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용 외면하는 대기업

대기업의 장애인고용 비율을 의무화한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관한 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우리나라 30대 그룹 가운데 이를 지키는 기업이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은 장애인 복지정책이 유명무실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취업장애인들이 대부분 모여 있는 중소업체들은 대부분이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설을 마련할 자금여력이 없는데다 임금차별마저 심해 중도에 취업을 포기하는 장애인들이 속출하고 있으나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으니 더욱 한심스럽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사업장에 엘리베이터나 장애인전용 화장실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좌변기마저 없는 곳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노동부가 내놓은 ‘30대 그룹 장애인 고용현황(98년말 기준)’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장애인 의무고용인원은 1만4천4백60명인데 반해 실제 장애인 근로자 수는 2천2백59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고용률 2%에 턱없이 모자라는 0.31% 수준인 것이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것은 민간기업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48개 중앙행정기간 중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2%를 지키고 있는 기관은 대통령비서실(2.82%), 노동부(2.34%) 등 12개 기관뿐이며 지방자치단체들 중에도 서울(2.13%), 제주(2.0%), 시·도교육청은 충북(2.17%)과 전남(2.0%)을 빼고는 대부분 1%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재강조하는 것이 피곤하지만 우리나라의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에 의해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근로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평등한 기회가 과연 모든 국민들에게 주어져 있는가. 이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재질과 능력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취급받아야 된다는 것이 아니다. 동등한 기회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하고 국가·사회발전에 적극 참여케 하여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도록 해주어야 한다. 올해부터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은 고용부담금을 상향조정키로 했다고 발표한 정부당국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기조차 답답하다.

법원의 ‘공천효력정지’결정

서울지법 남부지원이 내린 민주당 전북 군산선거구의 공천효력정지 가처분결정은 신선하다. 낙하산공천등 비민주적 행태의 정당운영이 정치활동이라는 이유로 용인돼온 관행이 법원에 의해 제동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물론 공천무효확인의 본안소송이 확정될 때까지에 한해 효력이 정지되는 것이지만 정당활동도 법을 일탈할 수 없다는 결정요지는 국민적 공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하다. 헌법 8조2항 정당의 목적 조직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조항과 정당법 31조 공직선거후보의 추천은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강제규정으로 본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더욱이 정당법(공직선거 후보의 추천)은 공천에 민주적 절차의 규정을 당헌으로 명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군산선거구의 경우, 공천자가 후보자 공모기간중 당원도 아니었으며 신청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낙점 공천이 된 것은 정당운영이 얼마나 법을 무시했으며 비민주적이었던가를 보여준다. 민주당이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가처분결정이 있고나서 또 보인 것은 심히 유감이다. 본연의 공모기간이 이미 경과한 지난 25일, 그러니까 법원 결정이 난 이튿날 군산만 공천신청 공고를 서둘러 내어 가처분결정이 내려진 사람을 재공천한 편법적 처사는 합법적으로 보기엔 의문을 갖게 한다. 정치문제를 법정으로까지 끌고 가는 것은 보기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그만큼 정당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 법을 일탈한 정당운영의 전횡을 법원에 의존해서라도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은 정치발전을 위한 국민적 여망이다. 국가사회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 가장 법을 많이 어기면서 당연시해온 정치권의 그간 오만을 응징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결정은 파장을 예상할 수가 있다. 하지만, 설사 정치권이나 정당내부에 어떤 큰 혼란을 가져오는 일이 있더라도 법률적 판단이 정치적 고려보다 우선해 지배돼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추이를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미 계류된 지역구공천도 그렇지만 공식선거와 함께 곧 있을 전국구후보 공천 역시 법앞에 방만했던 종전의 독선에서 탈피해야 한다.

신중대시장에게 거는 기대

“그동안 보여준 행정중심의 관선시장 모습에서 벗어나 큰 틀을 갖춘 민선시장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최근 열린 안양시 확대간부회의에서 취임1주년을 맞은 신중대시장이 밝힌 시정방안을 놓고 2천400여 공무원들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보궐선거에 당선된이후 신시장이 보여준 행정스타일은 정치력을 갖춘 민선시장의 역할이 아닌 너무 세세한 업무까지 챙기며 산더미같은 서류를 들고 집에까지 갖고가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벌레시장의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불도우저를 연상하듯 본인의 의지만을 앞세워 부시장을 비롯, 서기관급 국장 등 참모진들과 보이지 않게 마찰과 갈등을 빚어오는등 대다수 시공무원들에게 실망과 함께 불만을 주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시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신시장이‘자기자신만을 아는 개인주의적인 인물’‘칭찬에 인색하고 부하직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차가운 인물’이라는등 극단적인 평가절하와 함께 차기 시장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극히 부정적인 여론까지 돌았다. 그러나 취임1주년을 맞아 신시장이 밝힌 새로운 각오는 지금까지 나타난 불만요인을 말끔이 씻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신시장은“민선시장 체제하에서 원칙이 무시된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불만여론에 개의치않고 자신이 앞장서왔다”며“나를 따르고 같이 노력해준 공무원들의 노고로 행정의 기초가 다져진 것은 물론 시의 장기적 계획수립도 마쳤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다수 시공무원들은 변모된 신시장의 입장을 크게 반기며 취임할때보다 더 큰 기대를 거는 모습이 역력하다. 행정의 달인, 행정전문가의 닉네임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대화합의 큰 틀을 갖춘 민선전문가 신시장의 행보를 기대해본다./안양=이용성<제2사회부> leeys@kgib.co.kr

무기력한 인간사회

기원 전 14세기경 이스라엘의 지도자였던 모세(MOSE)는 사람이 만약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때는 그 생명으로써 갚게 하고,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눈으로써 갚게 하고, 이를 다치게 했을 때는 이로써 갚게 하는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예수(Jesus)는 그렇게 한다면 원한이 언제까지나 계속된다고 생각했다. 복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살인자에 대한 사형은 법이 대신 복수해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예수는 이 또한 시인하지 않았다. 예수는 모든 것을 자비로써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예수는 이렇게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한 말을 너희들은 들었노라. 하지만 나는 너희들에게 말하노라. 악한 자에게 맞서지 말라. 사람이 만약 너의 오른 뺨을 치거든 왼쪽을 내 놓아라. 너를 소송하여 하의를 뺏으려 하는 자 있거든 상의도 내어주어라…. 너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를 책망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 이는 하늘에 계신 너희들의 아버지의 자식이 되고자 함이로다. 하늘의 아버지는 그 햇빛을 악한 자의 위에도 선한 자의 위에도 비춰주며, 비를 올바른 자에게도 올바르지 못한 자에게도 내리도록 하시도다.” 예수의 이러한 박애정신을 실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으로서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수도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이렇게 가르친 것은 하나의 이상의 지표를 내세운 것이다. 사람은 이 예수의 ‘자비’를 온전히 실행은 못할 망정, 접근하려는 노력은 해야겠다. 그러나 자고 나면 인심이 달라지고 마치 카인(cain)의 후예들처럼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살인행위를 저지르는 요즘 사회에서 원수를 사랑하고, 오른쪽 뺨을 치면 왼쪽을 내놓으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행하기란 참으로 벅차다. 오늘날은 인간사회가 너무 무기력하다. /淸河

웬, 서해5도 선언?

북한이 기습적으로 발표한 서해5도 통항질서 선언은 지난해 9월에 있었던 일방적 발표의 서해해상군사분계선 획정의 후속조치다. 실패한 자존심을 뒤늦게 일방적 선언으로나마 살리면서 부수효과를 노리고자하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4월의 꽃게철 겨냥, 총선정국흔들기, 대미협상 압박카드용으로 보이는 포석은 상황전개에 따라 여러가지 변화를 보일수가 있긴 있다. 그러나 저들의 통항질서선언을 남북간 대화카드로 보는 정부측 견해엔 동의하기 어렵다. 베를린선언이후 체면불고한 화해의 몸짓에도 불구하고 기껏 돌아온 것은 상투적인 전제조건 제시에 이어 이번엔 기습적인 통항질서 선언의 적대행위 뿐이다. 같은날, 청와대 측은 성우회 회원들과의 오찬 모임에서 “북한과 대화가 머지않아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말이 나왔다. 적대감만 계속 노출하는 저들과 직·간접으로 어떤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국민들의 판단에 혼란을 불러 일으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문제는 국민적 합의속에 추진돼야 한다. 만약 뭔가가 있으면 떳떳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고 채널가동설을 부인한적이 있는 정부가 국민에게 이중플레이를 보이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우리는 고위층의 그같은 대북 제스처 과잉이 자제되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통항질서선언에 대한 과민반응이 절제돼야 할 것으로 안다.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것은 총선정국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북측의 대미카드에 말려드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짙다. 그러나 꽃게잡이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서해5도 어장관리에는 지금부터 각별한 대책이 있어야 하다. 지난해 연평해전의 경험에 비추어 무력도발까지는 안할 것으로 보는 일부의 견해는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전술상 필요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사양치 않는다. 전술은 전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대내외 문제를 전술적 개념으로 포함하고 있는 저들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남북화해를 누구 못지않게 갈망하지만 감상적 접근은 금물임을 강조한다. 진정한 화해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해군 당국은 북측의 선언에 NLL(북방한계선) 침범은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미덤직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해군당국의 의지천명에 있다. 저들의 무슨 선언을 정치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선거에 실종된 물가관리

총선을 앞두고 물가가 뛰고 있다. 최근 경기 인천지역의 이·미용료를 비롯 숙박 목욕료 등 개인 서비스 요금과 학원 수강비가 10∼20%씩 잇달아 올랐고, 세제 채소 등 생필품값도 연쇄적으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산지 소값은 떨어지는데도 쇠고기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오르는 희한한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 서비스요금 등이 크게 오른 것은 선거를 앞두고 지자체 등의 행정규제가 느슨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판단된다. 이완된 선거분위기에 편승된 이같은 물가불안 확산을 우리는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개인서비스 요금의 상승세는 각종 생필품 가격의 편승인상을 유도하기 때문에 일찍이 이를 꺾어놓지 못한다면 서민들의 가계부담만 커질 것이다. 선거가 경제 전반 특히 물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온 것은 매번 되풀이 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번엔 더욱 더 선거 인플레 심리가 물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이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인 성격인데다 향후 정계개편과 대권향방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 분명한 만큼 각 정당이 총력적으로 선거자금을 대량 살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 서비스요금이 잇달아 오르고 생필품값이 들먹이고 있는데도 관계기관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조짐을 느낄 수 없으니 당국의 물가관리 기능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나라 전체가 선거판에 휩쓸려 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이제 물가를 지금처럼 못본 체 할 수 없다. 구체적인 대책과 행동이 필요하다. 물가 당국은 작금의 물가불안의 근저를 제대로 살피고 선거 분위기를 틈탄 부당한 물가농간을 적극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서비스요금 등은 강한 행정력으로 이를 억제해야 한다. 물가안정은 국민경제체질을 튼튼하게 하는 저축증대와도 직결된다. 인플레 심리가 조금이라도 확산되면 저축증대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물가안정을 통해 우리 경제의 체질을 튼튼히 하는 것이 곧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길이다. 아무리 선거정국이 어수선하다 해도 물가걱정은 접어둘 수 없는 민생과제다.

당근과 채찍의 역할

‘당근’과 ‘채찍’은 상황여하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말을 물가로 데려가기 위해 ‘채찍’보다는 ‘당근’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반면 무리에서 이탈하려는 소나 말에게는 ‘당근’보다는‘채찍’이 더 효과적이고 무리를 이끌어가는데 ‘약’이 될 수 있다. 최근의 경기도정은 ‘당근’을 써야 할 때 ‘채찍’을 가하고 ‘채찍’을 써야 할 때 ‘당근’을 주는 ‘꺼꾸로 된 정책’을 쓰고 있다. 한 일례로 경기도가 지난 98년부터 각 분야의 사회지도층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 ‘경기포럼’의 참석에 대한 제도다. 지난 9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기포럼의 자율적 참가자에 대해 개인별 실적관리를 해 왔고 이를 토대로 실·과간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 때문에 참가자는 도 본청 798명중 200∼300명이 고정적으로 참석했다. 그러나 도는 지난 1월부터 ‘경기포럼’에 공무원들을 의무적으로 참가토록 했다. ‘경기포럼’강사들에게 도의 공무원들의 의식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강제로라도 공무원들을 공부시키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출석표’까지 나눠주고 참석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자 참석가능인원 78%인 750여명 내외가 참석했다. 이같은 시책이 시대역행적 발상이란 지적이 일자 지난 2월 완전 자율적 참석제로 전환했다. 물론 참석인원도 의무적 시행때보다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그러자 도는 또 다시 ‘채찍’을 들었다. 경기포럼 참석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6회이상 불참시 불이익을 주며 실·과간 경쟁력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도청 한 공무원은 “불이익을 준다니 참석하지만 대부분이 졸거나 딴 생각을 하는게 태반”이라며 “포럼의 내용이 직무상 또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면 참석치 말래도 참석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강사에다 강의내용을 강제로 들으라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지적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경기도는 도정 추진자세를 이제 바꿔야 할 때다. /유재명기자 jmyoo@kgib.co.kr

자유 희망사항

미국의 32대 대통령 루스벨트(1882∼1945)는 젊어서 정계에 입문했는데, 불행하게도 소아마비에 걸렸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다시 일어나 제1차 세계대전 후 미국을 엄습한 일대 경제 공황 속에서 대통령에 뽑혔다. 루스벨트는 대담하게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한 뉴딜정책을 써 파탄지경의 경제를 바로 잡는 데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의 여론을 통일하여 연합국측에 가담케 하고 ‘민주주의 병기장’으로서 대량의 무기를 공급했다. 일본의 진주만 기습에 의한 선전포고와 함께 자신도 참전하여 독일과 일본의 군주주의를 꺾는 데 압도적인 역할을 했다. 루스벨트는 승리를 눈 앞에 두고 과로로 쓰러졌지만 현대사의 눈부신 주역으로 칭송을 받는다. 루스벨트는 정치가로서의 많은 능력과 재질을 갖추었는데 특히 변론이 능변이었다고 한다. TV가 없었던 당시 루스벨트는 ‘노변담화(爐邊談話)’라는 타이틀로 라디오를 통하여 대중과 접촉했다. 타이틀 그대로 난롯가에서 허물없이 정담을 나누듯 대중에게 이야기한 그의 ‘노변담화’는 국민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한국의 이른바 정치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히틀러식으로 선동하고 절규하고 지역감정에 불이나 지르는 것 과는 달랐을 것이다. 루스벨트는 1941년 1월 6일 조회 연설에서 ‘4가지 자유’라는 유명한 발언을 했다. 독일과 이탈리아 전체주의적 파시즘국가들과 대립하는 자유세게의 기본적인 인간의 자유를 말한 것으로 ‘언론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가난에서 벗어날 자유’, ‘공포에서 벗어날 자유’였다. 오늘날의 한국도 아직 이 네가지 자유에서 모두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더도 말고 한가지만 추가할 게 있다. 국민들이 ‘저질·불법 국회의원선거에서 벗어날 자유’이다. /淸河

본분 잃는 경기문화재단

본보가 엊그제 연일 보도한 경기문화재단의 직제개편 내막을 보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 사공이 많아서인가,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것 같아 황당스럽기도 하다. 경기문화재단이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어 개편한 직제내용 가운데 의구심이 드는 것은 먼저 그동안 행정부지사가 수행했던 이사장을 도지사가 맡도록 바꾼 점이다. 또 하나는 기존 총무처를 기획조정실로 바꾸고 경기문화재단 업무의 핵심부서인 문예진흥실을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심히 우려하는 것은 부지사가 이사장이었을 때도 도정수행상 많은 일로 재단운영을 거의 사무총장에게 일임하다시피 했는데 정치적으로도 매우 공사다망한 도지사가 이사장이 된다면 더욱 그러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인과 각 문화예술단체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획부를 문예진흥실에 두지 않고 기획조정실로 이속시키는 것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문예진흥실은 문화부와 예술부만 남게돼 경기문화예술진흥이라는 경기문화재단 설립목적이 방향을 잃고 있는 것이다. 국제문화교류센터까지 개설, 부족한 전문위원을 증원하려던 국제부를 문화홍보부에 통합시킨 것과 문화홍보부를 강화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문화홍보부를 도정홍보기관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문화재단은 사무총장과 총무처장이 도지사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문예진흥기금을 마치 도지사 개인이 지원하는 듯한 인식을 심어주려고 한 일 등도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차제에 경기도에 건의한다.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은 종전대로 행정부지사가 그 직을 유지하던지 아니면 민간인을 초빙하여 운영하기 바란다. 기획부는 문예진흥실에 계속 두고, 재단을 도정홍보기관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지 말기를 바란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기문화재단은 명칭 그대로 문화예술진흥을 지원하는 전당이어야지 정치마당이 되어서는 안된다. 경기도 문화관광국 소속이나 산하가 되어서는 특히 안된다. 본란이 이러한 고언을 하는 것은 경기도를 사랑하는 충정 때문이다. 직제개편의 재검토가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총선 여론조사의 신뢰성

4·13총선 여론조사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국민의 대변자를 선택할 유권자나 또 국회진출을 목표로 한 후보와 정당들 모두가 여론의 진짜 내용과 흐름을 바르게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어서 여론조사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의 여론조사가 국가와 민주주의 발전차원에서 선거전반에 대한 여론 파악보다 지나치게 후보와 정당에 대한 등수나 순위조사에만 치중하는 듯 해 자칫 선거분위기를 왜곡 또는 오도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인천지역의 경우 후보 및 정당의 지지율과 순위 등 여론조사 결과들이 제각각이고 조사기관에 따라 1위가 3위로 되는가 하면 지지율이 20∼30%나 차이 나는 등 격차가 너무 심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타당성과 신뢰성이다. 여론은 민주발전과 국가경영에 중요한 기준이 되지만 경계해야 할 함정 역시 만만치 않다. 따라서 조사대상을 무작위 표본 추출법에 의거, 공정하고 보편성있게 고르고 설문내용도 답변자들이 솔직하게 회답할 수 있게 객관성 있고 명확하게 작성해야 한다. 질문순서에 따라 조사의 공정성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 조사도 우송 전화 직접면접에 따라 공정성에 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며, 조사결과를 어떻게 정리하는 가도 주요 과제다. 우리는 여론조사의 의의와 중요성을 크게 평가하면서도 이런 점에서 최근 대다수 여론조사의 방향과 공정성 객관성에 대해 때때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여론조사가 후보와 정당들의 인기도와 선호도 조사에만 경쟁적으로 치중하여 그에 따른 부작용과 후유증이 우려된다. 유권자들에게 정책 및 공약 비교 등 투표에 참고되는 자료제공 대신 마치 ‘인기연예인 순위’를 나타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총선은 국민의 대변자를 뽑는 일인 만큼 당연히 정치철학과 구체적인 의정활동의 실천방향 등에 관한 정책·공약의 타당성과 합리성 측정이 여론조사의 핵심이 돼야 하고 그에 따라 후보의 인기와 신뢰도 조사는 부차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조사의 목적은 유권자에게 정확한 판단자료를 제시하는 일이 돼야 마땅하다. 조사내용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게 엄정해야 하며,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성과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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