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내 손 안에 있소이다' 유용한 어플 이용법

내 손 안의 백과사전인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추석 연휴도 예외는 아니다. 귀향귀성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어플부터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새색시를 위한 어플, 위급한 상황에 문을 연 약국과 가까운 병원을 안내해주는 어플 등. 추석이어서 더 유용한 어플이 수두룩하다. ▲ 명절음식 초보도 일등 요리사로 변신 추석이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명절 음식과 차례상에 올릴 것까지 평소 만들지 않았던 요리에 도전하게 된다. 시집가서 첫 명절을 보내는 요리 초보 새색시나 한꺼번에 몰리는 친척을 위해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고참 주부나 힘들기는 마찬가지. 스마트폰 속 요리 어플리케이션은 각종 요리 레시피는 기본으로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CJ제일제당이 운영하는 요리 정보 어플리케이션 CJ더키친은 추석을 앞두고 30여가지의 명절요리 레시피를 선보인다. 명절음식을 쉽고 특색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부터 이색 요리 아이템을 공개했다. 완성한 요리를 담아내는 푸드스타일링 정보도 친인척에게 센스있는 주부로 각인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명절 기간 찐 살을 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저칼로리 다이어트 레시피와 각 음식의 영양정보를 수록했다. 요리어플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개의 레시피는 올 추석을 앞두고 스크랩 기능을 강화해 개편했다. 이 어플은 여성포털 이지데이에서 출시한 것으로 밑반찬부터 집에서 즐기는 레스토랑 메뉴, 손님맞이 초간단 간식 만들기, 와인과 함께 멋는 앳지 안주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요리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개편에는 넘치는 정보를 정리 편집해주는 큐레이션 기능 보완에 초점을 맞춰 회원 스스로 자신이 관심 있는 요리 분야를 스크랩하고 폴더를 만들어 편집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 전국 교통 정보를 한 눈에 확인 어플리케이션 중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용하는 대표적 카테고리 중 교통 및 지도 기능의 어플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귀향귀성길에 오르기 전에 단 10분이라도 소요 시간을 단축하려고 뉴스 속보에 의존했던 운전자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유용한 잇 아이템일 터. 올해에는 기존의 해당 어플들이 추석을 앞두고 기능을 개편하거나 강화해 손님맞이 채비를 마쳤다. 지난 2010년 선보인 교통알림e는 전국 주요 도시는 물론 모든 고속도로의 소통정보, 돌발정보, CCTV 영상정보 등을 선보인다. 최근 실시간 경로탐색 기능을 강화해 길안내 서비스도 제공하게 됐다. 현재 위치 중심의 내비형 교통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사용자가 별다른 조작없이 목적지를 검색할 수 있으며 주행경로 전방 10km까지의 교통상황을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단, 우선 안드로이드 계열의 스마트폰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아이폰까지 포함된 정식버전 서비스는 11월 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추석을 앞두고 출시한 스마트폰용 고속도로 교통정보 어플 고속도로교통방송과 고속도로교통정보 lite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속도로 교통방송 어플은 전방의 교통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운전자의 위치와 진행방향을 자동으로 인식해 동영상과 음성 위주로 교통상황을 알려주며 조작방법도 원터치 방식으로 간편하다. 안드로이드폰의 플레이 스토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고속도로 교통정보 lite는 이용자들이 교통정보를 빠르고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4개 핵심메뉴로 구성해 용량을 줄이고 화면구성을 단순화했다. 안드로이폰의 플레이 스토어와 아이폰의 앱스토어 등 2곳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 스트레칭부터 병원 찾기까지 모두 해결 제각각 고향과 가족을 찾아 떠나는 추석 연휴에 많은 의사와 약사도 자리를 비우는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와 질병마저 휴가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이 때에도 도움을 주는 어플이 있다. 우선 인근 응급의료기관과 병원, 약국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당 정보를 제공하는 응급의료 1339와 안드로이드 어플 응급의료(119) 정보제공을 알아두자. 대한약사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팜114(pharm114)에서도 전국의 당번 약국을 안내한다. 현재 운영중인 당번약국과 특정시점에 운영예정인 약국을 검색하는 당번약국 검색 기능을 활용하면 된다. 지역별로 병원의 위치와 전화번호, 진료과목, 진료시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어플도 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에서 운영하는 건강IN 사이트우리동네병원이 그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업데이트하므로 정보도 믿을만 하다. 병원과 약국을 찾을 정도의 질병이 아니라면 간단한 스트레칭과 응급처치를 알려주는 어플만으로도 건강을 챙기기에 충분하다. 이 중 자생한방병원이 PGA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탱크 최경주 선수와 함께 신체 각 부위에 발생하는 통증을 줄이고 척추관절질환을 예방하는 스트레칭 어플이 눈길을 끈다. 통증이 발생하는 부위별, 증상별 구분에 따라 통증을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제시한다. 또 상황별 스트레칭을 통해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날 법한 다양한 상황에서 누구나 따라하기 쉽도록 스트레칭 사진과 설명, 동영상을 수록했다. ▲ 칭얼대는 아이 달래는데 제격 스마트폰 하나면 칭얼대던 아이도 잠잠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요를 듣고 교육적 효과도 갖춘 게임에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타요 차고지놀이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형태의 무료 유아용 어플이다. 주어진 미션을 게임 형식으로 성공시킨 후 면허증을 발급받는 내용의 게임이다. 생생한 효과음과 각 캐릭터마다 한글과 영엄 음성을 모두 지원해 언어 교육적 효과도 높였다. 영유아 대상 인터넷 유아교육 사이트 깨비키즈가 출시한 동명 어플 역시 학습만화와 게임 형식으로 구성했다. 한글, 수학, 영어, 동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기 동화 구름빵을 기반으로 한 어플도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솔교육과 한글과컴퓨터가 공동 기획 개발한 구름빵 어플은 퍼즐 맞추기, 색칠 놀이, 빵 만들기 등의 게임과 페이지마다 인터렉티브 기능이 있어 손으로 직접 터치해 화면을 구성할 수도 있다. KT가 선보인 올레 유치원은 뽀로로, 뿡뿡이, 디보, 코코몽 누야 등 국내 인기 유아캐릭터를 활용해 아이패드에서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영유아 교육 전문 서비스다. 뽀로로 벌룬토이, 뿡뿡이와 신나는 놀이디보 스토리북, 코코몽 성품짱 등 캐릭터별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동영상보기, 색칠하기 등도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터치하고 흔드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탬버린, 쉐이커의 악기와 목소리효과음, 전자효과음 등을 즐기며 놀 수 있는 노래방 도우미, 국내에서 400만건 이상 내려받은 명품 퀴즈 앱 가로세로 낱말맞추기 등이 있다.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전방하의 냠냠독서]전래동화 두편

가을이 익어 간다. 고추잠자리는 파란하늘에 몽실거리고 떠 있는 흰구름을 놀이터 삼이 바람 미끄럼틀을 타고 논다. 이번 가을,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독서는 탄생과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권하고 싶다. 열매는 맺어질 때 매운 여름과 가을볕을 받으며 그 열매를 단단하고 튼실하게 만든다. 그 열매는 누가 왜 심었을까 생각을 던지며 전래 동화 두 편을 읽어 보자. 한 편은 숯 달고 고추 달고 라는 제목을 가진 동화이다. 제목 속에서 아기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라는 것을 숯이나 고추가 금줄에 달기 때문에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날 때 삼신할머니가 그 탄생을 도와준다고 전해진다. 그러면 삼신할머니는 어떻게 선발되었을까. 하늘나라의 명진공주와 바다나라의 용궁공주가 삼신할머니를 서로 하겠다고 다투는데 옥황상제는 과연 어떻게 둘 중 하나를 선발 했을까. 또 금줄에 여자아이는 숯과 솔잎을 남자아이는 숯과 솔잎, 그리고 고추를 다는데 그들이 의미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서 풍덩 이야기 속으로 빠져 보자. 녹두 할아버지와 토끼는 조금 의문을 던져주는 책이다. 부지런한 할아버지가 산비탈에 녹두를 심었다. 그런데 토끼가 녹두를 훔쳐 먹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꾀많은 토끼에게 번번이 골탕먹고 마는데 누가 내 집에 무엇을 훔쳐 먹는다는 관점과 토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수단으로 농부들이 가꾼 작물이나 산속 열매를 먹고 살 수 밖에 없다면 과연 토끼는 잘 한 것일까?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가볍게 지나갈 문제도 다른 각도에서 슬쩍 바꾸어 생각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필자도 어린 시절 서리를 한 적이 있다. 과수원에 서리를 하거나 등굣길에서 무밭에 무를 뽑아 한 잎 베어 물면 좋지만 내 것이 아닌 경우는 작물의 주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다. 요즘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풍습으로 자리잡은 서리는 추억 속에서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가을 산에 올라가 밤을 한 개 주워 먹거나 도토리를 주우며 이야기를 나눈다면 책상위에 둔 도토리 두 알이 마를 때까지 아이의 기억 속에는 그 가을이 소중히 자리해 남을 것이다. 이 가을에는 열매가 익어가듯 생각도 깊어지며 자라는 내가 되어 보자. 문의(031)257-5067 전방하 동화작가독서특훈하나로 저자

[문화원에서 놀자]<9>시흥문화원,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

최근 초등학생들 사이에 각시탈 붐이 불었다. 허영만 화백의 원작 각시탈(1977년)을 드라마화한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의 힘이 크다. 드라마 주인공 이강토는 일제강점기 민족영웅으로 위안부로 끌려가는 처녀들을 구하기도 하고, 한일합방식을 초토화시킨다. 그리고 일본인에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이강토는 초등학생들의 영웅이 됐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초등학생들이 각시탈을 직접 만들거나, 구입해 이 각시탈이 용서치 않을 것이야라고 외치는 영웅놀이가 인기다. 또 인터넷에서는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양국간의 갈등이 깊어지자 각시탈의 코스프레 인증샷들이 높은 클릭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가운데 제2의 이강토를 꿈꾸는 어린이들이 있다. 지난 9월 15일 시흥지역 어린이 120명이 항일 독립운동의 장인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안중근의사기념관을 둘러보는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에 참가해 아주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 역사 조기교육, 빠를수록 좋다 시흥문화원(원장 정상종)이 주최한 제3회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은 토요 프로그램 홍수 속에 여타 프로그램과는 궤를 달리 한다. 우선 포커스가 항일, 독립이다. 다소 어려울 수도, 딱딱할 할 수도 있는 주제다. 하지만 학교에서, 가정에서 소홀했던 역사교육을 문화원에서 체계적으로 시켜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야심작이다. 지난 7월 22일 첫번째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8월 10일까지 총 45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3회 프로그램에는 시흥 관내 120명의 초등학생이 대거 참석했다. 재잘재잘 떠들던 녀석들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도착하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독립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를 전시해 그들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전시관 2층 민족저항실에 들어선 아이들은 애국심에 감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일제강점기 보안청사과의 지하 취조실과 각종 고문현장을 둘러보고선 모두들 입을 다물지 못했다. 또 극악무도한 일본의 만행에 흥분해서 성토했다. 정규광군(12)은 드라마에서 일본 순사가 조선인을 대못상자에 가둬 발로 굴려서 못에 살이 찢기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장면을 봤는데 여기 와서 진짜 대못상자를 보니 가슴이 아프고 섬뜩하다며 머리를 욕조 물속에 처박아 물고문을 하고 불로 살을 지지는 악랄한 일제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은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강제징용, 고문현장, 창씨개명 등 일제시대 고통을 겪었던 역사를 살펴보면서 역사책으로 느낄 수 없는 아픔을 함께 느꼈다. 또 일부 학생들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마련한 태극기 핸드프린팅 이벤트에 참여해 애국심을 공고히 했다. 1시간 넘게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본 아이들은 대형 태극기 앞에 섰다. 드라마 각시탈에서 이강토를 필두로 몇 천 명의 조선인들이 각시탈을 쓴 채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것처럼 아이들도 각시탈을 쓰고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 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만나다 조국 독립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역사 현장을 둘러본 아이들은 서둘러 남산에 있는 안중근의사기념관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안중근을 잘, 그리고 친숙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구한말 일제의 침략으로 나라가 참담한 종말을 맞고 있을 때 침략의 원흉인 이토히로부미를 처단해 우리 민족의 혼과 기개가 살아있음을 세계 만방에 알린 민족의 영웅으로 말이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중앙홀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대형 좌상을 보곤 조용히 참배했다. 이어 안중근의 생애와 활동, 사상과 정신자취를 꼼꼼하게 둘러보며 위대한 독립투사였을 뿐 아니라 탁월한 정치사상가이기도 했던 그의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흑백 사진 속 안중근은 여전히 대한민국 꿈나무들의 영웅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 감옥에서 행해진 안중근 의사의 사형장면을 둘러보며 그의 최후 유언을 읊기도 했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르도록 일러다오. 대한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김정은(9)양은 사진 속 안중근 의사가 힘들어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안중근 의사가 이토히로부미를 죽인 것 말고도 나라를 위해 여러가지 많은 일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 시흥에서 제2의 이강토를 꿈꾸다 시흥문화원의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은 단순한 견학이 아니다. 사전에 시흥 지역 역사전문가로부터 역사문화강의를 듣고 주요 역사현장을 둘러보고 퀴즈도 풀고, 역할극 활동으로 역사인물로 변신해 보는 등 그야말로 전천후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의 역사탐험을 지역 언니, 오빠들이 발 벗고 나서 돕고 있다. 고3이지만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형재영군(19)는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으로서 재능기부를 통해 지역 동생들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이 개인적으로 무척 소중하다며 어린 학생들이 한중일 삼국의 동양평화를 원했던 안중근 의사의 생명평화정신을 이어받고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고 성장한다며 지금과 같은 독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같이 모든 일정을 같이 한 하세용 시흥문화원 사무국장은 중국 속담에 자식에게 만권의 책을 사주는 것보다 만리의 여행을 시키는 것이 더 유익하다는 말이 있다며 직접 보고 듣는 현장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주는 속담으로 역사교육만큼은 조기교육이 중요하고 학생들이 기초 역사교육과 현장교육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 그리고 민족정체성을 갖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역사의 무관심과 잘못된 역사교육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에 시흥문화원은 부족한 예산으로도 자라나는 지역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안목과 호연지기를 키워주기 위해 청소년 독립운동 역사탐험을 진행하고 있다. 좋은 프로그램이 내년에도 예산 문제없이 지속돼 시흥에서 제2의 이강토가 많이 배출되기 기대해 본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그림 읽어주는 남자]조태광의 ‘소리없이 들리는’

지난해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여름은 유래 없는 물의 재앙으로 몸살을 앓았다. 한강이 범람하지는 않았으나 그 수준에 육박함으로써 도시는 거의 마비되었고, 많은 도시가 침수되고 토산이 무너져 내렸으며 계곡이 터졌다. 이름난 계곡의 풍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들은 물에 쓸렸고 쓰나미에 덮혔다. 네 개의 태풍이 한반도를 휩쓰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거대한 태풍에 대비하라!, 피신하라!를 연신 외치는 것뿐이었다. 환경재해를 분석하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 단언한다. 구약의 재앙이 인간의 탐욕에 대한 신의 분노였다면, 현대의 재앙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재앙이다. 엄청난 자연재해의 원인은 근대이후 끝없이 확장을 거듭해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신속한 파괴에 있다. 수 천 년의 시간보다 더 빠르게 인간은 탐욕스럽게 자연을 먹어치우고 있다. 조태광의 소리없이 들리는은 물의 재앙을 다룬 것이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심판에 대한 현존성을 강조하기 위해 물의 연작을 선보였다. 그의 회화 전체를 살피면 그 현존성의 실태가 신이 아닌 인간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물의 징조를 제시하기 위해 자주 인공구조물의 거대한 수조를 보여주었으니까. 소리없이 들리는에서 대홍수로 물을 쏟아 내리고 있는 호수는 자연이지만, 예언의 실현을 위한 예비된 호수일 가능성이 높다. 물의 심판이 시작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물이 생명이 아니라 정화를 위한 예언의 실현임을 깨닫는다. 예언의 실현, 그는 왜 이러한 재앙의 예언을 회화로 실현하고 있을까? 또한 하필이면 그 재앙의 실체가 다른 무엇도 아니고 물이란 말인가? 그의 다른 작품에는 원자로의 공포를 다루고 있는 작품도 있다. 그것은 지난해의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원자로 폭발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은 물과 연관이 깊다. 물의 재앙을 다른 방식으로 은유화 한 것이란 생각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 스스로 재앙을 불러 들였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이가 아니라 더 적게, 조금씩만 소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의 광기는 실상 우리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처절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비상하는 에듀 클래스]<12>광주시연극협회 ‘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올 초 전면 시행된 주5일 수업으로 놀토를 겨냥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갑자기 생긴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인지, 정말 학생들의 자기계발에 적합한 지 따질 틈도 없었다. 비슷비슷한 문화예술 강좌는 맞벌이 부모와 학교를 대신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고등학생을 위한 것은 찾기 힘들다. 불량 청소년은 장난꾸러기보다 가르치기 어렵고 모범 학생은 입시와 취업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실에 연일 언론을 통해 터져나오는 청소년들의 자살과 집단폭행 등은 예정된 사건처럼 느껴질 정도다. 방법은 없을까. 광주시의 한 허름한 지하 극장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이 그 답을 내놨다. ▲ 문화예술교육의 목적은 예술 아닌 인간 태풍 산바가 들이닥쳤던 지난 17일 오후 6시 광주예술극장(광주시 송정동 소재). 세차게 퍼붓는 빗줄기에 인터뷰 대상조차 발길을 돌리지 않았을까 우려하며 들어섰다. 기우였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고등학생 30여명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하 1층 공연장과 사무실, 화장실 등 구석구석 역동적으로 청소중이다. 낯선 기자를 보고선 90도로 인사하고 금세 제 할일에 몰두하고, 한켠에선 발성 연습을 하는 지 한 음을 길게 내지른다. 잠시 후 모두 무대로 모인다. 선생님을 따라 스트레칭을 하더니 맘마미아의 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춤동작을 맞춰본다. 이내 본게임을 시작한다. 대본을 든 아이들이 한 장면을 두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열정적으로 동선을 조율하며 그네들만의 세계로 빠진다. 무미건조한 모범생과 아슬아슬한 탈선학생으로 점철되는 기존의 청소년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마치 다른 세계, 먼 나라의 아이들같다. 저도 처음에는 엄청 소심했는데 연극을 하면서 정말 많이 변했어요. 선생님과 친구들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고 서로 돕는 방법을 익히면서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이들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혜민(19 경화잉글리시비즈니스고등학교)양의 말에서 그 색다른 이미지의 출발점이 드러난다. 연극이다. 이 학생들은 경화여고, 경화이비고, 곤지암고, 광남고, 광주고, 중앙고, 광주 지역의 6개 고등학교의 연극 동아리에서 제각각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광주예술극장에 모이면 광주시연극유스씨어터의 단원으로 하나가 된다. 광주예술극장은 경화여고 교사로 연극 동아리를 지도했던 이기복 광주시연극협회장이 8년전 소극장이자 지역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장소로 마련했다. 이 곳에서 아이들은 작품을 만들며 성별, 나이, 학교의 경계는 사라지고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한 아이는 죽은 자신의 형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슬픔을 쏟아냈고, 또 다른 학생은 자연스러운 청소년기의 성적 호기심과 행위에 대한 사회의 불편한 시선을 공유하며 대안을 모색했다. 학교와 교과서, 부모에게서 찾지 못한 길을 연극을 계기로 함께 찾고 있는 것이다. 박양은 고등학교 졸업 후 연극배우를 하면서 관련 교직 과목을 이수하고 광주에서 저같은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이 연극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환한 미소로 장래희망을 밝혔다. 예술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경험하고 표현하는 창조적 활동으로 자아를 탐험하고 실현하는 계기가 된다고 했다. 혹자는 창조성이 가장 높은 수준의 정신건강을 나타낸다고 정의했다. 이날 세찬 비바람을 뚫고 소극장에 모여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작품을 연습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예술교육의 효과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 문화예술교육이 지역발전의 기반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10월이면 아이들이 눈치보지 않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연극을 즐기고 연습할 수 있는 청석에듀씨어터가 개관해요. 완전한 극장의 모습을 갖췄지만 공연보다 교육 기능을 더 우선시하는, 국내 유일한 공간일꺼에요. 광주예술극장을 운영해 온 이기복 회장(57)이 새로 문을 열 청석에듀씨어터를 자랑하며 연신 함박웃음이다. 8년 전 사비를 털어 올해 영화관 하나 들어설 정도로 열악한 환경의 광주에 소극장을 만들었던 그는 교사 퇴직금을 쏟아부어 더 크고 넓은 공연장을 마련했다. 1981년 경화여고로 발령받아 왔을 때 광주는 도농복합지였는데 가출하고 사고치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어요. 연극반 만들어 공연을 했는데 변화가 있더군요. 지역의 모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공간을 만들었죠. 그 덕에 광주에서만 3번이나 전국청소년연극제의 대상 수상작이 나왔다. 2007년 경화여고, 2009년 광주고, 2010년 경화이비고 등이다. 극장 상주 전문 극단 단원들에 삼삼오오 모인 청소년만 70명을 육박하면서 연습 공간은 턱없이 부족해졌고, 이 회장은 다시 새로운 공간 마련에 팔을 걷어부쳤다. 지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앞으로 프로극단에 입단하거나 전공으로 선택, 향후 다시 자신의 고향에 돌아와 공연하고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이야말로 수 십억원을 들여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것보다 낙후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이곳에서 연극을 배우는 학생들의 꿈이 연극배우이자 다시 고향에서 자신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니 이 회장의 의도가 제대로 먹혔다. 문화예술로 지역사회 발전의 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그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능동이다. 문화예술교육의 대부분이 학생을 수동적인 수혜자로 보는 것이 문제에요. 전문가는 아이들의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역할로 충분해요. 올 초부터 경기문화재단의 2012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 지역의 고등학생 37명을 대상으로 운영중인 도농복합지역 청소년들이 만드는 창작연극제-우리 이야기를 들어봐! 역시 능동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 고등학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넣고 이를 대본으로 구성했다. 조명과 음향, 무대 디자인 등 연극 제작과 공연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든다. 이를 통해 탄생한 4개 작품은 오는 12월8일 청석씨어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그때까지 교사의 역할은 그저 지켜보고 도움을 청할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실학기행을 떠나다]1. 다산 실학은 인간학과 경학의 만남이었다

올해는 다산 정약용 탄신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유네스코(UNESCO)는 다산의 위대한 업적을 기려 2012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했다.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장 자크 루소, 헤르만 헷세, 드뷔시와 함께 4인 공동으로 선정됐다. 다산관련 기념행사도 줄을 잇고 있다. 필자는 다산탄신 250주년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인물 선정기념 행사와 학술대회와 실학기행 2012에 직접 참여해 다산 형제의 유배지인 강진흑산도를 다녀왔다. 다산연구와 현장답사를 통해 왜 다시 다산인가 라는 취지에서 다산 탐사 내용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1. 다산 실학은 인간학과 경학의 만남이었다 2. 밤남정 주막집의 두 형제이별 3. 강진흑산도에서 만난 실학의 혼 4. 유배지서도 꿈에 그리던 고향 초천 5. 유네스코 선정 2012세계문화기념인물 다산 정약용은 1762년에 경기도 남양주시 한강변 마재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자로 명성을 남기고 1836년 향리에서 75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올해는 다산 선생이 태어난 지 250년이자, 세상을 떠난 지 176년이 된다. 활동하던 때로 보자면, 다산은 200년 전의 인물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생전에 이룩해 놓은 광대한 학문인 다산학이 오늘 우리에게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21세기에 왜 다시 정약용인가 실학기행 2012에 동참한 80여명 일행의 첫 걸음은 마재마을의 낮은 뒷동산 다산묘소 참배로부터 시작됐다. 숙연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묘소도 이렇게 기품있을 수가 있구나 싶었다. 일행은 실학박물관에서 1시간여 다산강론을 듣고, 이어 다산의 공부방 여유당(與猶堂)을 둘러보았다. 여유란 겨울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신중하게 하고, 사방에서 나를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경계하라는 뜻으로 노자에서 구절을 따 온 것이라 했다. 다산에게 있어, 세상사에 대한 경계는 관직에 오른 후에도 그가 평생 지켜야할 잠언 같은 것이었다. 1800년(정조24) 1월, 모든 관직을 버리고 고향 마재로 돌아와 조용히 여유당에서 학문에 정진하고 있는 다산을 끌어내 머나먼 유배길에 오르게 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시공을 넘어 21세기인 지금도 애틋한 스토리로 다가온다. 인간 정약용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나 다산의 인간학과 인간 다산의 총체는 사람의 존재를 무엇보다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은 자신과 함께 생활하는 사람을 매우 중시하였다.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관계의 연속이고, 그것이 인간존재의 본성이라 하였다.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다산은 사회적관계로 파악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유배생활을 통해 민(民)을 폭넓게 이해하고 기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 1801년 유배초기 강진에 도착했을 때만해도 거주할 공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 때 주막의 한 이름없는 노파가 자신의 거처를 마련해 주어 학문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데서 민을 새롭게 인식했던 것이다. 민들과의 관계와 덕성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 공감하지 않으면 체험하기 힘든 것이었기에 그것은 유배를 통해 다산만이 가질 수 있는 망외의 소득이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유배라는 공간은 다산의 사회적 존재방식과 인간관계를 바꾸게 했고, 종국에는 다산본인의 인식과 정서자체를 변화시켜 나갔던 것이다. 위민서 비롯된 다산학은 곧 인간학 다산에게 경학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시문이었다. 이유는 그 속에 민의 삶과 정감이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이며 민에 대한 기본적 신뢰에 기초하고 민 특유의 낙관적 삶과 그 내면적 정감에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다산은 군자의 학문은 수신(修身)이 반이고, 남은 반은 목민(牧民)이다라고 하여 사대부의 존재방식을 규정하면서, 벼슬에 나서기 전에는 수신을 하고 벼슬길에서는 진정한 목민관을 추구했다. 솔직하고 곧은 성품의 소유자인 다산은 정조의 총애에 뛰어난 학문적 자질, 그리고 관료로서의 실무능력을 무기로 행동에 거칠 것이 없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의 직선적인 성격에다 구애받지 않은 솔직한 언행은 복잡다단한 조선시대 파쟁적 정치세파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다산은 자신의 당호(堂號)인 여유당을 회고하며 언젠가 다음과 같이 숨은 속내를 말한 적 있다. 나의 병통은 용감하지만 지모가 없고 선을 좋아하지만 가릴 줄 모르며, 맘 내키는 대로 행하여 의심하거나 두려워 할 줄 모르는데 있다 솔직하게도, 대 학자는 그만둘 수 있는 일도 마음에 기쁘면 하고, 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에 불쾌하면 그만두지 않았다는 말로 순리를 따르지 않았음을 가감없이 술회하고 있다. 이어서 유배에 대해서도 나 자신의 운명이라기보다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행동과 성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자기고백을 한 바가 있다. 이런 것들이 인간 정약용의 참된 모습이며, 학자일 뿐 만 아니라 시문학인으로 인간사회와 세상을 볼 수 있는 따뜻한 시선이 겸하여 가졌기에 그런 냉철한 자기성찰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으로 보아 인간 다산의 내면은 끊임없는 자기절제와 성찰로 귀결된다. 그 위에 다산 사상과 학문이 자리했기에 오늘날의 위대한 다산학이 태동한 게 아닐까. 주지하다시피, 유배지 강진에서 다산은 실학(實學)을 집대성, 조선의 새 길을 제시한 대학자이자 위대한 사상가였다. 반계(磻溪) 유형원, 성호(星湖) 이익으로 이어져온 경세치용파의 사유와 개혁정신을 계승하면서, 일찍이 규장각 홍문관에서 이용후생파의 세계와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접하고 그 과학기술을 체득, 실현하였다. 다산은 실학을 통해, 인간 존재와 현실적 문제의식에 비추어 유교경전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사유의 바탕과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품성을 닦고, 소위 정법집(政法集)으로 불리는 1표(表)2서(書)와 논설들을 통해 치인(治人)의 정도와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는 인간학과 경학(經學)을 토대로 사회개혁, 과학기술, 서학 등을 자아화(自我化)하였다. 인문적 주체인 자아를 갈고 닦으면서 사회과학과 과학기술을 회통한 점이 주목된다. 다산학 핵심은 경학 그리고 시문학 다산학의 핵심은 뭐니해도 그가 남긴 경학 저술에 있다 할 것이다. 한편으로, 다산학에서 문학의 비중도 경학 못지않게 다루었으며, 시문 작품 속에 현실과 이상을 늘 함께 그리고 폭넓게 사유하였다. 그렇듯 다산의 시문은 그의 경학세계에서 자주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의 경학과 문화의 만남에 대하여 검토해 보기로 한다. 다산은 자의시(字義詩)에서 인(仁)을 중심으로 한 경학적 성과를 칠언절구로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 다스리는 게 바로 두 사람이니 ... 人以治人是二人 두 사람이 관계 맺을 때 곧 인이 되도다 ... 二人之際卽爲仁 인이란 사람과 사람의 지극한 관계라 하였다. 부모와 자식, 임금과 신하, 목민관가 백성간 二人이 그런 관계라는 것이다. 인에 대한 이러한 해석은 다산의 경학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민의 현실과 삶을 주제로 포착한 시문이 많은 것도 근원을 파고들면 다산의 경학세계와 합치되고, 상호연관 하에 있기에 그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목민심서와 경세유포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실학은 조선후기의 대표적 사상이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조선후기는 현실과 제도의 간극이 너무 먼 시대였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조선후기의 과학적 실용사상이 실학인 것이다. 우리역사상 조선시대의 선각자적 개념인 실학사상은 자연히 낡은 제도와 관념적 사유를 벗어버리려는 문예부흥적이며 문명의식적 성격을 담고 있다. 다산학 속에 경학의 집대성 뿐 아니라, 인간학시문학, 그리고 다산철학까지 함께 베어있다고 보는 이유도 그런데 있다. 게다가 다산학의 세계화가 자리하고 있으며,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다산탄신250주년을 기념해 실학기행에 나서 다시 다산을 찾게 된 연유 또한 거기에 있다 할 것이다. 구동수 (사)다산연구소 연구위원국제정치학 박사

[문화원에서 놀자]<8>고양문화원 상설공연 ‘고양의 얼! 고양 600년에 춤추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던가.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살아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라고 칭하는 고양시. 최근 이곳에서 판소리, 풍물판 굿, 경기민요는 물론 퓨전 국악 등 다양한 전통공연이 시민들의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들려오는 민요를 따라, 꽹과리 소리를 따라 가봤더니 마당 가득 사람들이 앉아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바로 고양문화원이다. 한 번만 들려도 전통문화에 푹 빠져버린다는 고양문화원, 그곳이 궁금하다. ■도내 유일 한옥 문화원, 전통문화의 꽃 피우다 도심의 콘크리트 덩어리 사이에서 자연과 인간을 품은 한옥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의 선과 빛에 반해 다가가니 정겨운 우리 소리가 들려온다. 여긴 어딜까? 가만히 둘러보니 고양문화원이라는 문패가 보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화원이라면 3~4층쯤 되는 건물에 문화강좌를 하는 곳인데, 한옥 건물에 넓은 마당까지 있다. 쭉 둘러보니 문화원 옆에는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까지 자리 잡고 있어 바라보는 풍경도 아주 그만이다. 고양문화원은 서예가 이경무 옹이 전통문화를 위해 써달라며 50억원을 기부하고, 고양시가 20억을 지원하면서 지난해 건립됐다. 문화원이 독립된 공간을 갖는다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도내에서 유일하게 한옥으로 지어진 것. 전통문화 전수실은 물론, 공연장까지 갖춘 고양문화원은 인근 호수공원, 킨텍스, 한류월드 등과 연계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한옥 문화원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야외 놀이마당은 물론 폐백실까지 마련돼 문화체험과 전통 혼례식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까지 할 수 있어 고양시가 전통문화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류연일 사무국장은 도내에서는 한옥으로 지어진 문화원으로 유일하다며 최근에는 타지역 문화재단에서 한옥 건물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견학을 오겠다는 연락까지 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옥이 공간 효율성에서 떨어지긴 하지만 방문하시는 분들이 보고 감동하신다면서 시민들도 고양시에 이렇게 멋진 건물이 있다는 데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며 뿌듯해했다. ■5살 아이부터 60대 노인까지 어깨를 들썩이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해 여름, 7월부터 9월까지 고양문화원의 금요일 밤은 시원하고 재밌었다. 황진이 퓨전국악 밴드, 고양 12채 연희단, LED타악 카타 등이 다양한 연주를 선보이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던 것. 마지막 공연이 있던 지난 14일 저녁 7시, 디지털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로 가슴이 확 트이는 타악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귀만 즐거운 공연이 아니라 눈까지 즐거웠다. 그들이 사용하는 악기가 바로 LED 바디드럼과 LED 북 등이었기 때문. 어린이 관람객들은 빛을 따라 눈동자를 돌리며 평소와는 다른 연주에 즐거워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김진희 무용단. 등장부터 화려했던 무용단은 꽃춤, 교방춤, 남무, 소고춤을 재구성한 가인지무(佳人之舞)로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국 고유의 서정과 신명이 그들의 손끝에서 춤사위로 아름답게 펼쳐졌다. 홍순호씨(여62)는 친구들과 호수공원에 산책하러 나왔다가 소리가 들려 오게 됐다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통춤을 보여주니 정말 아름답다. TV에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봐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고양 12채 연희단이다. 입담 좋은 봉사가 나와 마치 눈이 보이는 것처럼 이웃과 말을 주고받으면서 고양시를 소개하더니 어린이 관람객들을 무대에 올려 공연을 이끌어간다. 어린이는 무대에 올라가서 이야기하느라, 어른들은 재치있는 말솜씨를 들으며 깔깔깔 웃느라 정신없다. 곧이어 풍물판 굿이 벌어지고 사물놀이패가 관람객들의 흥을 돋기 시작했다. 장단에 맞춰 박수를 치던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소고를 치던 단원이 비보이 공연자만큼이나 현란한 발 솜씨를 선보이며 상모를 돌렸던 것. 그뿐만이 아니다. 이에 질세라 장구를 치던 단원이 앞자리를 차지하더니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장구를 치며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나섰다. 관람객들의 열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사자 한 마리가 나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춰 어린이 관람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공연 내내 손뼉을 열심히 치던 이지훈군(7)은 사자가 갑자기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서 엄청나게 웃겼다며 뛰어다니며 줄을 돌리는 아저씨(상모)들은 자빠질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재밌었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5살짜리 쌍둥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유영록씨(45여)는 지난 7월부터 기회가 될 때마다 아이들과 이곳을 찾았다. 아이들하고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아이들도 보여주고 저도 오랜만에 가야금 소리를 들어서 좋았다며 아이들이 꽹과리를 좋아했는데 마지막 공연이라 아쉽다고 전했다. ■고양 600년, 문화원도 춤추게 한다 2013년 고양시가 고양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지 꼭 600년이 되는 해다. 고양은 선사시대 때부터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우다 600년 전 지방행정체계개편에 따라 고양이라는 명칭으로 정해지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양 600년은 오래전부터 수도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현재의 고양시는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이미지를 넘어 국제적 문화 예술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고양문화원은 3년간 이어왔던 전통문화 상설공연과 더불어 다양한 전통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기 위해 고양시에 관련 예산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또 고양 600주년에 맞춰 시민들이 전통혼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전통혼례사업도 준비 중이다. 고양문화원의 전통혼례식은 다문화가정, 외국인 등이 하는 다른 기관과의 전통혼례와 사뭇 다르다. 이미 결혼한 부부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초혼을 화려한 전통혼례로 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지원하는 것. 방규동 원장은 고양 명칭을 사용한 지 600년이 되는 2013년에는 고양문화원에서 더 많은 전통문화공연을 열 계획이라며 시민들이 계속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민 모두가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고양문화원을 사랑해 고양시 전통문화가 계속 발전할 수 있길 기원한다며 내년에도 고양문화원을 더욱 사랑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사진=추상철기자 scchoo@kyeonggi.com

[그림 읽어주는 남자]김상돈의 ‘불광동 토템 #1’

태풍 산바의 영향이 무섭다. 비는 물론이요 큰 바람의 위력이 대단하다. 가을의 결실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속이 타고, 도시를 걷는 사람들도 가로수와 전봇대, 간판이 날려서 애가 탄다. 가을 태풍은 유래가 없고 있었다 해도 이렇게 큰 날벼락을 동반하지 않았다. 20세기 한국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늘 빨리빨리, 바꿔바꿔, 앞으로앞으로, 최초최고, 반공방첩(反共防諜)의 구호를 부르짖으며 살았다. 그래서 우리 현실은 바뀌지 않은 것들이 없는 것들로 채워졌다. 새 것은 진리였거나 우아하고 행복한 무엇이었고, 헌 것은 버려야 할 무엇이었다. 큰 바람이 불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이런 현실이 언제 어떻게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공포감이었을 것이다. 김상돈 작가는 이런 한국적 현실에 대해 농담을 걸 듯 농쳐왔다. 사실, 무겁고 우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은 해학과 키치가 만연하다. 어떤 작품들은 익살스럽기까지 하다. 2010년에 선보인 일련의 불광동 토템 연작은 씻김이나 신명, 흥의 멋을 그 시대의 현실에서 구현했던 1980년대 민중미술의 미학을 은연 중에 차연(差延)한 작품이다. 김상돈의 유머는 우리 앞에 직립해 있는 작품의 실체가 아니라 그 실체의 이면에 똬리를 틀고 앉아서 이 세계와 저 현실을 샤먼의 시선으로 꿰뚫고, 꿰뚫어서 터진 구멍으로 깔깔거리는 공수의 언어를 퍼 붓는 천연덕스런 풍자에 있다. 사진으로 기록한 불광동 토템의 연작들이 화이트 큐브에 걸려서 성스럽게, 그럴싸하게, 우아하게, 화려하게, 품위 있게, 품격 있게 보이는 순간 토템의 우상은 마치 마당 판의 광대처럼 빵꾸 똥꾸야~를 외치며 화들짝 웃어젖힐 듯싶다. 속칭 영빨의 후카시로 단단히 어깨를 치장한 토템들은 시각적 현란함만큼이나 키치적이며 해학적이다.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에 가짜 꽃과 가짜 마늘, 가짜 포도, 가짜 잡풀, 가짜 과일 등으로 진짜처럼 분식한 이 옥좌형(玉座形) 토템은 부재와 상실과 허구는 물론이고, 허술하면서도 그럴싸한 광택을 뿜어내는 헛된 자본주의의 욕망을 빗대고 있지 아니한가. 천민자본주의의 그늘에 빌붙어서 영생과 해탈을 꿈꾸는 사이비 교주의 황홀한 쪽방 궁전에 처박힌 보좌(寶座)가 있다면 딱 저것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 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부유한 판타지의 현실을 기웃거리고 있을 따름이다. 큰 바람 앞에서 당당해지기 위해 헛된 욕망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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