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계약갱신 거절사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은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 했다. 다만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지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를 보면 계약갱신 거절사유의 하나로, 임대인이 다른 법령에 따라 목적 건물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기 위해 목적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그런데 임대목적 부동산이 소재한 지역에 대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시행인가ㆍ고시가 이뤄진 경우 상가임대차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계약갱신 거절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사업이 시행되는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ㆍ고시가 이뤄지면 종전 건축물의 소유자나 임차권자는 그때부터 이전 고시가 있는 날까지 이를 사용ㆍ수익할 수 없고(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 사업시행자는 소유자,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고 봤다(대법원 2014년 7월24일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참조). 이에 따라 임대인은 원활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해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세입자를 건물에서 퇴거시킬 의무가 있다. 따라서 임대차 종료 시 이미 도시정비법상 관리처분계획 인가ㆍ고시가 이뤄졌다면, 임대인이 관련 법령에 따라 건물 철거를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ㆍ고시가 있는 때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ㆍ고시가 이뤄질 때까지는 일정한 기간의 정함이 없고, 정비구역 내 건물을 사용ㆍ수익하는 데 별다른 법률적 제한이 없는 점에 비춰 보면, 정비사업의 진행 경과에 따라 임대차 종료 시 단기간 내에 관리처분계획 인가ㆍ고시가 이뤄질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시행인가ㆍ고시가 이뤄졌다는 사정만으로는 임대인이 건물 철거 등을 위해 건물의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어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에서 정한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을 거절함으로써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 임대인은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대법원 2020년 11월26일 선고 2019다249831 판결).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파산선고전 재산양도의 사해행위 여부

A회사는 2017년 7월 파산선고를 받았는데, 그에 앞서 2016년 12월 A회사 소유의 아파트 1채(기숙사로 사용)를 당시 시가 상당인 1억9천만원에 회사원 B에게 매도했다. A회사는 위 아파트를 B에게 매도할 당시 이미 부채가 자산을 훨씬 초과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A회사에게 자금을 대여한 갑은 위 매도행위가 A회사에 대한 총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되는 재산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로써 사해행위에 해당하니 이를 취소하여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경우 보통 A회사의 회사원 B는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위 매도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돼 취소되고, 위 아파트는 A회사 소유로 복귀돼 총채권자들을 위한 강제집행 대상 재산이 됨으로써 결국 B는 위 아파트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위 사건의 경우 아파트를 매각하기 이전에 이미 C회사가 16억원 상당의 상거래 채권에 대한 담보조로 위 아파트에 담보가등기를 설정해 두었는데, A회사는 C회사의 동의를 받아 위 아파트를 당시 시가 상당인 1억9천만원에 매각했다. 이후 그 매각대금으로 C회사를 비롯한 여러 상거래 채권자들(대여금 채권자들은 제외함)에게 안분비례로 나눠 지급하자, 위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대여금 채권자 갑이 위와 같이 사해행위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채무자가 양도한 목적물에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공하여지는 책임재산은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만이라 할 것이고 피담보채권액이 목적물의 가격을 초과하고 있는 때에는 당해 목적물의 양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A회사가 위 아파트를 이미 그 시가 상당액을 훨씬 초과하는 담보가등기가 설정된 상태에서 매각한 것으로서 그 목적물 중에서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담보에 공하여지는 책임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한 것이므로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위 매각행위가 취소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위 아파트를 매수한 B는 아파트의 소유권을 지킬 수 있었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행정재산상의 분묘기지권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 위에 있는 분묘의 관습법상 인정되는 지상권에 유사한 일종의 물권이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분묘 설치 후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인해 취득한 경우,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해 별도의 특약 없이 그 토지를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본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므로, 분묘기지권이 설정된 경우 그 토지소유자는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는 분묘기지가 된 토지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분묘기지권은 별도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 존속한다고 해석된다. 한편, 국유재산은 그 용도에 따라 행정재산과 일반재산으로 구분되고(국유재산법 제6조 제1항), 행정재산은 다시 공용재산(국가가 직접 사무용ㆍ사업용 또는 공무원의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공공용재산(국가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기업용재산(정부기업이 직접 사무용ㆍ사업용 또는 그 기업에 종사하는 직원의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한까지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 보존용재산(법령이나 그 밖의 필요에 따라 국가가 보존하는 재산)으로 구분이 된다(국유재산법 제6조 제2항). 그런데 앞서 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행정재산(행정재산인 임야)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점이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국유재산법 제7조(국유재산의 보호) 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국유재산을 사용하거나 수익하지 못한다고 되어 있고, 같은 조 제2항에 의하면, 행정재산은 민법 제245조에도 불구하고 시효취득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돼 있는바, 위와 같은 시효취득 대상 제외 규정은 토지 소유권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지상권 유사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에 대해서도 미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행정재산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보여진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노후 대책을 위한 법률제도의 이용

요즘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걱정이 많아졌다. ▲지금 내 나이가 60세인데 앞으로 20~30년 노후의 삶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배우자와 사별한 후 치매에 걸리거나 거동을 못할 때 누가 내 재산을 관리하고 나를 돌봐 줄 것인가 ▲내가 죽으면 생활능력이 없거나 장애인인 자녀들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등 걱정이 많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고령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고령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고령자의 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는 법률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으로는 고령자의 보호를 위한 법률적 제도로 민법의 성년후견제도(민법 제929조 이하)와 신탁법의 유언대용신탁제도(신탁법 제59조)가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노령, 질병, 장애, 그 밖의 사유로 현재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은 물론 장래에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해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를 하기 위한 제도이다. 고령자는 고령 또는 치매 등으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를 대비하고자 법원에 성년후견신청을 해 재산의 관리, 질병의 치료 등 생활 전반에 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이다.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고령자 등)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할 때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령자의 복리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법원이 성년후견인의 권한 행사에 대해서 감독을 하고, 필요한 경우 후견감독인을 선임해 후견인의 사무를 감독하도록 한다. 신탁법의 유언대용신탁제도는 수익자(신탁재산의 이익을 받을 사람) 연속신탁제도를 이용해 신탁재산의 이익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신탁을 설정하면서 생전에는 신탁자 자신을, 신탁자가 사망하는 즉시 배우자를, 배우자가 사망하는 즉시 자녀가 신탁재산의 이익을 받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한 조각 구름이다. 언제 나에게 어떤 불행이 닥칠 줄 모른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성년후견인제도나 유언대용신탁제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친양자(親養子) 제도

친양자제도는 혈연적인 친자 관계가 없는 사람에 대해 양부모의 친생자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하고 생부모와의 관계가 단절되도록 하는 신분행위이다. 친양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은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을 청구해야 하는데, 그 요건으로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로서 공동으로 입양할 것(다만, 1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의 한쪽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친양자가 될 사람이 미성년자일 것 ▲친양자가 될 사람의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할 것(다만, 부모가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거나 소재를 알 수 없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친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입양을 승낙할 것 ▲친양자가 될 사람이 13세 미만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 그를 갈음해 입양을 승낙할 것을 요한다(민법 제908조의2 제1항). 친양자 입양 청구가 있으면 가정법원은 친양자가 될 사람의 복리를 위해 그 양육상황, 친양자 입양의 동기, 양부모의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 등을 심사, 친양자 입양 인용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된다. 가정법원에서 친양자 입양 청구를 인용할 경우 친양자 입양을 청구한 사람은 친양자 입양 재판의 확정일부터 1개월 이내에 재판서의 등본 및 확정증명서를 첨부해 친양자 입양신고를 해야 한다. 친양자 입양신고가 있는 경우 시(구)ㆍ읍ㆍ면의 장은 친양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폐쇄하고 친양자에 대해 가족관계등록부를 재작성하게 된다. 친양자는 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로 보게 되고(민법 제908조의3 제1항), 양부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며 양부모가 친양자의 친권자가 된다(민법 제909조 제1항). 친양자의 입양 전의 친족관계는 친양자 입양이 확정된 때에 종료한다(민법 제908조의3 제2항). 한편 친양자로 될 사람의 친생의 부 또는 모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인해 민법 제908조의2 제1항 제3호 단서에 따른 동의를 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친양자 입양의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가정법원에 친양자 입양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양친, 친양자, 친생의 부 또는 모나 검사는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 및 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 행위로 인해 친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에는 가정법원에 친양자의 파양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친양자 입양이 취소되거나 파양된 때에는 친양자관계는 소멸하고 입양 전의 친족관계가 부활하게 되는데, 이 경우 친양자 입양 취소의 효력은 소급하지 않는다(민법 제908조의 7).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강제추행치상죄 등의 성범죄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추행으로 인해 다쳤다며 2~3주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가해자의 범죄 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폭행이나 강제추행행위에 수반해 생긴 상해가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이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사건을 준비하다 보면 피해자가 제출한 상해진단서에 적시된 병명과 그에 대한 치료 내용 및 치료일수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를 과연 상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또한 가해자의 범죄 행위로 인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일자가 범행이 발생한 날로부터 상당 기간이 경과한 경우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상당 부분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해진단서에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를 포함해 여러 병명이 기재된 경우 ▲치료 내용 및 치료일수 등이 적시돼 있으나 정작 범죄행위로 인한 상해는 극히 경미해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경우 ▲상해 부위 및 정도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은 채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상해진단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 ▲상해진단서의 병명란에 최종진단이 아닌 임상적 추정이라고 기재돼 있는 경우 등이다.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해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그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를 비롯해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년 4월7일 선고 2017도1286 판결 등 참조)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특별한정승인

상속에 의해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예컨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5억원의 아파트와 함께 6억원의 차용금 채무를 남기셨다면 아들은 아파트와 차용금 채무를 모두 승계한다. 따라서 아버지의 채권자가 아들에게 위 채무 6억원을 이행하라고 청구하는 경우 아들은 자신의 고유재산까지 동원해 6억 원의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이러한 결과를 피하려면 상속을 한정승인하거나 포기해야 한다. 한정승인은 고인이 남긴 적극 재산의 한도에서 고인의 채무를 갚겠다는 것, 포기는 고인의 권리ㆍ의무 일체를 승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만일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록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의제된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만일 고인이 돌아가셨을 때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것을 상속인이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 어떠한가? 예컨대 아버지가 평소 누구에게 빚을지는 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속인이 한정승인도 포기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돌아가신 후 한참 후에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나타나 자신이 고인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준 채권자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법은 특별한정승인이라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즉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알지 못한 채 단순승인(단순승인 의제 포함)을 한 경우, 상속인은 그 사실(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다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상속인이 뜻밖에 거액의 채무자가 되어 버리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아버지(갑)가 아내(을)와 미성년의 아들(병)을 유족으로 남겨둔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을과 병은 갑이 사망한 후 3개월이 지나도록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병이 성년자가 된 이후 갑의 채권자가 나타나 병에게 아버지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사안에서 병은 다음과 같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미성년자로 아버지의 채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성년이 돼 채권자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아버지의 채무를 알게 됐다. 따라서 나는 이때부터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대법원(2020년 11월19일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은 최근 병의 이러한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그 비밀은 갑이 사망했을 때 아내 을이 있었고 을은 갑의 채무초과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에 있었다. 즉 대법원은 상속인이 미성년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 등을 판단할 때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법정대리인을 기준으로 이미 3개월의 시한이 경과했다면 이후 미성년자가 성년이 된 이후 본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다시 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보증인보호법에서 보증기간의 의미

A는 2013년 7월1일 B에게 차용금 합계 1억원, 변제기 2013년 9월30일로 정한 각서를 작성해 교부했고, C는 차용금 채무를 연대보증 했다. B는 A가 변제기일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않자 연대보증인인 C를 상대로 2017년 10월께 보증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C는 소송과정에서 보증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보증인보호법) 제7조 제1항에서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기간을 3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고, C의 경우 3년의 보증기간이 지났으므로 연대보증책임이 소멸했다고 주장해 보증인보호법상 보증기간의 의미가 문제 됐다. 보증인보호법은 보증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아무런 대가 없이 호의로 이뤄지는 보증인의 경제적ㆍ정신적 피해를 방지하고, 금전채무에 대한 합리적인 보증계약의 관행을 확립함으로써 신용사회 정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은 보증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보증채무 최고액을 서면으로 특정해야 하고(제4조, 제6조),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그 기간을 3년으로 보고(제7조 제1항) 보증기간은 갱신할 수 있되 보증기간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계약체결 시의 보증기간을 그 기간으로 본다(제7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입법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보증인보호법 제7조 제1항의 취지는 보증채무의 범위를 특정해 보증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규정에서 정한 보증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증인이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주채무의 발생기간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보증채무의 존속기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7월23일 선고 2018다42231 판결) 결과적으로 민법상 대여금 채무의 연대보증인은 민법상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인 10년의 기간이 경과돼야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공용부분의 무상 독점 사용 가능여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집합건물의 구분소유자 중 1인인 A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복도와 계단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점유, 사용했다. 건물관리단이 A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계속 불응했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A가 독점 사용하는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임료(차임) 상당액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A는 자신이 점유ㆍ사용한 부분은 구조상 원래부터 복도와 비상계단이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또 다른 복도나 계단으로 통행이 가능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복도와 비상계단 자체는 점포로 사용하는 등 별개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타에 임대할 수 있는 성질의 대상이 아니므로,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임료 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는 주장이다. 그래서 종전 대법원 판례도 복도나 계단은 원래부터 임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므로, 다른 구분소유자들이 임료상당의 이익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공용부분을 어느 특정인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면서 이득을 누리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은 이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면 무언가 공평, 정의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게 될 것이다. 그래서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변경하고 공용부분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구분소유자에 대해 부당이득을 인정하고, 다른 구분소유자들에게 그 이득 상당을 반환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 이유는 각 구분소유자는 전원의 공유에 속하는 공용부분을 그 용도에 따라 사용할 권리가 있음에도 구분소유자 중 일부가 정당한 권원 없이 독점적, 배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해당 공용부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입게 돼 해당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권이 침해되고, 해당 공용부분이 별개 용도로의 사용 가능성이나 다른 목적으로 임대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부당이득반환의무의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수 없으며, 배타적 점유 사용자는 부동산의 점유ㆍ사용 그 자체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음이 인정됨에도 공용부분을 배타적으로 사용한 자로 하여금 점유ㆍ사용으로 인한 모든 이익을 그대로 보유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이득반환제도의 취지인 공평의 이념에도 반하는 것이므로 부당이득 반환의 책임을 인정함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는 구분소유자가 아닌 제3자가 공용부분을 정당한 권원 없이 배타적으로 점유ㆍ사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SNS의 증거 사용은 엄격한 법절차에 따라야 한다(이재철 변호사)

요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매체에 대한 포렌식 수사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포렌식이란 범죄와 관련된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조사해 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IT 시대를 맞아 범죄수사에서 개인적인 비밀이 저장돼 있는 컴퓨터의 저장장치나 핸드폰 등 디지털 저장매체에 기록된 데이터를 복구하거나 검색해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디지털 저장매체에는 범죄의 혐의사실뿐만 아니라 사생활 정보가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는데, 수사를 기화로 보호돼야 할 사생활에 관한 정보가 노출되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 조사에는 지켜야 할 일반원칙이 있다. ▲입수 증거가 적법절차에 거쳐 얻어야 함(적법성) ▲같은 조건에서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도록 검증이 가능해야 함(검증 가능성) ▲전 과정은 지체없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함(신속성) ▲증거물 획득에서 법정 제출까지 책임자가 명확해야 함(절차연속성) ▲수집 증거가 위변조 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함(무결성)이다.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난 디지털 포렌식 수사는 위법한 증거로서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로 인정되지 않고, 법원에서는 이를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진정인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청 소속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실시 후 상세목록을 교부하지 않고, 증거 분석이 끝난 후 휴대전화를 반환하지 않았다고 진정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보된 범죄 관련 정보는 보전 필요성이 없어질 경우 지체 없이 삭제폐기돼야 하고, 증거조사가 끝난 후에는 바로 핸드폰을 반환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 해당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해당 검사와 수사관에 대해 각각 경고 및 주의 조치하고, 직무교육을 실시하라는 권고를 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 권고는 수사기관이 핸드폰 등 SNS에 대한 증거사용 등은 엄격한 법적 절차와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임한흠 변호사)

상속인이 수인인 때에는 상속재산은 그 공동상속인의 공유로 되고 공동상속인은 각자의 상속분에 응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그 분할을 금지한 경우 외에는 공동상속인은 언제든지 그 협의에 의해 상속재산을 분할할 수 있고 협의가 성립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에 그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1015조에 의하면 이와 같은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해 그 효력이 있으나 다만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는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인정해 공동상속인이 분할 내용대로 상속재산을 피상속인이 사망한 때에 바로 피상속인으로부터 상속한 것으로 보면서도, 상속재산분할 전에 이와 양립하지 않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제3자에게는 상속재산분할의 소급효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위와 같이 상속재산의 분할은 그 시기에 제한이 없이 언제든지 할 수가 있게 돼 있으므로 실제로 상속재산 분할시점과 상속 개시시점 사이에 상당한 시간간격이 있는 경우가 많아 위와 같은 제3자의 권리보호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판례에 의하면 민법 제1015조 단서에서 말하는 제3자는 일반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 상속재산에 관해 상속재산분할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등기, 인도 등으로 권리를 취득한 사람을 말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상속재산인 부동산의 분할 귀속을 내용으로 하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이 확정되면 민법 제187조에 의해 상속재산분할심판에 따른 등기 없이도 해당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고 있는 바, 이 경우 상속재산분할심판에 의해 상속재산분할이 이미 됐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해당 부동산에 관해 권리를 취득하는 제3자가 있을 수 있어 그러한 제3자도 보호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판례는 민법 제1015조 단서의 내용과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하면, 상속재산분할심판에 따른 등기가 이루어지기 전에 상속재산분할의 효력과 양립하지 않는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고 등기를 마쳤으나 상속재산분할심판이 있었음을 알지 못한 제3자에 대하여는 상속재산분할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는바, 거래의 안전을 고려한 타당한 해석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이준행 변호사)

갑은 건물을 신축하고 있던 을과 건물에 대한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갑은 병에게 금전을 차용하면서 이에 대한 대물변제조로 건물 분양권을 병에게 양도하기로 약정하고 을에게 분양권 양도사실을 통지했다. 이 경우 을은 병에게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을까? 민법은 채권의 양도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양도를 제한하고 있다(민법 제449조 제1항). 그리고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기타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고, 위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450조 제1, 2항). 위 사안과 관련해 대법원은 부동산의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물권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매매의 효과로서 매도인이 부담하는 재산권이전의무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매도인이 물권행위의 성립요건을 갖추도록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채권적 청구권으로 그 이행과정에 신뢰관계가 따르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매수인으로부터 양도받은 양수인은 매도인이 그 양도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면 매도인에 대하여 채권양도를 원인으로 하여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다. 따라서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권리의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고 그 양도에 채무자의 승낙이나 동의를 요한다고 할 것이므로 통상의 채권양도와 달리 양도인의 채무자에 대한 통지만으로는 채무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기지 않으며 반드시 채무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대항력이 생긴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5년 3월10일 선고 2004다67653, 67660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매매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매매의 효과로서 매도인이 부담하는 재산권이전의무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고 그 이행과정에 신뢰관계가 따르므로, 권리의 성질상 양도가 제한되는바, 반드시 채무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만 채무자에 대한 대항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매도인 을은 위 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양도에 대해 동의나 승낙을 한 바가 없으므로, 병에게 위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형사처벌의 문제(서동호 변호사)

병역법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일정 기간 내에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불응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 병역법 규정과 관련, 종교적ㆍ윤리적ㆍ도덕적ㆍ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는 오래전부터 논의됐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의 이행을 일률적으로 강제하고 그 불이행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를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상 기본권 보장체계와 전체 법질서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고,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점에서 적어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하여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해 형사처벌할 수 없다. 따라서 구체적인 병역법 위반 사건에서 피고인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할 경우 그 양심이 과연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데, 인간의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피고인의 전반적인 삶의 모습과 함께 종교의 구체적 교리가 어떠한지, 그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고 있는지, 실제로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그 종교가 피고인을 정식 신도로 인정하고 있는지, 피고인이 교리 일반을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적 병역거부가 오로지 또는 주로 그 교리에 따른 것인지, 피고인이 종교를 신봉하게 된 동기와 경위, 피고인의 신앙기간과 실제 종교적 활동 등이 주요한 판단 요소가 되며,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심과 동일한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실형으로 복역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는 등의 사정 역시 적극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병역기피 등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 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하는데,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한다는 것은 마치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 구체화되지 않은 사실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과 같아서 사회통념상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주장하는 피고인이 자신의 병역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하고 검사는 제시된 자료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법으로 진정한 양심의 부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7월 9일 선고 2019도17322 판결 참조).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앞서 적시한 진정한 양심의 존부에 대한 판단 요소 및 그 기준과 함께 검사의 증명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효도상속(김종훈 변호사)

예컨대 갑이 아내와 아들, 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면, 원칙적으로 아내는 3/7, 아들과 딸은 각각 2/7의 비율(이를 법정상속분이라 한다)로 갑의 재산을 상속하게 된다. 그런데 갑이 별세하기 전에 오랫동안 특정 상속인(위 사례에서 아내라고 가정하자)이 병든 남편을 간호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도와 그 재산의 유지증식에 기여한 반면 아들과 딸은 부친을 자주 찾아오지도 않는 등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정 비율에 따라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효도한 상속인이 좀 더 많은 상속을 받는 제도, 이른바 효도상속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민법은 실제로 효도상속의 성격을 가진 제도를 이미 두고 있다. 즉 민법 제1008조의2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여분이 바로 효도상속에 근접하는 제도이다. 그렇다면 이 기여분 제도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간단한 수치를 들어 살펴보자. 갑이 사망하면서 10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유산으로 남겼다. 그런데 아내가 오랫동안 병든 남편을 간호하면서 남편의 사업을 도운 공로(기여분)를 3억원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 기여분은 상속재산의 범위에서 일단 제외된다. 따라서 아내와 아들과 딸은 나머지 7억 원의 재산을 법정상속분의 비율(3:2:2)로 상속한다(즉, 아내 3억원, 아들 2억원, 딸 2억원). 다만, 아내는 위 3억원에 위 기여분 3억원을 합쳐 6억원을 상속한다. 결국 3:2:2 비율의 법정상속분이 6:2:2 비율로 변경되며, 이에 따라 아내는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상가의 6/10 지분이 자신에게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인을 간호했거나 망인의 사업을 도운 사람은 무조건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논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위 민법 제1008조의2가 명문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기여분을 인정받으려면 망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그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최근 망인의 후처와 전처소생의 자식들이 후처의 기여분을 놓고 벌어진 분쟁에서, 대법원 2019년11월21일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은 후처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후처가 남편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것이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해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특별히 부양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취지였다. 이처럼 기여분은 손쉽게 인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기여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법원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주장과 증거를 갖춰야 할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A는 보복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폭행 등) 죄로 기소됐는데, 1심 법원은 A에게 보복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 부분에 대해 무죄 판단을 했다. 공소사실에 포함돼 있는 폭행죄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담긴 합의서가 공소제기 전에 수사기관에 제출됐다는 이유로 주문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경우 A는 형사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은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해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A가 형사보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보상청구의 대상이 된 판결의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됐다는 이유로 A의 형사보상 청구를 배척하는 결정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비용보상제도는 국가의 잘못된 형사사법권의 행사로 인해 피고인이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 부득이 변호사 보수 등을 지출한 경우 국가로 하여금 피고인에게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도록 함으로써 국가의 형사사법작용에 내재한 위험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을 지출한 비용보상청구권자의 방어권 및 재산권을 보장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고, 이러한 입법 취지와 규정의 내용 등에 비춰 볼 때 판결 주문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뿐만 아니라 판결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된 경우에도 재판에 소요된 비용 가운데 무죄로 판단된 부분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했다고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이러한 경우 1개의 재판으로써 경합범의 일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다른 부분에 대해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2항 제2호를 유추적용해 재량으로 보상청구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기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9년 7월5일자 2018모906 결정).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공유물분할청구권의 대위행사(심갑보 변호사)

본래 A소유이던 아파트에 대해 B에게 1/7지분, C에게 6/7지분으로 상속등기가 경료됐다. A소유일 때부터 위 아파트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설정됐기 때문에 B, C 지분에 대해 공동근저당권이 존재하게 된 상황에서 B에 대한 금전채권자인 갑은 채무자 B의 1/7 공유지분에 대해서 강제경매를 신청했다. 이 경우 그 매각대금으로 선순위 근저당권자에게 배당되고, 갑 자신에게는 배당받을 금액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없게 되자, 채무자 B를 대위해 공유자 C를 상대로 위 아파트에 대해 공유물분할청구권을 행사하고, 공유물분할의 방법으로 위 아파트 전부를 매각해 매각대금에서 선순위 근저당채무액이나 체납조세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에서 1/7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갑에게, 6/7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C에게 배당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일신에 전속한 권리가 아닌 한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 행사할 수 있고, 공유물분할청구권도 공유관계에서 수반되는 형성권으로서 공유자의 일반재산을 구성하는 재산권의 일종이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행사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의 권리를 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보전의 필요성은 피보전권리의 내용, 채무자의 자력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ㆍ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위 사례에서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장래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행 시 갑이 배당받을 수 있는 권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봤다. 또 채무자가 아닌 다른 공유자의 재산까지 공유물분할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경매처분토록 하는 것은 다른 공유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돼 공유물분할제도의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래 공유물분할은 현물분할이 원칙이고 현물분할 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 대금분할 할 수 있는데 갑의 공유물분할청구는 애초부터 대금분할을 청구하는 것이며, 공유자들에게 원하지 않는 시기에 공유물분할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는 등으로 공유자들의 공유물분할이라는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되므로 위 사례의 경우 공유물분할청구권을 대위행사 해야 할 정도의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그러나 위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으며, 자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면 대법원 2020년 5월21일 선고 2018다879 판결을 찾아보길 바란다. 심갑보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법률플러스] 등기명의인 표시변경등기

등기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경우 등기권리자와 등기의무자가 공동으로 신청한다(부동산등기법 제23조 제1항). 그런데 부동산등기법 자체에서 등기명의인 등이 단독으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즉, 소유권보존등기 또는 그 말소등기(같은 조 제2항), 상속 등 포괄승계에 따른 등기(같은 조 제3항), 판결에 의한 등기(같은 조 제4항), 부동산표시의 변경이나 경정등기(같은 조 제5항), 등기명의인표시의 변경이나 경정등기(같은 조 제6항), 신탁에 관한 등기(같은 조 제7항, 제8항) 등이 그것이다.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는 등기명의인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등기부상의 표시를 실제와 합치시키기 위해 행해지는 등기를 말하는바, 위와 같이 단독으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는 등기이다. 이와 같이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는 등기명의인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그 등기로써 어떠한 권리변동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므로 단독으로 등기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만일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가 잘못됐더라도 원칙적으로 등기명의인은 다시 소정의 서면을 갖춰 경정등기를 하면 되고, 소로써 그 표시변경등기의 말소를 구할 것이 아니다. 만일 그 경우 소로써 그 표시변경등기의 말소를 구하게 되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게 된다. 그러나 등기명의인이 의도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가 결과적으로 등기명의인의 동일성을 해치는 방법으로 행해져서 타인을 표상하는 결과에 이른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로 등기명의인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것인지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가 제법 있다. 이는 실체법적 문제와 연관된 경우가 많은데, 특히 사찰이 소속 종단을 탈종하고 새로운 사찰 명의를 사용하게 됐음을 이유로 표시변경등기를 했을 때 종중 명의의 등기에 있어서 다른 종중 명의로 표시변경등기가 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이 그러한 경우다. 표시변경등기로 등기명의인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등기부상 이해관계인이 이미 생긴 경우가 되므로, 위와 같이 원래 등기명의인 단독의 의사에 의한 경정등기로써 그 등기명의인의 표시변경등기에 의해 생겨난 이해관계인의 등기를 정리할 수는 없고, 그 이해관계인을 피고로 삼아 소로써 말소를 구해야만 한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부동산을 이중으로 저당잡으면 배임죄가 되는가

갑은 을로부터 18억원을 빌리면서 자기 소유의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갑은 을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지 않고, 아파트를 채권최고액 12억원에 병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이 경우 갑은 배임죄로 처벌되는가. 지금까지 법원은 배임죄를 인정했다. 이 사건에서도 1, 2심에서는 배임죄를 인정해서 1심은 징역 1년6개월을, 2심은 징역 2년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6월18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죄로 인정하던 종전의 판례를 폐기하고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새로운 판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무죄판결의 이유는 갑이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대법원 판례는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한 채무자는 채권자의 사무(근저당권을 설정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므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종전의 견해를 변경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행하는 경우처럼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ㆍ본질적 내용이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 신임관계에 기초해 재산을 보호ㆍ관리하는 관계이어야 한다. 그런데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저당권설정의무는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해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채무자의 저당권설정의무는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자신의 의무이자 자신의 사무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견해에서 채무자가 저당권설정의무를 위반해 담보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했더라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없다.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음에도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도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근래 판례는 민사적 거래에 대해 가능하면 형사적 처벌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부당한 가압류에 대한 채무자의 구제방법

가압류와 같은 보전처분은 별도로 변론기일이나 심문기일을 열지 않고, 채권자 일방의 소명에 의해 발령한다. 또한 가압류의 목적 자체가 채무자가 몰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절차이기 때문에 긴급하고 은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재산이 가압류됨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에 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채무자는 채권자의 부당한 가압류에 대해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그 방법으로는 가압류 신청 또는 가압류의 당부를 재심사하는 가압류 이의 절차와 가압류의 당부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압류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가압류 취소 절차가 있다. 가압류 이의는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을 인용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이다. 가압류 이의의 사유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따라서 채무자는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의 존부에 관한 사유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이미 발하여진 보전명령을 부당하게 하는 모든 사유를 이의 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 또한 신청의 시기도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가압류가 유효하게 존재하고 있는 이상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가압류 이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변론기일 또는 당사자 쌍방이 참여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정해야 하는데, 원칙적으로 심문기일로 진행된다. 가압류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발령된 가압류를 새로운 재판에 의해 실효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가압류 취소 역시 가압류 이의와 마찬가지로 가압류가 유효하게 존재하는 한 언제든지 가압류 취소 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가압류 취소는 그 취소 사유가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데 ▲채권자가 본안의 제소명령(본안소송을 제기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은 경우 ▲가압류 이유가 소멸되거나 그 밖에 사정이 바뀐 경우(피보전권리의 전부 또는 일부가 변제ㆍ상계ㆍ소멸시효의 완성 등으로 소멸하거나 변경된 경우, 본안소송에서 채권자가 패소 확정된 경우 등) ▲채무자가 법원이 정한 담보를 제공한 때 ▲가압류가 집행된 뒤에 3년간 본안의 소를 제기하지 아니한 경우 등이다. 가압류 취소 사건의 경우 심리의 방식에 관해서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므로 변론, 심문 또는 서면심리 모두 가능하다. 결국 채무자는 채권자의 부당한 가압류에 대해 가압류 이의나 가압류 취소로 구제받을 수 있는데, 가압류 이의의 사유에 아무런 제한이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그 방식은 가압류 이의에 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경범죄 처벌법상의 범칙금 제도

갑은 올해 1월1일 집 근처 음식점에서 돈이 없음에도 치킨 1마리와 소주 1병을 주문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갑은 1월10일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무전취식을 이유로 1월20일까지 5만원의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내용의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았는데, 검찰은 범칙금 납부기한이 만료하기 전인 1월15일 갑을 사기죄로 공소제기했다. 이 경우 검찰의 공소제기는 과연 적법한 것일까? 무전취식, 노상방뇨, 오물투기, 불안감조성, 음주소란, 과다노출, 광고물 무단부착 등의 범칙행위를 한 자는 경범죄로 처벌되는데, 경범죄 처벌법은 제3장에서 경범죄 처벌의 특례로서 범칙행위에 대한 통고처분(제7조), 범칙금의 납부(제8조, 제8조의2)와 통고처분 불이행자 등의 처리(제9조)를 정하고 있다.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은 통고처분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고(제8조 제1항), 위 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은 위 기간의 마지막 날의 다음 날부터 20일 이내에 통고받은 범칙금에 20%를 더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제8조 제2항). 경범죄 처벌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납부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경찰서장은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제9조 제1항 제2호), 즉결심판이 청구되더라도 그 선고 전까지 피고인이 통고받은 범칙금에 50%를 더한 금액을 납부하고 그 증명서류를 제출했을 경우에는 경찰서장은 즉결심판 청구를 취소해야 하며(제9조 제2항), 이와 같이 통고받은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제8조 제3항, 제9조 제3항). 위와 같이 경범죄 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범칙행위에 대해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할 경우 이를 납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는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으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와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불이행했더라도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경찰서장의 즉결심판 청구를 통해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적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되, 즉결심판 선고 전까지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칙자에 대하여 형사소추와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한 이상, 범칙자의 위와 같은 절차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통고처분에서 정한 범칙금 납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검사도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데(대법원 2020년4월29일 선고 2017도13409 판결 참조), 위 사안의 경우 범칙금 납부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갑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으므로, 위 공소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따라서 법원은 위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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