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최근 코로나19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온 나라가 걱정과 두려움 속에 24시간 긴장의 연속이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두 번이나 취재진 앞에 큰절을 올리며 국민께 사죄의 뜻을 밝혔고, 사흘 뒤인 5일에는 신천지가 사랑의 열매 대구지회와 중앙회에 각각 100억 원과 20억 원을 기부했으나, 신천지를 해체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0만 명 이상에 이를 정도로 아직도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너무나도 적대적이다. 이는 신천지 교인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의 검사 권유를 2차례 거부한 채 대구 신천지교회 집회 등에 참석했고,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천지의 허위 자료 제출 의혹과 함께 신천지의 폐쇄성, 이단성이 부각되면서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현재 보건당국이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포함해 제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제1급 감염병은 치사율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말하는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신종감염병증후군을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병, SARS, MERS 등 17종을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 질병관리본부장,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해야 하고(감염법예방법 제18조 제1항), 누구든지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 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은폐를 해서는 아니 된다(감염법예방법 제18조 제3항). 따라서 언론 보도 내용대로 신천지가 보건당국에 제출한 교인명단에 일부 신도가 누락되어 있고, 관련시설 위치 정보 역시 일부 누락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역학조사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또는 고의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한 행위에 해당해 관련자 모두 감염병예방법 제79조 제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편, 신종 코로나와 같은 제1급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감염원 및 감염경로의 정보 입수가 긴급한 상황에서 자료 제공자가 일부 누락된 정보를 제출하는 것은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위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신천지 관련자들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형법 제137조).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구속에서 해방되는 경로

구속과 석방은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법률개념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나 이와 관련된 제도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독자들은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여러 제도를 법치국가를 살아가는 시민의 상식 차원에서 간략하게 개관해 보도록 하자.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이 피의자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구속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법원에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제201조의2)를 거쳐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아예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 만일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된 피의자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을 구속한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법원에 구속적부심(제214조의2-4)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한편,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을 때, 법원은 보증금 납입(제214조의2-5)을 조건으로 그를 석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아래에서 언급하는 피고인에 대한 보석 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 법원이 구속적부심이나 보증금 납입조건부 석방을 받아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법원의 관여 없이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석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수사를 진행해 본 결과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다고 판단된다면 검사는 구속 취소(제209조, 제93조)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검사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예컨대 피의자가 중병에 걸린 경우) 구속의 집행을 정지(제209조, 제101조-1)할 수도 있다.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만일 검사가 구속기간(최장 30일)이 만료되도록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은 당연히 효력을 잃고 피의자는 석방되어야 한다. 검사의 기소에 따라 구속 피의자는 이제 구속 피고인이 된다. 자유를 원하는 구속 피고인은 법원에 다시 보석(제95조, 제96조)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이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면 피고인은 석방된다. 또한 법원은(피의자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구속사유가 없음을 이유로 구속을 취소(제93조)할 수 있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구속의 집행을 정지(제101조-1)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정을 받은 피고인은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판을 진행한 결과 피고인이 공소기각, 무죄, 벌금형, 집행유예형 등(제331조)의 형을 선고받으면, 구속영장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피고인은 즉시 석방된다. 만일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각 심급별 최장 6개월)이 만료되도록 재판을 끝내지 못했다면, 구속영장은 당연 실효되므로 피고인은 석방되어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대금의 범위

요즈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전화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때 도난이나 분실을 걱정하게 된다. 이를 대비해 이동통신사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약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동통신사는 약정에 따른 단말기 구입대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회사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가입 고객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돼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도난당했거나 분실했을 때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지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단말기 구매대금은, 단말기 시장에 공개된 거래의 기준가격인 출고가인지, 아니면 출고가에서 장려금을 공제한 금액인지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2019년 12월 27일 선고 2016다224428, 2016다224435 판결)은 단말기 시장에서 장려금은 이동통신회사와 사이에 특정한 내용의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므로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새로 체결하지 않고 기존의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유지하면서 단말기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단말기 시장에 공개된 거래의 기준가격인 출고가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보험계약과 연계된 이동통신사의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서도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고객이 새로운 단말기를 출고가로 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보험계약에서 사용한 출고가라는 용어 역시 단말기 시장에서 통용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라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하였으면 이를 새로 구입하는 데에 드는 비용으로써 출고가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유등기된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 숫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 설립동의와 관련해 동별로 구분소유자의 일정한 숫자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관련법령에 따르면 소유권 또는 구분소유권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는 경우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재건축사업 지역에 30년 전에 건축된 상가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의 분양 당시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춘 54개의 상가 호실로 구분하여 수분양자들은 호수, 위치 및 면적을 특정해 각 분양계약을 체결했는데, 상가건물등기부상으로는 전체 건물에 대하여 48명의 공유로 등기돼 있었다. 그렇다면, 위 상가건물은 위에서 언급한 관련법령에 따라 공유자 48명을 대표하는 1명만을 소유자로 산정하여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위 48명을 별개의 구분소유자로 보아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특히, 일정한 범위의 상가건물은 구조상 독립성 요건을 완화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의2에 따라 (건물경계를 구분 짓는 벽체가 없어도) 경계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부착함으로써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상가건물에 대해 공유로 등기된 경우도 있을 수 있는바, 이 경우에도 구분소유자의 숫자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구분소유가 성립하려면 객관적ㆍ물리적인 측면에서 구분된 건물부분이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구획된 부분을 각각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구조상의 구분에 의해 구분소유권의 객체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조상의 독립성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해당 건물부분이 적어도 위 집합건물법 제1조의2의 적용을 받는 구분점포(경계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부착한 경우)에 해당하고, 또한 분양 당시 그 건물의 특정 부분을 구분하여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비록 등기부에 구분건물로 등기되지 않았더라도 각 상가 호실을 구분소유권의 대상으로 하는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공유자 48명을 대표하는 1명만을 소유자로 산정하여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상가별로 별개의 구분소유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기간제근로자(임시직근로자)는 어떤 처우를 받는가

기간제근로자란 임시직, 위촉ㆍ위임계약직, 촉탁직, 기능직, 계약직 등 그 명칭에 관계없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즉,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기간제근로자는 정규직근로자와 대비되는 근로자로서 정규직근로자에 비해 근로자로서의 신분보장이나 보수 등 제반 조건에서 불이익이 많다. 정부는 늘어나는 기간제근로를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고자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그 후 수차 기간제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법은 기간제근로자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근로자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법은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나, 2년을 초과한 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단기간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경우, 전환된 근로자에게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사용자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위 취업규칙에 따라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호봉 정기승급 및 각 임금 항목으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권리를 크게 보호하는 판결을 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토지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제한의 한계

토지를 분할ㆍ매각함에 있어서 토지 일부를 분할된 다른 토지의 통행로로 제공하여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그에 따라 분할토지 소유자들이 그 통행로 부분을 무상으로 통행하게 되면 원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은 제한된다. 그 후에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그 부분 소유권을 승계취득한 자는 원칙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을 주장할 정당한 이익을 갖지 않고 원소유자와 마찬가지로 무상통행을 수인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용수익 제한이 분할토지의 소유자들에 대한 부담인지, 통행로를 이용하는 일반 주민들에 대한 관계에서도 부담해야 하는지, 물권포기에 따른 대세적인 부담인지 등이 반드시 명확하지만은 않다. 다만, 관련 판례 중 통행로 부분의 승계인이 건축을 위해 통행로 부분과 함께 통행로를 필요로 하는 인근 주민들의 주택을 모두 매수하면서 다만 그중 1인의 주택만을 매수하지 못하였는데 그 1인의 주택은 다른 공로에 접해 있어 그 1인이 통행로 부분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승계인의 통행로 부분에 대한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은 제한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판시한 사례가 있다. 이는 원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제한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통행로 이용에 관해 이해관계가 있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관계에서 부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종전 판례에 따르면 통행로 이외 토지 부분에 관하여 소유권을 포기한 사례에 관한 것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수 개의 건물의 부지로 된 일단의 토지 중 일부를 그 소유자가 위 건물들의 부지로 제공하여 건물소유자들이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사안에서, 이는 채권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특정승계인이 그러한 채권적 법률관계를 승계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특정승계인의 위 건물 부지 부분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앞서 본 토지소유자의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의 법리는 토지가 도로 등 일반 공중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토지가 제한된 특정인들의 용도만으로 제공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판시한 것으로 보여 주의를 요한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였다가 매매 또는 기타 원인으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에게 인정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이는 판례가 관습법으로 인정한 법정지상권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처분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동일인에게 속해야 하고, 둘째 매매 기타의 원인(증여, 대물변제, 공유지 분할,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민사집행법상의 강제경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셋째 당사자 사이에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건물의 유지 및 사용에 필요한 범위 내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더라도,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거나, 당사자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게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토지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간의 약정에 의하지 않은 지상권인바, 민법 제281조 제1항은 계약으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기간은 전조의 최단 존속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280조 제1항은 그 기간으로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30년, 전호이외의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15년, 건물 이외의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5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각 최단 존속기간에 따른다. 이때, 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견고한 건물인지의 여부는 그 건물이 가진 물리적ㆍ화학적 외력 또는 화재에 대한 저항력 및 건물해체의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건물이 목재기둥으로 세워졌다 하더라도 벽체가 벽돌과 시멘트블록으로, 지붕이 스레트로 이뤄져 있어 상당기간 내구력을 지니고 있고 용이하게 해체할 수 없으면 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견고한 건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년 1월 21일 선고 96다40080 판결, 2003년 10월 10일 선고 2003다33165 판결 등 참조)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관습상 법정지상권

동일인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는 건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를 관습상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예를 들어, 토지소유자가 그 지상에 자신의 비용으로 건물을 신축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건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면 건물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이상 토지에 관한 지상권을 자동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채권이 아니라 물권이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후 토지를 양수한 새로운 토지소유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에게 건물 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한편,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일종의 법률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등기를 요하지 않지만, 그 법정지상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해야 한다.(민법 제187조) 따라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법정지상권에 관한 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이상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만 가지고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어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여전히 당초의 법정지상권자인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유보된 것이다. 다만, 법정지상권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과 함께 법정지상권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적 계약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양수인은 종전 건물소유자를 대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해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그 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5년 4월 11일 선고 94다39925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종전 건물소유자를 거쳐 자신 앞으로 법정지상권의 등기가 마쳐질 때까지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반대로 토지소유자 역시 새로운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양수인은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할 의무가 있는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대차 종료와 부당이득반환

갑은 을에게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00만 원에 점포를 임대했다. 을은 보증금을 지급한 후 점포에서 커피숍을 운영했는데, 1월분과 2월분의 월세만 지급하고 3월분 이후 월세를 지급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갑은 2019년 9월 31일 을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즉각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을은 갑의 요구를 무시한 채 여전히 월세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계속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임차인이 3월분 이후의 월세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적법하다. 따라서 2019년 10월 1일 갑은 을에게 밀린 월세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고 을은 갑에게 점포를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 을은 2019년 10월 1일 이후에도 점포를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커피숍을 운영(점포의 사용ㆍ수익)하고 있으므로 월세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후 점포를 비워달라는 갑의 요구가 점점 더 강력해지자 을은 2020년 2월 1일 커피숍 영업을 중단했다. 다만 을은 사업용 비품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쇠로 잠그고 타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즉, 을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점포를 갑에게 인도하지 않고 계속 자신이 점유한 것이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흘러 2020년 12월 31일이 됐다. 이 경우 을은 2020년 2월~12월분의 월세를 갑에게 지급하여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답은 을은 월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실질적 이익의 이론이라고 한다. 즉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점유했지만 이를 본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ㆍ수익하지 않은(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라면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이미 오래전에 형성됐고 최근 대법원(2018년 11월 29일 선고 2018다240424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재차 확인했다. 따라서 을이 2021년 1월 1일 갑에게 점포를 반환하는 경우 갑은 커피숍이 운영된 2019년 3월~2020년 1월(11개월)의 보증금 2천200만 원을 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기간(2020년 2월~12월)에 을은 점포를 실질적으로 사용ㆍ수익한 사실이 없어 이 기간의 월세 상당액은 공제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갑은 2천800만 원의 보증금을 을에게 반환할 책임이 있다. 한편, 이 사안에서 갑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을의 점포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을은 점포의 인도를 지체한 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 갑도 보증금의 반환이 지연된 점에 대해 지연손해금을 납부할 책임이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증명책임의 완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 도로에 인접한 과수원(논, 밭 포함)의 경우, 매연 또는 제설제 살포를 원인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도로관리청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설치하고 보존ㆍ관리하는 자는 그 설치 또는 보존ㆍ관리의 하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는 해당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함은 해당 공작물을 구성하는 물적 시설 그 자체에 물리적ㆍ외형적 결함이 있거나 필요한 물적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용자에게 위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공작물을 본래의 목적 등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주는 경우까지 포함된다. 이 경우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종류와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토지가 있는 지역의 특성과 용도, 토지이용의 선후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 의한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손해발생의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에 의한 공해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증명책임이 완화되어 피해구제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신뢰관계 훼손에 따른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 권한

요즘 많은 연예인이 소속사 및 매니저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체결하는데, 연예활동 중 소속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위 계약에 종속되어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지, 또는 중도 해지가 가능한지가 자주 분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계약서에 해지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되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어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보통 전속계약은 소속사 등이 연예인으로부터 연예활동과 관련한 매니지먼트 업무를 위임받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므로 기본적으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은 소속사 등이 사무처리에 대한 대가로 연예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모든 수입을 자신이 수령한 다음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중 일정한 금액을 연예인에게 지급하고, 전속료도 지급하는 등의 경우가 대부분인바, 이러한 경우는 민법에서 정한 전형적인 위임계약과 다른 특수성을 띠고 있으므로 민법상의 위임 계약으로 볼 수 없고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속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되어 있으므로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속계약은 기본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도 지니고 있으므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전속계약의 성질상 계약 목적의 달성을 위해 계약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 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으며,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불구하고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계약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법원은 소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미성년 여성인 다른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게 하고, 또한 그 연예인을 위한 매니지먼트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상호 간에 형사고소 등이 오고 간 경우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과도한 압수수색에 의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요즘 수사기관의 과도한 압수ㆍ수색에 의한 범죄수사와 인권침해가 문제되고 있다. 특히, IT 시대를 맞아 개인적인 비밀이 저장돼 있는 컴퓨터의 저장장치나 핸드폰에 대해 과도하게 압수ㆍ수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압수물에서 발견된 정보로 당초의 혐의사실 이외에 새로운 범행사실까지 찾아내 처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적법한 것인가. 우리는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받거나 경찰서에 불려 갔을 때는 거의 무저항 상태로 경찰관의 지시나 요구를 따르게 된다.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이 임의동행을 요구하거나, 소지품이나 신체를 압수ㆍ수색하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경찰관이 요구하면 그냥 휴대폰 등 소지품 등을 내줘 그 증거가 자신에 대한 범죄증거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산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산업체 직원 갑과 을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압수ㆍ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갑의 컴퓨터 외장하드 및 을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했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갑의 외장하드에 병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조사본부에 요청해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한 후 병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했다. 이를 기초로 갑과 을이 병과 공모, Y사업관련 군사기밀 탐지ㆍ수집ㆍ누설 했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해 군수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위 압수ㆍ수색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대상혐의와 관계가 없는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압수한 후 이를 다른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해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해지

우리는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연예인과 전속사와의 계약 등에 관하여 종종 듣게 된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그들을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며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비전형계약의 하나이다. 비전형계약의 법적 성질은 유사한 전형계약과 민법의 기본법리에 참조해 해석을 하되, 그 계약의 목적과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판례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법상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다. 물론 위 해지조항은 임의규정이므로 약정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돼 있으므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그 계약의 해지 가능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는 것도 위 계약이 본질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부적절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례는 다음과 같이 기준을 정하고 있다. 즉,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성질상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신뢰관계가 깨어졌는데도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예인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계약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특성을 잘 고려한 것으로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작물 소유자의 태풍으로 인한 피해보상 범위

이번 가을에는 유독 태풍 소식이 많았다. 만약 태풍으로 인해 건물 간판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을 파손한 경우, 건물 소유자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설은 공작물 소유자의 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인정하고 있고, 판례 역시 매년 집중호우와 태풍이 동반되는 장마철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의 여건하에서 집중호우나 태풍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1993년 7월 27일 선고 93다20702 판결 참조)하여 기본적으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타인의 손해에 대해 소유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지우면서, 그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에 있다. 그러나 공작물의 소유자에게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손해가 태풍과 같은 자연력이 개입해 발생한 경우 가해자의 배상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에 대한 자연력의 기여분을 제한 부분으로 제한돼야 할 것이고, 또한 피해자의 과실이 있을 때에는 피해자의 과실도 당연히 참작돼야 할 것이다. 태풍에 건물 간판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안에서 법원은 사고 경위와 건물의 파손 부위 등을 보면 건물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 건물 소유자에게 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와 태풍과 같은 자연력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손해 발생에 대해 자연력이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건물 소유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3257911) 또한, 태풍으로 아파트 복도 창문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안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창문 상태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유지ㆍ보수를 게을리하는 등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차량 소유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발생의 위험성을 2차례나 방송을 통해 경고했는데도 제때 자신의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부산지방법원 2016가소570497)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축구 경기 중에 입은 부상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대중 스포츠 중의 하나로 축구를 꼽을 수 있다. 주변을 보더라도 축구 동호회 활동을 꾸준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좀 더 안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축구 전용 시설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 역시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고, 여기에 축구는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전형적인 경기이기 때문에 자칫 팀원 간에 승부욕이 발동하기라도 하는 경우 경기가 다소 과격하고 거칠게 진행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축구 경기를 하다가 상대팀 선수와 몸싸움을 하거나 상대 선수가 찬 공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경우 가해 선수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례를 보면, 특히 축구는 신체접촉이 많은 경기인 만큼 거친 파울 등과 같은 고의적이고 중대한 경기규칙 위반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 춘계 체육대회 축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로 인해 무릎관절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사고에서, 재판부는 다수의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경기 참가자 역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이런 운동경기의 참가자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경기 종류와 위험성, 당시 상황, 경기규칙 준수 여부, 규칙을 위반한 정도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것이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피해 학생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53223) 다시 말하자면, 축구와 같이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경기는 누가 보더라도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힐 의도가 엿보일 정도이거나 이에 따르는 명백한 반칙행위가 아니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축구를 하다 친구가 찬 공에 얼굴을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이 상실된 사고에서도 재판부는 비슷한 법리로 가해 학생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44091) 모든 아마추어 스포츠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부상의 위험이 뒤따르는 축구 경기를 함에는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기보다는 가능한 즐기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몸이 다치기를 각오하거나 다른 사람이 다치기를 바라며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세금 축소 신고 합의

상가건물의 소유자인 갑은 상인 을에게 보증금 5억 원, 월세 700만 원에 건물을 임대하면서 세금을 아끼기 위해 관할 세무서에 보증금만 신고하고 월세는 신고하지 않기로 을과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갑은 을로부터 을이 보증금과 월세를 신고하면 월세 700만 원에 대한 소득세, 부가세 등 제세금은 을이 부담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을은 세무서에 보증금과 월세를 모두 신고했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해 을이 갑에게 보증금 5억 원을 돌려 달라고 하자, 갑은 을이 월세를 신고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됐다. 각서에 따라 위 세금은 을이 부담해야 하므로, 갑이 반환할 보증금에서 위 세금 상당의 돈을 공제해야 한다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들이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세무서 등에 허위의 거래 내용을 신고하고 만일 일방이 이를 위반해 증가한 세금은 그 위반자가 납부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도 실제 재판에서 다뤄진 사건(대법원 2010다95062호 판결과 그 원심인 부산고등법원 2009나6318호 판결)의 사실 관계를 일부 변형해 구성한 것이다. 위 사안에서 약속을 지킬 것을 을에게 요구하는 갑의 주장은 타당한가? 계약을 맺었으면 지켜야 한다라는 것은 우리 법의 대원칙이다. 위 사안에서 갑과 을은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계약)를 하고 그 증거로 각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을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민법 제103조이다. 이에 따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예컨대 청부 살해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기로 한 약속 등은 그 내용의 불법성으로 인해 무효이므로,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위 사안에서 갑과 을이 체결한 계약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세금 탈루를 목적으로 한 합의라는 점이다. 따라서 을에게 위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을에게 세금탈루, 즉 불법을 감행할 것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갑과 을이 체결한 위 약정 중 소득세 부분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을은 갑이 추가로 납부한 소득세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법원은 부가가치세 부분에 관한 합의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부가가치세 자체가 본래 최종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임을 감안한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대차보증금양도의 효력

A는 B에게 돈을 빌려 주고 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B는 차용금을 변제하는 대신 C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A에게 양도하고, C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시에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이런 경우 A는 C로부터 채권양도 통지 내용에 따라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 된다. 대법원은 C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통지를 받은 후에는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이나 계약기간 연장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더라도, 그 합의의 효과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수인인 A에 미칠 수 없다는 뜻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A는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기간을 연장하는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C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C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B의 임대목적물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B가 임대목적물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가 A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A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A는 C가 임대차계약상 B에 대해 가지는 임대목적물 인도청구권을 C를 대신하여 행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권리를 채권자대위권이라고 하고, 일반적인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하여 행사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수한 채권자(A)가 그 이행을 청구하고자 임차인(B)의 건물인도가 이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 인도를 구하는 경우에는 그 채권의 보전과 채무자인 임대인(C)의 자력 유무는 관계가 없는 일이므로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A는 B를 상대로 임대목적물 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해 임대목적물을 C에게 인도하도록 함과 동시에 C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기간 종료와 상가 권리금 회수방해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2항에서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최대 5년까지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2018년 10월 16일 법률 개정으로 최대 10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음) 그리고 위 법률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차인이 권리금 계약에 따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제4호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됨),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그런데, 임차인 A가 임대인 B로부터 상가건물을 임차해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번의 계약갱신을 거쳐 총 임대차기간 5년이 만료될 무렵 위 음식점을 C에게 권리금을 받고 양도하기로 한 뒤 임대인 B에게 C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B는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C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임차인 A가 임대인 B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하급심은 위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최대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권한에 관한 위 법률 제10조의4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위 사례의 A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B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법률 제10조의4 1항 단서에서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권한에 관한 예외 사유로 위 법률 제10조 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임차인의 차임 연체,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임차, 무단 전대 등)로 한정하고,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위 법률 제10조 2항)는 예외 사유로 정하지 않고 있음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상가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려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의 입법취지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차인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영업상 유ㆍ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는 다르기 때문에 각기 그 예외사유를 달리 정한 것이라고 봤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위 사례에서 B가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경우에는 위 법률 제10조 1항 7호에서 따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은 헌법에 따라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피의자나 피고인이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때는 국가에서 최대한 변호사를 선임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헌법과 법령은 거의 모든 형사사건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사선 변호인이 없을 때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줘야 하고, 피고인이 빈곤 등의 사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거나, 피고인의 연령ㆍ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3조). 국선 변호인이 선정된 후에 다시 개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판례는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사선 변호인을 기재하지 아니하여 판사가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피의자 신문을 하게 한 경우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런가 하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고 피고인과 국선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한 다음,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함에 따라 항소법원이 국선 변호인의 선임을 취소한 경우 새로 선임된 사선 변호인에게 다시 같은 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판례도 있다. 이 판례에 의하면 피고인의 사선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한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항소기각을 당하는 결정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선 변호사 선임을 받아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있고, 국선 변호사가 선정됐는데 다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등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권리금 회수 방해 관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문제는 위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 권리금 계약을 반드시 먼저 체결했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일견 문언상으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 하급심에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야 한다고 판시한 예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조항의 문구를 곰곰이 살펴보면, 거기에서의 권리금 계약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만을 말하는 것인지, 장차 체결할 권리금 계약도 포함하는 것인지 명백하지가 않다. 현실적으로도 임대차계약과 무관하게 권리금 계약만을 먼저 체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논란을 정리했다. 주된 판시이유는 ▲위 조항에서 권리금 계약에 따라라는 문언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위 조항은 임대인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에 다양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권리금은 임대차계약의 조건과 맞물려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으로서 수긍할 만한 논거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밖에 위 조항 각 호는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반드시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어야 함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들고 있으나, 위 각 호는 위 조항 본문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논거가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은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을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논거도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손해배상 범위를 한정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것이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 보장의 취지라고 보는 것은 의문이다. 아무튼,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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