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가장 노릇에 최선” 만혼의 50대 직장 휴무일에 ‘알바’ 나섰다 참변

지난 22일 파주 장남교 붕괴 사고로 숨진 일용직 근로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희생자 중 한명이 홍오준씨(55)는 중년까지 총각으로 생활하다 올해 초 만혼으로 늦깎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설계하던 가장이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부인의 아들(22)이 2개월 전 교통사고를 내면서 불운이 찾아왔다. 갑자기 수천만원의 목돈을 쓰게 된 홍씨는 10년 넘게 전기업체에 다니고 있는 전기기술자였지만,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쉬는 날 처음 막노동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만혼의 가장으로서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홍씨였기에 주위의 안타까움도 더 컸다. 동생 홍기준씨(50)는 형은 올해 초 쉰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가정을 이룬 뒤 가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껴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붕괴 사고로 중상을 입은 베트남인 리우움씨(38)의 사정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고국에 있는 노부모와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그는 사고를 당한 뒤 정신을 잃고 병원에 후송됐지만, 돌봐주는 사람도 없이 병실 한구석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서툰 한국말로 아파요라고 고통을 호소해도 의료진 외에는 그를 챙겨줄 사람이 없는 형편이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파주 장남교 붕괴사고 안전불감증?

임진강 장남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상판이 무너져 내리며 14명의 사상자(사망 2명, 부상 12명)가 발생한 가운데 경찰은 구조적인 안전성 문제와 부실공사 등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사고가 나자 경찰은 시공사인 ㈜태영건설의 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당일 작업 상황과 외관설계도 등을 바탕으로 원인 규명에 나섰으나,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수사를 의뢰, 23일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국과수는 정밀 감식을 통해 가설물 지지대의 이상 여부와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무게 균형 준수 여부, 태풍으로 인해 지지대 변형 등 인재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고는 지난 22일 오전 8시50분께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 임진강 장남교 신설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14명이 15m 아래로 추락, 홍오준씨(55)와 민봉현씨(50)가 숨지고 한모씨(51) 등 12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오전 7시30분부터 콘크리트 타설작업을 하던 중 상판 지지 구조물인 거더(girder) 세 가닥 중 두 가닥이 타설한 콘크리트 무게를 이기지 못하면서 한쪽으로 기울며 통째로 주저앉아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판에서 작업 중이던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들이 함께 15m 아래로 추락해 참변을 당했다. 장남교는 파주 적성면과 연천 장남면을 연결하는 총 길이 539m의 임진강 교량으로 2008년 2월 착공됐으며, 55m 길이의 상판을 세 가닥으로 나눠 하나씩 현장에서 직접 타설하는 공법으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파주=박상돈기자 psd1611@kyeonggi.com

새벽 화마에 숨진 4살·8살 형제 엄마는 희생 모른채 병마와 사투

한밤중 전기살충기 폭발사고로 네살배기와 여덟살짜리 형제가 목숨을 잃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형제의 희생을 모른 채 엄마와 할머니는 중경상을 입고 병마와 싸우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1일 새벽 1시20분께 군포시 당동의 한 4층 빌라 1층에서 전기살충기 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 A군(8)과 동생(4)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아버지 B씨(31)와 부인 C씨(30), 노모(65)가 화상 등 중경상을 입었다. 발견 당시 어머니 C씨와 노모는 각각 방 안과 거실에서 쓰러져 있었으며, 두 아이는 연기에 질식해 숨져 있었다. 아버지 B씨는 불길이 확산되자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졌지만, 사고로 두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뒤 실신을 반복하고 있다. 아이들의 시신은 인근 한림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어린 형제들의 사망소식을 아는 사람은 B씨뿐으로, 할머니는 얼굴에 화상을 입어 안면전체를 붕대로 감싸고 있고 어머니는 연기를 흡입해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3개월 전 실직하고도 화목하게 가정을 이끌어 왔지만, 사고를 당하기 3일 전인 지난 18일 충남 보령으로 다녀온 낚시여행이 아이들과의 마지막 추억이 됐다. B씨의 동서는 열흘 전 조카들이 집에 와 고등학생인 우리 애들과 놀다 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군포=김성훈기자 magsai@kyeonggi.com

짐승아빠ㆍ미친엄마 함께 친딸 성노리개 삼아

미성년자인 자신의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아버지와 이를 방조한 어머니에게 각각 중형이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안기환 부장판사)는 친딸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아버지 L씨(38)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또 L씨의 신상정보를 10년간 공개하고, 15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남편 및 딸과 함께 성관계를 갖고, 남편의 성범죄를 방조해 불구속 기소된 어머니 A씨(38)에게는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신상정보 공개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부모로서 피해자를 양육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성폭력 범행의 대상으로 삼은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또 이로 인해 피해자가 겪었을 육체적ㆍ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L씨는 지난 2006년부터 2011년 여름까지 양주시 자신의 집과 차량에서 딸(17)을 4차례 성폭행하고, 7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시키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지난 2010년 여름 자신의 집 안방에서 남편 및 딸과 함께 성행위를 하고, 남편의 범죄를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창학기자 chkim@kyeonggi.com

말보다 앞서는 주먹에 가정이 무너진다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경기지역 가정폭력 사건 발생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등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도내 가정폭력 신고접수 현황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총 1천5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천229건)보다 346건, 28.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19일 수원에서는 직장을 퇴직하고 대리운전으로 생활비를 벌어오던 50대 남성이 퇴근 후 생활비 문제 등으로 부인과 말다툼을 벌이다 폭력을 행사, 부인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남편은 새벽까지 힘들게 대리운전을 하고 집에 돌아온 상황에서 평소 자신을 무시하던 부인이 잔소리하자,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달 23일에도 전직 유명 프로게이머 P씨(24)가 자신의 부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염산을 뿌릴 듯 위협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08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인기와 명성이 높았던 P씨는 2010년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한국e스포츠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당한 뒤 변변한 일자리 없이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원 자택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며 잦은 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27일에는 성남에서 부인과 50년 넘도록 결혼생활을 하던 70대 노인이 부인과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 등으로 급소를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토막 내 유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정폭력 등을 상담하는 전국 244개 사업소에서 매년 30만건 가량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정폭력은 특성상 공권력 개입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만큼, 예방책과 가해자 교육은 물론이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가정폭력을 휘두르다 검거된 7천272명 가운데 32.9%인 2천392명은 가정폭력 등을 포함한 재범 이상의 전과자였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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