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출범했다. 이후 지역 경제는 물론 국가 성장동력을 이끄는 발전을 이뤄 왔다. 송도, 청라, 영종 3곳 국제도시를 돌이켜 보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다. 전국에 수많은 경제자유구역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따라올 만한 곳이 없다. 노무현 정부의 돋보이는 유산 중 하나다. 그런 인천경제자유구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기업을 유치하려 해도 내줄 땅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땅이 미개발 상태인 다른 경제자유구역과 크게 대비된다. 이에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스스로 영토 확장에 나섰다. 바다 건너 강화도에 새로운 터전을 잡으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이 강화 남단으로의 구역 확대에 첫발을 내딛는다. 지난해 7월 시작한 개발계획 수립 연구용역도 마무리했다. 인천 강화군 화도·길상·양도면 일원 20.26㎢(610만평)가 대상이다. 경제자유구역 총량제를 감안, 1단계 10.03㎢(303만평), 2단계 10.23㎢(307만평)으로 나눠 추진한다. 인천경제청은 조만간 산업통상자원부에 경제자유구역 지정 자문회의를 요청할 예정이다.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위한 첫 단계 행정절차다. 이 회의에서 나오는 의견들을 보완해 이달 중 산업부에 강화 남단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신청한다. 인천경제청은 농림축산식품부 설득이 이번 지정의 중요한 관문으로 보고 있다. 1단계 구역의 87%가 농업진흥구역(절대농지)으로 묶여 있다. 앞서 농림부는 농지 감소에 대한 대처 방안을 요구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스마트팜 조성 등 농촌지역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1단계 구역의 지정을 받으면 그린바이오와 화훼 등 스마트 농업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는 내용의 개발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물류 체계를 꾸리고 역사문화 관광지구, K-컬처 클러스터, 해양정원 등을 조성한다. 산업부에 뚜렷한 투자유치계획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숙제다. 2018년 산업부는 무분별한 지정을 막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최대 지정 면적을 360㎢로 줄여 놓았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이미 이곳 투자 의향 기업들을 물색, 접촉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의 터널에 들어섰다는 경고가 나오는 요즘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같은 저성장, 역성장을 따라갈 수는 없다. 성장 없이는 지속가능 발전을 바랄 수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확장은 국가 성장동력의 문제다. 경제자유구역 총량제는 지정을 받고도 감당 못하는 곳에 적용할 일이다. 지역균형, 수도권 억제 등은 정치 논리다. 수요 공급의 시장 원리를 따라야 할 경제자유구역 확장이다.
세 번의 스무살을 살아오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그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은 역시 사람이다. 기자라는 직업으로 35년을 살아오는 동안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 왔다. 하루하루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었고 그 가치를 최고로 여기고 살아왔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없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을 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사람 속을 보는 눈이 생겼다. 첫인상과 몇 차례의 만남 속에 그 사람을 파악한 것이지 마음까지 완전히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남에 있어 섣불리 상대를 예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턱대고 좋은 사람 같다고 해서 상대를 믿는 것도 안 되고 인상이 좋지 않다고 해서 경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거친 세상을 살면서 사람을 사귐에 있어 두 가지 원칙을 세우고 살아왔다. 하나는 ‘신(信)’이고, 다른 하나는 ‘배신(背信)’이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처럼 아름답고 좋은 것은 없기에 신뢰를 최우선으로 인간관계를 맺어 왔다. 반대로 배신은 가장 싫어하는 단어다. 믿었던 사람이 그 믿음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기에 가장 싫어한다. 살다 보면 전혀 뜻하지 않게 좋은 사람(귀인)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좋은 사람으로 여겨진 사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사람의 심성은 제 각각이고, 좋은 사람이라도 처해진 환경이 그 마음을 변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이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배신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고 정(情)이 자신의 이익보다 후순위라 해도 사람 사는 사회는 서로 간의 신뢰가 우선시돼야 한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때 아닌 ‘情타령’을 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세태가 변해도 그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임을 잊지 말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에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인 자유와 평등에 대해 질문했다. ‘자유와 평등’ 중 본인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념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70% 정도의 학생이 자유를 선택했다. 자유를 선택한 학생들에게 ‘보수와 진보’ 중 본인은 어느 쪽이냐고 다시 한번 물었더니 진보 쪽이 70% 정도 됐다. 우리는 보통 보수의 가치로 자유를, 진보의 가치로 평등을 우선시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런 기준이 없는 건지 굳이 깊이 생각을 안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조금 더 들어가 평등에 관해 말해 보면 무조건 같아야 한다는 것이 평등의 진리가 아니고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하는 것이 평등의 큰 원칙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특례시’가 있다. 인구 100만이 넘은 도시인 수원, 용인, 고양, 창원이 있고 내년이면 화성도 특례시가 된다.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있고 그 아래에 지방자치단체라는 이상한 이름의 조직이 있다. 중앙과 지방이라는 이분적 명칭도 그렇고 분명 행정행위를 하는 곳인데도 단체라는 이상한 명칭을 사용한다. 중앙정부의 대응으로 한발 양보해 지방정부 또는 지방자치정부라 하면 될 것을 지방자치단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부터 우리 중앙이 아닌 영원히 곁가지인 지방인가 하는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그 지방자치단체의 명칭도 광역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도, 특별자치도 등이 있고 기초단체에는 시, 군, 구가 있다. 그중 기초단체 가운데 특례시란 명칭을 부여받은 도시가 곧 5개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전에는 인구가 100만이 넘으면 광역시가 됐는데 수도권에 인구가 모이다 보니 창원을 제외하고 광역시의 기준이 거의 경기도로 몰려 있어 특례시라는 형태의 새로운 행정조직 명칭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특례시가 어중간한 위치에 있다 보니 영어의 표현인 ‘스페셜시티’가 아닌 그냥 ‘노멀시티’가 돼버린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 준비 중이라 다행이라 생각되지만 이름뿐인 법률이 아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실질적인 법률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특례시는 무엇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지방소멸이라는 어려운 시대에 규모가 작은 시·군들의 파이를 요구하지도 않고 인구 규모만 따지면 최대 100배의 차이가 나는 시·군과 여건이 다른데 같은 적용을 받는 것에 대해 다른 것은 다르게 해 달라는 최소한의 요구를 할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최소한 내가 낸 세금만큼의 복지와 혜택은 누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단지 큰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역차별을 받는 것 또한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 ‘같은 건 같게, 다른 건 다르게’ 인정해 주는 좋은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장철이 거의 끝났다. 김장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 중 태종실록에 ‘침장고(沈藏庫)’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는 궁궐에서 야채를 공급하고 김장을 담가 관리하던 기관이면서 그 야채와 김치를 보관하던 창고의 이름이기도 했다. ‘김장’은 바로 이 ‘침장’이 바뀌어 생긴 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沈’은 ‘침채(沈菜)’의 ‘沈’과 같아 김치를 나타낸다. 또 ‘藏’은 어떤 물건을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침장’은 ‘담근 김치를 잘 갈무리한다’는 뜻으로 김장과 같은 말이 된다. 이로써 김장이 늦어도 조선 초기에 시작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김장은 사실 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을 것이다. 지금처럼 배추김치를 담가 저장하는 것이 아닐 뿐이지 짠지나 동치미 같은 저장음식들을 겨우내 먹으려면 저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장은 많은 배추를 절이고, 여러 양념을 섞어 버무려 소를 만들고, 소를 넣은 배추들을 독에 담아야 하는 힘들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너무 추워지기 전, 하루 이틀 정도의 짧은 기간에 끝마쳐야 했기에 사람이 많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한 방법이 ‘김장 품앗이’였다. 친척이나 이웃들이 모두 나서 넓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김장을 한 뒤에 나눠 가져가는 방식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이 품앗이는 김장이라는 큰일을 수월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이웃 사이에 정(情)을 나누고 일체감을 갖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김장의 가치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게 됐다. 당시 유네스코는 “한국인의 일상에서 세대를 거쳐 내려온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연대감과 정체성·소속감을 증대시킨 매개체”라고 평가했다. 한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나 경도잡지(京都雜志) 같은 옛 자료를 보면 김장에 많은 재료들이 들어갔던 것을 알 수 있는데 김장김치에 소로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에 따라 많이 달랐다. 이를테면 경기도에서는 새우젓을 많이 쓰고 강원도는 오징어나 생태 등을 많이 쓰며 전라도에서는 멸치젓을 많이 쓰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 따라 김장김치의 맛이 상당히 달랐다. 하지만 이제는 핵가족화로 한 집에 식구들이 많지 않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져 이웃 사이에 공동체 의식이 줄어들면서 김장을 하는 가정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공장에서 똑같이 만든 김치가 일회용 포장 형식으로 전국 어디서든 팔린다. 이대로라면 김치 맛의 지역별 차이는 말할 것도 없고 ‘연대감과 정체성·소속감을 증대시킨 매개체’로서의 김장 자체가 옛이야기가 될 날도 머지않을 것 같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절대 잃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을 넋 놓고 잃어 가는 것은 아닐까.
매일 아침 공기가 신선해지는지, 식탁에 오른 쌀·채소와 생선이 어떻게 우리에게 도달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매일 누리는 이 모든 것은 농업, 임업, 어업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의 혜택과 우리의 생활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뤄지는 세심한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심에는 ‘농림어업 조사’가 있다. 이 조사는 대한민국 농어업의 현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만드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농업정책부터 환경보호, 농어촌 발전까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바로 이 조사에서 시작된다. 농림어업 조사의 시작은 1960년대,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농업 통계조사로 시작했다. 이후 임업과 어업까지 넓혀 오늘날의 농림어업 조사로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더 세밀하고 정교한 자료 수집이 가능해졌다. 드론과 위성 이미지를 활용한 농경지 분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어업 활동 파악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되면서 통계의 신뢰도가 크게 개선됐다. 농산물 생산량이나 어업 자원 현황, 산림면적 등 조사에서 얻어진 자료는 관련 농림어업 정책을 수립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초자료다. 예를 들어 농촌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이나 기후 변화에 따른 농작물 변화 계획도 이 자료에서 출발한다. 나아가 농림어업 조사를 통해 산림 훼손이나 해양자원 고갈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또 농어촌지역의 경제 활동과 생활 여건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은 지역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농림어업 조사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농림어업 조사는 국민의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조사 대상자가 제공하는 정보는 우리 농림어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데 필수적이다. ‘2024년 농림어업 조사’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7일까지 14일간 농림어업을 직접 경영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실시된다. 조사원이 방문하거나 전화, 온라인으로 조사를 요청할 경우 적극 응해 주시길 바란다. 특히 제공된 정보는 통계법에 따라 철저히 보호되며 조사 목적 외에는 절대 사용되지 않는다. 국민이 제공한 소중한 정보는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될 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관리될 것이다. 이제 국민의 참여로 우리의 삶과 미래를 바꿔 보자. 농림어업 조사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길잡이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의 관심과 협조가 농어업의 밝은 내일을 여는 열쇠다. 함께 만들어가는 풍요로운 농림어업의 미래를 위해 여러분의 손길을 기다린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민자의 통합에 대해 “이민자와 이민자가 거주하는 사회 간에 서로 적응하는 쌍방향 과정을 통해 그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생활 속으로 통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카슬과 밀러는 이민자를 주류 사회로 편입시키는 모형을 크게 차별적 배제 모형, 동화 모형, 통합 모형, 다문화 모형으로 구분했다. 첫째, 차별적 배제 모형은 우리 사회가 원하지 않는 이민자의 정주를 막고 국민과의 차별적 대우를 유지하며 문화적 단일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동화 모형은 이민자가 출신국의 주류사회로 동화하는 것을 전제로 국민과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말한다. 대다수 국가는 귀화 또는 영주 허가 요건 중의 하나로 주류 사회의 언어, 문화 등에 대한 이해 정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동화 모형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다문화 모형은 원주민, 소수민족, 이민자 집단의 언어, 문화 등의 정체성을 보전하면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캐나다와 호주는 영국 출신의 소수의 이민자가 주류 사회를 형성한 후 원주민 및 소수민족과의 공존을 추구하기 위해 원주민과 소수민족의 언어 및 문화의 보전을 장려하는 다문화주의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 모형은 이민자가 주류 사회와 상호 조정을 거치면서 주류 사회로 점진적으로 흡수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문화적 통합 측면에서 우리나라, 유럽연합(EU ) 등의 선진국이 통합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저서에서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과 문화에 대한 관용과 포용력이 있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차지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문화와 가치에 눈과 귀를 닫고 우물 안의 개구리로 배타적이고 현실에 안주하는 국가와 사회는 국제사회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간 정부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민자를 유치하는 데 관심을 집중한 반면 우리 사회와 이민자 간의 통합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정주할 수 있는 거주환경과 사회문화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이민자와 그 후손들은 우리 사회에 정착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정착하더라도 통합되기 힘들 것이다. 또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전문 인력, 숙련기능공, 투자자, 창업자 등을 유치하기 위해 주요 선진국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이민자들이 우리나라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든다. 따라서 반드시 이민자통합지수 같은 평가기준을 정교하게 만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통합정책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잘못되거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민자에게만 우리 사회와 문화를 존중하도록 일방적으로 강요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이민자의 다른 문화와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우리 사회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출 경우 민주주의와 다양한 창의적 사고에 기반을 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폭넓은 지지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를 수용하지 않고 분리되려는 개인의 이민을 억제하는 한편 국내에서 그러한 집단이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일부 특정 국가 밀집거주지역이 주변화 내지 소외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국민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이에는 많은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이민자의 정착 지원과 통합에 대해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민자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자녀 교육, 의료, 금융 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 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한국 언어와 문화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중에서도 이민 배경을 가진 아동을 미래의 소중한 자원으로 여겨 교육, 직업훈련 등에 있어 국민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대로 우리나라에서 출생하지 않고 중도에 입국한 아동을 위해 초기 한국 언어를 집중 교육하는 특별학급이나 지원센터의 설치를 확대해야 한다. 또 방과 후 보충학습 확대, 다양한 가격대의 국제학교와 대안학교 설립, 숙련기능공이 되길 원하는 학생에 대한 직업훈련과 인턴제 제공 등을 통해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아동의 이민 배경으로 인한 정체성, 고립감 등의 심리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적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해외에서 인력을 유치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 정주를 허용한 외국인의 가족, 외국 국적 동포, 유학생 등을 우선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언어와 사회의 이해에 관한 교육프로그램도 이민자가 종사하는 직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어디보다 피해가 큰 곳은 안성지역이다. 포도 비가림, 인삼 재배시설 등이 무너져 내렸다. 피해 면적만 316㏊로 총 재배 면적 1천126㏊의 28%에 달한다. 망가진 시설들을 철거하는 비용만 대략 146억원이다. 신규 설치에는 더 많은 579억원이 소요될 것 같다. 축산농가의 피해도 570여곳에 달한다. 전체 1천815곳 가운데 31%다. 긴급하게 복구하는 데만 21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안성시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복구대책지원본부 운영에 들어갔다. 피해 시설 응급 복구 상황 관리, 이재민 구호 활동 등을 시작했다. 현장 조사가 완료되는 대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되면 지자체가 쓸 복구비 일부가 국비로 전환된다. 일반재난지역에 주는 공공요금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건강보험료, 전기통신요금, 가스요금 등 12가지 혜택이 추가된다. 안성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는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이번 폭설 피해의 분포다. 수도권, 특히 경기남부지역 전체에 큰 피해를 남겼다. 용인시 남사읍 한 육계 사육 농장에서 닭 3만3천여마리가 폐사했다. 같은 남사읍의 화훼농가에서는 수국과 국화를 재배하던 하우스 22개동(9천940㎡)이 무너져 내렸다. 추정 손실액이 13억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도심 지역이라고 할 수원의 유기농 농가에서도 비닐하우스가 여러 곳 무너졌다. 도심 농촌 구분 없이 피해가 났고, 그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 조속한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기대한다. 다만, 이 문제로 가려져선 안 되는 것이 있다. 개별 피해다. 무너진 시설 더미에 화분 수만개가 깔렸다. 3, 4년을 키웠던 3만개는 이미 버렸다. 찬 공기에 노출된 나머지 화분도 장담 못한다. 수천마리의 닭을 키우던 시설이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 ‘1초 만에 병아리 3천마리를 잃었다’는 농민의 하소연이다. 당장 철거할 돈도 없고, 새로 세울 돈은 더 없다. 대출할 여건도 안 된다. 논밭에 나앉을 판이다. 특별재난지역에 목 매고 있지 마라. 어차피 재난 구호의 주체를 정하는 행정 절차일 뿐이다. 특별재난구역에는 많이 주고, 다른 지역에는 적게 주라는 얘기가 아니다. 너도나도 ‘살기 좋은 지역’이라며 자랑하고 있다. 이런저런 복지를 만들어 삶의 질 경쟁을 한다. 하지만 그 중에 으뜸이어야 할 복지는 재난 복지다. ‘단 1초 만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농민을 따듯하게 보듬는 복지가 좋은 복지다. 정부 기다리지 말고 도와 시•군이 해야 한다.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새해 예산안 심의이다. 정부는 지난 9월 677조4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심의 중이다. 새해 예산안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나라 살림은 물론 개개인의 가계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회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새해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회는 예산안 심의는 뒷전이고 연일 정쟁만 일삼고 있어 과연 국회가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참으로 실망스럽다. 새해 예산안은 여야가 상호 토론과 협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관례인데, 지난달 29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4조1천억원을 감액한 수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예결위에서 여당의 표결 불참 속에 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수정안을 처리한 건 의정 사상 처음이다. 민주당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 검찰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감사원 특정업무경비와 특활비, 경찰 특활비 등을 전액 삭감했으며 정부 예비비도 4조8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을 삭감했다. 이렇게 단독으로 예결위에서 처리한 새해 예산안을 예산안 법정 시한인 오늘 국회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처리하려 한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독주는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지난 6개월간 탄핵안만 무려 11건이다. 특히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안은 오늘 발의해 4일 처리할 방침이다. 또 법사위에 계류 중인 검사 2인에 대한 탄핵안은 오는 11일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헌정 사상 초유한다. 이에 최 감사원장도 정치적 탄핵이라며 유감을 표명했고 전직 감사원장 5인도 민주당에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연명으로 발표했다. 검사 탄핵에 대해서는 대검 등 검사들이 집단으로 반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의정 폭주에 특별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민주당의 행태 비판에 집중하고 있다. 또 당원 게시판 관련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져 내홍을 겪고 있다. 국정을 정부와 더불어 이끌어 가야 할 여당이 이렇게 무기력하니 과연 민생을 제대로 챙기겠나.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전국이 폭설로 고통을 받는 등 민생이 얼마나 어려운가. 국회는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기를 간절히 요망한다.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는 수정돼야 한다. 모양은 분명 붕어를 닮아서다. 아무튼 뭐니 뭐니 해도 붕어빵은 겨울철 서민들의 소중한 간식 중 하나다. 최근 붕어빵을 파는 장소를 알려 주는 온라인 지도가 MZ세대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붕어빵과 역세권을 합친 신조어인 ‘붕세권’ 지도가 그렇다. 어디를 가면 붕어빵을 살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귀에 쏙 들어오는 요긴한 정보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한 온라인 중고물품 교환 사이트는 시즌 한정으로 2020년부터 운영해온 ‘겨울간식지도’ 서비스를 아예 ‘붕어빵 지도’로 초점을 맞춰 운영을 시작했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위치 정보를 등록하고 공유하는 오픈 맵 서비스다. 앞서 종전에는 붕어빵을 비롯해 어묵, 호떡, 군고구마 등 겨울 간식가게 및 노점들도 등록됐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붕어빵 노점들만 모아 놓았다. 과거 겨울 간식 지도에 등록된 장소 가운데 대부분이 붕어빵인 점, 동네지도 및 동네 생활 탭에서 붕어빵 검색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 착안해 오로지 붕어빵으로 주제를 한정한 셈이다. 이번 붕어빵 지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겨울 간식 가게들은 동네지도 탭 내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객들이 직접 붕어빵 노점 위치 정보를 등록하거나 수정 또는 삭제할 수도 있다. 본인이 추가한 곳 외에도 이웃들이 등록한 붕어빵 판매 위치를 핀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영업시간과 가격대 등 기본 정보는 물론이고 아기자기한 후기도 올릴 수 있다. ‘팥을 많이 넣어 주셔서 좋아요’나 ‘슈크림 붕어빵이 맛있어요’ 등이 그런 댓글이다. 눈폭탄에 이어 찬 바람이 불어 온 지도 며칠 지났다. 이럴 때마다 붕어빵 노점이 반갑다. 붕어빵 노점이 보이지 않으면 어떨까. 그래서 어떤 곳으로 가면 살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정치와 경제, 사회 등이 온통 우울한 요즘에 따뜻한 소식이다.
“단결하면 강해지고 분열하면 무너진다.” 이 주장은 국가가 겪는 분열과 갈등의 본질을 간결하고도 명확하게 요약한 격언이다. 이 말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이념의 다양성과 상이한 의견을 존중하는 원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역사 속에서도 이 같은 교훈은 중요하게 다뤄졌으며 지금 우리의 현실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점점 더 분열이 심화되는 세밑에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이 격언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이념, 지역, 성별, 세대, 빈부 격차 등 여러 갈등이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사회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키고 그로 인해 사회는 깊은 분열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는 마치 모든 것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갈등의 간극은 더욱 깊어지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라진 채 오직 ‘적’을 규정하는 사고 방식만이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왜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극단’은 단순히 맹목적이거나 폭력적인 선택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타협을 거부하고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사고 방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나 불확실성에서 느끼는 두려움에서 비롯되며 이는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분열로 확산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이념 논쟁이나 세대 간 대립은 바로 이러한 불안의 표출이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이념 대결이나 젠더 갈등은 서로의 이해를 넘어 상대를 배척하고 적대시하는 경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불안은 또한 미디어와 정치적 선동에 의해 증폭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뉴스와 정보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며 그 결과 다른 집단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결국 ‘우리’와 ‘그들’이라는 구도가 강화되며 갈등은 심화된다. 이러한 불안이 집단적 갈등으로 확대되면 대화는 단절되고 공격과 배제가 우선시되는 사회로 변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공공 장소나 온라인 공간에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극단적인 프레임을 통해 상대를 악마화하고 공격적인 언어로 대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치적 갈등 또한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이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안보 의식 역시 문제를 심화시킨다. 극단적 갈등은 외교 정책의 일관성을 약화시키고 안보 전략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 외부 위협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고 이는 결국 국가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쟁은 매일의 현실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그것은 다른 나라의 일로 여겨지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나침과 부족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중용의 미덕’을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을 경계하고 스스로 절제하며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중용을 잃어 버린 듯하다. 과시하고 증명해야만 인정받는 사회에서 균형을 상실하면 갈등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사회적 균형이 깨지면 평화와 상생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진다. 지나친 자기 확신과 상대를 배척하는 태도는 결국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불안을 증폭시켜 악순환을 일으키며 극단적인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과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평화는 상대를 이해하고, 타협하며, 때로는 물러설 줄 아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공론화 과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갈등을 해결하는 숙의 민주주의 모델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 교육과 미디어는 상대를 적대시하는 방식을 넘어 공감과 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갈라진 사회가 하루아침에 상생으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물러설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통과 관점을 존중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한다. 평화는 단순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국가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5년 서울의 거리가 여전히 시위와 대립으로 계속된다면 정말 큰일이다. 화합이 아닌 평화는 허망한 이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