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人

날씨가 풀려 봄철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바깥 나들이가 많아졌다. 겨우내 방구석에 갇혔던 아이들도 개구쟁이 놀음이 시작돼 골목길이 시끌시끌하다. 주부들은 전같으면 하루에 한번 갔던 시장나들이가 두세번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노인들의 나들이 또한 늘었으나 수원시내엔 기껏 공원밖에 갈곳이 없다. 팔달산공원, 장안공원같은 곳에 많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은 구면들의 만남이다. ‘근데, 아무개는 왜 안보이느냐?’는 궁금증 끝에 서로 수소문한 결과는 ‘그 영감탱이 지난 겨울에 세상 떴데…’하는 뉴스로 한참동안 말이 오간다. 노인들에게는 누군가 친면있는 노인이 죽었다는 것은 곧 충격이다. ‘잔잡으면 흥이 나고 꽃보면 우음(웃음)난다/뉘라서 날 늙었다하는고/귀밑에 흰 백발인들 내 어이 하리오…’ 윤선도의 것으로 기억되는 고시조 ‘백발가’의 한대목이다. 노인이라고 하여 인간의 감정이 조금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서 소외되는 노인이 가정생활에서까지 소외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아픔이다. 노인들에게는 비록 현실적응의 기능은 없지만 오랜 연륜의 혜지가 있다. 인생의 경륜이 있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노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노인에게 인정감을 주는 좋은 현상이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다. 온 가족이 노인을 마음속 깊이 우러나는 존경심으로 받드는 가정에는 불화가 없다. 집안에 평화가 감돈다. 노년에 무슨 일이든 일거리가 있는 것은 노인들에게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백산

돈선거판 놔둬선 안된다

제16대 총선거가 앞으로 한달 있으면 실시된다. 이번 총선은 2000년대에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거이기 때문에 어떤 후보자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한국정치발전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이 더욱 크다. 더구나 총선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전개하고 있는 낙천·낙선운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선거보다도 깨끗한 선거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하고 있는 선거운동을 보면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혼탁하고 또한 돈이 많이 드는 선거가 실시될 조짐이 보여 우려되는 바가 크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이미 선거법 위반 행위가 1천99건에 달하여 지난 1996년 제15대 총선때 선관위가 선거가 끝난 4월말까지 단속한 7백41건보다 50%를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선거법 위반 사례가 계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역대 선거사상 최악의 불법·탈법 선거가 될 것 같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금권선거 조짐이다. 이미 ‘30억 쓰면 당선되고 20억 쓰면 낙선된다’는 ‘30當20落’이 공공연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각 정당에서 개최되는 당원단합대회는 이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뿌려지는 ‘돈선거’의 상징이 되고 있다. 단합대회 이후 줄줄이 식당으로 가거나 또는 잘 차려진 뷔페 음식을 먹기 위해 달려드는 소위 당원들의 모습을 보면 한국 선거운동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일부 후보자들은 하루에 밥값으로만 5백만원 또는 6백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하니 돈이 없으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풍토가 되었다. 선관위와 총선연대가 아무리 선거문화개혁을 외쳐도 당사자인 정당과 후보자들이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안된다. 이런 선거 풍토가 지속되는 한 한국정치발전은 어렵다. 선관위, 검찰, 경찰의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단속이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끝까지 추적하여 사직당국에 고발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 스스로 향응 등을 뿌리침은 물론 선거법 위반자를 고발하여 깨끗한 선거 풍토 조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퍼주기식’ DJ對北觀

외신은 정부가 당국자간 대화재개를 위해 북측에 비료 10만t을 조건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대한 정부측 논평이 없어 확실한 것은 잘 모르겠으나 작금의 전후사정으로 보아 근거가 없다고 믿어지진 않는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아니 무한정으로 갖다 퍼주기만을 일삼아야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작년만해도 이산가족문제를 위해 비료를 퍼주었으나 연평해전을 구실로 비료만 떼였다. 대북지원은 어디까지나 동포애 차원에서 시작되고 동포애 차원으로 끝내야 한다.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을 위해서라면 세계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한적이 있다. DJ의 그같은 발상은 심히 위험하다. 우리는 지금 그런 허튼말을 할 때가 아니다. 외채가 아직도 1천300억달러가 넘고 국가가 거머쥔 국내 빚도 수다하다. 밥을 굶는 사람들도 많다. 실업자는 다시 120만명을 육박한다. 정부는 이때문에 대통령이 유럽순방을 하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에 세일즈순방이란 것 치고 용두사미로 끝나곤 하지 않은 것이 없어 말처럼 결실 맺는 것을 별로 볼 수 없었다. 이번의 유럽순방 역시 결과를 지켜 볼 뿐이다. 근본적으로 DJ의 퍼주기식 대북시각이 옳은 것인지 의심된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나 언론들 사이엔 북한을 다시보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지원해온 식량 비료 기름 등의 상당부문이 군사용으로 전용돼 지원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남북간에 군사력 대치만 더 심화한 결과가 됐다. 북한정권이 인민을 굶겨 죽이는 참혹한 식량난을 겪는다해서 곧 망할 것으로 여겨서는 큰 오산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올 신년사 특징은 강성대국의 건설이다. 경제력은 미약해도 군사력은 막강한 것이 저들이다. 베를린선언 이후 정부의 대북구상이 달라진 것은 이상하다. 모든 분야의 지원논의에서 상호주의의 교환방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상호주의 배제는 무조건주의로 해석된다. 상호주의 포기의 배경은 무엇이며, 교환방식 배제는 종전에 말한 포괄적 타결주장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알 수 없다. 이처럼 헷갈리는 대북정책은 국민의 판단을 매우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막상, 북측이 지원을 구걸해도 뭣하는 판에 지원해가며 당국자간 대화를 구걸하는 양상이 한반도 평화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꼭 명심해둘 것이 있다. DJ는 식량 한톨, 비료 한주먹일지라도 다 국민 부담이란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데렐라

링컨은 8세때 어머니를 여의고 목수 일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옮기며 살았다. 가난하여 학교라곤 초등학교 1학년 문턱밖에 가보지 못한 어린 링컨에게 공부를 가르쳐 27세에 독학으로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도록 뒷바라지 한 것은 어질고 착한 새어머니였다. 링컨은 후일 “나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미합중국이고 사람으로 만든 것은 어머니였다”고 술회했다. 그의 노예해방은 새어머니의 고운 심성에 영향을 받은 박애정신의 결단이었다. 링컨 어머니같은 계모가 있는가 하면 신데렐라 어머니같은 계모가 있다. 일반적으로 계모를 못된 사람으로 묘사한 것은 동서양의 고전이 거의 같다. 우리의 전래동화 ‘콩쥐팥쥐’와 비슷한 ‘신데렐라’는 구전(口傳)된 유럽의 동화를 17세기 프랑스의 샤를로 펠로가 글로 엮은 것이다. 계모와 계모가 데리고온 딸들에게 학대를 받는 예쁘고 착한 신데렐라가 죽은 어머니 영혼의 도움을 받아 궁중파티에 참석하면서 신었던 유리구두를 잃은 것이 인연이 되어 왕자와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무명에서 일약 유명해지는 것을 신데렐라라고 비유하는 것이 이에 연유한다. 어린이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사랑의 가족뮤지컬 ‘신데렐라’(제작 극단예일·연출 이광열)가 본사와 경기농협지역본부주최, 경기도 교육청등 후원으로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2일 사이 네차례 공연에서 현란한 무대의 노래와 안무의 박자에 맞추어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모녀·모자 관객들의 정경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랑의 가족뮤지컬 ‘신데렐라’는 오늘 오전 11시, 오후 2시, 5시에 세차례 공연된다. /백산

불안한 학교급식

항상 우려했던 학교에서의 집단식중독이 광명시 철산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지난 9일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먹은 초등학생 1백43명이 설사와 복통, 구토 등을 일으켜 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불상사는 늘 불안했던 일이 기어이 터진 것이다. 철산초등학교는 지난 96년부터 안양축협, 수협중앙회, 삼신유통, 푸른유통, 서울우유 등에서 재료를 납품받아 영양사 및 조리종사원 등 11명이 1학년을 제외한 1천4백40명에게 자체급식을 실시해 왔다고 하는데 이번 집단식중독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학교급식은 처음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었다. 비단 철산초등학교뿐만이 아니라 학교급식은 수많은 학생들을 상대로 음식을 조리하는데도, 부패음식 등을 사전에 가려낼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학교별로 급식시설의 위생점검을 실시해야 하지만 급식담당 직원이 2∼3명에 불과하고 특히 위생상태를 조사할 장비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많은 음식양을 조리하면서도 납품돼온 재료가 부패했는지 아니면 세균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학교가 급식에 따른 위생에 대해서는 무방비 상태인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학교들은 가능하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서 부식을 공급받으려 노력하고 있고, 급식담당직원들은 급식이 시작되면 ‘무사히 하루가 잘 넘어가길 바랄뿐’이라는 원시적인 대책뿐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으로 학교급식문제는 교육청이 급식시설만 세우는데만 급급한 나머지 안전한 급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점도 그 원인이 있다. 특히 위생을 점검하고 사전에 조사할 직원과 장비를 확충해 주지 않은 채 오히려 직급 조정과 관련 보건직을 줄이고 있는 것도 학생들의 급식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학교급식 집단식 중독은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학교에 음식재료를 납품하는 업체들의 부패음식 납품 엄금은 물론 당국의 특별한 위생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의 ‘자치경찰제’타령

최인기 행자부장관이 지방순시를 통해 벌이는 자치경찰제 뜸들이기를 주목한다. 대구시 방문에 이어 전남지방경찰청 방문에서 또 자치경찰제 실시를 말했다. 경찰청이 마련중인 단일안이 하반기에 이루어지면 내년부터라도 실시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도대체 왜 자치경찰제가 굳이 필요한 것인지 그 이유를 도시 알 수 없다. 최장관도 이에 대한 확실한 설명이 없다. 그러면서 중앙집권적 권력을 분권화 한다고 한다. 이상한 것은 지방분권화를 강조하면서 자치경찰 임명권은 지방에 넘겨주지 않고 정부가 그대로 행사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임명권도 갖지 못하는 자치경찰이 무슨 자치경찰이며 분권이란 것인지 듣기에 심히 해괴하다. 본란은 일찍이 자치경찰제 실시에 몇가지 의문을 표명했다. 현 국립경찰체계를 나누어 특정 계급에 따라 구분, 지방경찰을 만드는 것은 조직관리상 무리이며, 이같은 이원화는 민생치안에 별 도움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우리의 생각인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관심사는 예산문제다. 최장관부터 걸핏하면 자치경찰제를 들먹이면서 자치경찰의 예산엔 일체 함구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다. 자치경찰이란 허울아래 지방예산으로 떠맡길 속셈이 아닌가 의심된다. 경찰청이 경기지방에 영달하는 연간예산은 인건비 및 제반경상비등을 합쳐 2천500억원에 이른다. 전국으로 치면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장비구입비를 제외하고도 이러하다. 우리는 자치경찰제 자체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만약에 국비부담의 경찰운영비를 지방비 부담으로 돌리는 자치경찰제라면 더더욱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경찰조직은 국가조직의 골격이다. 같은 국가조직의 근간인 검찰의 중립화방안은 외면하는 정부가 유독 경찰조직개편을 서두는 것이 이상하다. 선거공약이라지만 잘못된 선거공약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바라는 지방경찰제는 이런 것이 아니다. 앞으로 지방예산 사정이 더 나아지면 자치단체가 지역의 보조치안을 위해 경찰인력을 따로 둘 수 있는 순수한 지방경찰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명색이 경찰조직개편을 다루면서 몇몇 책상머리 밀실에서 주물럭 거리는 것부터가 크게 잘못돼 있다. 정부의 자치경찰제 작업은 그만두어야 한다.

흑색선전의 함정과 시민의식

4·13총선의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기전부터 난무하는 흑색선전에 이젠 유령시민단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평택시 선관위는 최근 흑색 비방 유인물을 시내에 배포한 ‘바른선거실천시민연대’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시민단체 파악에 나섰으나 유령단체로 밝혀져 허위비방 내용과 함께 검찰에 수사의뢰한 일이 있다. 흑색선전은 주로 사생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방적인 무차별 공격성을 갖고 있다. 얼굴을 감추고 있으므로 허위비방으로 가득찬 것이 또한 흑색선전의 특성이다. 이같은 숨은 폭력이 자행되는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피해자가 일일히 해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해명하는 것이 오히려 흑색선전을 기정사실화하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악재의 흑색선전을 믿든 안믿든 간에 뜬소문을 지역사회에 퍼뜨리고 보자는 것이 흑색선전을 일삼는 자들의 소행동기인 것이다. 바로 이런 함정을 노리는 흑색선전을 추방하는 것은 사직당국의 엄정한 색출도 있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의식있는 판단이 요구된다. 만약에 흑색선전이 응징되지 못하고 득을 보는 불행한 현상이 생기면 그럴수록이 흑색선전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상대를 비판할 일이 있으면 떳떳이 얼굴을 내밀고 당당하게 비판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다. 그렇지 못하고 두더지처럼 지하에 숨어 모함을 일삼는 흑색선전은 무책임의 극치며 공명선거 저해의 원흉이다. 평택지역에서 과거 어느때보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럴수록 더더욱 기대되는 것이 흑색선전을 일축할줄 아는 유권자들의 현명함이다. 흑색선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시민의식이 살아있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평택=이수영<제2사회부> sylee@kgib.co.kr

본래의 수원

2백여년 전 옛 수원의 원래 읍치(邑治)는 현재의 화성군 태안읍에 있었다. 조선조 제22대 정조가 부친 사도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부 지금의 태안읍 안녕리에 있는 화산으로 천장하면서 오늘날의 팔달산 밑으로 읍치를 옮긴 것이다. 정조는 수원 새 읍치의 터를 팔달산 밑으로 정하면서 수원부 주민들의 이주비용으로 균역청(均役廳)의 金 10만냥을 하사했는데 구 읍치에 있던 민가의 철거 및 신읍치로의 이주는 현륭원(융능)이 천봉되던 정조13년 1789년 8월부터 시작돼 10월 천장일 이전에 완료하였다. 삼국시대 이래 화산 수원읍성 아래 자리잡아 살던 안녕리 주민들을 수원 팔달산 아래 유천마을(현재의 세류동)로 이주시킨 것이다. 정조는 수원읍치를 옮기면서 수원부에 갇혀 있던 모든 죄수들을 사면, 석방하였으며 신읍에 거주할 농민들에게는 향후 10년간 稅를 면제해 주도록 했다. 정조는 이어 1794년 정월 영중추부사 채제공(蔡濟恭)을 성역(城役)의 총리대신으로 임명하여 같은 해 2월 28일 정식으로 성역을 착공했다. 1794년 착공한 화성은 1796년 9월 완공됐다. 화성성역과 더불어 성안 팔달산 아래에는 행궁과 관아를 설치했는데 이때 건립된 행궁이 지금 복원중인 화성행궁이다. 요즘 4·13 총선을 앞두고 오산시·화성군을 한데 묶어 인구 1백만명이상의 수원광역시를 만들자는 방안이 수원시의회를 중심으로 추진되자 수원시 장안·팔달·권선 3개지역구의 각당 후보들이 앞다퉈 이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준비중이라고 한다. 화성군과 오산시가 이에 동의할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과거의 수원 읍치로 수원읍성과 융능·건능, 용주사가 있는 태안읍은 수원시 행정구역에 편입됐으면 좋겠다. /청하

구치소의 汚水방류 배짱

도대체 우리 공무원들은 어느 세월에나 가야 환경위기를 제대로 인식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기도내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의 수질이 날로 악화돼 경종 울린지가 이미 오래 됐음에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가 매일 수천톤의 오수를 수년째 학의천에 방류하고 있었다니 정말 놀랍고 한심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오염원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세워야할 의왕시가 학의천 바닥이 오수퇴적물로 썩어가는데도 수질검사는 하지도 않은 채 눈대중으로 기준치 이하라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분통 터질 일이다. 서울구치소측이 지난 87년과 92년 신·증설한 3천500톤 규모의 오수처리시설이 낡아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오수를 그대로 방류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것이나, 육안으로만 검사하고 수질이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한 의왕시의 태도는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 관리들이 얼마나 환경보호에 무지하고 또 의식이 마비돼 있는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창피스럽기도 하다. 의왕시를 관통하는 학의천은 이처럼 오수를 아무 거리낌 없이 방류하는 서울구치소의 배짱과 의왕시의 수수방관속에 악취를 풍기며 먹물같은 폐수로 찌들어 가고 있다. 그 뿐인가. 학의천 하류인 안양천마저 공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시커멓게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 하천의 수질오염문제는 지금까지 온 국민이 참을 만큼 참았고 당할 만큼 당했다. 이제는 더 이상 당할 수 없는 한계에 왔다. 아무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는 기업이라도 이제 오염배출기업은 당연히 단속대상이 되고 문을 닫게 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공공기관부터 법령을 어기며 오수를 배출하고, 또 행정기관이 이같은 위법사실을 묵인하고 제 할일을 못하면서 그 누구에게 환경기준을 준수하라할 수 있겠는가. 예산부족을 핑계로 정부기관조차 계속 환경기준을 어긴다면 민간의 법규준수는 기대할 수도 없다. 구치소당국은 하루속히 낡은 오수처리시설을 보수하고 정상적인 가동과 함께 시설관리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의왕시 역시 환경은 전문적인 분야인만큼 관계공무원들의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주먹구구식 행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베를린선언’, 그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부당국간협력, 화해협력, 이산가족문제, 특사교환제의는 전문 25조로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돼 있거나 함축된 내용이다. 기본합의서는 남북 최고당국자가 재가, 발효절차를 거친 일종의 조약이다. 선언은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베를린 현지에서 있었다. 그러나 그같은 의의에 충족할 만한 북한의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좀 어렵다. 기본합의서가 채택된 1992년 그해에 예정된 분야별 남북공동위원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거부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해 오고 있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에 당장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들은 대통령이 올들어 CNN회견방송에서 제의한 남북정상회담도 주창준 주중국대사를 통해 거부한 바가 있다. 거부해도 그냥 거부한 것이 아니고 미군철수 국가보안법철폐등 종전의 상투적 주장을 되풀이 했다. 세계적인 탈냉전 추세에 한반도만이 유일하게 기존냉전이 계속되는 이중구조속에 있다. 이에 평화, 화해, 협력의 대북정책 기조로 냉전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는 대통령의 뜻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바란다고 해서 저들이 개혁개방의 길로 선듯 나서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흡수통일 배제를 강조해도 빗장문을 여는 것은 저들의 ‘우리식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지만 열리기가 어려운 것이 북한의 빗장이다. 하긴, 베를린선언은 뜨거운 감자일 수가 있다. 이산가족 문제는 북측은 다루고싶지 않은 일이다. 반대로 협력제안, 특히 식량증산문제같은 것은 절실한 입장이다. 언젠가는 선택적 사안별 접촉 반응이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건을 붙일게 뻔하다. 가령 연평해전대첩에 유감이나 사과표명 요구를 해오면 정부는 어쩔 것인지 궁금하다. 궁금한 것은 또 있다. 근래 김대통령은 유별나게 대북 화해 제스처를 많이 썼다. 베를린선언 역시 발표전에 이례적으로 판문점 적십자연락관을 통해 북측에 내용을 전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평양주재 중국대사관 방문에 이어 백남순 외교부장은 베이징을 곧 방문한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모종의 채널이 가동되고 되고있는 징후인지 어쩐지 잘 알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관하다면 베를린선언은 메아리 없는 일방적 제스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추이를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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