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발의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개회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탄핵소추안 반대를 결정해 국회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일단 면하게 됐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책임은 탄핵밖에 없다면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또 야당은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겠다고 말하고 있어 정국의 혼란은 지속될 것 같다. 이번 국민의힘이 탄핵을 반대한 이유는 우선 윤 대통령이 지난 토요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담화에서 말한 것이 표결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 담화에서와 같이 이제 정국의 방향은 국민의힘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어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긴급 담화문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으므로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판단”이라고 말하면서 당정 주도로 탄핵 정국을 수습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한덕수 총리도 어제 오후 국무위원 간담회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혼란스러운 정국 수습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기 문제를 비롯해 정국안정 방안을 국민의힘에 일임했으니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조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 대표의 말과 같이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우므로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개헌안 발의 등을 통해 임기 단축을 포함한 조기 퇴진의 로드맵을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개정돼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으므로 야당과 협의,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발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경제, 국방안보, 외교 등 모든 분야가 혼란스럽다. 민생은 더욱 어렵다. 민주당 등 야당도 탄핵만 외치지 말고 조속히 새해 예산안을 국민의힘과 협의, 통과시켜 새해 예산 집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통계는 명쾌하다. 단순히 숫자의 나열로만 보면 큰코다친다. 의외로 많은 과제와 숙제를 담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2022년 기준으로 20%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통계청의 분석 결과다. 식량자급률도 같은 해 기준 49%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는 만큼 식량자급률보다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농토에서 생산되는 곡물로는 식량을 자급자족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쟁 등 유사시에는 대책이 없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까닭이기도 하다. 곡물자급률은 1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0%대다. 콩도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밀은 라면과 국수, 빵, 과자 등에 들어간다. 옥수수는 사료 원료여서 축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저조한 식량자급률로 먹거리 물가가 내년에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식품 원재료 등을 외국에 의존하는 만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재료 수입가격이 오르면 식품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환율 문제를 들여다보자. 원-달러 환율은 9월에는 달러당 1천300원대 초반이었지만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에 1천400원을 뚫은 이후 1천400원대로 굳어지고 있다. 더구나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도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우리는 IMF 한파와 금융위기 등을 모두 이겨낸 민족이다.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숙제다.
나의 생각을 박박 긁어도 들키지 않으니 나는 혼자가 좋다 사랑 한 줄 미움 한 줄 원망 한줄을 밑줄 치며 진저리쳐도 들키지 않으니 나는 혼자가 좋다 멀어져 가는 시간 속에 달려오는 이야기들 망망한 허공이라도 참새 떼처럼 수많은 사건들 그중에 한 이름 불러도 들키지 않으니 나는 혼자가 좋다 황혜란 시인 2002 문학과 세상, 문파 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원 경기여류문학회원 시집 ‘알 듯 모를 듯’, 공저 ‘삼인칭과 일인칭의 대면’ 外
흥미로운 대상이나 새로운 걸 보면 탐색 및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기질적 특성에 더해 어려서부터 일상에서의 지적 탐구나 문화예술 향유 체험을 함께해주신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어딜 가든 방문지에 있는 문화유산이나 역사 공간을 살펴보게 된다. 최근 방문지 중 한 곳인 안동에서는 공식 일정 전후로 여러 곳을 둘러봤다. 그중 예끼마을과 임청각은 처음 간 곳이다. 업무차 한국국학진흥원을 여러 번 다녀왔음에도 그 바로 앞에 예끼마을은 이번에야 알게 됐다. 마을 곳곳에 벽화와 트릭아트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옛 지명을 따온 선성현문화단지 안에 동헌이나 객사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74년 안동댐 건설로 살던 곳이 수몰된 마을 사람들을 위해 조성된 곳이라는 사연은 역사관을 통해 알 수 있다. 안동호 위에 부교로 만들어진 선성수상길이 유명해서 걸어 봤다. 부교의 중간쯤에 책걸상과 풍금 조형물 등 수몰 지구 내에 있던 초등학교 교실을 재현해 둔 쉼터가 있다. 한때 수많은 아이가 뛰어다니던 곳에 조용히 출렁이는 물소리만 들리니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국가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을 내놓고 하루아침에 사방으로 흩어져야 했던 사람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갈 때마다 들를 기회가 없던 임청각도 이번에는 다녀왔다. 국권이 일제에 의해 찬탈된 후 독립운동에 헌신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 이상룡의 집이다. 온 일가와 전 재산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놓을 때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숭고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방문지인 제주도에는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숙소 근처에 있어 우연히 들르게 됐다. ‘제주 4·3 평화공원’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4·3 관련 다른 기념관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보를 찾아 보니 제주도 내에 4·3 유적지가 600여곳에 달하고 관련 기념관도 다섯 곳이나 됐다. 북촌리 너븐숭이 일대가 현기영 작가의 작품, ‘순이 삼촌(군경에 의한 양민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자가 평생 그 트라우마로 고통받다가 결국 세상을 등진다는 내용)’의 무대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념관의 공간 구성이나 전시 콘텐츠는 동영상 및 사진과 글로 정보를 나열하는 방식이었기에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제주 4·3은 서로 다른 이념에 의해 같은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비극을 넘어 국가폭력에 의해 저질러진 학살이 얼마나 잔인했고 무도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북촌도 마을 전체가 소각됐고 군의 총에 의해 죽은 희생자의 수가 수백명에 달했다. 희생된 아이들의 애기무덤들을 보면서 가슴에 미어졌는데 가장 많이 죽은 연령대가 유아부터 10대 이하 아이들과 60대 이상의 노약자라는 기념관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순간 숨이 막혔다. ‘군에 들어와서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으니 경험 삼아 죽여 보자’는 이유로 방어권을 갖지 못한 양민들이 오전부터 오후 4시까지 끊임없이 울리는 총성 속에 차례차례 끌려가 죽고 그 모습을 봐야 했다니. 상상하기조차 힘든 비극의 현장이었다. 이런 비극은 되풀이되면 안 되는데 국가 권력에 의해 국민이 희생되거나 힘들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슬퍼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공공의 이익과 나라를 지켜내기 위해 자신을 내놓은 백성과 국민 또한 우리 역사 내내 존재했고 현재까지도 흘러넘치고 있으니 희망을 보게 되는 요즘이기도 하다.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서 주권을 지키고 정당하게 행사하려는 의지를 잃지 말아야겠다.
격동의 2024년도 끝나가고, 2025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기도의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심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상임위원회 심사는 끝났고, 예결위 심의가 한창이다. 경기도는 세수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지난해보다 7.2%가 증가한 38조 7천81억 원의 예산안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중앙정부가 긴축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경기도라도 확장 재정을 통해 민생경제 살리기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재정건전성의 우려도 있지만 비상경제 상황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수술이 당장 급한 응급환자를 앞두고 치료비 걱정을 늘어놓지는 않는 법이다. 지금 곳곳에서 경제위기 징후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의 폐업은 사상 최대를 기록 중이고, 금융권마다 연체율이 치솟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의 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로 대기업도 무풍지대는 아니다. 성장동력이 멈추고, 대규모 구조조정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면서 IMF의 망령이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여기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계엄령 선포는 지금의 경제위기에 휘발유를 끼얹은 격이 되었다. 내란을 획책하여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대한민국경제를 나락으로 밀어 넣은 윤석열을 반드시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 절체절명의 경제위기 앞에 경기도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엄중한 정세를 잘 관리하면서 민생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마중물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여·야가 두 쌍의 수레바퀴처럼 어우러져, 달그락거리는 가락에 맞춰 절망의 터널을 빠져나와 수레 위에 희망의 씨앗을 가득 싣고 오직 도민의 민생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를 절반으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을 만드는 데 한 숟가락 정도의 흙이 부족하여 산을 만드는 공이 흩어지는 법이다. 2024년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무너진 민주주의와 민생경제를 복원하기 위해 한 방울 남은 힘까지 쏟아부어야 할 때다.
엘라티오르베고니아의 꽃말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엘라티오르베고니아는 꽃모양이 겹장미꽃처럼 꽃이 특히 아름다운 베고니아다. 베고니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화단용 베고니아, 구근베고니아 등 종류가 많다. 실내에서는 연중 꽃이 핀다. 허브식물로도 인기가 많은 품목이다. 보통 실내식물 중 여름철에 피는 꽃이 적은데 이 식물은 여름에도 피므로 분화용으로 인기가 많다. 처음엔 꽃시장에서 사야겠지만 번식법을 알면 집에서 충분히 늘려갈 수 있다. 어른 포기에서 나오는 직경 2~3㎝의 어린 잎을 잎자루까지 달리게 잘라 삽목상에 꽂아 두면 20~30일 지나 새 뿌리를 내린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현실 정치에서 저만치 떨어져 지낸다. 정치도 여론도 그를 잊어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도 12월3일 밤은 충격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대통령 윤석열’.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중단하고 일어섰다. 급한 마음에 국회로 차를 몰았다. 바리케이드가 쳐지고 있었다. 다시 용산으로 차를 돌렸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다시 돌려 왔지만 역시 조용했다. 그렇게 대통령실 앞을 세 번 오갔다. 그가 말했다. “큰일났다. 통합해야 한다.” 다들 그랬다. 처음에는 공포였다. ‘계엄 선포’, ‘계엄군 통제’, ‘영장 없이 체포’, ‘위반 시 처단’…. 기자들에게는 ‘언론 출판 계엄군 통제’까지. 3시간만에 국회가 계엄 해제 결의를 했다. 계엄군이 고개를 숙이며 돌아갔다.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심장 박동을 두드리던 공포는 누그러졌다. 대신 그 빈자리에 분노가 채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분노였다. 밝아 온 12월4일 구호는 이미 정해졌다. ‘윤석열 탄핵’, ‘윤석열 처벌’. 이때까지는 ‘안쓰러운 이해’도 있었다. 비상 계엄 선포의 이유를 두둔하는 논리였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김민전 최고위원이 ‘야권의 무도함을 알리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울먹였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야당이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에게 몰아붙인 점을 기억하자’고 했다. ‘정치가 아닌 의사로서의 소견’이라고 했다. 20% 미만 지지층의 측은지심도 있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는 동정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러나 이런 배려도 한순간 사그라들었다. ‘국회 무력화 기도’다. 계엄군의 첫 번째 작전은 국회 점거였다. 계엄하에서도 국회 탄압은 안 된다. 이 자체가 계엄법 위반 행위다. 여기서 더 나간 주장도 나왔다. 중요 정치인에 대한 체포 시도 주장이다. 그 속에 놀라운 대상도 포함돼 있었다. 정부와 한 몸인 여당의 한동훈 대표다. ‘무도한 야당의 횡포’가 계엄의 사유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여당의 대표를 체포하려 했다. 말이 되나. 체포 지시가 있었네 없었네 말은 많다. 하지만 한 대표를 체포하려 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했다. 돌아온 답은 ‘그랬다면 계엄군이 포고령 위반 때문에 그랬을 것’이었다. 국민의힘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정치 목소리는 사라졌다. 조기 퇴진을 위한 로드맵이 공식 화두가 됐다. 7일 국회가 탄핵을 의결했다. 불발됐지만 또 한다고 한다. 탄핵 또 탄핵…. 정권은 이미 무력화됐다. 그날, 모두가 봤다. 국민이 둘로 갈라졌다. 국회에 온 국민은 탄핵 찬성을 외쳤다. 광화문에 온 국민은 탄핵 반대를 외쳤다. 탄핵 좌절에 눈물을 흘리는 국민이 있었다. 탄핵을 항의하며 몸에 불 붙인 국민이 있었다. ‘12·3 계엄’이 잘못됐음은 모두가 안다. 위법성과 무모함을 토론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국민은 둘로 갈라졌다. 이 이유를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계엄 정국이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대선(大選)의 셈법이다. ‘탄핵 찬성’. ‘이제 대통령은 이재명이다’는 목소리가 있다. ‘탄핵 반대’. ‘죽어도 이재명에겐 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계엄 정국에 더해진 대선 전초전. 경험 못한 분열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서두(序頭)의 화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다. 의원, 장관, 지사, 당 대표를 했던 그다. 무력하게 헤맸다는 3일 밤 광화문 거리다. 그의 우려가 사흘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 분열이 걱정이다. 통합해야 한다.’ 숱하게 들었던 ‘통합’. 지금처럼 무거웠던 적이 없다. 윤 대통령은 임기를 정치권에 맡겼다.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다. 그런 그에게도 마지막 명령권은 있다. 이 혼란을 초래한 계엄에 속죄할 명령, 그 자신을 향한 명령이다. ‘국민 통합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그 내용·방식은 정해져 있다. 국민도 알고, 대통령도 안다. 그걸 그가 하면 된다.
계엄 반대 깃발을 신속히 든 건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직후 입장을 공개했다. ‘계엄에 반대한다, 철회돼야 한다, 시민의 일상을 지키겠다’로 요약된다. 다음 날 시청에서 브리핑을 통해 두 번째 입장도 냈다. ‘민주주의 본령을 거스르는 행위’라며 계엄 반대를 재확인했다. 그런데 전날 없던 주장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비상계엄 촉발’이었다는 해석이다. 이래저래 방송에는 그의 이름이 계속 등장했다. 김동연 도지사 입장은 4일 오전 1시를 전후해 나왔다. ‘단연코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다음 날 그만의 특별한 대처가 나왔다. 외국 정상과 주지사, 국제기구 수장과 주한대사, 외국의 투자 기업에 긴급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치에 이상 없음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캐나다 총리, 중국 부총리,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이클레이 세계 사무총장 등 각국의 2천500여명이 수신자다. 정치가 혼란스러운 계엄 정국 속에서 눈에 띈 특별한 대처였다. 오 시장의 대처는 신속했다. 그리고 묘하게 바꿔 나갔다. 김 지사는 국제적 감각을 보여줬다. 경제부총리의 각국 인적 자산을 보여줬다. 자연스레 비교된 게 유정복 인천시장이다. 유 시장의 ‘계엄 입장’은 시간이 걸렸다. 비상계엄령 선포가 있었던 3일 밤 아무 입장도 안 냈다. 4일 오전 대통령의 계엄령 해제 선포까지도 침묵했다. 첫 반응은 4일 오전 10시38분에 나왔다. 내용은 ‘국정 혼란과 국민 불신 가져온 계엄 매우 유감’이었다. 정치권, 특히 인천지역 정가가 맹비난하고 나섰다. 인천시의회 민주당 의원 9명이 성명을 발표했다. ‘계엄에 동조한 유정복 시장을 규탄한다’는 내용이다. 시민의 ‘시장’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시종’을 자처했다며 공격했다. 이들의 비난은 비단 늦은 입장 발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계엄이) 야당의 폭거에 대한 조치”라고 말했다며 이를 망언으로 규정했다. 유 시장의 사과가 없을 경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사실 이 발언은 오 시장이 먼저 거론했다. ‘이재명 방탄 국회가 촉발했다’고 단정했다. 표현이나 내용에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당연히 이 분석은 어불성설이다. 야당에 의한 의회 파행은 온 국민이 목격자다. 정부 기관에 대한 탄핵 남발, 초유의 삭감 예산안 강행 처리 등을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그 동등한 대처 방안에 비상계엄이 놓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균형감을 잃은 선택이었다. 이에 대한 비난은 두 시장 모두 받아야 맞다. 다만, 계엄 반대 표명의 순서로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계엄 선포 직후 유 시장은 집무실에 있었다고 한다. 11시쯤 들어와 간부들과 조치도 논의했다고 한다. 시장 직무 수행에 오류는 보이지 않는다. 계엄 자체에 대한 반대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의 동의 받지 못했으며, 그 결과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입장 발표가 늦었거나 안 했다는 이유로 계엄 동조 세력으로 낙인 찍는 건 다시 생각할 일이다. ‘12·3 계엄’은 구중궁궐 속 대통령이 혼자 벌인 일이지 않나.
안산국가산업단지는 우리 제조업의 말초신경이다. 국가 경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이곳의 경제 지표가 안 좋게 집계되고 있다. 가동률은 떨어지고, 생산도 감소하고, 수출 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고용 수준은 공단 역사상 최저치로 나타났다. 2024년 3분기 실적에서 나타난 현실이다. 안산지역 전체에 주는 우려가 크다.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연 대책은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있기는 한 것인가. 안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안산지역 경제동향(2024년 3분기 기준)’을 발표했다. 가동률은 전 분기 대비 3.4%포인트 감소한 79.8%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 가동률 82.6%보다도 낮다. 가동업체는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하지만 가동의 효율성을 가리키는 모든 지표가 걱정스럽다. 생산액은 전분기 대비 6.5%나 감소했다. 전년도 동기와 대비해도 2.9% 줄어든 수치다. 가동업체가 늘었음에도 기업활동의 전반적 활력이 위축됐음을 말한다. 이런 공단의 현실은 수출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9월 안산지역의 수출입 통관 현황이 있다. 수출은 1만6천316건에 5억3천1백만 달러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는 전월 대비 4.0% 줄었다. 1년 전과 대비해도 2.6% 줄었다. 9월 안산지역 무역수지는 1억4천만달러다. 전월 대비 5.3%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3.5% 증가했지만 최근 하락세가 확연하다. 국가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는데 안산 국가산단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지역에 미치는 가장 예민한 수치는 고용 현황이다. 기업 활동은 물론이고 지역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3분기 고용 수준이 14만7천877명이다. 전 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국가산단의 불황이 고용 악화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트리플 불황 조짐이다. 가동률, 생산액, 고용인원이 모두 감소하는 현상이다. 산단으로서는 가장 우려하는 위기 경보에 해당한다. 체계적 분석과 현실적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