 상태, 필요한 물품 등을 확인하고 조치한다. 이처럼 상상은 미래를 바꾸는 힘이 있다. 상상하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고 원치 않는 선택하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우리는 이미 사회적 변화의 순간에 고통스런 결정을 내려야 했던 경험이 있다. IMF 구제금융 사태였다. 불행하게도 그때는 변화를 받아들일 시간도, 그 어떤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도 가지지 못했다. 우리는 지금 다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 사회의 진입이다. 충격은 상당했다. 당장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구조조정, 비정규직 증가 등 달갑지 않은 변화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민생의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소상공인, 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비대면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생계를 위협받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이겨나갈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방법이 필요하다. 새롭게 일하는 방법, 다르게 사업하는 방법,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지금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변화는 갑작스럽지만 우리에게는 미래를 선택하고 준비할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이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지난 IMF 때와는 다르게 선택하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더 따뜻한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내는 것이다. 최근 시흥시의 사례는 좋은 힌트다. 코로나19로 비롯된 어려움으로 많은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축소할 때 시흥시는 공생을 생각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고용유지 시흥 공동 선언을 통해 350여개가 넘는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그리며 변화의 방향이 그쪽을 향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가 그리는 미래사회의 모습은 상상에서 시작한다. 더 인간적인 사회, 모두가 행복한 따뜻한 사회를 향해 미래를 상상하고 그려보자.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상상을 해보자. 상상은 힘이 세다. 상상하다 보면 변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정책적 틀과 그에 맞는 세부 방안도 만들어진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경기도의회가 내딛는 첫 걸음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 정책적 상상으로 시작될 것이다.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

[아침을 열면서]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준비하자

아쉽게도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종결되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개발이 무척 힘들고 백신은 더욱 요원하다고 한다. 치명률이 낮다고 하지만 심각한 후유증이 보고되고 있어 절대로 주의를 게을리해선 안 된다. 한국에서도 2차 확산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지금은 임시적인 강력한 방역 조치들이 앞으로는 상시적인 것이 될 수 있다. 만약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해도 또 다른 질병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질병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생활방식과 도시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정부가 비전으로 제시한 한국판 뉴딜, 즉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은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준비하는 것이 돼야 한다. K-방역으로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이 미래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선도하는 것은 의미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우선 우리 산업의 경쟁력으로부터 출발하자. IT 기술과 전자제품 제조 능력을 활용해 바이러스와 세균을 억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보고된 감염 사례에서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폐쇄된 실내공간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외선 필터를 장착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공조 시스템이나 공기청정기를 개발한다면 실내공간의 위험성을 현저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마스크는 사실 매우 불편한데 에어필터 기능을 적용한 전자 마스크나 헬멧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모터로 공기를 공급해서 호흡을 편하게 하고 온습도 조절 기능도 갖출 수 있다. 인류 문명이 발전하면서 의복이나 모자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듯이 미래에는 웨어러블 방역제품이 외출 시 항상 착용하는 생활필수품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론 건축물과 도시구조의 변화도 준비해야 한다. 재택근무와 원격교육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생활방식이 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을 원활히 연결하는 GTX와 같은 고속교통편만 확충되면 밀도 낮은 주거지역에서 평상시 재택근무를 하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도심 업무시설 근처로 주거단지가 집중될 필요도 없고 수요가 감소된 업무공간은 주거 용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골치 아픈 부동산 문제까지도 해결이 가능하다. 미래는 항상 불안하다. 예상할 수 없고 미리 준비하지 못했을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발상을 전환해서 우리가 스스로 미래를 설계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한민국이 포스트 코로나 문명을 새롭게 창조하고 인류의 미래생활과 도시환경을 선도하는 것은 어떨까. 민경태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아침을 열면서] 수령경제와 도둑정치

전국을 강타한 폭우와 54일이라는 역대 최장의 장마가 지나갔다. 사상 최고의 집중호우는 40여명이 넘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북한도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크다고 한다. 약 390㎢의 농경지가 침수되고 주택만 6천여세대, 공공건물 630여동이 파괴되거나 침수됐다. 도로와 다리, 철길이 끊어지고 댐이 붕괴하는 등 여러 부문에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심각한 국가적 재난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어떤 외부 지원도 받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수해복구와 주민생활 안정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나 정작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북한은 지금 대북제재, 코로나19, 홍수피해, 식량난 등 4~5중고가 겹쳐있어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은 굶주리는 인민보다는 김가왕조 유지가 중요하기에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차단하고 수령경제라는 기형적인 경제노선을 운영한다. 정권을 유지하는 핵심기관인 당과 군에 별도의 경제조직을 구축해 독립적인 생산 활동에서부터 금융과 무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 활동을 한다. 수령경제의 주요 행위자들은 당ㆍ군ㆍ정의 파워엘리트다. 이들이 국가자원을 독점하고 운영하면서 독재자에게 통치자금을 상납하면 독재자는 통치자금으로 파워엘리트의 충성을 매수해 정권을 유지시키는 구조다. 북한은 수령경제의 작동을 위해서 인민들의 재부를 강제로 도둑질하는 도둑정치(Kleptocracy)를 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김정은 후계 체제를 가속화 하기 위해 화폐개혁을 단행, 장롱에 숨겨 둔 인민들의 달러를 도둑질해갔다. 김가왕조가 수령경제와 도둑정치에 치중하다보니 국가의 공식계획경제인 인민경제는 1990년대 이후 심각한 파행을 이어오고 있다. 하는 수 없이 인민들은 생존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장마당을 형성해 연명하고 있다. 광복절이 있는 8월 마지막주 아침에 굶주리는 북녘 동포를 떠올린다. 핵개발에 들어가는 돈만 나눠줘도 그들이 굶주리지 않을텐데. 북한 김가세습왕조는 다같이 잘살게 해준다고 하면서 실상은 수령경제와 도둑정치로 백성들의 삶을 빼앗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통일이 더욱 시급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소부장’ 기술독립, 국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자

일본은 지난해 7월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꺼내 들었다. 일본 반도체 업계가 수출하는 물량의 절반 정도는 한국이 구매하고 있어 일본 반도체 업계의 타격은 불 보듯 뻔한데 전면전을 걸어오는 실수를 저질렀다. 커져만 가는 한국의 세(勢)를 꺾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까닭은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기보다는 양국의 국운을 걸고 벌이는 무역 전면전일 가능성이 더 크다.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일 간의 기술전쟁은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1년 동안 강한 경제로 가기 위한 기술독립을 선언하고 소재ㆍ부품ㆍ장비(약칭 소부장) 산업에 대한 국산화에 온 힘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부장에 대한 높은 수입 의존도와 낮은 기술 자립도, 자체 공급망 형성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반도체의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38%에 불과하고 아직은 이 분야 절대 강자는 일본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수출규제를 단행한 상대의 실수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더욱 조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부장은 중간재에 해당된다. 기술 속의 기술로서 중소기업이 주축이 돼온 산업이며 제조업 경쟁력의 발판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전체 제조업 생산액의 52%를 차지하고 있고 고용은 48.1%를 담당한다. 부가가치는 무려 55.6%에 이르며 전체 수출액 중 54%를 차지한다. 한국 산업의 허리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산업이다. 일본 수출규제의 근본 배경을 한일 외교 갈등으로 이해하는 안일한 사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공급망(GVC)의 급속한 재편과정에서 시작된 한일 간 무역 전쟁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국정감사는 9월7일부터 20일간 예정돼 있다. 국정감사를 통해 소부장 산업에 대한 기술독립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하게 재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의 가능성을 대비한 소부장 국산화 현황 점검은 물론이거니와 중소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 종(種) 다양성의 산업생태계 조성, 그리고 기술 성공의 생태주의적 관점에서 산업의 재구성까지, 함께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오현순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경제제재 이유로 남북철도 연결 늦춰선 안 돼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지난달 29일 새로운 외교안보라인 인사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있었다. 남북관계 교착 국면에서 돌파구를 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최근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최북단 기차역인 제진역을 방문하고 남북 철도 연결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북한,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기차로 여행할 수 있지만 그동안 우리는 철도의 섬나라 같은 처지였다. 한국은 2018년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하면서 대륙철도 연결을 꿈꾸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국제열차를 타고 평양, 베이징, 모스크바를 지나 유럽까지 가는 것이다. 이미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남북철도 공동조사단이 경의선과 동해선의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개성 판문역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그 이후엔 전혀 진전이 없다.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실패로 인해 북미관계가 교착되면서 남북협력도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종속시켜서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경제제재가 풀리면 당장 철도연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노선 설계에만 최소한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북미관계가 호전된 후에야 노선 설계를 진행하고, 설계가 완료된 후 착공하면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매우 비효율적 공정계획이다. 민간기업의 프로젝트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국가적 중대사에서 허용되고 있다. 생각을 바꿔서 지금이라도 철도노선 설계를 먼저 진행하고 우리 스스로 일정계획을 수립해 보자. 즉 경제제재 해제 시점에 따라 남북철도 사업 일정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수립한 일정 계획에 따라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한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우선 진행하면서 실제 착공 전까지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대북 경제제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된다. 특히 철도는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에 유엔 제재의 면제조치로 적용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북한 경제제재 문제를 이유로 철도연결에 필수적인 준비과정도 진행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우리가 형식적인 착공식 개최에만 신경 쓰고 실질적인 협력을 진전시키지 못했기에 북한의 불만도 고조됐다. 남북정상회담에서 철도연결을 합의한 후에 바로 철도노선 설계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심지어 국토교통부 예산에 아직 설계비용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가 반성할 일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이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할 일이 있는데도 정부 부처들이 서로 할 일을 미루고 책임을 전가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기존 경의선 현대화를 먼저 추진할지 또는 신규 고속철 노선을 건설할지 남북 간에 아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하지만 세계 경제규모 10위권 국가가 유라시아 대륙 경제와 연결되는 철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이런 변명은 적절하지 않다. 교량 국가로서 한반도의 비전을 선포한 마당에 고속철도와 화물전용 노선 모두 필요하므로 동시에 준비하면 된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유치를 위해서도 서울~평양 고속철도는 필수적이다. 철도는 남북을 연결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으로서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잠재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더는 경제제재를 핑계로 남북철도 연결을 늦춰서는 안 된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아침을 열면서] 43호 연좌제

오늘은 67번째 맞는 6ㆍ25 전쟁 정전협정일이다. 6ㆍ25 전쟁은 국군과 유엔군의 전사상자와 실종 및 포로가 77만2천6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처참했다. 그러나 그토록 처참한 전쟁이 이 땅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잠시 정지된 정전상태요, 휴전상태다. 다만 정전상태가 67년 동안 지속해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느끼고 있을 뿐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동족상쟁의 전쟁은 엄청난 후유증과 억울함을 남겼다. 그럼에도 그 전쟁은 우리 모두에게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됐다. 그러나 전쟁의 후유증과 억울함으로 저승에서도 눈을 감지 못할뿐더러 이승에서도 피맺힌 한으로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7만여명의 6ㆍ25전쟁 국군 포로와 그 후손들이다. 국군 포로들은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조국의 부름을 받고 전선에 뛰어들었다가 포로가 됐다. 국군포로들은 북한 정무원(현 내각) 결정 제43호에 의거 전후복구건설을 위한 노역에 투입됐다. 그때부터 이들은 이름도 없이 43호로 불렸다. 그들은 아오지 탄광, 무산 탄광, 온성 탄광 등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조국ㆍ고향ㆍ가족과 자유를 그리워하는 천륜과 인간 본성을 총칼로 짓밟았다. 북한은 국군 포로 중에서 조금이라도 반동의 기미가 보이면 사정없이 총살시켰고 그들의 시체가 쌓여 니탄(토탄)층을 형성할 정도라 해골의 늪이라고 불렸다. 심지어 북한은 판문점 8ㆍ18 도끼만행사건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발생하자 건장한 국군 포로와 장교 1만여명을 산골짜기에 몰살시켰다. 북한은 국군 포로들을 노예로 부려 먹기 위해 강제로 결혼을 시켰다. 그 결과 43호들의 후손이 탄광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은 괴뢰군 새끼라는 반동분자의 낙인이 찍혀 43호 연좌제의 삶을 살고 있다. 단지 아버지가 국군 포로였기 때문이었다. 손명화는 고 손동식 이등중사의 2남 4녀 중 큰딸로 무산탄광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남달리 총명하고 공부도 잘했다. 해금 연주를 잘해 전국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할 정도였다. 그러나 국군 포로 반동분자 괴뢰군 새끼라는 43호 연좌제로 인해 꿈조차 꿀 수 없었다. 탄광에서 노예생활을 하던 아버지는 51세에 폐암에 걸려 산송장이 돼 집으로 돌아왔다. 8년간 폐암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고향과 부모님과 형제들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유해를 반드시 고향에 묻어달라고 하셨다. 손명화는 2006년 탈북해 아버지의 조국인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손명화가 꿈꾸던 한국은 그녀에게 또 하나의 43호 연좌제였다. 아버지의 유해도 혼자 옮겨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으나 외면당하기만 했다. 33년 국군으로 복무하면 국가유공자가 되나 56년간이나 복무한 고 손동식 이등중사는 국가유공자는커녕 유해조차 관심을 받지 못했다. 북한에서 반동분자로 낙인찍힌 43호 연좌제가 자유대한민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선을 넘어 아버지의 조국을 찾아왔건만 또 하나의 연좌제의 사슬은 진정한 영웅들의 후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주고 있다. 67주년 되는 정전협정일 아침에 국가는 43호 연좌제를 풀어주고 이들의 억울함을 보상해야 마땅하다고 외쳐본다. 김기호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우리 스스로 한걸음이라도 떼자

최근 쏟아지는 북한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 한반도 문제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할 만하다. 먼저 존 볼턴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은 그 선정적인 내용만큼 반응도 뜨거웠다. 정치 스캔들을 다루는 주간지에나 어울릴 것 같은 선정적인 표현으로 미국 정치의 속살을 보게 해줬다. 회고록 내용은 상당히 편향적이고 왜곡된 관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선물이기도 하다. 그동안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았던 한반도 문제의 주요 등장인물들 역할과 속마음을 여실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회고록에서 언급되듯 볼턴과 일본 아베 총리는 중요한 고비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북미협상 타결을 방해했다. 여기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앞으로 한국 정부에서 외교ㆍ안보 분야를 담당하게 될 책임자는 최소한 그들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은 물론이고 강한 의지와 추진력이 없다면 이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북한 입장에서도 중요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북한은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만 도움을 요청하고 때때로 우리 정부를 배제하려 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협상 실패로 북한은 큰 충격을 받았는데, 남한이 제안했던 영변 핵 폐기 카드를 가지고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원망이 더욱 컸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노력은 실제로 북미 간 의견 차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록 북한이 섭섭하게 느낀 점이 있을지라도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는 바로 남한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얼마 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문을 보면 북한의 속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하노이 북미회담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에는 우리가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의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공동번영의 비전에 북한도 상당히 호응했다고 보인다. 그래서 협상타결로 마무리되지 못한 것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당시엔 남북한 모두 플랜 B가 없었다. 사실 그동안 북미협상 실패에 대비한 대안을 준비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미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시하는 방향을 그대로 따르지 않으면 동맹 관계에 금이 갈 것이라는 거짓 공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동의하는 것과 반대하는 것 사이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를 찾아 상대방을 설득하고 협상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국가 간 행위로서 이 때문에 한미동맹이 손상될 수는 없다. 지금 북한은 미국이 먼저 태도를 바꾸라는 입장이며, 대선을 앞둔 미국은 파격적 제안을 할 가능성이 작다. 그러나 마냥 기다린다고 저절로 기회가 조성되진 않는다. 미국 차기 정부가 우호적이라는 보장도 없고 외교안보 전략을 정비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히려 바로 지금이 우리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다.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이라도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북미관계 개선을 전제로 하는 해법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먼저 한걸음이라도 떼려고 노력할 때 북한과 미국도 우리를 존중해 줄 것이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아침을 열면서] 배금주의를 넘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비판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스무 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중위 값이 현 정부 들어 평균 3억원이 오르는 등 부동산 값이 폭등하고 있으니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질타는 어쩌면 당연하다. 이를 두고 야권은 공급보다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에 맞서 시장을 억누르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주택 정책이 공급이 아니라 불로소득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하지만 야권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리의 부동산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시장주의에 기반한 공급위주의 정책도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계부채 폭증을 비켜갈 수 없었다. 다른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인구는 감소하고 있고 가구 수도 조만간 감소할 상황에서 공급 부족 논리는 건설업자들 배를 불리는 일일 뿐 허상일 수도 있다. 과거와 다른 원인분석과 대응방식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부동산을 구매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한국감정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사들인 세대는 30대로 30.7%였다고 한다. 아무리 안정적인 수입이 있다고 해도 월급이 제자리인 시점에서 서울에서 9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30대는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 세대에 불평등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둘째, 부동산 시장이 실물경제에 기반하고 있는가이다. 6월 한 달간 가계대출 규모가 8조원 이상 폭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기업대출 증가율은 1조5천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도 줄어들었다. 대기업대출은 감소세로 전환됐고 중소기업대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정상이 아니다. 셋째, 집값이 어떤 요인으로 하락했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집 있는 빈곤층인 하우스푸어 문제가 제기되었던 시점은 2008년이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보다 미국의 금융위기라는 외생적 요인이 더 컸다. 외생적 충격요인이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가하게 지금과 같은 관료 주도의 기술적 부동산 정책으로는 비정상적인 투기 수요를 잡지 못한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정상적인 과열 현상의 요인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배금주의(맘모니즘) 때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부동산 시장에 어슬렁거리는 배금주의의 유령은 경제 효율성을 저하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며, 민생구조를 파탄 내고 말 것이다. 한탕을 노리는 투기세력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불법 사행성 게임을 근절하듯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보다 근본적인 방안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시민의 인식 전환을 꾀하는 일이다. 오늘의 부동산 공화국을 만든 원죄는 집이 불법도박장과 같은 투기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과 집은 주거가 목적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다. 너무 이상적이거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지난 2008년 집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거처 목적이라는 응답이 62.5%로 소유 목적이라는 응답 36.0%보다 26.5%p나 더 높았다. 우리 사회가 2008년도 이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아침을 열면서] 날 잊지 말아라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다 가고 있다. 지난 6월2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주관으로 625 전쟁 70주년 호국 보훈 행사가 있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봉환된 한국군 전사자 147위 유해를 맞이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이날 행사 주제는 전사자들을 기리는 영웅들에게 경례(Salute to the Heroes)였다. 정부는 이 영웅들에 대해 625 행사 최초로 조포 21발을 발사해 국가 원수급 예우를 했다. 그러나 이날의 호국보훈 행사는 또 다른 진정한 영웅들을 잊고 있었다. 바로 6ㆍ25 전쟁 시 북한의 포로가 돼 살아서든, 유해로든 돌아오지 못한 영웅들이다. 625전쟁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 8월 유엔군사령부는 북한군ㆍ중국군에 포로가 되거나 실종된 국군 규모를 8만2천318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1954년까지 진행된 포로교환을 통해 귀환한 국군은 8천343명에 불과하다. 최소 7만여명의 국군이 포로로 남았거나 실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군과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거듭 제기했지만 북한은 그때마다 다른 인원들은 전향했다. 국군포로는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1994년 국군포로였던 조창호 소위가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조 소위의 탈북은 북한 주장이 거짓임을 온몸으로 증거했다. 돌아온 국군포로나 탈북자의 증언 및 각종 자료 등에 따르면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들은 북한에서 인간 이하의 비참한 삶을 노예처럼 살았고 또 살고 있다. 이들은 불발탄을 해체하다 죽고, 광산 유독가스에 숨 막혀 죽었다. 손가락이 잘렸는데도 곡괭이를 들어야 했다. 지난 25년 동안 탈북해 귀환한 국군포로는 80명이다. 귀환 국군포로 숫자는 1994~1999년 8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 한 해에 9명으로 늘었다. 2001년과 2002년엔 각각 6명이었다. 2004년엔 14명에 달했지만 2005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1명을 끝으로 국군포로가 탈북 귀환했다는 소식은 없다. 2010년 이후로는 국군포로들의 연령이 90세 안팎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돼 자력으로 귀환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 기록에 의하면 생존자는 지난해 9월 기준 24명이다. 국군 포로를 돕는 인권단체인 물망초(날 잊지 말아라)의 박선영 이사장은 이제 230명 정도만 생존하신 걸로 추정한다고 했다. 정말 시간이 없다. 국가는 북한에 정당하게 제의해서 생존한 영웅들을 최대한 빨리 귀환시켜야 한다. 또 유해 발굴작업도 추진해서 돌아가신 영웅들의 유해를 신속히 봉환해야 마땅하다. 전 세계 경찰국가로 세계 분쟁에 관여하는 미국은 단 한 명의 병사도 적지에 남겨 놓지 않는다. 유해라도 반드시 데리고 온다. 지난주 봉환된 147위의 국군유해도 북한이 아니고 미국으로부터 봉환됐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의 수차례 진행됐던 남북고위급 및 정상회담에서도 국군포로에 대해 북측에 제의하지도 못했다. 국가를 지키려다 적지에 남은 국군 포로들은 70년째 남쪽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정부가 구해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이들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이들 7만의 영웅들은 우리에게 지금 잊혀 가고 있다. 우리는 그들 앞에 모두 죄인이다. 6월이 다 가는 월요일 아침을 열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7만여명의 돌아가셨거나 살아계신 진정한 영웅들의 절규를 대신해 외쳐본다. 날 잊지 말아라. 내 맘에 맺힌 조국이여!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아침을 열면서] 남북관계 우리도 잘못한 것은 반성하자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4ㆍ27 판문점 선언. 그 결실로 탄생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게다가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쏟아내는 무례한 담화는 우리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북한의 잘못을 열거하자면 이 지면을 다 채워도 부족하다. 하지만 북한 비판은 잠시 접어두고 지금부터는 냉정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쉬운 일이 북한 비난인데, 북한학자로서 쉬운 길로 가기보다는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북한은 왜 이렇게 과격한 반응을 보일까. 일차적 원인은 전단 살포 문제인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로 약속한 남북합의를 우리가 지키지 못한 것은 큰 오점이다. 그밖에 북미관계가 교착된 상태에서 남한으로부터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고 대미협상 레버리지를 위해 긴장을 조장한다는 해석, 그리고 경제난으로 주민 불만이 높아져서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이런 식의 분노 표출은 북한 내부 상황이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매우 과격한 방식으로 SOS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한 경제는 극심한 위기에 처해 있다. 무역의 95%를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강화로 석탄철광석수산물 등 주요수출품목이 금지되고,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밀무역마저도 거의 중단됐다. 2020년 대중수출 전망은 2015년 대비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수지 적자로 외화 잔고가 바닥나서 생필품 수입이 중단되고 물가가 폭등하면 체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한때 북한은 큰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ㆍ1 경기장에서 15만 명의 평양 주민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이었다. 우리가 제시한 남북 공동번영의 비전을 북한이 믿고 응해준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기대를 저버리는 실망스러운 결과만 이어졌다. 단적인 예로 2018년 말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 지원에 남북이 합의했으나, 미국과 유엔사가 대북제재 저촉을 문제 삼아 승인이 계속 지연되다가 결국엔 지원이 무산되기도 했다. 북한에 트라우마를 남겨준 결정적 사건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협상 실패였는데, 이를 계기로 남한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원망이 고조됐다. 이후 북한은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관광 사업에 모든 노력을 쏟았다. 관광단지 개발현장에 김정은 위원장이 여러 차례 현지지도를 나가면서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코로나19로 헛수고가 되면서 북한 정권의 지도력이 손상되는 위기를 맞았다. 반면 남한은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처로 국제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G11 정상회의에 초대됐다. 자신들의 절박한 입장을 남한이 외면한다고 생각한 북한은 이제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는 듯하다. 남북한 모두 서로에게 분노가 있지만 이제 그 악순환을 중단해야 한다. 정부 대처가 굴종적이라고 비난함으로써 남북 간 기 싸움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이 상황을 냉정하게 관리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보자. 만약 정부가 잘못하거나 실행력이 떨어지면 국민이 나서서 강하게 질책할 필요도 있다. 국민의 뜻을 모아 오히려 대외협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강대국 사이에 끼여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어려운 길을 열어가는 우리 정부, 이제 진용을 가다듬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민경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아침을 열면서] 국회, 일 열심히 할까봐 두려운 현실

미래통합당의 보이콧 속에 선출된 박병석 신임 국회의장은 국민의 국회, 국민을 지키는 국회, 국민이 원하는 국회, 국민의 내일을 여는 국회를 당부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신임 국회의장의 이와 같은 메시지가 지금까지 국민의 국회가 아니었다는 반증이며, 21대 국회에서 실현될 것이라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국회의 입법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 4년간 발의한 법안의 3분의 1 정도만 처리했을 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총 8천904개의 법안이 처리됐다. 그마저도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41건의 안건이 2시간40분 만에, 1분13초마다 하나의 안건이 처리됐기에 가능했던 수치다. 17대 58%, 18대 55%, 19대의 45%와 비교해 확연히 부진한 성적표다. 입법부가 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후속 입법이 필요했던 법안의 처리 시한을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공정한 피감기관 감시를 위해 상임위 배정 시 이해충돌 회피를 명시하고 있는 국회법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20대 국회가 최악국회, 식물국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는 결국 입법부로서의 역할 방기였다. 그렇다면 21대 국회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21대 국회 또한 그다지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 발표에 따르면 GTX, KTX, 철도, 고속철, 지하철, 전철, 도로 등 SOC 공약이 후보자들의 전체 공약에서 14%를 차지했다. 입법 공약은 거의 없고 건설, 조성, 유치 등 지역개발 사업이 국회의원 공약의 대부분이었다. 희망상임위도 국토교통위 45.9%,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산자위) 31.5% 등이었고, 성평등 실현 등을 다루는 여성가족위는 2.5%에 불과했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위와 산자위에 소속된 의원들은 생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을 핑계로 유야무야 넘기려 할 뿐이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20대 현역 의원 전체 당선 비율은 41.7%였으나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의 생환율은 56.7%로 가장 높았다. 산자위 소속 의원들도 평균 생환율보다 높은 44.4%였다. 하지만 이들 상임위 경험을 가진 위원 중 금품수수 등 비리나 논란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거나 구속된 의원들이 다수였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입법권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해충돌 회피를 명시하고 있는 국회법 48조 7항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 수수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국회의원들이 앞다투어 법제사법위를 지망하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금융기관 채용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의원은 버젓이 정무위 배정이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과 세법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와 기획재정위에 부동산 부자의원들이 몰리고 있다. 이쯤 되니 국민의 국회로 거듭나겠다는 신임국회의장의 국회 당부가 현실화될지 강한 의문이 든다. 어쩌면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위해 일을 너무 열심히 할까 봐 두려운 것이 현실이다. 너의 섬, 여의도(汝矣島). 서민의 고단한 삶과 함께할 때, 입법부로서 역할에 충실할 때, 지역의 이익을 넘어 공존의 가치에 충실할 때,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봉사자로 일할 때만이 국민의 국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은 국회에 거는 기대가 남아있기에 드리는 고언이다.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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