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음악사의 정점’에 도전하는 ‘젊은 거장’의 피아니즘 [공연리뷰]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가 지난달 5일 부천아트센터 프라임클래식 시리즈를 통해 부천을 찾았다. 트리포노프는 스무 살 무렵부터 콩쿠르에 참가해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많은 수상을 기록했다.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참가 당시 스무 살이었던 그의 연주를 본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모든 것, 그 이상을 가졌으며 그의 연주는 섬세한 동시에 신 들린 듯하다”고 평했다. ■ 과감하고 학구적인 레퍼토리 트리포노프가 ‘젊은 거장’으로 전 세계 클래식 팬들에게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 시즌 동안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때때로 흥행을 고려하지 않은 듯 과감하고 학구적인 곡들로 구성하는 편인데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랬다. 서울 롯데콘서트홀(4월 1일)에서 트리포노프는 ‘Decades’라는 부제에 걸맞게 알반 베르크, 프로코피예프, 바르토크, 코플랜드, 메시앙, 리게티, 슈토크하우젠, 존 애덤스, 코릴리아노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피아노 독주곡을 시기 순으로 연주해 마치 강의하는 음대 교수 같다는 평을 들었다. 다음 날 예술의전당의 프로그램은 부천아트센터 연주와 동일했으며 마지막 곡 ‘Hammerklavier’를 부제로 달았다. 전반부는 장필리프 라모의 ‘새로운 클라브생 모음곡집 a단조, RCT5’,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Op.54’를 연주했고 후반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9번, B♭장조, Op.106, Hammerklavier’를 배치했다. 롯데콘서트홀에 비해 대중에게 익숙한 작곡가들의 작품이었지만 부천아트센터에서의 프로그램도 결코 만만치 않은 작품들이었다. 라모의 클라브생 모음곡집과 멘델스존의 엄격변주곡, 거기에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를 하루에 몰아 연주한다는 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집중력과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 개성과 본질의 경계에 있는 해석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던 베토벤의 함머클라비어는 음악적으로 곡의 특징을 담은 제목은 아니다. 그저 셈여림 조절이 안 되던 과거 건반에서 두드려 소리내는 방식의 개량된 ‘피아노포르테’를 뜻하는 독일어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현대 피아노포르테의 특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곡이라고 볼 수 있다. 1악장부터 두드러지는 셈여림은 이 곡의 기술적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다만 트리포노프는 피아노의 음량을 어떻게 하면 자유자재로 크고 충실하게 낼 수 있는지 간파하고 있는 듯 보였다. 분명 가장 큰 소리, 포르테시모(ff·아주 세게)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부드럽고 섬세한 몸짓이 대비돼 조금 이색적이기까지 했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의 백미는 단연 3악장이다.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는 “서양 음악사의 정점”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이 악장은 한 음 한 음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의 절절함이 기도처럼 연주된다. 여기에서 트리포노프는 시종일관 보여온 개성있는 연주와 해석을 잠시 멈추고 가장 곡의 본질에 가까운, 정석적이고도 사색적인 연주를 보여줬다. 이어지는 4악장은 3악장의 고귀한 분위기는 가져가되 다소 빠른 템포로 전환돼 함머클라비어와 함께 베토벤 후기 대표 작품으로 꼽히는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과 자주 비교된다. 합창 4악장과 함머클라비어 4악장, 두 악장을 듣다 보면 소리를 잃어가는 베토벤은 아직 이 세상 사람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이 ‘죽음’이라는 어둠의 세계가 아닌 이면의 세계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모든 것을 초월한 경계에 올라 슬픔도 기쁨도, 환희도 절망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품고 품다가 그 자체의 진주알을 뱉어낸 듯하다. 이날 트리포노프가 연주한 함머클라비어는 말년의 베토벤이 갖고 있던 만감 중 자신에게 닥친 온갖 고난을 이겨낼 강인함과 끝까지 도달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느끼게 하는 연주였다. 굳이 비교하자면 베토벤 소나타에 있어 교과서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알프레드 브렌델의 연주가 작품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해석을 추구하는 편이라면 트리포노프는 자신만의 언어, 색채, 해석을 온전히 보여주는 연주였다. 그리고 각자 느끼는 생소함의 크기는 다르더라도 그가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연주자이자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납득 가능한 해석과 연주였다.

말러의 음악세계로 초대...‘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23~24일 공연

김선욱 예술감독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달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말러 교향곡 1번’을 공연한다. 오는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공연에선 김선욱의 지휘로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한다. 김선욱 지휘자가 말러 교향곡 1번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욱 지휘자는 “말러 교향곡 1번은 어릴 때 지휘자를 꿈꾸며 스코어를 보고 피아노로 치던 곡”이라며 “오랫동안 바라왔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자 동시에 말러의 음악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공연을 준비하며 소감을 밝혔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29살에 작곡한 1번 교향곡은 다른 말러 교향곡들의 가장 기본이자 토대가 되는 작품이다. 말러는 1번 교향곡 4악장을 ‘상처받은 마음의 절규’라고 표현했다. 그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이라 ‘말러 입문용’으로 인기가 많은 편이지만, 말러의 교향곡 중에선 1번이 가장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로서는 야심적인 규모인 4관 편성(목관악기 파트당 연주자가 4명씩)으로 작곡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부터 푼다’는 김선욱은 마스터즈 시리즈I에서 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3번을 연주했고, ‘마스터즈 시리즈 II’에서도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어려운 1번을 골랐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차이콥스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준우승한 마크 부쉬코프가 협연한다. 바이올리니스트를 꿈꿨던 시벨리우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현악기의 고음 처리, 팀파니의 잦은 사용, 격렬한 음향 등 시벨리우스 음악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들을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원복과 복제 사이 관계를 묻다”…수원시립미술관 ‘세컨드 임팩트’展 [전시리뷰]

모든 원복은 복제본에 비해 우월한 위치를 갖는가. 모든 복제본은 원본에 비해 열등한가. 무엇을 원본이라 하고, 무엇을 복제본이라 할 수 있나. 지난 16일부터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 4전시실에서 시작한 2024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 전시회는 관람객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명한다. 과거 사진기의 등장은 수많은 예술가를 혼란으로 빠뜨렸다. 눈 앞의 실재하는 존재를 100% 똑같이 구현해낸 사진은 예술가들이 그린 회화에 대한 전면 도전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관점과 의도가 들어간 창작물로서 예술작품은 다시 그 가치를 인정 받았고, 사진 역시 수많은 논란을 거쳐 현재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다. 기술의 발전은 또다시 세상에 질문을 던졌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구현해내는, 심지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원본의 훼손되고 낡은 모습까지 그대로 출력해내는 3D프린터와 생성형 AI로 제작된 예술작품에 제기된 숱한 질문에 대한 답은 지금 시대에 복잡한 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이남의 ‘인왕제색도-사계’(2009) 작품은 유명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활용한 2차적 저작물로 원작품에 작가만의 관점이 담긴 연출과 해석을 가미해 2차적 저작물이 가져야 할 ‘창조성’을 보여준다. 비가 오고, 짙은 푸른 녹음에서 노랗고 붉은 단풍이 들며 불 떼는 아궁이로 눈발이 날리는 사계절을 표현한 4분짜리 영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어 관람객은 230cm의 거대한 인형탈과 마주하게 된다. 인형탈은 비닐형태로 제작된 에어슈트로 푸근한 풍채를 자랑한다. 시립미술관은 특정 이벤트 시간 때 관람객이 직접 에어슈트를 착용할 수 있게 했다. 에어슈트를 입어본 관람객은 바로 앞에 자리한 거울을 통해 직접 손을 흔들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등 자신을 관찰할 수 있다. 인형탈은 바로 홍순모 작가의 높이 61cm의 조각작품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라는 원본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사람 몸보다 거대한 인형탈을 한참 구경하고 뒤를 돌면 그 뒤에 까맣고, 작고, 단단한 원작품이 기다리고 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며 겉옷을 걸친 어두운 표정의 작품은 삶에 지친 가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원작은 힘겨운 삶을 지나온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시꺼먼 석탄이 마치 인간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원작은 사람이 돌이 된 건지 돌이 사람이 된 건지 의심케 한다. 인간을 주제로, 인체를 소재로 삼는 홍 작가는 1950~60년대 목포에서 마주한 삶의 형상을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일반적인 전시에서 관람객의 작품별 관람 시간이 평균 15~30초 사이로 조사됐다는 2014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기반해, 보다 오래도록 작품에 깊은 시선을 가지길 바랐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2차 창작물을 보고 그 후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1차 원작물을 볼 때 그 충격은 2배로 다가와 비로소 ‘세컨드 임팩트(두번째 충격)’가 전해진다. 이어 김경태의 사진 작품 ‘서북공심돈’(2019)에는 작가의 작품과 같은 피사체를 촬영한 자료 사진이 나란히 놓여있다. 서북공심돈은 수원 화성에 있는 조선 후기 치성 위에 공심돈을 설치한 망루로 여러 시간 동안 복원을 거쳤다. 작가는 서북공심돈을 여러 시간대, 여러 각도에서 촬영하고 이를 조각조각 구성해 하나의 평면 화면에 구성했다. 모든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합성한 사진이기에 현실의 사진과 다른 비현실성을 갖는다. 바로 그 작품 앞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관람객은 서북공심돈의 다양한 사진을 직접 확대하고 축소해보며 어느 부분을 촬영했는지 유추할 수 있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어떠한 지점에서 사진이 ‘예술’과 ‘자료’로 구분되는지 질문한다. 4전시실의 마지막 파트 주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세우스의 배’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 사람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박아 넣으며 계속해서 보존했다. 시간이 흐르고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한 조각도 남지 않을 때 과연 그 존재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시실에는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로 만든 ‘액체시대’(2014) 작품과 크기 및 형태가 같은 3D 출력물, 그 출력 과정을 담은 영상 데이터 총 3가지가 삼각형의 구도로 전시돼 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원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형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이때 태초의 원본을 그 모습 그대로 출력해낼 수 있는 데이터(기능적 저작물)-지금 시점의 원본의 모습을 그대로 복사한 3D 출력물(복제물)-태초의 원작품 사이의 삼각관계에 대해 사유하게 만든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원본과 복제 간의 가치 관계 및 경계와 원본에 대한 정의 등의 질문은 메타버스와 가상화폐에 대한 논의로도 확장될 수 있다”며 “수원시립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한 전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찾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 선사시대 체험, 놀거리 한가득 ‘연천 구석기축제’ 개막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이 도착했다!”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선사의 도시 연천에서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가 3일 개막했다. 오는 6일까지 4일간 전곡읍 전곡리유적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을 주제로 선사 시대 체험과 전시, 공연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현대문명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을 탐구하며 살았던 과거 인류의 지혜를 엿보고 특별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축제 첫날엔 오전 11시부터 연천군 일대에서 화려한 퍼포머 퍼레이드가 열리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또 청학동 예절학교의 김봉곤 훈장이 진행하는 ‘아슐리안 몸짓골든벨’에 이어 오후 2시엔 ‘연천 어린이 동요대회’, 버블쇼 마술쇼(오후 4시~5시)가 축제를 풍성하게 한다. 오후 7시30분부터 10시까지는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구석기 나이트’ 프로그램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예정이다. DJ 수라, DJ 아스터, 조주봉이 위로와 힐링에 초점을 맞춰 EDM 축제를 이끈다. 특히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해 쏘카(쏘카 타고 연천 여행 이벤트), 하나투어 등 기업 협업을 통한 축제 브랜드 마케팅과 함께 연이, 천이 등 관광캐릭터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연천 구석기축제의 기원은 32년전인 1993년으로 거슬러올라 간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1993년 약20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주먹도끼를 만들고, 석기로 돼지 삼겹살도 썰어보는 등의 소박한 구석기체험 행사로 시작했던 전곡리구석기문화제가 오늘날 수 십 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구석기문화를 즐기고 배우는 연천 구석기축제로 성장했다”며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세계적인 모범사례 손꼽히며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인 구석기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특히 수도권 전철 1호선이 전곡역까지 연장돼 대중교통을 타고 편리하게 축제에 방문할 수 있다. 또 전철 1호선 전곡역에서 축제장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20~30분 간격)가 운행돼 이를 이용하거나 도보(10~15분)로 이동하면 된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에 있는 사적 제268호로, 국내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유적지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유적의 발견은 우연에서 시작됐다. 1978년 그렉 보웬(Greg Bowen, 1950~2009)이라는 고고학 전공의 주한미군 공군 상병이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와 한탄강에서 데이트를 하다 커피를 마시려고 코펠에 물을 끓이기 위해 주변에서 돌을 모았다. 그때 아내가 지나가다 주워 온 돌을 보고 이상한 점을 알아차리고 챙겨와 프랑스의 고고학 권위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후 김원용 서울대 고고인류학과 교수가 조사하게 됐는데 그 돌이 약 30만 년 전 것이라고 추정된 전기 구석기시대의 유물인 ‘전곡리 주먹도끼’로 밝혀졌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은 전곡리 일대에서 유물 4천여 점을 획득했다. 전곡리 유적은 서양의 주먹도끼 문화권과 동아시아의 찍개 문화권으로 구분된다는 기존의 모비우스 학설을 폐기하게 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동아시아 이른 시기 구석기 문화의 대표적인 유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란? 연천 전곡리의 구석기 유적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세계의 구석기 역사를 다시 썼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이전의 주먹도끼와는 달리 정교하며 양면 가공돼 날이 선 형태다. 동아시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 고고학계의 정설이었으나 전곡리에서 주먹도끼가 발견되면서 학설이 뒤집어진 것. 한 손에 쥘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석기기술의 진보를 보여준다.

“조선의 꽃으로 피어나는 달빛 궁중잔치”…2024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화담’ 개장

화성행궁이 일제시대 훼손에 대한 복원사업을 완전히 마무리하며 119년 만에 제 모습을 찾았다. 도심 속 화성행궁 궁궐의 밤을 향유할 수 있는 ‘2024 화성행궁 야간개장’이 시작된다. 수원문화재단은 2024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화담,花談’ 시즌2 ‘연향(宴享)’을 오는 3일부터 개장한다. ‘달빛화담’에서는 궁궐 곳곳에 조선시대 꽃을 모티브로 다양한 전시와 조명 콘텐츠를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화성행궁 2단계 복원을 기념하며 궁중장치 총칭인 ‘연향(宴享)’를 콘셉트를 담았다. 어린이날 연휴와 맞물리는 4일 토요일 7시에는 ‘춘풍야희(春風夜戱), 방방’을 주제로 화성행궁 낙남헌에서 개막공연이 무료로 개최된다. 화성능행도 작품 내 ‘낙남헌 방방도’, ‘낙남헌 양로연도’를 재해석해 봄바람 부는 궁궐에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퓨전국악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출연진에는 국악의 대중화, 세계화를 이끄는 경기도 대표 예술단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생황 협연 ‘허지영’, 국악계 아이돌이자 JTBC 풍류대장 준우승자인 젊은 국악인 ‘김준수’가 출연한다. 이밖에 ‘수원시립합창단’, ‘비슬무용단’ 등이 사회자 하지영과 함께한다. 한편 화성행궁 야간개장은 매년 12만여 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하며 수원시 다양한 축제 및 행사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수원시는 올해를 야간관광 활성화의 해로 삼아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수원문화유산야행 ▲수원화성문화제 등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2024 화성행궁 야간개장 ‘달빛화담,花談’ 시즌2 : 연향(宴享)’은 10월27일까지 개장하며 한복을 착용한 관람객이나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 등은 무료 입장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이나 수원문화재단 관광마케팅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경기도극단 ‘단명소녀 투쟁기’

경기도극단이 5월 3일부터 5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김광보 예술감독의 연출로 ‘단명소녀 투쟁기’를 선보인다. 현호정 작가의 소설 ‘단명소녀 투쟁기’는 지난 2020년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를 받으며 제1회 박지리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죽음을 피해 길을 떠난 ‘수정’과 죽음을 찾아 길을 나선 ‘이안’의 기이하고 신비로운 모험을 그린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상징, 죽음으로 이끄는 사회시스템에 대한 비유를 마치 설화 속 세상처럼 펼쳐낸다. 작품은 단명의 운명을 떠안고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며 안간힘을 쓰듯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광보 감독의 연출로, 무대적 상상력을 극단 단원들의 모습으로 표현한다. 17명의 단원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로 모습을 바꾸며 빈틈없는 연기력과 표현력으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 감독은 “연극이 판타지에 가까운 내용이라서 판타지를 표현하는 방법에 신경을 많이 썼다. 기술적으로 해결한다기 보다는 배우들이 몸과 표현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며 “청소년극이지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나이가 더 어린 관객, 혹은 더 나이가 있는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민예총, 제10회 경기문학콘서트 ‘우리 다시 파도처럼 태어나’ 개최

(사)경기민예총 문학위원회(위원장 조성면 문학평론가)가 다음 달 11일 수원화성박물관 영상교육실에서 ‘제10회 경기문학콘서트’를 개최한다. 올해의 주제는 10년째를 맞은 경기문학콘서트의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다짐한다는 뜻에서 ‘다시’로 선정했다. 1부에서는 오후 1시부터 김종길 미술평론가의 사회로 ‘조선후기 및 근대 경기문학인 조명’ 심포지엄이 열린다. 경기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옥, 남영로, 박팔양 등을 재조명해 이번 행사의 의미를 확장한다. 2부 행사는 오후 3시부터 본무대인 문학콘서트가 진행된다. 오프닝 무대에서는 강연희 플루티스트의 플루트 연주, 고병택 배우와 김흥남 마임이스트의 콜라보로 선보이는 시극 ‘움쑥된 것들을 다시 채우고’, 가수 손병휘의 시노래와 김왕노·성향숙·강빛나·홍순화 시인의 시낭독과 창작 배경에 대해 듣는 시간 등이 이어진다. 시민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자 ‘시민 애송시 낭독’과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퀴즈’ 프로그램도 열린다. 경기민예총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를 한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이 행사가 평화로운 일상 속, 예술 향유를 꿈꾸는 경기도민들께 신록의 숨결처럼 가닿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출연자와 관객이 하나 됨으로써 서로에게 위안과 삶의 활력, 창작 의욕을 불어넣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재해석한,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

대사 없이도 풍부한 감정을 전달하는 덴 서사를 가득 채운 음악이 있었다. 그것도 ‘못 말리는’이란 제목을 품은 극에서 나오리란 생각지도 못한 클래식 음악.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극원이 개원 30주년을 맞아 준비한 첫 번째 기념공연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이 지난 24일 막을 올려 28일까지 닷새간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은 9년 전 레퍼토리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프랑켄슈타인’의 무대 콘셉트를 유지한 채, CJ토월극장 무대의 특성을 반영해 재탄생 했다. 대사 없이 움직임으로만 이뤄지는 공연은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조명을 만나 갑작스레 뮤지컬의 한순간이 됐다가 돌연 콘서트장에 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별한 무대와 관객석 배치는 공연의 묘미다. 관객은 1,2부에 거쳐 박사의 관점을 담은 A무대, 몬스터의 관점을 담은 B무대를 번갈아 관람한다. 두 개로 나뉜 무대서 문을 사이에 두고 동시에 이뤄지는 공연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문 너머로 들렸던 다른 세상의 소리는 반대편 객석으로 옮겨 2부를 관람하는 관객들이 기억을 소환해 이야기의 흐름을 맞춰가는 단서가 된다. 대사가 없는 여백의 힘을 폭발시키는 건 배우들의 열연과 함께 극에 등장하는 클래식 음악이었다. 9년 전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에도 참여한 조용경 음악감독은 “예술의 전당이라는 공연장에 관객이 거는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공연의 제목과 포스터가 주는 ‘못 말리는’ 느낌에 반전을 주고자 클래식을 선택했다”며 “클래식은 진지와 공포 어떤 순간에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이 작곡한 ‘마음의 눈으로’와 ‘Love Song Theme’은 아름다운 선율로 캐릭터들의 관계망을 보여주며 가슴 따뜻한 순간을 선사한다. 두 곡은 극 절정에 등장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피아노 반주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관객들에게 감정적 요소를 전달하며 이 극이 비단 코미디극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녹여낸 드라마적 감동 포인트가 돋보인다. ‘마음의 눈으로’가 불리는 장면에서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냈다. “눈먼 노인과 박사 분신들의 노래가 서로의 무대를 넘나들 때 관객이 양쪽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가사이기를 바랐다”는 조 감독은 “코믹한 연출에 진지한 가사를 더해 관객이 캐릭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열어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원 무대인만큼 출연진과 음악, 조명의 치밀한 타이밍 조절도 중요한 요소였다. 조 감독은 “이번 경험을 통해 스태프가 힘들수록 좋은 극이 나온다는 걸 배웠다”며 “이번 무대에 이어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시도를 벌일지 고민된다”고 전했다. 끝으로 “한예종 30주년이라는 영예의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며 “재미와 감동이 있는 ‘못 말리는 프랑켄슈타인'이 관람객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명나는 한마당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청와대 일원서 개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김삼진)이 주최·주관하는 ‘2024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이하 전통연희축제)가 오는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 간 청와대 일원에서 개최된다. 전통연희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전통연희축제는 매년 2만여 명이 찾는 대규모 야외축제로 2007년부터 개최됐다. 올해는 따뜻한 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남녀노소는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통연희축제는 청와대 내 헬기장과 녹지원 두 곳에서 진행된다. ‘연희路, 미래路’라는 컨셉으로 전체 프로그램을 구성해 전통연희의 아름다움과 미래 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은 ‘서울예술대학교X세한대학교X중앙대학교X한국예술종합학교’ 총 4개 대학이 연합해 선보이는 ‘연희 대학전’ 무대가 뜨거운 축제의 막을 올린다. 이어 농악, 무속음악, 줄타기, 탈춤 등 전통연희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각 지역의 개성 있는 흥과 에너지를 선보일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진도다시래기보존회’, ‘전주기접놀이보존회’, ‘구미무을농악보존회’와 ‘구미무을농악 북놀이X밀양백중놀이 오북놀이X진도북놀이X진주삼천포농악 북놀이’가 신명을 깨운다. ‘김운태X이동주’, ‘남창동X예인집단 아재’의 기예 공연과 전통연희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창작공연을 펼쳐온 ‘국악단 소리개’, ‘악단광칠’, ‘연희점추리’의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사물놀이 대중화의 주역인 1세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함께하는 ‘임동창X옛·새’의 협동 공연과 ‘논산두레풍장X사물놀이 느닷’의 무대도 기대를 모은다. 김주홍 축제기획단 예술감독은 “이번 축제가 전통연희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시킬 뿐 아니라, 참여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삶의 활력을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삼진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인과 차세대 연희자들을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사회는 전공인 판소리 개그로 인기를 끈 개그맨 김희원과 국악방송 ‘바투의 상사디야’ 진행자인 소리꾼 김봉영이 맡아 이틀간 무대를 이끌어간다. 신명 나는 공연뿐만 아니라 ‘유쾌한 악당’의 악기소리 그리기, ‘연희공방 음마갱깽’의 덜미인형 만들기 등 축제 마스코트들과 함께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2024 전통연희활성화 심포지엄’이 부대행사로 열린다. 전통연희축제 현장 공연은 전석 무료로, 축제 관련 상세정보 확인과 관람신청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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