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아프리카 바이어와 비즈니스 하는 법

아프리카 바이어들은 매사 느긋하다. 속도가 효율인 우리 기업은 답답할 수 있지만, 미리 알고 대응한다면 비즈니스의 반은 성공하는 셈이다. 또한, 남아선호 탓에 사회 각 부문이 남성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서 상대 바이어가 여성인 경우 존중과 배려만으로도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할 수 있다. 한편 아프리카인은 피부색으로부터 오는 열등감이 있으니 피부색을 부득이 이야기해야 할 때는 Black Skin은 절대 금물이며, Dark Skin이라고 용어를 순화하는 것이 기본이다. 선물도 아프리카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한국의 전통적인 건강기능식품을 선물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자신들의 토종 민간요법에 대한 신뢰가 더 강하다. 현지 약초를 달인 증기를 흡입하거나 자연 약재를 섞어 만든 음료를 마시면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아프리카 대통령들도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건강식품을 선물할 경우 차별화된 효과를 설명해 주면 선물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문화가 체화된 한국의 전통공예품도 아프리카인들의 평화로운 정서에 반할 수 있다. 예컨대 기괴하고 무서운 표정이 들어 있는 공예품은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공산품이 부족한 아프리카에는 실용적인 선물이 좋은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한국산 마스크다. 수출 상담 중 무료샘플 요구가 많은데 이는 중국 수출업자들의 영향이다. 샘플이 고가가 아니라면 운송비만이라도 부담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은 잘 알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아무리 장점을 설명하고 눈으로 보여주고 만지게 해도 직접 써보지 않으면 구매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신용사회가 형성되지 못한데다 지금까지 속고 산 경험이 많아서 그럴 것이다. 현지 시장진출을 위해서는 이런 정서를 이해하고 미리 일정 물량을 가져와 저렴하게 판매해 직접 사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례로 지난해 경기도 생활마스크 1천장을 경기비즈니스센터(GBC 나이로비)를 통해 판매해 본 결과, 고가임에도 사용해 본 사람은 계속 찾아 5만7천장의 추가 오더를 받은 바 있다. 소량의 주문이라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큰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아직 도내 수출기업들은 이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원거리 탓에 비용 부담과 정보 부족으로 아프리카 시장진출에 소극적이었으나, 화상상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 거리가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비즈니스는 서로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된다. 아프리카 진출을 희망하는 수출기업이라면 이들의 문화와 상관습에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미중 갈등과 쿼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의 폐해를 강조하고,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바이든 행정부 취임 직후에 타결이 이뤄진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을 중시하는 외교 노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은 약해질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동맹국 중시 외교는 한국 입장에서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향후 한일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의 국익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높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불완전한 형태로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둘째,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 중국 견제봉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써 동맹국과의 관계 강화를 중시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해 대 중국 봉쇄망에 대한 참여 요구가 강해질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으로써는 쿼드(Quad)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올해 3월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Quad) 정상들이 첫 회담을 개최했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로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쿼드는 외교안보 협의체에서 시작됐지만, 그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이번 쿼드 정상회의에서는 코로나 백신, 환경, 중국의 해양 진출인권, 사이버 보안 및 5G 통신 규격, 반도체 및 자원의 중국 의존 경감 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쿼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흔히 일본이 미국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있어서 미일 간에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정치경제적 봉쇄를 목표로 한다면, 일본은 동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한편, 안보에 관계되지 않는 분야에서의 경제 협력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한국으로서는 한일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미국이 요구하는 한일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대중국 정책에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한국의 공공외교

미얀마의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시위에 미얀마를 도와주세요라는 한글 피켓이 등장해 한국의 민주주의와 공공외교를 평가할 계기가 됐다. 한글 피켓은 태국의 민주화 운동과 아르메니아 평화운동에도 이미 등장했는데, 한국의 아이돌 팬클럽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다른 한편, 우리의 1987년 민주항쟁과 2017년 촛불혁명의 성공을 미얀마 시민들도 스스로 이루고 싶은 간절함을 반영한 것으로 생각된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군부독재의 벽은 생각보다 견고하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 핵심인 삼권분립 원칙을 무력화시켜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타트마도우(Tatmadaw)라는 미얀마 군부는 국내 133개 이상의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보유해 국가 경제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60년간 부당한 재산축적으로 권력을 강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민주주의를 견인할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성장을 막아 정치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2020년 11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상하 양원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자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은 군부 집권에 위협으로 판단하고 쿠데타를 통해 선거 결과를 무력화했다. 미얀마의 시민들이 쿠데타에 저항하자 군부는 무고한 시민을 조준사격으로 살해하며 유혈 진압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 군부에 경고와 함께 전면적 제재를 위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군부와 시위대를 향해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미온적인 태도로 미얀마 시민의 반중 정서를 악화시켰지만, 아세안에 대한 내정 불간섭 원칙과 정세 안정에 역할 수행이라는 원칙만 반복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처럼 21세기 세계질서는 민주주의 가치를 기준으로 동맹의 진영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세계질서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고자 우리 정부는 우선 최루탄과 같은 군사치안 및 전략 물자 수출 중단, 군과 경찰의 인사교류와 정례협의 중단, 그리고 우정의 다리 건설과 같은 공적개발원조의 재검토를 발표하면서 미얀마 군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는 공공외교의 목표를 주요국에서 모범이 되는 선도국으로 상향 조정했다. 우리는 국제사회가 직면한 인도주의 위기에 적절한 대응을 통해 능력과 의지를 보여주며 관련국의 지지를 얻고 외교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 모범적인 대한민국 공공외교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제도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다. 민주주의 공고화는 독재자를 타도의 대상으로 하는 저항 민주주의에서 시민 스스로 행동하는 주체가 되는 실천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것이다. 실천민주주의는 일반시민과 함께 저소득층,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 결혼이주민, 이민노동자, 그리고 성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소외계층이 정치적 권리, 시민의 자유, 그리고 경제와 분배의 정의를 동등하게 보장받는 사회를 말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한국의 딜레마, 미국의 딜레마

겨울이 금방 지나가듯 현대 외교사의 한 페이지가 훌쩍 넘겨졌다. 펼쳐지는 외교안보의 낱장들이 말해준다. 언제 순탄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가 북방외교의 닻을 올린 지도 30년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이룬 적지 않은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제적 협력관계가 맨 먼저 기술된다. 적대적 관계가 다면적 동반자 관계로 변환됐다. 구소련 일부이던 많은 중동구 국가들도 대부분 수교 25주년을 넘기면서 한류를 품고 우리와 우호협력국가가 됐다. 데탕트와 앙탕트, 즉 화해와 협력의 공존외교로 발전돼 오면서 우리의 외교공간도 한참 넓어졌다.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면 그림자도 생기듯이, 북방외교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고민도 잉태하였다. 폴란드부터 카자흐스탄까지는 문제가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로 오면 문제가 달라진다. 두 대국은 북한 카드를 넘어 한반도 카드를 쥐고 미국과 게임을 하면서 우리에게 외교안보적 딜레마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 역시 외교군사적 딜레마는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 광범한 영역에서 복잡한 딜레마로 나타나고 있다. 먼로 독트린에서 발원된 고립주의 외교노선은 행정부가 바뀌거나 국제정세의 변환기에 다시 출현한다. 베트남전쟁에서 좌절한 이후, 중동과 아프간에서의 무익한 개입주의로 실망한 이래, 미국은 지역분쟁에 영속적인 안정과 평화 만들기가 지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슈퍼파워의 보안관적 책무보다는 국익이란 외교용어를 선호하게 됐다. 러시아와의 새로운 힘겨루기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전개됐고, 중국과의 전략적 세계경쟁은 남중국해의 항모전단에서부터 중국 기업 텐센트 밀어내기까지 폭넓은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벌써 30년 가까이 중국, 러시아와 씨름하고 있다.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란과 북한을 상대로 강경과 유연 사이에서 배회해 왔다. 한반도 문제는 대북 협상론과 강경론 사이에서 전략적 딜레마의 문제로 남아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동 결과에 대한 비판론의 연장에서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만 높아져 있다. 지난주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이 동시에 방한하여 방위비 분담금 가서명도 하면서 다시 한미공조를 다지는 장면을 비춰준다. 만성화된 비핵화의 난제는 물론 쿼드 플러스,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여 등 현안들이 딜레마로 다가온다. 계절의 봄은 오고 있는데 한반도 외교의 봄이 다시 올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미북 관계정상화를 위요한 제도화된 평화정착만이 외교안보의 딜레마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비대면 시대, 비즈니스 매너

비대면 상담이 대면상담과 다른 것은 2가지다. 제품을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것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 문제다. 전자는 미리 샘플을 보내든가 디지털 홍보자료로 대응할 수 있지만, 신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신뢰감은 상대방의 비즈니스 자세와 매너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1만건이 넘는 화상상담에서 바이어들이 들려준 사례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이 갖추어야 할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들을 찾아보고자 한다. 우선, 비대면 상담은 사실과 진정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 화장품 수출기업들이 여성바이어와 상담할 때 예쁘다, 아름답다라는 외모에 대한 평가라든가 피부에 잘 맞는다 어울린다 와 같이 화상으로만 보고 무리하게 단정 짓는 말들은 오히려 독이 된다. 사실 관계를 화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던지는 진정성 없는 영업멘트는 바이어한테 수출기업의 신뢰만 잃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화상이지만 대면에 준하는 비즈니스 매너가 요구된다. 첫인사부터 전 상담과정에 바이어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영상으로 교환된 명함을 통해 누가 수출기업이고 누가 통역원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상담 중 통역원을 수출기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또한, 비록 직접 보지 못하지만, 화면 속 바이어와 눈 맞춤을 유지해야 한다. 수출기업이 옆에 있는 통역원만 보고 얘기할 때 바이어는 집중이 떨어질 수 있다. 의상도 비즈니스 정장이 좋고, 상담 장소를 집이 아닌 사무실로 해야 하는 이유는 1시간 남짓 짧은 시간 만나는 바이어에 대한 존중이고 배려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능하면 휴대전화 보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전용장비 이용을 권한다. 조금이라도 더 질 좋은 정보를 바이어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는 영상의 크기, 소음, 흔들림 등 불편하기 그지없다. 또한, 대면상담 때는 다소 외국어 실력이 떨어져도 표정과 몸짓으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에는 그럴 수 없다. 외국어가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통역을 쓰는 것이 바이어를 괴롭히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담바이어가 초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친밀하지 않기에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다. 바이어의 구매력을 알아보려고 회사규모나 매출액, 종업원 수 같은 것을 묻는 것들이 그것이다. 비록 화상이지만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내 참여하는 크고 작은 바이어들로서 이런 질문들을 받게 되면 자신과 회사 수준에 대해 평가받는 것 같아 상담이 잘될 리 없다. 코로나19로 아무 준비 없이 맞이한 비대면 글로벌 무역시대, 비대면 비즈니스 매너를 장착하는 것이 수출기업의 경쟁력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코로나 위기와 고용난

코로나19 위기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고용 상황이 심각한 상황에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 예정자들을 조사했더니, 코로나 여파로 취업할 곳이 줄었다는 학생이 10명 중 7명이었다. 또한, 대졸 신입사원을 1명이라도 뽑는 기업은 전년보다 20% 감소했고, 또한, 대부분(75%)이 한 자리 수 채용이었다고 한다. 한편, 통계청의 고용동향(2021년 1월)에 의하면, 15~64세 고용률은 64.3%로 전년 동월 대비 2.4% 하락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부터 50대까지 모든 연령 계층에서 고용률이 하락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코로나 19의 여파가 있는 가운데에도 고용 상황이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총무성 통계국의 노동력 조사(2021년 1월 기준)에 의하면, 15~64세 고용률은 77.3%로, 전년 동월 대비 -0.2% 하락했다. 15~64세 고용률을 비교하면, 한국(64.3%)보다 일본의 고용률이 10% 이상 높다. 또한, 전년 동월 대비 생산가능인구(15~64세) 고용률의 하락폭을 비교해보면, 일본(-0.2%) 대비, 한국의 하락폭(-2.4%)이 크다. 또한, 올해(2021년) 3월 졸업 예정인 일본 대학생의 취업 내정률(문부과학성 조사)은 82.2%로, 지난해(87.1%) 보다 4.9% 하락했다. 최근에는 고용상황 자체가 전년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되어 가고 있다. 일본의 취업정보회사 DISCO에 의하면, 내년(2022년 3월 말) 졸업 예정인 대학생의 취업 내정률은 3월 1일 시점에 21.2%로, 오히려 전년 대비 높다. 일본에서는 인재 유치를 위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학 졸업예정자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하는 관행이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 학급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해소하기 위해 과도한 조기 채용을 제한하는 규칙을 가지고 있다. 종래 기업(게단렌: 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대학 간에 체결된 취업 협정을 통해, 회사에 의한 과도한 조기 채용을 제한하고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정부가 동 사항을 주도하고 있다.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한 기업에 의한 채용정보제공은 지난 1일부터 해금(금지 조치의 해제)되었고, 면접은 오는 6월부터 해금 된다. 공식적으로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해서는 2021년 6월부터 면접을 시작할 수 있지만, 2021년 3월1일 시점에 이미 많은 기업이 2022년 졸업예정자에 대해 조기에 취업 내정을 주고 있다. 이는 취업활동 관련 협정을 기업들이 거의 지키지 않고, 경쟁적으로 인재 채용을 서두르는 실태를 보여준다. 일본의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상황과 비교하면 정말로 부러운 일이다. 인건비는 회사 입장에서 억제해야 할 고정비용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꼭 필요한 투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고용 창출은 회사의 사회적 책임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바이든 국제주의는 한국 외교의 새로운 기회

미국 외교정책의 방향 설정에서 핵심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위해서 군사와 경제의 양면에서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 국력을 투사하는 것이 국익에 긍정적인가 여부를 기준으로 국제주의와 고립주의로 나뉘어 논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 국익은 도덕적 정당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두 기준이 적용되었고, 외교정책의 수단으로 군사적 개입과 경제적 관여를 활용했다. 패권경쟁으로 미국의 국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자 트럼프는 경제적 효율성에 충실했던 만큼 도덕적 정당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고 여론도 이를 지지했다. 세계공동의 위기인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미국은 어떤 비용도 지불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미국은 자국의 농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거래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의 일방주의와 예외주의에 근거한 잘못된 힘의 투사로 도덕적 존경심과 효율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판단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바로잡아 도덕적 정당성을 우선 확보하여 경제적 효율성을 되찾는 도덕적 국제주의를 선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 정부의 오류를 비난하기보다 국제사회의 불만을 확인하고 이를 교훈으로 국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대응 수준을 결정하려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제공했지만 러시아는 미국에 구체적 항의 없이 묵인하는 형식으로 넘어갔다. 이란군 최고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공습으로 폭사시켰지만 이란은 별다른 대응조치가 없다. 성주군에 배치한 사드 엑스밴드 레이드가 베이징을 겨냥한다고 주장하던 중국이 미국에 직접 항의는 못하고 한한령을 내려 한국 기업에 화풀이하는 것으로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복관세에 대해서도 미국보다 중국의 피해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중국은 경제협력을 완전히 와해시키는 수준의 대결은 피하면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한 시리아 민병대에 대한 공격을 허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군사적 고립주의가 아니라 도덕적 명분을 갖추어 국제질서에 힘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역할과 관여를 통해 국제질서의 평화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나가려고 한다. 미국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담보하는 초강대국으로서 도덕적 의무를 수행하여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경제와 무역에 있어서도 지속 가능한 국익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국익의 확보이며 이를 같이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가치와 제도를 공유하는 D10을 근간으로 군사적으로 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체 Quad를 확장하려고 한다. 첨단기술에서 배터리 소재인 희토류와 반도체 완제품을 연계하여 호주, 동남아, 한국, 일본 그리고 대만을 연결하는 반중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바이든의 국제주의 외교정책의 모든 기준에 교집합으로 포함되는 핵심 파트너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표현의 미학

조셉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 넘어진 후에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 그것이 판단의 준거이다. 강해 보이는 그도 낙담에 빠질 충분한 계기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언제나처럼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먼저 떠난 모친의 음성만은 그를 떠난 적이 없다. 자기연민. 그것이 46대 미국 대통령의 적이었던 것이다. 최근 전직 주한 미국대사는 미국의 어느 방송에서 한반도 문제를 논하면서 자신이 주재한 나라에 대해 던진 표현이 있다. 한국은 고래 등의 새우가 아닙니다. 한국에 근무하였던 미국 대사의 말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의 표현이었다. 설령 한반도의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표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 끝이 없다. 샌드위치 처지에 처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비판적으로 표현할 이유도 없다. 위대함이란 무엇인가. 열세의 전황을 승세로 바꾼 조르쥬 클레망소는 위대함의 한 척도이다. 1차 대전의 그 지루한 참호전도, 유혈 낭자한 백병전도, 프랑스 병사들이 참아내도록 독려했다. 마지막 승리는 끝까지 견뎌낸 프랑스의 것이었고, 패배주의를 집어던진 클레망소 수상 투쟁의 산물이었다. 세계지도에서 변방의 지역에 주목하고 투자하는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은 항시 주목의 대상이었고 미래에도 투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지리학적 요충지이자 지경학의 허브이다. 방치돼도 좋을 시시한 땅이 아니고,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나라이다. 외교안보적 고민은 수반되겠지만, 주변국으로부터 끊임없이 파트너십을 요청받고 있다. 30여년 전 베이징과 모스크바는 한국과의 수교에 그들이 더 적극적이었다. 한국의 매력 때문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지구 상에서 제일 값어치 있는 땅 위에 있기 때문에 도전요인과 기회의 요인이 공존한다. 대나무가 마디가 많은 것처럼 21세기 한국은 경쟁력의 날이 선 마디가 많아서 도전요인을 극복해낼 지혜와 역량이 강하다. 외교안보적 강풍으로 종종 흔들림은 있을 수 있어도, 유연성과 내성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대나무보다 더 강한 대한민국이다. 경성국력과 함께 연성국력도 키워 왔기 때문에 기회의 창문을 활짝 열어젖힐 준비도 돼 있다. 이제 앞으로 10년 안에, 적어도 30년 안에,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낼 한국이다. 표현부터 바꿔 보자. 패배주의 레토릭을 계속 쓰면 부지불식간에 정신성부터 패배자로 전락하고, 진취적 기상으로 전진하면 강인한 승자로 변한다. 자식을 키울 때도, 나라를 떠받칠 때도 피그말리온 효과를 유념하면 좋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해야만 잘 될 가능성이 열린다. 우리는 모두 가슴에 품는 포부의 크기만큼 위대해 질 것이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 미래로, 번영의 나라로, 질주하고 있는 나라다. 새우와 샌드위치라는 단어부터 바꾸어 보자.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국가로.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기회의 땅, 미얀마

미얀마 상황이 연일 지면을 채우고 있다. 54년간의 군부 통치에서 벗어나 민주화의 뿌리가 내리기도 전에 다시 군부로 회귀한 것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미얀마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달라 국제사회는 아직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문제는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에서 봐야 한다. 중국은 독보적 1위의 미얀마 투자국이자 미얀마 총 교역액의 35%를 차지하는 최대무역국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크다. 또한, 인도차이나반도의 남서해안 2천800를 끼고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미얀마는 중국의 입장에서 대서양 진출의 관문으로 중동의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막대한 수출입물량의 물류루트가 될 수 있다. 중국이 그토록 공들이는 해상 일대일로의 완결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에 미국은 미얀마와의 경제교류 규모는 작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얀마 민주화의 최대 지원국으로 이번 군부쿠데타로 인해 미얀마가 친중국화 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은 민주화 가치와 더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을 지키려고 한다. 올해 발효를 앞둔 중국 주도의 메가(mega) FTA인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 (RCEP)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잠시 내려놓은 다자주의 경제블록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다시 꺼내어 미국 주도의 판을 짜려는 것도 대응의 일환이다. 한편, 우리 기업의 미얀마 진출은 패권국들이 풀어가는 어려운 방정식과 다르다. 우리는 이미 미얀마가 속해 있는 아세안과 FTA를 체결하고 있고, RCEP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TPP에도 적극적으로 가입해 정상적인 기업의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단기적으로 혼란은 있겠지만, 미얀마의 개방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어떤 정부도 자국 경제성장의 당위성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풍부한 인력을 쫓아 봉제와 의류를 시작으로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 산업까지 우리 기업의 미얀마 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개방 이후 한국 상품과 국가인지도가 전체 1,2위를 다툴 만큼 높아진 한류 프리미엄 덕분에 미얀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출기업이 늘고 있다. 필자도 공공부문에서 지원 사업을 만들어 달라는 도내기업의 요청을 받고 있다. 미얀마는 우리 기업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아세안의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이다. 그동안 미얀마가 개방과 민주화의 토양에서 힘겹게 성장시켜온 경제 환경과 여건이 군부쿠데타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한국은행 적극적인 국채 매입 필요할까?

최근 정치권정부를 중심으로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에 관한 논의는 실질적으로 재정건전성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정부의 재정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량의 국채를 발행하고자 할 경우, 국채금리 인상 요인이 되고, 극단적인 경우, 정부가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사실 한국은행은 이전부터 통화정책(물가안정 등)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시장에서 국채를 매입해왔다.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한국은행의 국채 매입에 관한 논의는 국채 매입의 규모와 국채 매입의 목적 등이 기존과는 상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은행법 75조에서는 한국은행이 정부로부터 국채를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중앙은행이 자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일반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연준)의 총자산(2021년 1월 28일 기준, 총 7.47조 달러)의 약 63.6%는 미국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총자산(2021년 1월30일 기준, 총 709조엔)의 약 75.6%는 일본 국채가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행의 총자산(2019년 12월31일 기준, 총 492조원)에서 한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즉, 일본은행이나 FRB는 대량의 자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를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차이점은 미국이나 일본이 경기부양을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국채를 직접 인수하는 것은 타당한가? 중앙은행의 대량의 국채 인수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대외 신인도 저하, 국채금리 폭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 정부가 원금상환을 보증하는 국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의심한다면, 이는 재정파탄과 금융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일본은행은 국채 매입에 대해서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통화정책상의 중요한 목표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 탈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미 달러나 일본의 엔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원화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통해 재정 적자를 충당하는 것으로 대외적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계해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새우와 돌고래 논쟁은 그만

바이든 당선 축하전화 순서로 소란이 있더니 미국의 새 정부가 출범하고 신년 정상통화 순서가 다시 논란이다. 한중정상 통화 다음 날 미일정상의 전화외교 순서를 두고 우리 내부에서 한국외교를 친중 반미의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설령 미국이 의심해도 우리는 통화순서와 외교적 중요도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스스로 외교적 입지를 좁히고 있다. 한국외교를 친미반중 아니면 반중친미로 규정하고 미중 양자택일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의 국가 위상에 맞지 않는 단편적 도식화다. 국력을 가늠하는 지표의 하나인 GDP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980년 세계 28위(650억달러)에서 2005년 10위(8천980억달러)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 이후로 세계경제지형의 변화에 따라 10등 언저리에 머물러 있지만 2020년 GDP총액 기준으로 10위(1조5천867억달러)인데도 우리는 여전히 겸손하게 고래 사이에 낀 새우를 자처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우리 외교정책의 현자들은 한국의 산업경쟁력은 국제분업체계에서 일본의 하청업체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지혜를 뽐냈다. 2020년대에는 우리의 국력에 부합하는 위상과 역할을 획득하고자 대외정책의 방향을 수정하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정치는 스스로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무정부상태라는 점에서 흔히 무법천지인 폭력배들의 뒷골목에 비유한다. 현재 대한민국 외교정책의 핵심은 새우와 돌고래 사이에서 정체성 논란이 아니라, 고래가 될 것인가?라는 의지와 결단의 문제다. 그리고 고래가 되려면 어떻게, 언제까지 우리 앞의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를 넘어 영국까지 추월할 것인지 방책을 세워야 한다. 외교란 원래 국가의 위상이 높아지면 접촉은 다면화되고 의제도 다양화되면서 국익을 위하는 기준 이외에는 일관성없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의 신임 블링컨 국무장관은 취임 첫 브리핑을 통해 미중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신장지역에서 위구르족 집단학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책임 문제도 언급했다. 한국 외교도 다변화다양화 속에서 국익을 위해서는 미국의 사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축하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다. 바이든의 미국이 돌아오기(America is back) 위해서는 동아시아전략은 물론 세계전략 차원에서도 정상의 통화순서를 이유로 한국을 외면할 수 없다. 중국도 미국의 반중연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중국 편에 끌어들이지는 못해도 미국을 적극 지원하지 않도록 해야 할 만큼 한국은 중량감 있는 국가다. 바이든의 미국은 우리 외교에 기회다. 지금은 막연한 비관론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과 해줄 수 있는 것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 더 생산적인 논쟁이 될 것이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새 닻을 올린 아메리카號

워싱턴의 하루는 분주하다. 취임 첫날은 대통령에게 가장 일정이 많은 날이며 가장 긴장되는 하루이다. 최연소 상원의원이자 최고령 대통령은 미국 역사에서 굵은 획을 긋고 있었다. 퇴임하는 대통령은 결국 취임식장에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축복을 받으며 떠나지 못하고, 취임하는 지도자에게 무거운 짐을 던지며 홀홀히 남쪽 플로리다로 날아갔다.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이 세운 고매한 전통의 성벽에 선명한 균열이 생겨나고 제46대 대통령은 심각한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됐다. 짧지 않은 분량의 취임사 대부분은 국내정치적 통합에 할애됐다. 미국 국민의 단합을 위해 영혼을 불어 넣겠다는 강렬한 레토릭까지 나왔다. 이미 깊어진 팬데믹의 상흔도 치유해야 하고, 가볍지 않은 경제적 여파도 헤쳐나가야 하지만 무엇보다 갈라진 이음새를 붙여야 하는 정치력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첫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은 링컨 기념관으로 향했다. 16대 대통령이 남북전쟁으로 갈라진 미국을 하나로 만들었듯이, 46대 대통령은 지금 준 내전으로 비치는 분열된 미국을 단합된 나라로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거대한 조각상으로 앉아 있는 에이브러험 링컨 옆에 선 조셉 바이든은 연로해 보이지도 작아 보이지도 않았다. 완연한 은발(銀髮)의 새 지도자는 자신의 역사적 책무를 깊이 느끼고 있었다. 그날 오후 카메라 앞에 선 전직 대통령들은 신임 대통령이 키를 잡은 아메리카호(號)가 순항하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는 2009년 1월 취임 당일 전임자였던 조지 W. 부시가 덕담해 줬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국가 지도자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사감(私感)을 떨치고 미국을 위한 대의에 동참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로 내려간 직전 대통령은 위대한 패배라는 말을 잊은 듯이 보였다. 심각한 코로나19 상황과 97세의 고령으로 이날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고향 조지아의 플레인스에서 독서하고 있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역사책 속에는 새겨야 할 지혜가 많다고 속삭이는 듯하다. 정치 지도자는 동시대인들에게 비칠 이미지도 중요하고, 역사에 새겨질 한 줄은 더욱 중요하다. 팔순이 다 된 백인 대통령 조셉 바이든이 취임하던 지난 20일의 피날레는 젊은 흑인 여성 아만다 고어먼이었다. 그녀가 읊은 자작시의 구절구절을 들으며 신임 대통령은 미국민들이 오르는 언덕을 함께 힘차게 걸어갈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하는 단일대오(單一隊伍)의 힘만큼 미합중국은 위대해질 것이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19세기 지도자 링컨이 21세기 지도자 바이든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다. 신임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영세기업 수출 회복의 길

우리나라의 수출기업은 9만7천418개(관세청, 2019년 기준)이다. 중소기업이 9만4천529개(97%), 중견기업이 2천32개(2.1%), 대기업이 857개(0.9%)로 중소기업의 비율이 월등하다. 반면, 기업당 평균 수출액은 대기업이 4억불로 100만불인 중소기업에 비해 400배나 많다. 더욱이 연간 10만불도 수출을 못 하는 기업이 전체 절반을 넘어설 만큼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도 통상지원 사업에 참여한 도내수출기업 90%의 평균 근로자 수는 21명의 소규모 기업이다. 이 중 상당수는 고정 수출물량이 없어 매년 신규 해외바이어를 찾아야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영세 수출기업이다. 2021년에 들어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 국가 간 인적 물적 교류가 여전히 차단되고 있기에 수출기업들이 상황 타개를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도 희망적인 것은 나라마다 경제방역에 대한 의지가 강해 어떻게든 기업의 경제활동을 독려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되었고 치료제도 속속 나오고 있기에 다가올 시장의 활력을 기대하며 수출기업과 공공부문이 함께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우선은 공략할 시장의 선별이다. 주목할 지역은 미중 갈등으로 신규 수요처로 떠오르는 인도 및 동남아,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 수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미-일 등 선진국,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인상으로 구매력이 향상될 러시아와 중동 등 자원 부국이다. 이 지역을 위주로 공공부문이 미리 지원 사업을 만들고 수출기업은 시장조사와 진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공략 시기는 코로나 상황을 고려 상반기는 화상상담과 온라인전시회 같은 비대면 방식을 추진하고, 하반기는 대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오프라인 전시회 및 통상촉진단의 파견을 검토해볼 만하다. 한편, 판매방식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전통적인 방식과 더불어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시도다. 코로나19의 상황에도 전화위복이 되어 많은 수출기업이 아마존이나 알리바바 같은 글로벌 온라인 장터에 입점하거나 소셜네트워크기반(SNS)의 플랫폼과 뉴미디어를 활용해 오프라인 거래보다 높은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전문 인력이 없어도 할 수 있다. 경기도와 유관기관의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수출시장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경계가 없다. 내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곳이 시장이고 사주는 사람이 바이어다. 디지털 시대가 길을 보여 주고 있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세계 경제 화두가 된 디지털화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그중에서도 특히 코로나19가 미치는 큰 영향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초래한다. 한국의 총인구는 현재 증가 국면에 있지만, 한편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이미 2018년 정점을 맞이해 그 이후부터 감소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저출산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촉진하고,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통해 저성장을 고착화할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유발하지 않는 경제성장의 상한선을 의미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장기불황은 흔히 거품경제 붕괴의 후유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일본의 장기불황은 거품경제 붕괴 후유증만으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1990년경 거품경제의 붕괴는 금융기관의 부실채권문제를 등을 통해 실물경제의 위기를 초래하였는데, 1995년경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촉진해 저성장을 고착화시켰다.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1990년 전반기 4.12%에서 1995년 전반기 1.02%로 하락하였다. 2019년 후반기 기준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0.13%에 불과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6~2010년 4.1%에서 2019~2020년 2.5%로 하락하고 있다. 한국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더욱 하락하여, 향후 1%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이 되는 과정에서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하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맞물려서 20년 이상의 장기불황을 경험한 일본의 경험을 한국이 답습할 위험성이 커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사회와 경제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이 직면한 핵심과제는 약화하는 성장동력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 성장동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지만, 이와 더불어 디지털 혁명을 통해 생산성 향상 등을 도모해야 한다. 흔히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현상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터넷과 ICT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등을 비롯한 경제 활동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주요 화두는 점차 세계화에서 디지털화로 이행하고 있다. OECD 2020년 디지털 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디지털 변혁 정책이 필요하며, 코로나19위기는 디지털 변혁을 가속화시킨다. 한국은 5G 등 네트워크 연결성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디지털 활용도에 있어서 계층 간 격차의 문제가 존재하며, 디지털화되어 국경 간 이동이 증가하고 있는 데이터 관련 국제적 논의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상품교역과 더불어, 디지털화된 데이터의 국경 간 이동이 중요해진다. 한국은 디지털 관련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국경 간 데이터 관련 국제적 규칙 제정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스트롱맨 외교서 민주주의 가치외교로

이코노미스트지는 선거과정의 다원주의, 정부의 기능, 정치참여, 정치문화, 시민의 자유의 5가지 기준으로 각국 민주주의를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제한적 민주주의, 혼합정부, 그리고 권위주의로 평가한다. 미국은 민주주의 정부이지만 2016년 8.05(20위)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7.98 그리고 2019년에는 7.96으로 퇴보했는데 일방주의에 따른 정부의 신뢰 하락이 원인이다. 중국은 같은 시기 2016년 3.14에서 2018년 3.32로 개선되다가 2019년에는 2.26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중국은 민주화 요구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개인을 감시통제하는 권위주의 정부이다. 러시아는 2006년 제한적 민주주의 정부인 5.02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에는 2.94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2019년에는 3.11로 개선되었지만, 푸틴은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공포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국내정치는 물론 외교정책에서 민주주의 후퇴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국제질서에 중요한 전환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홍콩, 티베트, 타이완 그리고 신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지적했지만, 정작 미국은 이민자와 무슬림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초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담의 개최를 발표했다. 미국이 다시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십의 발휘를 위해서 도덕적 가치의 추구와 동맹국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분쟁으로부터 민주적 국제질서를 보편화하겠다는 것이다. 미중의 대결구도는 첨단기술, 군사, 무역, 재정으로 확대되면서 세력교체기에 패권국의 군사적 충돌의 위험성을 의미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에 앞서 미중 경쟁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세계질서의 불안 요인의 증가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 세력대결의 위기가 장기화하기 보다는 수년 내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치외교는 표면적으로는 대외정책에서 민주주의의 회복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미중의 패권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를 목표로 한다. 바이든의 참모들은 사실은 중국이 오래 버티지 못하리라 판단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시진핑도 이런 위험을 직감하고 소련식 붕괴의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국은 2000년대 초와 비교해 경제 성장률이 절반 이하로 축소되고 생산성도 10% 정도 감소했다. 중국의 국가부채는 최근 10년간 8배의 증가세를 보이며 GDP 총액의 335%에 도달했다. 향후 30년 내로 중국의 생산인구는 2억이 감소하고 노령인구는 3억이 증가한다. 중국의 엘리트는 자신의 돈과 자녀를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발틱해에서 지다

한겨울의 바다는 더없이 을씨년스럽다. 발틱해의 한가운데 라트비아란 나라가 있고, 검푸른 바다를 낀 길고 긴 해변 중간에 유르말라란 휴양도시가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의 불청객이 우리 모두에게 우울과 좌절을 안겨주는 이 시기에 한국인 영화감독이 유르말라에서 갑자기 생을 마감했다. 살아서 명암이 뚜렷하였던 그는 이제 밤하늘의 별빛으로만 존재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반짝거릴 수 있을까. 자신의 이름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그 감독은 새로운 빛을 찾기 위해 그곳에 갔을까.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 돋보였던 영화감독이건만 예견치 못한 시나리오에 좌절하였을 것이다. 복선과 반전의 묘미를 터득하였던 감독에게 낯선 땅에서의 허무한 죽음은 각본의 일부가 아니었을 것이다. 팬데믹과 함께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의 세계로 진입하는 시나리오를 미리 읽었을 리가 없다. 중년의 인생 후반부에서 재도전의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발틱해 인근에서 새로운 빛을 찾았던 한 남자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세계 영화계에서 이룬 성취를 이어가기 위해 주야로 고심하던 한 영화인은 교훈 하나를 분명하게 던지며 유성처럼 사라지고 있다. 공명심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누구나 전등의 불빛처럼 밝은 빛으로 남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빛은 고매한 인격의 힘이 갓으로 씌워질 때 더욱 환하게 발산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개인적 능력의 가치를 영속시켜 준다. 명예, 영광, 성취에서 발아하는 화려한 빛 이전에 주변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비추는 소박한 빛이 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언제 어디서 인생이 끝날지 모른다. 코로나가 만연하는 이 시대는 누구의 삶도 확실히 보장하지 않는다. 지근거리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인격체로 다가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평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품성이 아로새겨진 인간관계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주변을 은은하게 비추는 낮은 조도의 가녀린 빛이 더 절실한 때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러시아 시장, 유가와 루블화에 관심 가져야

미국 바이든 시대에는 국제유가가 오르고 달러화는 약세가 될 것이라는 것이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런 분석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코로나19로 무너진 미국경기부양에 돌입하면 원자재인 석유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미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에 달러 공급이 더해져 달러화는 약세를 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미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달러화의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화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의 달러대비 자국 통화가치가 올랐다. 러시아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때 달러당 80.55루블까지 떨어졌던 루블화가 지금은 73루블로 상승했는데, 아직도 연초 61루블과 대비해 볼 때 20%가 낮아 향후 얼마만큼의 루블화 절상이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한편, 러시아 경제흐름의 동맥인 석유가격도 배럴당 50불에 육박하고 있다. 석유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선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재개해 타협하게 된다면 다시 공급과잉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루블화 변동에 70~80% 영향을 주는 석유가격을 러시아 정부로써도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에 최근 러시아는 코로나 백신 개발로 경제 활성화의 기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루블화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에 수출을 고려하는 우리기업들은 유가와 루블화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출금액이 클 경우 루블화 변동성의 대비하여 계약조건 및 가격정책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고 보험 등 회피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소규모 중소수출기업들은 이러한 대응력을 갖기가 쉽지 않기에 루블화의 가치가 상승하여 바이어들의 구매력이 좋아지는 시기를 선별, 제품 판매나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납기를 최대한 단축시켜 환리스크를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러시아연방(CIS) 수출이 77.7억불로 이중 30.4%인 23.6억불이 중소기업수출이다. 국가별 중소기업 수출비율이 평균 18.6%인 것을 감안할 때 러시아는 월등히 높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내내 러시아 수출이 어려웠지만 루블화 가치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향후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지금이야말로 러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을 때다. 현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장기간의 마케팅이 필요한 시장특성을 고려하여 우리기업이 경쟁력 있는 건강제품. 화장품. 생활용품 및 식품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러시아 시장 진출의 문을 두드려 볼 타이밍이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과 고용불안

최근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경제,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로봇, 드론, 3D 프린터, 블록체인 등에 관한 신기술의 도입이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생산성 향상 등의 긍정적 효과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한편, AI, 로봇 등 신 기술이 고용을 대체하는 등 사회불안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에 따른 고용불안의 확대는 특정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AI 등 신 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2016년 일본 총무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은 미국인에 비해서 AI 도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인의 66%가 AI의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인들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불안 등의 부작용보다 순기능을 크게 보는 것일까. 이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인구 구조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일자리 부족 현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1일 기준의 취업내정률은 70.8%이다. 코로나19 국면 하에서도 고용위기의 정도가 양호하다. 일본의 고령화율(2020년 기준)과 출산율(2019년 기준)은 각각 28.4%와 1.36%이다. 한편, 한국은 고령화율과 출산율(2019년 기준)은 14.9%와 0.91%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1995년경부터, 한국은 2015년경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즉, 한일은 공통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수준은 양호하지만, 출산율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저출산ㆍ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고려하면 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효과는 장기적으로는 노동력 부족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일본보다 고용불안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진전에 필요한 기술혁신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면서도, 기술에 의한 노동의 대체가 초래하는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은 경제발전에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기업은 신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기술개발과 함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미국의 리더십 회복과 대북정책 전망

코로나19로 유례없이 증가한 우편투표로 2020 미국 대통령 선거는 소송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정권인수 절차는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각과 백악관 참모 인선이 발표되는 가운데 여성과 이민자 출신 등 소수파의 약진이 부각되는 가운데, 우리입장에서는 미국의 외교정책 특히 한반도 정책의 향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앤서니 블링큰 국무장관 지명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 국장 지명자, 중앙정보국 지나 헤스펠드 중앙정보국장 지명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자를 보면 바이든의 공언대로 여성, 흑인, 이민자 출신이 어우러진 미국 다운 행정부라는 특징과 함께 외교정책 면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주요 인사의 복귀가 두드러진다. 외교정책에서 주목할 인물은 사실 당선인 자신이다. 조지 H. 부시 이래 외교정책에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대통령은 20년 만에 처음이라는 설명처럼 바이든 당선인은 상원 외교위원장으로서 초당적으로 구성된 집필진을 통해 아미티지 보고서로 알려진 2007년의 미일 동맹보고서를 추진했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미일동맹을 축으로 아시아에서 역할 확대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 수준으로 미일동맹의 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변화가 아니라 회복이라고 공언했다는 것은 세력구도의 변화와 새로운 문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도덕적, 경제적, 그리고 외교적 리더십을 회복하고 미국의 예외주의를 긍정적 차원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추구하는 외교정책의 목표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지만, 이들 목표를 추진하는 방법에 있어서 미국외교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관련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오바마 정부로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트럼프의 개인적 변덕으로 실추된 미국의 국격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트럼프의 외교실책에는 시리아 철군, 쿠르드 족과 동맹의 파기, 터키의 에르도안간 대통령과 친교, 그리고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추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외교를 담당할 블링컨 지명자는 2009년부터 18년간 바이든과 정책행보를 같이하는 과정에 대통령과 생각이 같아진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프랑스어에 능통한 외교관으로서 신중하고 우아한 언행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과도한 낙관주의와 불필요한 강경론이 아닌 엄격한 현실주의에 기초해 추진할 것이라는 평이다. 이를 종합할 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북한 비핵화는 차순위 문제이며 원칙의 준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불필요한 도발을 억제하고, 실무급 협상을 통한 미국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단계적 비핵화 과정의 가능한 통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세계는 지금] 약속의 땅

A Promised Land. 밀리언셀러를 예고하는 전직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자서전 제목 약속의 땅이다. 하와이 바닷바람의 그늘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가 태평양 가운데 섬을 떠나 미국 본토에 발을 디뎠을 때 그곳은 약속의 대지였다. 앵글로 색슨의 프로테스탄트가 주류인 세상에서 약속을 품은 유색인종 청년은 뉴욕에서도, 시카고에서도 위축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투했고 44대 대통령직은 보상이었다. 유년시절 펜실베니아에서 델라웨어로 이주한 조셉 바이든에게 델라웨어주의 윌밍턴이란 도시는 약속의 땅 이상이었다. 정치여정 기간 내내 굳게 지킨 지역구였다. 승리할 때도 윌밍턴에 있었고 운명에 저항할 때도 그곳에 있었다. 그가 품었던 포부대로 이제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일할 고귀한 약속을 받았다. 11월 초순 대선 승리연설을 한 곳도, 11월 하순 직접 인선한 외교안보팀을 소개한 장소도 약속의 땅 윌밍턴이었다. 부통령 시절 바이든은 대통령 오바마와 더할 수 없는 개인적 유대까지 자랑하였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다음을 약속받지 못했다. 2016년의 좌절이후 4년을 견디어 온 바이든이다. 민주당내 경선이 더 큰 고비였다. 민주당원들은 신선한 인물에 대한 선호도가 공화당에 비해 높은 편이다. 70대 후반의 나이에, 동료들이 요트와 산장에서 인생의 황혼을 관조하는 시기에, 격전지에 나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쟁취한 것은 당연이 아니라 극적인 일이었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서 살아 남았고, 급기야 45대 현직 대통령에게 패배를 안겨 주었다. 조셉 바이든은 그가 품었던 집념의 크기만큼 위대해진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제46대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바이든은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됐다. 최고령이다. 부통령 시절에도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대통령직을 맡게 되면 가끔씩 연설 말미에 아일랜드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읊을 노(老)대통령의 지적인 모습을 보게 될 듯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오래 전부터 백발이지만 유머감각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았다. 19세기의 위대한 미국인 마크 트웨인이 조언한대로 유쾌한 인생을 살려는 몸부림이 있다. 그에게도 검은색의 인간적인 상처들이 온 몸을 감고 있지만, 미국인들이 소중히 여기는 낙관주의의 가치를 잊은 적이 없다. 오늘도 변함없이 핑크빛 미소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의 에너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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