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역주의가 4·13총선을 계기로 또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집권당인 민주당을 비롯하여 여·야당 모두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정치인을 비난하면서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이용한 선거전략을 획책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지역감정의 망령이 되살아나 한국정치발전에 악영향을 줄 것이 예상되어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의 소리가 대단하다. 최근 각당의 수뇌부들이 전국을 돌면서 각종 연설을 통해 내뱉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보면 과연 이들이 지역주의를 타파하는데 앞장서야 할 정치인인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이런 정치인들에게 정치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기도 한다. ‘지역감정의 괴수’ ‘영남정권 창출’ ‘영도다리에 빠져 죽어야’ ‘싹쓸이’ ‘호남공화국’ ‘충청도 곁불론’ 등등의 발언은 지역감정의 한계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정치인들이야 선거에 이기면 최고이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거에 유리하다면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겠지만 그 피해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더욱 잘 알것이 아닌가. 선거때라고 하지만 소위 지도자라고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이런 무책임한 발언을 마구 내뱉으면 과연 이 나라에서 지역주의는 어떻게 타파할 수 있는가. 검찰과 선관위에서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발언에 대한 선거법 저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들도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을 ‘공적(公敵) 1호’로 간주하고 이들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전개함은 물론 이들이 당선되었을 경우, 당선 무효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이다. 이번 총선에서까지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이용하여 선거에 당선된다면 과연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발전될 수 있을까. 정치인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하겠지만 선거에서 최종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이기 때문에 어느때보다도 유권자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지역감정이나 자극하는 정치인들에게 속지 않는다는 확고한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될 것이다.
인천지하철 동수역 지상 도로가 엊그제 또 내려앉았다. 작년 10월 개통된지 5개월만에 벌써 네번째 일어난 침하사고다. 지난 2월초 첫사고가 일어난지 1개월이나 지났는데도 시 산하 관계기관들이 침하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채 책임전가에만 급급하는 사이 또 침하사고가 발생했으니 관계당국의 무책임한 행태가 한심스럽다 못해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사고원인을 신속·철저하게 규명하고 수습해야할 지휘책임있는 인천시당국의 침하사고에 대처하는 모습이 모호하기만 해 인천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고 역시 침하상태(길이 4m, 너비 2m, 침하 1m)가 그렇게 크지 않아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었지만 잦은 침하사고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은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침하원인을 놓고 지하철본부측은 지하의 상수도관이 파열돼 되메우기한 부분의 흙이 씻겨 나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고, 상수도사업본부측은 되메우기의 날림공사로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상수도관이 파열됐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며 서로 책임을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시 산하 두 기관이 이처럼 원인과 책임소재를 놓고 티격태격 한달이상 공방을 벌여왔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침하현상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시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다. 본란은 그동안 침하지역에 매설된 상수도관과 가스관을 내려앉지 않게 받치는 시멘트 구조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고, 이 관(管)들을 보호할 완충제인 모래가 덮여있지 않은 점을 들어 되메우기 공사의 부실책임이 크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지하철공사가 ‘체전개최전 개통’이라는 일정에 맞추느라 졸속 추진된 결과 이같은 사고가 복개구간 어디에서 또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복개도로를 포함한 지하철 모든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점검 실시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 당국은 침하현상이 수차례 일어나는 동안에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으니 호된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시 당국과 시공회사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땜질식 하자보수 차원이어서는 안된다.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침하원인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보수 보강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위험요소를 미적거리고 방치하면 더 큰 화(禍)를 자초하게 됨을 알아야 한다.
우수경칩이 지나 봄을 맞은 대지가 훈기를 뿜어 꿈틀거리는 듯 하다. 물이 오르면서 새 생명을 싹틔운다. 꽃샘추위가 제법이지만 이젠 추워봤댔자 말그대로 꽃샘추위다. 봄이 꽃샘바람을 타고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엔 들꽃이 많기로 유명하다. 들꽃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로 들나물 또한 많다. 달래며 돌나물이며 쑥은 대표적인 자연의 봄나물이다. 백합과에 속하는 달래는 땅속 깊이 박혀 잘못캐다가는 칼을 부러뜨리기 일쑤다. 돈나물은 돌나물이라고 하여 돌나물과, 쑥은 쑥과의 원조로 돌나물엽액은 해독제와 화상약제로 쓰기도 한다. 이 두나물은 대개 양념에 무쳐서 먹지만 특히 달래는 장에 버무려 장아찌, 돌나물은 물김치를 만들면 여간 맛깔스럽지 않다. 쑥은 국거리로 아주 제격이다. 춘궁기란 것이 있었던 시절엔 절량 농가에서 쑥밥을 해먹기도 했다. 봄나물은 춘곤증으로 입맛을 잃기 쉬운 사람들에게 밥맛을 돋워주면서 겨울을 나는동안 인체에 모자란 각종 비타민을 채워준다. 자연의 섭리는 이처럼 오묘하여 전에는 들판에 봄기운이 돌면 나물캐는 여인네들 모습을 볼수 있었던 것이 이제는 사라진지 오래다. 들나물도 비닐하우스로 재배하다보니 너도나도 그저 손쉽게 사먹을 생각들만 한다. 인간사가 어떻든 대자연은 어김없이 봄의 약속을 지켜주어 대지에 춘색이 완연하다. 봄은 희망의 계절이다. /白山
최근 PC통신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성 관련 정보 상당부분이 청소년들에게 불순한 성적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왜곡된 성의식을 부추기고 있어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현재 PC통신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성의학이나 부부갈등클리닉, 불임클리닉코너 등 성관련 정보들이 연령구분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 청소년들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성관련 메뉴는 대부분 정보이용료가 1분당 30∼50원인 유료서비스로 이들 정보가 자극적인 내용을 담는 저변에는 성문제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끌어 들여 이용료수익을 올리려는 업체들의 상흔이 깔려 있는 인상이 짙다. 특히 음란성이 짙은 일부 성의학 관련 서비스의 경우는 초기화면에 ‘19세 미만 청소년이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문구가 게재돼 있으나 실질적인 차단이 되지 않고 오히려 미성년자들의 이용을 부추기는 듯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성관련 정보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바다에 넘치고 있는 음란물이다. 수천개의 외국 음란사이트 외에 한글로 제공되는 음란사이트만도 1백개가 넘는다. 사진합성 등을 통해 유명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보여주는 내용에서부터 집단성교같은 변태적이고 반사회적인 음란행위 등을 묘사하는 내용들이 인터넷 음란물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5백만명에 육박하고 PC통신의 가입자수는 6백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성과학연구소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75.3%는 PC통신에서, 그리고 그들의 53.4%는 인터넷상에서 음란물을 접촉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유해환경으로 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려면 우선 해당 PC통신업체들이 유해정보를 삭제하고 국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음란물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상태를 차단하는 작업을 두고 정보검열이다, 정보통제다 하는 의견들이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의견은 진정한 자유의 의미와 청소년의 중요성 차원에서 보면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 나라의 꿈과 희망인 청소년을 보호하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최우선적이기 때문이다.
인구집중과 산업화에 따른 환경오염으로 수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터에 도내 간이상수도 2천100여곳 중 10%이상이 대장균 등에 오염돼 식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기도 보건환경원이 간이상수도에 대해 3개월마다 실시한 수질검사결과를 보면 작년 1·4분기 214곳, 2·4분기 299곳, 3·4분기 390곳, 4·4분기 238곳 등 분기별마다 모두 10% 이상이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았다. 국내 최대 상수도 공급원인 팔당호가 경기도내에 위치하고 있으면서도 수도권 광역상수도 공급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수돗물 혜택은 고사하고 보건을 위협할 만큼 열악한 수질의 지하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은 정말 딱한 일이다.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광역상수도 밖 주민들의 건강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 25일 이질환자가 집단발생한 용인시 모현면 능원1리 간이상수도 취수장을 보더라도 그 위생수준은 경악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경기일보가 엊그제 게재한 취수장 보도사진은 한눈에 그 불결함과 비위생의 정도가 상하수도의 구별이 어려울 만큼 수준이하임을 알 수 있었다. 도로 바로 옆 마른 잡초에 싸인 취수장은 블록이 깨져 하수가 흘러드는가 하면 어떤 취수장 부근엔 건축폐기물과 쓰레기가 방치돼 있고, 산에 설치된 취수장도 다를바 없어 등산로 옆 계곡물이 여과없이 유입되고 있었다. 집수정 바닥엔 토사와 오물이 침전돼 있어 청소도 불량한 상태였다. 이같은 위생수준은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은 10%이상의 간이상수도도 거의 비슷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건당국이나 행정기관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주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켜야 할 당국의 불찰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당국은 자주 식수부적합판정을 받아 꺼림칙한 지하수를 매일 마셔야 하는 주민들의 불안을 하루속히 해소시키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상수도 확장사업부터 서둘러야 한다. 물론 그때까지는 간이상수도시설 소독을 철저히 해야함은 물론 오염된 취수원은 폐쇄하고 다시 개발하는 등 깨끗한 물 공급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총선정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국민건강과 직결된 국민의 기본생활수요는 한시라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린이는 나라의 보배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이끌어 나갈 우리들의 값진 재산이다. 그렇기에 어린이교육 위임자들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것만큼 중차대한 문제도 없을 듯 싶다. 최근 의정부시가 위탁관리하는 어린이집 원장이 공금을 유용했다는 주장이 가일층 거세지고 있다. 시청 직원들과의 유착비리설도 불거져 나오고 있고 이에 자모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7일 예정된 입학식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 입학식 연기를 요구하는 항의농성을 강행할 태세다. 이에 일부 공직사회에서는 문제를 확대하는 자모들을 원망하며 그들의 주장을 꺾고있다는 후문이다. 혹자들은 공금유용부분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액수가 너무 작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두둔하고 나서기까지 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과거부터 공공연히 그래왔는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호들갑을 떠느냐는 분위기다. 사정이 이러니 자모들의 분통이 터질수 밖에 없다. 감사실에서 사건진상파악을 위한 조사에 착수했는데도 불구하고 자모들이 제출한 진정서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게 어느 공직자의 전언이다. 담당과에서 진정서를 모른척 했는지, 아니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고 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지…. 어떤 식으로 해석을 붙여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린이들이 보고 있다. 순수하고 해맑은 그들의 눈동자에 세상의 때를 일찍 보여주는 것은 옳지 않다. 사실이든 아니든 어린이들을 위한다면 조속히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할 것이다. /의정부=배성윤기자<제2사회부> sybae@kgib.co.kr
사무라이는 일본의 봉건시대 무사들이다. 가마쿠라시대 이후 막부(幕府)에서 정무를 보는 일본의 봉건 영주는 쇼우쿤(將軍)들로 많은 사무라이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미대륙이 건맨들의 총잡이로 개척됐다면 일본열도는 사무라이들의 칼잡이로 개척됐다. 명치유신이 있기전까지 그랬다. 사무라이 이야기가 미국의 서부활극 이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한쪽 눈, 한쪽 팔마저 원수에게 잃은 불구의 몸으로 와신상담끝에 복수에 성공하는 ‘가다매 가다데 당개’천민 출신으로 명망있는 일류 사무라이가 되는 ‘미야모토 부사시’같은 얘기가 그러하다. 중세기에 프랑스의 ‘삼총사’같은 검귀족이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무라이는 일본의 막부시대 검귀족이라 할 수 있다. 신의와 의리를 검술 못지않게 중히 여겨 영주가 싸우다 죽으면 그를 따랐던 사무라이들도 자결하곤 했다. 제2차대전에서 패전하자 많은 일본인들이 단도로 할복한 것은 그같은 사무라이 조상의 할복자살을 이어받은 것이었다. 일본사람들은 지금도 사무라이 영화를 좋아한다. 사무라이 정신이야말로 일본의 무사도(武士道)정신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속칭 ‘짠짠바라바라’라고도 하는 사무라이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권선징악적 요소로 각색, 많이 미화되고 있다. 쌍칼을 찬 사무라이 모습들도 흥행성이 다분하다. 사무라이 일본영화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미국의 서부활극, 유럽의 검객영화, 중국의 검술영화와 또다른 맛이 있는게 사무라이 영화다. 그러나 사무라이 영화를 통해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본의 현대 젊은이들도 사무라이가 되고 싶어하는, 즉 변할 줄 모르는 그들의 국민정서다. /백산
선거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등장하여 선거분위기를 흐려놓고 있는 선거브로커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소위 선거꾼들이라고 지칭되고 있는 이들 선거브로커들은 전국에 걸쳐 수만명이 거의 직업정치인들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고 있으며, 선거때마다 한몫 보려는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각 후보자나 정당에 연결되어 전화 또는 찾아가 돈을 요구하고 있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협박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선거에 있어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선거꾼들이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욱 단속하기가 힘들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며, 특히 여론 조사를 가장하여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여 특정 후보예상자에게 불리한 여론 조사 결과를 가공하여 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이는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은 사이버 공간을 통한 불법선거운동을 단속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였으나, 수법이 교묘하고 또한 다양한 통로로 전개되고 있어 추적이 결코 쉽지 않다. 선거브로커들은 특정한 정당에 당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선거때 돈만 주면 후보자나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선거판을 흐리는 행태를 연출하고 있어 이들 선거브로커의 단속 없이 공명선거를 실시하기 어렵다. 후보자들도 이들 선거브로커 때문에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호소하면서 선관위와 검찰 등에게 단속을 요구하고 있을 정도이다. 선거브로커들이 기생하는 것은 후보자와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한표가 아쉬운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선을 위하여 이들과 돈 거래를 하면서까지 손을 잡게되며 유권자들 역시 이들을 통하여 선거때 향응 등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와 유권자들이 이들을 철저하게 거부한다면 선거브로커들이 활동할 수 있겠는가. 선관위를 비롯한 관계당국은 철저한 단속을 통해 불법행위를 엄격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며, 후보자와 유권자 역시 이들이 선거판에 기생할 수 없도록 유혹을 뿌리침과 동시에 위법사례가 발견되면 고발하여 깨끗한 선거풍토에 앞장서야 될 것이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납세자 공익소송은 평가할만하여 기대된다. 중앙정부 및 자치단체의 부당한 예산낭비에 책임을 묻고자 하는 이 공익소송은 그 필요성이 절실하다. 혈세를 낭비하는 기관장 및 단체장과 관련 공무원들에게 구상권 행사와 손해배상 청구소송등을 통해 납세자의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30여 시민단체로 구성된 ‘예산감시 네트워크’가 지난 3일 서울에서 발족, 대한변협 등의 소송지원단 구성아래 올 상반기중 소송제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중앙 및 지방의 방만한 예산운용에 이같은 시민감시운동이 들고 일어난 것은 매우 시의 적절하다. 자치단체의 지방예산낭비는 행자부가 이미 단체장경고로는 주의 촉구가 불가능하다고 보아 직권정지까지 검토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예산낭비는 국가기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불요불급한 집행이 많거나 부당하게 지출되는 예산이 수두룩하다. 공사마다 잦은 설계변경으로 거품부풀리기를 일삼는가 하면 일과성 행사에 과다경비를 지출하거나 멀쩡한 관용차를 연식이 오래 됐다며 새차를 무더기로 사들이기도 하고 수억원을 들인 시설이 무용지물이 되는 등 그 유형을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허다하다. 이런 예산운용의 방만은 대체로 묵과되기가 일쑤여서 해가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다. 연간 국세·지방세를 통틀어 100조에 육박하는 각종 세금을 내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예산의 효율관리가 세수증대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쥐어짜기식의 세수증대에만 시달려 왔을 뿐 세금이 제대로 잘 쓰여지고 있는가 알아볼 수 있는 납세자의 권리확인은 막혀있었다. 이에 시민운동으로 납세자의 권리회복에 나선 것이 바로 공익소송이다. 국가단체나 공공단체나 예산을 마치 남의 돈 쓰듯이 헤프게 보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나아가서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우게 하는 경종을 삼기에 충분하다. 예산은 곧 국민의 세금이다. 납세자 공익소송은 납세주권 확립의 시민운동임을 거듭 평가한다.
동상례라고도 하고 댕기풀이라고도 했다. 장가든 신랑은 신부집 동네 총각들에게 푸짐한 술상을 내야했다. 관례를 올리고 첫날밤에 들기전이다. 이 댕기풀이가 간단하지 않다. ‘처녀 도둑놈’(신랑)으로 시비를 걸어 신랑신부를 함께 묶어 매달기도 하고 방망이로 신랑의 발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치기도 한다. 장난이 심해지면 신랑 장모되는 이가 발을 동동구르다 못해 나와서 ‘봐달라’며 애원하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이같은 동네 총각들의 짓궂음은 동네 처녀를 빼앗아(데려)가는 신랑에 대해 심술기를 부리는 면도 있지만, 처음 본 신랑신부가 첫날밤에 어색하지 않도록 댕기풀이 장난을 통해 예비접촉을 갖도록하는 조상들의 슬기어린 민속이었다. 벌써 40∼50년전에 사라진 민속이다. 그땐 신부가 며칠지나 이윽고 신랑따라 시댁으로 신행갈땐 친정어머니와 차마 헤어지기가 서러워 곱게 단장한 뺨에 눈물을 흘리곤 했다. 친정어머니도 신부의 등을 다독거려주고는 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지금 세상에는 예식장에서 신혼여행 떠나기가 바빠 눈물 흘리는 신부란 볼 수가 없다. 부모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서 눈물짓는 친정어머니는 있지만 요즘 신부는 울기는 커녕 마냥 싱글벙글이다. 그렇다고 어찌 석별의 정이 없을까마는 시속이 달라진 것이니 그저 시집가서 잘 살면 그것이 친정어머니에 대한 보은이라 할 것이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한동안 뜸했던 결혼청첩이 또 늘어간다. ‘인륜지대사’를 경하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역시 아름다운 것 같다. /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