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비롯한 전국 투어로 만나는 메카드볼 뮤지컬 ‘지구를 지켜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애니메이션 ‘메카드볼’이 경기도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뮤지컬로 관객들과 만난다. 뮤지컬 ‘메카드볼: 지구를 지켜라!’는 지난 18~19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공연 회차를 시작으로 4월1~2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대극장에 이어 5월5~6일 강원 백령아트센터 대극장, 6월17~18일 대전연정국악원 대극장, 7월29~30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등의 전국 투어 라인업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전국 각지의 시민들을 만나는 3D 홀로그램 뮤지컬으로 기획된 이번 무대는 가상현실 구현 장면에서 3D 안경을 착용하지 않아도 극 중 인기 있는 캐릭터들이 실제로 무대에서 움직이는 듯한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지난 부산 회차부터 어린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공연은 무대에만 머무르는 수동적인 기획이 아니기 때문에 2층 객석에는 앉을 수 없으며, 무대와 가까운 1층에서만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공연의 특색 중 하나다. 최현주 상명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문화예술 영역에서 분야 간의 융합이 대세인 시점이기에 이번 공연을 통해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서 감상법을 다양하게 매만지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며 “수용자의 감상 환경에 변화를 주고 기술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획을 통해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자아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 대하는 예술가의 자세…‘정형화된 틀 깨는’ 두민 작가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우승을 차지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인간의 손으로 구현해낸 그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지금, 최근 미술계를 수놓는 화두인 ‘인공지능’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가 있다. 바로 2019년 세계 최초로 AI와 인간의 협업 사례를 선보였던 두민 작가다. 그의 고향은 구상미술의 메카인 대구다. 구상화가였던 아버지의 영향 덕에 어릴 적부터 사실적인 재현을 자연스럽게 여겨왔기에, 그는 지난 20여 년간 하이퍼 리얼리즘 주위를 맴돌았다. 이렇게 쌓아가던 그의 작품 세계는 인공지능과 만나면서 본격적인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된다. 작가는 2019년 AI와 인간이 협업으로 빚어낸 세계 최초의 작품 ‘Commune with…’ 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캔버스를 절반으로 나누는 해수면에 맞춰 윗부분에는 두민 작가가 유화로 그려낸 독도, 아랫부분엔 인공지능 ‘이매진AI’가 동양화 기법으로 표현한 수면에 비친 독도의 형상이 자리한다. 이후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간의 그림과 인공지능의 프린팅을 결합해 ‘Commune with...수원화성’ 등을 그렸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미드저니’를 활용한 작업, 매체를 넘나들면서 동시대 트렌드를 이끄는 기업 및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작가들과 협업과 교류도 역시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양주에 있는 가나 장흥 아틀리에에 머물렀지만, 공간의 변화를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느껴 레지던시에서 나와 독립 이후 새로운 작업에 매달렸다. 지난 7일 안양 온유갤러리에서 개막해 25일까지 이어지는 개인전 ‘The Variation’은 그를 둘러싼 공간이 바뀐 후 내놓은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극사실주의에서 시작한 작가의 여정이 인공지능과의 협업, 다양한 매체와 상황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으면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왔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다. 전시장에선 구상에서 추상으로 이동하는 작가의 관심사, 내면, 생각과 철학이 그대로 엿보인다. 초창기 그가 그려왔던 수면에 떨어지는 주사위는 이제 형태, 색, 공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가 되면서 작가의 정체성을 환기하고 있다. 그림을 유심히 살피면 대상, 경계, 대상이 반영된 모습들이 함께 보인다. 기존에 쓰던 캔버스 천을 뒤집어 그리거나 캔버스의 표면을 찢고, 기존에 다뤘던 주사위의 형태에 변화를 주고, 예전에 그렸던 작품을 다시 가공하는 과정이 모두 이번 전시의 메인 테마인 ‘변주’와 직결된다. ‘Variation’은 주사위의 그림자와 이동 궤적를 캔버스 전면에 내세운 뒤 그 캔버스 아래에 13년 전에 그렸던 주사위를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뒤 피그먼트 프린팅한 결과물을 배치해 작가가 가닿고자 하는 회화의 본질을 보여준다. 21일 오후 같은 장소 메인 전시실에서 ‘AI시대의 현대미술’이라는 주제로 열린 강좌 및 아티스트 토크는 4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작가의 생각과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강의를 통해 “다가오는 세상에서 대상을 똑같이 재현하는 작품의 생산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의 영역”이라며 “이제 현대미술은 작가 한 사람만 있어서는 성립될 수 없고 다양한 방식의 협업이 곧 본질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작가로서 변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결과다. “늘 같은 걸 그리고 과거를 답습하는 건 앞으로 인공지능이 태동한 현 시대에선 필요 없어요. 인공지능과의 협업이 제게 큰 영향을 미친 셈이죠.” 끝으로 두민 작가는 “창작자는 동시대의 삶, 기술 철학, 문화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그림이 잘 팔리는 작가이기보다는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창조적인 가치를 지닌 작가로 남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용인문화재단, 시리즈 기획공연 ‘2023 브런치 콘서트-전람회 속 멜로디’ 선보여

용인문화재단이 오는 4월22일 용인시평생학습관 큰어울마당에서 ‘2023 브런치 콘서트-전람회 속 멜로디’(이하 ‘브런치 콘서트’)를 선보인다. ‘브런치 콘서트’는 4월 첫 공연을 시작으로 7월, 10월, 11월까지 총 4회에 걸쳐 미술계의 스토리텔러 토슨트 정우철 해설가와 함께 진행된다. 4월 첫 공연과 10월, 11월 공연은 트리니티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수석단원들로 이뤄진 앙상블 트리니티가 연주하고, 7월에는 트리니티 목관 5중주의 연주를 통해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지는 예술의 향연이 펼쳐질 전망이다.  특히 매회 새로운 주제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삶과 이야기를 그 시대의 클래식 음악으로 채워 음악과 미술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공연별 주제로는 ▲4월22일 모네 vs 르누아르 ‘인상주의, 빛을 담은 화가들’ ▲7월22일 마네 vs 드가 ‘파리의 화려한 불빛과 우울’ ▲10월7일 고흐 vs 고갱 ‘솔직한 열정, 치열한 방랑’ ▲11월11일 로트레크 vs 모딜리아니 ‘비운의 천재 화가들’로 구성됐다. 공연은 티켓가 전석 1만5천원으로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예매는 용인문화재단 누리집 또는 전화,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할 수 있다.

젊은 예술인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뮤지컬 '질서'

인류는 진보해왔다. 사회 시스템을 발전시키며 많은 물질적 풍요도 누리고 있다. 그러는 한편에선 여전히 과거와 무기만 다른 폭력이 일상화 돼 있다. 세계는 하나라고 외치지만 유불리에 따라 국경을 걸어 잠근다. 다시 묻는다. 인류는 진보하고 있는가.  젊은 예술인의 눈으로 관찰한 오늘을 담은 극단호혈의 뮤지컬 ‘질서’가 유앤아이센터 화성아트홀서 다음 달 1일 오후 6시30분에 무대에 오른다. 극단호혈은 중앙대학교 전통예술학부 학부생과 졸업생들이 모여 만든 음악극 창작 단체다. 극작과 작곡, 연출, 디자인 등을 직접 맡아 하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오늘날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신선한 음악극 창작에 힘 쏟고 있다.  극은 2차 한국전쟁이 발발한 2030년의 한반도를 무대로 한다. 그 전쟁에서 전사한 청년 '한민국'은 검은 강 뱃사공의 인도에 따라 저승의 심판장에 선다. 이때 저승의 책임자 염라의 명령으로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은 채 사공의 일을 돕게 되고 그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수많은 망자들을 인솔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이승의 땅을 나누는 긴 선에 모순을 느끼며 탄식한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송다훈 극단호혈 대표는 “민족 해방과 뒤이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분단 등의 아픈 역사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신 분들이 계셨지만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며, 한번도의 휴전 역시 70년째 이어지고 있다. 폭력은 일상이 되면서 평화의 흐름이 다시금 국경을 걸어 잠그며 신냉전이라는 역사의 수레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역사적 책무의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뼈아픈 문제의식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관객과 함께 완성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송 대표는 말한다. 극에 담은 이러한 문제 의식은 무대 위에 그대로 표출돼 관객과 그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의 수많은 피드백으로 공연을 ‘완성단계’ 까지 이르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극은 ‘인간의 옳고 그름을 어떤 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를 주요한 화두로 꺼낸다. 한 군인청년이 지켜야만 했던 국가의 질서와 개인의 양심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하고 선택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음악극의 흐름도 주요한 볼거리다. 송 대표는 “분단 이후 우리의 70년이라는 긴 시간 폭력이 일상화된 오늘날을 다시금 살펴봄으로써,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어떠한 세상을 개척해 더 나은 세상과 옳은 세상을 후대에 선사할 수 있을지를 관객분들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상처를 보듬고 화해할 수 있는 민족적 정서를 공유하고자 하는 극단호혈의 시도는 과연 관객과 함께 완성될 수 있을까.

우연과 즉흥으로 살펴본 현상의 이면… 황현화 작가의 ‘The Other Side’ 展

캔버스 가득 크고 작은 판화지 조각이 채워졌다. 찢긴 종이가 겹겹이 붙은 캔버스를 보고 있노라면 붙여진 종이 너머 ‘이면’에 대한 사유를 곱씹게 된다. 황현화 작가의 개인전 ‘The Other Side’ 展이 양주 안상철미술관에서 21일부터 열린다. 전시에 내걸린 32점의 연작은 작품마다 눈길을 사로잡는 요소가 있다. 캔버스를 채우는 다양한 크기의 판화지 조각들이다. 더 재밌는 건 종이 조각들 아래에 있는 형형색색의 영역들이다. 과연 작가가 밑그림 위를 종이로 채운 것인지, 색이 물든 종이를 빈 캔버스에 채운 뒤 그 주변을 다른 흰 종이로 갖다붙인 건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발길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각 작품의 표면에만 머무르지 않고 종이의 레이어가 몇 겹일지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작품 세계의 근간과 연결된다. 황 작가가 이런 작업을 2018년부터 시작하게 된 계기 역시 판화 작업을 한창 이어가다가 문득 발견한 판화의 뒷면 때문이다.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황 작가는 “판화 작업 이후 여백으로 남아 있는 종이를 잘라내고 찢어서 작품의 영역으로 소환했다”며 “컬러링된 종이, 프린트 과정을 거친 종이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바탕에 뒀다”고 설명했다. 전시작 중 초기의 작품들은 조각마다 안 겹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작가는 어느 순간부터 종이를 찢었을 때 가장자리의 물성에 사로잡혀 그 결을 살리는 데 힘을 쏟기도 했다.  그의 고백처럼 이번 전시장을 수놓는 그림들은 철저한 계획과 통제보다는 우연과 즉흥에 의한 산물이다. 황 작가 역시 매 작업마다 종착지나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무의식을 따라 손이 가는대로 작업에 몰두했다고 말한다. 그는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방향도 다 달랐다. 어떨 때는 위에서부터, 언제는 가운데를 출발점을 삼기도 했다”면서 “시작과 끝 자체를 예측할 수 없는 즉흥성이 작업 전반에 녹아들어 있다. 심지어 작업도 동시에 여러 작품을 시작하기도 하고 한 작품에만 5개월 이상 매달리기도 하는 등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각에서 판화로, 또 회화로 다루는 매체와 작품의 행보를 확장해왔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작가로서의 그의 가치관으로 미뤄봤을 때, 그건 아무도 모른다. 황 작가는 “작품마다 깃든 색상의 배합, 전체적인 형상은 제가 구상한다고 해서 그대로 될 수 없다. 그래서 무의식과 연동된 내면의 흐름에 온몸의 감각을 맡겨야 한다”면서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무언가에 사로잡혀 선택한 데 따라서 재배치되고 재구성되는 어떤 흐름의 길이 생기고 그저 그 길을 따라갈 뿐”이라고 웃어 보였다. 전시는 4월18일까지.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4월의 낭만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4월13일과 14일 오후 7시30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 – 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에선 특별히 동양인 최초로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받았던 지중배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끈다. 프로그램은 베를리오즈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 ‘환상교향곡 C장조, 작품번호(Op) 14’와 존 애덤스의 ‘완벽한 농담’으로 구성됐다. 이번 무대는 프랑스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의 탄생 2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관객이 만날 작품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환상교향곡’이다. 베를리오즈는 당시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등에 출연한 연극 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 첫눈에 반해 열렬히 구애했지만 거절당했다. ‘환상교향곡’은 그가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을 때 완성했다. 실연의 아픔을 작곡으로 승화한 것이다.  각 악장마다 제목이 달린 표제 교향곡의 형식이며, 1악장 ‘꿈, 열정’, 2악장 ‘무도회’, 3악장 ‘들판의 풍경’, 4악장 ‘단두대로의 행진’, 5악장 ‘마녀의 밤, 축제의 꿈’ 등 총 5악장으로 구성됐다. 이 곡은 당대 교향곡이 일반적으로 취하던 4악장제가 아니라, 선배 작곡가인 베토벤의 ‘6번 교향곡(전원 교향곡)’의 5악장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을 자신의 음악적 지향점으로 삼아 그의 음악을 분석·연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대규모 편성, 무대에 잘 올리지 않는 악기의 도입 등으로 당시 교향곡의 선진국 격이던 독일 현지에서도 베를리오즈의 시도에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특별히 이날 공연에는 에스메 콰르텟이 무대에 함께한다. 에스메 콰르텟은 세계적인 귄위의 실내악 콩쿠르인 ‘런던 위그모어 홀 국제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지난 2018년 한국인 실내악단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하유나, 비올리스트 김지원, 첼리스트 허예은이 의기투합해 결성된 팀이다. 이들은 미국 작곡가 존 애덤스의 2012년 작품인 ‘완벽한 농담’을 국내 초연한다. ‘완벽한 농담’은 현악 4중주와 오케스트라를 동반하는 곡의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데, 다채로운 베토벤 음악을 재해석한 뒤 배열한 작품이다. 에스메 콰르텟과 국내 오케스트라의 첫 협연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지중배 지휘자는 “낭만주의 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환상교향곡’을 통해 현대의 관객들이 인간의 희로애락과 예술이 어떻게 연동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지난날도 함께했던 꿈과 정열 가득한 파트너인 경기필과의 이번 협연이 풍성한 감정이 쏟아지는 4월의 낭만을 돋보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봄은 오고 꽃은 핀다…해움미술관 '화주전 사군자' [주말, 여기어때]

얼어붙었던 겨울의 땅을 뚫고 싹이 텄다. 얼어붙었던 가지에서도 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봄 기운이 완연한 주말, 새로운 영감을 주는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기분을 전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원 해움미술관이 지난 3일 개막한 ‘화주전 사군자’ 전시에서는 봄을 상징하는 작품들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와 회포를 풀어냈다. 전시장 내 ‘치유의 방’에 들어서면 하얀 벽면과 스크린, 붕대가 찢긴 철제로 만든 두상이 놓인 김희곤 작가의 작품 ‘안아 주세요’를 만난다.  관람객이 직접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작성해 치유의 방을 완성해 나가는 작품이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치유의 방에 설치된 두상 작품, 영상화면, 흰 벽면에 그림이나 글로 남기면 된다. 작가는 아이들이 친구의 부상 부위를 감싼 깁스에 낙서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다.  그동안 찢고 뚫고 자르거나 할퀴어서 허상이라는 고통의 프레임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해온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붕대를 감고 마음의 온기를 더해 고통의 프레임을 녹여낸다.  작가는 자신의 역할을 상처에 갇혀 신음하는 이미지를 나타내고 붕대를 감아주는 것으로 제한하지만 관객들은 상처를 치유하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도록 제안한다. 작가의 제안에 관람객이 응하는 메시지가 더해져 완성되는 프로젝트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주의 미술가인 윤석남 작가의 유기견 시리즈 ‘108번’도 만날 수 있다. 갈 곳을 잃은 듯한 개의 눈동자, 그 아래 이질적이지만 힘차게 피어난 꽃. 희미한 눈동자가 이 시대 갈 곳 없이 방황하는 현대인들을 나타낸다면, 그럼에도 피어난 꽃을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화두 ‘갈 곳을 잃고 헤매지만 봄은 돋아난다’가 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이와 함께 강재욱, 권용택, 김봉준, 김상구, 김선동, 김억, 김영섭, 김재홍, 남기성, 남부희, 류연복, 손기환, 안재홍, 이미경, 이연섭, 이오연, 이윤엽, 이은희, 이재민, 이주영, 이해균, 정세학, 조진식, 차진환, 최세경, 한상호, 황은화, 고강행복 등이 참여해 회화부터 사진,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수원시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해움미술관은 1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신춘 기획전으로 마련했다. "우리가 상상 속에서 그릴 수 있는 봄을 선보이려 했다”는 이해균 해움미술관 대표의 말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 속에서 다양한 봄과 주제가 펼쳐진다.  전시는 5월3일까지.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간 예술 [백남준아트센터 ‘2023 신소장품전’.下]

백남준아트센터의 ‘2023 신소장품전’은 전시되어 있으나 박제되지 않은, 변화와 변형, 시간의 움직임이 자유로운 시간 예술을 선보인다. 그 속에서 생태와 인간, 기술을 면밀히 들여다 본 동시대 작가들의 세계관이 드러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작품 수집에 관해 백남준센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수집과 관련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고 움직인 결과로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선보이는 자리”라고 밝혔다. 인간과 기계, 생태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 김성환, 김희천, 노진아, 박선민, 박승원, 안규철, 언메이크랩, 업체eobchae×류성실, 진시우 등 9작가(팀)의 작품 11점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협업과 몽환적인 위안은 김성환 작가의 ‘드로잉 비디오’에서 엿볼 수 있다. ‘드로잉 비디오’는 드로잉 세 점과 ‘드로잉 비디오’, ‘커버’ 등 비디오 두 점으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품이다. 드로잉 비디오는 2007년 김성환과 권병준, 데이비드 마이클 디그레고리오가 함께 공연한 ‘푸싱 어게인스트 디에어’라는 퍼포먼스에서 김성환 작가가 했던 라이브 드로잉 기록을 담았다. 3명의 아티스트가 세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5초 이상의 침묵을 이어간다. 또 개와 함께 바닷가를 산책하는 남성의 모습을 찍은 16㎜ 필름 ‘커버’가 함께 구성을 이룬다.  박승원 작가의 ‘지극히 평범한 하루’는 백남준의 ‘머리와 발’ 비디오를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2채널 비디오 속에선 좌우로 흔드는 박 작가의 머리와 누워서 들어 올린 다리가 쉴새 없이 각각 움직인다. 백남준이 ‘머리와 발’에서 불편한 몸과 머리를 계속 저으며 신체를 깨우기 위해 지속적인 반복 행동을 하는 것처럼 박 작가 역시 모니터에 갇혀있는 신체와 그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탈주의 노력을 통해 감각하고 깨어있는 몸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에 대한 충동의 경계에 놓인 신체를 인지하는 것이 삶의 평범한 수행, ‘지극히 평범한 하루’임을 말한다. 백남준아트센터가 주목하는 작가 언메이크랩은 미디어 설치작품 ‘유토피아적 추출’을 통해 기술과 현대미술의 간극, 낙관주의와 생태계 위기, 기술에 대한 믿음과 기술이 가진 허점을 동시에 어떻게 작품으로 드러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유토피아적 추출은 4대강 사업으로 생성된 거대한 모래산 등의 현장이 담긴 32분 길이의 영상 기록이다. 현장엔 외곽이 깨진 돌들이 설치돼 데이터 양을 부풀리는 전처리 과정을 보여준다. 기술이 왜곡되고 변형될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의 불완전성,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그린다.  업체eobchae와 류성실 작가의 ‘체리-고-라운드’는 SF영화 같은 흥미로운 영상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동시에 나타내며 동시대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투영했다. 영상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같은 소재를 말하는 3개의 파트로 구성됐다. “자본주의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한 이슈를 찾는 관찰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오찬석 작가의 말처럼 영상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미디어의 모순을 꼬집고 속도감만 남은 채 제자리를 맴돌며 무력감에 사로잡힌 동시대의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소장품을 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됐다. 오는 25일 오후 3시엔 ‘언메이크랩’이 렉처 퍼포먼스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을, 4월15일 오후 3시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진화하는 로봇 ‘가이아’를 선보인 노진아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매주 금, 토 오후 2시와 4시엔 안규철 작가의 ‘야상곡 No.20/대위법’ 작품을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퍼포먼스 한다. 전시는 6월25일까지.

예술로 승화한... 시간에 대한 성찰 [백남준아트센터 ‘2023 신소장품전’.上]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은 미디어 기술을 정밀하게 분석하며 인간의 삶을 고민하고 들여다봤다. ‘시간’ 역시 백남준의 중요한 화두였다. 공간예술을 시간예술에 편입시킨 그의 예술세계처럼 ‘시간의 허리를 잘라 낸’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9일 개막한 백남준아트센터 2023 신소장품전 ‘시간을 소장하는 일에 대하여’는 팬데믹으로 사상 초유 미술관 휴관의 시대를 보낸 시기에 수집한 한국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현재의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고 들여다보는 작품과 작업이 가진 앞뒤, 좌우를 변형한다. 9명의 작가가 펼쳐내는 11개의 작품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논의하는 프로그램 그 자체가 전시로 구성돼 작품의 유기적인 변화를 탐색해 나갈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쳐 작품들을 따라가 본다. 전시는 비디오와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로봇, 인공지능 등 다양한 형식 속에 ‘인간과 기계의 시간’을 다루고 특정한 역사적 시간에 대해 성찰한다. 비결정적이고 우연한 시간의 시적인 아름다움을 다루면서. 그 특정하고 우연한 시간을 선보이는 작품들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전시에서 첫 번째로 마주하는 작품은 안규철 작가의 ‘야상곡No.20 / 대위법’이다. 벽면에는 프레데리크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구성하는 가장 낮은 음부터 높은 음까지 50개의 음이 분해돼 111장으로 표기된 악보 드로잉이 가득 채워졌다. 그 앞에 덩그러니 놓인 검은색 피아노. 작품의 시간은 ‘음’을 소멸시키고 우연의 소음을 만든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2시, 4시, 피아니스트 김윤지가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연주하고 매 연주가 끝날 때마다 피아노 해머 88개 중 하나를 무작위로 빼낸다. 피아노 건반의 음이 하나씩 줄어들 때마다 연주는 조금씩 해체되고 최종적으로 침묵을 향해 다가간다. 우연과 비결정적인 시간을 다루며 ‘무’를 향해 가는 작품이다. 작품이 파손되는 과정은 과연 작품일까 아닐까. 작품의 원형성과 보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진시우 작가의 ‘복원과 변형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어떤 것 - K와의 대화’는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과 결과를 만들어낸다. 진 작가는 벽면에 설치된 ‘퍼포머를 위한 디렉션’에서도 이처럼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작업 중 하나로 작용한다. 작가가 자신의 팔뚝에 퍼포머를 위한 지시문을 적은 것을 찍은 사진이 작품으로 관객이 퍼포머가 되고, 그 관객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객이 존재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전시의 맨 끝 공간에서는 설치된 커튼을 들어올리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진화하는 신, 가이아’을 만날 수 있다. 가이아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된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로봇이자 기계에 대한 기준을 바꾸면 인간이 될 거라 믿는 진화하는 신이다. 자기조절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지구의 생명체를 동경해 ‘가이아’라는 이름을 갖게 된 기계인형으로 반은 사람, 반은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다. 기이한 자세로 있는 가이아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눈을 움직인다. 시간과 맞물려 데이터를 축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이 내장돼 2023년 버전으로 이번 전시에서 업데이트 됐다. 가이아는 단순한 질문에도 꽤 복잡하고 철학적인 대답을 한다. “넌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가이아가 내놓은 답은 이렇다. “난 생명체로 완성되기를 바라.” 빈곤한 상상력은 오히려 인간의 영역인 듯 하다. “원본과 복제물인 인간과 기계 사이의 관계는 경쟁과 대결보다는 오히려 공진화에 가깝다”고 말하는 노진아 작가의 말처럼 기계와 인간의 주고받는 시간, 기계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불분명한 경계가 이 곳에서 펼쳐진다.

국립농업박물관, 봄맞이 체험 프로그램 24~25일 운영

국립농업박물관이 따스한 봄을 맞아 가족 체험 프로그램 ‘박물관에서 봄을 마주하다, 내일도 초록’을 오는 24일, 25일 양일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활동인 ‘홈가드닝’을 통해 생산적인 여가활동에 대한 학습 기회를 늘리고, 식물이 주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된다. 홈가드닝에 대한 이론수업, 모스(이끼류)를 활용한 토피어리 화분을 제작하는 체험활동, 식물을 활용해 실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다. 향후 박물관은 이와 같은 식물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지속할 예정이다. 베란다 텃밭을 가꾸는 ‘베란다 키친가든’, 식물 공예 활동인 ‘변치 않는 정원’, 식물 재배법을 알려주는 ‘힐링가든’ 등의 개설이 예정돼 있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3월을 맞아 수원 시민들에게 홈가드닝 문화를 전파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식물을 매개로 우리 농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데 기여하는 다채로운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로그램 신청은 국립농업박물관 누리집에서 15일부터 22일까지 선착순으로 진행하며, 참가비용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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