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수원시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은 새 도로명 2천131개를 발표했다. 새로 지정된 도로명 가운데 수원의 정취가 느껴지는 까치말길, 산드레미길, 퉁수바위길, 솜말길, 청풍길, 활터재길 등 960개소는 자연지명을 살렸고, 지지대(길) 행궁뒷길, 화령전길, 만석길, 노송길, 칠보효자길 등 226개소는 정조대왕의 발자취와 ‘화성’이 있는 수원의 역사적 배경을 반영했다. 도청앞길, 매교장터길, 거북시장길, 곡선초등길 등 학교와 시장, 공원, 종교시설 등 공공시설의 이름을 딴 곳도 391개소가 있고, 교동은행나무길, 대추원길, 밤밭길 등 동·식물의 이름을 따거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도로명을 골고루 부여했다. 우리의 ‘길’은 크게 나누어 세가지 뜻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교통수단으로서의 길과 방도를 나타내는 길, 그리고 행위의 규범으로서의 길이다. 교통수단으로서의 길은 구상적 실체로서 본래는 단순히 본행을 위한 육상교통의 수단으로서의 길만을 가리켰다. 이런 뜻으로 길을 정의한다면, 사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오갈 수 있게 된, 거의 일정한 너비로 땅 위에 뻗은 공간적 선형(線形)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말에서는 그 길의 양태나 규모에 따라서 오솔길·고샅길·산길·들길·자갈길·진창길·소로길·한길·지름길 등과 같이 ‘길’위에 어떤 관형어를 얹어 구체화하여 사용한다. 새주소 부여사업으로 수원시가 2년간 심혈을 기울여 새로 지정한 산드레미길 등 길 이름은 4월30일까지 주민의 의견을 수렴, 이의가 있을 경우에는 그 내용을 검토·심의하여 개명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원시가 마련한 새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수원 어느 곳이든지 그야말로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淸河

가축괴질 파장 비상

파주에서 발생한 수포성 가축질병의 파장이 심각하다. 젖소의 수포성 질병이 의사 구제역(疑似 口蹄疫)인 것으로 추정됨에 따라 일본과 대만이 한국산 수입육류에 대한 통관보류와 함께 유제품의 수입 금지를 통보해옴에 따라 사육돼지의 11%를 일본에 수출해온 축산농가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 역시 돼지의 수출길이 차단되면서 수출물량이 내수시장으로 몰리고, 전염성이 강하며 치사율이 높은 구제역에 대한 축산농가들의 불안 확산에 따른 소 돼지의 홍수출하로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나라안이 온통 선거바람에 휩쓸리고 국민들의 시선이 선거판에 쏠리고 있는 사이 소 돼지 파동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축산물의 수입개방으로 축산업의 생산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터에 일시적이지만 육류수출이 막히고 국내 유통질서가 흐트러지게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더욱이 지난 20일 괴질이 발생한 이후 10일이 지났는데도 검역당국이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전염경로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다만 괴질이 발생한 금파리 주민들이 최근 구제역이 발생했던 중국을 다녀와 이들로부터 감염된 것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검역당국이 뒤늦게 허둥대는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농림부가 괴질발생신고 3일후에야 반경 10㎞ 이내 지역을 전염병특별대책지역으로 뒤늦게 선포한 것도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더욱이 농림부와 파주시는 괴질방역에 늑장 대응하면서 괴질발생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저지하기에 급급했다. 괴질발생 사실을 신속 정확하게 알려 인근 축산농가들에게 주의를 환기시켜 전염확산을 막아야 하거늘 오히려 이를 숨기려 한 것은 공직사회의 고질적인 구태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당국은 설사 당국의 의도대로 괴질사실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축산물을 수출한 뒤 상대국의 검역결과 감염사실이 드러날 경우 우리가 입게 될 국가적 체면 손상은 물론 경제적 손실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국은 이제라도 괴질원인을 신속히 밝혀내고 인근지역에 대한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축산농가들의 계획출하를 유도하고 정부가 직접 수매하는 등 파장수습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피해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문제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일가

시골 마을이 으레 집성촌(集姓村)이었던 시절이다. ‘한지붕 밑에 팔촌난다’는 말처럼 동네 사람이 거의 일가친척이었다. 육촌, 팔촌은 말할 것 없고 더 이상되는 촌수도 형님 아우, 아제 조카 하며 지냈다. 동네에서 뿐만이 아니다. 지금같은 교통편이 없었던 때여서 백리길도 마다 않고 걸어 일가집을 왕래하곤 했다. 지금은 교통이 발달하여 엎어지면 코닿는 곳에 일가가 살아도 왕래가 뜸하다. 아니, 한해가야 한번 볼까? 몇해가도 만나보지 못한 친척들이 많을 것이다. 안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다. 못살던 때도 친척간에 인정을 내며 살았는데 전보다 잘 산다면서 친척간의 인정은 더 메마르기만 하다. 예전은 농경사회중심으로 생활이 단순했기 때문에 겨울철 농한기 같은 시간의 여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다. ‘저마다 바쁘다’고 곧잘 말한다. ‘먹고 살기가 바쁘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인정의 결핍을 합리화 시켜줄 수 있는 구실은 못된다. 찾아가지 못하면 전화 한통화로 물을 수 있는 안부마저 외면, 무심하게 지내기가 예사다. 그저 내집하나 아무 탈없이 지내면 그만이라는 정신적 폐쇄공간속에 일가가 멀어져가는 세태가 됐다. 이러다가는 사촌, 육촌이 길에서 스쳐도 못알아보는 세상이 되지 않겠나 싶다. 과연 사람이 산다할 수 있을는지. 새봄에 집안 어른들에게 안부전화라도 열어 겨우내 어떻게 지냈는지 여쭈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찾아가면 더욱 좋겠지만…. 문명이 발달하면 왜 인성을 잃어가는 것인지 누가 한번 연구해 볼만한 과제일 것 같다. /백산

치맛바람 부추기는 학교

신학기를 맞이한 학교에 또 치맛바람이 불고 있어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초·중·고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 자모회 등 각종 새로운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면서 이들 조직이 학교발전기금이나 회비 등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더욱 불만을 가중시키는 것은 일부 학교측이 교실환경정비 또는 비품교체 등 명목으로 모금활동에 편승하는 점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불이익이나 차별이 있을 것을 염려하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모금동참 권유에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용인 모 초등학교는 학급 담임이 학교장이 커튼 교체 등을 지시했다면서 ‘학부모 대표들이 나서줄 것’을 요청, 학급별 학부모 간부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2만∼3만원을 모금키로 했다고 한다. 수원 모 초등학교도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자마자 학급활동과 환경개선비로 사용한다며 학부모 대표들이 2만5천원씩을 학부모들에게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부천 모 고등학교의 경우 신임 학부모회장이 학년 및 학급 학부모 간부에게 학교발전기금으로 1인당 연간 20만원의 회비를 납부토록 하고 학급당 200만원 정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임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치맛바람은 학부모 조직간의 경쟁이다. 성남 모 초등학교는 학부모회의 모금은 물론 자모회와 체육진흥회 등도 자체적으로 경쟁적인 회비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학교측도 학부모 조직간 모금경쟁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치맛바람 현상이 심각한 학부모 조직 간부와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소위 2차도 동행하는 등 교육질서를 무너트리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맛바람과 일부 학교측의 편승실태를 과연 교육청 당국이 모르고 있는가. 모금전달 등으로 학교측에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관도 문제점이지만 학부모들의 모금전달을 거절하지 않는 학교측의 잘못은 더욱 크다. 학부모들의 각종 모금과 이를 부추기는 일부 학교측의 자성은 물론 교육 당국의 지도·단속을 촉구한다.

‘농약콩나물’ 허용 안된다

농촌진흥청 농약안전심의위원회 소위원회가 콩나물에 농약사용을 허용키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최근 ‘먹거리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때에 콩나물이 배추나 고추 등과 동일한 야채라는 이유를 들어 농약사용을 허용한 것은 콩나물에 대한 국민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고 볼수 있다. 이는 또 검찰이 며칠전 부정식품 근절을 위해 농약사용 콩나물 등의 판매행위에 대해 즉각 구속 수사키로 한 강경입장과도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이같은 농약사용 허용결정은 소위원회의 판단일 뿐 최종 결론은 아니다. 따라서 오는 4월중 개최될 농약안전성 본위원회는 식탁안전을 위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60년대 이후 이제까지 콩나물 재배업자들이 불법인줄 뻔히 알면서도 농약을 사용해온 것은 콩나물의 부패를 막고 성장을 촉진시키며 살이 많이 오르고 유통과정에서 윤기와 신선도를 오래 유지케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콩나물 재배업자들이 그동안 사용해온 농약 ‘톱신M’은 사람이 다량흡수할 경우 폐수종 등의 증상을 보이는 발암물질인 1급독성농약으로 단속의 대상이었다. 이번에 사용 허용을 신청한 옥쏘리닉 애시드와 티아벤다졸 역시 농진청이 콩나물 재배시 전면적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독성이 낮아 원료콩 소독 때만 사용하면 문제될 것 없다며 허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종자소독용으로 농약사용이 일부라도 허용될 경우 뿌리의 부패나 곰팡이 발생우려가 큰 콩나물 재배의 특성상 농약이 무분별하게 사용될 것은 뻔한 일이다. 설사 재배 과정에서는 사용치 않고 원료콩 소독 때만 사용한다해도 살균용 농약은 잔류기간이 길어 문제점은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 콩나물은 우리 식탁의 기초적인 반찬거리로 많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부식품이다. 따라서 국민 건강을 위해 농약콩나물의 재배·유통을 근절시켜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종자콩을 저온에서 보관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재배시설의 현대화를 통해 위생적인 재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각 지자체가 지역별로 영세업체를 정비 대형화하거나 재배단지를 조성 관리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대책일 것이다.

全國區 전문성 최대한 살려야

오늘부터 내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제15대 총선에 입후보할 후보자들이 등록하게 된다. 이미 각 정당에서 지역구에 입후보할 후보자들을 공청했기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이제 전국구 후보자에 누가 등록되느냐에 쏠려 있다. 총 46명의 전국구의원을 선출하게 되며 이미 각 정당은 내부적으로 등록 순위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실제로 유권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전국구 후보자들이 선정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전국구 제도를 만든 것은 우선 전문성을 가졌거나 또는 지역기반을 가지지 못한 정치신인들을 의회에 진출시키기 위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전문성이 떨어지고 또한 의정활동 수행에 있어 지역구의 이익이나 챙기는 편협성을 탈피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 전국구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전국구는 대개 원로정치인, 낙천인사, 또는 돈을 받고 공천하는 전국구(錢國區)가 되어 전국구 제도의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또한 부패정치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전국구 의원 공천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원칙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전국구는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공천되어야 할 것이다. 낙천인사의 무마용, 또는 총재에 의한 사천(私薦)이 되어서는 안된다. 더구나 현재 일부 정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거액의 특별당비 명목의 정치헌금을 받고 공천하는 사례는 근절되어야 한다. 각계각층, 또는 전문분야를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공개된 선정기준에 의하여 공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개정 정당법에 처음으로 규정된 여성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30% 할당제가 명실공히 지켜져야 된다. 따라서 각 정당은 여성후보를 안정권 순위에 등록시켜야 된다. 당선가능성이 희박한 하위순위에 등록시켜 적당히 30%를 맞추려는 행태는 개정 취지에 어긋난다. 셋째, 각 정당은 전국구 후보 선정과정과 기준을 공개하여 유권자들로 하여금 각 정당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전국구 후보 공천이 총재나 보스들에 의하여 밀실에서 흥정되어서는 안된다. 전국구는 각 정당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어야 된다.

坡州서 발생한 가축괴질?

설상가상이라 할까. 수입개방을 앞두고 가뜩이나 축산농업의 기반이 우려되는 시점에서 수포성 가축괴질이 발생하여 긴장케 하고 있다. 파주에서 발생한 이 괴질(27일자 본지 15면 단독보도)은 젖소가 감염돼 있으나 모든 가축에 대해 강한 전염성을 지닌 것이 특성이다. 따라서 당국은 발생지인 권수목장을 중심으로 반경 10㎞이내를 특별대책지역으로 선포, 가축 및 사료등 부수재료의 이동금지와 함께 소 돼지 닭 개등 35만여마리의 가축을 도살처분하는등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민하고 지속적인 확산방지를 위해 축사 및 부대시설의 소독은 물론이고 살처분한 사체소각등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채혈을 통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앞으로 일주일 가량 있어야 하지만 이 기간에라도 행여 유사한 증상이 다른 가축에 나타나지 않는가 확인하는 간단없는 관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은 파주읍등 인근 5개 읍면 360여 축산농가의 소 돼지등 12만여마리를 대상으로한 육안조사결과 수포성 질병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행이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가축의 1·2종 전염병에 속할 수 있는 수포성 괴질은 희귀병일 수 있다. 바이러스가 인체에 미치는 직접적 해는 비록 없다 해도 가축에 대한 폐해는 굉장히 높다. 이번의 가축 괴질이 일찍이 국내에 발생한적이 없었던 악성 희귀병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역학조사결과 역시 별다른 큰 질병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에 불행히 그렇지 않다해도 당국은 정확한 병명을 공식발표 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을 당부해 둔다. 또한 괴질방지확산을 위해 소 돼지 등을 폐사처분한 가축농가에는 정부가 충분한 보상조치를 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축산당국 역시 수입개방을 앞두고 축산시책에 많은 고충이 있을 것으로 알고 있으나 질병방지를 위해 법에 따라 도살처분한 가축보상은 축산농가를 위해 조속히 집행돼야 한다. 아울러 이번 계기에 가축질병의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을 강조한다.

食補

도라지는 거담진해에 좋다. 미나리는 청혈작용을 하며 파는 칼슘, 무는 비타민이 많다. 콩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된장은 항암효과가 있다. 같은 콩이지만 두부나 콩나물은 또다른 영양소를 지닌다. 참깨, 마늘 등은 성인병 예방에 좋다. 우리의 전래 먹거리는 이처럼 약재효과가 있다. 예를들자면 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만큼 많다. 쑥갓 하나만 더 들겠다. 쑥갓은 비타민 A가 듬뿍 들어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고 발육에 도움을 준다. 피부의 각질경화도 막아준다. 이런 효능을 가진 비타민 A는 다른 식품, 즉 버터에도 들긴 들어있다. 그러나 효과는 자연식품(쑥갓)이 가공식품(버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서양의 음식문화는 굽고, 중국은 볶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의 음식문화는 무치는 것이 많고 국이 특징이다. 많은 자연식품을 무쳐먹는 것은 식품이 지닌 약효적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으므로 100% 흡수한다. 국을 끓인다 해도 굽고 볶는 것보단 훨씬 덜 파괴된다. 우리 조상들이 일상경험으로 축적한 음식문화는 이처럼 위대하다. 육식보다 채식을 많이 했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이런데 있다. 비록 과학적으로 설명은 못했으면서도 가장 과학적인 음식문화를 물려준 것이다. 춘곤증이 있기 쉬운 계절이다. 어린이고 어른이고 밥맛을 잃기가 쉽다. 이런때일수록이 잘 먹어야 잃은 식욕을 되찾는다. 봄나물같은 자연식품을 즐겨먹는 것은 더욱 좋다. 보약도 밥을 잘 먹고나서 보약이다. 아무리 좋은 보약도 보약만 먹고는 살아갈 수 없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홍문화 약학박사는 “백가지 보약이 있다해도 식보(食補)를 당할 수 없다”며 밥 잘먹는 것이 가장 큰 보약임을 강조한다. /백산

명판관 포청천

몇년전 국내 TV방송사 프로그램중 중국 송나라 인종시대를 배경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백성들의 민의와 조정의 부정부패를 파헤져 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려내면서 당대사회정의를 실현하는 판관 ‘포청천’이란 무협극화가 방영된 적이 있다. 물론 이 극화는 높은 시청율을 보이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던 대표적인 외화 시리즈중 하나로 기록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적잖은 교훈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최근 화성경찰서 직원들 사이에서 청문감사관 정종욱 경감(53)을 명판관 포청천으로 통칭되고 있다. 당초 일선 경찰서에는 과장직급의 청문감사관이 없었다. 이는 경찰청이 지난해 6월 경찰대개혁을 앞두고 도입한 제도로 경찰조직에 야기되는 문제점과 각종 사건처리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민원을 청문감사관으로 하여금 여과없이 수렴, 원만한 처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정 청문관 집무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 오는 민원인들로 조용한 날이 없다. 무턱대고 자기주장만 외쳐대거나 생트집을 잡는 억지성 민원인들로 바람잘 날 없기때문이다. 그러나 정 청문관은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순수한 인상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민원인들을 정성껏 맞이하며 이들의 항변을 끝까지 귀기울여 듣는다. 한번도 싫은 표정이나 짜증섞인 말투없이 민원인들을 대하는 그의 인내와 노력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청문관실을 찾는 민원인들이 끝내 웃는 낯으로 돌아간다. 정 청문관이 지금까지 만난 민원인은 줄잡아 400여명에 상담건수만 해도 300여건이 넘었고 이같은 공로로 지난 18일 경찰대개혁 100일 작전 종합평가에서 행자부장관 표창이 수여됐다.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명쾌한 판결로 시청자들에게 교훈을 남겼던 중국 무협극화가 보여준 명판관 포청천이 화성경찰서에 존재하는 것이다. /화성=조윤장<제2사회부> yjcho@kgib.co.kr

담배

WHO(세계보건기구)가 담배규제에 나섰다. 오는 5월 각국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담배통제협약문안을 작성하는 1차 회의에 이어 2003년까지 정식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WHO는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해독의 심각성이 단순한 권고만으로는 시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같은 강제규제 추진을 벌이는 것이다. 이로인해 세계 각국의 담배제조업체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담배 생산업체인 미국의 필립 모리사 같은 회사는 흡연보상위기에 몰려 담배사업의 파산신청을 검토중이다. 미국 5대 담배회사가 소송이 계류된 흡연 피해자들에게 보상할 판결 규모는 무려 5천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94년 담배를 마약류로 분류하는 법을 만들어 담배광고 및 판촉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클린턴은 백악관에서의 흡연을 전면 금지시킨데 이어 담배 세금을 크게 올리는 의료계획법을 만들기도 했다. 또 같은 해 미 국방부는 4월 8일을 기해 국내외 모든 군사기지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는 금연령을 내렸다. 장병의 직접 금연이 아닌 영내 금연으로 담배를 끊게하므로써 건강을 도모하고 근무시간의 낭비절감같은 부수효과를 가져왔다. 담배를 끊는 사병은 외출·외박을 더 내보낸다. 이는 미국이 아닌 우리 국방부가 최근 장병의 금연유도를 위해 시달한 ‘금연운동 활성화지침’이다. 부대마다 흡연·금연구역을 두어 엄격히 관리하면서 금연사병은 외출·외박 특혜로 금연 파급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군장병 흡연율은 72%로 일반인의 68%보다 높은 것이 입대해서 담배를 배우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끽연권보다 혐연권이 우선시 되는 것이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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