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막는 불법 주·정차 안된다

요즘 고층 아파트가 있는 곳을 보면 황색선으로 소방차 전용 주차가 표시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화재 발생 및 응급환자 발생시 원활한 소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아파트가 주차난 등으로 이중주차를 하고 있어 황색선 내에서 활동은 물론 소방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진입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아파트뿐 아니라 이차선의 도로 갓길이나 골목 등에서의 불법 주정차도 마찬가지다.이러한 주정차는 통행하는 사람은 물론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소방서에서 신속한 진화를 위해 비치한 고가사다리차, 구조공작차 등 최신 장비의 제대로 된 활용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화재도 때를 놓쳐 더 큰 인명 및 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아파트 단지 입구 진입도로나 중앙통로, 또는 소방차만 주차하도록 돼 있는 소방차 전용 구획선 안에 차량이 주차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소방차의 활동 공간은 곧 생명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사례이며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화재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는 말이니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아파트 단지 등의 불법 주정차로 구급차나 소방차의 진로를 방해한 경우 소방공무원의 재량으로 차량을 제거할 수 있고 이러한 조치를 방해하거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주민들에 대해서는 소방기본법 25조 강제처분에 따라 3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고의가 아니라도 긴급차량 통행 방해 시 공중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미쳤다면 소방기본법 제21조 소방자동차의 우선통행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법 집행에 앞서 내가 아닌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이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행한 불법 주정차가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을 방해해 이웃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당하게 하였다면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나 자신뿐 아니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갖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한 때다./손원배 안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장

우울증, 운동으로 극복해 보자

여성들은 남성보다 우울증에 더 취약하다. 우울 효과와 관련이 있는 호르몬의 농도가 남자보다 가변적이라는 사실도 큰 원인이다. 폐경 등 갱년기 여성은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농도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우울증에 쉽게 걸릴 수 있다. 또한 그 연령대면 그동안 품안에 있던 자식마저 품을 떠나 독립을 하는 시기라 더욱 더 우울한 감정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필자가 주로 맡은 강좌는 재즈댄스 강좌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춤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저속하고 마치 배워 어디가서 한 번쯤 써먹어야할 것 같고 그렇지 못할 바에야 별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한테 댄스 강습을 받았던 수강생들은 춤에 대한 마니아적인 성향을 갖는 등 은근히 춤을 즐기게 됐다. 필자는 왜 그런 것일까를 놓고 어느 순간부터 수강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해답은 2% 부족한 관심에 있엇다. 인간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따라서 누구든지 사랑과 관심으로 대한다면 선한 마음이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계절날씨에 따라 운동요법을 달리 가르쳤다. 또 그때 그때 수강자의 감정에 맞춰 수업을 진행했다. 한 번은 한 수강생이 부부싸움을 한바탕 하고 속상한 상태로 강습을 받으러 나온 적이 있었다. 필자는 마지못해 나온 그녀에게 억지 몸짓을 요구하지 않았다. 필자 나름대로 몸짓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자 그 수강생은 다른 많은 수강생들 앞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부부싸움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유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수강생은 몹시 외롭고 우울한 상태였다.여성뿐 아니라 현대인도 바쁜 일상 속에 마음이 멍들어 간다. 물질만능주의적인 생각이 중심이 되어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다. 서로에게 관심도 갖지 않은 채 점점 이기주의자가 되어가는 것 같다. 심신이 건강해야 인생이 행복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울증도 다 이유가 있어서 찾아온다. 이 중 우리가 몸의 많은 기능을 좌우하는 호르몬에 대해서 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스트레스 호르몬의 대표 코티졸의 리듬이 깨져 몸의 면역성이 떨어지며 그로 인해 식욕부진, 긴장, 초조, 불안, 짜증을 유발해 생활의 모든 리듬이 깨져버리고 만다. 그러면 우리의 혈액 속에 침투되는 백혈구, 적혈구 수에 변화가 생긴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면 결국 자신감저하, 대인공포증 등 여러 불안 요인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바쁜 현대생활은 점점 더 기계화되어가고 좀 더 빠르고 신속한 것만은 요구한다. 그 가운데 사람들의 성격이나 체형, 식습관 대인관계 등도 신속하게 변해간다. 산업 고도화는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준 반면, 정신적 여유와 안정을 앗아간 면도 적지 않다. 운동은 이런 현대 산업사회의 병폐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새로운 삶의 문화 또는 양식이다. /배남은 스포츠심리학 박사

원격진료가 시급한 문제일까?

환자들은 원격 진료나 u헬스라는 말이 낯설겠지만 의료계에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문제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의료산업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의사와 환자사이에 진료와 처방을 허용한다는 법을 입법예고까지 한 상태이고, 의사들은 기술적인 문제와 진료의 안정성에 한계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진료는 눈귀손입을 통한 시진청진문진촉진이 완벽히 조화를 이룰 때만이 가능하다. 눈동자가 노랗게 변한 환자를 보고 황달을 알 수 있고, 환자의 작은 손동작으로 심리 상태를 짐작하며, 간을 만져 보고 간경화나 복수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모니터 속의 환자를 보면서도 가능하다는 것이 아직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현대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혈압, 혈당과 심전도 정도를 원격으로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진료를 인정한다면 전화 의료 상담 이상의 가치는 없다.또한 진료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 책임질 수 없다면 진료해서는 안 된다. 물론 법안에는 대면 진료에 준하는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기술은 미비한데 단지 법에 규정한다고 책임이 똑 같다는 것은 인정할 수도 없고 인정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원격진료는 교도소 같은 특수한 경우라도 환자의 옆에는 항상 의사가 있어야 한다. 또 전문 분야가 아닌 질환에 대한 원격지 의사로부터의 조언을 받는 정도로 인정돼야 하고 현재의 기술발전 수준도 그 정도가 합당하다. 독자적으로 환자가 의료적인 상황을 진료의사에게 알릴 정도가 되려면 상당한 의학적 지식을 갖추어야만 한다.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만 혼자 두고 진료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심평원의 관계자는 진료실에서 진료보다 더 높은 비용을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의료를 제공하는 쪽에서는 원격진료를 하는 데 투자된 화상 장비나 진단 장비 때문에 더 높은 비용을 줘야 한다고도 한다. 기술적 수준이 아직 대면 진료만큼 완벽하지 못하면서도 비용을 훨씬 더 들여야 할 형편인 것이다. u헬스라는 그럴듯한 표현을 앞세운 의료 장비 업체는 이익을 보겠지만 이 비용은 고스란히 환자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모 정보 통신 업체의 이사는 이번 법안의 지연이 u헬스 업계 해외 시장의 진출 시 중요한 참고 자료 확보의 지연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는 아직 안정성과 효용성의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법까지 만들어 전 국민을 상대로 임상 시험을 하겠다는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국민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의 임상 시험 대상이 아니다. 불필요한 규제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겠지만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한 규제를 만들 때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신중하고 정확한 진단이 없다면 치료도 있을 수 없고 환자의 건강도 지킬 수 없다.지난 의약분업도 정부와 시민 단체는 의료비 감소와 환자들의 편의가 증가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의사들의 반대를 무릅쓰면서 시행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우스운 거짓말이었는지 알고 있다. 한 번 만들어진 법은 되돌리기도 힘 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경제 논리로 만들어진 한국개발연구원의 자료만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모두에게 공개 되고 진료의 당사자가 자유롭게 참석하는 시범 사업을 해야 한다. 또한 비용과 효용성에 대한 자료도 확보 되고 모두가 인정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법의 개정을 연기하고 기술발전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재판장에 가지 않고도 원격으로 증언과 변론이 가능한 기술 발전이 온다면 그때쯤이 원격의료도 가능한 시점이 될 것이다./류 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FTA 보완대책 현실화해야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의한 무역피해를 보전하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무역조정지원제도(TAA)가 시행된 지 2년반이 지났지만, TAA에 대한 우리 기업과 지자체들의 관심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무역조정지원제도는 1962년 미국에서 무역자유화정책에 대한 보완대책으로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후 다자 간 및 양자 간 무역협정 체결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TAA의 포괄범위가 확대되고, 지원기준은 점진적으로 완화되어 왔다.2009년 2월 5일 미국 의회는 FTA 체결 여파로 서비스업 근로자들과 공공 부문 종사자들이 실직할 경우 실업수당 등과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TAA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미국 TAA의 특징은 지원 여부 결정에서 정량적인 기준보다는 정성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외국산 제품 수입 확대로 기업경영환경이 실제로 심각하게 악화되었는가의 여부가 중요한 지원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무역피해 발생 가능성을 중심으로 기업 지원 여부를 결정하며, 생산액 혹은 매출 5% 감소를 보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업현실 고려 안한 무역조정지원제 반면, 우리나라는 까다로운 정량적 기준을 적용하고, 지원 내용에 비해 지원 비용이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4월 제조업등의무역조정지원에관한법률이 제정됨으로써 미국식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시행하게 되었다. 지원 기준은 FTA 체결 상대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주된 원인이 되어 6개월간 매출액(생산량)이 25% 이상 감소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것이 확실함을 기업이 입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다한 입증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우리나라 무역조정지원제도는 2004년 말 무역협회, 전경련, 대한상의 등 산업단체가 미국의 TAA와 유사한 산업구조조정지원제도의 도입을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정부의 FTA추진로드맵에 따라 추진될 미국, 유럽, 중국 등과의 FTA에서 제조업 구조조정 압력이 가중될 수 있고, 반FTA 분위기 완화를 위해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TAA 시행 과정에서 FTA 무역 피해로 25% 매출액이 감소돼야 한다는 지원 기준은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란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2007년 4월 무역조정지원제도 시행 이후 2년 동안 실제 지원 신청을 한 기업은 5개사이며, 이 중 지원 결정을 받은 기업은 4개 기업에 불과한 실정이다. 합리적 개선 시행령 조속히 나와야 정부는 현 TAA 제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2009년 4월 통과시켰다. 무역조정지원기업으로 지정되기 위한 심각한 피해의 구체적인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무역 환경의 변화에 따른 탄력적인 대응을 도모하도록 허용했다.문제는 부처 간 이견으로 아직도 개선된 시행령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매출액 25% 감소 기준을 기업현실에 맞도록 하향 조정해야 하며, 기업의 TAA 지원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은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TAA 지원 내용에 있어 자금 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피해 기업의 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어 구조조정 컨설팅 위주로의 지원 내용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지원 수준을 합리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 교육과 연계한 소득 보전이 가능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음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한편 무역조정지원과 관련, 기업의 신청 사실에 대한 기밀이 보장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기관이 무역조정지원을 언론에 홍보하는 등 보안상의 문제점이 지적될 수 있다. 신청 기업의 재무 여건이 어렵다면 신청 자체가 알려질 경우 해당 기업은 상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지원 과정에서 신청 사실을 포함한 기업의 모든 비밀은 철저히 보장되고 있으며, 지원 기업의 승인 없이는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U와의 FTA 가서명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이번 주 목요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서명절차를 밟는다. 우리나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서명하게 되며, 협정 내용이 일반에 전면공개된다. 가서명 전에 협정문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EU측이 가서명 전까지 비공개를 강력요청하였다는 후문이다.독일, 영국 등과 같이 산업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헝가리, 폴란드, 체코 등 구동구권 체제전환국은 취약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와의 FTA에 대해 우려하는 바가 컸기에 내부 입장 조율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도 대외비를 유지하고자 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의 반발을 지지쪽으로 돌리기 위해 대통령의 국빈방문과 정상급 특사를 파견하게 되었다. EU, 세계최대 거대 단일시장 가서명은 협정문의 확정을 의미하며, 우리나라와 EU 집행위는 번역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협정문 번역 후 국내 비준 절차를 거쳐 이행하게 될 것이다. EU는 27개 회원국에 인구 5억명, 국내총생산(GDP) 규모 17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거대 단일시장이며,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다.15일 협정문이 공개되면 구체적 내용에 대한 각계의 정밀분석 작업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특히 시장개방결과에 대한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전통적으로 EU가 농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농업계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쌀, 보리 등 다수 기초농산물은 관세양허에서 제외된 반면, 유럽에서 생산량이 많은 돼지고기, 오렌지, 감자, 대두 등은 포함됐다.농업분야에서 가장 민감한 사항은 EU로부터의 수입량이 많은 돼지고기였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의 유럽산 냉동삼겹살 수입액은 3억달러에 육박하였다. 농업계의 우려를 고려하여 우리나라는 냉동돼지고기에 대한 관세철폐 기간을 5년으로 정했다. 대신, 와인의 경우 한미 FTA와 마찬가지로 15% 현행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스카치위스키는 3년 내 20% 현행 관세를 철폐시키기로 함으로써 유럽측 이해관계를 반영시켜 주었다.반면, 대부분의 제조업계는 상당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 전 품목에 대해 EU는 5년 내에, 한국은 7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게 되며, EU의 경우 품목 수 기준 약 99%가 조기철폐(3년 내) 대상이다. 한미 FTA에서 미국의 조기철폐(3년 내) 비율이 91.4%이었음을 고려하면 EU의 관세철폐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등에서 EU는 고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높아 협정 이행시 많은 기업들은 대유럽 수출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계 상당한 이익 기대 EU와의 FTA 가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미국, EU, 인도와 FTA를 체결하는 국가가 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FTA 후진국이었으나 이제는 외형상 FTA 선도국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FTA 이행측면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많다. 현재 국회 비준대기 상태인 한미 FTA와 한-인도 FTA를 조기에 비준시키고, EU와의 협정 공식서명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아일랜드의 리스본조약 국민투표 가결로 조만간에 EU 외교통상대표가 선임되면 FTA를 포함한 통상협정 처리가 현재보다 까다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EU내에서는 우리나라와의 FTA를 우려하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경제효과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유리하더라도 이를 지나치게 홍보함으로써 상대국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일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협정문 공개이후 분명 반FTA 단체들은 협정의 흠을 부각시키려 하겠지만, 정부당국은 한미 FTA에서와 같은 물량 공세적 대국민 홍보보다는 논리적으로 대응하는 선에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잘 먹는 법

우리는 몸에 좋은 음식을 좋아하고 또 피곤함과 무기력함을 느낄 때면 부족한 것을 채울 만한 음식을 찾곤 한다. 또한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는다는 음식점이 인터넷이나 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모 방송국의 건강 프로그램에서 매주 한 가지씩 몸에 좋다는 것이 소개될 때마다 그 음식은 마트에서 동이 나곤 했다. 하지만 수십 회를 방송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두 가지는 몸에 좋은 효능이 있어 굳이 한 가지 음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져 버렸다. 우리는 수천년 동안 함께한 먹을거리에 적응했고 그것을 통해 영양소와 에너지를 얻어 왔으니 우리가 평소에 먹던 것들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불과 한 세대 전인 1960~1970년대까지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많이 걷고, 움직이고, 몸을 써야만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설탕과 같은 단순 당과 지방의 섭취가 많지 않던 시대에 살았다. 그렇지만 급격한 산업화로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패스트푸드를 포함한 고 칼로리 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부족하고 어려웠던 시절의 영향인지 남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며 누구에게나 더 먹기를 권유하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이 변하지 않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많이 먹는 것은 당연히 좋은 것이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외래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환자들 중에는 이러한 생각의 피해자들이 많으며, 그 숫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과식 관련 합병증 환자 갈수록 증가 대표적인 대사 질환, 즉 먹는 것과 가장 관련이 깊은 당뇨병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비만 환자는 우리나라 보다 많고 비만의 정도도 훨씬 심하다. 그럼 성인 당뇨병의 비중은 미국과 우리나라 중 어디가 높을까? 정답은 8%로 똑같다이다. 한국인은 수세기 동안 많은 열량을 소비하는 유전적 형질 변화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몇 십 년 사이에 고열량 소비 사회로 바뀌어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과도한 식사량은 그에 비례하는 인슐린 분비를 필요로 하고 과도한 인슐린의 분비는 우리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 할 수 있는 세포를 고갈시켜 결국에는 당뇨병을 유발한다. 미국 사람들에 비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더 적고 쉽게 고갈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쉽게 당뇨병을 앓게 된다. 췌장의 인슐린을 자꾸 고갈시키는 반복된 과다한 식사를 하는 것보다는 적량을 먹고 나머지를 버리는 것이 경제적으로 더 유리하고 또한 병을 예방할 수도 있다. 또한 과식은 위장 장애를 일으키고, 비만과 고지혈증 같은 대사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영양 부족으로 진단받는 환자는 거의 없는 반면 과식으로 인한 합병증을 갖고 병원을 찾는 이들은 너무 많아진 것이다. 최근 영국에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체중과 비만은 흡연 못지않은 발암 요인이 된다고 한다. 음식 종류보다 적정량 고민할 때 성별과 키에 따라 기초 대사량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본인에 맞는 식사량이 정해진다. 식당에서는 남녀의 차이를 두지 않고 1인분을 주지만, 키가 작거나 여성이라면 1인분을 초과 하는 양을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나 키가 작은 성인은 조금 남기는 것이 적당한 식사다. 본인에게 맞는 적정량을 먹는 것이 무엇을 먹는가보다 우리 시대에 맞는 제일 잘 먹는 법이다. 체중 감량을 고민한 적이 있다면 한번 실천해 볼 문제다. 오드리 햅번은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고 했다. 건강하고 싶으면 무엇을 먹을까에만 집중하지 말고 적량을 먹고 나머지를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 보는 것이 좋겠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선행조건

최근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에는 6개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이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 중에는 시군구 통합을 지원하는 안, 9개 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하고 230개 시군자치구를 통합하여 70개 정도의 단층제 광역시로 개편하는 안, 시도의 통폐합을 통하여 초광역지방정부를 구성하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안 등이 제안돼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내과 치료도 해보지 않고 대수술부터 하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전국적으로 한꺼번에 지방행정체제를 개편하는 나라는 없다. 그 이유는 지방행정체제개편이 지역사회의 정체성과 사회문화적경제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서도 이 문제만큼 의기투합하는 것은 중대선거구제로 가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시도폐지 자치계층 단층제로 가기 위한 우회전략으로서 시군통합안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광역지방정부인 도를 폐지하고 국가광역지방청으로 개편할 경우,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담보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관료제의 병폐를 피할 수 없는 관선국가지방청장과는 달리 민선 시도지사는 지역발전이 재선과 연결되어 민선 통합광역시장간 조정, 정치적 결단과 추진력이 요구되는 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할 수 있어 민선 광역시도지사를 포기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광역지방정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그 인구규모를 500만~1천500만 명 정도로 초광역적으로 통합하고 중앙정부의 기능을 대폭 이관하여 그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둘째, 지방정부의 단층화는 중앙집권을 가일층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시도가 폐지되면 70여개 광역시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초광역권 개발, 광역시간 분쟁조정 등을 중앙정부가 직접 수행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의 시도 기능을 대행하는 중앙정부 직할의 광역행정기관 설치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현재의 시도 일부조직과 기능을 중앙정부가 흡수한 것 외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는 말인가? 정치권은 검증되지 않은 자치계층 단층제 도입으로 국가의 근간이 되는 지방행정을 혼란에 빠뜨리게 해서는 안 된다.셋째, 일부 정치인은 자치계층을 단층화하고 자치단체인 도를 폐지한 후 인구 50만~100만 정도의 통합시로 개편할 경우, 교육, 경찰 등 대폭적인 지방분권을 해주겠다고 하나 신뢰할 수 없다. 인구 1천만명인 서울시와 경기도, 인구 4백만인 부산시 같은 거대 지방정부에는 우선적으로 이에 걸맞는 중앙권한을 분권해 주지 않고 있는 이상, 이를 믿을 수 없다.지방행정체제개편을 위해서는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우선, 외과적 수술보다 내과적 처치인 지방분권 추진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광역지방정부가 지역경제, 노동, 중소기업 등 국가의 특별지방행정기관과 교육, 경찰 기능은 조속히 이관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자립하고 자기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자주재원을 보장하여야 한다.지방교부세, 지방세, 국고보조금 제도 등 지방재정제도를 자주재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방행정에 대해 주민의 관심은 저절로 높아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행정체제의 개편은 지역실정에 따라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여야 한다. 국회, 중앙정부의 역할은 통합과정에 대한 관리만을 수행하고 전문가 등은 주민에 대해 통합과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만 수행할 필요가 있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신보호무역주의 경계해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개된 급속한 실물경제 침체로 2009년 상반기 세계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국면에 놓이게 되었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글로벌 위기 극복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주요 선진국(G20)이 주도하는 국제적 공조가 대대적으로 추진되었고, 그 결과 위기발생 1년후인 현재의 세계경제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미국 경제 위기가 끝났다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의사회(FRB) 의장이 언급한 바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 국가의 3/4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경기부양을 위한 국제적 공조가 착실하게 진행된 반면, 경기부양 효과를 상쇄시킬 수 있는 보호무역조치도 늘어났다. 금년 상반기 많은 국가가 도입한 보호무역조치는 과거와 다른 경향을 보였다. 전통적인 형태의 보호무역주의는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저개발국 혹은 개발도상국이 일정기간 자국 산업의 보호를 통해 경쟁력을 육성하기 위한 산업통상정책을 의미했지만, 오늘날 신보호무역주의는 금융위기로 국내 고용사정이 악화된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보호주의와는 차이가 있다. 경제침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자국민 고용유지를 위해 선진국들이 더 많은 보호무역주의를 발동하게 되었다. 보호주의 확산으로 경기부양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짐에 따라 런던 G20 정상회의는 보호무역주의를 배격하고 기도입된 보호무역주의를 원상회복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국제공조가 성공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과거에도 여러차례에 걸쳐 국제적 공조가 시도되었으나 성공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금년에는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 패자가 될 것이란 공멸위기에 직면했기에 세계 주요국들은 합의도출이 쉽지 않은 글로벌 경기부양과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합의했다. 각국 스스로 경기부양에 나서고, 다른 국가에게도 같은 조치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인식, 즉 서로 협력해야만 살 수 있다는 점을 각국이 절감할 정도의 극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와 같은 국제적 합의를 결코 도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최악의 고비를 넘겼기에 이제는 또 다시 경기부양과 보호주의 배격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 도출이 어려울 것이다. 금년 중반이후 세계경제가 안정조짐을 보이고, 보호무역주의 발동이 잠잠해지고 있으나, 보호무역주의 발동 유인은 오히려 공멸위기 의식이 약화되고 국가별로 경제성장의 명암이 엇갈리는 지금 시점부터 커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경제는 무역의존도가 높았고,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최근에는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의 비중이 더 높아짐에 따라 수출악화는 바로 실업 증가와 국민소득 감소로 나타나게 된다. 금년 상반기에는 환율이 높아 수출여건이 악화되었더라도 우리 대기업들은 원화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환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기업들의 채산성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미칠 영향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대한 국제적인 논의를 선도해 온 우리 정부는 향후에도 주요국과의 통상외교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내년 서울 개최가 유력시되는 G20 정상회의를 보호무역주의 배격, 더 나아가 개방적 시장경제 확산의 계기로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신종플루 대처하는 자세

2009년 3월17일 신종플루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 주변에도 환자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국제적인 교류가 많아 좋은 점도 많지만 이처럼 안 좋은 것도 쉽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 되었다.독감은 매년 유행을 했지만 이번에 발생한 신종플루는 겨울철뿐만 아니라 모든 계절에 발생하고 있고 유행규모가 크며,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발생하여 입원이나 사망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신종은 사람과 조류의 인플루엔자가 돼지에게 감염되어 유전자가 혼합 되면서 새로운 형태로 출현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가 매년 맞아 왔던 계절 독감 백신은 효과가 없고 앞으로 몇 달 후에나 새로운 백신이 만들어져 접종 할 수 있다. 주증상은 발열이고 근육통에 콧물 기침 등 감기 증상을 동반합니다. 잠복기는 1~4일이며 증상 발생 하루 전부터 증상 발생 후 7일까지 남에게 감염시킬 수 있어, 보통 열이 나서부터 7일간 격리를 하게 된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59개월 이하의 소아, 임산부, 만성질환자, 증상이 심한 환자 등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약 받을 수 있다.주된 감염 경로는 비말 감염으로 환자의 기침에 포함된 콧물, 침, 가래가 공기에 섞여 이를 호흡을 통해 들이 마심으로 해서 감염이 된다. 기침하는 사람으로부터 2미터까지 전달이 된다고 하며 밀폐된 공간에서 더 전달 될 수도 있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간단하게 감염을 차단 할 수 있다. 주위 시선이 부담스러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다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 시킨다. 확진이 되지 않았지만 남에게 감염시킬 수 있는 환자가 마스크 착용을 기피하게 되어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다. 또 마스크 착용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었던 건강한 사람도 감염되는 문제를 야기 한다. 증상이 있든 없든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 간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본인도 안전하고 사회적으로도 감염 환자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누구나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신종플루에 대한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사람의 환자가 여러 사람에게 감염 시킬 수 있어 환자에 대한 관리와 배려도 중요하다. 진료를 하다보면 몸이 아파도 업무 때문에 쉬지 못하는 직장인이나 공부 때문에 병원에 올 시간이 없는 학생들이 있다. 입원환자 치료지시중 침대에서 쉬게 하는 것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모든 질환에서 치료의 기본은 휴식이다. 지치고 힘들면 회복도 느려진다. 아직 우리 사회가 경쟁이 심하고 여유가 없지만 아프면 쉴 수 있어야 한다. 빨리 합병증 없이 회복하는 것이 결론적으로는 더 손해가 적다. 2차 감염으로 다른 학생이나 동료에게 감염이 되면 휴교하거나 회사를 쉴 수도 있다. 실제 우리 주위에 몇몇 학교가 휴교를 하고 있다. 증상이 심해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초기에 격리와 휴식이 필요하겠다.간혹 젊고 건강한 성인 중에 감염 초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은 병을 잘 이겨 낼 수 있지만 고위험군에게 옮길 수 있어 위험하다. 누구나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거미줄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모두가 조심해야만 우리 사회를 지킬 수 있다.연일 많은 뉴스로 혼란스럽고 두려움이 앞설 수 있다. 하지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간단한 원칙을 지킨다면 신종플루로부터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환자와 직접 접촉하는 의사들이 두려움 없이 진료할 수 있는 것도 다른 방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병을 이해하고 이런 원칙을 지키기 때문에 가능하다. /류센 경기도의사회 홍보이사

행정구역 개편의 올바른 방향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구역개편 입장을 밝히고 행안부가 통합지역에 자금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하자 전국의 시군구에서 통합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행정구역이 규모의 불경제로 비효율적이고, 광역행정의 효율적 수행이 어려우며 생활권과 행정권의 불일치한 점을 시군구 통합의 주요한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근거가 과연 적절한지, 문제가 있다면 어디서 기인한 것이고 시군구를 통합하는 것이 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는지, 자치와 분권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흐름에 과연 부합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은 사무가 75대 25, 조세(예산)는 80대 20으로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비효율성과 규모의 불경제는 당연한 결과이다. 대부분 중앙정부의 위임사무일 뿐 자체 고유사무는 거의 없어 권한도 없고, 여기에 재원도 없어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하고 행정의 효율적 수행도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는 전면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5년 이래 지방자치의 핵심요소인 자치권, 자치사무, 자치재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제대로 이양하지 않은 중앙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인구 70만~100만을 평균으로 60~70개의 통합시 탄생을 전제로 2~5개의 인접한 시군구를 통합시키는 중앙정치세력의 구역개편안은 행정 비용 절감만을 기준삼아 통합하는 것이어서 분권과 참여의 지방자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 먼저 무분별한 시군구 기초 자치 통합은 생활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시군구 기초 자치는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생활자치가 가능하도록 근린성과 민주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는 주민자치의 실현공간이다. 이런 특징을 무시한 무분별한 통합은 사실상 기초 자치를 폐지하여 지역정체성을 훼손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아울러 현재의 16개의 시도가 가지는 정치적, 재정적, 행정적 역량을 60~70개의 통합시로 분산시킴으로써 지방의 자치역량을 축소시켜 필연코 중앙정부의 통합시에 대한 직접적 개입이 증대될 것이다. 이는 지역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앙집권의 시대로 회귀하자는 시대역행적 발상이다. 특히 자치행정서비스의 미래적 흐름과도 맞지 않다. 우리나라는 2026년에 65세 이상 인구비가 20.8%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치행정은 근린성을 유지하며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로 전면 전환되어야 하고 그 집행방식도 주민들의 유기적 참여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기초자치 구역 광역화는 이러한 미래적 요구에 반응하기 어려워 주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중앙정치세력의 시군구 통합론은 자치와 분권의 관점이 아닌 중앙 통제적 관점에서 출발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시군구 자치단체장들이 냉정한 판단 없이 경쟁적으로 통합논의에 나서는 것은 중앙통제를 바라는 중앙정치세력에 부화뇌동 하는 것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단순히 효율성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위한 민주성도 중시되는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중앙정부 등 정치세력은 인위적이고 강압적인 행정구역 개편을 중단하고, 오히려 전면적인 지방정부로의 권한이양에 나서야 한다. 권한의 적절한 배분을 통해 시도 광역자치단체는 산업, 교육, 치안, 지방조세 등의 권한을 주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어 국가의 산업경쟁단위가 되도록 하고,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풀뿌리 생활정치공동체 단위로서 지역의 일을 주민 스스로 처리한다는 민주정치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계현 경실련 정책실장

거대한 중앙집권 쓰나미 몰려온다

1960년대 보리고개가 만연하던 가난했던 시절, 대가족제 하에서 결혼한 자녀들은 소득이 생기면 일단 어머니께 드리고 어머니는 자녀들의 가정마다 생활비를 나눠주었다. 이 때문에 며느리와 시어머니간에 생활비와 분가를 이유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였다. 지금은 부모가 결혼한 자녀를 당연히 분가시켜 자신의 책임과 자율로 새 가정을 꾸리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유감스럽게도 농업국가일 때의 대가족제 바로 그 모습이다. 헌법이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지만, 자기살림을 자율적으로 스스로 책임지는 지방자치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전국적으로 246개 지방정부 중 국가가 지방정부 운영에 보태 쓰라고 주는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고 지방재정으로 자립할 수 있는 곳은 9개 뿐이다. 지방정부가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없는 이유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2라는 사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돈으로 지방정부를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타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뿐 아니다. 지방의회가 지역의 발전과 지방행정에 꼭 필요하여 주민의 권리제한, 의무부과, 벌칙에 관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고 싶어도 국회와 정부가 상위법을 정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입법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가 허울뿐인 지방자치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에 지방정부들은 국가의 입법권행정권재정권, 그리고 국가의 특별지방행정기관 이관 등 지방분권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집권초기부터 실질적인 지방분권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일부 특별지방행정기관 기능을 시도로 위임하고, 국세인 소득세소비세 일부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지방분권 조치에 위기를 느끼고 있던 중앙집권론자들이 일부 정치권과 합세하여 중앙집권적인 행정구역개편과 헌법개정을 여론화 하고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방소득세 도입을 1년 넘게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태도는 분가를 반대하는 고집스런 시어머니처럼 중앙집권적 재정구조를 조금도 변경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국가권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고 지방의 창의적 능동적 동력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국가는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2003년 헌법을 개정하여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고 국가특별지방행정기관 폐지 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 독일은 헌법에서 소득세와 소비세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국은 지금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립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지역과 경쟁하도록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고 협력하고 있는 추세이다.이러한 때에 중앙집권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지방행정체제개편과 헌법개정안이 제안된 것은 역사의 흐름을 지방분권이 아니라 중앙집권으로 되돌리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각 지방정부를 수도권과 대등한 국가발전 엔진으로 키워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방정부를 조속히 분가시켜야 한다. 중앙집권을 향한 헌법개정, 지방행정체제개편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모든 국민은 중앙집권의 쓰나미에 맞서서 선진국형 지방분권제도로 방향을 전환하는데 뜻을 모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 지혜를 발휘하자.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문화시민운동으로 선진화 문을 열자

세계적 석학인 사무엘 헌팅턴 교수는 21세기를 문화가 중요한 시대로 규정했다. 21세기의 선진국이 되려면 문화 경쟁력에서 앞서야 한다는 것이 헌팅턴 교수 주장의 요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란 사회기강, 규율, 문화 규범, 도덕 수준 등을 뜻한다. 문화는 반복적 학습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고 생활 속에 뿌리 내린다. 오랜 역사에 걸쳐 화석화한 굴종적 권위주의와 배타적 집단주의를 청산 못한 우리는 사회기강, 규율, 문화규범, 도덕수준 등 어느 항목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문화 경쟁력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전쟁의 폐허에서 의식주 하나 제 힘으로 해결 하지 못했던 가난한 빈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고, 민주화의 모범생으로 탄생했음에도 한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선진국은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의 질을 향유하는 나라다. 정치적 압제로부터 자유롭고,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개방적 민주 제도가 정착된 나라다. 그리고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주체적 시민의식이 활성화 된 나라다. 우리가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하나, 과연 우리는 인간다운 문화 예술적 교양을 향유하고 있는가. 자유와 인권의 깃발들이 펄럭거리고 있지만, 그 펄럭 거리는 깃발들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농락하고 있지 아니한가.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으로 부터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지켜 내기 위한 민주시민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는가.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돌아보는 우리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삼풍 아파트와 같이 무너져 내린 사회기강, 휴지 조각만도 못하게 대접 받는 규율, 집단적 이기주의와 기득권의 횡포로 황폐화 되고 있는 문화 규범,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양심과 진실을 손 뒤집듯 무시하는 도덕심의 타락,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이 아니라 오로지 남의 탓이라고 외쳐대는 그악스러움의 위세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인간답게 사는 교양과 염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 주는 배려와 존중은 설 자리를 잃었단 말인가? 절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안다.열차가 진입하는 위기 상황에서 몸을 던져 지하철로에 떨어진 노인을 구출한 고교생,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는 수 많은 자원봉사의 물결, 그리고 더 거슬러 올라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을 거리응원의 시민 축제로 승화시킨 위대한 시민정신, 그 수많은 인파가 보여 준 질서와 규율, 수백만 인파가 떠난 자리에 휴지 한 장 남기지 않았던 공중도덕 수준에 전 세계가 앞 다퉈 보내준 찬사, 이 모든 것들 또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몇 가지 사례들로부터 우리는 헌팅턴이 말하는 문화 경쟁력이 우리 자신 속에 잠재 해 있음을 확인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가. 21세기 문화 선진국의 문이 바로 눈 앞에 기다리고 있음에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문화경쟁력을 파괴하는 퇴행정치와 불법 불감증, 증오와 갈등, 공중도덕의 실종과 무질서를 최근에도 우리는 신물나게 목격한다. 민주적 절차와 과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국회의원들의 난장판 추태, 때와 장소의 적절성을 불문하고 정쟁에만 집착하는 무정부적 혼미, 사제 총포로 무장하고 공권력을 공격한 불법파업 현장의 아수라장, 피서 철 해안과 계곡에 넘쳐 났던 쓰레기 홍수, 불안과 불평을 여과 없이 확산하는 공익부재 방송, 이 같은 반문화적인 정치사회 병폐를 청산하고 선진화의 길로 접어 들어야한다. 이제 문화경쟁력에 앞서기 위해 사회기강, 규율, 문화규범, 도덕수준을 선진화하는 문화시민운동에 시민들이 앞서 일어나야한다. 대통령은 문화시민운동을 통해 따듯한 자유주의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시민의식 개혁에 국가 지도력을 발휘해야한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대중영합주의

지난 1891년 미국 상원의원 윌리엄 브라이언은 기존의 미국 양대 정당(민주당, 공화당)에 맞서서, 농민과 노조를 기반으로 하는 포퓰리스트 당(populist party)을 결성했다. 1870년대 러시아에서 일어난 브나로드(vnarod)운동, 즉 민중 속으로 파고드는 대중화운동을 정치활동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그가 곧 포퓰리즘의 창시자다. 브라이언은 실패했지만 독일의 히틀러(나치즘), 아르헨티나의 페론(페론이즘)은 이를 통해 집권에 성공했다.대중영합주의로 불리기도 하는 포퓰리즘은 경쟁사회가 지향하는 소수지배주의 즉, 엘리트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으로서 기성질서에 대한 개혁이 근본요소다. 다시 말해 도시빈민, 영세농민, 소외계층 등 경제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중의 호감을 얻기 위해 이들이 적대감을 갖는 가진 자, 즉 정치, 경제적 지배층의 전면해체를 주 정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다. 페론이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사회정의, 경제적 독립, 정치적 주권을 슬로건으로 한 페론은 소득재분배, 수입대체공업화, 기간산업국유화, 소외계층 조직화 등에 엄청난 국가재정을 쏟아 넣다가 집권당시 세계 9위(1946)의 경제대국을 말기에는 16위(1956)로 떨어뜨렸다.최근의 예가 또 있다.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다. 지난 1980년 집권해서 지금까지 통치하고 있는 무가베 대통령은 백인이 가지고 있던 땅을 몰수해서 국민들에게 주고 외국인이 가진 기업주식 50%를 강제 헌납시키고, 물건은 반드시 싼값에 팔아야 한다는 법률을 만드는 등 영합정책을 쓰다가 지금 경제파탄의 위기에 몰려 있다.이러한 포퓰리즘이 최근 중남미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브라질(룰라), 베네주엘라(차베스), 우루과이(바스케스), 칠레(바첼렛), 볼리비아(모릴레스), 아르헨티나(키르치네르) 등이 그렇고, 우리나라의 과거 10년도 여기에 해당된다.소설가 이문열씨는 촛불집회가 전국을 달구고 있을 때, 이를 가리켜 디지털 포퓰리즘의 힘이라고 했다. 정보화가 진척될수록 대중의 힘은 그만큼 강해진다. 디지털의 특성은 한마디로 대량과 신속이다. 종전의 아날로그 시대보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됐다.최근 이명박 정부의 서민정책을 두고, 포퓰리즘(populism) 논란이 한창이다. 선거를 의식해서 급하게 꾸며진 대중영합행위라는 것이 야당 등 서민정책을 비판하는 쪽의 주장이고,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으로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 이를 옹호하는 주장이다. 시대의 변화가 급격해진 요즘 같은 시점에서 어디까지가 서민정책이고 어디부터가 포퓰리즘인지를 판단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준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정책이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것인가, 아니면 감성적인 호소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경우 전자는 정상적 정책행위일 것이고, 후자는 포퓰리즘이기가 쉽다. 두 번째는 정부의 지원이 노동 등 대가를 전제로 한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이다. 즉 유상(有償)인가, 무상인가인데, 여기서도 후자를 포퓰리즘으로 판단할 수 있다.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서민정책으로 생계형 범죄사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희망근로 사업, 노점상 등 서민 무보증 소액대출, 맞벌이 부부 보육비 절감, 교통법규위반 과태료 감면 등을 내 놓았다. 대중영합적 측면(학자금, 무보증 대출 등)이 없진 않지만 사회 안정적 측면이 더 크다. 과거 정부에서 시행했거나 시도했던 학력타파, 대학서열철폐, 전국 차량번호통일 등에 비교할 때, 보다 현실적이고 정도 역시 매우 약하다.어찌됐던 포퓰리즘은 선거에는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유혹이 크겠지만, 분명히 경계가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 자칫 하다간 배를 산으로 끌고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장호 경영학 박사전 한라대 총장

클린턴 방북이 남긴 숙제

지난 5일 북한에 억류돼 있던 여기자 두 명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이 평양으로 날아가 함께 데려오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 견주어 착잡한 생각이 든다.고의였던 실수였던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 여기자들의 상황은 이래저래 간간히 알려지기도 했지만 현대 아산의 직원으로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유모씨를 북한이 억류한 지도 7개월이 지나가고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조차 확실한 정보도 없고 거기에 최근 불법 영해 침입이라는 명목으로 나포한 연안호 사건도 어떻게 해결될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또 우리에게는 현재 무려 4명의 전직 대통령이 있음에도 어느 누구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갑갑할 뿐이다. 어떠한 배경으로 무슨 복안으로 빌 클린턴이 평양까지 가게 되었는지 또 그로 인해 앞으로 한미 간 북미 간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는 일단 접어두고,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후 행보를 되새겨 보지 않을 수 없다. 러시아의 푸틴 전 대통령처럼 두 번의 임기를 마치고도 이제는 수상의 자리를 꿰차고 상대통령 노릇을 하는 보기 민망한 사례도 있지만, 권좌에서 물러나 비정치적인 영역에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아름다운 최고 권력자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를 보면 자리에 있을 때는 물론 자리를 떠나서도 여전히 정치 영역을 맴돌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고 여전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망명, 암살, 형사처벌, 자살로 대변되는 우리들의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가 안타깝다.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을 떨구어 내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이나, 각종 체육행사에서 남북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리는 형제,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장면들을 보면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지만, 수시로 돌변해 총구를 맞겨누는 상황이 반복 연출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북한의 종잡을 수 없는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에 대응하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최소한의 방향을 잡고 장기적인 비전과 틀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지금까지 보기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게 끊임없이 쥐락펴락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이 시행한 정책들을 뒤집어 놓으려 하는 시도로 인해 우리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시행착오와 폐단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다른 영역은 다 차치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정책만큼은 일관성을 기본으로 하였으면 한다.현재 남북한 관계에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없다. 신뢰는 믿어 달라 하는 말로써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그럴싸한 문장으로 포장한 조약이나 선언으로도 생겨나는 것도 아니다. 분단 된 지 64년이 지났고, 지난 1972년 직접 대화를 시작한 이래 40년 가까이 지났지만 남북 간 불신의 고리는 여전하기만 하다. 갈등하는 개인 간의 신뢰가 끊임없는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형성되기 마련인데, 남북관계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더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제는 남북문제에 관여했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속적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주고 그 메시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인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인 사람들이 남북관계의 전면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벤트성 교류에 급급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반된 정책을 쏟아내니 신뢰가 구축될 수 없었다.추석이 오기 전에 유모씨도 연안호 선원들도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빌 클린턴처럼 사심없이 비정치적 행보를 할 전직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음은 안타깝지만, 우리 정부도 북한 정부도 이번만큼은 다른 시각에서 사건을 종결해 남북 국민 모두가 그래도 한민족이라는 공통의 핏줄을 가진 것이 커다란 긍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길 바란다.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의 재발 막아야

며칠 전(7월31일) 국제 엠네스티는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에 대한 대한민국 경찰의 대응방식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국제 엠네스티는 대한민국 경찰이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유엔이 정한 법집행 공직자 행동 강령을 포함한 국제기준을 따를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요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은 물과 음식의 반입 차단, 의료진 접근 차단 조치에 대한 해제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에 더해 테이저건과 같은 잠재적 살상 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로 사측과 경찰은 지난 달 16일 이후 해고 노동자들이 점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공장 내 도장 공장으로의 식량과 물 공급을 차단하고 있으며,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적잖은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9일 이후 현재까지 의료진의 접근을 단 세 차례만 제한적으로 허용했을 뿐이다. 목하 평택에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여하한 찬성과 반대의 주장과 관계없이 음식과 물, 그리고 의료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명백하고도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민주공화국에서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공권력의 남용임에 분명하다.이미 지난 해 촛불 시위 이후로 점차 정도를 더해가는 경찰의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최근에는 인권 활동 경력이 전혀 없는 인물을 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선임하면서 국내외의 우려와 빈축을 사더니 급기야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차기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인권기구포럼(APF) 연례총회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충격적인 외교적 악수를 범하고 말았다. 대륙별 순환으로 의장국을 선임하는 관례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 이미 내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관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으며, 이로 인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실추는 쉽게 만회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망신스러운 상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부끄럽게도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임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보면 국제적 망신도 괜찮고, 그로 인한 국가 이미지의 실추도 괜찮다. 이를 계기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언젠가 만회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목하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정말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반인권적 조치의 결과로 용산 참사와 같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다. 이미 상황은 국제적 기준의 준수나 인권의 보장이라는 차원을 현저히 벗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낮 12시 노사 간의 마라톤 협상이 결렬되자마자 이 폭염 속에 도장 공장에 대한 단전 조치가 이루어졌다. 에어컨과 전등, 환기 장치는 당연히 작동을 멈추었으며, 이로 인해 도장 공장은 암흑과 폭염, 그리고 각종 인화물질과 유해 가스로 가득한 완벽한 고립무원의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절망적 상황에 놓인 수 백명의 농성자들을 향해 다시금 공격적인 진압 작전이 전개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또 다시 용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정권에게도, 경찰에게도, 쌍용차 회사에게도,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이러한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만약 이러한 비극적 사태가 재발한다면(혹은 이 글을 읽는 시점에 이미 발생했다면) 이제까지 사태를 수수방관해 온 정부는 그 궁극적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서민 마케팅

2천년 전 중국학자 사마천은 그의 저서 사기(史記)에서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내놓았다. 정(正)이 있으면 반(反)이 있고 그것이 어울러져(合) 정(正)이 되어 흐르다가 다시 반(反)이 등장한다는 변증법적 논리다. 그동안 공산주의 국가에서 많이 사용됐었는데 이것이 요즘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쓰여 지고 있다.원래 공산주의 국가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통해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민주주의 국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쟁을 통해서 각자의 능력과 노력에 맞는 사회와 생활을 누리게 한다는 것이 기본원칙이었다. 어떻게 보더라도 사회주의는 따뜻하고 자본주의는 냉혹한 이미지를 준다.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사회주의 공산국가는 불과 70년 만에 무너졌고, 자본주의는 산업혁명 이래 250년을 독야청청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사회주의는,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자본주의의 냉혹성에 반발하여 칼 막스, 트로츠키 같은 사람들이 책상에서 만들어낸 이상향(理想鄕)이었던 반면, 자본주의는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진화, 발전해 온 자연의 산물(産物)이란 점이 그 이유다.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개인의 능력을 중시해서 구성원에게 노동의 가치와 도전의 동기를 부여한 반면, 사회주의는 평등을 중시해서 누구라도 개인적인 성취를 위해서 공동체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던 데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주의 이념이 자본주의의 변천에 거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회주의 공산국가가 세력을 한참 확장하던 1930년대에, 그동안 자유방임했던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로 수술을 받았고, 이번엔 사회주의의 몰락이 계기가 돼서(세계가 경제중심주의로 바뀌면서 등장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한번 수술대에 올라와 있다.2007년 12월24일,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 회장(마이크로소프트)은 다보스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제창했다. 자본주의가 인류의 삶을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지구상 인구의 절반이 그 혜택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면서, 이들을 구제할 책무가 자본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제안은 파격적이다. 적극적인 빈민대책을 요구한다. 예컨대 아프리카에 모기장을 파는 기업은 판매수익의 일정부분을 말라리아 퇴치기금에 넣겠다고 미리 천명하고 실천하자는 식이다. 같은 무렵 세계 제2의 부자인 워렌 버핏 회장(버크셔헤서웨이)도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인간적이고 인정있는 자본주의를 역설했고, 최근엔 이들 두 사람과 함께 조지 소로스 회장(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오프라 윈프리 (토크 쇼 앵커),마이클 블룸 버그(뉴욕시장), 지드 록펠러 등 미국 최고 거부들이 함께 모여 힘을 합쳐 더 많은 박애주의를 실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비단 재계뿐만이 아니다. 일본(요사노 가오루 경제재정장관), 프랑스(사르코지 대통령) 등 부자나라 정부들이 줄이어 동조의견을 내 놓고 있다. 자본주의 수술은 이미 진행형이다.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스탠퍼드 연설에서 성장의 열매를 사회적 소외계층에 까지 나누는, 즉 사회의 공동선을 중히 여기는 원칙이 선 자본주의(disciplined capitalism)를 제시했고, 이명박 대통령도 조문정국을 거치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발굴과 함께 현장방문 등 이른바 서민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진즉에 그랬어야 했다. 말로는 중도실용을 표방하면서, 실제론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고, 부자동네 집값을 풀어 주고, 부자기업의 해묵은 민원을 풀어주고, 시장에서의 고삐를 풀어서 강자만 이기게 하는 이른바 강부자정책은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그동안의 신자유주의가 정(正)이었다면 서민과 소외계층을 챙기는 서민정책은 반(反)이 될 것이며, 이들은 함께(合) 사회안정 속의 경제발전이라는 새로운 정(正)을 만들어 낼 것이다. /조장호 경영학 박사전 한라대 총장

자유무역협정과 문화예술정책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지었다. 내년 중반 이전에 유럽연합 27개국은 우리와 자유롭게 교역하는 경제적 동반자로 새로운 시대를 함께 열어 갈 것이다. 2008년 우리나라의 무역대상국 가운데 유럽연합은 교역규모에서 중국(1천683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984억 달러)로 크다. 그 다음으로 일본(892억 달러), 미국(847억 달러)이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도 한유럽연합 FTA 협상 타결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중국이 물량적 경제력으로 세계시장에서 좌충우돌 하는데 비해, EU는 선진 문화력을 바탕으로 시장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번 한EU협상 종결은 2007년 4월 타결이후 2년 넘게 국회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 돌파구 마련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그렇게 되면 한국은 제조업은 물론, 금융, 디자인, 문화 콘텐츠 등에서 세계 최대 강국인 미국, 유럽과 자유무역 협정을 맺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가 된다. 한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중국과 일본을 뛰어 넘어 세계 자유무역의 중심 거점으로 발돋움 할 수도 있다.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국회 비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반민주적 행태에 집착하면서, 촛불에 고무 받아 떼법 악습의 함정에 빠진 정치인들이다. 이들은 소위 그들이 말하는 권력으로서의 방송과 문화예술을 장악하고, 지지자 결집에 성공한 지난 10년 좌파 문화정책의 수혜자들이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잘못된 좌편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새 정부에 주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그 동안 보여 준 것은 한심한 무능력과 철학의 빈곤뿐이었다. 국경 없는 지구촌으로 이미 들어와 있는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진정한 의미를 통찰하는 강력한 국가지도력이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한EU FTA가 한미 FTA의 실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반민주적이며 퇴행적인 패거리정치의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21세기 세계질서의 흐름을 주체적으로 헤쳐 나가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문화예술정책 차원에서 개방과 상생의 정신으로 사회를 통합하는 일이다. 지난 10년 좌파 정권의 문화 예술 정책은 진보와 보수, 반미와 친북의 적대적 충돌을 부추겼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적 소통과 개방성을 병들게 했고, 폐쇄와 배타의 이념적 편향으로 온 나라를 분열 시켰다.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극도의 사회적 증오와 갈등의 재생산은 단순한 정치 투쟁이나 경제 불균형의 산물이 아니다. 좌편향의 민중, 민족, 통일을 문화 예술적 감성으로 포장하고, 국민을 세뇌한 과거 10년의 문화예술정책이 빚어낸 악성 문화현상이다. 이 악성 문화현상은 법치, 소통, 다수결, 절차와 과정의 준수 같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을 조롱하면서, 민주주의 기본 질서 파괴를 정당화하는 온상이 되어 있다. 이 악성 문화현상을 극복 해야만, 한EU, 한미FTA를 온전한 궤도 위에서 출범, 발전시킬 수 있다.우리가 상대해야 할 미국이나 EU의 문화예술정책을 살펴보면 우리가 왜 자유무역협정을 문화예술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 한층 분명해진다. 미국의 연방 예술기금(NEA)은 미국 민주주의의 강화를 설립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유, 인권, 법치의 자유민주주의를 건강하게 가꾸는 일이야 말로 미국이 국제 정치, 경제, 문화에서 지도력을 행사하는 힘인 때문이다. EU의 구성원인 문화예술 대국 프랑스는 문화 예술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과 상생의 문화예술정책으로 EU의 지도적 국가 위상을 보전하고 있다. EU 여타 국가들도 문화적 개방성과 다양성, 창의성을 문화예술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더욱이 EU와 미국은 예술적 수월성과 문화력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서비스산업 강국이다. 한EU, 한미 FTA는 선진 문화예술정책을 추구 하는 문화예술 강국들과 자유시장의 동반자가 됨을 뜻한다. 대한민국은 이에 상응하는 문화 예술정책의 재정비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이진배 의정부예술의전당 사장

관행

인사청문회에 임하고 있는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이른바 다운계약서 작성이 부동산 거래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자 국세청도 2006년 이전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위법이 아니라는 친절한 해명을 곁들이는 서비스 정신을 발휘한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닌 서비스 기관이라던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의 놀라운(?) 개혁적 발상과 짝이 잘 맞아 돌아가는 멋진 팀플레이다. 그러나 국세청의 해명은 2004년에 국세청 스스로가 발간한 세금 절약 가이드에 허위계약서 작성을 탈세로 규정했던 것과 아귀가 맞지 않는다.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서비스 기관이라는 백용호 후보자의 발언 역시 최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국세청의 무서운 활약상에 대한 국민들의 기억과는 아귀가 맞지 않는다. 뭐 사실 아귀가 좀 맞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립 서비스일 뿐이고, 이러한 립 서비스 역시 그들의 관행일 뿐이니까.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의 이른바 그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행이 있다. 이른바 위장전입이다. 때로는 자녀 교육을 위한 동기에서, 때로는 투기(좀더 고상하게는 재테크)를 위해 주소지를 옮겼다. 이것 역시 분명히 관행이었다. 못하면, 아니 안하면 바보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그랬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도 그랬고,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도 그랬단다. 관행이란다. 그런데 국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멀지 않은 과거 속에는 또 하나의 관행이 있다. 그것은 이 관행들을 다루어 온 공직인사 상의 또 다른 관행이었다. 2002년 7월 장상 전 국무총리서리는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고, 바로 뒤 이어 장대환 전 국무총리서리도 위장전입 의혹으로 낙마했다. 당시 이명박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었던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동기야 어떻든 안 살면서 주민등록만 가 있는 것을 위장전입이라고 한다고 원칙론을 내세웠고, 당시 한나라당 원내수석대표였던 이병석 의원은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자꾸 개인적 정황을얘기하는 것은 공직후보자 답지 않은 모습이라며 엄정한 기준을 들이댄 바 있다.2005년 4월에는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향해 3차례나 위장 전입을 해서 법을 어겼는데 이것이 왜 문제가 되지 않겠나? 위장전입을 했지만 투기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가수 김상혁의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이 아니다와 같은 맥락이라고 비판한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의 질타가 인구에 회자된 바 있고, 같은 해 3월에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같은 이유로 낙마했다.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강동석 전 장관이나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유 역시 위장전입 논란이 핵심이었다. 적어도 2007년 한나라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위장전입 문제를 자녀에 대한 교육열의 결과로 포장하여 감싸기 전까지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공직자들의 위장 전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분명한 관행으로 지켜졌다.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나니 한나라당에는 위장 전입이나 다운계약서 작성 정도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새로운 관행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이러다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준이 바뀌는 것도 또 다른 관행으로 굳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폴리페서 논쟁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공직 참여 교수의 휴직에 대한 대학 내규 초안이 공개되면서 선거철도 아닌데 때 아닌 폴리페서, 즉 몸은 대학에 있으면서 마음은 늘 정치판이나 관가를 향해 가 있는 교수들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영어사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이 단어가 그리 생경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양쪽을 오가면서 교수직을 정계나 관계의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쯤으로 생각하는 교수들이 한국사회에 너무나 많았고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교수들의 공직이나 정치참여를 근원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권력을 택하든 학문을 택하건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선택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고 학생들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에게는 더욱 엄격한 책임의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동료 교수들에게 부당한 의무를 전가하는 일부 정치참여 교수들의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필요한 시점이다.서울대의 초안은 일부 비윤리적인 폴리페서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선출직 공직 출마자만 해당 학기 시작 전에 휴직을 하도록 하고 있을 뿐, 비례대표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에는 학기 중이더라도 상관없이 출마나 임용이 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구차하게 상위법인 공무원법과 배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은 하고 있지만, 결국 대학사회의 폴리페서에 대한 규제 의지가 학생들의 학습권 수호 의지보다 부족하기 때문이다. 폴리페서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개정 법안도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지난 2004년,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국회법 및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했다. 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현직교수가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임기시작일에 자동으로 교수직을 내놓고 장관 등 정무직 공무원이 된 경우에는 1년 이내에 교수직을 사퇴하도록 명문화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교수 출신 동료 감싸주기 행태, 교수들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의 과장된 믿음 등이 맞물려서 법안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세상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공자, 맹자, 플라톤 등 소위 말하는 당대의 현자라고 불려졌던 사람들의 일반적 행태이지만, 어설픈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시도가 남긴 역사적 피해들을 곰곰 살펴보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더욱이 요즘 세상은 교수들이 갖고 있는 현실과 동떨어진 알량한 전문 지식으로 무엇인가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학문적 성과와 경륜을 현실에 적용시켜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면, 교수직을 과감히 버리고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아주 극소수를 제외하고, 정치판도가 변화할 때마다 소위 줄을 서는 교수들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인 대학과 학문에 충실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본 적도 없다. 돌아 올 자리는 확보해 놓고 일단 열심히 해보겠지만 아니면 말고식의 교수라는 자들에게 내줄 자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불행이며 대학과 학생들의 불행이다.교수의 전문적 지식이 활용될 여지는 무궁무진하다. 각종 정책, 경영, 경제, 사회문제 등에 대한 자문과 평가는 여전히 교수들의 몫이다. 어쩌면 꼭 해야 할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런 활동에 사심 없이 힘을 쏟는 교수들은 크게 환영한다. 그러나 무엇인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력의 자리를 취하고자 한다면 전력투구의 의지를 스스로 다지기 위해서 또한 자리에 있는 동안 사심 없음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교수직은 내놓고 갔으면 한다. /공유식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

오해’라고?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의 어느 곳에서든 날카롭게 각이 진 두 세력 사이의 대립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있고, 누군가는 불안해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다. 이럴 때일수록 섣부른 화해나 위장된 화해는 위험하다. 그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어떤 근본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은폐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결국 이러한 미봉은 병을 키우게 되고 말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교육 현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 현장이야 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둘러싼 가치관의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희화되어 나타나고 있는 현장 가운데 하나인지도 모른다. 여기에는 정권과 관료 조직, 교사(주로 재단의 형태를 띠고 있는), 종교 집단, 기업, 서로 다른 민간 조직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거기에 다시 세대와 세대 사이의 갈등, 농촌과 도시 사이의 갈등, 계층 간 갈등 역시 교육 정책이라는 문제를 둘러싸고 그 대립이 날로 첨예화되고 있다. 지난 해와 올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치러진 교육감 선거는 교육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대립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싸움과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기도 교육위원회가 김상곤 교육감의 대표적 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였던 농어촌, 군 단위 지역, 도시지역의 300명 이하 초등학교 대상 무료 급식 예산의 50%와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비난 여론의 핵심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해 아이들의 급식 관련 예산을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데에 있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교육위원들은 문제의 원인을 언론의 편파 보도 탓으로 돌리거나 예의 전교조 배후론을 들먹이며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려 애를 쓰고 있다. 이들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결정이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거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주장하며, 요즘 굶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는 황당한 주장을 근거로 내세우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도내 학생들 중 8천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 학교 급식 지원 신청자 가운데 3만 5천 여 명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급식 신청에서 탈락한 바 있다는 사실을 설마 교육위원들이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교육감에 대한 정치적 반감에서 비롯된 결정이 아니라는 주장에 신뢰가 가지 않을 뿐더러, 더군다나 그 근거로 내세운 요즘 굶는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는 낯뜨거운 항변에는 그야말로 어이가 없을 뿐이다.결정을 주도한 교육위원들이 김상곤 교육감의 정치적 반대자들이라는 사실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그 반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싸우는가 하는 데에 있다. 교육이라는 문제를 둘러싼 세력 간 갈등이 불가피함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논쟁하는 것과 교육적 가치와 관련된 결정에 정치적 파벌 논리를 앞세우는 행위는 최소한 구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그 금도를 넘고 나면 필연적으로 오버를 하게 마련인데, 그렇게 오버를 연발한다면 열받은 학부모들의 오해(?)를 풀기는커녕 화만 키우기가 십상이지 않을까 심히 염려되는 바이다. /성근제 인하대 연구교수중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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