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재인청 춤 이야기, 정통성 계보 전한다…‘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

제25회 ‘송악 김복련과 제자백가의 춤11-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 공연이 오는 31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수원시와 (사)화성재인청보존회가 후원하고 경기도무형문화재제8호승무·살풀이춤보존회가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지난 1991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승무와 살풀이춤을 비롯해 월드퓨전시나위의 반주로 20여명이 출연해 춤 공연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송악 김복련선생은 이동안, 정경파 선생의 뜻을 이어 120여명의 제자들과 함께 화성재인청류 춤과 기예의 고증 및 자료 검증을 통한 학술적인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 전문 교육인을 양성하는 교육과 공연 등을 통해 화성재인청을 전승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화성재인청춤 ‘이동안 원류’라는 이름으로 이동안, 정경파, 김복련으로 이어지는 화성재인청의 춤 이야기와 정통성을 잇는 계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김복련 예능보유자와 이수자들의 살풀이춤을 시작으로 신예담 전승교육사와 이수자들이 3인 승무를 비롯해 이수자들의 한량무, 춘야월 등으로 화성재인청의 정통성을 보여준다. 초청공연으로는 강인하고 흥겨운 남성춤인 진도북놀이를 선보이며, 삼현육각의 생음악 반주와 함께 구슬픈 구음도 곁들여진다. 총연출을 맡은 송악 김복련 예능보유자는 “50년 이상 지켜온 운학-옥당-송악으로 이어지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승무와 살풀이춤을 제자들과 함께 지켜 나갈 것”이라며 “이번 공연을 통헤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다른 고품격의 무형문화유산을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청년·청소년에게 건네는 위로…‘꿈이 없어도 괜찮아’ 18일 경기아트센터서

경기아트센터가 오는 18일 소극장에서 창작뮤지컬 ‘꿈이 없어도 괜찮아’를 공연한다. ‘꿈이 없어도 괜찮아’는 5수생 세실과 원하지 않는 학과에 진학한 준호, 만년 취업준비생 규남,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영민, 클럽 중독자 보경 등 다섯 청년의 이야기다.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 속에서 불안해하는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진정한 자신을 찾을 시간을 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더해져 관람객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뮤지컬은 지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창작뮤지컬 분야 당선작인 ‘스모크’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서 콤비로 활약하고 있는 신성우 작가와 이인혜 작곡가의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한편, ‘꿈이 없어도 괜찮아’는 지난해 경기문화재단 경기 예술지원 2차 공모에 선정된 작품으로, 초연부터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공연은 경기아트센터 누리집,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 가능하며 만 39세 이하 청년이면 30%의 ‘청년 응원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프로그램 ‘SEE-SAW(시-소)’ 운영

이천시립월전미술관(관장 장학구)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4 박물관·미술관 주간 공식 프로그램 ‘SEE-SAW(시-소)’를 운영한다. ‘SEE-SAW(시-소)’는 미술관 접근성 향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다감각적 한국화 재료 아트북을 제작해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문화소외계층 등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까지 박물관·미술관 주간 내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한국화 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미술소풍’도 15일과 29일에 진행된다. 또한 SEE-SAW의 메인 프로그램인 다감각적 한국화 재료 아트북은 점자, 영문, 팝업, 향, 촉각, 보이스아이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만나볼 수 있는 한국화 재료 아트북으로 이달 말 출간 예정이며 추후 교육프로그램으로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31일에는 미술관 접근성 향상을 위한 세미나를 서울 한벽원미술관에서 개최한다. 1부에서는 ‘미술관에 다가갈 수 있나요?’(추여명/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쉬운 전시 해설’(주명희/소소한 소통)이 발표된다. 2부에서는 박물관·미술관 주간 공식 프로그램 ‘하나를 향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 뮤지엄 가이드’(정재은/환기미술관)와 ‘SEE-SAW’(오윤형/이천시립월전미술관)를 발표해 미술관 접근성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론도 모색한다.

성능경×이랑, 장르·세대 초월한 두 작가의 ‘아름다운 조우’ [전시리뷰]

“젊은 분과 미술행위를 하는 게 나는 손해 볼 게 하나도 없어요. 상상력이 많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딱 그런 것 같아요. 훌륭한 가수와 전시를 함께할 수 있어 행운이고 행복합니다.”(성능경) “그동안 해온 작업이 미술관에서도 전시가 될 수 있구나 생각해 감격스러웠어요. 무엇보다 성 작가께서 매일매일을 메모하시고 성실함으로 미술을 대하시더라고요. 그 태도를 배웠습니다.”(이랑) 1세대 전위예술가 성능경과 청년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예술세계가 한 곳에 응집됐다. ‘저항’을 키워드로 각자의 영역에서 예술적 행위를 선보여온 이들의 작품은 다루는 매체와 40년의 나이 차, 성별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었다.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달 26일 개막한 ‘2024 아워세트: 성능경Х이랑’ 전시에선 서로 다른 매체를 다루는 창작자 간의 협업을 넘어 이질적 시너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 개념미술가 성능경은 자본주의에 종속되지 않은 비물질 예술을 평생 이어오고 있다. “없음 여김을 당하다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그의 표현대로 성 작가는 지난해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주요 작가로 초대되기 전까지 제도권 미술계에서 ‘아웃사이더’의 길을 50년 가까이 걸었다. 그 중심에는 억압과 탄압에 대한 저항이 있다. 1970년대 독재정권의 언론탄압을 풍자하며 신문을 읽고 오리는 ‘신문: 1974. 6. 1. 이후’ 등 문자가 떨어져 나간 신문지 작업들로 한국 개념미술과 전위실험미술의 터전을 닦았다. 이랑은 고통과 가난, 죽음, 불안이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사회구조에 의문을 제기하는 싱어송라이터다.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받은 ‘최우수 포크 노래상’ 트로피를 즉석에서 경매에 부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예술인의 가난을 마땅히 여기는 사회, 청년의 절망 등에 목소리를 냈다. 전시에선 청년들이 느끼는 심정을 담은 뮤직비디오와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는 사회에 대한 풍자를 담은 노래 등이 어우러진다. 범상치 않은 둘의 만남은 자발적 비주류들의 강렬한 목소리와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 동질감을 공통으로 안고 있다. 4개의 분야로 나뉘어 소개되는 전시는 두 창작가의 궤적을 모은 그림과 사진, 설치영상 등 33점이 전시됐다. 전시는 세대와 성별, 이념이 충돌하고 빈부격차가 커지는 시대적 단절을 한반도를 통해 들여다본 ‘가깝거나 먼’에서 출발한다. 이어 ‘편집술’에서 1970~80년대 성능경의 신문 비물질 예술 실험과 이랑의 ‘늑대가 나타났다’ 노래가 병치돼 두 작가의 관점을 잇는다. ‘분신술’에선 장르를 넘나드는 두 작가의 전방위 예술가의 면모를, ‘시간예술’에선 매일을 기록하고 시간과 그 경계에서 지속되는 두 작가의 창작을 만날 수 있다. 고정화되지 않고 변주되는 작가들의 작품과 창작세계를 엿보는 재미는 덤이다. 성능경 작가의 신문오리기와 읽기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데, 신문의 위기에 대비한 신문읽기의 방법 역시 전시됐다. 성 작가가 2021년 작성한 ‘신문읽기 행위 얽이 개념서에 덧붙이는 글’에서는 ‘2. 환경 매체의 바뀜과 달라짐-2000년 처음을 지나 소통환경이 전자매체로 빠르게 바뀌면서 종이 매체의 힘이 줄어들어 사라지게 될 꼴이 되었다. 그랫을 때 신문읽기 하기질의 목숨이 끊어져 살아있는 힘을 부려 쓸 수가 없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예견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들의 반복과 숙련된 행위로 안무를 짠 이랑의 ‘신의 놀이’ 등 뮤직비디오 8편은 스크리닝되며 곡의 박자와 리듬, 메시지가 어떻게 시각화되는지 볼 수 있다. 예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8월4일까지 이어진다.

민복진미술관 상설전 ‘기쁨’ 개최 … 3D 애니메이터 문선우,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 작품 전시

양주시립 민복진미술관은 상설전 ‘기쁨’을 지난 2일 개막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개방형 수장고라는 독특한 전시공간에서 조각가 민복진의 예술이 지닌 의미를 살펴본다. 민복진(1927년~2016년)은 한국 현대조각 1세대로 인체 형상을 독자적인 미감으로 단순화 한 모자상, 가족상 조각가이다. ‘인간에 대한 긍정’을 조각으로 실천하며 현재까지도 많은 조각가에게 영감을 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구상조각가로 알려졌다. 상설전에는 3D 애니메이터 문선우와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이 참가해 민복진이 만든 모자상과 가족상의 형태가 불러일으키는 감정 ‘기쁨’을 재해석 하고 의미를 확장했다. 영화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문선우 작가는 ‘미디어 아트와 공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반응형 미디어 파사드, 증강현실 등 다양한 디지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문선우의 가족의 달을 기념하는 영상작품인 ‘행복, 가족의 달(2024)’을 오는 6월2일까지 전시한다. 미디어 아티스트 소마킴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주로 기술과 스펙터클의 틈새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유격을 중심으로 어트랙션과 댄스플로어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있다. 소마킴의 영상 작품 ‘기쁨(2024)’은 다음 달 4일부터 상영한다. 전시는 내년 6월1일까지.

조선 후기 '어류 백과사전' 그림으로 만나다...‘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展

조선 후기 해양생물 백과사전인 정약전의 ‘자산어보’가 색색의 그림으로 재탄생했다. 실학박물관은 개관 15주년을 맞아 지난 달 30일부터 오는 10월27일까지 특별기획전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를 선보이고 있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 백과사전인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바다생물의 생김새와 특징, 잡는 방법, 이동 경로, 조리법, 맛 등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류하고 설명해 놓은 책이다. 정약전이 최초로 자산어보를 구상했을 땐 그림 백과 형태였지만, 동생 정약용의 권유에 따라 오늘날 전하는 자산어보엔 그림이 없다. 이에 이번 전시에선 정약전이 처음 구상한 그림 백과 형식의 ‘자산어보’를 구현했다. 특히 39명의 발달장애인 예술가가 저마다 독창적인 형태로 자산어보에 수록된 해양생물 39점을 그려 의미를 더했다.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조현서 어린이가 작곡한 전시 주제곡 ‘자산어보 속으로’를 배경음악으로 한 미디어아트 영상이 펼쳐진다. 미디어아트는 자산어보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자산어보 주위로 생물의 이름들이 나오면서 마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와 함께 1부 ‘자산어보 속으로’에서는 정약전이 흑산도로 유배된뒤 자산어보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다. 2부 ‘나눔과 묶음으로 한눈에 쏙’에서는 바다생물을 쓰임새와 사는 곳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체계를 볼 수 있다. 정약전은 쓰임의 정도에 따라 비늘이 있는 물고기, 비늘이 없는 물고기, 껍데기류, 잡류 순으로 바다생물을 분류했다. 226가지 바다생물 분류체계는 체험형 미디어콘텐츠로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 분류체계를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정약전은 해양생물을 두드려 보거나 소리를 듣고 해부하며 그림을 그리듯이 생생하게 기록했다. 3부 ‘보고 듣고 알아내다’에선 정약전이 섬사람들의 경험담을 귀기울여 듣고, 생물을 해부하는 과정을 멀티미디어 전시자료로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정약전은 특히 226가지의 바다생물 중 131가지 바다생물의 이름을 지었는데, 4부 ‘이름을 짓자’에서는 정약전이 이름을 지어준 방식을 설명한다. 5부 ‘쓰임을 찾자’는 병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물과 생물을 통해 날씨와 고기잡이의 풍흉을 예측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이를 연구했던 정약전의 실학정신을 알린다. 또 6부 ‘그림백과로 쓰다’에선 관람객이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만들어보는 동시에 발달 장애인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완성된 ‘그림으로 다시 쓴 자산어보’를 감상할 수 있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전시는 정약전이 생전에 완성하지 못한 그림 백과 ‘자산어보’를 오늘날의 우리가 함께 완성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며 “낯선 유배지에서도 지식을 나누고자 노력했던 정약전의 열정과 실학의 현재적 가치를 느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극 '맥베스'…고전 맛 살리고, 현대화 더하고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는 욕망과 쾌락을 추구하다 파멸에 이르는 인간의 내·외면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햄릿>, <리어왕>, <오셀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짧은 대신 주제의식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영화·오페라·웹툰·게임 등 각종 2차 작품으로 각색돼 왔다. 특히 조명해보고자 하는 건 '연극'으로서의 맥베스다. ■ 황정민·김소진·송일국 등 출연… ‘고전 맛’ 살리고 샘컴퍼니㈜가 제작하고 양정웅 연출가, 여신동 무대미술가 등이 참여한 연극 '맥베스'는 오는 7월13일부터 8월1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황정민(맥베스 役), 김소진(레이디 맥베스 役), 송일국(뱅코우 役), 송영창(덩컨 役), 남윤호(맥더프 役) 등의 화려한 배우진이 함께 합을 맞춘다. 10일 오후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선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배우 황정민은 "개인적으로 제게 연극무대는 힐링하는 시간이자 힐링하는 공간이다. 배우로서의 행복감을 오롯이 느끼고 관객과 소통하는 게 기분 좋다"면서 "(원작이) 수많은 작품으로 오마주·재창작됐는데 저도 무대 위에서 예술하는 배우로서 (연극 '맥베스'에)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우 송일국은 "이 장소는 제가 처음으로 연극을 했던 곳이면서, 제가 배우 생활을 하며 가장 행복했던 곳"이라고 소개하며 "이 무대에 발을 딛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맥베스'에게 두려움을 주고, 시기를 받는 역할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하며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꾸릴 연극 '맥베스'는 고전의 매력을 고스란히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정웅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완성도 높은 비극을 본연의 맛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현대적인 미장센을 더해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욕망의 끝을 달려가고, 그 끝에 얻는 큰 상실감과 죄책감을 잘 짚어 표현하고자 한다"며 "매 장면이 시그니처가 될 수 있도록 여신동 무대감독과 시각적인 장면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배경 및 캐릭터 손질…현대화 더하고 사실,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고전 작품 <맥베스>를 연극화하는 데 있어서도 무대 위 다양한 시도들이 벌어져 왔다. 일례로 지난해 경기도극단이 선보였던 2023년 레퍼토리 시즌 마지막 작품인 연극 '맥베스'의 경우, 원작의 중세 배경을 현대의 전쟁터로 옮기고 기관총과 폭탄 등을 등장시켰다. 당시 작품은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작품 속 상황이나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바꿔 동시대성을 강조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에 앞서 국립정동극장 역시 2022년 연극시리즈 '맥베스 레퀴엠'을 통해 맥베스라는 인물을 야망·탐욕이 아닌 보편적인 인간상으로 그려냈다. 극단 고도 또한 창단 2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맥베스'를 '피지컬 연극' 형태로 새롭게 풀면서 맥베스 외의 선(善)한 권력자들 모습을 반대로 뒤집어 담아낸 바 있다. 이 속에서 오늘날 '고전 연극'으로서의 '맥베스'가 갖는 목표는 무엇일지, 그리고 그 '고전의 맛'이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에 이호재·전무송·박정자·손숙 등 원로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햄릿'도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터라, '맥베스'와 함께 고전 연극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다. 배우 황정민은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저는 선배들의 고전극을 보고 자랐고, 거기서 기본을 공부했다. 최근에는 고전극을 하는 곳이 많지 않은데 관객 분들이 ('맥베스'와 ‘햄릿’ 등) 친숙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고전 작품들이 많아져 행복하실 거라 생각한다"면서 “매회 공연마다 느낌이 다른 만큼 관객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맥베스’는 승전을 이끈 용맹한 장군 맥베스가 장차 왕이 되리라는 마녀의 예언을 듣고 덩컨 왕을 죽이며 스코틀랜드 왕이 되지만, 왕위를 지키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이는 과정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파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늦깍이 성악도가 펼칠 감동의 하모니”…성악연구소 라루체, ‘꿈을 노래하다’ 창단연주회

일터에서, 가정에서 분주한 일상을 보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성악과에 입학한 늦깎이 성악도들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쳤다. 성악연구소 라루체(la luce)는 오는 14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아트홀에서 ‘꿈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창단연주회를 개최한다. 이탈리아 말로 ‘빛’이란 뜻의 라루체는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져 있으며 ‘노래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을 더욱 밝혀준다’라는 목표로 지난해 창단했다. 특히 무대에 서는 것이 특정한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누구나 준비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성악 저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단원들은 주로 수원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거주 지역은 수원, 안양, 용인, 서울, 일산, 세종 등 다양하다. 이날 연주회는 저녁 7시30분부터 진행되며 독창과 여성중창, 남성중창, 합창 등 다채롭게 구성해 오페라 아리아와 한국 가곡, 이태리 가곡, 프랑스 가곡 등 봄의 음악선물을 한아름 선사할 예정이다. 오세진 라루체 대표는 “연령대도, 모습도, 살아온 세월도 다르지만 노래로 위로와 행복을 느끼고,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단체를 만들게 됐다”며 “늦게 시작했지만 더 뜨겁고, 더 열정적으로 노래하며 작은 ‘빛’이 돼 세상 곳곳에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루체는 앞으로 오페라와 가곡 연구, 마스터클라스 등을 통해 쌓은 기량으로 정기 연주회와 지역 순회 연주회, 연주 봉사 등을 활발히 하며 지역사회에 성악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알린다는 계획이다. 창단연주회는 전석 초대이며, 초대권 없이 입장 가능하다.

수원시향 ‘파크 콘서트’ 개최…“봄바람 부는 야외, 온가족 함께 즐길 음악 축제 한마당”

5월 봄바람 부는 저녁, 야외 음악당에서 수원시민이 함께 즐기는 음악 축제가 열린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0일 오후 8시 수원제1야외음악당에서 ‘파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최희준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피아니스트 임현정, 테너 존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리톤 박현수가 협연을 펼친다. 사회는 재치 있는 멘트로 유쾌한 진행을 자랑하는 신영일 아나운서가 맡았다. 콘서트는 수원시향의 웅장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는 작곡가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로 포문을 연다. 이어 피아노 협주곡 중 명작으로 꼽히는 작곡가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를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연주한다. 임현정이 연주할 될 ‘랩소디 인 블루’는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가 거쉰이 뉴욕에서 보스턴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악상을 떠올려 2주 만에 완성한 곡으로 먼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작곡 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 발표했다. 서막을 여는 클라리넷 선율이 인상적이며, 다채로운 관악의 음색이 흥미를 이끈다. 올해는 특히 랩소디 인 블루가 초연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수원시향과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어떤 하모니를 들려줄지 주목된다. 이어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윌리엄스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 중 1번 ‘메인테마’가 연주된다. 테너 존노,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 바리톤 박현수가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선사한다. 봄 밤의 분위기를 살려줄 ‘Quizas, Quizas, Quizas’를 비롯해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 등 트리오로 선보일 다양한 무대도 마련됐다. 콘서트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돗자리 지침 시 수원제1야외음악당의 잔디밭에서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계절의 여왕 5월, 함께 하고 싶은 사람과 멋진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수원시향 파크콘서트에 오셔서 아름다운 음악의 감동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양 음악사의 정점’에 도전하는 ‘젊은 거장’의 피아니즘 [공연리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지난달 5일 부천아트센터 프라임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부천을 찾았다. 트리포노프는 스무 살 무렵부터 콩쿠르에 참가해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참가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의 연주를 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모든 것, 그 이상을 가졌으며 그의 연주는 섬세한 동시에 신 들린 듯하다”고 평했다. ■ 과감하고 학구적인 레퍼토리 트리포노프가 ‘젊은 거장’으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시즌 동안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때때로 흥행을 고려하지 않은 듯 과감하고 학구적인 곡들로 구성하는 편인데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랬다. 서울 롯데콘서트홀(4월 1일)에서 트리포노프는 ‘Decades’라는 부제에 걸맞게 알반 베르크, 프로코피예프, 바르토크, 코플랜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존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피아노 독주곡을 시기 순으로 연주해 마치 강의하는 음대 교수 같다는 평을 들었다. 다음 날 예술의전당의 프로그램은 부천아트센터 연주와 동일했으며 마지막 곡 ‘Hammerklavier’를 부제로 달았다. 전반부는 장필리프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a단조, RCT5’,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Op.54’를 연주했고 후반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B♭장조, Op.106, Hammerklavier’를 배치했다. 롯데콘서트홀에 비해 대중에게 익숙한 작곡가들의 작품이었지만 부천아트센터에서의 프로그램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었다.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집과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거기에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를 하루에 몰아 연주한다는 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 개성과 본질의 경계에 있는 해석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던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는 음악적으로 곡의 특징을 담은 제목은 아니다. 그저 셈여림 조절이 안 되던 과거 건반에서 두드려 소리내는 방식의 개량된 ‘피아노포르테’를 뜻하는 독일어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현대 피아노포르테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1악장부터 두드러지는 셈여림은 이 곡의 기술적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만 트리포노프는 피아노의 음량을 어떻게 하면 자유자재로 크고 충실하게 낼 수 있는지 간파하고 있는 듯 보였다. 분명 가장 큰 소리, 포르테시모(ff·아주 세게)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고 섬세한 몸짓이 대비돼 조금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백미는 단연 3악장이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서양 음악사의 정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이 악장은 한 음 한 음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의 절절함이 기도처럼 연주된다. 여기에서 트리포노프는 시종일관 보여온 개성있는 연주와 해석을 잠시 멈추고 가장 곡의 본질에 가까운, 정석적이고도 사색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4악장은 3악장의 고귀한 분위기는 가져가되 다소 빠른 템포로 전환돼 함머클라비어와 함께 베토벤 후기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과 자주 비교된다. 합창 4악장과 함머클라비어 4악장, 두 악장을 듣다 보면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은 아직 이 세상 사람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죽음’이라는 어둠의 세계가 아닌 이면의 세계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경계에 올라 슬픔도 기쁨도, 환희도 절망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품고 품다가 그 자체의 진주알을 뱉어낸 듯하다. 이날 트리포노프가 연주한 함머클라비어는 말년의 베토벤이 갖고 있던 만감 중 자신에게 닥친 온갖 고난을 이겨낼 강인함과 끝까지 도달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연주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베토벤 소나타에 있어 교과서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가 작품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해석을 추구하는 편이라면 트리포노프는 자신만의 언어, 색채, 해석을 온전히 보여주는 연주였다. 그리고 각자 느끼는 생소함의 크기는 다르더라도 그가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연주자이자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납득 가능한 해석과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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