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춤사위를 담아낸 엄효용의 ‘Auspicious Snow’

평범한 일상과 자연, 사물이 신비로 다가온 어느 순간을 프레임으로 특별하게 담아내는 엄효용 작가가 이번엔 겨울을 담았다. 엄효용 작가의 개인전 ‘Auspicious Snow’가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고공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눈을 주제로 한 신작과 그의 기존 작업 중에서 겨울나무 이미지들만 모아 엮었다.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길 기다리는 엄 작가는 마치 한 편의 교향곡에 맞춰진 듯한 눈의 춤사위를 보고,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펼쳐낸 눈을 모았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아름다운 눈송이들과 포근한 겨울나무 이미지들은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눈밭 위에 서 있거나 눈으로 덮인 겨울 나무들의 이미지는 따뜻함 그 자체다. 개인전에서 첫 선을 보이는 신작들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던 기존 작업 방식을 탈피해 사진기의 기본 기능만으로 사진을 찍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사진이 본래 가진 낭만은 엄 작가의 작품에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찰나의 순간에 포착된 눈송이들이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차가운 겨울의 눈을 가득 메운 전시장엔 훈기가 돌고 위로의 향연이 이어지는 듯 한 이유는 엄 작가의 사진에는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내포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시는 무료이며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 4일간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고공 갤러리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발적인 전위예술가’ 헤르만 니치를 조명하다 [전시리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전위 예술가 헤르만 니치의 후기작을 조명하는 개인전 ‘Gesamtkunstwerk : 총체예술’이 지난 5일부터 과천 K&L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38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태어나 지난해 타계한 헤르만 니치는 도발적인 행위 예술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물의 사체에서 모은 피를 사람에게 뿌려 몸을 적시거나 벽과 바닥에 흩뿌리고, 그 사체를 육체에 맞대는 등 기괴한 퍼포먼스로 화제의 중심에 있던 예술가였다. 그의 퍼포먼스는 과장된 몸짓이 동반되는 연극처럼 보이면서도 엄중한 종교 의식 같기도 하다. 이때 인간의 그로테스크한 면모나 원시적인 야만성이 표현되는데, 니치는 이를 두고 부정적인 고통의 영역 대신 지금 여기 우리가 존재한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축제’로 여겨왔다. K&L 미술관의 개관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후기에 제작된 작업물에 집중한다. 니치는 음악가 바그너에게 영감을 얻어 퍼포먼스와 페인팅을 비롯해 조각과 판화, 작곡과 연주 및 비디오아트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종합한 총체예술 작업들에 매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시의 제목 역시 그로부터 비롯됐다. 1층과 2층 전시장에선 색의 향연이 돋보이는 ‘Schüttbild’ 연작 8점과 해당 작품의 퍼포먼스 제작 영상, 타계 직전까지 그렸던 드로잉 작품 20점, 그의 예술관이 묻어나는 판화 20점 등을 만날 수 있다. 니치는 오감을 자극하는 행위의 연쇄를 통해 속박됐던 감각들을 자유롭게 해방하고자 했다. 그 때문인지 욕망과 수치심에 갇혔던 관객들의 내면을 자유롭게 일깨웠던 그의 지난날 작품들과 신화적인 요소와 상상의 무대가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후기 작품들 사이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에 접목한 대형 회화 연작 ‘Schüttbild’는 1천ℓ가 넘는 물감을 흩뿌리면서 여러 명의 퍼포머들과 함께 다채로운 액션을 곁들여 음악을 해석하는 작업이다. 피아노가 배치된 전시 공간 한가운데에선 퍼포먼스 제작기 영상도 재생되고 있다. 관람객들은 작업뿐 아니라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서 그가 어째서 매체를 융합하고, 표현법을 연구했는지 각자만의 답을 찾아간다. 2층에선 각종 드로잉과 판화 작품들이 맞이한다. 육체와 혈액, 생명과 죽음 등과 맞닿은 붉은색과 검정색을 수십년간 활용했던 니치는 1990년대부터 색의 사용 범위를 보라색, 노랑색, 녹색, 흰색 등으로 넓히면서 종교와 신화 요소를 곁들여 작품을 표현해냈다. 미술관을 찾은 40대 관람객은 “헤르만 니치가 가 젊었을 적 지속했던 원초적인 색상이 지배했던 세계, 육체가 마주하는 죽음과 고난의 순간들이 과연 2층의 작품들과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음미해볼 수 있어서 더욱 색달랐다”고 밝혔다. 김지예 K&L 미술관 큐레이터는 “통념에 도전하면서 새로운 예술 개념을 구축했던 헤르만 니치의 실험 정신, 바그너가 빚어낸 총체예술의 심오함과 혁신성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획”이라며 “향후 미술관을 시각,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30일까지.

경기민예총, 제22회 경기민족예술제 “안녕! 지구” 16~17일 펼쳐

(사)경기민예총은 대표 문화예술 축제인 ‘제22회 경기민족예술제’를 오는 16~17일 이틀 간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연다.  올해 예술제는 경기예술인들의 다양한 작품이 시민과 만날 뿐만 아니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태와 기후위기 등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사)경기민족굿연합의 전통예술인 60여명이 출연해 경기도의 맑은 샘물을 모아 기후위기 극복을 소원하는 개막공연 ‘경기샘굿’을 시작으로 음악, 뮤지컬, 전통춤, 현대무용, 마임 등 다양한 장르 11개팀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콘서트’가 양일간에 펼쳐진다. 청소년과 청년예술인들로 꾸려진 무대인 ‘청춘예찬’ 프로그램은 락킹댄스, 첼로공연, 국악공연, K-POP댄스, 청년버스킹이 축제 첫 날 밤을 수놓는다. 미술인들은 ‘미술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설치미술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야외 걸개그림전, 환경미술 체험부스를 운영한다. 문학인들은 ‘문학산책’을 통해 다양한 책수레놀이터, 책살롱 쉼터, 필사체험, 캘리그라피 체험, 디카시 공모 등 다양한 문학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양한 예술체험과 경기환경운동연합이 운영하는 생태체험 부스를 통해 가족단위의 참여와 즐길거리도 준비되며 이번 체험을 통해 생태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폐막공연은 17일 오후4시 발광엔터테인먼트의 민족무예 택견을 기반으로 한 공연을 시작으로 이등병의 편지의 작곡자 가수 김현성의 노래공연, 가수 손병휘가 이번 예술제를 위해 새로 만든 노래 ‘기후위기시계 23:56:41’이 이어진 후 경기민족굿연합과 참가자들이 모두 함께 꾸리는 대동놀이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예술제의 추진위원장을 맡은 이덕규 (사)경기민예총 이사장은 “이번 경기민족예술제는 기후위기 시대, 환경과 생명에 대한 깊은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에 배치하였다면서 부제인 ‘안녕, 지구!’라는 타이틀에 맞춤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렁일렁'대는 작가들의 내면, 자유롭게 탐색해볼까

작가들의 내면이 빚어낸 세계가 현실과 비현실, 기억과 상상 사이를 일렁대는 탐색 지대를 만들어낸다. 서지인, 신재연 작가의 초대 2인전 ‘일렁일렁’이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1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두 작가의 눈에 비친 세계가 어떤 방식과 소재로 표현되는지 음미할 수 있다. 서지인 작가는 이미지 사이를 거닐 듯 기억 속의 흐릿하고 뿌연 잔상을 캔버스로 소환해낸다. 매 순간 직관과 우연을 넘나드는 그의 작업 과정을 관람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지개산책’, ‘증식하는 풍경’ 등에 나타난 일상과 풍광들에는 현실에 존재할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들과 가상의 판타지 세계처럼 다가오는 요소들이 섞여 있다. 이에 따라 관람객들은 작가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인지, 작가의 상상 지대를 유영하는지 모호한 인상을 떠안은 채로 감상할 기회를 얻는다. 신재연 작가는 소재와 매체를 한정 짓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그가 회화뿐 아니라 설치 작품 등 다채로운 소통 방식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내면을 끄집어내 관람객과 나누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황홀경’ 시리즈도 그런 점이 엿보인다. 얼핏 봐서는 물가 근처의 꽃이 핀 어느 숲속의 풍경 같아도, 자세히 살피면 그렇지 않다. 물결이 흐르는 방향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고, 꽃도 거꾸로 솟아나 있으며, 물속에서 풀이 돋아나거나 물과 땅의 영역이 혼재된 상태다. 과연 이곳은 어디일까. 작가가 어떤 풍경을 포착한 뒤 그림을 그려냈을지, 작가의 마음이 어떨 때 이 그림을 그렸을지 다양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돋운다. 전시 공간을 채우는 각각의 소우주들은 실제 작가들이 봤던 풍경일 수도, 상상 속의 장소일 수도, 기억과 이미지가 뒤섞인 모호한 장면일 수도 있다는 점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들이 관람객과 공유하려는 세계는 때로는 캔버스 위에 머무르기도 하면서, 어떨 때는 프린팅된 천과 도자기로 분화되는 등 매체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 이태희 전시기획자는 “내면 속 기억과 감정을 어떻게 세상으로 내비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두 작가의 작품 사이 접점을 찾아낼 수 있다”며 “빛의 감각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실재와 허상, 현실과 비현실의 간극을 어떻게 오가고 있는지 탐구하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장애 딛고 화합의 무대 만끽”…제20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합창대회

제20회 경기도 시·군 대항 장애인합창대회가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성료했다. ㈔경기도장애인복지회의 주최로 열린 이번 합창대회는 지난 2001년 시작된 이후로 팬데믹 기간 잠시 중단됐다가 지난해부터 재개되면서 올해로 20회째를 맞았다. 이날 행사엔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박상현·홍원길 경기도의원, 이세항 경기도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 신동진 경기도농아인협회장, 이영재 경기도장애인재활협회장, 정태곤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장, 김순화 한국장애인부모회 경기도지회장, 박선자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장, 이완모 경기도교통장애인경기협회장, 김성의 내일을 여는 멋진여성 경기협회장, 왕희자 한국SGI무궁화봉사단장 등 내빈이 참석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1부 기념식에 이어 열린 2부 합창대회에선 군포, 안산, 과천, 광명, 안양, 의왕, 광주, 수원, 양주, 구리, 이천, 성남, 오산, 파주, 하남, 여주, 부천 등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산하 각 시지부 소속의 장애인합창단 17팀이 아름다운 하모니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공연 이후 진행된 시상식에선 ‘아리랑’을 멋지게 소화한 의왕시장애인합창단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에는 하남시장애인합창단, 우수상은 수원시장애인합창단에 돌아갔다. 이어 금상 1팀, 은상 2팀, 동상 4팀, 장려상 7팀 등 참가한 합창단이 모두 수상해 결과와 상관 없는 화합의 무대가 펼쳐졌다. 최봉선 ㈔경기도장애인복지회장은 “이번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몸 사이 경계를 허무는 교류를 통해 기쁨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했다”며 “오늘 선보인 멋진 공연이 이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사랑과 감동으로 빚어낸 아름다운 삶의 무대로 스며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작가와 관객이 함께 채우는 시공간…‘2023 아워세트 : 레벨나인×손동현’ [전시리뷰]

따분한 미술관에서 창작자와 수용자가 함께 만드는 시공간이 피어날 수 있을까? ‘2023 아워세트 : 레벨나인×손동현’전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 5일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은 동양화로 과거에서 현재를 끌어와 동시대성을 다루는 손동현 작가와 현재에서 미래를 넘나드는 창작그룹 ‘레벨나인(Rebel9)’의 인터렉티브 작품들을 겹쳐놓을 때 생겨나는 시간선에 주목했다. 장르도, 영역도, 표현 방식도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작가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바로 창작이든 감상이든 예술을 대하는 데 있어 수용자의 자세가 우선시된다는 점이다. 손동현 작가는 동양화의 전통을 동시대의 관점으로 뜯어보는 작업을 통해 동양화를 대하는 수용자로서도 역시 능동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디지털 정보와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레벨나인의 작업 역시 자신들의 창작물이 어떻게 수용자와 연결되는지 고민해왔다. 그들의 작품은 수용자 없이는 의미를 획득하기 어렵다. 이에 관람객들은 이들이 마련한 체험의 장을 거닐며 작품을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전시를 완성하는 주체가 된다. 손동현 작가와 레벨나인의 협업으로 탄생한 ‘라이트하우스-우리가 묻는 대로’를 통해 관람객은 AI와 문답을 주고받는 항해자로서 손 작가의 작품세계를 유영할 수 있다. 질문을 입력하면 미리 정보를 학습한 AI가 몇 가지 형태의 답변을 제시하고, 관람객의 선택에 따라 감상의 방향이 결정된다. 또 다른 협업 작품 ‘만화경’ 역시 수용 주체의 선택이 작품의 빈틈을 메꾼다. 패널에서 원하는 작품을 고른 뒤 패턴 등 세부 설정을 선택하면 벽면에서 관람객이 설정한 대로 디지털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창작자와 수용자가 전시장을 교류의 장으로 가꿔내는 셈이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영감의 원천 삼는 레벨나인은 뮤지엄의 아카이브를 해석하고 재구성하고 수용방식을 조정했다. 이어서 만나는 ‘정보의 미술관, 미술관의 정보’는 경험에 참여하는 주체가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는 길을 비추는 조력자가 된다. 작가는 똑같은 아카이브 자료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얼마든지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집중했다.  눈길을 돌리면 손동현 작가의 ‘박달나무 동산’이 관람자를 압도한다. 수원지역을 비롯한 경기도와 전국 팔도가 자리한 단원 김홍도의 산수화들이 작가를 통해 해체되고 재조합되면서 지금 이 시점에 관람객과 공유하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변모했다. 그는 김홍도의 화법을 비슷하게 흉내내기도 하고, 그가 하지 않았을 법한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손 작가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그림에 투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채로운 시점을 여러 폭의 그림에 뒤섞어 놓는 시도 자체가 곧 우리가 어디서든 정보의 분열을 경험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벨나인의 신작 ‘매직카펫라이드’ 역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로 빚어낸 또 다른 세상이다. 수원의 한 상점이라고 설정된 가상세계 속에서, 장비를 착용한 관람객들이 체험하는 모습이 전시장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송출되면서 현실과 가상이 연결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여진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입을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작품 감상의 스펙트럼이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어디까지 확장되는지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7일까지.

우리 대표 ‘과학문화재’를 실감나는 영상으로…실학박물관, ‘조선의 하늘과 땅’ 선봬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첨성대, 앙부일구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문화재를 실감콘텐츠 영상으로 선보인다. 실학박물관은 오는 12일부터 실감콘텐츠 체험전 ‘조선의 하늘과 땅’을 연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국보인 ‘천상열차분야지도’와 ‘혼천시계’를 비롯해 보물 ‘혼개통헌의’와 ‘곤여만국전도’ 등 다양한 과학문화재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표현한다. 또 360도 원형의 대형 LED스크린에서 파노라마처럼 상영되는 ‘1787: 스페이스 오디세이’ 영상은 관람객에게 마치 우주여행을 하는 것 같은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어 불사약을 만드는 달토끼부터 우주를 향한 꿈과 희망을 담은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위대한 과학 발전의 발자취가 실감 영상으로 공개된다. 이 영상에는 앙부일구를 비롯한 조선 세종 대의 과학문화와 실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혼개통헌의’를 비롯한 실학시대 과학문화재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이외에도 국보 혼천시계를 증강현실로 만날 수 있는 ‘AR-혼천시계’와 디지털 퍼즐게임을 즐기며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을 배우는 미디어테이블 ‘내 손안의 곤여만국전도’ 등 체험 콘텐츠를 선보인다. ‘AR-혼천시계’는 박물관에 전시된 혼천시계의 형태와 세부구조를 참고해 3D 데이터로 제작했으며, 전시장에 설치된 태블릿을 통해 실제 유물 위에 증강된 혼천시계를 감상할 수 있다. 혼천시계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알려주며, 속도감 있는 동작과 십이간지 캐릭터, 혼천의 주변에 펼쳐지는 우주 등 연출효과로 재미를 더했다. 특히 ‘내 손안의 곤여만국전도’는 곤여만국전도를 3가지 체험활동으로 재구성한 미디어 콘텐츠다. 곤여만국전도에 숨겨진 재미있는 사실을 알아보는 ‘곤여만국전도 알아보기’, 곤여만국전도에 그려진 대륙과 동물 퍼즐을 맞추며 즐기는 ‘곤여만국전도 퍼즐’, 마지막으로 곤여만국전도를 지구본에 입혀 입체감 있게 만든 ‘빙글빙글 곤여만국전도’ 등이 있다. 입체 지구모형을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움직이는 동물과 배를 감상하거나, 현재의 지도와 고지도를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정성희 실학박물관장은 “조선시대는 최신 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 천문학에 큰 발전이 있었던 시대”라며 “우리나라의 우수한 과학문화재를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실감콘텐츠 전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미술관 실감콘텐츠 제작 및 활용 사업에 선정돼 조성한 것으로, 실학박물관 제3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선한 상상력 불러 일으키는 현대미술 작가 4명의 이야기…‘Dear my Dreamer’

신선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현대미술 작가 4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일상 속 사물에 대한 작가의 재치있는 접근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작품에 마그네틱을 붙이는 등 각종 체험 활동도 가능케 해 오감만족의 전시를 즐길 수 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박형진 등 현대미술 작가 4명의 작품 20여점을 모은 ‘Dear my dreamer’ 전시를 오는 11월30일까지 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노혜영 작가 작품들이 싱그러운 색감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노 작가는 어린 시절 뛰놀던 ‘숲’을 소재로 해 열기구, 집, 비행기, 자동차 등 자신의 꿈을 담은 형상을 곳곳에 뿌려놓았다. 어린 시절 숲에서 마음껏 뛰놀았던 추억들이 행복한 기억으로 새겨진 노 작가는 숲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한다. 초록, 파랑, 분홍 등 다양한 색감의 숲이 마치 푹신푹신하고 포근한 솜사탕 같은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동심에 젖어들게 한다. 박형진 작가의 작품 세계는 가상의 이미지가 실체를 덮어버리는 ‘시물라시옹’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렌티큘러’라는 재료를 이용해 보는 방향에 따라 2개의 작품이 보여지는데, 작가는 이 같은 입체적인 효과를 줌으로써 평면의 회화를 가상의 공간까지 확장시킨다. 특히 작품마다 나비와 물고기를 등장시켜 자유롭게 움직이는 듯 하지만 욕망 세계에 묶어 놨는데, 이를 통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영혼을 보여주려 했다. 남지은 작가의 풍경화는 익숙한 소재를 비현실적으로 배치했다. 작품들은 창문을 통해 정원을 바라보는 듯 편안한 인상을 주지만, 지그시 응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낯설어진다. 남 작가는 창문을 질서 있게 배치하는 등 대칭적 구조를 넣어 시각적 안정감을 주면서도 활엽수와 침엽수를 같이 그려넣거나, 낮과 밤을 공존하게 해 비현실적인 감정을 증폭시켰다. 관람객의 기대 심리를 벗어나게 하는 작가의 트릭을 찾아내는 것이 작품 감상의 또 다른 포인트다. 이재윤 작가는 음식에 생명력이 있다고 가정해 이를 자르고 해체하는 인간을 파괴자로 표현했다. 다만 이 같은 무시무시한 내용과는 다르게 작품에 원색을 사용하고, 만화적인 기법을 차용해 시각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띈다. 이 작가는 인간은 죽음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겁고 진중하지만 머나먼 타인의 죽음은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관찰자 시점으로 대하는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에 마그네틱을 붙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보는 ‘체험존’, 작품을 형상화한 형태의 ‘포토존’ 등으로 구성돼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친화형 기획전시로 마련됐다. 화성시문화재단 관계자는 “각종 체험 이벤트를 통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작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작가의 시선과 창의로움이 공존하는 오감만족의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 영선갤러리…전시·작가와의 만남·미술특강 ‘풍성’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 수원 영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영선갤러리는 지난 1일부터 30일까지 만날 수 있는 김강미·김지현 작가 초대전 ‘한지이야기’전을 진행 중이다.  김강미 작가는 분청자기, 청화백자뿐 아니라 서가를 소재로 하는 한국화 작업과 한지 콜라주로 전시장을 채웠다. 김지현 작가는 도자기와 자연물이 함께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포착해낸 뒤 화폭에 옮겨 놓은 민화를 선보인다. 9일 오후 3시부터 갤러리에서는 전시에 따른 작가와의 만남 및 미술특강 섹션이 마련된다. 전시에 참여한 두 작가의 관점과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통해 관람객들이 그들의 작품세계에 훨씬 깊게 몰입할 수 있다.  김형진 영선갤러리 대표(국제사이버대 교수)는 ‘김형진 교수의 그림 이야기’를 통해 국내 미술시장과 미술작품 컬렉션의 현황과 방향을 짚어내는 강의를 선보인다. 김 대표의 특강은 현학적인 용어나 깊이 있는 전공 지식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는 미술계 입문자들이 어렵지 않게 업계 상황을 이해하고, 미술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문턱을 최대한 낮추는 데 집중하면서 이해를 도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승철 동덕여대 교수의 ‘유럽순회전 이야기’ 역시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동덕여대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이 교수는 직접 한지를 만들고 한국의 색과 선이 자아내는 매력을 널리 알려온 작가인 만큼, 업계에 종사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방문객들과 나눈다. 김형진 영선갤러리 대표는 “영선갤러리는 작품을 전시할 뿐만 아니라 미술 특강을 통해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미술 문화를 만끽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미술, 광교홍재도서관 ‘홍재고찰’展

가까운 도서관에서 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수원 광교홍재도서관은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홍재고찰(弘齋考察) : 책·빛·소리’ 전시를 오는 10월 29일까지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 향유기회 확대와 국내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기획됐다.  지난 5일부터 공개된 전시에선 설치미술, 사진,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3명이 현재의 눈과 감각으로 책과 지혜를 재해석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강애란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 ‘지혜의 타워링’, 임수식 작가가 우리시대 문인들의 책장을 사진으로 찍고 엮어 완성한 ‘책가도’ 시리즈, 차세대 미디어아티스트로 주목받는 서동주 작가의 ‘천 개의 수평선’(현대자동차그룹 VH어워드 수상작)이다.   22일에는 서동주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돼 있으며 도슨트와 함께 하는 일정도 총 12회 진행된다.  이명옥 광교홍재도서관팀장은 “전시를 통해 광교홍재도서관을 찾는 많은 시민들이 작가들의 특별한 시선으로 탄생한 작품을 보면서 가까운 일상 속에서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면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공도서관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무료로 특별한 전시회를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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