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수급인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 도급인의 저당권설정행위와 사해행위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를 사해행위라고 하는바(민법 제406조), 수인의 채권자 중 특정 채권자에게만 채무자의 유일한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의 수급인은 보수에 관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그 부동산을 목적으로 한 저당권의 설정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러한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해 주는 행위도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된다. 판례에 의하면, 민법 제666조는 부동산공사에서 목적물이 보통 수급인의 자재와 노력으로 완성되는 점을 감안해 목적물의 소유권이 원시적으로 도급인에게 귀속되는 경우 수급인에게 저당권설정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수급인이 사실상 목적물로부터 공사대금을 우선적으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취지가 있고, 이러한 수급인의 지위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지위보다 더 강화되는 것은 아니어서 도급인의 일반 채권자들에게 부당하게 불리해지는 것도 아닌 점 등에 비춰, 신축건물 도급인이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 행사에 따라 공사대금채무의 담보로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함께 이전되는지 여부도 이와 관련하여 문제가 된다. 최근 판례는,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은 공사대금채권에 부수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저당권설정청구권은 함께 양도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공사대금채권이 양도되는 경우 저당권설정청구권도 이에 수반해 함께 이전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저당권설정청구권이 공사대금채권을 전제로 인정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이는 별개의 권리로서 수급인의 특별한 사정을 감안해 인정된 권리이고, 수반 이전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로 결정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공사대금채권과 함께 양도되지 않는 이상 저당권설정청구권은 소멸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아무튼, 최근 판례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되면, 신축건물 수급인으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양수받은 자의 저당권설정청구에 의하여 도급인이 저당권을 설정하는 행위 역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에 해당되지 않게 된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원칙적으로 10년의 임대기간 보장된다

상가건물 임차인인 A가 상가건물 계약기간을 2016. 8. 31.부터 2019. 8. 31.까지 3년간으로 하여 임차하였다. A가 계약기간이 만료된 2019. 8. 31.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몇 년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까? 개정 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라 함) 제10조 제2항은, 임차인이 계약을 갱신할 경우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계약갱신기간을 포함하여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서만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A는 원래의 계약기간이 3년이었기 때문에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2년 더 계약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갱신요구를 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상가임대차법이 2018. 10. 16. 개정시행되었는데(현행 상가임대차법이라 함), 원래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이던 것을 10년으로 연장하였다(제10조 제2항). 현행 상가임대차법은 몇 가지가 개정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전체 임대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 점인데 획기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행 상가임대차법(제10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A는 임대차기간 만료일인 2019. 8. 31.로부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최장 7년을 연장하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 요구에 따라야 한다. 심지어 원래 임대차기간이 1년이었는데 9년간을 연장하는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임대인이 당초에 예상하지 않는 결과이지만 현행 상가임대차법의 문리적 해석이나 대법원판례(2017더9657판결)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상가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으려면 현행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의 사유가 없어야 한다. 즉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차인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전대하거나 건물을 파손한 경우 등의 사유가 없어야 한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중도금 지급기일 전 중도금 지급의 효력

갑(매도인)과 을(매수인)은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지급일을 2018. 5. 1.로, 중도금 지급일을 2018. 5. 20.로, 잔금 지급일을 2018. 5. 30.로 약정하였다. 그런데 매매계약 체결 이후 위 부동산의 시세가 급등하였고, 이에 갑은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을이 갑에게 지급한 계약금의 배액을 을에게 지급하고 위 매매계약을 해제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을은 위 매매계약상의 중도금 지급일인 2018. 5. 20. 이전인 2018. 5. 10. 중도금을 갑의 계좌에 입금하고, 위 중도금 지급사실을 갑에게 통지하였다. 계약금의 지급이 이루어진 경우,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65조 제1항). 이때 이행의 착수 시기는 중도금의 지급, 목적물의 인도와 같이 채무이행행위의 일부를 하거나 이행에 필요한 전제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 사안과 같이 갑과 을 사이의 매매계약상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중도금의 지급이 이루어진 경우, 이를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 해약금에 의한 매매계약의 해제가 불가능해지는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과연 갑은 을이 중도금 지급일 이전에 중도금을 지급한 행위의 효력을 부정하면서 을에게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민법 제565조가 해제권 행사의 시기를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로 제한한 것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미 이행에 착수한 때에는 그 당사자는 그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하였을 것이고, 또 그 당사자는 계약이 이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만일 이러한 단계에서 상대방으로부터 계약이 해제된다면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고자 함에 있고, 이행기의 약정이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가 채무의 이행기 전에는 착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특약을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행기 전에 이행에 착수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4다11599 판결 참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 사이에 이행기의 약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이행기 전에 중도금을 지급하여도 그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므로, 위 사안의 경우 갑은 을과 사이의 매매계약에 대하여 해약금에 의한 해제를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의 시가변동이 큰 시기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매매계약 당사자들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중도금의 지급은 반드시 약정된 중도금 지급일에 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는 내용의 특약을 하는 등 매매계약을 보다 명확하게 체결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동물학대 처벌

부부싸움 중 아파트 7층에서 반려동물을 던져 죽게 했다 등 끔찍한 동물학대 뉴스는 자주 접하는 소식이 되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 이면에 사람에게 학대당하여 죽어가는 동물들이 있다. 동물보호법 제8조는 동물학대를 금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행위유형을 정하고 있다. 동물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노상 등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하는 행위, 동물에게 도구, 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으로 신체를 손상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거나 체액을 채취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나 재산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죽게 하거나 상해 등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 최소한의 사육 공간도 제공하지 않아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 유기유실동물 등을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유기유실동물인 것을 알면서도 알선구매하는 행위 등이다. 특히, 다른 동물과 싸우게 하거나(소싸움 제외), 동물에게 음식이나 물을 강제로 먹여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는 행위, 판매하거나 죽일 목적으로 유기유실동물을 포획하는 행위 등은 동물학대 처벌 강화의 차원에서 2018년 3월 22일부터 신설 또는 추가되어 적용되는 금지행위이다. 이러한 동물보호법을 위반하여 동물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한편, 위 학대행위를 촬영한 사진 또는 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거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 영리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를 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동물학대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며, 법인사업자 또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체에 고용된 직원 등이 동물학대를 할 경우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함께 처벌받게 된다. 유럽 국가들은 동물학대가 생명경시로 인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정하고 엄격하게 처벌하며, 동물의 법적지위를 보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동물을 재물(물건)로 보고, 동물을 타인이 학대했을 경우 재물손괴죄로 처벌하고 있을 뿐이다. 동물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은, 동물이 엄연히 고통을 느끼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 등 관련 규정이 강화되길 기대한다. 송윤정 변호사

[법률 플러스] 유류분반환청구소송서 자신의 기여분 주장할 수 있는지…

부모가 사망하기 전에 일부 자녀에게 재산 전부를 증여하는 경우 이론상 상속재산이 없게 되므로 나머지 자녀는 부모의 재산을 전혀 물려받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나머지 자녀는 재산을 증여받은 일부 자녀를 상대로 자신이 본래 받을 수 있었던 상속분의 2분의 1 만큼을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이를 유류분반환청구라고 한다. 그런데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재산을 증여받은 일부 자녀가 부모가 사망하기 전까지 상당한 기간 부모를 모시며 간병을 하였고, 평소 부모의 재산 전부를 관리하여 부모 재산의 유지 또는 증식에 기여한 사실 등을 주장하며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있을까? 그러나 민법 제1008조의2에 규정된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의 전제 문제로서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서, 상속인들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하기 위하여 피상속인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유류분과는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상속재산분할 사건은 민사 사건이 아니라 가사 사건으로서 가정법원의 관할이며, 기여분 역시 협의가 되지 아니한 경우 기여자의 청구에 의하여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하여 기여분을 정한다. 이에 반면, 유류분 사건의 경우 가사 사건이 아니라 민사 사건으로서 민사법원의 관할이기 때문에 기여분을 포함한 상속재산분할 사건과의 병합심리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기여분을 포함한 상속재산분할 사건과 유류분 사건은 논리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없으며, 실제 민법 제1118조는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의 규정은 유류분에 이를 준용한다.고 규정하여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사람이 있을지라도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지 않은 이상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 자신의 기여분을 주장할 수 없으며, 설령 공동상속인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기여분이 결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유류분을 산정함에 있어 기여분을 공제할 수 없고, 기여분으로 인하여 유류분에 부족이 생겼다고 하여 기여분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도 없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0753 판결 참조).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형사 사건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 유의해야

A씨는 최근 형사 재판을 받아 1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결론이나 양형을 납득할 수 없었다. 이 경우 A씨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항소이다. 항소는 우선 판결 선고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항소장을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다음으로 중요한 절차가 남아 있다. 즉 1심의 소송기록을 송부받은 항소 법원은 A씨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게 되는데, 이를 통지받은 A씨는 20일 이내에 자신이 항소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은 서면(항소이유서)을 제출하여야 한다. 만일 항소이유서를 위 기간 내에 적어 내지 않으면, 그 자체로 A씨의 항소는 기각된다. 이 점 주의를 요한다. A씨에 대한 통지 전에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는 경우에는 A씨뿐만 아니라 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여야 한다. 변호인은 자신이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A씨에 대하여 통지가 이루어진 후에 사선변호인을 선임한 경우라면, 법원은 그 변호인에게 따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않는다. 변호인은 A씨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경우는 다르다. 즉, 형사소송규칙은 법원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한 경우에는 당해 국선변호인에게 따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도록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미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놓친 경우에도 국선변호인이 선정되는 경우에는 그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는 것이다.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어 있는 사건이라도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한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이는 치명적이다. 다만, 대법원은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이 모두 법정기간 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국선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데 대하여 피고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특별히 밝혀지지 않는 한, 항소법원은 종전 국선변호인의 선정을 취소하고 새로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함으로써 새로운 국선변호인이 피고인을 위하여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원이 피고인과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였다면, 이후 피고인이 사선변호인을 선임해 국선변호인 선정 결정이 취소된 경우에도, 법원이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에게 다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할 필요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새로 선임된 사선변호인은 피고인과 종전의 국선변호인이 접수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 부분도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해고예고 수당의 성격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한다)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를 하여야 하고, 30일 전에 예고를 하지 아니하였을 때에는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천재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A회사가 근로자인 B를 징계해고한 뒤, 바로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였으나, 노동위원회에서 위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정을 하자, A회사는 B를 복직시키고, 해고 시부터 복직 시까지의 임금을 지급한 뒤, 다시 B에게 이미 지급한 해고예고수당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와 유사한 소송들이 자주 제기되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자 최근 대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른 해고예고수당은 해고가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지급되어야 하는 돈이고, 그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효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지급받을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26조가 해고가 유효한 경우에만 해고예고 의무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해고예고제도는 근로자로 하여금 해고에 대비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주려는 것으로, 해고의 효력 자체와는 관계가 없는 제도이며, 해고가 무효인 경우에도 해고가 유효한 경우에 비해 해고예고제도를 통해 근로자에게 위와 같은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보장할 필요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해고예고를 하지 않고 해고예고수당도 지급하지 않은 경우, 그 후 해고가 무효로 판정되어 근로자가 복직을 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받더라도 그것만으로는 해고예고제도를 통하여 해고 과정에서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해고예고제도의 입법 목적이 충분히 달성된다고 보기 어렵다. 해고예고 여부나 해고예고수당 지급 여부가 해고의 사법상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고예고제도 자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결국 해고예고수당은 근로기준법 제26조에 정한 해고예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 해고가 적법한지나 유효한지와 관계없이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돈이므로, 위와 같이 해고가 무효로 되더라도,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법률상 원인 없이 지급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 반환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사잘못으로 인한 누수피해는 누구 책임인가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책임을 불법행위책임이라고 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책임을 임대인의 임차목적물 사용제공의무라고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A소유의 빌딩 중 10층 사무실의 인테리어 공사하던 인테리어 업체 을이 실수로 스프링클러를 잘못 건드려, 아래층인 9층의 변호사 갑의 사무실 천장으로 많은 물이 흘러내렸다. 이로 인하여 변호사 갑은 사무실 공간의 벽지 등이 손상되고, 소송기록, 계약서류, 책자, 비품, 의류 등이 물에 젖는 등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고, 또한 누수사고로 인하여 사무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기간에도 1억 2천여 만원의 월차임을 지급하는 손해를 입었다. 갑은 공사를 잘못한 인테리어 업체 을과 임대인 A를 상대로 자신이 입은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하였다. 우선 누수사고와 관련한 직접손해 부분은 인테리어업체 을에게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인테리어 업체 을은 소속 근로자가 작업 중 스프링쿨러를 잘못 건드려 누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갑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을에게 민법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반면 임대인 A는 누수사고 및 손해발생에 관한 귀책사유가 없어 누수사고로 인한 직접손해 부분을 연대해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임대인 A에게는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누수사고로 인해 갑이 임차목적물인 사무실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임대인 A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임대인의 책임없는 사유로 발생한 피해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임차목적물에 대한 이행의 제공이 불완전했다며 채무자 위험부담의 법리와 공평의 원칙에 따라 월차임의 일부는 임대인인 A가 배상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민법 제623조에 의한 임대인의 임차목적물 사용제공의무는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착오 송금

착오로 다른 사람의 예금계좌에 잘못 송금하였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우선 잘못 송금된 은행을 통하여 수취인과 연락이 닿아, 위 수취인이 잘못 송금된 금원을 송금의뢰인에게 돌려주는 것에 동의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수취인이 연락이 되지 않거나, 임의로 반환하여주지 않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위 예금계좌를 가압류하고, 수취인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수취인에게 자력이 있는 상황이라면 민사소송을 통하여 잘못 송금한 금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수취인이 자력이 없는 사람이고, 위 예금계좌에 제3자의 압류나 가압류 집행이 되어 있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수취인이 잘못 송금된 금원을 돌려주고자 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제3자의 압류나 가압류 집행의 효력으로 인하여 은행은 위 금원을 함부로 돌려줄 수가 없다. 대법원은 수취인과 은행 사이의 예금계약의 성립 여부를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의하여 좌우되도록 한다고 별도로 약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에는, 송금의뢰인이 수취인의 예금구좌에 계좌이체를 한 때에는,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에는 계좌이체금액 상당의 예금계약이 성립하고,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1239 판결)는 입장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은 위 계좌의 압류권자나 가압류권자에게 자신의 권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압류나 가압류 집행이 되어 있는 다른 사람의 계좌에 잘못 송금한 경우에는, 위 예금계좌를 가압류하고, 수취인을 상대로 하여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하여 집행권원을 얻은 후, 다른 압류권자, 가압류권자와 안분하여 배당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착오송금은 잘못 송금된 금원을 회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위 금원을 모두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으므로, 송금 전에 송금계좌 및 계좌명의인을 꼼꼼하게 확인하여 위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참고로 정부는 착오송금된 채권(대상: 착오 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 5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송금액)을 착오송금액의 80% 가액으로 예금보험공사가 매입하는 형태로 먼저 송금인에게 돌려주고, 그 후에 예금보험공사가 수취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착오송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를 내년 상반기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모욕죄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보호법익은 다 같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이른바 외부적 명예인 점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다만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구체적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침해하는 것을 요하나, 모욕은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을 요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표현이 아닌 다소 무례한 방법으로 표시된 경우에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언쟁 중에 “야, 이따위로 할래.”, “나이 처먹은 게 무슨 자랑이냐”, “부모가 그런 식이니 자식도 그런 것이다”는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하고 저속한 표현이지만, 모욕은 아니라고 보았다. 하급심 법원에서는 “불쌍하다”, “한심하다”는 표현에 대해서, ‘불쌍하다’는 처지가 가엽고 애처롭다는 뜻, ‘한심하다’는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가엾고 딱하거나 기막히다는 뜻에 불과하여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설사 모욕적 언사로 평가되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살펴보아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 법원은 대학교 공용게시판에 피해자에 대하여 “막무가내로 학교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 “추태를 부렸다”라고 언급한 사안에서, 모욕적 언사로 보면서도 피고인이 글을 올리게 된 동기와 게시판의 사용목적 및 접근의 제한성, 모욕적 표현이 전체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수준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이 게시판에 의견을 표현함에 있어 자신의 판단과 의견의 타당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여, 형법 제20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보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모욕죄는 친고죄로,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모욕죄의 경우 과거 사법시스템을 이용할 자력이 있는 기득권층이 자신에 대한 적대적 감정·견해를 가진 사람의 의사표명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점, 명예감정의 손상 기준도 모호한 점,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하는 점 등을 이유로 폐지의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여 모욕죄 성립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폐지되어야 할 죄명이라고 본다.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맨홀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도로상에는 각종 맨홀이 설치되어 있다. 용도에 따라 상수도맨홀, 하수도맨홀, 체신맨홀, 통신맨홀 등이 있고, 그 설치 및 관리주체도 동일하지 않다. 도로상 맨홀이 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된 경우 어떠한 하자가 있는 것이고, 그로 인한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것인가. 민법 제758조 제1항에는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는 도로·하천 등 공공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상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규정되어 있다. 맨홀 자체도 공작물이고, 맨홀의 점유는 통상 그 용도에 따라 이를 설치한 설치주체가 하고 있다고 봄이 상당한바, 결국 그 소유자가 점유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상·하수도맨홀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체신맨홀은 국가가, 통신맨홀은 통신회사가 각 점유 및 소유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맨홀의 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되어 있다면 이는 맨홀의 보존상 하자가 있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 하자가 인정될 경우 맨홀의 점유 및 소유주체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한편, 도로는 공공의 영조물인바, 그 설치 및 관리 주체가 국가, 지자체 또는 민간회사 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맨홀은 도로의 일부를 점유하여 설치되므로, 맨홀 자체에 보존상 하자가 있다면, 이는 해당 부분 도로 자체에 그 관리상 하자가 있는 경우로도 될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 맨홀의 점유 및 소유 주체에 대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도로의 관리주체에 대하여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자가 다를 경우 그들 사이의 관계는 부진정연대채무관계라고 보여진다. 도로의 설치 또는 관리·보존상의 하자는 도로의 위치, 구조, 교통량, 교통 사정 등 이용 상황과 본래의 이용 목적 등 제반 사정과 물적결함의 위치, 형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바, 최근 하급심 판결에 의하면, 야간에 자전거로 도로를 지나가다 도로 갓길의 뚜껑 없는 맨홀에 빠져 상해를 입은 경우, 도로 갓길은 원칙적으로 자전거가 다니는 부분은 아니나, 야간이나 차량이 옆으로 지나는 경우 등에는 자전거가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서 이탈하여 갓길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위와 같은 맨홀 상태는 도로의 관리·보존상의 하자라고 하여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를 인용하였다.임한흠 변호사

[법률 플러스] 부동산 이중매매에 따른 배임죄 성립 여부

형법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고 있다(형법 제355조 제2항).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그에 대한 전제로 우선 임무 위배자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부동산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기 이전에 제3자에게 부동산을 다시 매도하는,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특히 매도인이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반면,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대법원은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나, 중도금이 지급된 단계에서는 그때부터 매도인은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되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경우,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부동산 매매계약에 있어서 매도인의 소유권이전의무는 매매계약에 따른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며, 채무의 이행이 타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측면을 겸비하는 경우 채무자의 배신적 행위는 배임죄를 구성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현행 형사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채무불이행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다는 취지로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다. 참고로, 대법원은 ‘동산 이중매매’에 있어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않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조건과 기한의 구별에 관하여

우리는 계약 등 법률행위를 하면서 조건이나 기한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법률행위에 붙이는 이러한 조건이나 기한을 전체적으로 부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법률행위에 어떠한 부관이 붙어 있을 때 조건과 기한을 구분하는 것이 반드시 쉽지만은 않다. 조건은 법률행위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하는 법률행위의 부관이다.반면 장래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장래 반드시 실현되는 사실이면 실현되는 시기가 비록 확정되지 않더라도 이는 기한으로 보아야 한다. 통상 계약 등에 있어서 기한은 날짜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날짜로써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현되는 장래의 사실 자체를 규정해 놓은 경우에도 성격에 따라 기한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날짜로 지정하지 아니한 기한은 외관상 조건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구분이 특히 문제 되는 것이다.판례에 의하면, 법률행위에 붙은 부관이 조건인지 기한인지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해서 이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다. 법률행위의 해석을 통하여,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이를 조건으로 보아야 하고, 부관에 표시된 사실이 발생한 때에는 물론이고 반대로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때에도 그 채무를 이행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표시된 사실의 발생 여부가 확정되는 것을 불확정기한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위와 같이 기한으로 보는 경우에는 그 장래의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확정된 경우에도 채무를 이행하여야 하는 것이다.판례에 나타난 사안을 간략화하여 살펴보자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대금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피고는 이를 다투며 반소를 제기하였는데, 소송 진행 중 “원고가 제3자(피고가 책임을 져야 할 주체라고 주장하는 제3자)로부터 대금을 직접 지급받으면,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하고, 각자 소를 취하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위 합의사항의 이행은 원고가 위 제3자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은 후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에, ‘원고가 위 제3자로부터 돈을 모두 지급받는다’는 부관은 장래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로서 조건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한다.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모(母)의 친생자와 다른 이부(異父)친생자 간의 상속관계

어머니 A씨는 첫 번째 남편사이에 甲을 낳고, 이혼한 후 다른 남자와 사이에 4명의 자녀들(乙)을 출산하였는데, 그 4명은 다른 남자의 본부인인 B씨의 친생자로 출생신고하였다. 호적상으로는 甲만이 어머니 A씨의 친생자이고, 4명의 자녀들(乙)은 친생자가 아니다. 甲이 어머니의 부동산을 처분하여 소유권이전등기까지 해 주었다. 이 경우 어머니의 다른 자녀들인 乙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가? 상속재산은 상속재산을 남긴 사람(피상속인)이 사망함과 동시에 상속을 받는 사람(상속인)에게 법률적으로 자동으로 상속된다. 따라서 피상속인이 사망함으로써 일단 상속이 이루어진 이상, 상속인이 상속재산인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등기를 해 놓지 않아도 그 부동산의 소유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자관계는 출산이라는 자연적인 사실에 의해서 당연히 성립되는 것이므로, 비록 호적상 이 건처럼 乙은 비록 아버지의 본부인인 B씨의 친생자로 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생모인 A씨의 친생자들인 것이다. 이 건에서 어머니의 친생자로 신고된 甲은 어머니가 사망하자 어머니의 재산을 단독받았다. 甲은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땅을 제3자에게 팔고 이전등기까지 해 주었다. 그 후 어머니의 또 다른 친생자인 乙이 어머니의 친생자라며 친생자관계존재확인소송을 진행해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판결을 받았다. 乙은 어머니의 친생자이므로 어머니의 재산을 甲과 공동으로 상속하였는데, 甲이 혼자 제3자에게 자신들의 상속지분까지 처분한 것은 권한없이 자신들의 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자신들의 상속지분에 대하여는 매매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제3자를 상대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우리 몫의 지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가 아니어도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면서,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그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였다. 물론 이 경우에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매수한 제3자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게 되지만, 이는 등기부에 소유권확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경우인 것이다. 법무법인 마당이재철 대표변호사

[법률플러스] 도로소음과 생활방해

민법 제217조는 제1항에서 “토지소유자는 매연, 열기체, 액체, 음향, 진동 기타 이에 유사한 것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이웃 거주자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아니하도록 적당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이웃 거주자는 전항의 사태가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라고 정하고 있다. 소음은 이 규정에서 정하는 생활방해에 해당하므로, 제2항에 따라 이웃 거주자는 소음이 이웃 토지의 통상의 용도에 적당한 것인 때에는 이를 인용할 의무가 있다. 즉, 주변 도로소음으로 생활하는 데 불편이 있더라도 참을만한 수인한도 내라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참을 한도’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소음으로 인한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종류와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도로가 현대생활에서 필수불가결한 시설로서 지역 간 교통, 균형개발과 국가의 산업경제활동에 큰 편익을 제공하는 것이고, 도시개발사업도 주변의 정비된 도로망 건설을 필수적인 요소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점, 자동차 교통이 교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주거의 과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일정한 정도의 도로소음의 발생과 증가는 사회발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변화에 속하는 점 등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도로변 지역의 소음에 관한 환경정책기본법의 소음환경기준을 넘는 도로소음이 있다고 하여 바로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한 침해행위가 있어 민사책임이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를 받고 있는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상생활이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인 거실에서 도로 등 해당 소음원에 면한 방향의 모든 창호를 개방한 상태로 측정한 소음도가 환경정책기본법상 소음환경기준 등을 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다57846 판결 참조).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위약금과 위약벌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의 본 내용에 부수하여 위약금 약정을 두는 경우가 자주 있다. 대표적인 형태는 바로 “매도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지급받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수인이 계약을 위반하면 이미 지급한 계약금을 포기한다.”라는 형태의 규정이다. 위약금 약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갑의 토지를 10억 원에 매수하기로 한 을이 계약금 1억 원은 지급하였지만 중도금 지급은 계속 지연하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어 보자. 이 경우 갑은 을의 약속위반을 이유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손해’란 을의 약속 위반이 원인이 되어 갑에게 발생한 손해를 말하는 것이다. 이 사례에서 갑은 어떤 유형의 손해를 입었으며 이를 돈으로 계산하면 얼마인가? 이처럼 갑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을 주장·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계약의 당사자들은 채무불이행(약속위반)이 있는 경우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손해액을 미리 정해 둘 수 있는데,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 부른다. 위에서 예시한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면, 매도인 갑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을이 이미 지급한 계약금 1억 원을 몰취할 수 있다. 이와 약간 다른 경우도 있다. 즉, 계약 당사자들은 일방이 계약을 위반하는 경우 이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의 배상과 별개로 그 의무 위반에 대한 벌칙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속할 수 있다. 이를 ‘위약벌’ 약정이라 부른다. 만일 위에서 예시한 약정이 ‘위약벌’ 약정이라면, 매도인 갑은 계약금 1억 원을 몰취함과 아울러 실제 손해를 입증하여 이를 추가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 약정의 가장 큰 차이점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은 법원이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하여 이를 적절히 감액할 수 있지만(위 사례에서 을은 배상액의 감액을 주장하면서 갑이 몰취한 계약금 1억 원 중 일부분을 돌려 달라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위약벌 약정은 원칙적으로 감액이 불가능하다(단, 위약벌 약정의 경우에도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가 될 여지는 있음)는 점이다. 이처럼 위약금 약정은 ①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② 위약벌 약정의 두 가지가 있는데, 그 중 어느 쪽에 해당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이다. 다만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민법 제398조 제4항)하므로,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위약벌 약정이라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하여야 한다.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국제결혼에 따른 사증발급신청 거부 처분에 대해

최근 국제결혼이 상당히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무분별한 국제결혼에 대해 제동을 거는 판결이 있어 소개한다. 대한민국 국민인 A(남자)는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4박 5일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 국적자인 B(여자)를 소개받은 후, A는 곧바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B는 중국에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B는 A와 혼인하였음을 이유로, 중국 소재 한국 총영사에게 결혼이민(F-6) 체류자격의 사증발급을 신청하였으나 한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실태조사를 거쳐 ‘A의 가족부양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B에 대한 사증발급을 거부하였다. 그러자 B는 한국 총영사를 상대로 하여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한국에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원고로서의 적격이 있으려면, 먼저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뒤 “사증발급은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를 부여하거나 입국을 보장하는 완전한 의미에서의 입국허가결정이 아니라,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입국하기 위한 예비조건 내지 입국허가의 추천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그리고 외국인에게는 입국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세계 각국의 일반적인 입법 태도이다.출입국관리법에서 사증발급에 관한 기준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으나,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의 출입국 질서와 국경관리라는 공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일 뿐, 위 사증발급 기준 및 절차에 관한 규정이 외국인에게 대한민국에 입국할 권리를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외국인의 사익까지 보호하려는 취지는 아니다. 따라서 사증발급 거부처분을 다투는 외국인은 아직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한민국에 입국하게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가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는 아니어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외국인인 B는 사증발급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어 원고 적격이 없으므로, B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하였다. 이로써,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국제결혼에 대하여 한국의 실태조사를 통한 사증발급 거부처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을 체류한 외국인이 귀화불허가처분, 체류자격변경 불허가처분, 강제퇴거명령 등을 다투는 경우에는 이미 대한민국과의 실질적 관련성 내지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보호가치 있는 이해관계를 형성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심갑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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