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29일이다.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국민 애도 기간이 있었다. 항공기 사고가 그렇듯이 사고 원인 특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월 중순 이후 고개를 드는 여론이다. 신규 공항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공세 과녁에 ‘경기국제공항’이 있다. ‘무안공항 사고가 경기국제공항 불가의 이유’라는 논리다. 그런데 그 논리가 대개 억지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있었던 경기국제공항 반대 기자회견도 그랬다. 일부 정치인들이 무안공항 참사와의 연계 논리를 폈다. 화옹지구는 철새 개체수가 무안공항의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안전 등의 문제로 화옹지구 경기국제공항 설립 구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유력한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리 전개는 반대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0.00008이다. 포항·군산·양양공항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류 충돌 참사 발생 가능성이 1만2천년에 한 번이다. 오히려 인천·김포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42배다. 철새 개체수가 절대적 이유라면 문 닫을 공항은 인천·김포공항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낳은 공포를 국제공항 반대와 연결하려는 억지 비약이다. 이런 주장이 다른 곳도 아닌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언론이 띄우는 또 다른 논리는 ‘정치 공항’이다. 수요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생기는 공항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문제 많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네 곳뿐이다. 인천·제주국제·김해국제·김포국제공항 순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냈고, 10개는 10년 내내 적자다. 대부분 2000년대 들어선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5년간 1천161억원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낸 게 무안공항이다. 연 992만명이라는 수요 예측도 엉터리, 1.45라는 비용 대비 편익값(B/C)도 엉터리였다. 2004년 감사원이 확인한 팩트다. 그런데도 2007년 문을 열었다. 수요를 덮고 정치가 밀어붙인 결과다. 그런데 이 문제를 왜 경기국제공항과 연결짓나. 지근거리 인천공항은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인근 청주공항도 지난해 457만명(무안공항 40만명)으로 넘쳤다. 정치를 쏙 빼고 본다면 경기 남부야말로 공항 신설이 필요한 적지다. 경기국제공항의 객관적 토론은 지향한다. 지역민의 여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하지만 참사까지 원용하는 논리에는 반대다.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변이다. 그런 비극까지 비틀어 여론을 몰고 싶은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부도덕하기까지 한 여론 캠페인이다.
항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불안해하고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1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이륙 후 화재가 발생 했다면 또 한 번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무려 179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가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10시15분께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 꼬리 쪽에서 불이 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2건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뒤 추락해 총 67명이 숨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또 이틀 뒤인 31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시 번화가에서 소형 항공기가 추락해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안공항 참사는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최종 결과는 아직도 조사 중이다. 특히 대형 참사의 원인은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명확한 원인과 안전대책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 역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기내 뒤쪽 선반 위 짐에서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으로 미뤄 기내 반입된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많다. 에어부산 여객기는 12월에도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대체기를 투입하는 일이 있었고,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도 보조배터리 화재가 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특히 LCC의 경우 비행기 과다 운항에 따른 기체 피로, 정비 불량, 그리고 보조배터리 같은 항공위험물 관리기준 등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민관합동 점검단을 통해 LCC를 비롯, 11개 국적 항공사와 전국 공항의 안전 체계 및 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오는 4월까지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인재성 재난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항공당국은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럴 때는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공교롭다. 2월3일은 봄이 온다는 입춘인데 맹추위가 엄습해서다. 기상당국은 차가운 북서풍이 불어 오면서 이번 주 내내 기온이 평년보다 5도 이상 낮은 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2도 사이이고 낮 최고 기온은 영하 4도에서 영상 6도 사이다. 아침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고 낮에는 평년보다 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4∼6일은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영하 5도, 낮 기온은 영하 5도∼영상 5도로 예상된다. 4∼6일에는 최고 기온도 영하인 지역이 서울을 비롯해 많겠다. 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캄차카반도에 기압능이 자리해 우리나라 북쪽 대기 상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르는 제트기류를 가로막는 점이다. 직진하던 제트기류가 기압능에 막혀 남쪽으로 더 굽이쳐 흐르게 되면서 고위도 찬 공기가 한반도 중위도로 더 내려온다. 대기 하층에선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자리하는 서고동저 기압계가 형성돼 북서풍이 불어 찬 바람을 일으킨다. 겨울철 북쪽에서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 지상에 강풍이 불어온다. 건조한 공기는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서다. 일각에선 입춘이 꼭 따뜻하지만 않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절기는 2천400여년 전 중국 황허강 부근 화북지방 기후를 기준으로 설정돼 우리의 기후와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다. 이날이 봄 날씨인 적은 많지 않았다. 1973년부터 지난해까지 52년간 서울 입춘 평균 기온을 보면 영하인 적이 35번으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최고 기온이 영하, 즉 종일 영하에 머물렀던 적도 12차례다. 가장 따뜻했던 입춘은 지난해였다. 평균 기온이 영상 7.3도, 최고 기온과 최저 기온은 각각 영상 12.2도, 영상 3.7도였다. 설 연휴를 지내고 맞이하는 첫 절기가 을씨년스럽다. 하긴 그 매서움이 요즘의 흐트러진 정국에 비할까.
왜 그랬을까. 도대체 왜. 최근 더 늘어난 ‘왜’를 되작인다. ‘초유’의 범람 속에 연말연초를 보내며 많은 이들이 ‘왜’를 되짚지 않았을까. 도무지 이해도 납득도 불가한 일이 벌어진 데다 이후에도 혼미한 상황의 불안이 가중되니 말이다. 그런 ‘왜 그랬을까’가 점점 ‘왜 그럴까’로 확산 중인데 그 속에는 질문이나 성찰의 자리는 없는 무작정 주장이 불길하게 작동하고 있다. ‘왜’라는 질문은 어디로 치웠는가. 한 음절의 질문 ‘왜’가 새삼 크게 다가온다. 예부터 질문은 많은 것을 찾고 헤치고 이끌어 내는 강력한 표현이었다. 역사를 조금만 돌아봐도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질문으로부터 비롯되고 촉발되고 탄생하지 않았던가. 일상의 단순한 궁금증에서 복잡다단한 학문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무릇 질문이 있었기에 탐구와 발견을 거듭하며 발전했던 게다. 어린아이의 ‘사람은 어디서 오는 거야’ 같은 원초적 궁금증이 고도의 신학과 과학과 철학적 질문으로 심화되고 예술로 더 심오해지는 것처럼. 그런 왜 앞에서 좀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특히 어른들 앞에 ‘왜’를 서슴없이 내놓기란 조심스러운 시절을 거쳐 온 것이다. 순수한 질문도 자칫하면 따지거나 대드는 태도로 판정받는 분위기가 있었던 까닭이다. 윗사람 말이라면 무조건 잘 듣고 받들어야 하는 장유유서(長幼有序)문화 탓도 컸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건네던 ‘○○○ 말 잘 듣고’라는 당부도 묻기보다 잘 따르라는 말로 들렸다. 유대인 가정에서 하교한 아이에게 ‘오늘 무슨 질문 했냐’고 묻는다는 현실과 얼마나 다른지. 요즘 젊은 세대는 아이에게 질문을 적극 권하고 자신도 그러겠지만 이전 세대는 질문 자체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질문 조심에 익숙해진 탓에 요즘 논리 부재의 억지 주장이 넘치나 싶어 씁쓸하지만. 그런 참이라 왜가 점점 절실하게 다가온다. 특히 ‘쓰는 사람’에게는 왜가 더 필요하고 중요한 시작이다. 시나 소설이나 논문이나 질문에서 시작되고, 질문의 과정과 나름의 추적이 곧 쓰기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촉발하는 관심이며 호기심에서 생기는 다양한 질문이 남다른 독창성으로 꽃피는 것. 그렇듯 ‘쓰는 사람’군(群)에서도 기자는 현장의 맨 앞에 서서 직접적인 질문과 쓰기를 택했으니 질문을 더 잘하고 많이 하는 사람들. 독자를 대신해 묻고 따지고 전하는 업이니 왜의 장착은 기본이겠다. 그런 사람들조차 질문의 수위나 범위에 제한을 받거나 맘껏 쓰기 어려운 여건이 여전한 듯해 그럴수록 질문을 더 주문하고 싶어진다. 질문의 안팎을 짚다 보니 어느 노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에겐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고. 그런 반박 부재의 사회 분위기가 학문의 발전에도 해가 되고 있다고. 실제로 지도교수 논문을 반박하는 제자의 논문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은 지난 일만 아니라 진행형 진단이다. 학계에서도 그러한데 상명하복의 업계는 말할 것 없고 일반 직장조차 반박이 담긴 질문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새삼 ‘왜’를 깨워본다. 내 안에 깊이 든 ‘Why’와 짝이 됐던 ‘Why not’도 불러본다. 더 깊이 들어가는 질문과 더 깊이 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왜? 왜의 탐색과 성찰에서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갈 길이 보일 테니.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서울시민 몇몇이 남한산성 수어장대(守禦將臺)를 찾았다. 그런데 홍콩인으로 보이는 외국인들이 영화 촬영 준비작업을 하고 있었다. 당시는 한국-홍콩 합작영화를 우리나라에서 많이 찍었던 시절이다. 일행이 장대를 둘러보고 있는데 그들이 세트장치를 하느라 누각 기둥에 마구 못질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즉시 한국 측 제작요원에게 귀한 문화유산이 훼손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그러자 자기들은 문공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촬영 허가를 받았다며 간섭하지 말라며 화까지 냈다. 나오는 길에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알렸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유사한 일이 2025년에도 벌어졌다. 상황도 거의 똑 같다. 건축가인 어느 시민이 지난해 12월30일 세계유산인 안동의 병산서원을 찾았다가 KBS 드라마팀이 촬영을 위해 만대루(晩對樓·보물) 기둥에 못을 박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주변 관람객들과 함께 항의하자 이미 안동시의 허락을 받았다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KBS는 결국 사과하고 서원 촬영분을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 등 영상 프로그램 촬영 중 문화유산 훼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남한산성은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영상 촬영의 단골 장소였다. 정부 주관으로 제작된 대작 ‘성웅 이순신’(1962년), 한국 최초의 70㎜ 컬러 영화로 알려진 ‘춘향전’(1971년)을 비롯해 셀 수 없이 많은 영화, TV, CF의 촬영이 이뤄졌다. 수원화성도 마찬가지다. 이 두 곳의 촬영 숫자는 국내 타 세계유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한 촬영에는 일반 장비 외에 크레인 등 중장비가 동원되고 스태프도 100명이 넘는 경우가 많아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문화유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훼손 시 복구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아무 개념 없이 촬영이 이뤄졌다. 동래성 싸움을 재현한 ‘성웅 이순신’의 남한산성 로케이션은 당시 사진으로 봤을 때 상당한 성곽 피해를 발생시켰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화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그것이 갖는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물론 문화유산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영상 산업’이 가진 자본과 시장의 논리다. 이들은 적은 비용으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문화유산 보호를 후순위로 놓고 있는 듯하다. 이번 병산서원에 못질을 한 KBS측은 향후 문화유산, 사적지, 유적지 등에서 촬영할 경우 전문가에게 자문하는 내용 등의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지침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문화유산에 대한 업계의 인식이 뿌리부터 달라져야 한다. 법 규정도 손봐야겠지만 근본적인 것은 문화유산을 대하는 영상 산업의 자세다.
동백나무는 모든 부분이 버릴 것 없는 보배로운 식물이다. 1년 내내 표면이 반지르르한 잎이나 이른 봄에 빨갛게 피었다 일순간 떨어지는 꽃도 인상적이고 가을에 열리는 열매는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머리 손질과 화장품에 이용하기도 했던 동백기름의 원료다. 남부지역에서 가정의 화단용, 사무실 주변 정원용은 물론이고 도로변 조경용에 이르기까지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종이다. 바깥에서 겨울나기가 어려운 중부 이북지역에서는 분화 및 관엽용의 실내식물로 중요한 품목 중 하나다. 동백은 추위에는 약하지만 음지나 염해에 견디는 힘이 강하며 생장도 빠른 편으로 땅에 거름기가 있는 곳이면 정원수로 기르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겨울 아침 햇살이 거실 한 켠 길게 비추고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발견한다 햇살에 떠오르는 아지랑이 밟으며 앞으로 걷고 뒤로는 생각에 잠긴다 옛날 뒤뜰에 떠오르던 무지개빛 아지랑이 속살거리며 유년 시절을 불러온다 시골 철길 따라 학교 가던 길 온통 덩굴장미 담장 예뻤던 길목 집 야산 산딸기 따 먹던 길 외딴 곳, 흙 덮인 지붕 긴 터널 속의 항아리 굽던 터 겨울 아지랑이 꽃으로 피어 오르면 마음의 문으로 추억이 열린다 김경숙 시인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 경제 부흥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동결(4.5%)을 선택했다. 지난해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내린 것과 비교하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바뀐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시장에서 싹트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준의 성명을 살펴보면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진전을 이뤘다”는 기존 문구가 삭제되고 “인플레이션이 다소 높게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위험이 있어 기준 금리 인하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wait and see’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금리 인하를 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준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이 물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로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1월 금통위 때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다. 미국과 1.5%포인트 불안한 금리 차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은행은 내수경기 침체를 감안하면 2월 금통위에는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데 미국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2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한 후 당분간 동결하는 ‘wait and see’가 한국은행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 같다. 현재 한미 간 환율과 자금 유출 가능성을 고려하면 미국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한 한국은행이 미국과 기준금리 차를 2%포인트까지 벌리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공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경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가 물가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관세, 감세, 이민자 정책을 강화하더라도 미국의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발언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고물가 주범이었던 과도한 재정 지출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돌려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비용과 물가를 신속히 낮추도록 하겠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올라 기준금리를 못 올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물가를 빠르게 안정시켜 기준금리를 먼저 내린 후 협상을 통해 정책의 강약을 조절할 가능성이 더 높다. 당초 세 번 인하에서 두 번 인하로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망이 다소 후퇴하긴 했지만 미국의 상황에 따라 다시 세 번 인하의 불씨를 다시 살릴 수도 있는 만큼 당분간 트럼프 정책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이렇게 기준금리 인하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올해 부동산시장의 전망인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금리 인하 폭과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야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만 금리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다. 기준금리가 세 번 또는 그 이상 인하되면 투자심리 회복과 구매 능력이 개선되면서 하반기 거래량 증가와 상승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번 또는 한 번에 그친다면 하반기 약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금리가 중요하다. 물론 기준금리가 인하된다고 대출금리가 바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0.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의 대출금리는 오히려 1%포인트가량 더 올랐다. 가계대출 수요 억제라는 명분으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대출금리를 높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7월 3.542%에서 11월 4.58%로 1.038%포인트 급등하면서 예대금리차가 0.98~1.3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한 푼이 아쉬운 국민들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의 이자 장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넣으면서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조금씩 인하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이 나서 대출 문턱을 높이도록 압력을 넣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4~5개월 만에 대출 정책의 뉘앙스가 살짝 바뀌었다. 하지만 대출 정책의 기조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스트레스DSR 3단계는 계획대로 7월에 수행될 예정이며 대출금리가 투자심리를 자극할 수준까지 내려오지도 않았다. 지난해 6월 스트레스DSR 2단계 시행을 두 달 연기하면서 촉발된 단기 급등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정부가 스트레스DSR 3단계를 어설프게 연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울 한강벨트 단지들은 지금도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은 조금의 틈만 있어도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출금리가 3% 아래로 내려오지도 않는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의 전제조건은 서울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결국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가 내려도 대출금리가 2%대 저금리로 떨어질 가능성은 작고 대출 규제 기조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폭발적인 상승 거래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는 실수요자들은 대출금리가 3% 중반 수준으로 내려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겠고 디딤돌 대출 같은 저리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이라면 굳이 금리 인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에 대해 “완벽한 내란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 변호를 맡고 있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수사는 조기 대선을 통해 권력을 찬탈하려는 의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 “검찰은 공수처가 벌인 위법 수사를 이어받아서는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고, 공수처의 위법 수사와 군사기밀 유출, 공문서 위조 등 불법 행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검찰이 조만간 윤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변호인단은 대통령 기소를 막고 석방을 요구하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날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기한 연장 신청을 불허했으며, 검찰이 재신청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다시 기각할 경우, 검찰은 오는 27일까지 윤 대통령을 기소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윤 변호사는 공수처의 수사 과정이 헌법기관인 대통령에 대해 적법 절차를 무시한 “내란 몰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한,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윤 변호사는 “헌재는 최고 헌법기관이 아니라 최대 난타기관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며 “대통령은 방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헌재가 주 2회 변론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 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