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대학들도 새 학기를 맞았다. 그러나 유독 의대생들은 수업도 등교도 거부한다. 재학생들만이 아니다. 올해 갓 들어온 새내기 의대생들도 그렇다. 인하대 의대 신입생이 49명에서 올해 120명으로 늘었다. 의대 증원 덕을 본 신입생이 많은 셈이다. 그러려면 애초 합격을 양보할 것이지. 신입생이 한창 청춘의 꿈에 부풀 계절이다. 안 나오는 건 지, 못 나오는 건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한다. 얼마 전, 못 나오게 했다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 쓴 적이 있다. 의사라는 직분을 스스로 모독하는 것이라 했다. 그런데 지난주 그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 사건이 하나 있었다. ‘건국대 의대생 살벌 입장문’이다. 건국대 의대생 몇 명이 휴학계를 내지 않고 수업에 복귀하려 했다. 이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배척하는 입장문이 그들 단체 대화방에 떴다. 수사를 요청할 만큼 과격했다. ‘이탈자들의 파국적인 행동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추가 이탈자 역시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 ‘복귀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으면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 등등. 동료가 아니면 공대생이라도 되는 건가. 학문적 활동 외 술은 같이 마실 수 있다는 얘긴지. 보다 못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성명을 냈다. 제목이 ‘복귀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는 분들께’다. ‘내가 알던 후배, 제자들이 맞는지 두려움을 느낀다’,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도 오만하기 그지없다’, ‘노동자들은 12시간 넘게 서서 일하면서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들 삶이 여러분 눈에 보이기는 하나’,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이들에게 치료받게 될까 두렵다’ 등등. 백번 공감이 간다. 치료받다가 ‘더 이상 환자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나오면 어쩔 것인가. 파문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엔 사직 전공의 대표라는 이가 반박에 나섰다. 교수들 성명이 나온 지 8시간 만이라고 한다. ‘교수로 불릴 자격도 없는 분들께’로 시작했다. ‘위선 실토이자 자백’, ‘교수의 본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없이 당당하게 얘기하니 당혹스럽다’, ‘교수 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 등등이다. 이번 파문을 타고 의대생 커뮤니티의 유명한 말도 다시 회자됐다. ‘억울하면 의대 오든지’다. 어렵게 의대에 들어간 신입생들의 고생담도 떠돈다. 학교로 가라는 부모, 가지 말라는 선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 PC방으로 간다는 이야기. 여기에 더 보태고 빼고 할 것도 없다.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거대 부조리극이다.
사설
경기일보
2025-03-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