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희망고문...?

[사설] 중국 간병인들에 성폭행·폭행 당하는 한국 환자들

중국 간병인의 환자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다. 파주시 금촌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어났다. 50대 조선족 중국인 여성이 90대 여성 환자를 폭행했다. 환자를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때렸다. 환자가 복통을 호소했고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폐색과 탈장 진단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요양병원으로 다시 옮겨진 환자는 폭행 이틀 뒤에 숨졌다. 간병인은 “잠을 자지 않아 화가 나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유족들은 폭행으로 사망했다며 상해 치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노인 복지법 위반(노인 학대)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대형 병원에서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진단했고,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없고, 상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판단에 문제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찌보면 이게 구멍 뚫린 간병인 제도의 현실이다. 자격 없는 간병인 채용,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 요양원·병원의 책임감 부재. 우리는 수차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달에도 ‘중국인 간병인 현장 마찰 만연, 정부는 대책 내라’(경기일보 1월17일자 사설)고 지적했다. 폭행 사건, 금품 갈취, 의료법 위반 등의 온갖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함께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또는 국회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은 없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간병 제도 정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간병인 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했지만 입법 움직임은 없다. 간병인 수급은 건설 현장 인력 시장과 같다. 아무런 자격도 요구하지 않고 기초적인 점검도 하지 않는다. 이래서 발생한 끔찍한 일도 있다. 2023년 50대 중국인 남성 간병인의 성범죄다. 충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여성 환자 둘을 성폭행, 성추행했다. 붙잡고 보니 간병인은 불법체류자였다. 여기에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까지 돼 있었다. 이런 범죄자에게 판단력 박약한 여성 환자들을 맡겨 놨던 셈이다. 간병인 제도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미국의 예를 살펴보자. 캘리포니아주립대 정규석 교수가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환자 인원과 근무 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불시점검이 제도화돼 있다. 학대나 방임이 확인되면 주(州)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병원도 등급을 나눠 등급이 낮은 병원은 관리 감독의 정도를 더 강화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병원 및 요양원도 심하면 기소된다. 우리에겐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없다. 근무 규정도 없고, 불시점검도 없고, 신고 의무도 없고, 병원 책임도 없다. 이러는 사이 수많은 어르신들이 공포의 병실에 방치돼 있다. 불법 체류자에게 목숨을 맡기고 있고, 여성 환자의 성이 유린당하고, 90대 환자가 두들겨 맞고, 환자 물품이 빼돌려지고, 욕설로 인한 공포에 눈치 보고 있다. 산업화 세대의 마지막 여생이다. 이들의 인권이 유린 당하는데 무슨 복지 천국인가.

[사설] 국민연금개혁,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개혁이 시급한 국가과제인 연금개혁에 대해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금개혁과 관련해 “우선 급한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제안에 대해 “이번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바란다”고 말함으로써 여야가 연금개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참으로 중대한 진전이다. 지난 2024년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는 2054년이다. 2039년 적립금이 최고액을 기록한 뒤 점차 줄어 30년 후에는 고갈된다. 기금이 바닥난 후 기존대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세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기 때문에 연금 기금 소진을 최대한 늦춰 구조개혁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연금개혁의 중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기금 적자가 매일 885억원 정도 불어나고 있다. 1년이면 무려 32조원이나 된다. 때문에 정치권은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 구조 개혁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수 개혁에 반대했지만 이에는 난관이 많아 국민이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먼저 추진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모수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이뤄진 게 마지막일 정도로 국민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기에 개혁이 어렵다. 현 정부에서도 여야가 접점을 마련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을 44%’ 조정안이 막판 타결 직전 ‘구조개혁’까지 같이 하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돼 지금까지 아무런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 모수 개혁부터 하지 않으면 앞으로 30년 내에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 따라서 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제도 자체가 파탄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연금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따라서 모처럼 여야가 모수 개혁에 접점을 찾은 현재 상황을 정치권은 헛되이 보내면 연금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 간다.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만 돼도 기금 소진 시점이 9년 늦춰진다. 여야는 일단 모수 개혁부터 하고 이후 구조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여야는 정쟁만 하지 말고 모수 개혁이라도 여야 합의, 처리하는 정치력을 보여 주기를 고대한다.

[지지대]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슬로건이다. 알파벳 첫 글자를 따 ‘MAGA’로도 불린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 극우 성향 정당 지도자들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유럽의회 내 극우 성향 정치그룹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 소속 정당 정치인들이 회합해 세 몰이에 나선다. 트럼프주의(트럼피즘)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반(反) 유럽연합(EU) 노선을 중심으로 극우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자리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눈여겨볼 대목은 이들이 주창하는 정치적 구호다. 트럼프 대통령의 ‘MAGA’를 그대로 본떠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웠다. 이들 정치세력의 주축은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 프랑스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하원 원내대표, 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 네덜란드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 등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케빈 로버츠 회장도 주빈으로 초대됐다. 유럽의 극우세력이 트럼프 노선을 따라 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EU 체제에 반대하며 유럽의 정치질서를 바꾸고자 하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인물은 지난해 11월 ‘유럽을 위한 애국자’의 대표로 선출된 스페인 극우 정당 복스(VOX)의 산티아고 아바스칼 대표다. 그는 스페인 내 정치적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지난달 20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국제 무대에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마드리드 회합도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주의의 물결을 이용해 집권에 도전하려는 정치세력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다.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가 미국과 유럽만의 얘기는 아니다.

[이슈&경제] 중국발 딥시크 쇼크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중국의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발표한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R1(이하 R1)’은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를 뒤흔들었다. 여진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R1은 챗GPT로 대표되는 미국 중심의 기존 기술과 비교할 때 성능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오픈AI, 메타 등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의 생성형 AI 개발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의 개발비만 투입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R1은 오픈AI의 o1 모델과 대등한 성능을 보이고 일부 분야에서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 측정 기준인 미국 수학경시대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R1은 79.8%를 기록하며 o1의 79.2%를 앞섰다. 코딩 테스트 정확도에서도 R1은 65.9%를 기록한 반면 o1은 63.4%로 평가됐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딥시크 쇼크의 가장 큰 이유는 ‘효율성’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R1의 모델훈련비용은 557만6천달러(약 80억원·사전 연구 및 실험 비용 제외)로 알려졌는데 이는 메타의 AI 개발 투입비용의 10%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딥시크가 R1 개발에 엔비디아의 최신 칩인 ‘H100’이 아닌 저사양의 ‘H800’ 칩을 사용했다는 점 역시 큰 충격을 줬다. H800은 엔비디아가 2022년 미국 정부가 시행한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 수출을 목적으로 개발한 저사양 칩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보다 성능이 한참 떨어지는 하드웨어를 활용해 더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만든 셈이다. 기존 AI 모델은 연산에 막대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해 왔고 투자자금을 블랙홀처럼 흡수해 왔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AI 버블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딥시크의 R1이 더 적은 자원으로 유사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점은 업계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R1 발표 직후 시장은 즉시 반응했다. 나스닥과 AI 관련 종목은 일제히 급락했다. 특히 엔비디아 등 연관성이 더 높은 기업은 더 크게 하락했다. 연휴 직후 개장한 국내 코스피도 0.77%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10% 가깝게 하락했다.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등 다른 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하락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으로 요동치는 글로벌 시장을 보면 인공지능에 미래 성장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딥시크는 중국의 ‘기술인재 우대’ 환경을 바탕으로 창업 1년여 만에 오픈AI 개발 인력(1300명)의 10% 수준인 139명의 연구진으로 비약적 성과를 냈다. 반면 우리 AI 업계는 여전히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 심화되고 있는 최상위급 인재의 ‘의대 쏠림’ 현상을 보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보도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정시를 보면 이공계 지원은 지난해 대비 19% 감소했지만 의대 지원자는 2천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딥테크 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의 미래가 있을까. 정부는 이런 점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수 인재 유출을 막고, 해외 인재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 어려운 정치 여건이지만 천재급 인재들이 인공지능같이 도전적인 딥테크 분야에서 충분히 연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인공지능 석학이었다. AI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R1의 등장으로 시장에서도 잘 확인할 수 있다. 우리도 인재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천자춘추] 기간제 근로자와 부당해고

‘기간제 근로자’ 또는 ‘계약직 근로자’는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말한다.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 기간이 ‘○○년 ○월○일부터 ○○년 ○월○일까지’로 기재된다. 이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통상 정규직 근로자로 불리는 개념과 반대된다.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서에 근로계약 기간이 시작일만 있고 종료일이 기재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는 정년퇴직, 사망같이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근로계약의 자동 종료 사유로 본다. 따라서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며 이는 원칙적으로 해고가 아니다. 다만, 계약 기간 만료로 인한 근로계약 종료는 예외적으로 해고가 될 수 있다. 바로 ‘갱신기대권’이라는 법리 때문이다. 갱신기대권이란 쉽게 말해 기간제 근로자가 근로계약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근로계약 만료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갱신기대권은 언제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 ‘①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②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 및 경위 ③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④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 등 이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니고 요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으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근로계약 만료가 바로 부당해고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까지 없어야 인정된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돼도 업무능력이 떨어지거나 비위 행위를 해 징계를 받는 등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 기간 만료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사업주의 경우 근로계약 기간 만료 전에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근로자의 경우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돼 부당해고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아침을 열면서] 비판적 사고력의 힘

거짓말과 진실 중 인간 문명 발달 과정이나 역사의 흐름 안에서 어떤 것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을까를 가늠해 보면 당연히 진실의 힘이 더 크겠으나 거짓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거짓말을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방어적 이유가 제일 클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 감정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가 자신이 불리해지거나 위험해지는 순간 공포·두려움·스트레스 상황을 인지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상황을 왜곡해 숨기기 위한 태세에 돌입하고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방어책으로서의 거짓말을 만든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인정받기 위해 거짓말을 획책하기도 한다. 이때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다른 이의 반응을 예측하는 두정엽이 나서 타인이 내 말을 믿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나 자기 인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측두엽이 상상력에 의해 조작한 기억을 언어적으로 풀어낸다. 거짓말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이를 긍정 피드백으로 받아들인 뇌가 도파민을 생성하고 이런 감정적 만족을 경험하게 되면 상습적 거짓말에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거짓말이 도덕성·이성에 바탕을 둔 인간다움을 해치지만 여러 복잡한 사회적 현상이나 관계 안에서 상황에 따라 권력 유지, 이익 추구, 안전 도모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권력이나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위정자의 거짓말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쟁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서양 철학 및 논리학의 근원이라 여겨지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이를 언급했다. 플라톤은 국가의 지도자가 사람들에게 진실만을 말하는 것이 늘 최선은 아니라며 무지한 백성들에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국가의 안정을 도모하는 편이 낫다고 봤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이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거짓말은 진리를 향해 가는 인간의 본성을 방해하는 요소로 봤기에 특정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사실을 왜곡하는 의도적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짓말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호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때는 거짓말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독일군을 속이기 위해 상륙 지점이 노르웨이라는 가짜 군사작전을 펼쳤다. 허위 정보에 속은 독일군의 방어선이 무너졌고 연합군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기독교의 십계명도 거짓을 행하지 말라 했고 유교나 도교, 불교에서도 거짓말은 사회적 질서를 흐리고 인간의 도덕성을 해친다고 밝힌 것을 보면 거짓말의 긍정 효과보다는 부정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이라면 더욱 거짓말을 삼가야 할 것이다. 자기방어적 태도와 확증 편향에 빠진 가짜 뉴스 신봉자들에 의해 여러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요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줄 아는 비판적 능력이 더욱 필요해짐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비판적 사고력도 강화된다. 평소 책 읽기를 실천하며 거짓말은 만우절 하루, 서로 유쾌하게 웃을 수 있을 정도로만 즐기자.

[사설] ‘무죄’ 회장 옭아맸어도 삼성은 계속 일자리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근로자를 가장 많이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가입자 변동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12만5천593명이고 다음으로 현대자동차 6만9천285명이다. 1년간 국민연금 가입자 증가도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2023년보다 3.9% 늘어난 4천716명이다. 가장 많은 근로자를 보유한 곳도 삼성전자이고 지난해 가장 많은 근로자를 새로 뽑은 곳도 삼성전자라는 의미다. 기업의 채용 규모는 경영 실적에 비례한다. 호황일 때는 늘어나고 불황일 때는 줄어든다. 경영의 기본원리고 대부분 이대로 나타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23.8%의 고용수치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경영 악화에 따른 직원 감소다. 코리아세븐(-20.3%), 아이에스동서(-18%), SK에코엔지니어링(-17%) 등도 모두 고용 감소를 기록했다. 작금의 삼성전자는 경영 위기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채용 증가는 통상의 법칙으로 설명이 안 된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오너 이재용의 사법리스크다. 2017년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면까지 560일을 구속 수감돼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피고인으로 100여차례나 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2020년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기소됐다. 기소된 혐의가 무려 19개나 된다. 그 항소심 결과가 4일 나왔는데 무죄다. 앞서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오너가 10년 넘게 검찰·법원을 오간 삼성전자다. 국내외에서 ‘삼성 위기론’이 이어졌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어려웠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도 거의 없었다. 대만 TSMC 등 경쟁국 기업들은 그 사이 펄펄 날았다. 급기야 국내 경쟁자인 SK하이닉스에도 추월당했다. 2021년 초 500조원이던 시가총액이 300조원까지 떨어졌다. 평가 자산의 40%가 날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채용 1위 자리를 지켜 오고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일자리는 정치에서 나오지 않는다. 수출 전략 회의 부활시켰던 박근혜 정부, 고용 현황판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그리고 청년 일자리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까지 모두 약속은 화려했다. 하지만 “청년 고용 목표 달성했다”라는 최종 보고서를 냈던 정부는 없다. 그 역할은 언제나 기업이 했고, 가장 큰 책임을 삼성전자가 했다. 10년 옥죈 끝에 항소심 무죄를 받아든 사법부, 그리고 거기 동조해온 정치가 새겨야 할 삼성전자의 ‘채용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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