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체제에서 김동연 대권은 독자 생존뿐이다

“상식적인 결과... 다행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5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패자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 무조건 봐주기 그만하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선고에 대한 소회다. 김 지사는 ‘포스트 이재명’의 한 축이다. 15일 선거법 징역형 선고 이후 부쩍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의 발 빠른 소감 발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친명계의 불필요한 견제를 차단하려는 뜻이다. 김 지사의 이런 자세는 15일부터다. 언론이 ‘3김3총’의 맨 앞자리에 그를 위치시켰다. 그러자 김 지사가 일체의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이 대표의 수원 방문 때는 수행 역할을 자처했다. 위증교사 무죄라는 반전이 일어났고, 다시 한번 자세를 낮춘 것이다. 좋게 보는 친명계 평가가 나온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에서 말했다. “(김 지사가) 대표와 당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관심은 김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징역형 선거법 재판이 2, 3심으로 간다. 위증교사 항소심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2027년 대선 전에 끝날 가능성이 짙다. ‘피선거권 박탈’의 공포가 당내에 여전하다.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내외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김 지사라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열흘간 부각됐던 ‘포스트 이’ 몸값은 분명 자산이 됐다. 관건은 친명계 내 김동연 견제 심리다. 김 지사의 정치 중량감은 그 스스로 만들었고, 내용은 ‘이재명 차별화’에 있었다. ‘이재명표 25만원 법’을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지적했다. 북자도 추진 문제도 이 대표 입장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지난 6월 친문·비명 전해철을 영입했다. 그러자 친명 쪽에서 ‘이낙연의 길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경수 복권을 촉구했었다. 그때도 ‘은혜 모르는 개 수박’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풀 수 있는 앙금일까. 당내 정치 상황이 가변적이다. 선거법 판결 이후 나도는 정보가 있다. 민주계 원로에 의한 차기 낙점 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작가, 김어준 방송인 등의 판 짜기다. 친명 또는 비명계에서 차기 주자를 정하고, 탄핵 또는 사퇴로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고, 이 대표에게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도과하는 차차기를 준다는 시나리오다.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가설이다. 김 지사는 그 속에 포함될까.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와 김 지사를 갈라치기하려는 보도가 많다’고 했다. 정 의원이 언급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 지사를 싫어하는 친명계의 정서다. 엄연한 벽으로 존재하는 이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남는 건 독자 생존뿐이다.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에 던진 협박이 있다. 그 거친 워딩에 김 지사의 길이 있다. 잠룡으로 증명된 김 지사, 그는 움직이면 죽을지 모르지만 안 움직이면 반드시 죽는다.

[사설] 수원의회, ‘道공항은 정말 軍공항과 무관한가’를 묻다

수원특례시의회가 경기도 공항 프로젝트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의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 관련이다. 여기엔 ‘(국제공항 외) 군 공항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동은 의원(민주당)이 “경기국제공항은 군 공항과 함께할 수 없는 것인지 모호하다”며 “세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따졌다. 앞서 경기도는 용역을 통해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세 곳을 정했다. 화성, 평택, 이천이다. 화성 화옹지구는 기존 군 공항 이전 후보지와 겹친다. 세 지역 모두 민심은 반대 또는 결사 반대다. 반대 이유는 군공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화성시 정치권에서는 ‘군 공항 끼워 팔기’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송옥주 의원(민주당·화성갑)이 ‘시민 동의 없는 끼워팔기식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끝까지 막겠다’고 밝혔다. 화성 시민단체들도 도의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비난하고 있다. 이유는 같다. 반면 수원시는 경기도 발표에 환영을 뜻을 보이고 있다. 표현도 도처럼 ‘국제공항 환영’이다. 사실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경기국제공항(가칭)은 현재 없는 시설이다. 없던 공항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후보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수원시가 의견 낼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수원은 시장,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 그 저간의 깔린 의미가 너무도 명확하지 않나. 군 공항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보고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 화성지역의 추론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사이 국제공항은 사라졌고 군 공항 마찰만 다시 남았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 남부 산업에 꼭 필요한 SOC다.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도 됐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경기도 접근은 상당히 모호하다. 조례와 용역 제목에서 뺐다고 군 공항이 떨어져 나가나. 군 공항 이전은 국방부가 주무 부처다. 민간 공항 설치는 국토부가 좌우한다. 국방부 군 공항 후보지는 화성 화옹지구를 이미 정했다. 경기도 국제공항 후보지도 같은 곳을 꼽았다. 어느 순간 국가가 묶으면 묶이는 것이다. 경기도의 정책적 의도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다가올 상황에 대한 우려와 예측은 보인다. 무려 10년을 옴짝달싹 못하고 멈춰 섰던 문제다. 멈춤의 시작은 늘 ‘국제공항’과 ‘군 공항’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경기도가 조례와 용역으로 두 화두를 떼어 놨다고 추후 국가 결정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이러다 보니 용역 한 달 만에 수원에서 나온 질문이다. ‘도의 국제공항과 수원 군 공항은 정말 무관한가. 그렇다면 수원이 왜 따라가나.’ 대형 공약을 처리하는 정치 기술이 있다. 용역 한 번 하고 다음 임기로 넘긴다. 실제로 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수원 군 공항에서도 몇 번 목격된 기술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수원특례시의회다. 김동은 의원의 질문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그의 질문 속에서 걱정이 묻어 난다.

[지지대] ‘백인 만델라’ 브레이튼바흐

인종차별보다 더 끔찍한 인권 유린은 없다. 유색인종인 경우 특히 그렇다. 아시아계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아직도 이 세상 곳곳에선 이런 행위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만약 지배층 주민이 피지배층 권익 보호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백인이 흑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희생한다면 말이다. 브레이튼 브레이튼바흐가 딱 그런 인물이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횡행하던 지구 반대편 국가에서였다. 반인류적인 정책에 저항했던 시인 겸 소설가, 그리고 화가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떴다고 외신이 전했다. 향년 85세다. 고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서부 웨스턴케이프주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태어났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옮겼다. 대부분의 생애를 유럽에서 보냈다. 하지만 남아공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지켰다.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운동도 이어갔다. 파리에 거주하면서도 자주 고국을 방문했다. 1975년 방문 시 백인정권의 탄압을 받던 넬슨 만델라의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벌인 반정부운동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7년간 투옥됐다. 1982년 프랑스 정부의 도움으로 석방돼 파리로 돌아가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남아공에는 아프리칸스어라는 언어가 있다. 이 나라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이 발전시킨 토착어다. 그는 이 언어로 작품을 쓴 대표적인 작가였다. 저서로는 1975년부터 7년간 겪은 감옥생활을 바탕으로 쓴 ‘백색증(알비노) 테러리스트의 고백’ 등이 있다. 유족은 그가 작품 활동을 통해 “망명과 정체성, 그리고 정의의 주제를 대담하게 다뤘다”고 회고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열성적인 헌신은 숭고하다. 그의 저항은 결단력이 있었다. 역사는 그렇게 그를 기록할 터이다.

[세상읽기]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핵할 때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촛불혁명.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갈망한 국민의 절실한 결단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개헌 의견은 크게 주목받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정상적 국정운영을 방해하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초래했으며 탄핵의 씨앗이 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제안이다. 그로부터 7년. 탄핵의 교훈을 살리려는 노력은 간 데 없고 제왕적 대통령을 차지하기 위한, 또는 놓치지 않기 위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정치는 불신과 무능의 늪에 빠졌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처럼 큰데 역량은 미치지 못한다. 리더십은 허약하고 신뢰는 바닥이다. 민주주의, 외교, 평화, 국격, 경제와 국민 살림살이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생기가 없다. 나라의 미래, 국민의 자긍심, 미래세대의 희망이 상처받고 있다. 민주화 이후 가장 작아진 대한민국이다. 대선에서 0.75%포인트 차로 이기고도 100 대 0으로 이긴 것처럼 국민과 야당을 대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대통령의 가족에게는 한없이 무딘 칼이고 상대에게는 죽음의 칼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진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지독한 수사와 기소, 그리고 제2야당 대표를 비롯한 전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감사와 수사와 기소, 모두 제왕적 대통령의 정치보복이자 정치탄압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의 법 감정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의 옷을 입어도 보복은 더 큰 보복을 부른다. 87년 체제는 국민이 세웠다. 체육관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군사독재를 타도하고 대통령 직선 5년 단임제를 쟁취했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국민이 합의해 맺은 1차 사회계약이다. 87년 체제는 대한민국의 대도약기를 열었다. 민주적 시민의 성장,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선진국 진입, 두 차례 올림픽과 월드컵, 한류와 노벨상과 문화시민의 긍지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 국민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 더 좋은 나라에 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정치가 발목을 잡는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한 극한 대결과 무한 갈등의 정치, 불신과 무능의 정치로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계는 멈춰야 한다. 위험한 회색 코뿔소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실질소득 감소, 양극화 심화, 미래산업의 정체, 내수 침체와 세수 감소, 급변하는 세계 정세 등 셀 수 없이 많다. 회색 코뿔소를 키우는 더 위험한 회색 코뿔소가 제왕적 대통령제다. 국민은 위험한 회색 코뿔소를 물리칠 유능한 정치를 바란다. 대한민국이 두 번째 사회계약에 나서야 할 이유다. 2017년 헌재의 탄핵 결정문에 담긴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첫걸음이다. 연합정치가 가능한 선거제도의 개혁도 필수다. 이에 더해 국민 기본권을 확대하고 사회 다양성을 강화하고 인구 위기와 기후 위기, 인공지능(AI) 경제 등 미래에 잘 대비하기 위한 정치의 제 역할 찾기도 시급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포용적 복지국가 비전을 살려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키고 그들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실질적이고 담대한 구상과 행동 역시 정치의 몫이다. 그래서 한국형 뉴딜연합이 더욱 절실하다.

[세계는 지금] 러시아 파견 북한군은 유령인가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견됐다는 소식이 나온 지 한 달이 좀 넘게 지났다. 러시아로 파견됐다는 북한군 관련 뉴스는 물론이고 사진과 동영상, 서류 등이 각종 매체를 통해 노출됐지만 북한군 규모나 주둔 장소, 임무, 활동상 등에 대한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군 파병설은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에 대한 에이태큼스 지대지 정밀 유도미사일 공격을 허용하는 결정의 근거가 됐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 작전에서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미사일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파병설은 여전히 모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이미 전쟁 양상을 변경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지난달 초부터 북한군 파병설과 관련해 우리 언론을 도배한 뉴스를 보면 허황된 요소가 너무 많아 불쾌감과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북한군 파병설과 관련해 가장 최근에 나온 주요 뉴스는 국가정보원이 24일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이 교전을 했고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첩보가 있어 파악 중이라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미국의 한 군사전문매체는 정보 출처를 제시하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지난 20일 스톰섀도 순항미사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하면서 북한군 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는 이틀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내용, 즉 북한군 장교 1명이 부상했다는 것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한편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군 3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동일한 상황에 대한 사후 보도인데도 중요한 사실 관계가 황당할 정도로 다르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또는 미국에서 심각한 수준의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의 교전에서 사망하거나 부상했다는 보도 및 주장은 이미 10월 초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10월3일,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수행하던 북한군 장교 6명이 우크라이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 뉴스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한국의 정보당국은 아무런 논평이 없었기 때문에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월22일 우크라이나 매체 보도를 보면 러시아군에 소속된 중국인 용병은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올린 글에서 북한군 장교 8명이 전사했다고 주장하면서 북한군이 형편없는 군대라고 폄하했다. 10월25일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포로로 잡혔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나왔는데 해당 청년이 우크라이나 말을 하고 군복이나 표식도 맞지 않아 특정 세력의 미숙한 조작극이라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었다. 10월28일에는 리투아니아의 친우크라이나 단체가 10월25일 북한군이 처음으로 전투에 참가했고 부대원 40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10월31일에는 이 전투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북한군 병사의 인터뷰 동영상이 유포됐다. 해당 군인은 북한말을 사용하면서 처참한 전투 상황을 묘사했지만 얼굴을 완전히 가려 조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 관련해 북한군 파병설을 세계적으로 유포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조차 북한군은 전투에 투입되지 않았다면서 북한군 40명 전멸 주장을 부인했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는 전쟁 당사자라는 점에서 전쟁 승리를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정보 조작과 심리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실과 동떨어진 심리전에 넘어가 북한이나 러시아, 또는 제3국에 대해 과도한 언사 및 불필요한 조치를 투사하는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난달 18일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파견과 관련한 정보를 공식으로 확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정보당국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행보였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정부 당국자들이 대(對)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고 병력 파견까지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부화뇌동 사례로 남을 것이다. 우리 언론도 외국 정부의 선전선동 도구로 전락하기보다는 이전 보도 내용을 검색하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한다.

[천자춘추] 아동학대로 일그러진 영웅들

오늘날의 아동보호정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다. 그중 1998년, 1999년, 2013년, 2020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현재 아동 보호 정책의 토대가 된 역사적 사건들로, 필자를 비롯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들은 매일 이 사건들을 떠올리며 책임감을 다짐한다. 1998년 영훈이 사건과 1999년 신애 사건은 가정 내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사회에 각인시키며,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의 시발점이 됐다. 2013년 칠곡과 울산의 계모 학대 사건은 큰 충격을 주며, 아동학대범죄 처벌을 위한 특례법이 2014년에 제정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2020년 정인이 사건은 법적 허점을 재조명하며 2021년 특례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법적 체계가 갖춰지기까지 무려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 이후 23년간 아동학대로 숨진 아동은 470명에 달하며, 여전히 매년 수십 명의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있다. 23년간 법과 제도가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호 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법적 체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기 발견과 신고는 아동의 생명을 구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이를 주저하거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의무자로 지정된 25개의 직군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아동보호는 특정 직군이나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다, 저출산 시대에 한 생명의 탄생만큼이나 그 생명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학대를 받은 아동과 그 가족에게는 적절한 지원과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개인의 트라우마로 끝나지 않고, 피해가족의 삶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국가와 지역사회의 복지 시스템은 이런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 부모와 보호자들이 건강한 양육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아동학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적 보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연대가 절실하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의 주체가 되기를 바라본다. 필자는 앞으로도 ‘통계로 보는 아동학대’, ‘아동보호체계의 사각지대’, ‘아동학대 현장이야기’, ‘아동양육의 중요성’ 등 다양한 내용으로 아동학대 문제의 심각성과 더불어 건강한 아동과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바람직한 긍정의 양육인지 이야기를 이어가보고자 한다. 오늘도 대한민국 아동과 부모들을 응원한다.

[경기만평] 미리 크리스마스...

[사설] 계속 틀리는 정치권 판결 예상, 이유가 있다

이번에도 정치권의 다수 예상은 빗나갔다. 법정구속까지 거론했던 호언이 무색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위증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사건의 정범으로 기소된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 김진성씨에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보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당시에는 일부 무죄 또는 무죄 예상이 많았다. 계속 빗나가고 있다. 주목해 볼 것은 재판부의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판단이다. 유죄 예상의 핵심 근거는 이 대표와 김씨의 통화 녹취였다. 이 대표가 사건 내용을 언급했고 변론요지를 보내겠다고 했다. 위증을 교사했다는 충분한 물증이라는 주장이 다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화 내용을 발언별로 분석했다. ‘통상적인 증언 요청과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판시했다. 또 ‘김진성이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만 증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 위증은 유죄인데, 어떻게 위증교사는 무죄냐’는 반박이다. 이 역시 판결문에서 설명하고 있다. 김씨의 위증이 반드시 이 대표의 교사에서 비롯됐다고 연결짓기 어렵다는 종합적 판단이다. 범죄의 유죄 판단에서 행위와 결과의 인과관계는 범죄 구성 요건의 핵심이다. 이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통화가 곧 위증교사의 완성이라고 여겼던 논리가 무리였던 것 같다. 15일 선거법 1심 선고에서도 정치권은 틀렸다. 이 대표 측은 시종일관 ‘김문기를 몰랐다’고 했다. ‘이는 주관적 판단의 영역’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도 이 부분은 무죄로 봤다. 다수의 예측대로면 여기서 무죄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논리는 달랐다.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진실까지 부인한 것으로 봤다.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체적인 인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80만원 벌금’이라는 정치권 예상이 거기서 크게 빗나갔다. 15일, 25일. 두 번의 재판에서 보게 된 정치와 재판의 차이다. 정치는 부분만 보고, 재판은 전체를 본다. 정치권이 왜 이러는지 자명하다. 기본적으로 여론을 몰려는 정치공학이 있다. 유리한 부분은 강조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한다. 이런 왜곡과 축소를 통해 사법부도 압박한다. 불리한 판결에 대한 불신까지 미리 준비한다. 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최근 두 번의 이재명 판결이 이런 정치공학적 노림수에 망신을 줬다. 법조 속어에 ‘오만한 예언이 판결문을 바꾼다’고 했다. 정치인 빼고는 이런 오만한 피고인이 없을 것이다. 선거법·위증교사 사건 모두 항소심으로 갈 것이다. 정치는 또다시 부질없는 예언을 뿌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치에 돌아갈 건 배가된 충격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고, 판결은 통념의 상식이다. 정치도 법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이게 가능할는지 모르지만.

[사설] 레일바이크 해도 또 200억... 솔로몬의 묘책 어디 없나

월미바다열차는 인천의 오랜 걱정거리다. 월미관광특구를 살리기 위한 관광전차사업이었다. 처음 월미은하레일로 시작했다. 부실 시공, 안전성 논란 등으로 개통에 10년 걸렸다. 전체 공사비만 1천억원이다. 엎치락뒤치락 끝에 개통은 했지만 만성 적자가 또 문제다. 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월미바다열차 논란이다. 이번엔 레일바이크 전환 구상이다. 10여년 전에도 한번 시도했다 거둬들인 아이디어다. 이를 위해선 또 수백억원이 필요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월미바다열차다. 월미바다열차는 경인전철 인천역~월미도 6.1㎞를 왕복 순환하는 관광모노레일이다. 인천시가 이를 레일바이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만성 적자 때문이다. 해마다 운영 적자만 30억원이다. 여기에 열차 및 구조물 감가상각까지 반영하면 60억원으로 늘어난다. 2019년 개통 이후 5년간 누적 적자가 이미 292억원이다. 월미바다열차는 어렵사리 개통했지만 부정적 이미지를 잔뜩 안은 채였다. 게다가 차별화한 관광콘텐츠도 별로 없다. 이러니 고가 요금 정책도 어렵다. 현재 요금은 8천원(인천시민 기준)이다. 운영사인 인천교통공사는 요금을 2만~3만원대로 올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본다.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의 레일바이크 전환 구상도 여기서 출발한다. 월미바다열차는 태생부터 적자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낙동강레일바이크나 의왕레일바이크 등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레일바이크가 월미도 일대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가능할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레일바이크가 해결책이 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우선 레일바이크 전환을 위한 시설 투자만 200억원 이상(2014년 기준) 필요하다. 또 수익을 내려면 요금을 2만원 이상 받아야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인천시도 “중장기적 경영개선의 한 방안으로 검토하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만성 적자로 시민의 짐이 된 월미바다열차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도 지속가능과는 거리가 멀다. 일부는 월미관광특구 일대의 상권 활성화가 먼저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레일바이크로 바꾼다고 이용객이 늘어나겠느냐는 것이다. 바다 조망의 월미도 장점을 살린 특화 콘텐츠로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미바다열차의 시작도 이 일대 활성화였다. 말처럼 쉽지 않은 상권 활성화요, 원도심 살리기다. 과거 한때 월미은하레일을 아예 철거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그런데 그 철거 비용 또한 수백억원에 달했다.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는 인천의 흑역사다. 국제공모 등으로 솔로몬의 지혜라도 빌려야 하나.

[지지대] 은퇴

그녀는 올해 세 번째 스무살 생일이 지났다. 곧 정년(停年) 퇴직을 한다. 36년6개월을 한 회사에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었는데, 그곳에서 은퇴를 한다. 어떻게 한 회사를 그리 오래 다녔을까 스스로 신기하다. 근무 조건이 좋다거나, 월급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닌데도 말이다. 무던했던 걸까. 그 일이 적성에 맞아서였을까. 두 가지가 함축된 것 같다. 정년을 앞두고 감회가 새롭다. 인생의 젊은 날들인 20, 30대를 거기서 보냈다. 시간은 흘러흘러 갔고, 인연의 끝이 왔다. 어디나 그렇지만 희로애락이 있었다. 잘 견디고 버텨냈다. 스스로에게 애썼다고 토닥인다. 직장생활 동안 얻은 여러 경험은 소중하고 감사하다. 많은 이들이 은퇴 이후를 걱정한다. 수십년간 직장에 다니던 사람들은 뭔가 모를 공허함과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다. 중독된 듯 일만 했으니 쉴 줄도 놀 줄도 몰라서다. 드디어 자유다. 이젠 돈에 묶인 노동보다 스스로의 삶에 집중하며 살자 생각하면서도 싱숭생숭하다. 회사 다닐때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에 지치거나 지겨워 ‘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런데 은퇴하고 계속 쉰다 하니 잘 지낼 수 있을까를 염려한다. 꼭 돈이 필요하거나 일(직장)이 필요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인생은 습관화된 존재여서, ‘관성’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는 마주쳐야 하는 게 은퇴다. 시간 차이만 있을 뿐, 누구에게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때가 온다. 은퇴를 서글퍼하거나 은퇴 이후 위축될 이유가 없다. 그동안 일하느라 아등바등 살았으니, 이제 당당하게 여유 있는 삶을 지향해야 한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꾸려 나갈 필요가 있다. 직장생활에선 위에서 시키는 것들을 해내야 하거나 회사 이익을 위해 달려 왔다면, 은퇴 후의 삶은 자기 주도적으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일만 하며 지낸 시간을 넘어,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퇴직 후 제2의 삶은 ‘일하는 인간’에서 ‘놀이하는 인간’으로 지내는 게 좋다. 은퇴는 자신의 삶을 탐구하고 즐길 수 있는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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