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경범죄 처벌법상의 범칙금 제도

갑은 올해 1월1일 집 근처 음식점에서 돈이 없음에도 치킨 1마리와 소주 1병을 주문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이후 갑은 1월10일 관할 경찰서장으로부터 무전취식을 이유로 1월20일까지 5만원의 범칙금을 납부하도록 내용의 범칙금납부통고서를 받았는데, 검찰은 범칙금 납부기한이 만료하기 전인 1월15일 갑을 사기죄로 공소제기했다. 이 경우 검찰의 공소제기는 과연 적법한 것일까? 무전취식, 노상방뇨, 오물투기, 불안감조성, 음주소란, 과다노출, 광고물 무단부착 등의 범칙행위를 한 자는 경범죄로 처벌되는데, 경범죄 처벌법은 제3장에서 경범죄 처벌의 특례로서 범칙행위에 대한 통고처분(제7조), 범칙금의 납부(제8조, 제8조의2)와 통고처분 불이행자 등의 처리(제9조)를 정하고 있다. 경찰서장으로부터 범칙금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은 통고처분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고(제8조 제1항), 위 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은 위 기간의 마지막 날의 다음 날부터 20일 이내에 통고받은 범칙금에 20%를 더한 금액을 납부해야 한다(제8조 제2항). 경범죄 처벌법 제8조 제2항에 따른 납부기간에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경찰서장은 지체 없이 즉결심판을 청구해야 하는데(제9조 제1항 제2호), 즉결심판이 청구되더라도 그 선고 전까지 피고인이 통고받은 범칙금에 50%를 더한 금액을 납부하고 그 증명서류를 제출했을 경우에는 경찰서장은 즉결심판 청구를 취소해야 하며(제9조 제2항), 이와 같이 통고받은 범칙금을 납부한 사람은 그 범칙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제8조 제3항, 제9조 제3항). 위와 같이 경범죄 처벌법상 범칙금제도는 범칙행위에 대해 형사절차에 앞서 경찰서장의 통고처분에 따라 범칙금을 납부할 경우 이를 납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기소를 하지 않는 처벌의 특례를 마련해 둔 것으로 법원의 재판절차와는 제도적 취지와 법적 성질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범칙자가 통고처분을 불이행했더라도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인정하여 경찰서장의 즉결심판 청구를 통해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건을 간이하고 신속적정하게 처리함으로써 소송경제를 도모하되, 즉결심판 선고 전까지 범칙금을 납부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범칙자에 대하여 형사소추와 형사처벌을 면제받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한 이상, 범칙자의 위와 같은 절차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통고처분에서 정한 범칙금 납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고, 검사도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봐야 하는데(대법원 2020년4월29일 선고 2017도13409 판결 참조), 위 사안의 경우 범칙금 납부기한이 만료되기 전에 갑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루어졌으므로, 위 공소는 그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며, 따라서 법원은 위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임대차 계약을 규율하는 근원 법규는 민법(제618조 이하)이다. 민법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기간은 당사자들의 약정에 달려 있고, 이를 따로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유일한 예외로 민법 제651조는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토지 임대차의 존속 기간은 20년을 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규정은 2013년에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2016년 삭제됐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은 자유로의 합의에 따라 임대차기간을 약정할 수 있다. 예컨대, 6개월로 합의할 수도 있고 60년으로 합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법)은 이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설정하고 있다. 즉 주택의 경우 설사 임대차기간을 2년 미만의 단기로 합의한 경우에도 법은 이를 2년으로 의제하고 있는 것이다(제4조). 따라서 예컨대 임대차기간을 6개월로 계약하였더라도 임차인이 2년간 거주하겠다고 주장하면 임대인은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반대로 임차인은 6개월의 약정이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갑(임대인)과 을(임차인)이 주택의 임대차기간을 2년으로 합의했다고 하자. 이제 계약기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갑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을과 맺은 임대차 관계를 종료하고 싶다. 이 경우 갑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을에게 갱신거절을 통지해야 한다. 만일 이를 통지하지 않으면 종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이 된다(제6조). 지난 6월9일 법이 개정돼 위 기간이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로 개정됐고, 이 규정은 오는 12월10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갑이 적법하게 갱신거절을 통지하면 임대차기간은 그대로 종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최근(7월31일 공포 즉시 시행) 개정된 법은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을 따로 보장하고 있다(제6조의3). 즉 설사 갑이 적법하게 갱신거절을 통지한 경우에도, 을이 위 기간 이내에 계약의 갱신을 요구하면 갑은 이를 거절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임차인은 이 갱신청구권을 1회 사용할 수 있으며, 이때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이다. 따라서 이제 주택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4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이때 갑은 보증금이나 월세의 인상을 요구할 수 있지만, 그 비율은 5% 이내로 한정된다. 그러나 을이 임차인으로서 이행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차임 연체, 주택 훼손 등)와 갑 자신이 그 주택에서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와 같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갑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갑이 그 주택에서 실거주할 것임을 이유로 들어 갱신을 거절했는데 이후 실제 거주하지 않음이 밝혀지면, 을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홈페이지를 통해 행정처분을 알았다면

상대방 있는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고지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다른 경로를 통해 행정처분의 내용을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 취소소송의 제소기간 기산점으로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이 정한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은 유효한 행정처분이 있음을 안 날을, 같은 조 제2항이 정한 처분 등이 있은 날은 그 행정처분의 효력이 발생한 날을 각각 의미한다. 이러한 법리는 행정심판의 청구기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17년 6월29일 A의 장해등급을 제5급 제3호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하고, 그 무렵 공무원연금공단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 결정 내용을 게시했다. A는 이 사건 처분을 고지받지 못했으나 홈페이지를 통해 알게 돼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면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란에 2017년 7월10일이라고 기재했다. 이에 대해 제1심과 항소심은 이 사건 처분에 관한 결정이 이뤄진 날인 2017년 6월29일이 급여에 관한 결정이 있은 날에, A가 심사청구서에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 기재한 2017년 7월10일이 같은 항에서 정한 급여에 관한 결정이 있음을 안 날에 각각 해당한다고 전제하고서, 이 사건 심사청구가 이 사건 처분이 있음을 안 날인 2017년 7월10일부터 90일의 심사청구기간이 도과한 후에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고, 이 사건 심사청구가 부적법한 이상 공무원급여 재심위원회의 결정서를 송달받은 날 또는 결정이 있은 날을 기준으로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을 기산할 수 없다고 보아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 공무원연금법에서 급여에 관한 결정의 고지 방법을 따로 정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상대방인 A에게 행정절차법 제14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송달하는 등의 방법으로 고지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하는 것인데, 행정절차법 제14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송달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A가 그 홈페이지에 접속, 결정 내용을 확인해 알게 됐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상대방인 A에게 고지돼 효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어, 이에 관하여 심사청구기간이나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이 진행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대법원 2019년 8월9일 선고 2019두38656 판결)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속칭 ‘사무장 병원’의 근로자에 대한 책임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서는 의사 등 의료인이 아닌 자가 병원을 개설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게 돼 있다. 그런데 속칭 사무장 병원이라고 해서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를 이용, 병원을 개설한 경우 그 소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자가 누구인지가 문제 된 사건이 있다. 즉, 제약회사에 다니던 A는 퇴직 후 자신 소유 건물에 병원을 차리고, 의사 B와 C를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고용한 다음 의사 B 명의로 ○○병원이라는 상호로 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아 그때부터 ○○병원을 운영했다. A는 ○○병원 총괄이사라는 직함으로 활동했고, B 명의로 된 병원 통장 계좌와 인장을 소지하면서 병원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위 병원 소속 근로자들은 의사 B를 사용자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실제로는 A가 그 직원들을 채용했다. 또 A는 직원들을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했으며,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고, 의사 B와 C에게도 매월 약정된 급여를 지급했다. 이러한 사안에서 병원 소속 근로자들이 A를 상대로 체불된 임금과 퇴직금의 지급을 청구하자, 1, 2심 법원은 의료인 아닌 사람이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약정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의료기관의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이유로 의사 B와 근로자들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따라 임금 및 퇴직금 지급의무는 의사 B가 부담해야지 A가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해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 사안에서 A가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의사 B를 고용해 그 명의를 이용, 개설한 속칭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B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됐더라도 A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봐야 하므로 A가 근로자에 대해 임금 등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해 1,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이로써 근로자들은 A 소유 건물에 대한 강제집행을 통해 임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가집행선고 있는 판결에 기한 금원 지급의 효과

금원 지급을 명하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당연히 가집행선고가 붙게 된다. 그런데 가집행선고가 있는 제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하는 경우에도 채무자는 일단 제1심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채무원리금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우 확정적으로 변제의 효력이 있는지가 문제이다. 물론 채무자가 제1심 판결에 승복해 인정된 원리금을 이의 없이 지급한다면, 이는 확정적인 변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채무자가 그와 같은 승복의 의사 없이 제1심 판결에 의한 원리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외양은 확정적인 변제의 경우와 다르지 않지만, 그 실제는 가집행선고를 염두에 둔 잠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판례는, 채무자의 내면적 의사를 추정해 채무자가 제1심 판결 원리금을 지급하기는 했으나 항소를 하는 등 제1심 판결을 다투는 경우에는, 제1심 판결이 인용한 채무가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에 대한 확정적 변제행위로 채권자에게 그 금원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제1심 판결이 인용한 지연손해금의 확대를 방지하고 그 판결에 붙은 가집행선고에 기한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그 금원을 지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한다.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제1심 판결에 대한 항소심 계속중 변제공탁을 하고 채권자가 이를 수령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물론 채권자가 제1심 판결의 가집행선고에 기해 강제집행으로 항소심 계속중 채권을 추심하여 갔으면 말할 것도 없이 확정적 변제가 될 수 없다. 위와 같은 경위로 지급된 금원을 가지급금이라 한다. 결국 제1심 판결에 붙은 가집행선고가 원인이 되어 지급된 금원은 확정적으로 변제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채무자가 그 금원의 지급 사실을 항소심에서 변제항변으로 주장하더라도 항소심은 그러한 사유를 확정적 변제로 참작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위 금원 지급에 의한 채권 소멸의 효과는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채무자가 그와 같이 금원을 지급했다는 사유는 해당 사건 확정판결의 집행력을 배제하는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 한편, 항소심에서 본안판결을 바꾸는 경우 가집행선고는 실효되고, 항소심은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그 판결에서 가집행선고에 따라 기지급된 가지급금의 반환을 명하게 된다(민사소송법 제215조).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인의 계약기간 종료 후의 점유와 손해배상책임

이재철 변호사 임대인은 식당건물을 임차인에게 임대했다. 임대인은 임대기간 만료일인 2017년 7월 31일로부터 4개월 전에 임대차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다음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그 후 임대인은 2017년 8월 임차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한 1억여원을 공탁했다.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지난 후 식당 영업을 중단했지만 식탁이나 잡기류 등을 둔 상태로 식당을 계속 점유했다. 이에 임대인은 임차인을 상대로 식당을 인도하고, 임대차기간이 지난 이후에도 인도하지 아니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어떠했을까? 보통 임대차에서 임차인이 임차기간이 지나서도 건물을 인도하지 않고서 그 건물을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한 경우(예를 들면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거나 식당에서 계속 영업한 경우) 임차기간 경과 후의 점유ㆍ사용에 대해서 월차임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반면에 임차인이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만 임대인에 대해 유익비상환청구 등 권리를 주장하면서 인도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차임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2020년 5월 14일) 선고된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동시이행 항변권을 상실했음에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밝히면서 이 사건과 같이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을 적법하게 변제공탁 했다면 임차인은 식당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를 인도하지 않은 것은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불법점유를 한 것이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임차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목적물을 반환하지 않은 경우 설사 임차목적물을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음을 판시한 것으로서 새로운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피고표시의 정정과 피고의 경정

이준행 변호사 피고표시의 정정은 소제기 당시에 확정된 피고의 표시에 의문이 있거나 피고가 정확히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 그 표시를 정확히 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고표시 정정은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된다. 대법원은 소장에 표시된 피고에게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장의 전취지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결과 인정되는 올바른 당사자 능력자로 표시를 정정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년 3월 10일 선고 2010다99040 판결). 또 개인이 설립 경영하는 학교시설에 불과한 고등기술학교를 피고로 표시했다가 개인 명의로 피고표시를 정정하는 것은 당사자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표시 정정 신청에 해당하는 것이다라고 판시해(대법원 1978년 8월 22일 선고 78다1205 판결) 소장에 표시된 피고에게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올바른 당사자 능력자로 정정하는 것을 피고표시 정정으로 판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사망한 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가 그 표시를 재산 상속인으로 정정하는 경우도 피고표시 정정의 대표적인 예이다(대법원 1983년 12월 27일 선고 82다146 판결). 피고의 경정은 원고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이 분명한 경우 원고의 신청에 의해 피고를 변경하는 절차이다. 피고 경정은 교체 전후를 통해 소송물이 동일해야 하고, 피고가 본안을 응소해 준비서면을 제출하거나, 변론준비기일에서 진술하거나, 변론을 한 뒤에는 피고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이 명백한 때는 청구취지나 청구원인의 기재 내용 자체로 보아 원고가 법률적 평가를 그르치는 등의 이유로 피고의 지정이 잘못된 것이 명백하거나 법인격의 유무에 관해 착오를 일으킨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을 말하고, 피고로 되어야 할 자가 누구인지를 증거조사를 거쳐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인정 사실에 터잡아 법률 판단을 해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1997년 10월 17일 자 97마1632 결정). 피고경정이 허용된 대표적인 예로는 주식회사를 피고로 해야 할 것을 그 대표이사 개인을 피고로 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피고표시 정정과 피고 경정은 소멸시효의 중단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피고표시 정정은 소를 제기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보지만, 피고 경정은 경정허가결정이 있는 때 종전의 피고에 대한 소는 취하되고 새로운 소가 제기된 것이므로 경정신청서를 제출한 때로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된 것으로 본다. 따라서 피고를 경정하게 되는 경우 경정신청서를 제출한 때 소멸시효가 완성돼버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송을 제기할 때부터 피고가 될 소송의 상대방을 정확하게 지정해야 할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유물의 독점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하는 다른 소수지분권자를 상대로 인도청구를 할 수 있을까. 갑과 을은 A 토지의 2분 1씩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소수지분권자인데, 현재 을은 갑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A 토지 전부에 소나무를 심어 A 토지 전부를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다. 이 경우 갑은 자신의 지분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을에게 소나무를 수거하고 A 토지를 인도하라는 청구를 할 수 있을까. 민법 제265조는 공유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은 공유자의 지분의 과반수로써 결정한다. 그러나 보존행위는 각자가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을이 A 토지의 과반수지분권자라면, 을은 갑의 동의가 없어도 A 토지 전부를 독점적으로 점유ㆍ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갑은 을에게 소나무 수거 및 토지 인도를 청구할 수 없으며, 단지 지분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내지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을은 A 토지의 소수지분권자에 불과하므로, 을이 갑의 동의 없이 A 토지를 독점적으로 점유ㆍ사용하는 것은 위법해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경우 기존 대법원 판례는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라고 하더라도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점유 공유자에 대해 방해배제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유물의 소수지분권자가 다른 공유자와 협의 없이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ㆍ사용하고 있는 경우 다른 소수지분권자는 공유물의 보존행위로서 그 인도를 청구할 수는 없고, 다만 자신의 지분권에 기초해 공유물에 대한 방해 상태를 제거하거나 공동 점유를 방해하는 행위의 금지 등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해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였다. 즉 위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은 기본적으로 공유물을 독점적으로 점유ㆍ사용하는 소수지분권자 역시 공유물을 무단으로 불법 점유하는 제3자와 달리 자신의 지분 범위에서는 공유물 전부를 점유해 사용ㆍ수익할 권한이 있다. 만약 인도 청구를 허용한다면, 점유 공유자가 적법하게 보유하는 지분 비율에 따른 사용ㆍ수익권까지 근거 없이 박탈하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으나, 갑은 지분권에 기초한 방해배제로서 A 토지 지상에 심어진 소나무의 수거를 청구하거나, 지분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내지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 지분의 과반수를 소유하지 않는 이상 을에게 A 토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 이와 같은 해결방법에 만족할 수 없다면 갑으로서는 종국적으로 공유물의 분할을 청구하는 방법으로 공유관계를 해소시킬 수밖에 없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구하라 법

A의 아버지(B)와 어머니(C)는 A가 어린 아이였을 때 이혼했다. 이후 B가 홀로 A를 양육했고, 반면 C는 이혼 이후 A와 완전히 절연해 양육비를 지급하기는커녕 단 한 번 찾아온 적도 없었다. 성인이 된 A는 크게 성공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행하게도 30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그런데 과거 20년간 아무런 연락도 없던 C가 갑자기 나타나 A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C의 요구는 법률적으로 정당한가? 만일 A에게 자녀가 있다면 C의 요구는 전혀 이유가 없다. 자녀가 A의 제1순위 상속인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으면 제2순위로 부모가 상속인이 되는데, 부모가 모두 생존해 있다면 그 상속지분은 각 1/2이다. 자녀를 제대로(또는 전혀)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권이 있는가? 그렇다. 우리 법은 양육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의 상속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C는 A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결론이 동시대인의 평범한 상식에 어긋나는 부조리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상속에 관해 우리 법이 혈연과 형식(혼인신고)을 극도로 중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다. 예컨대 큰아들(D)은 오랜 기간 병든 아버지를 돌보면서 아버지의 재산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반면 작은아들(E)은 수십 년 전에 가출한 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지만, E 또한 아버지의 재산에 대해 1/2의 상속권을 가진다(D에게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음). 이런 예는 어떠한가. 아내(F)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이유로 가출하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남편(G)은 (어떤 사정이 있어 F와 공식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사실혼) 수십 년을 살다가 거액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이 경우 (G에게 자식이 없다고 가정하면) G의 전 재산은 F가 상속한다. 다만 핏줄과 형식(혼인신고)에도 불구하고 상속인 자격을 박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민법 제1004조가 정한 상속결격사유이다. 그러나 그 사유는 매우 엄격해서 예컨대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의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위 사례의 C와 E 및 F는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속인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구하라 법안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부모의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혈연과 형식만을 극도로 중시하던 우리 상속법에 작지만 의미 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이 법안은 결론에 있어 상식에 부합하지만, 현저히 게을리 하다와 같은 지극히 추상적인 요건은 또 다른 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깊은 연구와 진지한 토론을 거쳐 충실한 입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부당해고 구제이익의 확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을 경우, 부당해고에 대해 다투는 방법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여기서 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면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법원 등의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일이 많이 소요돼 절차 진행 중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구제이익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종래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해고기간 중에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한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의 이익을 부정해 왔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을 악용해 사용자측에서 의도적으로 절차를 지연시켜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해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목적에 포함되는 점,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은 장래의 근로관계에 대한 조치이고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가 부당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해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것은 아닌 점, 종전 판결은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고 기간제근로자의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2월 20일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압수 대상 아닌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능력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판사에게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압수ㆍ수색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는 그 압수ㆍ수색의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수사기관이 피해자 갑에 대한 성폭력 범죄(통신매체를 이용, 어린 미성년자를 유인해 간음한 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A 소유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위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정보 분석 결과 A가 비슷한 시기에 저지른 피해자 을, 병, 정에 대한 성폭력 범행에 관한 추가 자료들이 획득돼 피해자 갑, 을, 병, 정에 대한 성폭력 범죄사실을 모두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나 A의 변호인이 을, 병, 정에 대한 범죄사실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함에 따른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로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압수 대상이 아닌 범죄사실에 대해 그 증거능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휴대전화는 A가 긴급체포되는 현장에서 적법하게 압수됐고, 법원의 사후 압수ㆍ수색영장에 기해 압수 상태가 계속 유지됐다. 사후 압수ㆍ수색영장에는 범죄사실란에 갑에 대한 범행 사실만이 명시됐으나, 계속 압수ㆍ수색이 필요한 사유로서 추가 여죄수사의 필요성과 피해자 갑에 대한 범행을 위한 중간 과정 내지 그 수단으로 평가되는 행위들에 관해 압수ㆍ수색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상습범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있었고, 추가 자료들로 밝혀지게 된 을, 병, 정에 대한 범행은 압수ㆍ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기본적 사실 관계가 동일한 범행에 직접 관련돼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A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련의 성범죄는 범행 동기, 범행 대상,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공통되는 점, 추가 자료들은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로 기재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로 사용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추가 자료들로 인해 밝혀진 A의 을, 병, 정에 대한 범행은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이와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ㆍ인적 관련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추가 자료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뿐 아니라 추가 범행들에 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부동산에의 부합

민법 제256조에 의하면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위 단서에 따라 예컨대 토지의 사용대차권에 기해 토지 상에 식재된 수목은 이를 식재한 이에게 소유권이 있고 토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 단서에 따른 예외성에 대하여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에 부합된 물건이 사실상 분리복구가 불가능해 거래상 독립한 권리의 객체성을 상실하고 그 부동산과 일체를 이루는 부동산의 구성부분이 된 경우에는 타인이 권원에 의해 이를 부합시켰더라도 그 물건의 소유권은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한다. 어떠한 동산이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려면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ㆍ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판례는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면, 그것이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돼 토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지 않는 이상 토지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부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밭으로 사용되는 토지 일부를 통행로로 사용할 것을 허가받은 제3자가 통행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한 경우 토지와 아스콘의 구분이 명확하고, 아스콘 제거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지 아니하므로 포장은 도로부지로부터 사실적ㆍ물리적으로 충분히 분리복구가 가능한 상태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함께 그 포장은 토지의 제3취득자가 도로부지를 당초 용도에 따라 밭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토지의 구성부분이 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부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토지 지상에 별개 부동산인 건축물이 건축된 경우 지하에 시공된 시설이 토지에 부합됐는지, 아니면 지상 건축물의 기초 등을 구성해 건축물의 일부분이 됐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시설과 토지 및 건축물 사이의 각 결합 정도나 물리적 구조뿐만 아니라 당해 시설의 객관적, 사회경제적인 기능과 용도, 일반 거래관념, 토지의 당초 조성상태, 건축물의 종류와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모(母)가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가

무정자증인 남편과 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남편과 아내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자녀를 갖기로 합의하고, 인공수정을 하여 아들이 출생했다. 남편과 아내는 태어난 아들을 자신들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 후 남편과 아내는 이혼했다. 남편은 법원에 아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은 남편의 혼인 중 아들(친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의 출생자가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민법 제844조). 친생자로 추정된다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남편의 친자녀로 인정되고, 이를 부인하는 사람이 법원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의해서 친생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을 때만 친생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민법이 친생자 추정제도를 둔 이유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지가 문제 된다. 보통의 경우 친생자란 남편의 정자에 의해서 임신했다는 의미인데,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남편의 정자에 의해서 임신한 경우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편의 동의를 받은 인공수정도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은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고, 남편은 자녀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음을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동산양도담보 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갑은 을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위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생산기계에 관하여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했다. 그런데 그 후 갑은 위 기계를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 경우, 갑은 형사상 배임죄로 처벌받을까?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55조 제2항). 기존 대법원은 동산양도담보 목적물을 채무자가 처분한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 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 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대법원 1989년 7월 25일 선고 89도350 판결 참조).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례로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0년 2월 20일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결과적으로, 동산양도담보 설정자(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계약상 의무 불이행에 따른 민사적 책임(손해배상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겠지만, 위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동산양도담보 설정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법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권리의무의 주체와 소송에 있어서의 당사자 적격

소송에 있어서 당사자적격이라 함은 특정의 소송사건에서 정당한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을 말한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당사자적격은 민법 등 실체법상의 관리처분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특히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보통 권리의무의 주체가 소의 당사자, 즉 원고와 피고가 된다. 그렇다면, 이행의 소에 있어서 이행청구권이 없는 자가 소를 제기한 경우 그 소는 당사자적격을 그르친 것이기 때문에 실체 판단을 하기에 앞서 무조건 각하되어야 할까? 결론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시에는 이행청구권이 없었으나 소 제기 이후 새로운 법률원인으로 이행청구권을 취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실제로 이행청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본인이 이행청구권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원고적격을 가지며 그로부터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자가 피고적격을 가지게 된다. 즉, 이행의 소에서는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해 당사자적격 유무가 판가름나며, 원고ㆍ피고가 실제로 이행청구권자이거나 이행의무자임을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한 이행청구권이나 이행의무의 존부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A가 자신의 부동산을 B에게 매도했는데, 매매대금을 A의 지인인 C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기로 했다고 하자. 이후 B가 약속한 일자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계약당사자로서 매매계약의 권리의무 주체인 A는 물론 계좌를 빌려준 것에 불과한 C 역시 자신이 매매대금 청구권자라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매매대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C가 소 제기 당시 실제 매매대금 지급청구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소 제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후 C가 변론종결 이전에 A로부터 매매대금 지급청구권을 양수받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채권양도 통지 역시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C는 실제 이행청구권을 가진 자로 인정돼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등기말소청구의 소가 등기의무자나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아닌 타인을 피고로 삼은 때에는 당사자적격을 그르친 것으로서 각하된다. 특히 부기등기에 의하여 이전된 근저당권 또는 가등기 등의 말소등기청구는 양수인만을 상대로 하면 족하고 양도인은 그 말소등기청구에 있어서 피고 적격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2000년 4월 11일 선고 2000다5640 판결 등 참조).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은

재산의 증여와 관련해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법으로 약칭)은 수증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법 제4조의2 ①). 예컨대 갑이 아들인 을에게 토지를 증여한 경우, 수증자인 을이 소정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산을 증여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은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수증자로부터 증여세를 징수하기 어려운 경우(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체납처분도 무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증여자도 수증자와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법 제4조의2 ⑥). 즉, 증여자는 예외적으로만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갑이 을의 동의를 얻어 그 소유 재산의 명의만을 을로 해두는 경우가 있다. 이를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법제는 명의신탁을 그다지 달갑게 여지기 않는다. 우선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그 자체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과 과징금의 대상이다. 반면, 자동차나 주식 등을 명의신탁하는 것은 증여세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만일 갑이 A회사 주식을 을의 명의로 신탁(명의개서)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주식의 형식상 명의자는 을이지만, 갑은 결코 을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법(제45조의2)은 이러한 경우 갑이 을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명의신탁을 억제하려고 시도한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을이 증여세를 내야 할까? 실제로 법은 최근까지 이러한 경우에도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수증자로 의제된) 을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며, 다만 증여자인 갑은 을과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개정 전 법 제4조의2 ⑤ 4호). 그러나 명의신탁 행위를 통하여 실제로 어떤 이익을 얻는 사람은 명의신탁자(갑)일 뿐이며 명의수탁자는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증여세까지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리하여 2018년 12월 31일 개정된 현행 법은 명의신탁의 경우 실제소유자(명의신탁자)가 해당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명문으로 선언(개정된 법률 제4조의2 ②)함과 동시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연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종전 규정을 삭제했다. 따라서 현행 법률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람은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갑이고, 단지 명의수탁자에 불과한 을은 증여세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처럼 명의신탁을 하는 사람은 증여세까지 단독으로 납부해야 한다. 개정 규정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행위를 주도한 사람에게 직접 과세한다는 점에서 형평에 부합하고 이를 통해 명의신탁을 제어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효율적인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유심칩을 타인으로부터 매입해 사용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되는지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이용자들에게 통신, 금융, 결제수단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하여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범죄자가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피하고자 성명불상자로부터 그 명의로 개설된 휴대폰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약자인 유심(USIM)칩 1개를 구입한 다음 이를 자신이 소지 중인 휴대폰에 부착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타인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 그 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에서는 휴대전화 유심칩은 이동통신단말장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행위에는 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된 단말장치를 넘겨받아 이를 이용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점과 휴대폰, 태블릿 등 단말장치를 통해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통신회사와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여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요금제를 선택한 후 정보와 권한의 내용이 저장된 유심을 취득하는 유심의 개통과 단말장치에 유심을 장착해 단말장치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로 활성화되는 단말장치의 개통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유심을 사용하는 현재 보편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아래에서는 유심의 개통 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는 없고, 반대로 단말장치의 개통 없이 유심의 개통만으로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할 수도 없으므로, 단말장치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점,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공기계 단말장치에 장착하여 그 단말장치가 이동통신역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활성화되는 경우 그 단말장치는 장착된 유심의 명의자인 타인 명의로 개통된 것으로 인식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구입한 후 이를 자신이 소지하던 공기계 휴대폰에 장착하고 전기통신역무를 받을 수 있도록 휴대폰을 타인 명의로 활성화시켜 사용한 행위 역시 전기통상사업이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2월 131일 선고 2019도15087 판결) 범죄조직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돈을 미끼로 타인의 휴대전화나 유심을 사들여 이를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돈의 유혹 때문에 자신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나 유심을 제공하는 경우, 보이스 피싱 등 범죄행위의 공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를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재산에서의 기여분

부모 중 어느 일방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와 자녀가 법정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공동상속하게 되는데, 민법 제1008조의 2에서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법정상속분 외에 기여분이라는 것을 인정하여 기여분을 상속재산에서 먼저 공제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갑이라는 사람이 사망하자 그 전처 소생인 A, B와 갑의 후처인 C 사이에 상속분에 대해 협의를 하던 중 후처인 C가 재혼 후 갑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 갑과 동거하면서 그를 간호했다며 기여분을 인정하여 달라고 하자 A, B가 거절했고, 이에 C가 가정법원에 자신의 기여분을 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이런 유형의 소송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이라 하는데,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후견적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 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양 또는 재산적 기여가 법정상속분을 수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 및 그 정도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민법 제826조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는 제1차 부양의무를 지우고 있고, 부부 사이의 상호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이고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양의무인데, 이러한 동거ㆍ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점 때문에 망인의 배우자에게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에다가 5할을 가산하여 법정상속분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동거ㆍ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민법 제1008조의 2가 정하는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를 판단하려면 동거ㆍ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ㆍ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C가 갑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C가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갑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갑의 재산 유지ㆍ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C의 기여분 결정 청구를 배척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코로나19로 인한 계약불이행의 경우도 법적 책임을 지는가

코로나19의 피해 현황(3월 29일 오전 3시 기준)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는 발생국가 199개국, 확진자 70만 2천368명, 사망자 3만 3천180명이고, 우리나라는 확진자 9천661명이며 사망자는 158명에 이른다. 대부분 국가가 입국금지 내지 제한 조치, 국내에서의 이동금지 명령을 실시하고 있고, 대중이용시설(종교시설, 체육시설 등)의 이용금지를 강력히 권고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어 일상의 모든 생활이 정지된 상태이다. 결혼식, 전시회 등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고 비즈니스를 할 수 없어 물건의 납품 등 각종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민법 제390조 본문은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후문에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라는 상태는 일반적으로 불가항력이나 천재지변의 상태를 가리킨다. 판례는 보통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를 계약당사자에게 귀책사유(책임질 사유)가 있는지, 계약당사자가 미리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계약당사자의 노력이나 힘으로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거나 피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위 3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계약당사자들이 이를 예상할 수 있거나, 이를 방지 내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서 민법 제390조 후문의 불가항력적인 사정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이라는 사실증명서를 발급하여 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원인이 되어 전시장이나 예식장 사용계약, 여행계약 등을 취소하거나, 물품제조를 하지 못해 물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한 경우 등에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효중단 목적으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민법 제168조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ㆍ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 사유로 중단된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이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에 중단사유로 민법상 청구 중의 최고에 해당하는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에 관하여는 규정하면서도 중요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이 중단사유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민법 규정 준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납세의무자에 대한 소제기가 불필요하여 이를 중단사유에서 제외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 사안은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그 법인의 재산이 국내에 없어 압류 조치를 못 했고, 달리 징수도 하지 못한 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이 되자 국가가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쟁점은 위 소가 중단사유가 되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해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입법형식상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둔다는 것은 어색하다. 오히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민법과 무관하게 중단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그중 일부 사유들은 민법상 중단사유와 중복되는 점에 비추어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으로 보인다. 이에 의하여 중단사유에 관한 민법 규정은 배제된다고 봄이 상당해 보인다. 또 이는 국세기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더라도, 민법의 중단사유 규정을 준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부득이한 측면이 있어 보이나, 법리적으로는 의문이 있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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