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이재명표 현금 정치, 또 나올 때 됐다

현금 지원에 반대한다. 어떤 명목이든 현금 뿌리는 건 반대한다. 2009년 무상급식 이래 죽어라 써댔다. 단 한 음절도 바꾼 적 없다. 하도 여러 번 써서 새삼 설명하기도 민망하다. 그래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거다. 경제를 이루는 일정한 공동체가 있다. 그 공동체의 재화(財貨)는 변동이 없다. 여기에 현금이라는 통화만 추가된다. 투입된 통화는 모두 재화의 가격으로 옮아간다. 투입된 통화량이 곧 물가인상 폭이다. 뻔한 공식이다. 이 증명을 혼돈시키는 완충지대가 있다. 경제 단위를 인위적으로 구분한 행정이다. 이를테면 ‘성남시-경기도-대한민국’의 구분이다. 통화 투입의 영향이 이 경계를 만나면 왜곡된다. 성남시 부작용을 경기도가 덮어주고, 경기도 부작용을 대한민국이 덮어준다. 성남시-경기도의 경계가 실물경제에서는 섞였기 때문이다. 이 연쇄 흡수의 끝이 국가 단계다. 국제 경제에서는 더 이상 돌려 막을 곳이 없다. 물가 폭등이다. 40년 전 ‘경제학 개론’에서 ‘D’를 맞았다. 이런 내게 무슨 학문적 깊이가 있겠나. 그저 ‘그럴 거라는’ 저잣거리 생각이다. 그나마 경제 관료들의 비슷한 생각이 비빌 ‘언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현금 지원을 경계했다. 끝내 정치에 굴복했지만 기조는 그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보편적 복지를 우려했다.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했다. 그렇다. 정치인은 현금 지원을 주장하고, 경제 관료는 현금 지원을 걱정한다. 그 이유라야 뻔하지 않나. 표(票)다. 나라가 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박근혜 탄핵과 윤석열 탄핵을 비교했다.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이 잡혔다. 하나는 가계·기업심리 위축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박’ 때는 9.4포인트 하락했고 ‘윤’ 때는 12.3포인트 하락했다. 기업심리지수도 ‘박’ 때는 우상향이었고, ‘윤’ 때는 ‘우하향’이다. 금융시장은 다르다. 원–달러 환율이 ‘박’ 때는 7%까지 올랐지만 ‘윤’ 때는 5% 오르다 좀 내렸다. 경제 요소만 따진 KDI 분석이다. 금융 시장이 끄덕 없다는 건 아니다. 12·3 계엄이 경제에 미친 악영향은 분명하다. 내란·폭동은 미래 법으로 따져질 일이다. 경제 피해는 현재 국민이 느끼는 일이다. ‘윤석열 지키기 국민’에게도 경제 위기는 진실이다. 20일 이재명 대표가 말했다. “정치 불안이 경제로 이어지며 국민 삶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민생경제 회복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나온 공개 선언이다. 최근 여론조사가 민주당에 달갑지 않다. 민주당 하락과 국민의힘 상승 추세다. 국민의힘이 앞선다는 결과도 나왔다. 권력기관이나 지방정치에 예민한 문제다. 이 대표의 민생 선언이 이런 때 나왔다. 이쯤 되니 예상되는 ‘JM노믹스’ 순서가 있다. 시장-도지사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다. 청년 배당·지역화폐(성남시), 기본소득(경기도). 중요할 때마다 등장했다. 강력하면서 유일한 그의 무기다. 패턴으로 볼 때 나올 때 됐다. 때마침 이 대표가 시중은행장을 모았다. 여기에도 ‘JM노믹스’가 오버랩됐다. 기업인을 부르지 않고 은행장을 불렀다. 생산이 아니라 통화에 비중을 둔다는 얘긴가. 보기에 그렇게 보인다. 통화를 이용한 직접적 시장 개입. 국민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는 행정.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곧 조(兆) 단위 지원이 뜰 것 같다. 윤 정부 최대 불신은 물가였다. 그 불신이 비극까지 왔다. 이런 난리통에 또 돈을 넣자고 할 것인가. ‘현금’은 늘 성공했다. ‘표’는 뿌린 만큼 돌아갔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다. 안 뿌렸으면 좋겠는데.... 반대했으면 좋겠는데.... 또 그럴까 봐 걱정이다. 진보의 역사, 권영길씨가 있었다. 국민 계몽에 악전고투하던 그다. 그의 유행어를 허락 없이 인용한다. ‘지원금 받아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천자춘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존

지난 2022년 11월 오픈AI에서 챗GPT를 공개한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의 존재 의미라고 여겼던 일들을 인공지능(AI)이 하나둘 해내고 있는 현 상황을 목도하면서 이를 반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고유한 능력을 잃게 되면 혹은 더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그 무엇인가(예로 인공지능과 같은)에 압도당한다면 사람은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회의감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고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6년 이세돌이 알파고와 벌인 바둑 대결이다. 당시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했고 사람이 인공지능에 질 수 없다는 일종의 자신감 혹은 무한 신뢰에 기반한 당위성에서 많은 사람이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을 지켜봤다. 그러나 결과는 인공지능의 승리. 실망과 함께 놀라움이 밀려 왔고 영화에서 보던 상상의 미래가 현실로 점점 더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2025년인 지금 인공지능은 로봇과 함께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로봇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가전 전시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이 최대 관심사였다. 특히 반려로봇, 피아노 치는 로봇, 집사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해 마치 사람처럼 대화하고 행동함으로써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아직까지는 로봇의 움직임과 피부가 사람의 그것과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에서 쉽게 로봇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기술 발전 속도라면 로봇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사람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을 닮은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올 것이다. 인공지능과 함께할 수밖에 없는 미래 사회에 인공지능 로봇과 대결을 할지 아니면 공존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지는 로봇이 아닌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사람과 비슷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우리 일상에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인류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해서는 안 되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할 때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자연과 함께,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건강한 미래 사회를 만들어가는 겸손과 자신감으로 인간다움을 찾고 인간으로서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경기만평] 전세계 일진이 돌아왔다...

[사설] 억대 연봉 경기도 산하기관 채워가는 전직 정치인들

경기도 직업 공무원 가운데 최고위직은 행정 1부지사다. 1급(관리관)으로 통상 3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했다. 부지사의 연봉이 1억100만원 정도다. 경기도지사가 뽑는 산하기관장들의 연봉은 얼마나 될까. 평균은 1억2천900만원이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이 1억2천400만원이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억4천500만원이다.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은 1억300만원이다. 도지사 선택으로 보장되는 돈이다. 그 좋은 자리 몇 개가 비었다. 유력 후보들이 거론된다. 경기아트센터 사장에 전 국회의원 B씨다. 문화계에 부적격 논란이 있다. B씨는 학교와 사회 활동을 모두 부산에서 했다. 부산 국제광고제 조직위원회 홍보실장, 부산문화재단 기획홍보실 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했다. 그 뒤 부산광역시당 사상구 지역위원장도 역임했다. 출신지로 적합성을 볼 순 없다. 그럼 경력은 맞나. 경기아트센터는 행정직 예술직 포함 500명이다. 연습과 공연을 근간으로 하는 예술직의 근무 체계가 특별하다. 이른바 경영진과 노조 사이에 ‘GPS 논란’도 그래서 있었다. B씨는 부산 문화재단 근무 경력이 있다. 아트센터와 연속성을 찾을 수 있나. 경기아트센터는 공연단 운영, 외부 공연 유치 등이 업무다. 굳이 찾는다면 경기문화재단이 가깝다. 안 그래도 낙하산의 업무 미숙이 지난해 행감에서 불거졌었다.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전직 국회의원 Y씨가 거론된다.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딸이다. 해당 작품을 새롭게 론칭해 성공했다. 서울 출신이다. 사실 자체 승진의 염원이 가장 큰 곳이 경기문화재단이다. 전임자들의 면면이 그만큼 개인적 활동으로 소일했던 문화를 갖고 있다. 임기 2년을 지내면서 경기 북부에 산하기관을 한 번 들르는 게 일상이다. Y씨 유력설을 접한 경기 문화계가 또 낙담하고 있다. 경기복지재단 이사장에는 전 국회의원 S씨가 유력하다고 한다. 서울 출생으로 의사 출신인 그도 이렇다 할 기관장 경력은 없다. 살폈듯이 아트센터 사장, 문화재단 대표이사, 복지재단 이사장 유력 후보군의 공통점이 있다. 전직 국회의원 출신이고 경기도 출신이 아니며 직접적 업무 경력이 전무하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어떤 적합성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결국은 이들이 낙점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1년간 경기도 인사가 이랬다. 고영인 경제부지사, 윤준호 정무수석, 김민철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 김경협 경기도시장상권징흥원 이사장이 전부 낙선 국회의원이다. 김 지사의 선택으로 억대 연봉자가 됐다. 과연 이들이 주권자인 도민을 위해 일하겠는가. 아니면 인사권자인 김 지사를 위해 일하겠는가. 도민 참모를 뽑은 것인가. 아니면 대선 참모를 뽑은 것인가. 김 지사의 대선용 인사, 지나치다.

[사설]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매립지 인천 자원화의 첫발이다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에 드림파크승마장이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408억원을 들여 지었다. 그러나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냥 방치돼 왔다. 전형적인 일회성 체육시설로 남았다. 한 해 관리비만 2억원씩 날렸다. 20여차례 운영사업자 입찰에도 늘 유찰됐다. 승마가 대중 스포츠가 아니어서 사업성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의 아쿠아리움 테마파크 개발 소식이 전해졌다.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인천시가 지난주 한화 측과 수도권매립지(승마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넥스트㈜, 한화아쿠아플라넷, 환화푸드테크㈜ 등 4개사가 함께했다. 전체 승마장 부지의 절반인 8만2천600여㎡(2만5천평)가 사업 부지다. 이곳에 아쿠아리움, 놀이시설 등을 갖춘 돔 형태의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협약이다. 2천500억원(토지 비용 제외)을 들여 2027년 개장이 목표다. 현 드림파크 승마장은 전국대회 개최 경기장 정도(1천500㎠ 이상)로 줄여 리모델링한다. 이 승마장은 한화넥스트가 운영할 예정이다. 이 밖의 연습장과 말보건소, 마사 등을 철거하고 테마파크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아쿠아리움은 한화아쿠아플라넷이 운영을 맡는다. 놀이기구 등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푸드테크가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처럼 실내 테마파크로 조성하되 돔형으로 짓는다. BTO(민간사업자가 시설을 건립해 소유권을 지자체에 이전하고 일정 기간 운영해 수익을 창출) 방식으로 한화가 50년간 운영하는 사업구조가 유력하다. 한화그룹은 이 테마파크에 연간 20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서울 롯데월드는 연간 방문객이 540만명 정도다. 이 같은 사업계획이 나오자 일부 언론이 화제성 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유통·엔터테인먼트 대기업들의 인천 서부권 테마파크 격돌’ 등이다. 신세계도 청라국제도시에 2027년 말까지 돔구장과 복합쇼핑몰의 스타필드 청라를 완공한다. 여기에 한화가 수도권매립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놀이·문화공간을 선보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천으로서는 듣기 좋은 얘기들이다. 문제는 앞으로의 사업 추진이다. 그간 MOU가 MOU로만 끝난 것이 어디 한두 곳이었는가. 이제부터 인천시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차례다. 수도권매립지에서만은 ‘사업 표류’니 ‘MOU 해지’ 등의 우울한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매립지는 30년 이상 인천시민의 짐이 돼 온 곳이다. 이번 사업은 그런 매립지를 인천의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지지대] 당신의 다짐은 무탈하신가

지난해 말 운동을 가기 위해 분주히 준비하던 중 허리에서 ‘뚝’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처음으로 앰뷸런스를 타고 척추병원에 실려가 입원까지 하게 됐다. 의사의 진단은 한 달간 꾸준한 치료와 금주. 약 복용 중 음주 시 간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고 염증이 심화되기 때문이란다. 마침 새해 직전에 발생한 일이라 본의 아니게 금주가 새해 다짐이 돼 버렸다. 처음부터 무리라고 생각하면서 졸속으로 계획한 금주의 다짐은 한 달은커녕 허리가 적당히 회복된 2주일 뒤에 무너져 버렸다.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20여일 지나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야심차게 세웠던 목표와 다짐들에 슬슬 균열이 가며 공수표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일부 다짐은 단 하루도 실천하지 못했을 수도. 과거 취업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공동 조사한 결과 새해 목표를 ‘한 달도 못 지켰다’는 답변이 26%를 차지했다. ‘한 달 이상 다짐을 유지했다’는 답변은 45%, ‘1년 가까이 꾸준히 지켰다’는 답변은 29%가량으로 집계됐다. 매년 반복되는 새해의 야심찬 다짐, 얼마 안 돼 느끼는 좌절과 다음 해를 기약하는 동일한 반복. 중도 포기 후 ‘내년에는 반드시’라는 자기최면을 걸고 다가올 1월1일만을 기다리는 이 지긋지긋한 패턴을 이어갈 필요가 있나. 포기가 잦다면 매순간 의미를 부여해 다짐을 이어가 보면 어떨까.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날마다 새롭고 또 날마다 새로움.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각오로 새출발을 하라는 의미다. 다가올 매일매일이 우리에게 새로운 날이고 인생에서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최초로 맞이하는 날이다. 다짐은 새해에만 하는 게 아니다. 인생의 순간마다 다양한 목표를 계획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굳이 새해에 한해서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다.

[문화산책]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카르페 디엠(현재를 즐겨라), 너희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라’는 메시지를 전한 키팅 선생님을 만난 후 필자는 새해를 시작할 때, 새로운 다짐이 필요할 때, 예기치 못한 큰 사건을 마주할 때 늘 이 대사를 떠올리곤 한다. ‘카르페 디엠’, 이 말은 자주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경구와 짝을 이뤄 함께 사용된다. 우리가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렇기에 주어진 시간을 더 최선을 다해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서양에서는 죽은 자들의 공간인 묘지를 살아 있는 자들의 일상적인 공간 안에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회나 성당, 공원과 함께 조성된 묘지공원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된 사례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작년 오스트리아 정부가 단체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한다고 해 논란이 됐던 빈 중앙묘지공원이 대표적인 사례로 1894년 조성된 이 묘지공원은 음악의 도시 빈을 있게 한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트, 브람스, 요한 슈트라우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묻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화려한 조각상과 저마다 개성 있는 묘비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마치 잘 조성된 조각공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음악가 중 상당수가 생전 감당할 수 없는 고난 속에서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 낸 스토리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겪는 삶의 고통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아름답게 승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프랑스에도 빈 중앙묘지공원만큼 유명한 페르 라세즈라 불리는 묘지공원이 있다. 파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파리의 명소인 이곳은 오스카 와일드, 발 자크, 짐 모리슨, 에디트 피아트, 쇼팽, 모딜리아니, 마리아 칼라스 등을 추모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나 유명인의 묘지가 아니어도 이곳은 영원을 살 것처럼 아등바등 사는 현대인들이 ‘죽음’을 기억하고 일상의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사색의 공간이자 교육의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들이 있다. 서울 마포 양화진에는 개화기 우리나라에 의료, 교육, 복음을 들고 선교를 왔던 이들이 묻힌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있어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함께 낯선 이방의 땅에서 ‘특별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으며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로 순교한 사제들과 무명 신자들을 기념하는 절두산순교성지, 서소문성지 역사공원 등은 죽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은 신자들의 삶을 통해 ‘죽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서소문성지 역사공원은 ‘종교’가 없는 이들도 공간이 주는 ‘위로’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어 더 많은 사람이 방문했으면 하는 곳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알지만 의외로 가본 사람은 적은 국립서울현충원이나 6·25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이 안장된 부산의 유엔기념공원은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 위에 우리가 서 있는지를 깨닫게 하는 공간이자 지금 우리가 누리는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준 그들의 죽음 앞에 살아있는 자들의 의무와 책임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2025년이 시작된 지 어느새 한 달이 돼 간다. 희망찬 새해를 시작했다고 하기엔 국내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이 우울증과 무기력을 토로하고 있는 요즘 주변을 잠시 둘러보면 ‘메멘토 모리, 카르페 디엠’을 기억하게 하는 장소, 혹은 이야기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부디 각자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더 사랑하고 충실히 살아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천자춘추] 국가정원 유치와 지역발전

‘정원’은 자연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공간으로 다양한 식물과 자연 요소 등을 심미적 또는 실용적인 목적으로 조화롭게 가꿔 놓은 것을 말한다. 또 정원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발전했으며 고대 문명에서 왕실과 신전 가까이 정원을 만들던 것이 시초로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도시화와 기후변화 속에서 더욱 중요한 공간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늘날 도시 또는 외곽에 자연을 즐기거나 보전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를 계기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정원과 공원을 조성하게 됐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1759년 개원한 영국의 로열 보타닉 가든과 1872년 설립된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있다. 특히 로열 보타닉 가든의 경우 처음에는 식물학 관련 연구와 교육을 위한 공간이었으나 공공에 개방되면서부터 국가정원으로서의 기능을 가지게 됐다. 우리나라 국가정원의 역사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2013년 순천만에서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됐는데 박람회 종료 후 해당 공간에 대한 사후 운영 방안에 관해 논의했고 이를 계기로 2015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이 탄생했다. 2019년에는 한때 공업화로 인해 오염이 심각했던 울산시의 태화강이 주민과 정부의 노력으로 생태계 복원이 이뤄진 점에 힘입어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국가정원 외에도 ‘수목원정원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지방정원’, 법인·단체 및 개인이 조성하는 ‘민간정원’이 있다. 이 외에도 ‘공동체정원’, ‘생활정원’, ‘주제정원’이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7년 ‘경기도 정원문화산업 진흥 조례’를 제정해 지방정원 조성과 운영을 위한 각종 정책을 수립·추진하고 있으며 매년 ‘경기정원문화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 산림청에 등록된 경기도 소재 지방정원은 양평군에 위치한 ‘세미원’이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세미원의 국가정원 승격 추진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정원으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수목원정원법 시행령’에 따라 지방정원으로서 3년 이상의 실적과 일정 기준의 평가 점수 이상을 획득해야 하는데 2019년 등록된 세미원이 승격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양평군이 실시한 승격 타당성 검토 용역에 따르면 승격 시 1조2천207억원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운영 및 유지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 등이 따라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광명·안양·군포·의왕시를 관통해 흐르는 안양천 및 일대가 지방정원 조성 예정지로 지정돼 2028년까지 지방정원으로 꾸며질 예정이고 옛 안산시화쓰레기매립지를 지방정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각종 연구용역과 평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추진하고 있다. 세미원의 사례에 비춰 앞으로 지방공원이 조성될 안양천 일대에도 지금부터 승격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경쟁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청사진이 필요해 보인다. 국가정원 승격은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이 있기에 지방정원 조성 시점부터 국가정원 승격을 염두에 둔 조성 전략 추진과 경기도 차원에서 국가정원 유치를 위한 정책 수립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기고]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 공명선거로

현재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와 새마을금고(이하 금고)가 오는 3월5일 치르는 제1회 전국동시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이하 동시이사장선거) 준비로 한창이다. 공직 선거도 아닌 금고 선거를 선관위가 준비하고 있다니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금고이사장선거는 그동안 금고 자체적으로 선거를 관리했으나 이번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부터 관할 구·시·군선관위가 의무 위탁받아 새마을금고의 이사장을 동시에 선출하게 됐다. 동시이사장선거에서 선관위와 금고의 역할을 간략히 살펴보면 선관위는 (예비)후보자 등록 및 투·개표 관리 등 선거 관리 전반과 함께 선거 홍보와 위반행위 단속·조사 업무를, 금고는 선거인명부(선거권 확인) 작성, 피선거권 확인·당선인 결정 및 관할 선관위로부터 대행 받은 사무를 각각 담당한다. 어떤 이유로 선관위가 이사장선거를 위탁관리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보자. 종전 금고이사장선거는 전국 금고의 80%가량이 간선제로 시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소수의 선거인을 대상으로 한 선거부정 등이 빈번하게 발생해 선거관리 전문기관인 선관위 의무위탁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0월 이사장선거 직선제 시행(일부 소규모 금고 제외)과 선관위 의무위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마을금고법’ 개정이 있었다. 그 후 해당 규정에 따라 실시되는 첫 선거가 이번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다. 개정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금고이사장선거를 선관위에 위탁하도록 한 것은 ‘새마을금고 선거관리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며 그 바탕에는 금고이사장선거가 공직선거에 견줄 만큼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선거로 성장했다는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가 40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21일부터 예비후보자등록도 시작된다. 공교롭게도 21일은 선관위 창설 62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최근 선거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무분별한 부정선거 주장이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선관위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근거로, 이른바 ‘부정선거론’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제1회 동시이사장선거의 모든 과정이 깨끗하고 투명한 공명선거로 실현돼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를, 공직선거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이사장선거처럼 일상과 가까운 생활 주변 선거까지도 유권자의 대의가 온전히 반영되는 민주주의의 축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구 칼럼] 법관 둘은 왜 논쟁의 핵심에 침묵했나

법조 기자 때였으니까 1990년대다. 아예 도장이 있었던 것 같다.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있음’. 구속영장에 찍히던 발부 사유다. 그 후 영장실질 심사제도가 생겼다. 신병 구속의 신중을 기하자는 제도였다. 도장이 없어진 것도 그 즈음 아닌가 싶다. 판사가 ‘성의 있게’ 친필로 구속 사유를 적었다. 하지만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있다’만큼 적절한 문장이 없다는 뜻이다. 현직 대통령 구속에도 그 문장이 적혔다. 신병 구속 심사에 귀천이 따로 있겠나. ‘증거인멸 우려’는 대통령에게도 유효하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강하게 부정한다. 내란 관련자들이 모두 구속돼 있다. “구속된 관련자들과 무슨 수로 증거인멸 시도를 한다는 것이냐.” 하지만 법관에는 통하지 않았다. 핸드폰 교체, 인스타그램 탈퇴 등도 사유로 본 듯하다. 판사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따라야 한다. ‘침해받지 않을’ 판사의 영역이다. 문제는 판단 내용을 알 수 없는 ‘다른 주장’이다. 윤 대통령 측의 절차적 정당성 위반 주장이다. 하도 많이 들었을 테니 간단하게 나열하자. 첫째, 공수처에 내란 수사권이 있는가. 둘째, 서부지법의 관할권이 있는가. 셋째, 체포영장으로 형소법 일부 조항 효력 배제가 가능한가. 넷째, 대통령관저 무단 진입이 정당한가. 다섯째, 공수처가 주도한 55경비단 공문 작성이 정당했나. 이들 논쟁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신 구속에 이르는 절차의 문제다. 본안(本案)인 내란의 전 단계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미란다 원칙이다. 이거 고지 안 하면 무죄다. 단순 음주 단속에서도 절차는 이렇게 중요하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법원 내부망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백지예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화두를 열었다.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습니까.’ 성금석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썼다. “공수처에 수사 및 기소권이 없다고 봐야 맞다.” 황운서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썼다. “직권 남용죄 하다가 내란죄 수사할 수 있다.” 현직 법관들의 토론이다. 인사 때마다 이동한다. ‘윤석열 사건’ 재판부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법관들의 정반대 주장이다. 하물며 구속을 결정하는 판사다. 당연히 방향을 정리해야 하고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그런데도 체포적부심 판사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만 했고, 영장 발부 판사는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만 했다. 필자가 꼭 하고 싶은 말을 누가 했다. 31년간 판사 했던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 그의 말 가운데 이 구절이다. “법원이 이유를 밝히지 않은 것이 결정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독수독과이론(毒樹毒果理論•Fruit of the poisonous tree),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의 증거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 법 좀 안다며 거들먹거릴 때 써먹곤 했다. 그러나 이제 전 국민이 다 안다. 초등생들까지 안다. 그만큼 보편적인 논쟁과 담론이 됐다. 그 해석을 기대했던 체포적부심과 영장심사다. 하지만 판사는 아무 답을 하지 않았다. 수십년째 익숙한 ‘포괄적 언어’로 끝냈다. ‘내란 우두머리를 석방하자는 것이냐’. 혹시 이렇게 욕하는 독자가 있을 거다. 굳이 변명할 생각도 없다. 변명을 받아줄 세상도 아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질문은 던져 본다. 내란 재판이 거쳐야 할 절차가 많다. 구속적부심, 각종 보석, 1·2·3심 선고…. 그때마다 ‘피고인 윤석열’에게는 반복할 주장이 있다. ‘시작부터 위법한 수사였다’. 그러면서 ‘기각해 달라’, ‘각하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지금 침묵했기 때문이다. 이게 옳은가. 현직 대통령, 공수처 수사, 관저 점거, 경비단 공문…. 앞으로 있을 모든 게 선례이고 판례다. 모든 결정과 판결이 반드시 현시(顯示)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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