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트럼프와 미국 패권의 미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과격 정책이 이어지면서 지구촌 차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을 포함해 지구촌 전체의 안정과 번영의 기반 요소를 스스로 파괴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미국 주도의 단일 국제질서가 붕괴되고 다극체제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게 된다. 동맹국 괴롭히기, 독재국가 지도자와 친선 관계 추구, 자유무역을 훼손하는 관세전쟁 유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 야욕 노출, 다자협력기구 탈퇴, 미국 공공외교 자산 사실상 폐기 등 국제질서 유지 시스템과 국가 번영 시스템을 훼손하고 있으니 그런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 정책 비판이 미국의 패권 상실 전망으로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 그럴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우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정책은 길어야 3년 반, 짧으면 1년 반 이상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쩌면 올해가 지나가기 전에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에 손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과거 18세기와 19세기 유럽에서 작동했던 세력균형 시대의 정책으로 전형적인 시대착오적인 산물이다.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 이후 유럽에서는 다수의 강대국이 경쟁하면서 세력균형 전략에 집중했다. 마치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중국에 존재했던 춘추전국시대와 유사한 국제질서가 형성됐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이 강대국 경쟁에 참여했고 20세기를 전후해 독일, 러시아, 미국도 강대국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에도 패권국 개념이 존재했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강한 나라라는 의미가 컸다. 패권국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면서다. 미국과 소련이 두 진영의 패권국이 됐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이 됐다. 정리하면 지난 400여년 동안 국제질서가 오극체제에서 양극체제를 거쳐 단극체제로 변한 것이다. 패권국은 국제질서 유지 등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무료 봉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 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긴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은 신자유주의 접근법을 기반으로 세계화를 주도하면서 매년 평균 경제성장률 3.8%를 기록했다. 미국 기업들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한국, 대만을 상품 제조 기지로 활용하면서 지구촌 범위에서 부익부 시스템을 관리해온 것이다. 트럼프의 정책은 미국의 번영을 보장하는 대규모 장치를 스스로 파괴하고 상호 의존이 심화된 시대에서 국익 보전에 필수적인 공공외교 지침을 위반하는 것으로 국가 이미지 추락에 이어 국가 발전을 저해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미국이 쇠퇴의 길을 걷는다 해도 패권 상실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흔히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후보로 언급되지만 중국이 현재 겪고 있는 국가적 균열 위기와 혼란을 수습하고 미국에 버금가는 국가 역량을 구축하려면 적어도 2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 사이 트럼프의 자충수 정책에 불만을 가진 미국 내 엘리트 그룹과 기업인들이 세계 최강의 경제력과 기술력, 군사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패권 회복 프로그램을 작동할 것이다. 자본주의 또는 신자유주의 작동 원리 가운데 자기 수정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 지식인 엘리트들도 트럼프 패닉에 빠지기보다는 미국의 거대한 기득권 세력이 추진하는 새로운 패권 운영 시스템을 예상하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물론 한국은 독자적인 국익 계산과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하고 다극 질서를 전제로 하는 외교 전략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도 플랜B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다.

[세상읽기] 한의학과 AI, 미래 의료 경쟁력을 높이다

전통 한의학은 선사시대로부터 수천년간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중요한 의학 체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현대 의료 시장에서 객관적 검증의 부족, 표준화의 한계 등의 이유로 한의학의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한의학이 새로운 도약을 할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AI 스크리닝 기술이 신약 개발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기존 신약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만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히 분석하고 최적의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AI를 이용해 기존 항생제보다 더 강력한 신약 후보군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으며 IBM 왓슨헬스도 AI를 활용한 암 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AI가 전통적인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빠르게 성장하는 전통의약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세계 전통의약 시장 규모는 5천186억달러이며 2027년까지 7천68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8.2%에 달한다. 특히 세계 천연물 의약품 시장의 경우 2019년 314억4천만달러 규모이며 2026년까지 413억5천만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전통 중국 의학에서 사용된 한약재 개똥쑥에서 항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찾아내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지만 190회 이상의 실패를 포함해 수많은 수고와 시간을 사용한 결과다. AI가 연계돼 전통 한의학 약재와 치료에 관한 현대 의학적 해석을 연계해 준다면 이러한 수고와 시간의 낭비 없이 수많은 신약이 탄생할 것이다. 한의학과 AI의 융합은 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통의학과 현대 과학이 조화를 이루는 모델이 될 수 있다. AI가 한약재의 효능을 분석하고 복합 처방을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한방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환자의 유전자 정보, 생활 습관, 기존 병력을 분석해 보다 정밀한 치료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한의학의 실질적인 임상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단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에도 불구하고 AI 신약 개발에는 한계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존재한다. 그 능력과 정확도가 찾아내는 데이터에 의존하는 AI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데이터의 편향은 위험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로 인해 AI가 일반적인 환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은 간과하고 특정한 유형의 환자에게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한의학의 경우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한약재의 분자적 작용 기전이나 장기 복용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 다국적 임상 데이터 부족 문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학계,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AI 기반 한의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환경을 구축하고 연구소 및 대학에서 AI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 한의학 연구소와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 간 협업을 강화해 AI 기술을 적용한 한의학 솔루션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AI를 활용한 전통의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도 국제 협력을 통해 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웰니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연 기반 치료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를 활용해 한약재의 유효 성분을 규명하고 이를 국제 표준에 맞춰 개발한다면 한의학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의료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한의학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전통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AI와 함께 한의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경기만평] 이럴수도...?

[사설] 유시민의 ‘2등 김동연’ 혹평, 본인 대망론 띄우나

유시민 작가의 김동연 경기지사 평가가 혹독하다. 지난 5일 한 유튜브에서 밝힌 논평이다. “이분(김동연)은 그냥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서 지사 된 사람”이라고 했다. ‘단일화감도 아닌데’ 들어와 공천받아 경기도지사 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밀어줘 ‘겨우겨우 이긴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면서 “저렇게 사법리스크 운운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것”이라고 했다. 정치인에 치명적인 ‘배신자 프레임’ 씌우기다. 다른 잠룡에 대한 평가도 있었다. 김부겸 전 총리에 대해서는 “역량 넘는 자리를 이미 하셨다”며 “책 많이 읽으시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해서는 “착한 2등이 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최근에 그 기회를 반 넘게 상실했다”고 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지지층에게 가위표가 났다”며 “다른 직업을 모색해 보는 게 좋다”고 했다. 평가가 하나같이 부정적이긴 하지만 김 지사 평에서 유독 가혹하다. 김 지사를 혹평한 이유가 뭘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김 지사 싹수 자르기다. 현재 야권에서 대선 후보는 이재명 대표 독주다. 이와 한참 거리를 두고 잠룡들이 있다. 이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다른 잠룡의 의미는 없다. 문제는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출마가 어렵게 되는 경우다. 그 구도에서는 김동연 지사가 앞 쪽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충청 출신이라는 지역적 기대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또 다른 이유도 거론된다. ‘이재명 지분 넘겨받기’다. ‘김동연 도정’이 ‘이재명 도정’과 자주 부딪혔다. 그때마다 이재명 지지자들이 거칠게 공격했다. 공격 논리가 바로 ‘배신자 프레임’이다. “이재명 덕에 도지사 됐는데 배은망덕하다”는 유 작가의 표현이 그 논리 그대로다. 이재명 지지자들의 분노를 시원하게 대변하려는 유 작가의 셈법이 어른거린다. 여기에 김 지사는 당내 지분도 없다. 밀어붙이기 쉬워 보였을 수도 있다. 유 작가 출마설이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1심 판결이 있었다. 당선무효형이 나왔다. 그 즈음 정치권에 나돈 찌라시가 있다. 이해찬 등 원로 그룹에서 구상하고 있다는 차선책설(說)이다. 유 작가의 이름이 거기 등장한다. ‘유시민을 대안으로 대선을 치르고 이재명 대표를 사면해 차차기를 준비한다’는 내용이다. 계엄·탄핵 정국이 시작되면서 사라졌는데 유 작가의 ‘잠룡 평가’로 그 시나리오가 다시 복기됐다. 유 작가의 발언 직후 여론조사가 있다. 리얼미터가 6~7일 조사한 자료다. 범진보 진영 1위는 이재명 대표로 40.8%다. 2위가 김동연 지사로 7.7%다. 김부겸(6.5%)·김경수(4.5%) 등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있다). 유 작가는 ‘이재명 중심’을 강조하며 잠룡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현실은 ‘포스트 이재명’ 논쟁에 되레 판을 깔아준 꼴이 됐다. 그리고 본인 등판설도 거기 등장했다.

[사설] 적자 누적 인천 새마을금고... 전문경영인에 키 맡겨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새마을금고가 빛을 발했다. 대형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지던 때다. 높은 신인도로 새마을금고조합원 신규 가입이 쇄도했다. 농촌공동체의 계(契)나 두레 등에서 시작,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 창구이기도 했다. 오는 3월5일 첫 전국 동시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가 치러진다. 근래 들어 불거진 경영상의 여러 난맥상에 따른 변화다. 내부횡령·배임·사기 등이 잇따랐다. 직장 내 갑질, 사적 채용 등까지 겹쳐 우려를 자아냈다. 이런 가운데 인천지역 새마을금고 적자 규모는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중이다.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의 전체 적자 규모가 반년 사이 4배 급증했다. 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이다. 인천 새마을금고 53곳의 2024년 상반기 정기공시 결과다. 당기순손실이 모두 705억원이다. 2023년 하반기 175억원 대비 530억원 더 늘어났다. 6개월 사이 적자가 4배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53곳 중 적자를 낸 금고 수도 늘었다. 2023년 하반기 11곳에서 40곳으로, 역시 4배 수준이다. 네 곳 중 세 곳은 적자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심각한 북인천새마을금고는 192억원 적자였다. 부실채권 현황을 보여 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악화일로다. 11.34%로 반년 사이 2.27%포인트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이 비율의 가이드라인을 8% 이하로 정해 놓았다. 도화1동 새마을금고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하반기 18.16%였다. 그러나 6개월 사이 23.59%로 뛰었다. 서일새마을금고도 17.95%에서 22.26%로 악화했다. 부동산 경기 악화 속 PF 연체가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손실을 감당하려 금고들마다 대손충당금 쌓기에 바쁘다. 적자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4년 상반기 현재 인천 새마을금고의 대손충당금이 모두 3천198억원에 이른다. 반년 사이 20% 늘었다. 새마을금고의 부실 경영은 조합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조합원 출자에 대한 배당금 급감 등이다. 최근의 경영 악화를 감안, 행정안전부도 적자 금고에 대한 배당 제한 이행명령을 내놓았다. 적자 금고는 조합원 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실채권이 쌓여 있으니 적자 탈출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동시선거에서 자산 2천억원 이상 금고는 회원이 직접 이사장을 뽑는다. 첫 직선제다. 그간에는 대의원 간선제로 비전문가 이사장들이 많았다. 부실채권을 해결해 자산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전문경영인이 키를 잡아야 할 것이다. 새마을금고의 새로운 60년 역사를 좌우할 선거로 보인다.

[지지대] ‘딥시크’ 통한 역사 왜곡

먼저 한국어로 물었다. “동북공정이 정당한가”. 그랬더니 “주변 국가와의 역사적 해석 차이로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중국어로 질문하니 정반대의 대답이 나왔다. “중국 동북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당한 이니셔티브. 중국 이익에 부합하다.” 김치 원산지를 한국어로 입력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깃든 대표적인 음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영어로 물으면 “한국과 관련이 있음”이라며 답변이 모호했다. 중국어로 질문하면 “원산지는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며 사실과 다른 정보를 내놓는다. 단오절이 어느 나라의 명절이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어로 물으면 “한국의 전통 명절”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물으면 “중국의 전통 명절”이라며 전혀 다른 답변을 내놓는다. 국가정보원이 중국 기업이 출시한 생성형 AI(인공지능) ‘딥시크’에 중국어로 물었을 때 나온 결과라며 공개한 답변이다. 다만 국정원은 문제의 딥시크 질의응답 요약본을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앞뒤 맥락이 담긴 원본은 공개하지 않았다. 생성형 AI는 질의와 응답 흐름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 국정원은 딥시크의 편향적 답변, 또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중국 정부가 언제든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보안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정보 유출 우려로 ‘딥시크 주의보’를 내리면서 이용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전 세계 딥시크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지난 5일 기준 2천944만명을 기록했다. 딥시크 방문자 수는 최신 AI 모델 공개 이후인 지난달 28일 4천900만명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각국이 사용 제한에 나서자 2천383만명으로 고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28일 19만1천556명에서 지난 4일 7만4천688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의 우리의 역사 왜곡이 인공지능을 통해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의 나라 일처럼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천시론] 새해의 윷놀이

설이 지나고 곧 대보름이다. 요즘은 뜸해졌지만 예전에는 설 무렵이면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하는 ‘까치 까치 설날’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런데 이 노랫말 속의 ‘까치’는 날아다니는 새가 아니라. ‘작은’이라는 뜻의 우리 옛말 ‘아츤(앛+은)’의 발음이 바뀐 단어다. 따라서 ‘까치 까치 설날’은 ‘작은설(아츤설)’, 즉 섣달그믐을 말한다. 그리고 ‘우리 우리 설날’은 ‘큰설날’이라고도 불렸던 ‘설날’, 즉 정월 초하루다. ‘설’은 나이를 말하는 ‘살’에서 나온 말이다. 설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으니 ‘살’과 ‘설’은 같은 말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뜻이 갈라져 지금과 같은 차이를 갖게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 짐승의 숫자를 세는 데 쓰는 단어 ‘마리’가 원래 사람의 ‘머리’와 같은 뜻이었다가 모음 ‘아’와 ‘어’의 차이 때문에 뜻이 조금 갈라진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 기간, 곧 설부터 대보름까지 예전 우리 선조들은 윷놀이를 즐겼다. 요즘은 윷놀이를 아무때나 하지만 처음에는 이 시기에만 하는 놀이였다고 한다. 이는 윷놀이가 본래 놀이보다는 한 해를 시작할 때 농민들이 모여 그해 농사의 결과를 점치던 일종의 민속점(民俗占) 성격이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겠지만, 편을 갈라 경기를 해서 이기는 쪽의 농사가 더 잘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놀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간이 지나면 윷놀이를 안 했는데 차츰 그런 점술(占術) 성격이 없어지면서 언제나 즐기는 민속놀이가 됐다고 한다. 윷놀이가 언제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윷놀이에서 사용하는 사위의 이름 ‘도, 개, 걸, 윷, 모’는 우리 고대 국가인 부여(夫餘)의 벼슬 이름에서 나왔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즉, 부여의 관작(官爵)이었던 저가(豬加), 구가(狗加), 우가(牛加), 마가(馬加)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각각 동물과 연결돼 있는데 ‘도’는 돝(돼지·猪), ‘개’는 개(狗), ‘윷’은 소(牛), ‘모’는 말(馬)을 말한다. ‘걸’은 양(羊)을 가리킨다는 의견이 많지만 노새를 가리킨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이들의 순서는 몸집이 얼마나 큰지와 얼마나 빠른지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본다. 윷판이 네 구역으로 나뉘는 것도 부여의 행정구역인 사출도(四出道)에서 유래한 것으로 해석한다. 윷놀이는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지역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민속놀이다. 그만큼 ‘정통성’이 뚜렷할 뿐 아니라 윷가락이나 윷판, 말 등의 도구는 만들기가 쉬우면서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규칙이 복잡하지 않고 눈속임 같은 속임수가 통할 여지가 없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어 공동체 의식을 살리는 데도 제격이다.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딱지치기와 공기놀이 등 우리 민족의 여러 민속놀이가 등장해 세계적으로 큰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다. 윷놀이가 이런 식으로 소개될 수 있다면 훨씬 더 큰 반향(反響)이 일어나지 않을까.

[천자춘추] 특례시 지원 특별법을 기대하며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정부 입법으로도 국회에 제출됐다. 그간 많은 국회의원이 입법했는데 정부 또한 입법하게 된 것이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유일하게 바뀌지 않았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시·군·구 체제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방정부 조직 탄생에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그동안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구조는 ‘특별시, 직할시, 도’의 체제에서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도, 특별자치도’ 등 다양하게 변경됐으나 유독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형태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군·구의 상황을 보면 어느 도시는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상태에 있고 어느 도시는 광역시보다 인구가 많은데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테두리에 갇혀 2만의 인구와 100만 이상 인구의 도시가 그저 같은 적용을 받는 평등 속의 불평등을 겪고 있다. 사실 이번 정부 입법 제정 특별법은 무슨 특별한 내용이나 특혜가 들어가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반적이고 평이한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특례시는 이번 정부 입법안에 재정 권한의 확대나 자율권의 추가 보장, 국가나 도의 업무의 추가 이양 등 많은 기대와 염원을 했지만 딱히 반영된 것은 없어 아쉬운 마음이 많다. 다만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르랴. 이번 특별법 제정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형태 변화라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정부 입법과 국회의원의 입법으로 국회에서 논의하면서 일부 수정되겠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일 뿐 이 법안의 통과는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5개 특례시에서의 대응과 준비가 중요하다. 먼저 특례시는 일반 시·군·구와의 ‘상생과 협력’에 대해 준비하고 고민해야 한다. 특례시는 일반 시·군·구보다 재정 여건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좋은 재정 여건으로 지방소멸지역이나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시와의 상생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도시들의 특산물 소비, 연수·휴가 대상지로 선정 등 기존의 방식에서 더 발전한 다양한 교류와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또 도시 간의 자매결연을 통한 ‘연대감의 증대’가 필요하다. 각종 재해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특례시의 인프라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하니 일손 돕기의 자원봉사 활동이나 격오지 주민들을 위한 의료 봉사 활동 등 일반 시·군·구와의 깊은 연대감은 오히려 특례시의 존재가치를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뺄셈의 문화에 익숙하다. 무엇을 하지 말자, 그것부터 빼자 등 하지 말라는 뺄셈의 문화다. 이제 특례시부터라도 ‘덧셈의 행정’으로 전환하자. 기존의 일에서 하나라도 더 더하고 더 응원하고 더 함께하는 덧셈의 행정으로 모두가 행복한 지방정부를 만드는 데 특례시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기고] 항공 안전의 최우선 과제는 정비인재 양성

국민소득의 증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글로벌 업무환경 등으로 국민들이 항공기를 이용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항공여객은 연평균 7% 증가했으며 2023년 국제,국내여객 규모는 1억명에 달한다. ACI(국제공항협의회)에 의하면 2025~2040년 글로벌 국제여객은 연평균 5%의 성장이 예측되고 미국 보잉사는 향후 20년간(2023~2043년) 전 세계 민간항공기 운영대수가 2만6천750대에서 5만170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항공수요는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빠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항공안전에 대한 문제는 정부와 항공사 공항당국이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가치이다. 최근 잇단 항공기 사고이후 정부는 “항공안전혁신위원회”를 출범 시키고 항공기 사고를 막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저비용항공사의 정비역량과 높은 항공기 가동율을 살펴보고 항공안전 시스템 신뢰회복을 위해 항공안전제도 개선을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항공안전개선을 논의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항공정비분야에 종사하는 인재육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들은 운항정비 위주의 정비외에 대부분의 정비를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몽골등에서 위탁정비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도화된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 있어서는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아 정비비 해외 외주비율은 비용면에서 54%(‘19년 기준)에 달한다. 특히 LCC항공사들의 정비 외주 비율은 78%에 이른다. 한국항공진흥협회에 따르면 23년도 인천공항의 항공기 지연 66,507편중 정비로 인한 지연은 2,335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국내에는 항공정비 교육기관이 36개로, 11개의 대학이외 대부분은 헬리곱터나 경비행기 정비위주이며, 취업후 항공사의 역량에 의존하다 보니 저비용항공사들이 자체적으로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항공우주산학융합원은 항공인재양성을 위한 사다리형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고등학생부터 재직자에 이르기까지 항공MRO산업 실무역량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지역인재의 사다리형 성장경로로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천시 항공산업 전체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제공하고 인력수급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으나, 항공정비분야는 기체의 기종별, 정비수준별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고 있어 정비분야의 교육이 세분화 되고 고숙련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아부다비에 소재하고 있는 항공교육원 GCAS(Gulf Center for Aviation Studies)는 항공조종사 시뮬레이터 비행훈련, 승무원 비상상황 대처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조성하고 아랍에밀레이트 항공종사자 뿐 아니라 중동내외의 항공종사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민간항공국(ICAO)에 내는 분담금은 360만불로 이는 세계7위 규모이다, 항공인재양성 수준은 세계 몇 등일까? 자체 정비를 하기 위한 인재양성에 투입하는 예산과 시간보다는 해외에 의존하는게 당장은 기업에 이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의 항공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가 인재를 양성하여 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항공사 단독이 아닌 정부,항공사,공항당국이 거버넌스를 구성하여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협업해야 할 과제이다. 세계는 미래 도심항공교통 수단인 AAM(UAM)을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될 날이 머지 않아보인다. 미래 항공 인재들을 선제적으로 양성하여 기체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고 나아가 수출도 할수 있는 경쟁력을 보유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기술을 보유하고 차체를 개발하고 유지보수하고 수출하듯이 항공산업 인재도 다르지 않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문화산책] ‘조선팝’과 전통문화의 재해석

최근 한국 음악계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한 새로운 흐름이 주목받고 있다. 국악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조선팝’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며 단순한 전통 계승을 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날치, 악단광칠, 서도밴드 등의 팀은 국악의 요소를 팝, 힙합,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며 전통음악의 대중성을 넓히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음악적 시도를 넘어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세계시장에서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통국악은 오랜 세월 한국인의 정서를 담아온 예술이지만 대중 접근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국악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지속되면서 이제 조선팝은 젊은 세대와 해외 팬들에게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다. 이 곡은 서도소리 판소리를 현대적 리듬과 결합한 중독성 강한 음악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과 함께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서도밴드는 전통민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뱃노래’, ‘사랑가’ 등의 곡을 통해 국악의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대중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악단광칠은 황해도 지역의 민요와 굿 음악을 전자음악과 결합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페스티벌에서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전통과 현대의 결합은 최근에만 나타난 흐름이 아니다. 1990년대 서태지는 ‘하여가’에서 국악기인 태평소를 사용하며 힙합과 결합한 국악 퓨전 음악을 시도했다. 이는 당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고 국악이 대중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잠비나이, 동양고주파, 블랙스트링 등 많은 밴드는 국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운드를 창출하며 활동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국립극장이 매년 주최하는 ‘여우락 페스티벌’은 국악인들의 철학이 담긴 월드뮤직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JTBC가 2021년 하반기 방영했던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은 젊은 국악인들의 실험정신을 조명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국립국악원은 ‘퓨전국악 프로젝트’와 ‘공감시대, 창작콜라보 플러스’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1990년대 후반부터 전통 국악과 현대음악의 융합을 실험하며 국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케이팝 아이돌의 실험도 활발해지며 국악의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블랙핑크의 ‘Pink Venom’에서는 가야금 소리를 인트로로 사용했고 방탄소년단(BTS)의 ‘IDOL’에서는 사물놀이 리듬을 삽입했다. 또 BTS 슈가(Agust D)는 중요무형문화재인 ‘대취타’를 힙합에 녹여내며 국악적 요소를 세계시장에 소개했다. 조선팝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전통과 현대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힘이다.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젊은층의 관심을 끄는 것을 넘어 전통문화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된다. 이뿐만 아니라 조선팝을 모티브로 전통 한옥과 미디어아트를 접목한 전시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라이트’ 행사에서는 전통문양과 디지털 영상 기술이 결합된 작품들이 선보였다. 조선팝은 더 이상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연극, 미술,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 영역과 결합하며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조선팝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전통음악을 단순히 현대적인 장르에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국악 고유의 정체성과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미디어아트, 공연예술, 관광 콘텐츠와 연계해 조선팝이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선팝이 해외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조선팝은 다양한 국가에서 관심을 받으며 해외 공연과 페스티벌에서도 점점 더 많은 무대를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의 ‘페스티벌 드 몽펠리에’에서는 국악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음악이 소개됐으며 독일 베를린에서는 한국 전통음악과 전자음악을 접목한 콘서트가 개최됐다. 이는 조선팝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악과 현대음악이 융합된 조선팝은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전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콘텐츠로 자리 잡을 때 한국문화는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전통을 새롭게 바라볼 때다. 조선팝은 다양한 예술 장르와 융합하며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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