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피아체레앙상블’ 26일 창단연주회…8대의 피아노가 채우는 무대

경기피아체레앙상블(회장 김명신)의 창단연주회가 오는 26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연주회는 국내외에서 열의를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 연주자들이 모여 지난해 8월 결성한 전문예술단체인 ‘경기피아체레앙상블’의 창단을 기념해 개최된다. 경기피아체레앙상블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모토로 신진 연주자 발굴 빛 음악 문화 보급의 활성화 방안을 다채롭게 도모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 중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음악인과 대중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형성하는 방식에 관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HOPE WITH 8 PIANOS’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공연은 기존 클래식 공연에서 만나기 힘든 기획으로 주목받는다. 바로 8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무대 위에 함께 한다는 것. 김명신, 김민승, 김보아, 김수선, 김수영, 김영, 김엘리, 김유나, 김은지, 김지민, 김태희, 노지영, 노화영, 박다은, 박선화, 심관섭 안소희, 윤은경, 이미경, 장지원, 조영준, 최미선, 한다혜, 황수연 등 총 24명의 피아니스트가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맞춰 섬세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주로 무대를 물들일 예정이다. 공연에선 모차르트의 ‘피가로 결혼 서곡’, ‘교향곡 40번’을 시작으로 김수아의 ‘두꺼비 변주곡’, 라벨의 ‘볼레로’에 이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명곡들을 엮어 편곡한 조영준의 ‘The Classics’ 등의 곡들이 다채로운 피아노 구성에 따라 연주된다. 김명신 경기피아체레앙상블 회장이 총예술감독을 맡았고, 정창준 총연출·무대감독과 김영 예술감독, 백준호 지휘·음악감독 등 조율하는 인력뿐 아니라 김채린 뮤직 스토리텔러 등의 출연진도 무대에 활기를 더한다. 김명신 경기피아체레앙상블 회장은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공연장을 찾는 청중들에게 풍성한 선물 같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문화 향유 지대를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래식 샛별 발굴’…성정문화재단 ‘위너 콘서트’ 12일 개최

우리나라 클래식계를 이끌어갈 젊은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무대가 펼쳐진다. 성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수원특례시·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위너 콘서트(WINNER CONCERT)’가 오는 12일 오후 7시30분 수원 SK아트리움에서 개최된다. 이 자리에선 제32회 성정음악콩쿠르의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 우승을 겨룰 연주자들은 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피아노 정지원, 첼로 최아현, 바리톤 최준영, 플루트 구다은, 바이올린 유현석, 소프라노 최수지, 클라리넷 서예빈 등 7명이다. 이들은 성정음악콩쿠르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상금 2천만원), 성정음악상(성악특별상/재단이사장상·상금 500만원), 수원음악상(수원특례시장상·상금 300만원), 연주상(대회장상·300만원), 청중상(수원문화재단이사장상)을 두고 치열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이날 위너콘서트는 각 부문의 최우수상 수상자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협연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성정음악콩쿠르엔 음악인 1천437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등 6개 부문으로 진행해 금상 41명, 은상 45명, 동상 46명의 수상자를 결정하고 이번 위너 콘서트에 오를 최우수상 수상자 7명을 선정했다. 최우수상 수상자들은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과 색깔을 입혀낸 연주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 1992년부터 열린 성정음악콩쿠르는 30여년 간 참여 학생들의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세계 클래식 무대로 나아가는 등용문으로 스타를 배출할 뿐 아니라 국내 클래식 환경과 저변을 끌어올리고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성정문화재단은 콩쿠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음악도들을 지원하는 장학사업도 펼치고 있다. 2023 성정 황진장학생에는 성악 손지훈(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 우승), 바이올린 유현석(뮌헨국립음대 2) 등이 있으며, 성정 정흠장학생에는 성악 노민형(한양대 졸업), 피아노 김정진(퀼른국립음대) 등이 있다. 재단은 이 같은 장학사업이 음악도들의 꿈과 비전을 실현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정문화재단 김정자 이사장은 “음악을 통해 행복을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에 함께해 기쁘다”며 “K-Classic을 대표하는 음악인재들이 새로운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억눌렸던 '예술 갈증' 쏟아내다, 27회 화홍작가전 ‘100호 대작전’

화홍작가회가 제27회 화홍작가전 ‘100호 대작전’을 5일부터 10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화홍작가회는 수원, 오산, 화성, 용인지역에서 서양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작가들의 모임단체다. 수원화성의 북수문인 ‘화홍문(華虹門)’에서 이름을 따왔다. ‘화(華)’는 꽃, 색깔, 빛을 의미하고, ‘홍(紅)’은 무지개를 뜻하며 ‘예술창조를 슬기로운 문자로 풀이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지난 1995년 5월 구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창립전을 선보인 이후 매년 정기전을 열고 있다. 자연, 인물, 우주만물의 모든 대상을 작가 개인의 의지대로 재구성해 회화적 공간의 접근을 시도하며 유화, 아크릭, 수채화, 복합적 매체를 이용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변화로 힘겨웠던 시간을 극복하고 예술가의 열정과 작가정신을 이어가고자 특별히 ‘100호 대작’을 선보인다. 김호선, 김영란, 영희, 김옥향, 손순옥, 오혜련, 유은숙, 최형분, 권혜영, 김미자, 전영매, 정자근, 임승렬, 이자경, 홍성남 등 15명의 작가들은100호 작품 한 점 혹은 50호 작품을 연작으로 선보인다.  작가들에게도 100호 작품은 만만치 않은 크기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100호 대작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유는 그동안 코로나19로 관객과의 만남과 예술에 집중하는 시간 등 모든 것이 억눌렸던 것에 대한 목마름과 갈증을 제대로 분출해보자는 의지에서다. 매년 작가 2~3명의 개인 부스전을 선보여 온 화홍작가전은 올해 최형분, 김옥향 작가의 개인전을 함께 연다.  김호선 화홍작가회장은 “작가들에게도 100호 작품은 만만치 않은 크기다. 다만 그저 그릴 수밖에 없었고 그 일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화홍작가들의 열정을 보여주고자 100호 ‘대작’전을 개최하게 됐다”며 “뜻 깊은 자리에 많은 분들이 오셔서 예술에 대한 작가들의 열정을 느끼고, 이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이블뮤직그룹 정기연주회…오는 17일 장애·비장애 '화합의 무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하나되는 화합의 무대가 찾아온다. ㈔에이블아트(이사장 장병용)가 ‘제6회 에이블뮤직그룹 정기연주회’를 오는 17일 오후 6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최한다. ‘ABLE ART-가능성의 예술’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장애를 결핍과 무능력으로 여기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데에서 착안해 가능성의 음악과 영혼의 예술을 선보인다. 이에 맞춰 베토벤, 모차르트, 보테시니, 레스피기의 음악이 무대를 물들일 예정이다. ㈔에이블아트는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장애문화예술단체로, 장애·비장애 통합 앙상블 ‘에이블뮤직그룹’ 팀이 소속돼 있다. 지난해에는 손열음 피아니스트와 협연을 진행하는 등 문화예술 영역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폭넓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공연 기획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에이블아트와 함께 한다. 사회는 모델 겸 방송인 이혜정씨가 맡고 세계 유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협연자로 관객들과 만난다. 음악감독 서진 지휘자를 비롯, 장애 연주자로는 바이올린 공민배, 첼로 이정현, 더블베이스 이준영, 클라리넷 민경호가 무대에 오른다. 이어 전문연주자로는 바이올린 강민정, 비올라 이희영, 첼로 장미솔, 더블베이스 서범수가 함께 연주자와 관객들을 모두 연결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어낸다. 공연은 전석 무료이며 티켓 예매는 에이블아트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백남준이 선보인 세기의 변환…‘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의 레이저빔이 일정한 사운드에 따라 거대한 타워의 곳곳을 감싸며 빛을 내뿜는다. 2002년 뉴욕 록펠러 센터에 전시돼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찬사를 받았던 ‘비디오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트랜스미션 타워’가 20년 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빛을 밝혔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의 대형 레이저 설치 작품 ‘트랜스미션 타워’를 센터 뒷마당 야외에 설치, 오는 12월3일까지 특별전 ‘트랜스미션: 너에게 닿기를’을 선보인다. 어둠이 드리워지면 야외 전시장에선 트랜스미션 타워가 내뿜는 수많은 불빛이 부딪히고 사운드가 공명해 주변을 밝힌다. 8m 높이의 송신탑 모습을 한 메인 타워에서 발산하는 레이저빔은 2개의 작은 사이드 타워에 연결되다가 이내 주변의 울창한 나무와 잔디에 떨어지며 형형색색의 이미지를 수놓는다. 20년 전 백남준이 상상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가 균형을 이루며 새까만 어둠 속에서 그야말로 스펙터클한 빛 축제가 펼쳐진다. 트랜스미션 타워 주변에는 은색으로 칠이 된 차량 여러 대로 이뤄진 ‘20세기를 위한 32대의 자동차: 모차르트의 진혼곡을 조용히 연주하라’ 작품도 전시됐다. 자동차 좌석에는 수명을 다한 시청각 기계의 잔해들로 채워졌다.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기술문명을 자동차로 표현, 진혼곡을 재생해 고별을 알리는 동시에 21세기 매체인 레이저를 사용한 ‘트랜스미션 타워’를 전시해 기술문명이라는 세기의 변환을 보여주려 했다. 이들 작품은 2002년 뉴욕의 록펠러센터 광장, 2004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 전시된 뒤 센터에 기증됐다. 트랜스미션 타워의 레이저빔은 야외에서 전시실 내부로 이어진다. 전시실의 한쪽 벽면에는 백남준이 2002년 뉴욕 전시의 오프닝 현장에서 진행한 피아노 퍼포먼스와 반짝이는 타워의 모습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이 흘러나온다. 미디어 환경에 대한 백남준의 고민과 메시지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백남준이 레이저 전문가 노먼 발라드와 함께 제작한 ‘삼원소: 삼각형’과 밀레니엄을 맞아 제작한 영상인 ‘호랑이는 살아있다’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살펴보던 관람객들은 백남준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주제를 트랜스미션 타워로 생생히 느끼며 작품을 감상했다. 김미현씨(37)는 “20년 전 국제적으로 수백만명의 큰 호응을 받았던 작품을 직접 보게 돼 뜻깊다”며 “여전히 빛을 밝히는 트랜스미션 타워로 당시 백남준이 보여주고 싶어 했던 기술과 정보, 생태의 균형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시를 기획한 박상애 아키비스트는 “이번 전시는 백남준의 탄생 90주년을 맞아 기획한 것으로, 야외 레이저 설치 작품으로는 백남준의 유일무이한 작품”이라며 “20년 전 백남준의 레이저 광선을 다시 쏘아 올리며, 백남준이 보낸 미디어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닿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37년간 한국성 쥐고… 하염없던 고독의 길 ‘마침표’

“외롭고 애달팠다.” 남다른 미술 세계를 구축하며 남부럽지 않은 직함과 명성을 가진 이재복 수원대 미술대학원장(65)은 지난 37년 걸어온 길을 의외의 문장으로 정리했다. 아무도 가라 하지 않았지만, 작품에 한국적인 정체성을 녹여내며 새로운 길을 개척해왔기 때문일까. ‘한국성’을 바탕으로 전통과 서양의 조형적 기법을 융합한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이재복 수원대 미술대학원장(65)의 정년 퇴임 기념전 ‘Lee, Jae-Bok’이 2일부터 6일까지 수원시 가족여성회관 내 구 문화원에서 열린다. 그는 조형미술의 형상제작이라는 장르를 활용하면서 전통 문제를 전통적인 소재로 표현하는 ‘한국화가’로 일평생 살아왔다. 전시에선 지난 37년간 선보인 예술 작품 중 26점을 선보인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소임을 마치고, 후배들과 애그림 애호가들에게 발표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계의 이단아’로 불리면서도 전통과 서양의 조형적 기법을 융합하며 한국적인 아이덴티티를 끝없이 찾아 나섰다. 그동안 미술계에서 동양화는 전통적 산수화와 채색화 등의 영역에서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서양화는 서구적인 미술을 모방하거나 베끼는 작업이 되풀이 됐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국립파리대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와 한양대 대학원 이학박사(환경조형물)를 졸업하며 동양화와 서양화, 종합디자인과 미술사를 모두 섭렵한 그는 이 두 가지가 융합돼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 비로소 한국 미술의 현대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해왔다. 그런 그가 고집스럽게 작품에 녹여낸 것은 ‘역사성’이다. 한국 전통의 재료를 활용해 현대적 어법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며 손으로 직접 쓴 한지나 고서를 바탕에 깔고 그림을 통해 완성했다. 재료의 특징도 한결 같다. 작품엔 한국 전통의 재료와 주제만이 사용된다. 부채, 방패 연, 키, 빨래판 등 한국인이 오래 전부터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고 손때 묻은 것들을 활용한다. 한국인의 정서와 손때가 묻어난 재료를 활용해 서양적 조형기법을 활용한 것이 그만의 한국적인 아이덴티티인 셈이다. 바탕에는 일제강점기 36년 간 문화적 단절을 겪었으나 우리 세대가 이를 극복하고 이어나간다는 주제 의식이 깔렸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 온 문화적 작업을 그가 다시 이어나간다는 철학이다. “문학 작품에선 우리 민족의 역사가 등장하지만 미술에선 이러한 역사성을 담아내는 데 소홀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나치게 아름다운 유미주의만 좇아가는 태세에 민족의 삶과 역사를 녹여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모든 작품 제목이 ‘슬픈 역사’로 시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번 전시에선 이 원장이 일평생 고민하고 역사성을 담은 ‘슬픈 역사-3人의 고인’, ‘슬픈역사-상징’, ‘슬픈역사-애물’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작품 속에 일제 식민지 시대를 겪은 우리의 현대사를 담으려 늘 노력했다. 8.15 광복과 6.25 한국 전쟁. 늘 어려움을 겪었지만 끝까지 살아남아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든 우리 민족의 생명력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우리 역사는 주기적으로 전쟁을 겪고 비로소 오늘을 맞았다. 내면에 있는 슬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예술의 길을 개척하면서도 작가, 교수, 사업가, 정치인, 사회활동가 등 수많은 이름으로 기꺼이 사회에 쓰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이제 작품에 매진하며 그동안 걸어온 길을 마무리 할 각오를 다졌다. 그는 “그동안 외롭고 애달팠지만, 융합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이 이제 이해 받는 것 같다”며 “이젠 미술로 선보일 수 있는 한국성에 대한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하며 작품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고 밝혔다.

현실을 투영한 ‘이해균 회화 30년-흐르는 색채 展’

이해균 작가의 작품에서 봄의 햇살이나 풍성하고 싱그러운 나뭇잎을 찾는 일은 부질없다. 처연히 늘어진 모습의 나무들과 메마른 대지와 산. 피상적인 화려함이 가득한 어느 현실과 달리, 그가 보는 현실과 사회는 묵직하고 어둡고 우울하다. 누군가가 미처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그 어떤 세계를 직시할 거란 강렬한 외침을 작품 하나하나에 담은 듯 하다.  가혹하고 묵직한 현실 세계를 회화로 표현해 온 이해균 작가의 회고전 ‘이해균 회화 30년 하이브리드-흐르는 색채 展’이 9월 5일부터 10월 29일까지 용인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 작가에게 자연은 그 외침을 투영하는 오브제다. 그는 인간의 삶을 자연의 흔적에 투영했다. 이러한 작품에선 자연으로 회귀하려는 욕구가 강하게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서도 인간과 자연, 사회의 면면을 두루 반영한 작품 등 총 30여점이 내걸린다. 작가가 그린 바다는 화면 가득히 잡힌 풍경화다. ‘격량의 스펙타클’에선 역사의 무대가 된 바다의 생명력을 생동감있게 완성했다. 고요한 듯 하지만 자연과 인간의 역사가 파도치는 바다처럼 무수한 반복과 차이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가 그린 산은 마치 파도치는 바다같다. '웅비의 자연감-백두대간' 작품에선 산이 만들어질 때의 기세를 그대로 보존한 산맥의 운동감이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듯 표현됐다. 이 화가는 산의 외양을 그림과 동시에 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붓질로 고스란히 드러냈다. 캔버스나 하드보드지에 검은 밑바탕을 초벌한 뒤에도 긁고 칠하고 덧칠하기를 반복하면서 나무와 산줄기는 거칠고, 차가운 질감의 색층으로 발현됐다. 산세와 대지, 거목 등을 표현한 추상 회화에선 이 작가만의 강렬한 시선이 느껴진다. 속도감 있고 강렬한 붓터치가 적용된 작품은 무엇을 가리키거나 의미하는 투명한 언어가 철저하게 지양됐다. 현실을 직시할수록 불확실해지는 역설을 동종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이 작가는 1979년 수원에 정착해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 경기구상작가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3년 수원시 최초 사립미술관인 해움미술관을 설립해 운영 중이며 예술가 단체인 교동창작촌에서 ‘미술마을 만들기’, ‘벽화 그리기’ 등 공공미술과 관련한 예술 프로젝트도 수 차례 펼치는 등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현실을 직시하는 그의 예술 세계는 현실 참여에서 나온 것과 다름 없다.  이선영 평론가는 “그동안 그의 많은 도상들은 거칠고 힘든 삶을 은유해왔다. 작품 마다 깊이 있는 색채와 강렬한 붓의 흐름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하게 내면의 어두움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평했다.  하지만 작품은 단지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 화가의 묵직한 작품은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꿈과 희망을 엿보며 예술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전시 개막 행사는 9월 14일 한국미술관 신관에서.

러시아 출신 지휘자의 라흐마니노프 세계…부천필, ‘리추얼 라흐마니노프Ⅲ’ 선봬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부천필)가 다음 달 22일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한 그의 시리즈 공연 중 세 번째 공연인 ‘리추얼 라흐마니노프Ⅲ’ 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라흐마니노프 시리즈는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앞서 지난 6월 부천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공연으로 시작한 ‘리추얼 라흐마니노프Ⅰ’과 지난 7월 농후한 러시아 피아니시즘이 돋보였던 ‘라흐마니노프 시리즈Ⅱ’가 성황리에 마쳤다. 부천필은 이번 공연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3번과 교향곡 제3번을 연주하며, 러시아 출신 알렉세이 코르니엔코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협연에 나선다.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은 라흐마니노프가 “코끼리를 위해 작곡했다”는 말을 했을 정도로 연주자들이 소화하기 힘든 작품으로 평가된다. 큰 손과 현란한 테크닉, 예술적 통찰력, 40분의 러닝타임을 견인할 수 있는 끈질긴 지구력을 모두 갖추고 나서야 충분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뒤이어 연주할 교향곡 제3번은 라흐마니노프가 러시아 혁명 후 미국으로 망명하고 남긴 작품으로, 그가 자신의 곡 중 최고의 작품으로 꼽은 곡이기도 하다. 느린 도입부는 러시아의 향수가 느껴지는 특유의 서정성이 빛나는 한편, 미국의 재즈 리듬이 녹아있는 부분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백발 노장의 러시아 출신 알렉세이 코르니엔코가 지휘를 맡아 정통 러시아 음악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얻고 있다. 알렉세이 코르니엔코는 작품에 대한 대담하고 탁월한 해석능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지휘자로, 런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모스크바 필하모닉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어 라흐마니노프의 깊은 음악세계를 풀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폭넓은 레퍼토리와 깊은 음악성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도현 역시 폭발적인 에너지와 섬세한 터치로 라흐마니노프 최후의 마스터피스가 될 것으로 기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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