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서 만나는 유물이야기…경기도박물관 메가박스 영통점서 ‘영물관’

영화관에서 박물관의 유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마련된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과 메가박스는 메가박스 영통점에서 기획전 ‘영물관 映物館’을 오는 24일부터 총 4회 선보인다.  ‘영물관’은 ‘영화관에서 만나는 박물관’을 주제로 진행하는 강연 프로그램이다. 경기도박물관 유물과 그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강연은 영화관을 찾은 관객이 역사와 박물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중에게 친숙한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목요일 오전 11시에 진행하며 이달 24일과 31일, 9월 7일, 9월 21일 총 4회 열린다. 강연은 경기도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사들이 직접 진행한다.  조준호 수석학예사는 조선 후기 대표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삶의 자취를 박물관 소장 유물을 중심으로 되짚는다. 박본수 책임학예사는 현존하는 책과 함께 진귀한 기물을 곁들여 그리는 책가도 중 가장 이른 사례로 꼽히는 경기도박물관의 소장 유물을 통해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그 배경을 살펴볼 예정이다.  정윤회 학예사는 수준 높은 조선시대 초상화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경기도박물관의 소장 초상을 조명하고, 박물관 컬렉션의 의미를 알아본다. 이영은 학예운영실장은 과학과 예술이라는 낯선 만남을 과학자의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줄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박물관 누리집과 메가박스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원전통문화관’서 예술과 놀자 [주말, 여기어때]

장안문과 화성행궁 사이, 대로변에 자리잡은 아담한 한옥 공간이 눈에 띈다. 바로 수원전통문화관이다. 전통식생활체험관과 예절교육관의 두 개 동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선 전통 한옥을 수놓는 공연과 전시가 올해 하반기 내내 관람객을 맞는다. 주말,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수원전통문화관에서 놀아보는 것은 어떨까.   ■ 작가, 작품, 방문객 잇는 진수원 ‘연작 초대전’ 제1회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연작 초대전’이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 진수원에서 수원 지역을 찾는 시민,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12월30일까지 열리는 이번 기획전은 수원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했거나 수원 지역에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시간이다. 작가와 작품, 작품과 공간, 공간과 방문객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획됐다. 상설 전시 외에 이 같이 여러 명의 작가들과 함께하는 교류에 기반해 개최되는 기획전이 처음으로 전통문화관에서 열려 주목받고 있다. 김혜림, 최명수, 이수진, 김병권, 김성자, 나정희 등 6명의 작가들이 각기 다른 예술 세계를 방문객과 나눈다. 먼저 20일까지는 김혜림 도예가의 기존 도자기 작품들과 올해 작업한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귀퉁이를 도려낸 도자기의 실용성과 조형성을 탐색하는 ‘구석이 연작’, 막걸리 잔과 접시 등 주류 문화가 녹아든 ‘소복이 시리즈’를 통해 사람의 온기와 도예품 간의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첫 전시에 이어 오는 29일부터 9월10일까지 시민들과 만나는 최명수 작가의 화폭엔 언제나 ‘수원화성’이 자리한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최 작가는 “어릴 적 신풍초등학교 다닐 적에도, 1997년 세계유산 등재됐을 무렵도, 바로 며칠 전까지도 늘 수원화성을 눈에 담아왔다. 재밌게도 수원화성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가 느끼는 심상과 그로부터 받은 인상은 계속해서 변한다는 점”이라며 “지금껏 그려온 것과 다르게 앞으로는 재료와 소재에 변화를 주는 등 새로운 시도들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수원화성은 계속해서 내 영감의 원천이자 동반자로 함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9월19일부터 10월1일까지 세 번째로 찾아올 이수진 작가의 보리아트 작품들도 가을 정취 풍기는 한옥의 고즈넉한 멋을 한껏 살려준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히 이 작가가 미리 채취해 놓았던 당수동 시민농장의 보리줄기가 그의 작품에 녹아들 예정이어서 수원에서 나고자란 보리가 전통문화관에 오기까지의 사연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있다. 10월17일부터 29일에는 보리와 소나무를 통해 단단한 울림을 선사하는 김병권 작가의 채색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11월28일부터 12월10일까지 열릴 다섯 번째 전시에선 한국서예협회 수원시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성자 서예가가 정조의 내면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글귀를 화선지 위로 불러올 계획이다. 이어 마지막으로는 조각보 명인 나정희 작가가 한 땀 한 땀 수놓은 바느질에 깃든 시간의 흔적을 관람객들과 나누는 전시가 12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에 방문객들은 전통식생활체험관 교육실에서 열리는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의견과 생각을 공유할 수도 있어 문화 교류의 기회가 폭넓게 펼쳐질 전망이다. ■ 연주자, 한옥 공간, 관람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 전시를 감상한 뒤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홍재마루와 잔디마당에서 흥겨운 공연 한마당이 주말마다 찾아온다. 오는 10월14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젊은 예인전 樂靑(악청)’은 사물놀이, 판소리, 무용, 실내악 등 각 분야에서 미래를 짊어질 젊은 국악인들이 동료와 선후배 예술인들, 더 나아가 지역 사회의 시민들과 폭넓게 교류할 수 있도록 기획된 공연이다.  인지도를 쌓고 있는 젊은 연주자들,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명인들, 중심을 잡아줄 선배 전통예술인들까지. 폭넓은 라인업을 보고 있으면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출연진 구성에 있어 중요한 점은 발판 삼을 무대가 절실한 신진 예술가들 사이에 이미 자리잡은 선배 예술인들이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로 참여해 신·구 조화를 이뤘다는 것. 후배들은 의지하고 선배들은 이끌어주는 연결망이 작동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 피어나는 유대의 감각이 관람객들에게도 전해진다. 지난 12일 첫 순서로 성료한 ‘아트컴퍼니 수’의 연희판에 이어 19일에는 장수미의 가야금과 양금, 천성대의 피리와 생황 연주가 시민들과 소통한다. 이어 26일 이예린의 판소리와 배서연의 한국무용, 9월2일 김현수의 국악 타악, 9월9일 박천경의 거문고·권빛나의 대금, 9월16일 고미혜의 해금·김태형의 대금연주가 이어진다. 물들어가는 가을에도 공연이 계속된다. 10월7일에는 홍성윤의 판소리·정은미의 전통무용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14일에는 제32회 KBS 국악대경연 단체부문 금상에 빛나는 국악 실내악 팀 ‘흥청’의 무대가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은 지역 내 국악 공연의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김현수 수원문화원 이사가 맡았고, 공연의 연출은 장수미 수원두레농악보존회 이사(아트컴퍼니 수 대표)가 함께 했다. 특히 장 연출은 공간에 사람이 녹아드는 방법, 공간 특성을 연주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한다. 그는 “수원 지역에서 동료, 선후배 예술인들과 다양한 형태로 공연 활동을 이어왔지만, 한옥에서 상설 공연을 진행하는 건 또 처음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시민들과의 유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체험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전통 예술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장소로 한옥 만한 곳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을 했다”며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는 공연 대신 보면서 즐길 수 있게 방문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무대를 만들어가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수원문화재단 전통사업부 관계자는 “한옥에서 진행되는 행사 자체의 규모나 성과보다는 왜 한옥에서 공연과 전시가 열려야 하는지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납득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원 시민뿐 아니라 관광객, 외국인들에게도 이 공간에 깃든 활용 가치, 가능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를 문화예술의 장으로”…참여형 문화예술 프로젝트 오픈

스피커(SPEEKER)가 다음 달 1일부터 10월 1일까지 약 한 달간 제주시와 애월, 성산, 서귀포 등 제주 전역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만드는 아트 페스티벌 ‘아트 트랙 제주 2023(ART TRACK JEJU 2023)’을 선보인다. ‘아트 트랙 제주 2023’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게 하고자 스피커가 새롭게 기획한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스피커 소속의 주목받는 아티스트들과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제주에 집결해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들을 전시장으로 삼으며, 예술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고 서로 다른 장르들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주제와 형태의 콘텐츠를 선보인다. 관람객은 제주를 여행하며 복합문화공간부터 미술관·편집샵·카페·브랜드 스토어 등 다채로운 공간에서 예술 기반의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아트 트랙 제주 2023의 첫 번째 메인 전시 공간은 제주 동쪽 구좌읍에 위치한 워케이션 플레이스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다. 힙합 레이블 AOMG와 협업한 인터미디어 전시존이 조성돼 AOMG 소속 아티스트 코드 쿤스트와 우원재의 협업 음원을 스피커의 아티스트 성립, 장진승이 재해석해 시각예술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다비드 헬비히(David Helbich)의 전시를 통해 사운드를 청각에 국한하지 않고 시각으로 확장해 즐기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아티스트 김충재·강재원·곽철안·스튜디오 차차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필굿(Feel Good)이 각자의 작업 방식을 다양한 소재에 담은 조형물을 전시한다. 스피커는 패션·뷰티·아트·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과 경쟁력을 갖춘 인플루언서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인큐베이팅하는 회사로 김세동(SAMBYPEN), 김충재, 차인철, 메이킴을 비롯해 다수의 아티스트들이 등이 소속돼 있다. 전시는 기간 내 상시 관람 가능하며 일부를 제외하고 입장료는 무료다. 유료 전시 티켓은 한 개의 전시를 이용할 수 있는 ‘1 SPACE’와 모든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ALL-PASS’ 두 가지 유형으로 네이버 예약을 통해 18일부터 구매 가능하며, 현장 예매도 가능하다. 전미경 스피커 대표는 “파리가 패션 도시로, 밀라노가 디자인 도시로, 베니스가 건축과 아트 도시로 전 세계인들을 끌어들이는 것처럼 제주도도 아름다운 풍광과 멋진 공간들에 걸맞은 컨템퍼러리한 콘텐츠가 더해지면 글로벌한 도시로 더욱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물성 변화와 연결하는 내면 표출”…김재범 작가 '채움'전

한 작가의 짓눌린 내면을 바라본 뒤,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고 어떤 것들로 채울지 고민한다. 김재범 작가의 ‘채움’전이 팔달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장에서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올해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는 자리로 기획됐다. 평면과 조각의 중간 지대를 맴도는 김 작가의 세계는 그가 지나온 굴곡만큼이나 아직 변화의 여지도 많고 나아갈 방향도 여러 갈래처럼 느껴진다. 뜻하지 않게 지난해 김 작가의 타임라인은 잠시 멈춤 상태였다. 2년 전 작업실이 전소되면서 이미 판매가 된 작품이나 전시장에 있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졌기 때문에 그는 잠시 쉼표를 찍고 새 출발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그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를 겪고 어떤 것들로 채워질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전시장 곳곳의 벽면을 수놓은 그의 작품들은 전부 짓눌려 있고 찌그러져 있다. 얼핏 보면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재료의 물성이 한껏 느껴지는 금속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사각의 캔버스처럼 자리 잡은 스테인리스나 스틸 등의 소재들, 그리고 그 위에 흩뿌려지거나 내려앉은 카페인트와 레진들. 김 작가는 최근 요동쳤던 그의 내면을 끄집어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평소 갖고 있던 뒤틀린 마음들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금속 표면에 비친 자신의 왜곡된 형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전시장에 배치된 조명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작품이 내뿜는 인상이 달라진다. 마치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사람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는 자그마한 창처럼 변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내기도 하고 금속의 물성이 묻어나도록 긁어내는 등 그가 내면을 세상과 맞닿게 하는 데 있어 다양하게 고민한 흔적도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봤을 때 겹겹이 쌓여 있는 표면을 바라볼 때면 누군가의 마음속 감정과 생각들이 단순히 하나의 덩어리로는 표현될 수 없겠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다. 김 작가 역시 “무거운 물성이 배어 있지만 그 속에서 밝은 감정을 비롯한 다채로운 감정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 작가는 “또 짓눌리는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번 더 풀어갈 수도 있다. 누구나 살면서 마음에 여유가 사라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내 작품이 누군가에겐 희망과 행복을 찾는 창구이자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당분간은 내면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로 챕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쳇 베이커와 라흐마니노프가 함께…재즈와 클래식 넘나드는 환상의 호흡

쳇 베이커의 구슬픈 트럼펫 선율과 라흐마니노프의 기교 넘치는 피아노 연주가 한 무대에 오른다. 수원문화재단은 2023 수원SK아트리움 하우스콘서트 시리즈 ‘쳇 베이커, 라흐마니노프를 만나다’를 오는 9월8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선보인다. 하우스콘서트는 이번 공연 이후에도 10월6일, 11월10일 등 총 3회에 걸쳐 매달 첫 주 금요일에 관객들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수원SK아트리움 하우스콘서트의 올해 첫 번째 순서로 기획됐다. 러시아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미국 웨스트코스트 재즈의 아이콘이었던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음악이 공존하는 모습을 만끽할 기회다. 무대 위 연주자들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두 음악가들의 매력을 자유롭게 재구성해 펼쳐낸다. 특히 이번 무대에선 연주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정환호가 공연 해설을 맡아 관객들이 곡들을 더욱 손쉽게 음미하고 깊게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끈다.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환호, 바이올리니스트 박진수, 첼리스트 이호찬, 베이시스트 이동민, 트럼페터 박준규, 드러머 허예찬 등 총 6명이 원곡이 지닌 매력과는 또다른 감상 포인트를 만들어낸다. 관람권은 수원SK아트리움·인터파크 누리집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삶에서 빚어낸 작가의 동경…김근배·박선영 초대 2인展 ‘서서히 스며드는 행복’

동, 대리석, 스테인레스 등 차가운 재료에 낭만과 어느 시절의 동경이 입혀졌다. 차갑디 차가운 재료는 작가의 삶과 머릿속에서 빚어낸 창작물을 입고 초현실적인 어느 세계로 이끈다.  금빛을 내는 작은 자동차와 집, 기차, 열쇠 등은 ‘회전관람차’(2022)와 여행을 떠나고 샹들리에(2022)에 달린 새, '여정'(2022)을 떠나는 코끼리는 미지로 출발하는 듯 하다.  한편에선 바느질 한 투명종이 안에 파스텔톤의 색종이가 가득가득 채워졌다. 마치 주황과 분홍, 하늘 등 그 자체의 색감으로 꽃향기를 내뿜는 ‘꽃항아리’(2023)를 사러 리본이 달린 작은 가방을 들고 ‘행복한 외출’(2023)을 하는 듯 하다.   전시의 작가는 김근배·박선영 조각가다. 30년 가까이 조각가의 길을 걸어 온 이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 두 사람은 소소한 삶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았다. 부부는 서로 닮아가고 작품 역시 작가를 닮는다. 그들이 만들어낸 조각은 이러한 삶에 스며든 행복을 이야기한다. 서울 마포구 J94 갤러리에서 김근배 · 박선영 초대 2인展 ‘서서히 스며드는 행복’을 볼 수 있다.  평택이 고향인 김근배 조각가는 드넓은 평야지역에서 정미소 기계 소리를 들으며 유년을 보냈다. 아버지의 정미소는 작가의 작품 소재가 되고 그의 삶과 작업에 진중함과 건실함을 가르쳤다.  낭만과 온기가 가득한 작가의 작품은 노동집약적이다. 99.9%의 순동 재료를 절단하고, 조각들을 크기별로 분류한다. 500조각이 넘는 동선을 산소 용접해 형태를 만든다. 이후 질산동으로 작품을 닦아 내고 자연 부식과 에나멜 페인트 도색을 한다. 마지막으로 UV 페인트를 칠해 청동의 부식을 막고 탈색을 방지한다. 한 점의 창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 번이 넘는 공정을 쉴 새 없이 반복한다. 이런 중간과정을 거친 작품엔 작가의 숨이 들어간다. 창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김근배 작가는 자신을 불어넣는다. 삶의 체험에서 길어 올린 낭만과 동경 등을 몽상으로 빚어 이야기 창작물을 만든다.  박선영 조각가는 바늘질이란 예술의 행위를 구현한다. 한땀 한땀 종이 바느질을 하면서 감사와 행복을 짓는다.  이탈리아에서 전통 판화 작업인 에칭 작업을 경험한 작가는 종이도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투명종이를 오려 바느질하고 색종이를 채워 넣어 오동통한 종이 조각을 만든다. 이 종이 조각으로 작가가 원하는 형태를 만든다. 작가의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한 점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30조각에서 100조각의 종이 바느질 조각을 만들고 그 조각으로 조각가가 흙을 붙여 입체를 만들 듯 반 부조의 형태로 작품을 완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박작가의 작품은 행복은 우리와 먼 곳에 있지 않고 늘 우리 가까이 있다고 얘기한다. 세상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옮겨졌다.  김근배 조각가와 박선영 조각가는 서울시립대학교 및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 미술아카데미를 졸업했다. 김근배 작가는 제11회 이탈리아 국제조각심포지움 ‘난토 피에트라 2001’에서 1등상을 수상하고 성곡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외 25회의 개인전, 22회 초대 2인전 및 다수의 아트페어, 단체전 등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선영 작가는 2001년 개천 미술대전 ‘대상’ 문화 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이탈리아, 카마이오레시립미관 외 19회의 개인전, 21회 초대 2인전 등의 경력을 갖고 있다.   김근배 조각가는 “어른들이 동화를 읽듯 부담 없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행복을 조각을 통해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9월2일까지.

경기아트센터, 2023 애국찬가 드라마콘서트 ‘동고동락(同苦同樂)’

경기아트센터는 광복 78주년 특별기획 ‘2023 애국찬가 드라마콘서트 동고동락(同苦同樂)’을 17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19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에서 개최한다. 경기아트센터 주최로 대한민국애국찬가페스티벌추진위원회와 경기민예총이 공동 주관한다. 공연은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 대한민국 역사의 현장에서 나라와 겨레를 밝혀준 30여곡의 노래를 극 형태의 ‘드라마콘서트’로 선보인다. 우리 근현대사 속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 애국가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여행이 주제다. 공연에선 노래 뿐만 아니라 춤, 퍼포먼스, 영상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다. 관객들과 함께 우리 역사의 주요한 순간을 되돌아보며 조국의 광복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민주주의의 뜻을 되새기는 자리로 마련됐다.  노래를찾는사람들, 가수 손병휘, 더 솔리스츠, 아카펠라그룹 아카시아, 소년소녀합창단 싱잉엔젤스, 창작판소리연구원, 소리꾼 박희원, 이원경, 신형식 뮤지컬 배우 차준호, 금보미, 박준성, 손준영, 신채원, 홍세령, 김평호류남도소고춤보존회, 택견패 발광엔터테인먼트와 시민합창단인 일산여성합창단, 한가람남성함창단 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무대에 올라 역사적 순간의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공연의 총감독은 임진택 경기아트센터 이사장이 맡았다. 임 이사장은 “이번 드라마콘서트는 애국가 가사의 생성과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역사적 배경을 밝히는 데 중점을 뒀다”며 “나라사랑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애국찬가 드라마콘서트 동고동락’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돼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올해는 경기도 각 시군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문화 행사’ 중 하나로 고양과 안산에서 순회 공연을 펼친다. 전석 초대 공연이며,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관람 예약은 공식 누리집 게시판에 신청인 이름, 관람 인원을 남기면 된다.

사진에 담긴 사라진 동네들…수기사 ‘수원, 15년의 기록’전

동네 한 곳이 또 밀렸다. 마을을 지키던 나무와 쉼터가 되어주던 벤치도 사라졌다. 동고동락하던 이웃들은 흩어졌다. 벤치에 앉아 싹 틔운 누군가의 첫사랑도, 골목에서 뛰어놀던 누군가의 유년 추억도, 현재를 살아가는 그 누군가의 안식처도 함께 흩날렸다. 자리는 거대한 고층 아파트 숲이 메웠다. 수원은 광교신도시를 비롯해 고등동, 인계동, 매교동에는 새로 지은 아파트가 빽빽하다. 정자동, 연무동, 세류동, 지동, 매탄동 일부도 철거와 이주,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개발로 사라져 가는 수원의 동네와 주민의 모습을 기록해 선보이는 사진전이 열린다. ‘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이하 수기사)’는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아 ‘수원, 15년의 기록’전을 15일부터 20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들은 개발 됐거나 개발이 진행 중인 동네 위주로 고등동, 매교동, 인계동, 지동, 세류동, 정자동, 연무동, 매탄동(매탄주공), 행궁동, 서수원(고색동·당수동·호매실동)에서 이들이 찍은 사진 170여점을 선보인다. 강관모, 강현자, 고인재, 김미준, 김삼해, 남기성, 박종철, 서금석, 이병권, 이선주, 이연섭, 이장욱, 한정구, 홍채원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수원은 지난 15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수원특례시’로 이름이 바뀌었고, 외형도 많이 달라졌다. 오래된 마을이 있던 자리엔 아파트들이 하나씩 들어섰다. 개발과 발전, 미래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수기사는 세월의 흐름과 개발로 사라져가는 수원의 오래된 마을과 골목, 그곳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기록해 왔다. 다큐사진 그룹으로 매년 주제를 정해 사진을 찍고, 정기회원전을 열고 있다. 마을 사진전 외에도 ‘수원의 전통시장과 사람들’ ‘왔다理 갔다里 수원천’ ‘왕의 길- 정조대왕 원행을 보다’ ‘수원의 경계’ ‘수원화성, 사람들’ ‘골목길 탐방’ 등의 전시를 선보였다. 이들이 담은 마을 사진에선 ‘그 때’가 묻어난다. 내가 살던 집, 골목길, 동네 그리고 그곳 사람들. 지금은 찍을 수 없는 시·공간이 담겨있다. 단순히 낡고 빛바랜 동네 풍경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 기억, 추억, 흔적 등이어서 소중하고 의미가 크다. 변화와 미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인지, 동네에는 어떤 것들이 남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연섭 수기사 회장은 “수기사의 사진 작업은 삶의 기록이면서 마을 역사를 기록하는 의미있는 행위”라며 “이러한 기록이 쌓여 향후 수원시 사료 연구에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전통 한복 가치 알리는 데 앞장”…배성주 명인의 전통복식전 ‘진찬연’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에 참석했던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국가의 거사를 즐겼을까? 배성주 명인의 전통복식전 ‘진찬연’이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오는 1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정조의 친모이자 사도세자의 부인이었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수놓았던 다양한 복식문화를 고증하고 재현하는 자리다. 화성행궁 봉수당 앞에서 진행됐던 회갑진찬연은 당시 왕실 행사 중에선 가장 크고 화려한 규모였으며, 당대 궁중문화의 백미로 여겨진다. 특히 전시는 이 같은 행사에 녹아든 맥락을 살려 화성행궁 광장 맞은편의 전시공간에서 당대 전통 의복 문화를 음미하도록 했다. 관람객들을 위해 귀주머니 향낭과 괴불노리개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의 기회도 열려 있다. 전시장 중앙에는 혜경궁 홍씨가 입었던 청색 바탕의 적문을 수놓은 ‘적의’가 걸려있고, 벽면과 양 옆으로는 홍곤룡포, 녹원삼, 노의 등 잔치에 참석한 하객들, 장군과 문무백관들이 입었던 의복이 적절히 배치돼 있다. 관람객들은 옷 사이를 가로질러 가면서 당시 잔치에 모여든 이들이 어떤 격식과 예의를 차렸는지 둘러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서로 다른 버전의 철릭(조선시대 남성복 중 하나)도 만날 수 있다. 같은 철릭이어도 각 집안마다 주름이나 길이감 등 사소한 요소들이 전부 달랐다는 점이 흥미를 돋운다.  서울시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이수자로 20여 년간 침선(바느질)을 통해 전통 한복의 가치 계승을 위해 힘써온 배 명인은 복식의 재현을 위한 연구와 제작뿐 아니라 보자기와 같은 각종 소품, 자수 등 바느질에 관계된 모든 작업을 이어오면서 수원, 용인 등지의 지역민들과 만나왔다. 그는 공방을 찾는 고객들에게 맞춤형 한복을 제작해주는 디자이너이자 침선 기술을 오랜 기간 수련해온 장인, 창작품을 대중에게 알리는 예술가이다.  전통을 잃으면 뿌리째 흔들린다고 강조한 그는 전통한복문화를 알리는 데 있어 무엇이 전통이고 무엇이 전통이 아닌지 올바르게 인식하는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나는 유독 고집스럽다. 요새 한복에 새로운 트렌드를 입히는 모습에서 경계가 많이 희미해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보다는 전통을 고집하길 원한다”며 “외국인들은 한국의 한복이 생활, 퓨전한복이 전부인 줄 아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는 안타깝다. 무엇이 전통인지 확실히 알고 난 뒤 유행의 변화가 이어져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나”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전시 역시 그의 간절한 마음이 반영된 자리다. 배 명인은 “오래 전부터 행궁 근처에서 정조에 관한 전시를 꼭 하고 싶었다. 숙원이었다”며 “수원시민들과 전통한복의 미와 가치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전했다.

78주년 광복절 맞아… 화합과 평화 만드는 공연 ‘만끽’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광복의 의미를 기념하는 특별한 연주회들이 찾아 온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광복절 기념 특별음악회를 개최한다. 장윤성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가 단원들을 이끌고 김다혜 피아니스트가 협업하는 이번 무대에선 광복을 기념해 민족적 색채가 짙은 각국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인 베르디로 시작하여 노르웨이, 체코, 핀란드, 헝가리 등 저마다 고유한 민족의 모습과 정서로 그들의 조국을 그린다. 무대에선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서곡,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제2번 몰다우 등의 선율이 무대를 감싸며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생각하는 기회를 만든다.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중 1악장’ 무대를 통해서는 김다혜 피아니스트와 부천필이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바르톡의 ‘루마니아 무곡’, 코다이의 ‘갈란타 무곡’,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도 준비돼 있어 무대를 풍성하게 가꿔준다. 오는 24일엔 부천시립합창단과 인천시립합창단, 두 합창단이 힘을 합쳐 만드는 교류음악회 ‘아름다운 나라’가 오후 7시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선아 부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와 이보미 인천시립합창단 부지휘자가 각각 지휘봉을 잡는 이번 공연은 두 합창단이 화합과 교류의 무대를 통해 만들어내는 음악성을 관객들이 깊게 음미할 수 있다. 1부에서는 부천시립합창단이 선보이는 얀 샌드스트롬의 ‘대영광송’, 드보르작의 제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 중 ‘Largo (Arr. J. Rathbone)’에 이어 멘델스존의 ‘우리는 당신의 자비를 믿나이다’ 등의 곡들이 감성을 자극하는 단원들의 하모니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어 인천시립합창단은 요제프 스비데르의 ‘영광이 가득한 노래’와 브람스의 ‘그리운 나의 조국’, 테미히의 ‘찬가’를 통해 단원들의 음색의 개성과 결을 살린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한국적인 정서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2부에선 인천시립합창단이 먼저 무대에 오른다. 조혜영의 고려가요 ‘청산의 살어리랏다’와 ‘비목(碑木)(한명희 작사·장일남 곡·조혜영 편곡)’, ‘내나라 내겨레(김민기 작사·송창식 곡·조혜영 편곡)’로 관객들의 마음을 적실 예정이다. 부천시립합창단도 ‘청산을 보며(박종해 시·김준범 곡)’, 조혜영의 ‘옹헤야’, ‘아름다운 나라(채정은 작사·한태수 곡)’로 분위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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