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의 일곱 매력에 흠뻑…한국도자재단 도자 100인전 ‘LAST SEVEN’

한국 도예계에서 다양한 시도와 예술성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들과 저명한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도자재단은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2024 한국생활도자 100인전 14차-LAST SEVEN’을 오는 6월 2일까지 선보인다. ‘한국생활도자 100인전’은 현대 도예계의 저명한 중견 작가나 다양한 시도와 예술성으로 재조명받아야 할 도예가 100인을 릴레이 형식으로 초청하는 경기생활도자미술관의 대표 기획전이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해 이번 7인의 전시를 끝으로 100인을 모두 소개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LAST SEVEN’에는 강석영, 신상호, 양지운, 오향종, 이동하, 이영호, 이정미 등 현대 도예가 7명이 참여한다. 옹기부터 백자, 청자, 오브제 및 설치 작업까지 생활 속 도자가 지닌 저마다의 아름다움과 공예적 가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전시 공간마다 참여 작가별 개인전 형식으로 구성돼 작가의 작품과 세계관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오향종 작가의 웅장한 흙기둥, 무소성 옹기작품을 만나게 된다. 2.5m나 되는 18점의 기둥은 ‘Live’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작가가 30일간 미술관 로비의 개방된 공간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듯 제작한 과정을 작품 제목에 반영했다. 관람객은 기존의 옹기 형태에서 벗어나 흙과 작가가 만나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색다른 옹기작품을 접할 수 있다. 이영호 작가의 공간에는 조선백자를 작가만의 현대적 시각으로 새롭게 구현한 작품이 전시됐다. 조각도로 둥근 면을 깎아내 백자 고유의 질감을 강조한 ‘백자 호’ 작품부터 재료와 형태, 색, 질감이 한데 어우러져 정제된 정서를 표현한 ‘백자 화병’, ‘백자 발’ 등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이정미 작가의 작품은 독특한 형태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아름다운 색감이 특징이다. 푸른색의 ‘비발디, 사계 봄’, 녹색의 ‘소리의 반복’, 적색의 ‘우물 시리즈’ 등 소성과 냉각 과정을 거치며 유약 표면이 유리질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인 결정유를 통해 피워낸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색다른 청자 세계는 이동하 작가의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다. 이 작가는 수많은 실험을 거쳐 고려청자에서 보이는 삼족형태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반영했다. ‘청자 삼족 접시’, ‘청자 소반’ 등 숙련된 작가의 손에서 빚어진 완성도 높은 조형미와 맑고 푸른 물빛을 띠는 아름다운 빛깔의 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양지운 작가의 공간에선 상감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금(金)연마상감’ 기법의 독특한 작품을 만나게 된다. 도자 표면에 수금을 바르고 소성한 뒤 수공으로 벗겨내 장식했다. ‘징검다리’, ‘내 발에 등, 내 길에 빛’ 등 작가의 다양한 화병과 오브제 작품 속, 흙으로 빚어낸 이색적인 금속성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신상호 작가는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Beyond’n Surface’부터 불교의 가부좌 이미지를 담은 ‘Frame of Reference’, 아프리카 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동물 형상의 ‘아프리카의 꿈’ 시리즈까지 새로운 시도로 도자의 영역을 확장한 작품을 선보인다. 강석영 작가는 슬립 캐스팅 기법을 활용해 점토가 지닌 물성을 표현했다. 유약을 입히지 않고 점토가 지닌 본연의 색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이 과정에서 태어난 순도 높은 백색의 백자의 단아함을 느낄 수 있다. 전시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한국도자재단·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봄바람 타고 오는 용인문화재단 공연으로 주말 만끽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완연한 봄 날씨에 제쳐뒀던 문화생활이 그립다면 용인문화재단이 준비한 두 편의 공연으로 주말 나들이를 나가보자. 관객 참여형 연극 ‘예외와 관습’이 오는 13~14일 오후 5시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대한민국연극제 용인 유치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연은 시민이 연극을 더 많이 접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의 일부다. 이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예외와 관습’은 극 중 배심원이 된 관객이 서사에 개입하는 구조로, 일차원적인 관람 형식에서 벗어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관객들은 재판의 유·무죄를 판단하고 투표에 참여해 작품의 결말을 함께 만들어 간다. 연극 전문 극단 ‘연극집단 반’은 이번 공연을 위해 브레히트의 원작 희곡에 나오는 시 형태의 대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곡을 붙여 노래로 완성했다. 연극보다 뮤지컬에 가까운 움직임과 노래로 가득한 음악극으로 소통의 장을 만들어냈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과거 계급사회가 엄격한 시절에 집필된 작품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도 생각할 지점과 큰 울림을 주며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이 함께 관람하기 좋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3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열리는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제44회 정기연주회 ‘환경 음악극-지구의 노래’는 4월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개최되는 공연이다. ‘지구의 날’은 지구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자연보호자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 보호의 날이다. 합창단원들은 그 취지에 맞춰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이현승 기상캐스터가 내레이션에 참여해 합창단의 하모니와 어우러지는 환경음악극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국악 뮤지컬 보고 체험도…경기국악원 어린이 공연, ‘뚝딱하니 어흥!’

경기국악원이 어린이 공연 브랜드 ‘움직이는 이야기’를 신설해 선보인다. ‘움직이는 이야기’는 지난 2004년 개관 이후 평일 낮을 이용해 국악아동극을 꾸준히 선보여 온 경기국악원이 올해 어린이 고객의 눈높이에 더욱 맞춘 공연을 선보이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위해 신설한 어린이 브랜드 공연이다. 상·하반기 각 1개의 작품을 선정해 8회씩 총 16회의 공연을 통해 경기도 내 어린이 및 가족 관객, 어린이집 등 단체 관객, 아동극과 아동문학에 관심 있는 지역 주민들을 만난다. 첫 번째 이야기는 4월 17일부터 6월 19일까지 매주 수요일 11시 ‘뚝딱하니 어흥!’이 공연된다. ‘뚝딱하니 어흥!’은 36개월 이상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국악뮤지컬이다.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전래동화인 ‘호랑이와 곶감’, ‘호랑이 형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속 호랑이 캐릭터와 꼬마 도깨비가 등장해 재미있는 이야기와 흥겨운 노래를 들려준다. 도깨비방망이 만들기 체험도 공연 초반에 열린다. 공연이 끝나면, 마당에서 전통놀이 체험이 이어진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투호 던지기, 굴렁쇠 굴리기, 버나 돌리기 등 흥겨운 우리의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하반기에는 두 번째 이야기 ‘향기장수 이야기’가 9월부터 11월 매주 수요일 11시에 관객과 만난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올해 경기아트센터는 인구 감소 위기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가족친화적 공연을 많이 기획해 출산과 육아 환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에 신경 쓰고 있다” 며 “경기국악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공연과 체험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만나는 삶의 ‘주체적 렌즈’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국전쟁부터 남북 분단, 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의 일상, 판자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삶의 모습,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현재의 풍경들. 평범한 이의 일상부터 우리 삶을 가로지르는 국내·외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까지. 살아있는 역사이자 기록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사진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를 27일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나온 사진들은 관객을 사진 속 풍경과 시간으로 접속하게 한다.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개최되는 사진 소장품전이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1천300여 점 중 국내·외 사진작가 34인의 사진 200여 점을 선별했다. 1950년대를 관통해 200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의 풍경과 인물 사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모습들의 이면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전시는 도시와 일상, 이에 영향을 준 역사적·사회적 풍경을 주제로 해 3부로 구성됐다. 1부 ‘눈앞에 다가온 도시’에서는 한국 고유의 근대화 흔적이 담긴 ‘도시’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현재와는 다른 도시의 모습들, 개인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도시 풍경의 입체감과 부피감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시대상을 생생히 기록한 김희중의 ‘명동성당’(1956/ 2006 인화), 1990년대 공사 현장의 야경을 통해 산업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홍일의 ‘기둥 1’(1996),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의 구조와 본질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위치를 고찰하는 박찬민 작가의 작품 등이 내걸렸다. 2부 ‘흐르는 시간에서 이미지를 건져 올리는 법’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개인의 ‘일상’에 주목한다. 고단한 일상을 달래는 포장마차 속 풍경을 촬영한 김미현의 ‘포장마차’(2001-2003/ 2016 인화)와, 도시와 농촌의 접경 지역의 실내 풍경을 통해 1990년대 경제성장의 이면을 나타낸 전미숙의 ‘기억의 풍경-경북 고성’(1994), 사진, 영상, 설치 등을 이용해 현대 문화의 이미지를 독특하게 시각화해 공간을 연출하는 이강우 작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시대적 표상이 담긴 이미지들을 통해 과거 일상을 엿보고, 시대와 세대가 연결돼 있음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3부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는 우리 삶을 가로지르는 국내·외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2011년 일본 대지진을 기록한 오노 다다시의 ‘2012 후쿠시마현 소마 제방’(2012) 시리즈, 미군의 공군 사격장이었던 매향리에 남겨진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강용석의 ‘매향리풍경’(1999), 송상희의 ‘매향리’(2005) 등이 출품됐다. 사진들은 묻는다. 우리가 속한 세상이 어떤 구조와 시간으로 이뤄지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지. 그리고 요청한다. 눈앞에 있는 풍경과 시간에서 벗어나 삶의 주체적인 렌즈를 찾길. 전시에선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 속 사진의 전개 양상과 맥락을 확인하고, 사진 매체의 기술적, 형식적 변화 역시 파악해 볼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의 주요 흐름을 확인하고 동시대 사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미술사적 논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만지며 즐기는 ‘쿵짝공원 속 친친’ 展 [전시리뷰]

“쿵쿵쿵, 누군가의 발소리! 짝짝짝, 박수 소리도 들려요. 아모와 파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날 인형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책상에서 팔과 다리가 튀어 나와 거실을 걸어다닌다면? 어린시절 한번쯤 상상해봤던 세상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난 14일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개막한 수원시립미술관의 관람객 참여형 프로젝트 ‘쿵짝공원 속 친친’은 현대사회 내 다양한 ‘반려’의 존재를 떠올리게 하며 관람객을 동화 속으로 안내한다. 전시에는 손과 발을 작품에 자주 활용하는 ‘깪’과 ‘이학민’ 두 현대미술 작가가 쿵짝공원에서 ‘친친(친한 친구)’을 찾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동화 속 이야기에 직접 만지며 체험할 수 있는 설치미술 작품을 접목했다. 섹션은 깪 작가가 어린 시절 상상 속 인물을 나만의 ‘친친’으로 탄생시킨 ‘아모의 보물찾기 여행’과 이학민 작가가 가구에 손과 발을 만들어 즐겨보던 만화 속 주인공처럼 멋진 친구로 만들어 낸 ‘파우를 찾아서’ 두 가지로 구성됐다. 관람객에게는 쿵짝공원 지도를 제공해 아모와 파우를 찾는 탐험으로 초대한다. 첫 번째 섹션은 나무에서 자라난 반려인간 ‘아모’가 머리카락 속 비밀의 씨앗을 가지고 보물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손을 머리 위로 펼치듯 앙증맞게 나무에 매달린 아모를 만져보면 푹신푹신한 느낌이 든다. 보물을 찾아 나선 아모는 초록의 언덕을 만난다. 아모는 예쁜 꽃을 함께 즐길 친구가 생기길 바라며 구멍에 씨앗을 넣는다. 언덕에 손을 넣어 쑥 잡아당기자 아모의 친구들이 땅에서 튀어나온다. 아모는 “나의 보물은 바로 친구들이었어”라고 외친다. 프랑스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국내에서 다양한 팝 전시회를 열어온 깪 작가는 “외동으로 자라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이 있다”고 말했다. 깪 작가는 “늘 하고 다니는 귀걸이라는 전형적인 공산품에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며 “나무에서 자라난 열매 아모를 똑 떼 반려귀걸이로 차고 다니듯 각자가 자신만의 아모를 맘껏 상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모의 곁엔 숨바꼭질을 좋아하는 ‘파우’가 남긴 발자국이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는 재주꾼 파우는 큰 발을 숨기지 못해 잘 들키곤 한다. 관람객은 파우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상상하며 그를 찾아 나선다. 파우를 찾아나서는 길에 자리한 은색 나무는 지나는 모든 것을 은빛으로 바꾼다. 관람객은 나의 모습도 은빛으로 변했을지 상상해본다. 그렇게 쿵짝공원을 탐험을 마치자 빼꼼 토끼와 깡총 토끼가 꽃 선물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파우야, 내가 아끼는 건 쿵짝공원에 놀러온 친구들이야!”라고 전한다. 국내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네덜란드에서 디자인 공부한 이학민 작가는 어린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하다. 작가는 “관람객에게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건 너희야, 우리 같이 친구하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미술은 어렵고 전시는 조심스럽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곳에선 반려가구인 파우가 변했을 만한 의자나 벤치에 직접 앉아보고 가구 위치도 옮겨보며 전시를 즐기길 바랍니다.” 이처럼 이번 프로젝트는 직접 만지는 체험이 특징이다. 전시를 마치면 관람객은 바로 옆 체험실에서 나만의 반려인형을 만들거나 반려가구를 직접 그려 전시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수원시립미술관은 다음 달부터 전시와 체험활동에 더해 전시관 인근의 만석공원에서 다양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원탐구 프로그램도 연계할 계획이다. 전시를 기획한 황현정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사는 “현대사회에서는 식물, 곤충, 가구 등 내가 애정하는 다양한 존재가 반려가 될 수 있다”며 “작품을 통해 어린 친구들이 나만의 친구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7월21일까지.

수만 개 한지 조각의 ‘집적’이 역동으로…‘전광영 : Re:illumination’[전시 리뷰]

한지로 감싸고, 묶고, 색을 넣은 삼각형 조각들이 집합을 이룬다. 고서를 활용한 한지 조각이 음영을 띠고, 역동성을 갖는 순간이다. 한지 조각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 전광영의 전시 ‘전광영 : Re:illumination’이 오는 5월19일까지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선 한지 조각으로 만든 부조 작품과 조각, 설치미술 등 전 작가의 작품 10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난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공식 병행 전시에서 선보이며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도 볼 수 있어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최대 수만개의 삼각형 오브제 조각들이 각각 돌출되고, 그러데이션 되며 강렬하고 입체적인 조형물을 형성한다. 서양에서 미술 활동을 했지만, 늘 한국적 추상을 고민했던 전 작가는 어릴 적 큰아버지의 한약방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약봉지에서 영감을 얻어 이 같은 형태의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 전 작가는 옛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고서 등의 한지로 삼각형 스티로폼을 감싼 뒤 끈을 꼬아 약첩 형태를 만드는데, 이 오브제들을 천연 염료로 하나 하나 물들이고 캔버스에 차곡 차곡 붙여 작품을 만든다. 이 같은 작품 활동과 삼각형 오브제가 집적돼야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그의 작품 이름이 모두 ‘Aggregation’인 이유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그의 신작 ‘Aggregation24-FE011’을 만날 수 있다. 파랑의 원색으로 포인트를 준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협곡 사이에 흐르는 폭포를 연상케 한다. 한약방의 약재를 통해 치유를 받았던 전 작가는 한지가 색이 되고, 자연이 돼 치유를 주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또 베니스 비엔날레 병행전시로 선보였던 작품 3점 ‘Aggregation13-DE054’, 오브제의 적절한 돌출로 입체감을 부여하며 3m 높이의 작품 6점으로 이뤄진 ‘Aggregation001-MY057’, 기후변화로 지나치게 자라난 버섯의 형상을 담은 4m 크기의 대형 조각 ‘Aggregation08-JU012’를 만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름 1.5m의 구 형태인 ‘Aggregation06-SE057’ 등 전 작가의 주요 작품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의정 학예실장은 “전시는 전광영 작가의 혁신, 전통의 비범한 형태적 세계관 속에서 지속 가능한 작품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됐던 전 작가의 작품들을 뮤지엄그라운드에서 감상하면서 작가만의 메타포적인 한지의 표현방식을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휘로 조명하는 작곡의 미학…부천필 ‘지휘자와 작곡가’

지휘자와 작곡가는 어떤 관계일까. 지휘자는 악보의 행간을 읽고 과거의 작곡가와 현재의 무대 위 연주자, 객석의 청중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혹자는 지휘자는 작곡가의 의미를 잘 해석해 내는 그림자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관계임은 틀림없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2024년 정기연주회 ‘지휘자와 작곡가’ 시리즈를 올 한 해 선보인다. 한 해 동안 10명의 지휘자가 각각 저마다의 작곡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앞서 지휘자 홍석원, 최수열이 무대에 올랐다. 그 세 번째 무대로 프랑스 출신의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이 포디움에 선다.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아드리앙 페뤼숑과 드뷔시’가 4월 4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공연에는 아드리앙 페뤼숑은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뷔시와 라벨을 조명할 예정이다. 우아하고 감각적인 지휘의 프랑스인 마에스트로가 펼칠 음(音)의 물결로의 항해가 기대된다. 아드리앙 페뤼숑은 정명훈 지휘자에 의해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팀파니스트로 발탁돼 이후 서울시향 수석 팀파니스트로 활약하여 국내에서도 이름이 익숙한 음악가다.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WDR 방송교향악단, NDR 하노버 방송교향악단, 네덜란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지휘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해보였다. 2021-2022 시즌엔 프랑스 라무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아드리앙 페뤼숑은 공연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 드뷔시의 ‘바다’를 선보인다. 교향시 ‘바다’는 1903년 작곡에 착수돼 1905년 완성됐다. 드뷔시의 음악은 객관적 대상을 주관적 인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음악과 노선을 달리하는 ‘인상파 음악’으로 분류된다. 아드리앙 페뤼숑은 앞서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 피아노 협주곡 G장조, ‘어미 거위’의 발레 버전을 선택해 프랑스 음악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스페인 광시곡은 당대 프랑스에 불어온 이국적 유행에 따라 작곡된 것으로 라벨의 뛰어난 오케스트레이션과 색채 사용이 돋보이는 곡이다. ‘어미 거위’는 샤를 페로의 동화를 소재로 한 피아노 모음곡이나 훗날 오케스트라 버전과 발레음악으로 편곡됐다. 이번 공연에서 부천필은 발레 버전의 ‘어미 거위’를 연주한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협연한다. 박종해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및 최연소 연주자 특별상을 비롯한 저명한 국제 콩쿠르를 석권하며 일찍이 이름을 알렸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 나고야 필하모닉, 홍콩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고 솔리스트로서 다양한 무대에 서며 왕성히 활동 중이다.

경기도무용단, 4월19~20일 올해 첫 공연 ‘경기회연’ 선봬

경기도무용단이 다음 달 19~20일 대극장에서 올해 첫 번째 공연인 ‘경기회연(京畿會宴)’을 선보인다. 지난 1월 취임한 김경숙 무용단 예술감독이 무용단의 공연 캐치프레이즈인 ‘천년 경기를 춤으로 기리다’의 취지를 담은 첫 공연이다. ‘경기회연’은 경기도 사람들의 비상(飛上)을 기원하는 춤 잔치로, 전통적인 의례와 축제를 현대 무대의 어법으로 풀어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전통적인 세시기의 의례와 일상의 노동도 놀이로 승화하던 역사 속 선인들의 풍류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공연은 무용단원 전원이 출연하며, 아름다운 자태미(姿態美)와 역동적인 에너지로 남녀 군무의 특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연은 3막 5장으로 구성된다. 1막 ‘경기 천년에 대한 봉행’은 천년 경기를 이어 온 선현들께 올리는 ‘봉행 의례’ 내용을 다루고, 2막 ‘천년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길을 열고’에서는 경기 사람의 노고로 길이 나고, 배를 띄워 문명과 문화를 피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 3막 ‘경기회연 – 춤과 소리로 베푸는 화합의 잔치’는 경기 사람들의 화합을 통한 번영을 기원하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경기도무용단 관계자는 “지역성에 기반한 예술 정체성, 다양한 공연을 통해 글로컬(glocal)한 무용단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경기도민에게 감동과 위로를 주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평화’ 지향한 백남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일어나 2024년이야!’ [전시리뷰]

백남준이 지향한 세계평화의 가치는 무엇이었을까. 1984년, 그가 세상에 내놓은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예술을 통한 소통과 화합으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했던 백남준의 심지를 엿보게 한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이 40년 전 주문한 이 같은 평화의 메시지를 재설정해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를 열고 있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 등을 실시간 연결했던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이다.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해가 됐을 때, 백남준은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내놓았다. 백남준은 오웰이 우려했던 통제의 기술을 당시 전세계 2천500만명의 시청자들이 함께 하는 소통의 기술로 전환해 보여줬다. 이번 전시에선 뉴욕 라이브 방송과 이를 구성하는 22개의 시퀀스 중 주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스크린을 가득 채운 ‘과달카날 레퀴엠’(1977)이 흘러나온다. 백남준은 샬럿 무어먼과 제2차 세계대전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하고,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겼다. 이 외에 전쟁의 위협과 인류의 현재를 환기하는 백남준의 또 다른 위성 프로젝트 ‘세계와 손잡고’(1988)와 텔레비전을 가득 실은 자전거 로봇을 통해 21세기의 정보 중심 사회를 예견한 백남준의 조각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바밍타이거·류성실의 ‘SARANGHAEYO 아트 라이브’(2024)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2층에선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했던 당대 수많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본따, 동시대 미디어 작가 9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시가 진행중이다. 홍민키 작가는 ‘라이브 방송 중 해킹 당한 BB?!??’ 영상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벌어지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냈다. 장서영 작가는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한 ‘터뷸런스’를, HWI(휘) 작가는 화석연료가 고갈된 뒤의 가상의 미래를 그린 ‘너의 전생’을 선보인다. 이 밖에 권희수의 ‘나선필름’,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 상희의 ‘원룸바벨’, 이양희의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 조승호의 ‘은신처’,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 등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만날 수 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40년 전 백남준은 당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관람객들이 백남준이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가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고, 우리에게 유효한 가치는 무엇인지 사유하는 시간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2025년 2월23일까지.

경기아트센터, 4월6일 ‘아레테 콰르텟’과 ‘고전적 음악’ 공연

경기아트센터가 다음 달 6일 소극장에서 아레테 콰르텟과 함께 올해 첫 ‘고전적 음악’을 선보인다. ‘아레테 콰르텟’은 지난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1위, 지난 2021년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콩쿠르에서 현악사중주 부문 한국인 최초 1위 등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젊은 현악사중주단이다. 바이올린 전채안, 박은중, 비올라 장윤선, 첼로 박성현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19년 9월에 결성한 이들은 금호아트홀 영체임버콘서트 오디션에서 만장일치로 합격해 화려한 시작을 알렸으며,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바르셀로나 오베르투라 스프링 페스티벌, 하이델베르크 현악사중주 페스티벌 등 유럽 대표 페스티벌과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 등 국내 저명한 음악제에 초청을 받고 있다. 이번 ‘고전적 음악, 오후Ⅰ’에서는 동유럽 음악가들의 곡들로 봄을 맞이한다. 레오시 야나체크와 알반 베르크의 곡을 악장 발췌 없이 만나볼 수 있다. 또 지난해 모차르트 국제콩쿠르 최종 경연곡이었던 레오시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No.1 ‘크로이처 소나타’를 들려줄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올해 ‘고전적 음악’은 관객에게 다가가는 고전을 추구해 다양하게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며 “클래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싶은 관객들은 누구나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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