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 중 노랫말을 중심으로 한 악곡에는 시조와 가곡 같이 짧은 노랫말도, 판소리와 무가, 가사(歌辭)와 별곡(別曲같이 긴 노랫말도 있다. 흔히 긴 것을 장가(長歌), 짧은 것을 단가(短歌)라 한다.원래 노래곡의 노랫말은 각 지방의 민요에 도태를 두고 있다. 그 옛날 시경(詩經)의 제작이 그러했듯이 채집된 민요는 민심을 살피고 정치의 잘잘못을 헤아리는 길잡이었으며, 여기에 시로써 품격을 갖춘 노랫말들은 백성과 군주를 하나로 묶는 동화(同化)를 뜻한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는 옛날에 채시관이 있었는데 임금은 풍속을 살피고 득실을 알아 스스로 바로 잡았다.(古有采詩之官, 王者所以觀風俗, 知得矣, 自考正也)하고, 예기(禮記) 왕제편(王制篇)에는 천자가 5년에 한번씩 순수를 하고-(중략)-태사에게 시를 찬술하게 하여 민풍을 살폈다.(五年一巡狩-(中略)-命太師陳詩以觀民風)하고, 국어(國語) 주어(周語)에는 옛날 천자가 정사를 들을 때 공경이하 여러 관원들에게 시를 지어 바치게 하였다.(古天子聽政, 使公卿至於列士獻詩)는 문헌기록 또한 민심을 시로 표현하고 시를 노랫말로 표상한 행간을 살필 수 있다. 이러한 유풍은 이후 한무제 때에 악부(樂府)가 설치되고, 이 악부에서 채록한 시가를 악부시가(樂府詩歌) 또는 악부라고 부르는데, 악부에 오른 민요시는 관현에 올려져 주로 궁중 연회(宴會), 제사(祭祀), 조회(朝會) 등에서 부른 노랫말로 삼았다.민요는 민심의 시대적 흐름 보여우리나라에서도 중국 악부의 영향을 받은 듯한데, 고려시대 이제현(李齊賢, 1287~1367)의 소악부(小樂府) 11수와 민사평(閔思平, 1295~1359)의 6수에서 처음 살펴진다. 곧, 우리말 노래를 7언 절구의 한시로 옮겨놓은 것으로 당시의 민요이다. 그러므로 악부시는 주로 백성의 삶, 부녀(婦女)의 정, 인정세태, 전설, 충신연주지정(忠臣戀主之情), 효심, 세상사의 덧없음, 벼슬길에 당하는 위난을 읊는 등 민요나 속요를 다채롭게 엮은 것이어서 민심의 시대적 흐름에 따르는 사회적 동인을 살필 수 있는 좋은 음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악부시는 조선 후기 17~19세기에 이르러 지식층에 의해 관심이 고조되면서 다양한 노랫말들이 창작되었다. 당시 잘 알려진 악부시로는 동국악부(東國樂府)해동악부(海東樂府)영사악부(詠史樂府)기속악부(紀俗樂府) 등에서 역사와 풍속, 세태를 풍자한 노랫말을 살필 수 있다.한편, 이때에는 판소리와 같이 긴 노랫말이 아닌 서정적 감흥을 노래한 비교적 짧은 노랫말도 유행하였다. 이러한 노랫말은 17~18세기 흥행하던 판소리와 융합되면서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관중들의 흥과 기대감을 돋우고, 창자의 목청을 가다듬기 위해서 부르는 짧은 노래 즉 단가 다른 말로는 영산(靈山), 허두가(虛頭歌)라 부르게 되면서 요즘은 단가하면 으레껏 판소리 전에 부르는 짧은 서정 노래로 분류하고 있다.단가 형식 노랫말 사라져가 아쉬워그러나 요즘에는 단가 형식의 노랫말을 짓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옛 악부시의 흥취를 전달할 소리꾼도 그리 많치 않아 아쉬움만 앞설 따름인데, 학문이 얕고 재주가 변변치 않은 필자로써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사라져가는 악부시의 문학적 한 일면을 더듬어 그 유풍을 따라보려는 마음에서 우리네 심성의 아름다움과 사물에서 느끼는 감성을 노랫말로 짓는 새 바람이 일었으면 한다.
김 세 종 다산연구소 연구실장
오피니언
경기일보
2010-10-06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